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에서 꺼낸 여행 - 프랑스, 영국, 미국으로 떠나는 수학문화 기행
안소정 지음 / 휴머니스트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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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휴머니스트에서는 나오는 책은 간간히 체크하는 편인데, 5년쯤 전에 '배낭에서 꺼낸 수학'이라는 책이 나왔던 것은 놓쳤었나 봅니다. 그 책은 이집트, 그리스, 이탈리아 등을 여행하면서 고대 수학사를 둘러보는 책이었던 모양이네요. 그 책이 반응이 괜찮았고 그래서 이번에 후속작이 나오게 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후속작의 제목을 세련되게 잘 뽑았다는 첫인상이 들던데요, 후속작답게 이번 책은 프랑스, 영국, 미국 등을 거닐면서 근대 이후의 수학사를 살펴보고 있습니다. 굳이 순서를 이렇게 둔 것도 흐름을 따라가고자 하는 의도가 반영된 것이었겠지요.



 책으로 들어가보자면 여행기와 수학의 이야기가 반반 정도 됩니다. 여행기 부분은 개인적인 체험을 이야기하는 부분은 거의 없고요, 도시 소개라던지, 역사적 사적이나 명소를 소개하는 것이 중심이 된다고 하겠습니다. 이것이 에피타이저 삼아 먼저 나오고요, 수학사의 이야기는 그에 연결되어 소개되고 있지요. 예상했던 것 이상으로 아름다운 풍광 사진이 듬뿍 실려 있어 눈이 즐겁더라고요. 반면 살짝 의아했던 것은, 왠지 몰라도 수학 기호나 그래프는 손으로 그린 그림이 꽤 많았다는 것입니다. 정겨워보일 수도 있겠지만 개인적으로는 '굳이?'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의도된 것이라면 말이지요.



 프랑스, 영국, 미국의 이야기가 책을 삼분하며 차례로 펼쳐집니다만, 저는 처음에 실렸던 프랑스 부분이 제일 흥미로웠던 것 같습니다. 근대 수학이 어떻게 시작되어 펼쳐져가는가가 가장 명확하게 드러나는 부분이었다는 소감입니다. 프랑스 혁명이라는 상황과 그런 상황이 수학자에게 무엇을 요청하는지, 그리고 수학자들은 그러한 요청에 어떻게 응답했는지를 읽어가는 재미가 쏠쏠하더라고요. 카르노, 콩도르세, 푸리에, 라그랑주, 라플라스, 르장드르 등 그 많은 수학자들이 무엇을 연구하며 어떻게 살다 죽어가는지는 길지 않은 분량 속에서도 충분히 흥미롭게 읽혔습니다. 갈루아의 생애 이야기야 언제 들어도 극적이고요. 영국 편에서는 역시 뉴턴과 라이프니츠의 이야기와 본초 자오선 이야기가 흥미롭더군요. 미국 편은 역사와는 살짝 거리를 둔다는 인상이고요, 현대 수학의 흥미로운 개념이나 문제거리 등을 소개하고 있더군요. 프랙털, 위상수학, 4색 문제 등 말이지요.



 책을 다 보고 난 소감을 솔직히 말하자면, 아쉬운 점이 많았습니다. 첫번째로 아쉬웠던 점은 저자 분의 문투였습니다. 워낙 여행기와의 결합이라는 발상이 좋아서 책의 분위기를 달리 만들어주고는 있습니다만, 역시 부분부분 딱딱해질 수밖에 없는 수학을 다루는 책인 것은 변함없지요. 그런데 저자 분의 문투가 너무나 건조하고 딱딱하네요. 기름기 쫙 빼고 흘러가니 읽다보면 목이 타더군요. 충분히 유머러스하게 서술할 수 있는 소재조차 건조하게 읊조리니 맛이 살아나질 않았습니다. 특히 주 독자 대상 연령대가 그리 높지는 않을 책이기 때문에 이 부분은 손해가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이렇게 이야기는 해도 어쩔 수 없는 부분인 것도 사실인지라, 독자 쪽에서 호흡을 조절하며 읽어가는 것이 해답일 듯 하네요. 



 두번째 아쉬웠던 점은 머릿글에서 미리 암시되어 있더군요. 저자분께서 이미 이 책의 약점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계셨던 모양입니다. '여행기를 기대한 독자에게는 복잡한 수학 이야기가 실망을 불러일으키고, 수학의 역사를 제대로 보려던 독자에게는 내용이 부족하다는 불평을 터트리게 할지도 모르겠다.' 머릿글에서 이렇게 이야기하고 계시더라고요. 그런 어려운 점을 감안하더라도 조금은 더 만족스러울 여지가 있었는데 하는 생각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네요. 이 책의 예상독자들이 이 책에 기대하는 바는, 여행기보다는 수학의 역사일 것이 당연해 보입니다. 그런데 책에 담긴 수학사적인 내용은 스쳐지나가는 정도에 불과했습니다. 책의 권수나 분량을 늘리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울 수 있었을 테지만, 그랬다면 여행기에 할당된 양을 줄였다면 어땠을지요. 아니면 아예 책에 소개되는 수학사 항목들을 줄이고 항목당 양을 늘리는 쪽이 훨씬 흥미를 끌기 좋았을수도 있었겠고요. 어차피 체계적으로 수학사를 따라가는 책은 아니니만큼 충분히 가능한 선택이었다고 봅니다. 사실 미국 부분은 일반적인 의미의 수학사를 다룬 파트가 아니었던지라, 이 부분을 다 들어내고 프랑스와 영국에만 집중했다면 훨씬 알차다는 느낌을 받았을 것 같네요. 아쉬움이 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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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가 미안하다고 전해달랬어요
프레드릭 배크만 지음, 이은선 옮김 / 다산책방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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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년에 출간된 소설 중에서 독자들에게 가장 사랑받은 소설을 꼽아보면 '오베라는 남자'가 빠지지 않을 것 같습니다. 다소 낯선 스웨덴 작가의 작품인데다 처녀작인 이 소설이 큰 사랑을 받은 것은 뜻밖이기도 했습니다. 물론 처녀작이 작가의 최고의 작품이었던 예가 왕왕 있기는 합니다만.. 아무튼 이 소설의 경우 유머와 감동의 조화라는, 가장 어필하기 좋지만 성공하기는 어려운 목표를 달성했다는 것이 판매량으로 증명된 케이스가 아닐까 합니다. 영화도 곧 개봉한다는 것 같고 말이죠. 그리고 거의 1년이 되어가는 시점에 후속작이 나왔네요. 그런데 이 작품도 제목이 제법 길어요. 그러고보니 예전에 이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도 같은 작가가 쓴 소설인 줄 알았던 것이 떠오르네요. 표지 디자인도 묘하게 비슷한 분위기라 말이죠. 알고 보니 두 작가 모두 스웨덴 출신이더라고요. 스위스에서는 이런 식의 제목이 유행인 것일까요?



 소설의 분위기는 전작과 비슷한 면이 있습니다. 블랙 유머를 깔고 감동을 더해가는 방식이거든요. 그 중심에 있는 것이 화자인 7살 소녀 엘사와 그녀의 할머니입니다. 둘 다 말하자면 괴짜라고 할 수 있겠는데요, 그래서인지 오히려 더욱 의기투합하여 사고를 치고 다니면서 정을 쌓아갑니다. 실은 지나치게 어른스러운데다 개성이 강한 엘사가 학교에서 왕따를 당하는 것을 알고, 할머니가 감싸고 위로해주는 경우도 많은 것이죠. 저는 이 소설의 이 둘의 이야기로 이어져갈 줄 알았는데요, 알고 보면 할머니는 초반부에 세상을 뜨게 됩니다. 가장 든든한 조력자이자 사랑하는 할머니를 잃고 슬픔에 빠진 소녀에게 할머니의 편지가 남겨집니다. 그것을 전달해가는 것이 소설의 실마리가 되어 이야기가 풀려가는 것이죠.


 할머니는 엘사에게 상상의 세계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들려주었는데요, 그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은 사실 현실 세계에 해당하는 인물들이 있었습니다. 그 인물들이 바로 할머니가 남긴 편지의 수신인이었던 것이죠. 그리고 그 인물들은 멀리 있는 이들도 아니었습니다. 같은 건물 안에서 사는 이웃들이었던 것입니다. 애초에 이들이 한 건물에 살고 있는 것도 할머니와의 인연 때문이었던 것이고, 그들 간의 얽히고 섥혀진 인생사가 소설이 진행되면서 조금씩 밝혀집니다. 그것을 통해서 엘사는 사람을, 세상을 조금씩 더 넓게 이해하고 성장하게 되는 것이지요. 하나씩 비밀이 밝혀지고 이어지지 않던 점이 선으로 이어지는 방식은 언제나 성공적으로 독자의 흥미를 끌어들이는 방법이 아닌가 합니다.



 숨겨진 이야기가 하나씩 드러나고 할머니의 마지막 편지 속 내용이 드러나면서 눈물샘을 자극합니다만, 저에게는 다소 아쉬움이 느껴지는 부분이 적지 않은 소설이었습니다. 확실히 작가가 개성있는 캐릭터를 만들어내는 능력은 여전히 뛰어납니다. 특히 블랙 유머를 더하여 우스꽝스럽게 묘사해내는 인물상을 보는 재미는 상당히 쏠쏠했거든요. 그런데 한정된 지면 속에서 많은 이들이 등장하고 그들 각자의 사정이 밝혀지다 보니, 각 인물의 이야기가 큰 흐름 속에 잘 녹아나고 있지를 못합니다.


 예컨대 심술궂고 간섭쟁이인 이웃집 여자 브릿마리가 밉살스럽게 치고 빠지는(?) 장면들을 보노라면 나도 짜증이 날 정도였지요. 하지만 알고 보면 그러한 비뚤어짐 뒤에는 남편으로부터 사랑받지 못한 여자의 상처가 숨어 있었죠. 그리고 그녀의 선한 면은 위기의 상황에서 겉으로 드러납니다. 타인의 상처를 알게 되면 그를 이해하고 존중하여 대할 수 있는 법이기는 합니다만, 이야기의 흐름이 작위적이라고 느껴지는 것도 사실입니다. 



 개성있는 인물 설정 자체가 근본적으로 부자연스러운 효과를 낳는 면도 있네요. 화자인 엘사는 7살 짜리 아이입니다만 대단히 똑똑하고 창의적인 아이입니다. 1인칭 소설이고 보면, 그렇지 않고서야 이야기를 끌어가는 화자로 설정할 수가 없었겠지요.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할머니가 만들어낸 상상의 세계를 그대로 추종하는 아이다운 모습도 보여줍니다. 물론 한 면에서는 어른스럽지만 다른 면에서는 극히 어린이다운 사람은, 특히 소설에서는, 자주 볼 수 있긴 합니다. 하지만 이 소설 속에서는 그 낙차가 지나치게 큽니다. 화자이자 주인공이기에 끊임없이 표현하게 되는 내면은 너무 깊으나, 행동 양식은 너무 어려서 내내 거슬립니다. 


 할머니도 마찬가지지요. 괴짜스런 할머니의 장난과 거칠고 투박한 언행은 그 캐릭터를 재미있게 만들고 자유분방하면서도 솔직한 정신을 드러내기에는 효과적일 것입니다. 하지만 서서히 할머니의 과거가 밝혀지면서 아귀가 맞지 않는다는 느낌을 주는 설정들이 있습니다. 예컨대 할머니가 알고 보면 상당히 지적인 인물이고 직업이 의사였다는 것이 밝혀지게 되는데요, 그럼에도 맞춤법은 엉망진창이고 입만 열면 욕설을 쏟아낸다는 설정은, 있을 수는 있지만 자연스럽게 느껴지지는 않았습니다. 



 말하자면 캐릭터가 강하게 부각되는 소설이라는 점이 장점이자 단점인 책이었습니다. 강렬한 캐릭터들에 비해 그들을 짜맞추는 얼개는 다듬어지지 않았다는 인상을 주는 부분이 많았어요. 개인적으로 매끈한 플롯을 좋아하는 저로써는 이 소설의 거친 면들이 자꾸만 눈에 들어와서 몰입을 방해하더군요. 전작인 '오베라는 남자'에 견주어봐도 집중도에서 아쉬운 감이 컸고요. 물론 전작이 워낙 대성공이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낙차가 크게 느껴진 측면도 있을 것입니다. 전작이 뛰어날수록 소포모어 징크스의 함정에 빠질 확률이 커지는 것도 당연한 일이겠지요. 좀 더 가다듬어진 차기작을 기대해볼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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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미너리스 1
엘리너 캐턴 지음, 김지원 옮김 / 다산책방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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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커 상 수상작은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있는 성향의 작품이 많아서인지 인지도만큼 인기도 높은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도 수상작이 알려지면 이름은 기억해두는 편이고요. 2013년에 상당히 젊은 작가가 황도 12궁에 정교하게 짜맞춘 소설로 부커 상을 수상했다는 기사를 봤던 기억이 있는데요, 그 작품 '루미너리스'가 2년이 지나 출간되었네요. 분량이 상당한 책이니 번역도 오래 걸렸나 싶은 생각도 해봅니다. 1권이 520쪽, 2권이 670쪽 정도 되니까 합치면 1200쪽 정도 되는군요. 1, 2권 분량이 꽤 차이가 나기도 하는데요, 구조상 1부, 2부를 각 한 권씩 만들었기 때문이더군요. (1권이 2권보다 500원 싸기도~ )

 

 이런 소설의 경우 장르를 딱 규정하기에 쉽지 않습니다만, 플롯상으로 보면 미스터리라고 봐야할 듯 합니다.. 크로스비 웰스라는 남자가 시체로 발견되고 그 집에서 금덩어리가 발견되면서 사건이 시작되거든요. 사건과 관련된 11명의 남자가 호텔에 모여 그것을 해명하려 하는데요, 그 자리에 무디라는 젊은이가 우연히 끼어들고 그에게 자신들이 아는 사건의 면모를 설명해주는 것이 1부입니다. 이 12명은 황도 12궁으로 상징되며, 이 외의 인물들도 행성으로 상징되어 서로 얽혀들지요. 각 챕터의 소제목도 그런 얽혀듬을 반영하고 있고요.



 이런 설정으로도 예상되겠지만 각 인물의 성격은 점성술에 맞추어 설정되고 있습니다. 인물과 인물의 만남도 점성술에 따른 운세와 관련하여 전개되는 듯 하고요. 그런데 문제는 제가 점성술을 전혀 모른다는 점이겠습니다. 작품 내에서 각 인물의 성격이 인물의 출신 및 과거와 관련되어 일일이 서술되다시피 하고 있습니다만, 기본적으로 점성술을 아는 사람과 모르는 사람이 이 작품을 읽을 때의 재미는 크게 차이가 날 수밖에 없으리라 생각됩니다. 어쨌든 인물의 성격 뿐 아니라 전개까지 점성술과 연계되어 있으니 말입니다. 아무래도 서구인들은 우리보다 점성술에 익숙하기 때문에 이 작품에서 더 큰 매력을 느꼈을 것 같다는 추정도 하게 되는데요, 바꿔 말하자면 비서구권 독자에게 어필하기에는 장애가 될 수 있지 않나 싶기도 합니다.


 이 부분이 크다고 느껴지는 것은, 이 책이 미스터리 플롯을 사용하고 있긴 합니다만 전형적인 미스터리 구성과는 꽤 거리를 두고 있기 때문입니다. 1권을 읽어가면서 저는 1부가 추리 소설에서의 문제편에 해당하는 것 아닌가 생각했었습니다. 특히 무디라는 인물의 등장은 소위 앉은뱅이 탐정의 역할을 기대하게 만들기도 했고요. 하지만 2부로 넘어가보면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무디가 자기 입으로 말하기도 합니다만, 등장인물들은 사건을 총체적으로 해결하려는 의지나 능력이 없습니다. 그저 인물들이 서로 교차되어 만나고 대화를 나누는 과정에서, 독자가 인물들의 관계를 회상식으로 알아가게 되는 것입니다. 물론 조금씩 조금씩 과거가 밝혀지면서 그것을 이해해가는 과정이 흥미를 주기 때문에 후반부로 갈수록 재밌다고 느껴지기는 합니다. 무디가 재판에서 변호사로 활약하는 장면도 흥미롭고요. 다만 이 재판이 해결과는 거리와 있기 때문에 클라이맥스의 역할을 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서사적으로 대단한 재미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것이죠.


 이 소설은 1860년대 뉴질랜드를 배경으로 하고 있고 다양한 인물이 등장하기 때문에 서사적이리라 예상하게 됩니다만, 실제로는 그런 성격은 약한 편입니다. 작품 뒷부분에 가서야 깨닫게 됩니다만, 어쨌든 플롯 자체를 보자면 간명하다고 할 수밖에 없습니다. 전개 과정에서 아귀가 잘 맞지 않고 우연도 많습니다. 영적인 요소까지 가미되니 말입니다. 추정컨대 그런 느슨함을 필연적으로 묶어주는 것이 점성술에 기반한 구조가 아닐까 싶은데요, 말했다시피 저는 점성술에 무지하다보니 이것이 그대로 아쉬움으로 느껴질 수밖에 없더군요.



 구조가 서사를 뒷받침한다고 말했습니다만, 다시 생각해보니, 구조를 위해 서사가 활용되었다는 것이 정확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작가가 구조에 얼마나 심혈을 기울였는지는 저같은 둔감한 독자에게도 느껴질 정도였습니다.(저는 어쨌든 서사, 하다못해 묘사라도 있어야 반응하는 타입이거든요.) 황도 12궁의 원형에 기반하여 소설은 나선형으로 상승하여 완성되어 갑니다. 각 챕터의 제목은 물론이고 점차로 줄어들어가는  분량, 별자리와 행성으로 상징되는 인물의 묘사와 그 교차로 인해 발생하는 이벤트들까지, 치밀하기 그지없지요. 한 장 분량으로 완벽하게 수렴되는 책의 최종 1장은 구조에 반응하는 이들에게는 대단한 짜릿함을 안겨주었으리라 예상됩니다. 다만 제가 구조에 반응하는 타입이 아니었다는 게....


 덧붙이자면, 기본 플롯은 간단할지 몰라도 세부적으로 묘사된 인물과 사건의 얽히고 섥힘은 복잡하기 그지없습니다. 이 책은 친절한 편인 것이, 권두에 등장인물들을 몰아서 소개해주고 있고 각 챕터 앞에 별자리와 행성의 만남을 그림으로 일일히 보여주고 있어 다행이었습니다. 좀처럼 사람 이름을 기억 못하는데다 책을 찔끔찔끔 나누어 읽는 저같은 독자에게는 꼭 필요한 서비스죠. 그래도 헷갈려서 결국에는 점성술에 대해 인터넷에서 검색해보고 나름 표까지 만들어볼 수밖에 없었습니다만~  아무래도 한번 더 읽어봐야 놓친 매듭들을 다시 묶을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여러모로 쉽게 읽을 수 있는 책은 아니라고 하겠습니다.


 14년 수상작인 The Narrow Road to the Deep North와 15년 수상작인 A Brief History of Seven Killings는 그러면 내년, 내후년에 나오려나요? 둘 다 역사물의 성격을 가지는 것으로 알고 있어서, 개인적으로 더 기대가 되는데요, 빠른 출간을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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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유럽 신화 - 바이킹의 신들 현대지성 클래식 5
케빈 크로슬리-홀런드 지음, 서미석 옮김 / 현대지성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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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릴 적 취향이 그대로 간다고, 신화에 대한 관심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네요. 깊이 있게 파고드는 수준까지 읽어가지는 못했습니다만 그리스 신화부터 시작하여 우리나라, 북유럽, 인도, 인디언, 일본, 동남아 신화 등 신화에 대한 책은 대부분 눈에 들어오면 즐겁게 읽어내려가게 됩니다. 북유럽 신화는 사실 처음 접한 것은 꽤 오래 전입니다만 한동안 잊고 지내다가 이번에 다시 한번 예전 기억을 떠올리며 읽어가게 되었네요. 



 근래 북유럽 신화 하면 떠오르는 것은 역시 바그너의 오페라와 영화 토르겠네요. 바그너의 오페라의 경우, 북유럽 신화를 그대로 가져다 쓴 것은 아니지만 특유의 정서로 극대화한 웅장한 서사미를 원본 이상으로 강조하여 보여주는 예가 아닐까 싶네요. 영화 토르는 물론 캐쥬얼해지고 액션이 강화된 신화의 또다른 변주일테고요. 방식은 달라도 북유럽 신화의 매력을 엿볼 수 있는 기회일 테고요. 사실 북유럽 신화는 상당히 유명한 편에 속하고 매력적인 서사를 담고 있음에도 상대적으로 출간된 책은 드물었다는 인상이 있습니다. 번역의 아쉬움도 자주 느껴왔고요. 신화라는 장르가 이름값에 비해서는 본격적으로 읽히는 장르는 아닌가보다 싶기도 해요. 알고 있는 것 같지만 사실 잘 모르는 것의 대표적인 예라고나 할까요?



 시리즈물의 한 편으로 출간된 책입니다만 일단 이 책은 북유럽 신화를 상당히 잘 보이게 드러내주는 책이라 반가웠습니다. 신화에 있어 세계관의 중요성이야 말할 나위 없을 텐데요, 이 책은 서문을 통해서 북유럽 신화의 세계관을 상당히 자세히 제시하는 것으로 책을 시작하고 있습니다. 기억을 돌이켜보면 처음 북유럽 신화를 읽었을 때, 그리스 신화와 달리 거칠고 야성적인데다 파편화가 심하다는 인상을 받았더랬습니다. 그것을 머릿 속에서 정리해서 어떤 필연성 같은 것을 느끼는데는 제법 시간이 걸렸고요. 만약 이 책에서처럼 세계관을 머리에 담아두고 시작할 수 있게 준비하고 이야기를 읽어간다면 한결 수월한 과정이었을 거라는 생각이 드네요.



 다시 읽어봐도 북유럽 신화에서 로키라는 신이 보여주는 다양한 면모는 참으로 신비로울 정도입니다. 선과 악을 오가는 그의 행동 양식은 현대의 실리주의자의 행동으로 보일만큼 이기적이면서도 흥미롭습니다. 그에 비하면 다른 신들은 순박하기 그지없다는 생각을 하게 되지요. 라그나로크를 가져 오는 것이 외부의 적이라기보다는 내부의 적에 가까운 로키라는 점을 보면 북유럽에 살던 사람들은 겉으로는 소박해보일지라도 냉철하기 그지없는 인식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을 떠올리게 됩니다. 심지어 영화 속에 나오는 로키조차 본래 신화의 로키에 비견해보면 이해하기 쉬울 정도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북유럽 신화의 주인공은 결국 로키를 주인공으로 한 일대기처럼 읽히기도 하는데요, 로키의 일대기에 집중하는 것이 다소 산만한 북유럽 신화를 정리하며 읽어낼 수 있는 요령이 아닐까 싶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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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다 읽는 19금 영문법 19금 영문법 시리즈
이수련 지음 / 완두북스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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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금'이라는 단어가 떡 하니 들어가있는 책은 자주 보기 힘들지요. 특히 학습서라면 더욱 그렇겠고요. 그래서 '19금'과 '영문법'이라는 말이 함께 들어가있는 제목이 흥미를 끌더군요. 알고 보면 이 책은 3권 시리즈로 기획된 영문법 도서의 2번째 책이라고 합니다. 1권을 보지 못해서 궁금증에 온라인 서점의 미리보기를 활용해보니 발음과 5문형의 두 가지만 다루었더라고요. 문형의 중요성이야 영어 공부를 해본 사람일수록 더 잘아는 부분이겠습니다만, 한 권을 통째로 문형에 할당하는 책은 정말 드물지요. 저자의 집필 방향성을 잘 알 수 있는 부분이 아닐까 해요. 기본적인 것을 확실히 각인시키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신념을 가지고 있는 것이겠지요. 19금 서술(?) 역시 그러한 각인 효과를 극대화시키기 위한 수단인 것이겠고요.


 사실 19금적인 서술을 빼면 책의 구성은 정통적인 문법책의 그것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 책에서는 8품사를 차례로 소개한 뒤 관계사와 시제를 알려주고 있습니다. 아마도 다음에 나올 3권에서는 수동태, 분사 그리고 접속사와 전치사 등을 소개하지 않을까요? 내용도 상당히 꼼꼼합니다. 예컨대 관사의 구분 사용은 상당히 복잡하고 까다로운 부분이 있어 적당히 넘어가는 책도 적잖은데요, 이 책에서는 예상 이상으로 자세하게 설명하고 있더라고요. 다양한 예를 들어가면서 말이죠. 애초 3권으로 기획하여 충분한 분량을 예비해두었기 때문에 가능한 부분이기도 할 것 같아요. 한편으로는 그렇게 여유가 있기에 영화나 시사 상식 등 소소한 에피소드들을 많이 끌어들이고 있는지라 사람에 따라서는 산만하다 느낄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제가 보기에는 영문법을 하나하나 기억하면서 차분히 읽어가라고 쓰여진 책이 아니기 때문에, 주루룩 읽으면서 맥을 따라가기에는 다소 산만해보이는 이런 방식이 더 낫다고 보였습니다.


 머릿글을 보면 저자가 이 책을 출판해줄 출판사를 찾지 못하여 스스로 출판사를 차렸다(!)는 이야기를 하던데요, 사실 이 책이 그렇게 무지막지 야하냐 하면 그렇지는 않습니다. 물론 맨숭맨숭 푸르딩딩한 표지에 방심했다가 책을 펴니 총천연색 사진에다 19금 개그가 줄줄이 이어지니 놀랍고 신기한 생각이 들기는 했습니다만, 읽어가다보면 발랄하고 유머스러운 스탠딩 코미디를 보는 느낌에 곧 익숙해지게 되더군요. 사실 인터넷 광고창 링크가 야하고 위험한(?) 정도로는 이 책을 압도하리라 생각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출판사에서 출판을 꺼렸다는 것이 기묘하기도 한데요, 어쩌면 이 책의 타겟이 모호하다는 판단을 했던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아무래도 특정 연령 이하의 독자들을 확보하기는 어려울테니 말입니다. 사실 요즘 같으면 초등학교 고학년만 되도 이 정도는 웃고 넘길 거라고 생각되기는 합니다만, 역시 부모가 이 책을 사서 선물해준다거나 학생 본인이 이 책을 선택하기는 어려운 것도 사실일 테니까요.


 책의 모범생스러운 부분을 말하자면 마무리에 깨알같이 실린 연습문제도 빠질 수 없겠네요. 구술형으로 쓰여졌다는 부분을 빼면 완전히 참고서 구성이었어요. 학창 시절에 제대로 공부했다면 사실 중학교 내지 고등학교 때 이미 한번쯤은 다 접했을 것 같기도 한 난이도이고요. 물론 접했다고 다 아는 것은 아니니까 각 잡고 정리해보자 맘먹은 분들에게는 유용할 수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주루룩 읽히는 책인데다 확실히 19금 개그의 자극도 있어 지루함이 덜한 영문법 책이라는 것은 확실하고 말이죠. 그래도 문법은 문법이다(!)라는 것은 잊지 말고 시작하셔야 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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