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라카미 하루키를 읽는 오후
유카와 유타카.고야마 데쓰로 지음, 윤현희 옮김 / 국일미디어(국일출판사)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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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루키라는 작가를 처음 만난 것은 그 유명한 '상실의 시대' 때였네요. 상당히 특이하게 의역된 제목입니다만 독특한 감각성 때문에 다소간 혼란스러워하며 읽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저로써는 장편보다는 단편 쪽에서 더 깊은 인상을 받았던 경우인데요, 제가 읽은 그의 장편들은 대부분 혼란스러운 부분들이 있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반면 단편은 별난 상황 설정이 많기는 해도 상대적으로 단순하고 깔끔했으니까요. 그러다가 다시 읽은 그의 장편이 1Q84였고 확실히 깊은 감명을 받았더랬죠. 환상적인 분위기가 강했음에도 불구하고 묘하게 매력적이라 이해도와는 무관하게 강하게 흡입되어 읽게 되는 책이었습니다. 그 후에 탄력받아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까지 읽어갔습니다만 이 책은 반대로 도식적이라는 인상만 받고 말았더랬습니다.


 그의 책을 많이 읽은 것은 아니지만 그가 다양한 면모를 가지고 있고 그것이 책 속에서 다양하게 반사되어 나타난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사실 이해하기 쉬운 내용이 아닌 편인데도 필력 만으로도 어느 정도 끌려들어간다는 것이 놀랍기도 하고요. 소설을 읽으면서 굳이 해석을 해내려고 노력하는 편은 아닙니다만 역시나 행간의 의미가 궁금하다던지 다른 이들은 어떤 식의 해석을 해내는지가 궁금해지는 경우가 없지 않죠. 때문에 하루키를 잘 알고 팬이면서 동시에 비평가이기도 한 두 사람의 대담집인 이 책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하루키라는 작가의 편력을 읽어내기에도 좋을테고 그러면 어떤 책이 내 입맛에 맞을지 알게 될 거라는 실용적인 욕심도 있었고요.

 역시 대담집 형식으로 씌여진 책은 읽기가 편합니다. 특히 두 사람이 대립각을 세우는 경우는 거의 없고 편안하게 자신의 관점을 다양하게 풀어내기 때문에 더욱 그랬습니다. 아무래도 읽은 책에 대한 해석이 더 궁금할 수밖에 없어서 그 파트만 먼저 읽었습니다. 사실 내용은 기억이 가물가물했던지라 오히려 이 책을 읽어가면서 기억을 복기하는 수준이었지만요. 하루키가 악을 해석하는 방식에 대한 대담도 상당히 인상적이었습니다만 그 이상으로 신화적인 해석 부분이 신선하게 읽혔습니다. 이 책의 환상적인 면모는 신화적인 이미지가 있다고 생각했던 적이 있었습니다만 그것을 일본 신화와 연결하여 읽어내는 것은 이 책이 아니었다면 생각치 못했을 부분이었지요. 그리고 역시나 내가 좋아하는 단편 작품들에 대한 해석이 쓰여진 대화4도 흥미로웠고요. 의외로 다양한 해석이 가능해서 역시 뭐든 아는만큼 보이는구나 생각하게 되기도 했습니다.

 이 책을 통해서 읽어보고 싶어진 작품은 역시 초기작 쪽입니다. [양을 둘러싼 모험]이나 [태엽감는 새 연대기]는 제 취향에 상당히 맞을 것 같다는 예감이 드네요. 상당히 강렬한 흡입력을 가진 작품인 것 같아서 말이죠. 새롭게 [노르웨이의 숲]도 다시 읽어보고 싶고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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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이트의 소파에 누운 경제 - 자본주의가 앓는 정신병을 진단하다
토마스 세들라체크.올리버 탄처 지음, 배명자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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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근래 통섭을 테마로 하는 책이 많죠. 영역 간의 크로스오버가 주는 잔재미가 꽤 쏠쏠하기 때문에 그런 책에 눈을 자주 돌리게 되는데요, 이 책 역시 제목을 보고 그런 책이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사실 그렇다고도 할 수 있겠습니다. 정신분석이라는 도구로 현대의 '경제'를 진단하는 방식은 그런 영역 안에 들어간다고 할 수 있을 테니까요. 다만 이 책이 단순히 거기에서 멈추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예측하지는 못했습니다. 보통 읽기 까다로운 책이 아니었어요.



 책의 원제는 '릴리스와 자본의 악마'인데요, 제목에도 들어갈만큼 이 책에서는 릴리스가 중요한 상징으로 활용됩니다. 아담의 첫째 아내였으나 악마로 전락한 그녀는 자신이 낳은 아기를 자기가 잡아먹는데요, 저자는 이것이 스스로 수요를 창출하고 그 수요에 따라 공급을 만들어내는 현대 경제의 모습에 대한 상징으로 비견합니다. 이처럼 이 책에서는 신화를 대단히 많이 차용하고 있는데요, 그래서인지 프로이트보다는 융을 떠올리게 되는군요. 확실히 신화에 대한 지식이 부족하다 보니 이 책에서 쏟아져나오는 신화만을 따라가기도 바쁘다는 인상이 있었습니다. 아무튼 이처럼 저자는 현대 경제의 모습을 대단히 변태적(?)이고 비정상적인 것으로 보고 정신질환에 비견하여 비판하고 있는 것이죠. 



 작가가 지적하는 경제의 병증은 조울증, 공포증, 성격장애 등입니다. 호황과 불황 사이에서 오락가락하는 것을 조울증에, 공포를 이용하는 마케팅은 공포증에, 이기주의를 조장하는 면을 성격장애에 비견하는 식이죠. 가장 재밌는 것은 평소에는 국가라는 아버지로부터 도망치려 하는 주제에 위기 상황에만 처하면 다시 아버지 품을 파고드는 자기 중심적 측면을 비판하는 부분이었네요. 우리나라 대기업의 행태를 떠올리지 않을 수가 없더군요. 



 문투부터도 까다롭고 워낙 많은 내용을 담아내고 있는지라 어느 정도의 흐름만을 따라가며 읽어갔습니다만 사실 기본적인 비판의 논조는 여태까지 나왔던 여타의 것들과 크게 다르다고는 느껴지지 않습니다. 다만 그 정도가 워낙 통렬한데다 정신분석과 신화라는 도구를 우아하게 사용하는 점이 독특하게 다가왔다는 인상입니다. 그렇다곤 해도 역시 다시 한번 읽어볼 필요가 있는 책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경제보다는 신화 이야기가 더 기억에 남아버렸다는 점에서 봐도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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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당의 표정
정민 엮고 지음 / 열림원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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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통 가옥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 아니라면 와당이라는 이름조차 낯설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하지만 사찰이나 고궁 답사라도 갈라치면 가이드가 빠지지 않고 설명하는 것이 와당이기도 하고, 설사 그 이름은 모른다해도 오히려 사진을 보면 바로 알아차릴 만한 것이 와당이 아닌가 해요. 하지만 와당 자체에만 관심을 가지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의아했는데요, 정민 선생은 아예 책까지 내셨군요. 심지어 이 책이 재출간된 판본이라고 하니 생각보다 많은 사람이 와당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어요.



 저는 처음에 이 책이 당연히 우리나라 기와의 와당을 다루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었는데요, 예상과 달리 중국 역대 왕조의 와당들을 소개하고 있는 책이더군요. 물론 와당의 유래나 양은 중국이 압도적일 수밖에 없겠습니다만 그간 정민 선생의 관심사를 생각해보면 당연히 한국의 와당도 포함될 줄 알았는데 아예 배제된 것은 조금 의아하기도 합니다. 머릿말에서 우리의 와당이 다양성 면에서 아쉽다는 언급을 하면서 그 이유를 암시합니다만 실망스럽게 느껴지는 부분이기는 했어요.



 책의 구성이 상당히 흥미로운 부분이 있는데요, 일단 다섯 개의 장으로 이루어져 있고 각 장은 문양의 소재에 따라 분류되어 있습니다. 반원형, 동물과 인간, 구름이나 꽃 무늬, 길상문 순이지요. 왼쪽 페이지에는 와당의 문양과 연대를, 오른쪽 페이지에는 그에 대한 해설이랄까가 간략하게 실려있습니다. 이러다보니 한편의 시집처럼 느껴지기도 해요. 특히 각 장마다 와당의 문양을 다른 색으로 처리한 것은 단순하지만 꽤 기발한 선택인 듯 합니다. 마치 판화를 보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하는데요, 이것이 이 책을 한결 더 친근하게 만들고 있으니까요.



 솔직히 말하면 정민 선생이 붙여놓은 주석은 좋게 보자면 담담하고 좀 깎아내리자면 밋밋합니다. 통찰이 더해진 것이라기보다 그저 단순한 해설처럼 느껴져요. 그 덕에 심심하게 느껴지는 부분도 있지만 달리 보자면 책 전체의 톤을 담담하고 편안하게 읽을 수 있는 쪽으로 유도하고 있는 것 같기도 합니다. 생각해보면 와당은 복잡하게 기획된 고급 예술이라기보다는 민속적인 성격이 강한 것이므로 단순하고 소박할 수밖에 없겠고 그에 대한 독해도 담백해지는 것이 당연할 것입니다.


 읽어가다 보면 시대별 차이도 느껴지고 특히 특정 문양이 가지는 공통적인 상징성을 알게 되면서 점점 더 문양의 의미를 이해하기 쉬워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해설서라기보다는 시집을 읽는 기분으로 차라도 마시면서 편안히 읽어가기 좋은 책이 아닌가 해요. 그것이 작가의 의도가 아니었을까, 기와 끄트머리라도 보면서 한가한 오후를 즐기는 기분을 다시 맛보도록 한것이 아니었을까 생각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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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의 강, 꽃, 달, 밤 - 당시 낭송, 천 년의 시를 읊다
지영재 편역 / 을유문화사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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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자문화권이라는 말이 있습니다만 동아시아 국가들이 공유하는 것에서 한자가 빠질 수는 없을 듯 합니다. 한자 교육을 하네 말이 말이 많습니다만 우리 언어는 물론 문화 자체에 한자가 뿌리깊이 박혀 있다는 점은 기정사실이고 이걸 뿌리뽑는다는 것은 많은 것을 희생할 각오를 해야할 일이겠죠. 아무튼 한자를 아는 것의 이득 중 하나로 일본어와 중국어를 맛보는 즐거움을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한시 역시 그런 영역이 아닐까 해요. 한자를 어느 정도만 알면 어느 나라의 한시던 그 맛을 한결 진하게 맛볼 수 있다는 것이죠. 다만 한자를 읽는데 있어서 글자형은 그렇다치고 발음이 크게 다르다는 점은 이질적인 요소인데요, 당시, 송시를 소개하는 시집이 다수 출간되었지만 발음이라는 요소에 주목하는 책은 많이 보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이 책은 당시를 소개함에 있어서 소리내어 읽고 외워 낭송하는 점을 대단히 강조하고 있습니다. 그것을 위한 과정도 대단히 꼼꼼히 그려져 있고요. 일단 머릿말에서 왜 당시를 소리내어 읽는 것이 의미가 있는지, 그리고 그에 앞서 알아둬야 할 당시의 특성은 무엇이 있는지 주지시킵니다. 


 본문에서는 오언절구, 칠언절구, 오언율시, 칠연율시, 오언고시, 칠언고시, 악부를 각 5~10편 정도 싣고 있는데요, 이게 또 대단히 꼼꼼합니다. 일단 한시와 그 발음을 머리에, 그리고 한자의 음과 훈을 발치에 두어 한 쪽을 채웁니다. 뒤에는 우리 말로 풀어낸 한국어 해석이 실려있고요, 시인이나 장소 등 이해에 도움이 되는 배경지식을 그림이나 사진과 더불어 실어두고 있습니다. 이 정도이니 따라 읽어가기만 해도 시를 이해하는게 크게 어렵지 않아지게 되는 것이죠. 



 가장 흥미있었던 부분은 마지막에 간체자와 한어 병음으로 다시 한번 가장 중국인들이 즐기는 것에 가까운 방식으로 시를 소개해주고 있다는 점입니다. 중국어는 겨우 성조만 아는 정도이지만 그것만 따라 읽어도 맛이 정말로 달라져서 신기할 정도입니다. 중국어의 성조를 우리 조상들은 장단으로 번역해내서 읽었다고 합니다만 고저와 장단의 차이는 정말 크네요. 성조를 넣어 읽는 순간 당시는 정말 노래처럼 느껴지거든요. 이 차이를 이제야 알았다니 기쁘기도 하고 이제까지 몰랐다는 것이 아쉽기도 하고 그렇습니다.



 생각보다 가벼운 마음으로 노래하듯 읽어갈 수 있는 책이었는데요, 송시나 우리의 한시는 또 어떻게 다를까 궁금해지게 되는군요. 일단 우리 한시는 성조가 없다는 점 때문에 크게 다르게 느껴지리라는 예상을 해보게 됩니다. 아니면 우리 조상들은 중국의 한시에 대한 존경에서 그런 점까지 담아냈으려나 싶은 생각도 드는군요. 최소한 조선시대 한시는 분명 그런 특성을 가진 시가 높이 평가받지 않았을까 싶기도 해요. 한편으로 중국인들은 우리의 한시를 어떻게 볼까 궁금하기도 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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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만에 끝내는 MBA - 세계 10대 경영대학원에서 가르치는 MBA 핵심 코스
스티븐 실비거 지음, 김성미.이은주 옮김 / 비즈니스북스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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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BA는 학문으로써보다는 사회적으로 특별한 아우라를 가지고 있는 것 같기도 합니다. 특히 한국에서는 더하고요. 그렇기 때문에 경제학개론 수업을 들었을 뿐인데다 경영에 대해서는 관심도 적고 지식은 더 적은 저같은 사람도 눈길을 보내게 되니까요. '10일만에' 같은 말을 제목에 붙이는 것은 상술의 냄새가 강하다는 점에서 불만을 가지고 있습니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입문자의 눈을 끄는데는 이만한 미끼가 없다는 것도 사실이군요. 이 책의 경우는 잘 알려진 책의 개정판이라는 점에서 더 기대가 되기도 했네요.



 '10일 안에'라는 제목에 걸맞게 각 챕터의 제목은 첫째 날, 둘째 날, ... 로 되어있군요. 10개의 챕터는 마케팅, 윤리학, 회계학, 조직행동론, 계량분석, 재무관리, 생산관리, 경제학, 전략 그리고 미니 코스입니다. 전체적으로 보기 편한 구성으로 되어있고 서술하고 있는 문체도 편한한 편입니다만, 그렇다고 개론서적 특성에서 벗어나고 있지는 않은지라 술술 읽혀나가는 책은 아니더군요. 그리고 챕터별로 배경 지식이 있는가 없는가, 혹은 내용이 전문적인가 아닌가에 따라 읽기 쉽고 힘든 정도의 차이도 상당히 많이 나고요. 마케팅은 흥미로웠고 윤리학은 적당히 넘어갔으며 회계학은 번거롭지만 예상했던 것보다는 수월히 읽혀졌습니다. 조직행동론도 훌훌 넘기게 되고 계량분석과 재무관리부터는 꽤 버거워지기 시작했습니다. 생산관리는 그럭저럭, 경제학은 배경지식이 있어서 편하게 넘어갔고 전략 챕터도 윤리학과 조직행동론 비슷한 느낌으로 읽었습니다.



 워낙 책을 읽을 때 어려운 부분은 적당히 넘어가는 습관이 있는데다 MBA를 깊이있게 이해하는 것보다는 그 맛을 보자는 교양적 관점에서 출발했기 때문에, 제대로 된 독자였다고는 조금도 말할 수 없을 것입니다. 주마간산이었다 할 수 밖에 없었는데요, 경제의 냄새도 많이 났지만 그보다는 자기개발서의 익숙한 냄새가 더 강하여 다소 의외였습니다. 복잡한 부분은 의도적으로 줄여내고 흐름만을 제시하여 입문자가 전체적인 모습과 흐름을 파악하게 하는 것이 목적임을 깨닫게 되더군요. 입문서로써의 기능에 충실하게 만들어졌다는 인상인데요, 개정판이 나올 정도로 관심을 받는 이유는 역시 있는 것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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