한 장의 절대 지식 : Big Ideas - 세상을 바꾼 200가지 위대한 생각
이언 크로프턴 지음, 정지현 옮김 / 허니와이즈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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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장의 절대지식'이라는 이 책의 제목은 정확하게 책의 구성을 드러내고 있더군요. 딱 한 장 내에 인문 분야의 다양한 개념들을 설명하고 있는 책이거든요. 철학, 종교, 과학, 정치학, 경제학, 사회학, 심리학, 예술 총 8개의 분야에 걸쳐 핵심적인 개념을 200개 골라내고 있는데요, 어떤 것들은 꼭 필요한 개념이겠구나 싶은 반면 어떤 것들은 약간 의외다 싶기도 합니다. 이런 경우, 저자의 선구안을 믿어야 하는 것이겠지요?



 분량이 분량이니만치 설명은 대단히 간결합니다. 인문 분야의 용어니만큼 대부분 추상적인 개념이 등장하고 있는데요, 이걸 어떻게 한 장 분량으로 설명할 수 있을까 지레 걱정이 되기도 하더군요. 그런데 그 요약 솜씨가 제법 능숙합니다. 지나치게 파고들지도 않지만 개념의 범주 전체에 걸쳐 충분히 발을 걸쳐두고 있습니다. 물론 그것으로 충분하지 않은 경우도 종종 보이긴 합니다. 하위 개념이나 배경지식을 설명하지 않고서는 충분히 전달이 어려운 개념의 경우, 의뭉스레 던져놓고 넘어가버리는 것이죠. 예컨대, 신의 존재증명을 건조시켜둔 것을 보면 무시무시할 정도입니다. 책의 형식상, 불가피한 부분이기도 하고 예상했던 부분이기도 합니다만, 다행히 그런 경우가 많지는 않았습니다. 



 개인적으로 이 책에서 가장 단점이라 느껴지는 부분은 읽기 자체의 재미를 느끼기 어렵다는 점입니다. 애초 추상적인 개념을 설명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겠습니다만, 그보다는 간결함 자체가 부정적으로 작용한다고 보는 것이 맞을 것입니다. 서사의 요소가 거의 없기 때문에 읽어가면서 생겨나는 관성의 효과를 느낄 수가 없는 것이지요. 많은 분량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쭉쭉 읽어나가기에는 껄끄럽다는 느낌이었습니다. 애초 사전의 형태이니 사전을 읽듯 드문드문 발췌해가며 읽는 것이 적절한 책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다행히 문고판 크기라 휴대하기는 편하고 말이죠. 



 책에서 무게중심이 느껴지는 챕터는 역시 철학과 정치 챕터였습니다. 분량이 가장 많이 할당되어 있기도 하고 말이죠. 개인적으로 가장 구미를 돋구는 것은 정치 챕터였네요. 최대한 드라이하게 설명하고 있다고는 해도, 유독 가치 평가가 들어갈 수밖에 없는 개념들이기 때문에 연상 작용이 일어날 수밖에 없었거든요. 순서대로 읽지 않는다면 정치 챕터를 먼저 보시는 것을 추천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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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교과서 밖으로 나온 한국사 3종 세트 - 전3권 - 근현대 + 선사~고려 + 조선 교과서 밖으로 나온 한국사
박광일.최태성 지음 / 씨앤아이북스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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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최태성 님은 EBS 방송에서도 꾸준히 인강을 해주고 계십니다만 저에게는 교양 프로그램인 '역사저널 그날'의 패널 분으로 더 익숙하네요. 사근사근하고 포근한 말투가 기억에 남는 분인데요, 이번에 교과서가 아니라 교양서로 책을 내셨네요. 물론 제목에서도 드러나다시피 교과서에 근접하는 교양서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만, 이런 책을 낼 수 있다는 것 자체가 교육자로써보다 인문학자로써 보람차고 흥분되는 일이었으리라는 예상을 하게 됩니다. 사실 잘 보면 최태성 님뿐 아니라 박광일 님께서도 참여하신 공저작입니다만 책의 띠지에서부터 최태성 님의 이름을 크게 박아 놓아서, 어느 정도 인지도에 기대하는 부분이 있는 것이 사실이겠지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렇다고 책을 급하게 빨리 빨리 만들어낸 것은 아닌 듯 합니다. 상당한 준비를 거쳤겠다 싶은 부분이 있어요. 오히려 여러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야 가능한 기획의 성격도 엿보일 정도입니다. 일단 선사부터 고려까지 1권, 조선 1권, 그리고 근현대사 1권으로 3권의 분량인데요, 두께도 제법 됩니다만 올컬러로 만들어져서 보기에 화려하기도 합니다. '교과서 밖으로...'라는 제목이 내용 속에서 어떻게 드러나는가는 1권 첫머리부터 확연합니다. 구석기 편을 시작하면서 주한미군 그렉 보웬이 전곡리에 한탄강변에서 특이하게 돌멩이를 발견하는 일화를 소개하고 있는데요, 뗀석기의 첫문을 이런 식으로 열어주는 것이지요. 책은 이렇게 각 단원을 일화 소개로 시작하고 있고요, 중간 중간에도 현재와의 연결점을 보여주기 위해 다양한 이야기와 사진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사진만 봐도 내용상으로나 분량상으로나 교과서에서 보기 힘든 정도로 다채롭습니다.



 학생들의 학업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서인지는 몰라도, 교과서는 핵심적인 사실들만 딱딱 요약해서 제시하는 것이 일반적이죠. 이렇게 하면 분량은 줄어들지 몰라도 오히려 역사의 재미를 깨닫지는 못하게 되는 역효과를 낳는 것이 사실입니다. 인간이 본능적으로 서사를 사랑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역사란 사실 꽤 재밌을 수 있는 과목인데요, 그것을 화석화시켜서 맛없게 만들어버리는 것이 교과서이고 보면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는 것이죠. 물론 그런 방식도 의미가 없지는 않겠습니다만, 역사를 연구하는 사람에게라면 몰라도 이제 막 발을 뗀 학생들에게는 적절하다는 생각이 들질 않아요. 최태성 님도 그런 부분에서 아쉬움을 느껴 이런 책을 기획하신 것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사관이라는 점에서 보면 책은 무난한 중립적 태도를 잘 유지하고 있더군요. 어쨌든 이 책의 대상독자가 중고등학생이라는 점에서보면 교과서의 관점에서 크게 벗어나기는 어려운 일이겠지요. 그것이 적절하기도 할테고요. 개중 독특한 것으로 기억나는 것은 것이 있다면 가야사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보통 삼국이 고대 국가로 발전한 것에 비해 가야는 연맹체 수준에 머물렀기 때문에 가야사를 배제하고 삼국시대라고 칭하는 것이 일반적인데요, 저자는 체제상의 차이를 제외하고는 발달 수준이나 문화사회적 성취에 있어 가야가 빠져야할 이유를 볼 수 없다고 지적합니다. 따라서 4국 시대라고 칭해지는 것이 더 적절하리라고 주장하는 것이지요. 비중상으로도 상당한 분량을 가야사를 소개하는데 할당하고 있기도 하고요. 개인적으로도 이전부터 의아하게 생각했던 부분이고 해서 충분히 공감이 가는 주장이었네요.


 인상에 남는 다른 부분은 한 챕터가 끝날 때마다 소개되는 유적지들이었습니다. 우리가 과거를 가장 강하게 체감하게 되는 것은 역시 유적과 유물을 접하는 순간이겠지요. 호오가 갈리더라도 역사 수업에서 답사가 빠지면 안되는 이유기도 할텐데요, 이 책에서는 마지막 부분에 꼬박꼬박 할당된 유적지 소개를 통해서 현대에 살아있는 과거의 흔적들을 전달하고 있습니다. 어찌보면 가장 비교과서적인 설명을 통해서 오히려 역사에 대한 흥미를 끌어내는 점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조선사가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그렇다쳐도 근현대사가 그에 버금가는 분량을 차지하는 것은 저로써는 아직도 어색하게 느껴지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물론 시간적으로 우리에게 가까이 있는 역사가 사료면에서든 직접성 면에서든, 역사의 교훈이라는 면에서든 더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옳을 수도 있겠습니다. 그럼에도 어색함을 느끼는 것은 이것이 교육과정 개편을 거쳐오면서 작위적으로 만들어진 형태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한국전쟁 이후의 빈약한 서술과 비견해보면 부자연스러움이 더 크게 다가오기도 하고 말입니다. 이 책도 교과서의 분량 배분을 따라가고 있습니다만, 내용적으로는 충분히 재밌게 볼 수 있더군요. 책이 현재의 우리가 느낄 수 있는 역사의 흔적을 강조하는 방식으로 서술되었기 때문에, 근현대사 파트에서 그 효과가 더 부각될 수 있었던 것이지요. 현대사 부분만 떼놓고 봐도 내용이나 분량상 좀 더 신경을 써서 비중을 두었다는 인상을 주기도 하고 말입니다. 


 책장에 꽂아놓고 오래 보관하게 만들어낸 외형과 내용이기에 오히려 드는 생각은 이 책이 어떤 사람들에게 가장 호소력을 가질까 하는 점이었습니다.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을 말하기 위해서는 필요 최소한의 분량과 글자 크기(?)로 만들어진 책이겠습니다만, 이런 형태에 매력을 느끼는 학생이 과연 얼마나 될까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이 사실입니다. 반면 기본적으로 중고교학생으로 제작되었다는 점이 먼저 눈에 들어오는 제목과 형태라서, 역사에 관심을 가진 일반인이 택할 확률도 낮을 것 같고요. 최태성이라는 스타 강사의 타이틀을 강조한 책이기 때문에 더욱 그런 인상을 주리라는 우려도 있습니다. 결국 학부모들이 자식 교육용으로 사놓고 책장에서 구색용으로 잠드는 책이 되면 어쩌나 걱정이 됩니다. 한정된 목적에서 보자면 용선생 시리즈와 같은 형태가 훨씬 기능적이지 않을까 싶은데요, 공들여 만든 책이니만큼 역설적으로 걱정과 아쉬움이 든다고 할까요? 기우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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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글리시 파워 리딩 트레이닝 - 영자신문으로
정득권 지음 / 넥서스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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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어 공부를 하면서 다양한 매체를 활용하게 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죠. 저의 경우도 초기에는 애니매이션으로 시작해서 시트콤, 드라마와 영화 등을 거쳐 뉴스까지 살펴보게 되었던 것 같습니다. 원서의 경우도 동화로 시작해서 주로 소설 위주로 읽어봤었고요. 하지만 실력도 일천하고 당장의 필요성이 적다보니 뉴스나 기사와 같은 전문적이고 딱딱한 글은 피해왔던 측면이 있었던 것 같은데요, 역시 가장 큰 장애는 어휘와 속도가 아니었나 싶네요. 때문에 이코노미스트라는 경제 잡지를 통해서 읽기 능력을 향상시켜보자는 타이틀을 달고 있는 이 책은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반면, 두려움(?)도 느끼게 만드네요.



 비슷한 류의 책이 상당히 많을 터입니다만 이 책은 상당히 독특한 면들이 있습니다. 책의 전제도 독특한데요, 저자는 근래 회화 위주의 교육이 강화되면서 상대적으로 읽기 능력은 저하되었다고 보고 있더군요. 때문에 깊이있는 사고와 연계되는 글 읽기가 아쉽다고 말하고 있는 것이죠. 그런 전제에 대해서 완전히 공감하게 되지는 않습니다만, 출발점이 그렇기에 이 책이 글의 논리적 구조를 파악하는 방법을 강조해서 설명하는 것도 당연한 일일 것입니다.



 우선 그 밑받침으로써 '파트1 스트렝스 스킬'에서는 우리말과 영어의 차이, 영문법의 특징적인 부분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얼핏 문법을 설명하는 것처럼 보입니다만, 실제로는 영어의 특성이 글의 논리적 구성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 거기에 맞추어 어떻게 글을 읽어야 쉽게 이해할 수 있는지 말하고 있는 것이죠. 읽는다는 것은 얼핏 단어의 의미에서 출발하여 문장의 의미를 이해하고 글 전체를 파악하는 순으로 확장되어 가는 것처럼 생각됩니다만, 실은 우리가 이미 가지고 있는 구조의 틀을 가지고 거기에 맞게 주어진 글을 해체해가며 이해해가는 과정도 병행되는 것이 사실입니다. '읽고 이해하기'라는 부분에 어학의 초점을 맞춘다면 후자의 방법도 상당히 유용할 수 있으리라는 예상이 됩니다. 저자의 취지에 어느 정도 공감하게 되는 부분이었습니다.

 다만 파트1의 경우 학술적인 설명이 주조를 이루다보니 이질적인 느낌을 줄 수 있는데요, 평소 언어에 대한 분석적인 이해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아니라면 이런 접근의 필요성에 공감하지 못할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드는군요. 영어를 잘하든 못하든 파트1을 보지 않고 파트2로 넘어가는 사람이 많을 것 같다는 예감이 들어요.


 파트2가 스터디 파트인데요, 대략 책의 3분의 2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이코노미스트에서 골라낸 20개의 기사를 싣고 있는데요, 특히 논증성이 강한 코멘터리성 기사를 골라낸 것 같네요. 파트2에서 저자는 글을 해체해가는 실례를 보여주고 있는데요, 파트1에서 제시한 방법론에 철저히 따르고 있네요. 제목을 제시하고 예상가능한 논점을 몇 가지 깔고 시작합니다. 본문은 서론, 본론, 결론으로 나누어 단락별로 끊어가며 설명합니다. 단어와 해석을 제시하는 것은 기본적인 부분입니다만 논리적 구조를 자세히 설명하는 것이 역시 이 책의 독특한 부분이라고 하겠네요. 한편, 글의 구조성 부분보다 일반적인 어학 공부를 원하는 사람에게는  Key Point 부분을 자세히 보는 것이 도움이 될 듯 합니다. 문법적 이해나 영어의 독특한 의미체계 등을 설명하고 있으니 말입니다. 



 제가 이런 유의 책을 많이 본 것은 아닙니다만 상당히 개성있는 책이 아닌가 생각이 되네요. 다만 반대급부랄까, 단어이나 문장 단위의 이해에 대해서는 간소화한 부분이 있어서 아쉬움을 느낄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어학 공부를 이 책 한 권만 가지고 하는 것은 아니니 다른 책들과 상호보완하면 되는 부분이라고 본다면 별 문제 없다고 할 수도 있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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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호의 식채
미부 아츠시 원작, 혼죠 케이 그림 / 대원씨아이(만화)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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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웹툰이 대세가 되어서인지 단행본 만화는 확실히 줄어든 것 같습니다. 단행본 만화의 대부분을 차지했던 것이 일본만화인 게 사실인데요, 요새 제 입맛에 맞는 만화를 보기 힘들어진 것을 보면 일본의 만화 시장도 그다지 좋지 않은 분위기일지도 모르겠네요. 아무튼 워낙 다양한 소재를 다루는 일본만화입니다만 그 중에서도 음식을 소재로 한 만화는 차고 넘치게 나왔던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공중파든 인터넷 방송이든 먹방이 차고 넘치고 있는데요, 역시 경제적인 여유가 생기면 먹는 것에 관심을 더 가지게 되는 것이겠지요. 인간의 기본 욕구에 속하면서도 경제력에 의해서 크게 영향을 받는 것이 먹는 것이니 말입니다. 이 '문호의 식채'라는 만화는 음식이라는 소재에 일본의 근대 시기의 작가들의 이야기를 섞어내고 있는 작품입니다. 신문 기자가 특집 기사를 쓰면서 음식과 관련된 문호들의 이야기를 풀어내는 방식으로 구성되어 있지요.



 등장하는 문호는 6명인데요, 나쓰메 소세키,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다자이 오사무는 아는 인물이었습니다만, 마사오카 시키, 히구치 이치요, 나가이 카후는 모르는 인물이었으니 반반인 셈이네요. 소세키 편에서는 소설 '도련님' 속에 등장하는 키요라는 여성을 통해서 그가 우려했던 가짜 근대화에 대한 화두를 끌어내는군요. '나는 고양이로소이다' 속의 고양이가 일본주가 아닌 맥주를 먹고 익사하게 되는 것도 그러한 화두가 반영된 것이 아닌가 하는 해석을 하는데요, 그럴싸하다는 생각이 드네요. 



 시키 편은 가장 인상적인 에피소드였습니다. 척추에 병이 생겨 거동을 하지 못하게 된 그가 자기 방은 커녕 자기 몸에 갇혀 지내게 된 말년, 자신이 먹고 싼 내용을 집요하게 일기장에 담아냈다는 것은 즉각적으로 공감이 가는 이야기였습니다. 살아있고자 하는 것은 동물적인 생존 본능이지만 그것을 먹는다는 행위만큼 잘 실현해내는 것은 없으니까요. 

 이치요는 알고 보니 제가 간접적으로 알고 있는 작가였는데요, '유리가면'이라는 만화에서 등장하는 '키재기'라는 작품이 그녀가 집필한 것이었더군요. 빈곤한 여성이었다는 이중고 속에서 일찍 삶을 마치게 되는 그녀가 약자의 모습을 비춰낸 것이'탁류' '키재기' 등의 작품이라고 하는데요, 따로 접해보고 싶어지는 소설들입니다.



 기후 편에서는, 말년이 되어서도 돈까스 덮밥이나 비프 스튜처럼 기름진 음식을 푸짐하게 먹었던 것은 실은 혈기왕성한 젊은 시절을 반추하는 수단으로써 음식을 대했던 것이 아닌가 하는 재밌는 가설을 던져보고 있네요.

 오사무 편에서는 작품 속의 그가 실제의 그의 모습과 어떻게 다를까 하는 점을 더듬어 봅니다. 뜬금없는 이야기입니다만, 사람이 산다는 것이 늘 가까운 사람에게 피해를 주면서 흘러가는 것이라고 합니다만, 위대하다 칭해지는 이들은 주변 이들에게 더 큰 빚을 지며 살아가는 일이 잦다는 생각을 해보게 되는군요. 행동으로 삶을 남긴 이들은 보이지 않지만 글로 삶을 남긴 이들은 여전히 후세에 영향을 주는 것을 보면 한편으로는 아이러니라는 생각도 들고, 한편으로는 그렇기에 인간이 문명에 집착하는 것이겠지 하는 생각도 드네요.


 부담스럽지 않게 읽을 수 있으면서도 흥미로운 책이었습니다. 원작자와 만화가 모두 처음 들어본 이들인데 왠지 그림체는 익숙하네요. 극화풍의 작화는 근대라는 시기의 모습을 그려내는데 잘 맞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해보고요. 인간의 원초적인 기억 속에 묻혀있는 음식에 대한 추억과 삶에 대한 집념을 잘 얽어낸 이야기도 흥미로웠습니다. 다만 여기 등장하는 음식들은 대부분 생소했는데요, 시대적 배경도 있고 보니 일본의 전통적인 음식이 다수 등장해서였던 것던 것 같네요. 작품 속 곳곳에 등장하는 일본의 지명과 더불어 일본인에게는 더 호소력이 있었을 아우라를, 한국인인 저로써는 놓칠 수밖에 없다는 점은 아쉽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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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리법칙의 특성 - 파인만의, 일반인을 위한 최초이자 마지막 물리학 강의
리처드 파인만 지음, 안동완 옮김 / 해나무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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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학자이면서도 대중을 위한 저술활동도 활발한 과학자들이 꽤 있습니다만, 그 시조라고 할만한 사람 중 한 명이 리처드 파인만이 아닐까 합니다. 물론 꼭 과학서만 쓴 것은 아니지만요. 그가 쓴 '파인만 씨, 농담도 잘 하시네'의 경우, 이미 오래 전부터 국외는 물론 국내에서도 사랑받아 왔지요. 제가 알기론 이 '물리법칙의 특성'도 예전에 국내에서 출판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찾아보니 역시나 1992년부터 꾸준히 재출간 되어오고 있는 책이더라고요.

 

 책의 제목은 이 책의 내용을 정확하게 가리키고 있습니다. 물리-라고는 해도 과학 일반에 통한다고 해도 무리가 없을-의 근간이 된다고 할 과학적, 철학적 특성들을 7개의 챕터로 나누어 설명하고 있는 것이죠. 원래 파인만이 대학교에서 강의를 한 내용을 정리한 책인지라, 말하자면 7개의 강의가 그대로 7개의 챕터로 옮겨졌다고 보면 되겠고요, 대상자는 아마도 대학교의 물리 입문자가 아닌가 생각됩니다. 어느 정도 물리 용어에 지식이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한 내용이 꽤 됩니다.

 

 일단 개인적으로 아쉬운 점이 몇 가지 있었는데요, 첫째로 문투입니다.

 

 말씀드린대로 강의의 내용을 옮긴 것이니만큼 읽다보면 유머러스함과 편안함이 넘친다는 점을 알게 되는데요, 문제는 그렇게 되기까지 제법 시간이 걸리더라는 것입니다. 글을 구어가 아니라 문어로 써내려갔기 때문입니다. '~입니다'가 아니라 '~이다'라는 식으로  했다는 것이죠. 그러다보니 아무래도 읽는 맛이 떨어진다는 느낌이 있습니다. 특히 중간중간 유머가 제법 많은데요, 문투 탓에 이게 농담인지 진담인지 알아채기 어려운 경우가 있습니다. 파인만의 유머 자체가 하이개그(?) 스타일인데 여기에 이런 문투까지 섞여버리니 부정적인 시너지를 일으킨 것이죠. 하다못해 괄호라도 치고 '웃음'이라고 써도 나았을텐데 말이죠.

 

 두번째는 번역인데요, 읽으면서 딱 드는 느낌이 이건 영어를 직역하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직역이 좋은 번역인 경우도,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습니다만, 이 책은 후자인 것 같습니다. 일단 다소 추상적인 주제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는지라 주어 서술어의 호응만 해도 묘한 경우가 많은데 그것을 그대로 직역을 했으니 읽기가 껄끄러울 수밖에 없지요. 혹시나 해서 확인해보니 이 책은 예전의 번역본을 그대로 재출간한 케이스더라고요. 기왕 재출간한다면 번역도 조금 더 손을 보았으면 어땠을까 아쉬움이 남습니다.

 

 세번째는 각주입니다. 저자가 이 강의를 한 것이 50년도 넘었더군요. 따라서 지금까지 과학에 있어서의 변화 내지 발전이 있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그런 것에 대한 설명이 없다보니 긴가민가한 부분이 있습니다. 물론 과학철학에 가깝고 근원적인 내용이라 큰 오류가 있으리라고는 생각되지 않습니다만, 이해를 돕기 위한 각주 역시 적극적으로 활용했으면 더 좋았을 거 같네요.

 

 아쉬운 점을 이야기했습니다만 파인만 식의 설명은 확실히 흥미를 끕니다. 궁금해서 유튜브를 뒤져보니 강의 동영상이 전부 올라와있더라고요. 그만큼 사람들에게 호응이 좋았다는 이야기이기도 할텐데요, 칠판에 간단한 그림을 그려가면서 중력법칙부터 시작해서 보존원리, 대칭성, 불확실성 등등을 거침없이 설명하는 솜씨가 빼어나네요. 책이 흥미로우셨던 분은 강의 동영상도 한번 보라고 권해드리고 싶어요. 아무래도 책에서는 느끼기 힘든 활기가 있어 또 다른 맛이 있습니다. 그래도 이해하기 어려운 건 어려운 거라서 갸우뚱 하고 적당히 넘어간 부분도 꽤 됩니다. 사고 실험과 관련된 부분은 확실히 상상력이 따라줘야할 것 같아요. 영상을 보면 상당히 준비를 한 상태여선지, 아니면 즉흥적으로도 그렇게 할 수 있어서인지는 몰라도 쭉쭉 빠른 말로 설명해버리는데 이게 즉각적으로 이해가 될까 의아하기도 했습니다.

 

 여러가지 이야기를 하는 책입니다만 장래의 과학도에게 과학에 대한 마인드를 잡아주는 것이 주목적이 아닌가 합니다. 따라서 과학에 대한 인간의 무지와 그에 따라 가져야할 겸허함, 특정 지식의 반증가능성에 대해서 항상 마음을 열어둘 것을 강조합니다. 파인만은 대단히 자유주의자였고 관료주의와는 늘 담을 쌓고 살았다고 하는데요, 그런 그였기에 이런 이야기들이 더 설득력있게 느껴지는 것 같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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