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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껴쓰기로 연습하는 글쓰기 책
명로진 지음 / 타임POP / 2010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글은 참 매력적인 소통방식이다. 말도 좋지만 글을 통해서 소통하게 되면, 보다 정돈되고 명료한 표현이 가능하며 잘못된 부분은 수정을 할 수 있다. 무엇보다 글을 쓰다보면 자신이 표현하고자 했으나 자각하지 못하고 있던 생각이 떠오르게 되고 자신이 가진 가치관을 돌이켜볼 수 있게 된다. 이 책의 머리말에서 인용된 예화를 보면 하버드 우수 졸업생들이 “어떤 사람이 되고 싶습니까?”라는 질문을 받았을 때 가장 많은 대답이 ‘지금보다 글을 잘 쓰는 사람’이었다고 한다. 글쓰기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었기에 할 수 있는 대답이 아닐까?
모든 것이 그렇듯이 글쓰기 역시 연습을 통해 향상되기 마련이다. 글을 쓰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쓰다 보면 자신의 생각을 정확히 언어로 표현해내는 것이 얼마나 고급스러운 기술인지 깨닫게 된다. 그러한 기술을 터득하고 싶은 욕심은 누구에게나 있지 않을까 한다. 그렇기에 매일 좋은 글을 쓸 수 있는 요령에 대한 다양한 책이 출간되고 있다. 그렇다면 이 책은 어떠한 요령을 알려주고 있을까? 간단한 방법이다. ‘베껴 쓰기’이다.
‘베껴 쓰기’라고? 어릴 때 베껴 쓰기 한 번 안 해본 사람이 있을까? 새삼스레 베껴 쓰기라니? 하지만 생각해보건대 무엇이든 잘 하고 싶은 것이 있으면 반복해서 따라하는 것이 최선이다. 그것도 잘 하는 사람을 흉내 내서 말이다. 글 역시 다를 이유가 없지 않을까? 어른이 되고 사고의 지평이 넓어지면서 도리어 이러한 기본을 잊어버리게 되지 않았나 생각된다. 돌이켜보니 어른이 되고 나서 좋은 책을 접하면 읽을 생각은 하게 되지만 베껴 쓸 생각은 해본 적이 없었다. 좋아, 그럼 이 책은 어떤 식으로 베껴 쓰기를 연습하게 해주려나?
이 책은 3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각 장에서 작가는 우선 짤막하게 ‘글쓰기 해결책’을 제시한다. 간단하고 잘 알법한 것들이지만 쉽게 무시하거나 잊히는 것들이기도 하다. 특히 해결책에서 인용되는 다양한 예들은 제대로 흥미를 돋워주고 있다. 다음으로 근래 출간된 책 중 적절한 부분을 발췌하여 한쪽에서 두 쪽 정도 인용하고 그 옆에 같은 분량의 여백을 두어 직접 베껴 쓰게 한다. 한비야의 ‘지도 밖으로 행군하다’나 신영복의 ‘강의’, 공지영의 ‘수도원 기행’ 등 다양한 종류의 책에서 아름다운 글귀들을 발췌하여 두었기 때문에 쓰다보면 나도 모르게 몰입하게 되었다. 아주 간단한 구조지만 그만큼 효율적인 구조이기도 하지 않은가 생각된다.
그다지 두껍지 않은 이 책 한권을 한번 읽고 ‘써’ 냈다고 해서 단숨에 글쓰기 실력이 급상승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베껴 쓰기의 효과에 대해서 인정하게 되고 시간을 투자할법한 방법임을 자각하게 된다. 좋은 책을 만나 읽어가다 아름다운 글귀를 만났을 때, 내가 준비한 노트를 그 글귀로 채워볼까 한다. 그러다보면 나의 생각으로 그 노트를 채워가는 것도 점점 더 쉬워질 테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