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 쇼크 - 스태그플레이션의 대공습에 대비하라!
비얼리.샹용이 지음, 차혜정 옮김 / 프롬북스 / 2010년 4월
평점 :
절판


30년 전 두 차례에 걸쳐 전 세계 경제를 얼어붙게 한 석유 파동, 10년 전 IMF 사태, 그리고 재작년의 경제 불황 등 경제 공황이 사람들의 마음에 심어준 공포는 상당하다. 특히 한창 성장의 도정에 있던 아시아권 국가들이 일련의 경제 파동으로 겪게 된 충격은 매우 컸다. 고속 성장 중에 있던 중국 역시 예외일 수는 없을 터.. 이 책은 두 명의 중국인 경제학자가 경제 파동의 대표라 할만한 ~플레이션 3형제, 즉 인플레이션디플레이션, 스태그플레이션이 역사 속에서 언제, 어떻게 등장하게 되었으며 현재 어떠한 양상을 보이고 있는가를 서술해낸 책이다.

우리말 제목은 달러 쇼크라 되어있지만 원제는 'The Great Stagflation'이다. 내용과 번역판 제목은 상응한다 하기 어려워 보인다. 달러 쇼크라는 제목은 마치 현재 달러화의 위상과 관련된 문제들을 다룰 것이라는 인상을 주지만, 실제 이 책은 역사적으로 인플레이션이 언제 출현했으며 그 배경은 무엇이었는지, 그리고 그보다 심각한 파괴력을 가지는 스태그플레이션이 어떻게 뒤이어 개념화되었는지를 충실히 그려내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이야기 전개의 중심이 화폐에서 벗어나지 않는다는 점에 있어서 달러 쇼크라는 제목도 설득력을 가지게 될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이 책은 여러모로 경제역사서에 가까우며 그만큼 재미있는 역사적 일화를 많이 소개하고 있다. 이러한 일화들은 하나하나 짜릿하게 재미를 주기도 하고 책 전체의 구성을 단단하게 묶어나가는데도 크게 기여하고 있다. 공동 저작임에도 불구하고 깔끔하게 이야기의 흐름을 끌어가기 때문에 군더더기도 없고 그만큼 읽기도 수월한 편이다. 간혹 경제적 배경지식을 요하는 부분들도 있지만 흐름을 끊을 정도로 난해한 부분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평상시에 경제학의 기본개념을 어느 정도 알고 있었고 가끔 신문 경제면을 들여다보는 사람이라면 충분히 이해가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책의 시작은 화폐의 허구성과 허구성에서 비롯되는 마력으로부터 시작된다. 그리고 역사상 유명한 인플레이션 사건들을 소개하면서 인플레이션은 부가 이동하는 과정임을 보여준다. 특히 현대 화폐발행기가 등장하여 정부가 자유롭게 화폐를 찍어낼 수 있게 되면서 인플레이션은 더욱 빈번하게 발생할 수밖에 없음을 암시한다. 그리고 케인즈와 그의 정책을 중심으로 하여 현대 경제의 고질병이라 할 스태그플레이션이 대두되는 과정을 살펴본다. 그에 대처하는 과정에서 신경제 개념이 등장하게 되고, 이후 경제주기가 사라진 것으로 착각하던 사람들이 거품이 붕괴되면서 더 큰 고통을 받게 되는 일련의 과정을 그려낸다. 결국 경제 주기는 더욱 강력하게 돌아가고 있으며, 세계가 점점 더 복잡해짐에 따라 그에 대한 예측은 더욱 어려워져 감을 지적하며 책은 마무리된다.

이 책은 경제 파동의 문제에 대한 대안을 제시하는 책은 아니다. 자본주의는 궁극적으로 경제 주기에 따라 움직일 수밖에 없으며 경제 주기를 없애는 방법은 커녕 예측하는 방법조차 딱히 찾아내고 있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이 책은 인간의 욕망이 인플레이션을 부추긴 수많은 사례를 보여주면서, 또 소수의 사람들 혹은 국가들이 자신의 이익을 위해 위기를 파국으로 악화시킨 역사적 사례를 보여주면서 본질적으로 현재 체계에서 경제 파동은 불가피한 것임을 보여주고 있다. '문제점을 보다 명백하게 보여주는 것'이 이 책의 목표였던 것이다. 저자가 이끄는대로 문제점을 들여다보다 보면 사실 해결책도 간단하게 떠오르게 된다. 다만 현재의 경제학상으로 그 답이 인간의 본성에 반한다는 것이 근본적인 문제인 것이리라.. 제도를 만들어내는 인간과 인간을 규제하는 제도의 힘.. 꼬리에 꼬리를 물고 돌아가는 뱀처럼 이 문제 역시 끝이 없는 원 안에서 돌고 돌 수밖에 없는 것일까? 너무 작은 것과 너무 큰 것 사이에서 요동치며 다시 한번 생각에 잠겨보게 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노무현은 왜 검찰은 왜 - 박연차 게이트와 법조 출입기자의 188일
박희준 외 지음 / 글로벌콘텐츠 / 2010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노무현 대통령이 서거하신지 이제 1년이 넘었다. 참으로 혼란스럽고 가슴아픈 사건이었음에도, 언제나 그렇듯 시간이 벌써 그 아픔들을 희미하게 만들고 있다. 박연차 게이트와 노 대통령의 자살이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는 아직까지 사람마다 견해차가 큰 듯 하다. 그러나 한 나라의 대통령이 자살로 생을 마감하는 사건은 분명 '전무후무하고 어처구니 없는' 사건으로 역사에 기록될 것임은 확실해 보인다. 동시대에 살았던 사람으로써 '진실'을 말할 수 없을지라도 '사실'에 접근하고 싶은 것은 당연한 욕심이리라. 1년의 시간이 흐른 시점에서 나온 이 책은 노무현 사건의 '사실'을 담아내고자 시도하고 있다. 특히 사건에서 가장 가까이 있었던 법조 출입기자 5명이 힘을 합쳐서 집필한 책이라는 점에서 신뢰도를 높여준다. 

이 책은 노 대통령의 서거 후 상황을 그려내는 것부터 시작한다. 참담한 국민들, 고개 숙인 검찰, 당황하는 기자들... 그들의 모습 위로 시간을 거슬러올라가 박연차 게이트의 시작을 오버랩시킨다. 박연차 리스트의 존재가 드러나고 의혹에 의혹이 쌓인 끝에 마침내 전직 대통령이 검찰청에 서는 과정까지 이 책은 한걸음 한걸음 사건을 그려나간다. 그리고 다시 그의 서거 후로 돌아가 초라하게 수사가 종결되는 과정을 살펴나간다.

전체적으로 대화를 많이 삽입하고 있으며, 사건의 전개가 '기자적'인 눈으로 서술된다는 점을 곳곳에서 확연히 보여주고 있다. 공동 저자가 집필하는 책의 장단점이 이 책에서도 잘 드러난다. 생동감과 현실감을 준다는 점에서는 장점이 되겠고, 문체상의 기품이나 완결된 책으로써의 무게감이 생각보다 약하다는 점은 단점이 되겠다. 곳곳에 배치된 당시의 생생한 사진들은 기억을 되살리는 데에,  그리고 책의 부록으로 들어가있는 대검 중앙수사부의 수사결과 보고서는 읽기를 마무리하며 전체 흐름을 정리하는데 도움이 된다.  

전체적으로 하나하나 사건의 추이를 그려가는데 충실한 책이다. 섣불리 단정적인 평가나 해석을 가미하지 않고 가능한한 사실만 보려 노력하고 있는 점이 돋보인다. 어찌보면 그간의 신문기사들을 모아낸 듯한 인상을 주기도 한다. 다만 기자의 입장에서 쓰여진 책이다보니 당연하다면 당연하게도 기자적인 편향성이 엿보이는 점은 아쉬웠다. 결정적으로 아직은 이 사건의 진실을 논할만큼 사실이 밝혀지지 않은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아직 충분히 시간이 흘러가지 않은 것이리라.. 이러한 책을 쓰는 노력이 필요한 시간을 줄여나가는데 도움이 되리라 기대해볼 뿐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가장 왼쪽에서 가장 아래쪽까지 - B급 좌파 김규항이 말하는 진보와 영성
김규항.지승호 지음 / 알마 / 2010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책의 본문은 다음의 말로 시작된다. - '김규항은 좌파다' - 책에서도 인정하는 바이지만 수많은 정치가, 지식인, 문인 중에서도 그는 단연 최좌측에 놓일만한 정치성향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나 역시 그의 이름을 'B급 좌파'라는 별명과 함께 기억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이런 인물의 진정한 실체는 어떠할지, 특히 그의 삶이 그의 말에 얼마만큼 따라가고 있는지 몹쓸(?) 호기심이 생겼다. 이 책은 인터뷰집만 21권을 펴냈다는 전문 인터뷰어 지승호 씨가 김규항 씨와 나눈 인터뷰를 담은 책이다. 어떤 인물에 대해서 이력을 넘어서는 통찰을 원하는 얻기를 원하는 사람이라면 전기나 평전보다는 대담집이 좋은 선택이 아닐까 한다. 가장 날것의 상태이이니 말이다. 따라서 이 책이라면 '인간 김규항'에 대한 호기심을 충족시켜 줄 수 있을까 생각하며 책장을 넘기기 시작한다. 

............................

마지막장을 덮으며 이 사람, 정말 극좌파 맞아? 라는 생각을 해본다. 자고로 극좌파라면 과격하고 극단적이어야 한다는 상식(?)과는 다르게, 그가 하는 이야기들은 그다지 상식(!)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이 책에서 그는 가족들이 행복하기를 바라는 가장이자 영화와 영성(靈性)에 관심이 많은, 약자의 삶도 행복할 수 있기를 바라는 평범한 사람일 뿐이다. 물론 세상 많은 것들을 계급론과 신자유주의 비판으로 귀결시킨다는 점에서(?) 그의 좌파성은 의심할 바 없다. 그러나 그의 말을 따라가다 보면 계급이라는 것은 낡아빠진 좌파적 관념의 산물이 아니라, 2010년 현재 매일 만나게 되는 현실임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신자유주의가 우리 삶에 얼마나 깊이 파고들어와 있는지는 오늘자 신문만 펴봐도 알 일이고 말이다. 어떤 주장이든 균형감각을 잃지 않는 것이라면, 그리고 그 말이 다른 사람의 입을 막고 혼자 떠들어대려는 사람의 입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면 당연히 귀기울여 들을만한 가치가 있는 것이다. 그것이 민주주의이기도 하고 말이다. 무엇보다 교육과 종교 문제에서 보여지는 그의 주장은 독창적이면서도 설득력이 있어 귀기울여 들을 만하다. 현정권에 대한 비판 역시 흥미롭다. 보통의 공격과는 방향성 자체가 다르기 때문이다. 

전체적으로 거부감을 줄이기 위해 지나치게 정제된 점은 오히려 아쉬웠다. 대화 중에 딴지를 걸어주었다면 김규항 씨의 생각이 더 잘 드러날 것 같은 부분에서도 지승호 씨가 줄곧 고개를 끄덕이기 때문이다. 의도적인 딴지 역시 인터뷰어의 중요한 자질이라 생각하는데, 김규항 씨의 인간적 면모를 드러내는데 장애가 되지 않도록 절제하고 있는 같다. 아무튼 그러다보니 거부감이 느껴지는 부분은 거의 없지 않을까 생각된다. 거부감이 느껴지는 부분이 있다면 '그'가 아니라 '진실'쪽이 아닐까 싶다. 상하좌우,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그다지 보고 싶어하지 않는 진실을 눈앞에 들이대는 김규항. 인생 피곤하게 사는 순진한 사람일지도 모르겠지만 그런 그에게서 소크라테스의 등에를 떠올리게 된다. 우리가 잠들지 않도록 계속 쏘아대는 등에 말이다... 

이 책에 나오는 두가지 일화를 인용하며 글을 마칠까 한다. 

P.155  ... 그때 앞에 앉은 한 학생을 지목해서 ... 이렇게 물었어요. "어떤 사람들은 '세상이 바뀌려면 사회구조를 바꾸어야 한다'고 하고, 또 어떤 사람들은 '세상이 바뀌려면 내가 바뀌어야 한다'고 하는데 어떻게 생각해요?" 그 학생은 잠시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둘 다 변해야 하는 것 아닌가요?" 했어요. 눈물이 날 뻔했습니다. 

P.220 ... 제주도 해녀할머니들이 나와요. ... 인터뷰어가 그 중 연세가 많아 보이는 팔십 대 할머니에게 물어요. "할머니, 스쿠버 장비를 사용하면 훨씬 편하시잖아요?" "그럼 편하지. 혼자서 100명 몫은 하지." "그런데 왜 안 쓰세요? 힘드신데." 그러니까 할머니가 대답하길 "내가 그걸 쓰면 나머지 99명은 어떻게 살라고?"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베껴쓰기로 연습하는 글쓰기 책
명로진 지음 / 타임POP / 2010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글은 참 매력적인 소통방식이다. 말도 좋지만 글을 통해서 소통하게 되면, 보다 정돈되고 명료한 표현이 가능하며 잘못된 부분은 수정을 할 수 있다. 무엇보다 글을 쓰다보면 자신이 표현하고자 했으나 자각하지 못하고 있던 생각이 떠오르게 되고 자신이 가진 가치관을 돌이켜볼 수 있게 된다. 이 책의 머리말에서 인용된 예화를 보면 하버드 우수 졸업생들이 “어떤 사람이 되고 싶습니까?”라는 질문을 받았을 때 가장 많은 대답이 ‘지금보다 글을 잘 쓰는 사람’이었다고 한다. 글쓰기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었기에 할 수 있는 대답이 아닐까? 

모든 것이 그렇듯이 글쓰기 역시 연습을 통해 향상되기 마련이다. 글을 쓰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쓰다 보면 자신의 생각을 정확히 언어로 표현해내는 것이 얼마나 고급스러운 기술인지 깨닫게 된다. 그러한 기술을 터득하고 싶은 욕심은 누구에게나 있지 않을까 한다. 그렇기에 매일 좋은 글을 쓸 수 있는 요령에 대한 다양한 책이 출간되고 있다. 그렇다면 이 책은 어떠한 요령을 알려주고 있을까? 간단한 방법이다. ‘베껴 쓰기’이다.

‘베껴 쓰기’라고? 어릴 때 베껴 쓰기 한 번 안 해본 사람이 있을까? 새삼스레 베껴 쓰기라니? 하지만 생각해보건대 무엇이든 잘 하고 싶은 것이 있으면 반복해서 따라하는 것이 최선이다. 그것도 잘 하는 사람을 흉내 내서 말이다. 글 역시 다를 이유가 없지 않을까? 어른이 되고 사고의 지평이 넓어지면서 도리어 이러한 기본을 잊어버리게 되지 않았나 생각된다. 돌이켜보니 어른이 되고 나서 좋은 책을 접하면 읽을 생각은 하게 되지만 베껴 쓸 생각은 해본 적이 없었다. 좋아, 그럼 이 책은 어떤 식으로 베껴 쓰기를 연습하게 해주려나?

이 책은 3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각 장에서 작가는 우선 짤막하게 ‘글쓰기 해결책’을 제시한다. 간단하고 잘 알법한 것들이지만 쉽게 무시하거나 잊히는 것들이기도 하다. 특히 해결책에서 인용되는 다양한 예들은 제대로 흥미를 돋워주고 있다. 다음으로 근래 출간된 책 중 적절한 부분을 발췌하여 한쪽에서 두 쪽 정도 인용하고 그 옆에 같은 분량의 여백을 두어 직접 베껴 쓰게 한다. 한비야의 ‘지도 밖으로 행군하다’나 신영복의 ‘강의’, 공지영의 ‘수도원 기행’ 등 다양한 종류의 책에서 아름다운 글귀들을 발췌하여 두었기 때문에 쓰다보면 나도 모르게 몰입하게 되었다. 아주 간단한 구조지만 그만큼 효율적인 구조이기도 하지 않은가 생각된다. 

그다지 두껍지 않은 이 책 한권을 한번 읽고 ‘써’ 냈다고 해서 단숨에 글쓰기 실력이 급상승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베껴 쓰기의 효과에 대해서 인정하게 되고 시간을 투자할법한 방법임을 자각하게 된다. 좋은 책을 만나 읽어가다 아름다운 글귀를 만났을 때, 내가 준비한 노트를 그 글귀로 채워볼까 한다. 그러다보면 나의 생각으로 그 노트를 채워가는 것도 점점 더 쉬워질 테니 말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왜 똑똑한 사람이 어리석은 결정을 내릴까? - 의사결정에 관한 행동경제학의 놀라운 진실
마이클 모부신 지음, 김정주 옮김 / 청림출판 / 2010년 3월
평점 :
품절


'왜 똑똑한 사람이 어리석은 결정을 내릴까?' 도발적인 제목이다. 표지에는 으깨져 쪼개진 토마토가 담겨 있다. 자극적인 표지이다. 도발적인 제목을 다는 책은 신뢰하지 않는 편인지라 일단 한걸음 물러선다. 번역서는 원제와는 딴판인 자극적인 제목을 붙이는 경우가 많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일단 원제를 확인해보았다. 'Think Twice' '두 번 생각하라' 평범한 제목이다. 어쩌면 좋은 책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오옷, 의외로 저자가 경제학 교수이다. 다시 한걸음 다가간다. 그런데 행동경제학이라.. 혹시 자기개발서인 것은 아닐까? 목차와 머릿말을 읽어본다. 자기개발서라기 보다는 괴짜 경제학과 비슷한 부류의 책인 듯 하다. 괴짜 경제학 정말 재미있게 읽었었지.. OK, 선택했다. 읽어보자! 

내가 이 책을 읽기까지의 선택지를 열거해보았다. 인간의 삶은 선택의 연속이다. 하지만 과연 그 선택 중에서 옳은 것은 얼마나 될까? 우리는 대부분 우리가 내리는 선택을 옳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옳지 않다고 생각했다면 그런 선택을 내릴 리 없으니 당연하다면 당연한 말이기도 하다. 게다가 그 선택의 결과가 옳지 못한 것이었음이 밝혀진 후에도 '운이 없었다' '알려지지 않은 변인이 있었다'는 식으로 자기정당화를 하기에 여념이 없다. 이 책의 저자는 이와 같은 근거없는 자신감이 잘못된 선택을 내리게 만드는 가장 큰 원인이라고 한다.  

이 책의 전체적인 구조는 자기개발서의 그것에 가깝고 내용은 경제학, 심리학 학술서에 가깝다. 각 장은 그 장의 주제와 관련된 잘못된 선택의 실례를 드는 것으로 시작된다. 그리고 다양한 실험결과와 통계자료로 그러한 실패의 원인을 분석해본다. 마지막으로 그러한 실패를 방지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하며 마무리짓는다. 이렇게 설명하니 재미없게 들릴지 모르겠으나, 실제로는 상당히 재미있게 읽히는 책이다.  

일단 전복의 재미가 있다. 예컨대 이 책의 3장은 '전문가보다 우수한 대중'이라는 제목을 달고 있다. 지식이 힘이 되는 현대 사회에서 전문가라는 이름에 담긴 권력이 얼마나 막강한지는 두말할나위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 책은 대중의 지혜와 컴퓨터의 성능이 향상됨에 따라 전문가들의 예측 능력이 감소하고 있음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특히 각종 예화들에서 보여지는 전문가들의 실패담은 굴욕이라 하기에 부족함이 없다.(물론 규칙성이 지배하는 영역에서 넓은 범위의 결과가 필요한 경우에는 여전히 전문가의 능력이 유효함을 변호하고 있기는 하지만...) 이처럼 저자는 일반적인 지적 능력과 오류없는 결정 능력에는 상관관계가 없음을 입증하며 올바른 결정을 내리는 능력은 학습과 훈련에 획득되는 것임을 강조하고 있다. 

그리고 이 책이 들고 있는 예화가 하나같이 흥미진진하며 이야기를 풀어가는 저자의 입담도 상당하다. 예를 들어 1장은 경주마 빅 브라운에 대한 대중의 지나친 낙관이 어떠한 결과에 맞닥드리게 되었는지 보여준다. 5장은 독일 음악이 연주되는 매장에서는 독일 와인을 사고 프랑스 음악이 연주되는 매장에서는 독일 와인을 사는 사람들의 경향을 통계자료로 보여주면서, 그러한 통계자료를 직접 보고 난 뒤에도 자신의 결정은 순전히 자유 의지로 이뤄진 것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덧붙여 보여준다. 이처럼 재미있는 예화는 미국식 유머를 적절히 구사하는 작가의 입담을 통해 더욱 재미있게 가공되어 독자를 끌어당긴다. 

책장을 덮고 나니 살짝 걱정이 된다. 이 책에 따르면 잘못된 결정은 인간의 본성과 자연법칙에서 기인한다는 인상을 받게 된다. 실패를 피하기 위해서 이 책이 제시한 방법들은 아주 오랜 체화의 과정을 거친 후에야 익힐 수 있는 것들이고, 그 방법들을 다 익힌 사람이라도 운이 없으면 실패를 피할 길이 없다. 인간 능력의 한계야 당연한 것이고 누구나 인정하는 것이니만치 새삼 부정할 것은 없겠으나, 진실이라도 적나라하게 눈앞에 들이대면 입맛이 쓰기 마련이다. 특히 인간의 낙천성이 오류의 가장 큰 원인 중 하나라는 것은 서글플 정도이다. 그런 낙천성이 없었다면 살맛도 없지 않으려라 딴지를 걸고 싶어지기도 한다. 하지만 좋은 약은 입에 쓴 법이라고 받아들일 것은 받아들여야겠지.. 이 세상에 잘못된 결정을 내리기 원하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반복된 실패는 자신에게 해악이 됨은 물론 주변 사람들에게도 커다란 민폐가 되니 말이다. 오히려 쓰디쓴 약에 당의를 잘 입혀낸 작가에게 고마움을 표하며, 소개된 방법들을 익히고자 노력해봐야겠다. 

결론 : 이 책을 읽기로 결정한 것은 좋은 선택이었다^^ 

* 전체적인 번역은 훌륭하나 중간 중간 오타나 잘못된 띄어쓰기가 눈에 보인다. 이 정도 책이라면 2쇄도 나오지 않을까 생각되는데 부디 수정되어 완성도를 높여주길 바래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