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으로 쓰면서 외우는 JLPT 시리즈가 N1까지 완간되고 그에 맞춘 듯 N2 편이 개정판으로 출간되었네요. 이 시리즈의 컨셉은 새롭거나 특별하다고는 할 수 없습니다. 시험 기출도가 높은 구문 형태를 제시하고 그것을 활용한 문장을 써보도록 만들어진 책이죠. 어떤 어학이든 말하기, 듣기, 읽기, 쓰기가 종합적으로 이루어질 수밖에 없겠지요. 그럼에도 읽기나 듣기에 비해 쓰기나 말하기가 연습 부족이 될 수밖에 없는 것도 사실이고요. 전자에 비해 후자가 더 많은 투자나 준비, 여분의 노력과 같은 번거로움을 필요로 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결국에는 개인의 의지로 귀결되는 부분이기도 하지만, 잘 다듬어진 쓰기 책은 이런 의지를 뒷받침하는데 충분히 도움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쓰기 책은 확실히 출간된 것이 적은데요, 상대적으로 수요가 적으니 출간도 적은 것이리라 추측됩니다만 아쉬움은 여전하죠. 그래서 이 책과 같은 쓰기 책을 보면 관심을 가지지 않을 수 없는 것이죠.
책은 3개의 챕터로 나뉘어 있는데요, 첫번째는 비슷한 표현들, 두번째는 다의어, 세번째는 여타 다양한 표현들이 소개되고 있습니다. 해당 표현이 제시되고 그것의 용법이 가볍게 소개된 뒤, 3개의 제시 문장을 써볼 수 있는 여백이 주어집니다. 그리고 챕터의 말미에 다시 한번 복습을 할 수 있도록 선정된 문장들이 여백과 함께 다시 제시되고요. 학습이라면 당연히 반복이 핵심이고 그 중에서도 어학이라면 한층 더 그렇죠. 여백이 넉넉한 편이기 때문에 저는 칸을 아껴서 문장쓰기 연습을 했는데요, 일독 후에 다시 한번 연습을 하기 위해서죠. 그러면 복습까지 합쳐서 총 4회는 반복하는 효과가 있을 수 있으니 그렇게 책을 마치고 나면 어느 정도는 책의 내용을 소화해낼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제게는 3개의 챕터 중에서도 첫번째 것이 가장 재밌게 느껴졌습니다. 비슷한 듯 하면서도 실제 쓰임은 갈라지는 표현들이 흥미를 불러일으켰던 것 같습니다. 그러한 차이는 문장 쓰임을 통해서도 감을 잡을 수 있겠고 저자가 덧붙혀둔 설명을 통해서도 더 명확히 알 수 있었습니다. 어찌보면 두번째 챕터도 첫번째 챕터와 유사하다고 하겠는데요, 같은 단어가 어떤 말이 덧붙느냐에 따라서 완전히 다른 의미가 되는 것도 꽤나 재밌는 부분이죠. 마지막 챕터는 이런 식으로 묶어주는 것이 없기 때문에 조금 덜 흥미로웠던 것 같습니다만 표현 자체는 하나하나 유용하기 그지없었습니다. 아, 아쉬운 점을 하나 꼽아보자면 주어진 예문들이 다소 딱딱하고 쓰여진 단어의 반복이 많다는 점이 있겠는데요, 부담 없이 볼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의도적으로 단순하게 만든 부분이 아닐까 싶기는 합니다. 하지만 오래 보다보면 단조롭게 느껴져서 재미가 떨어지는 요소인 것도 사실이네요.
부록으로는 쉬어가는 코너라던지, 겸양어와 존경어 정리 등이 덧붙여져 있습니다. 사실 부록의 분량은 많은 편이 아니고 꽤나 간단한 것들인지라 부담없이 볼만 합니다. 겸양어 부분은 개정판이 되면서 새롭게 추가된 부분이네요. 생각난 김에 초판과 개정판을 비교해봤는데요, 크게 달라진 점은 없습니다. 디자인이 개선되었다고 할 정도인데요, 폰트가 더 깔끔해지고 가독성이 높아진 것은 도움이 될만한 부분이네요. 내용의 변화 없이 개정판이 나왔다는 것은 이 책이 충분히 사랑받았다는 증거이려나 싶어 반갑기도 하네요.
공부도 공부지만, 실은 톡톡 깎은 연필로 사각사각 글을 적어가노라면 마음이 차분해지고 머리가 정돈되는 기분이 들어 그것이 좋습니다. 카페라도 가서 커피 한잔 가져다 놓고 샤프 말고 연필로 꾹꾹 눌러 쓰노라면 편안한 휴식시간을 가지는 양 느껴지죠. 그렇게 하기에 딱 좋은 사이즈에 딱 좋은 디자인이라 다행이네요. 이런 컨셉의 쓰기 책이 꾸준히 나와주었으면 하고 바래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