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무사도 - 개정판 우리가 아직 몰랐던 세계의 교양 8
니토베 이나조 지음, 양경미.권만규 옮김 / 생각의나무 / 2006년 10월
평점 :
절판


따로 리뷰 올린 사람이 없어 제가 씁니다
이 책, 절판된 줄 알았는데 다시 개정판이 나와서 무척 기쁘네요
일단 책값이 책의 질에 비해 매우 싼 편이기 때문에 아깝지 않을 겁니다
선명하게 인쇄된 그림이 많아서 보는 즐거움이 있습니다

책의 저자는 일본 근대 교육의 아버지로 불리는 사람으로 일본 고액권 지폐에 나오는 사람이라고 한다
일본 무사도 하면 왠지 할복이 생각나고 우리와 껄끄러운 관계이기 때문에 고운 눈으로 안 보이는 게 사실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든 문화는 마땅히 존중받아야 하고 그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일본의 무사도는 조선의 선비정신처럼 고귀한 어떤 것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일본 정신문화의 정수라고 해야 할까?
언젠가 "라스트 사무라이" 를 보고 굉장히 감동해서 감상편을 올린 적이 있었다
그 때 내가 느꼈던 감동의 초점은, 사라져 가는 것들에 대한 안타까움과, 죽음을 무릅쓰고라도, 끝까지 고수하려는 이들의 용기에 감탄했다
또 근대 정신에 비록 반하는 행동이긴 했으나, 대포가 쏟아지는 전쟁터에 말을 타고 활을 들고 달려가는 사무라이들의 모습에서 죽음을 두려워 하지 않는 결연함과 비장미를 느꼈다
어찌 보면 임진왜란 때 조총에 맞서 전사한 조헌 같은 의병장 휘하 장수들도 그런 모습이었을지 모른다
하여튼 나는 그 영화에서 일본의 사무라이 정신에 깊은 감동을 받았는데 댓글이 올라오기를, 사무라이 정신이야 말로 일본 제국주의의 앞잡이이고 침략주의를 미화시킨 것에 지나지 않다는 것이다
또 내가 영화를 보면서 잘못 세뇌되어 일본의 팽창 야욕을 간과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 때는 열심히 반론을 폈으나 지금 생각하면 논쟁하고 말 것도 없는 문제였다
왜냐면 먼저 영화를 어떻게 보느냐는 전적으로 각자의 마음이므로 자기 생각을 알아서 개진하면 될 일이고, 또 그런 식으로 비교를 하자면 어떤 문화나 정신이든 비판받지 않을 것이 없기 때문이다

어쨌든 그 때 이후로 일본의 무사도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됐고,  그래서 읽은 책이 바로 이 책이었다
서점에서 직접 고른 책인데 너무 예쁜 그림에 반해서 샀다
책 내용은 아주 만족스럽지는 않았다
나는 좀 더 분석적인 글을 원했는데 이 책의 내용은, 일본인이 서양 사람들에게 사무라이 정신이란 무엇인가를 설명해 주는 주관적인 글이었기 때문이다
다만 영어로 직접 썼다는 점이 놀라웠다
우리 역시 한국의 문화나 정신을 외국에 알리려면 영어로 직접 그들에게 책을 써서 알릴 사람들이 많이 나와야 할 것 같다
역시 일본의 근대 교육 선각자답게 이런 분야도 앞서 간다

제일 기억에 남는 것은, 할복을 하는 이유였다
솔직히 나는 할복하는 게 너무 무섭고 끔찍하다고 생각했다
그 긴 칼로 자기 배를 가르고 심지어 뒤에서 목을 쳐서 칼이 깊숙이 들어가게 도와준다니, 너무 잔인한 게 아닌가 싶었다
그런데 저자의 설명을 듣고 보니 나름대로 합리적인 이유가 있었다
일본인들은 배를 정신이 깃든 곳이라고 생각한다
흔히 우리는 마음이 심장에 있다거나, 머리에 있다고 생각하는데 고대 일본인들은 영혼이 바로 몸의 한 가운데인 배꼽 주변에 있다고 믿었다
이것은 일본인에게만 보이는 게 아니라, 고대 여러 민족에게 통용된 믿음이었고 성경에도 이런 구절이 나온다고 한다
그래서 그들은 신체 부위 중 영혼이 깃든 곳, 가장 깨끗한 곳을 가름으로써 정결한 의식을 치루고 죽는다고 한다
이런 것을 두고 잔인한 풍습이다 어쩐다 하는 건 그야말로 아무 것도 모르는 사람이 큰소리 치는 꼴일 것이다

책을 읽으면서 일본의 무사도는 바로 조선의 선비정신이 아닌가 싶었다
의를 위해서 목숨을 아끼지 않고 절개를 지키고 재물을 탐하지 않고 이익보다 뜻을 먼저 앞세우고 일신의 영달을 구하지 않는 등, 들어보면 우리가 흔히 듣던 바로 그 선비정신이다
그러고 보면 어떤 문화권에서든 최고의 가치로 치는 것은 거의 비슷해 보인다
이런 걸 보면 인간의 보편적인 심성 같은 게 존재하는 것 같다

또 하나, 느낀 점은 일본의 근대화 조건이었다
나는 항상 궁금했던 게 왜 일본은 근대화에 느닷없이 성공했냐는 점이다
조선이나 청나라는 근대화에 실패해 나라가 유린을 당했는데 대체 일본은 어떻게 갑작스레 근대화가 되어 서구 열강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었을까?
그 짧은 시간에 군비 확충하고 세계 무역에 뛰어들고 심지어 식민지까지 거느렸는지 참 미스테리였다
그런데 책을 읽고 보니, 일본 사회는 같은 유교 문화권이면서도 조선이나 중국과는 상당히 다른 시스템이었다
저자의 말을 빌리면 근대화 될 토양이 이미 갖춰진 상태였다고 한다
페리 함대의 방문은 도화선이 된 셈이다
하긴 사회 시스템이 어느 정도 정착되지 않았다면 메이지 유신을 기점으로 그렇게 급속하게 변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내가 본 영화 "라스트 사무라이" 는 바로 그 때 밀려오는 근대 문물과 사라져 가는 옛 전통 사무리이들의 외로운 싸움을 그린  영화였다
결과론적이긴 설명이긴 하지만, 어쨌든 상당히 일리있는 지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좀 더 공부해 보고 싶은 부분이다

분량이 길지 않고 그림이 많아 재밌게 읽은 책이다
사무라이 정신이 무엇인지 궁금한 사람들에게 유용한 책이라고 생각한다
개정판이 나왔으니 더 많이 팔렸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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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07-01-03 08: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추천합니다.^^
새해에도 내내 즐거이 보내시기 바래요.

marine 2007-01-03 09: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호, 배혜경님 읽은지 오래 되서 대충 썼는데 부끄럽네요 ^^
 
예루살렘의 아이히만 한길그레이트북스 81
한나 아렌트 지음, 김선욱 옮김 / 한길사 / 2006년 10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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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책을 만난다는 건 인생의 행운 같다
수많은 책들이 있지만 그 중에서 정말 괜찮은 책을 집었을 때의 흥분!!
한나 아렌트, 이름만 많이 들었지 실제로 책을 읽은 적은 한 번도 없었다
그저 유명한 여자구나, 이렇게만 생각했는데 책 읽으면서 홀딱 반해 버렸다
앞 장에 실린 사진도 흑백이라서 그런지 더욱 우아하고 지적으로 보인다
글솜씨는 또 얼마나 좋은지!!
도서관에서 신간 신청한 후 빌려 읽은 책이지만 이런 책은 집에 고이 모셔다 놓은 후 여러 번 읽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악의 평범성...
언제나 그것이 의문이었다
민주 투사들을 고문하는 고문관들이 잠시 쉬면서 자식 걱정을 한다고 한다
아무렇지도 않게 말이다
방금 전까지 자신이 한 일은, 인간이라면 감히 하기 힘든, 그런 끔찍한 행위였는데도 정작 그 일에 대해서는 아무런 감정도 없으면서, 아무렇지도 않게 자식 걱정, 마누라 걱정을 한다고 한다
그 사람들도 인간일까?
그런데 한나 아렌트의 책을 읽으면서 그것이 바로 악의 평범성임을 깨달았다
아이히만 역시 마찬가지다
유대인 학살의 총책임자였는데도 악한 사람이긴 커녕, 매우 평범한 흔해 빠진 인물에 불과했다
우리가 상상하는 악마 따위는 존재하지 않았다
얼마나 모순적인 상황인가!!

결국 아이히만의 죄는,  고금에 없는 악한이라서가 아니라 생각하지 못하는 것, 무사유야 말로 사형에 처해질 죄라고 아렌트는 역설한다
그는 인식의 힘이 없었다
유대인 학살이 왜 잘못인지, 끔찍한 범죄인지를 전혀 몰랐다
모르고 한 일이니까 용서가 되는가?
천만에!!
왜 범죄인지 모르는 것도, 사고의 능력이 부족한 것도 충분히 죄가 된다
그는 타인의 입장을 이해할 사유의 능력이 결여된 사람이었다
아렌트는 바로 그 이유로, 아이히만의 사형 판결이 정당하다고 주장한다

돌이켜 보면 우리가 인지하지 못하는 것들은 얼마나 많은가!!
온갖 부정부패와 비양심적인 행위들이 도처에서 일어나지만 그것을 지켜 보는 것은 물론, 직접 저지르는 사람들조차 왜 잘못인지 모르고 넘어간다
어쩌면 군부독재 시절 생업에만 열중했던 이들은 아이히만처럼 사고가 결여된 사람들이었는지도 모른다
아이히만처럼 끔찍한 범죄를 저지른 사람에게만 해당되는 말이 아니다
우리 모두에게 하는 경고인지도 모른다
나는 사회 불평등과 불의에 대해 과연 얼마나 인식하고 사는가?
나치 치하의 관리들은 오히려 국가에 충성한다고 생각하고 자신들이 저지르는 행위에 대해 자부심을 가졌다고 한다
지금 생각하면 어처구니 없는 생각이지만, 사유가 결여된 이들에게는 그것이 충성이고 애국심이라고 여겨졋을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몰랐다는 변명을 해서는 안 된다
스스로 열심히 생각하고 무엇이 정의인지 인식하고 있어야 한다
행동하지 못한다면 적어도 선악을 구분할 줄은 알아야 하고 동참하지 않을 정도의 용기는 있어야 한다
아이히만의 재판과정을 세세히 분석한 글이라 다소 길고 지루한 면도 없지 않으나, 평범한 이들의 인식 결여가 얼마나 큰 결과를 가져오는지 신랄하게 파헤쳐진 글이기 때문에 반드시 읽어야 할, 중요한 책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시대의 양심과 도덕성에 호소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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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악의 평범성 : 희생양 제의 뒤 추악함들에 대한 묘사 - 한나 아렌트, 예루살렘의 아이히만, 2006
    from Fly, Hendrix, Fly 2009-07-07 14:47 
    예루살렘의 아이히만 - 한나 아렌트 지음, 김선욱 옮김/한길사 PD저널 헨드릭스의 책읽기 2009년 7월 4일 지행네트워크의 예사인(예술, 사상-사회, 인문) 세미나의 두 번째 책은 한나 아렌트의 이었다. 태어나서 처음 한길 그레이트스트 북스에서 나온 책을 완독했다. 책은 손의 질감과 눈으로 느끼는 두께보다 훨씬 빽빽했다. 다른 사회과학서를 읽을 때 보통 시간당 100페이지를 읽는 데, 이 책은 시간당 30페이지 읽기가 쉽지 않..
 
 
마늘빵 2006-12-30 23: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이 책 보셨군요. 꽤 두꺼울텐데. 한나 아렌트 한번 쭉 훑어보고 싶어요. 전공 관련도 있고. 갠적인 관심도 있고.

비로그인 2006-12-31 03: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동네 도서관에서 빌리려고 할 때마다 대출한 사람이 반납을 안 한 상태여서(도대체 누구길래 한달째 반납을 안 하는건지-_-) 아직 못 읽었는데... 님의 리뷰 읽고 나니 내용에 대해 기대하게 되네요.^^

marine 2007-01-01 08: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프락사스님, 두껍긴 하지만 술술 읽힙니다 아마 재판 전 과정을 기록한 책이라 흐름이 있어서 그런 것 같아요 앞에 첨부한 다른 교수님의 분석글도 마음에 들고요

콸츠님, 전 제가 신간 신청한 책이라 1번으로 봤어요 대체 누가 한 달 씩이나 연체를 하는 건지...
 
펄프 픽션 (Pulp Fiction) + 포스터
아인스엠앤엠(구 태원) / 2004년 3월
평점 :
품절


너무 독특한 영화다
쿠엔틴 타란티노 이름에 걸맞는 영화
황혼에서 새벽까지, 라는 영화도 정말 특이한데 이 영화도 만만치 않다
무엇보다 앞뒤에 시간의 흐름을 역행해 사건을 배치한 게 특이하다
역시 영화의 절정은 마지막 부분에 있는 것 같다
맨 마지막 장면을 찍기 위해 긴긴 시간 돌아온 듯 하다
2시간 반에 달하는 긴긴 시간이 지루하긴 했지만, 구조가 워낙 독특한 영화라 기억에 오래 남을 것 같다

 

우마 써먼이 나온 영화는 이번이 처음이다
짧은 단발이 빨간 입술과 어울려 굉장히 관능적으로 보인다
존 트라볼타와 함께 추는 그 유명한 잠자리 춤을 보다니, 새로운 소득이다
존 트라볼타는 뚱뚱한 아저씨, 혹은 느끼한 중년 같아 솔직히 별로였고 우마 써먼이 굉장히 매력적이다
왜 보스는 빈센트에게 아내를 즐겁게 해 달라는 부탁을 했을까?
마치 "달콤한 인생" 에서 덫에 걸린 이병헌을 보는 기분이었다
그러고 보면 영화들이 여러 개 겹친다
감독들이 여기저기에서 약간씩 차용을 하는 것 같다
시험에 빠진 빈센트, 그런데 얘기는 이상한 쪽으로 흘러 간다
보스의 아내 미아가 약물 과다로 코마에 빠진 것이다
아드레날린 주사기를 심장에 갖다 박으니까 정신이 번쩍 들던데, 이게 무슨 효과인지 모르겠다
중독 백과 찾느라 우왕좌왕 하는 모습이 코믹했다
응급실에서도 내과 의사들이 중독백과 보면서 치료하던데, 영화 속 깡패들도 집에다 그런 의학책을 상비해 놓는 거 보고 많이 웃었다

 

가운데 삽입된 부치 이야기는, 좀 뜻밖이었다
나는 부치가 보스의 명령을 어긴 후 어린 시절 아버지가 전해 준 시계 찾으러 갔다가 죽임을 당할 줄 알았다
그런데 이런 식으로 가면 너무 뻔하다고 생각했는지, 뜻밖에도 감독은 부치를 죽이는 대신, 그를 노리던 빈센트를 죽여 버린다
부치가 집에 찾아 오면 죽이려고 대기하고 있던 빈센트는, 어이없게도 부치에게 먼저 발견되어 한 방에 가고 만다
이 놈은 억세게 운이 좋은 놈 같다
또 빈센트를 죽이고 도망쳐 나오다가, 보스 마르셀레스와 맞딱뜨린다
딱 죽는 타이밍인데 엉뚱한 놈들에게 붙잡혀 갑자기 한 패거리가 되버린다
그 놈들로부터 탈출하는 과정에서 보스는 부치를 용서하고 멀리 떠나라고 보내준다
정말 운 하나는 끝내 주게 좋은 놈이다

 

부치의 아버지는 베트공에게 포로로 잡힌 후 할아버지가 물려주신 시계를 뺏기지 않기 위해 항문 속에 넣고 5년을 버틴다
그가 죽게 되자, 전우에게 넘긴 후 아들에게 전해 달라고 부탁한다
친구는 그 시계를 자기 항문 속에 넣고 다시 2년을 버틴 후 미국에 귀환해 친구의 아들 부치에게 시계를 전해 준다
정말 엽기 그 자체다
이런 시계였으니 부치로서는 도저히 버리고 떠날 수가 없었을 것이다
그런데 정말 아버지는, 아들이 목숨을 걸고 그 시계를 찾으러 가길 바랬을까?
부치가 운이 좋아 무사히 시계도 찾고 탈출도 할 수 있었지만, 대부분의 경우는 아마 총맞아 죽기 십상일 것이다
전쟁이라는 극한적인 상황이 되면, 항문에 시계 숨기는 것쯤은 아무 것도 아닌 게 되버린다
그래서 평화의 시대가 좋다
인간성이 상실되는 시대, 폭력이 일상화된 시대, 당연히 누려야 할 것들, 이를테면 샤워나 햄버거, 수면 같은 평범한 것들이 매우 사치스러운 것으로 변하는 그런 시대에 태어나지 않은 게 너무나 감사하다
갑자기 북핵 걱정된다

 

사무엘 L 잭슨의 연기는 놀랍다
존 트라볼타는 그냥 곁가지인 것 같고 잭슨이야 말로 진짜 주인공 같다
사람을 죽이면서도 성경 구절을 읊는 살인자
그는 자신이 총알 세례 속에서 살아남은 까닭이 바로 신의 은총이라고 믿는다
살인자들도 기도를 한다더니, 정말 하나님의 사랑은 모든 인간에게 똑같이 내려지나 보다
직업적으로 살인을 하는 킬러들은 인간에 대한 외경심이나 동정심 같은 게 없지 않을까?
보통 살인을 저지르면 꿈에 그 영혼이 나타나 괴롭힌다고 하던데 그런 것들도 다 자신의 양심에서 만들어낸 허상일 뿐인가 보다
어쨌든 잭슨은 총알 세례가 퍼붓는 곳에서 자기가 살아난 것을 신의 뜻이라 생각하고 손을 씻기로 결심한다
바로 그 날 음식점에서 초보 강도를 만났으나 개과천선 기념으로 살려 주고 돈도 줘서 보낸다
이 강도들은 억세게 운이 좋았던 것이다
강도가 잭슨을 위협하자, 던진 말이 예술이다
"기죽이고 싶진 않지만, 나 이런 거 전문인 사람이야"
완전히 잘못 걸린 거다
평소 같았으면 가볍게 쏴 죽이고 끝냈을텐데, 개관천선 하기로 결심한 첫날이므로 그는 점잖게 훈계한 후 보낸다
아마도 그 강도 커플은 새 인생을 살 것 같다

 

같이 있었던 존 트라볼타, 즉 빈센트는 그 길로 나가 보스의 명령을 받고 부치의 집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총맞아 죽는다
역시 신의 섭리를 우습게 본 댓가인가?
아마도 잭슨은 손을 씻고 건전하게 살아갈 것 같다
한 가지 의문은, 동료를 실수로 죽인 후 그 시체 처리에 골몰하던 장면이었다
평소에는 아무렇지도 않게 사람 죽인 후 유유히 현장을 떠나던데, 왜 갑자기 그 동료 시체 치우느라 애를 먹는지 모르겠다
경찰에게 발각되면 안 된다는 게 이유인데, 그렇게 따지면 영화 속에서 계속 죽였던 나머지 시체들은 어쩌란 말인지?
영화에서는 사람 죽이고 장소 뜨면 끝이지만, 실은 사후 처리가 더 문제인 것 같다
핏자국 지우고 시체 유기하고 차는 폐차시키느라 둘이 무지하게 고생한다
역시 현실은 영화처럼 간단하지가 않다

 

전체적으로 구조가 독특한 인상적인 영화였다
전형적이지 않아서 좋다
좀 길긴 했지만...
그리고 브루스 윌리스가 부치 역으로 나왔는데 긴가 민가 했더니 역시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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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랜텍 iUBI PMP ACADEMY 20GB+사은품:이투스 30만원 강좌권증정+액정필름
이랜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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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고민고민 하다가 드디어 구입한 PMP
종류가 워낙 많아 결정하는데 시간이 꽤 걸렸다
원래 계획은 목에 걸 수 있는 가벼운 MP3였는데 점점 규모가 커져서 결국은 PMP로 낙찰됐다
뭔가를 결정한다는 것은, 하다못해 물건 사는 것이라도 언제나 많은 고민의 시간들을 요하는 것 같다
더구나 나처럼 우유부단한 사람들은 더더욱!!

바로 이 물건이 내가 산 PMP다
사실 가격적인 혜택이 제일 컸다
MP3도 요즘 나오는 것은 20만원 이상 줘야 하는데, 이 PMP는 출시된지 좀 됐고 상위 모델들이 대거 나오는 바람에 거의 떨이로 판매됐던 것 같다
일단 하드가 20G라 넉넉해서 좋고, 화면이 4.3인치라 넓어서 시원시원하다
특별히 동영상에 목숨 건 것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전자책이라도 읽으려면 화면 넓을 게 좋을 것 같아 일부러 PMP로 구입했다
그런데 막상 동영상을 넣어 보니, 20G로도 턱없이 부족하다
요즘 나오는 것처럼 100G는 되야 부담없이 볼 수 있을 것 같다

일단 장점을 말하자면 소리 출력이나 화면이 시원시원하다
솔직히 다른 PMP는 안 써 봐서 비교는 어렵다
그렇지만 일단 나는 매우 만족한다
터치 스크린이 아니라 조작하는데 약간 불편하긴 하지만 대세에 지장없다
블루투스가 아닌 점도 걸리지만, 이어폰 껴도 충분하고, 또 블루투스 있으면 가격 많이 상승한다
DMB는 옵션인데 추가하면 5만원 정도 가격 올라가길래 빼 버렸다
TV를 안 좋아한다

단점은, MP3로 들으려면 부피가 크기 때문에 불편하다
조작 가능한 리모콘이 이어폰에 달려 있으면 좋겠다
거치대도 있으면 보기 편할 것 같다

나는 이 PMP를 운동할 때 쓴다
오랫동안 바래 왔던 게 뭐냐면, 런닝 머신 위에서 보고 싶은 영화를 보는 거였다
요즘은 트레드밀에 TV가 기본적으로 장착이 되어 있긴 하지만, TV 거의 안 보는 나는, 기왕이면 원하는 영화를 보고 싶었다
그래서 노트북 가져다가 본 적도 있긴 한데 분실 위험도 있고 불편해서 포기했었다
PMP가 생기고 보니, 동영상을 직접 볼 수 있어서 너무 좋다
헬스 클럽의 시끄러운 음악 소리에 절대 지지 않을 만큼 출력이 빵빵해서 맘에 든다
영화도 보지만 특히 히스토리 채널에서 하는 교양 다큐멘터리를 볼 수 있어서 좋다

일단 가격이 너무 착해서 마음에 들고 덕분에 운동하는 게 지루하지 않아서 좋다
나처럼 가벼운 마음으로 동영상 보고 싶은 분들에게 추천!!
참, 웬만한 동영상은 다 돌아가니까 변환 안 시켜도 되서 좋다
그리고 TV out 기능 너무 편하다
다운받은 후 편하게 TV 화면에서 볼 수 있으니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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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J뽀스 2006-12-28 13: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2년전에 30만원주고 526M MP3장만했을 때 참 뿌듯했는데..20기가라니요 ㅠ.ㅠ
정말 전자제품은 사면 후회, 그렇다고 안 살수도 없고 말이죠.

marine 2006-12-28 13: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3년 전에 20만원 주고 256 mp3 샀습니다 지금은 회사 망해서 없어지고...^^
 
지금, 만나러 갑니다 - 소설책 포함 한정판
도이 노부히로 감독, 나카무라 시도 외 출연 / 엔터원 / 2005년 6월
평점 :
품절


어른들을 위한 동화 같다
따뜻한 사랑 이야기
러브레터나 4월 이야기와 비슷한 분위기였다
우리나라 영화 동감이나 고스트와도 비슷한 것 같은데 둘 보다 훨씬 좋았다
특히 해바라기 밭에서 둘이 키스하는 장면이 너무 예뻤다
미오의 빨간 우산도 정말 예뻤고, 유우지 역을 맡은 일본 꼬마애 무지 귀엽다
엄마가 없는 불쌍한 아이, 유우지
그러나 아빠와 둘이 씩씩하게 잘 커 나간다
둘이 용감하게 살아가기 위해 미오가 한 번 더 나타났을 것이다
비의 계절에 잠깐 왔다 간 미오는, 하늘이 준 선물이었을 것이다

 

장마라는 단어는 참 지루하고 축축한데, 비의 계절이라고 쓰니 정말 예쁘다
아이오는 생각지도 못한 질병 때문에 육상을 그만두고 대학마저 포기한다
사랑하는 미오와도 헤어진다
도저히 자신이 없었을 것이다
당장 죽는 것은 아니지만 평생 안고 갈 질병을 가진 사람들은 어떤 심정일까?
인생의 많은 부분을, 대부분의 사람들이 누리는 것들을 포기할 수 밖에 없는 이들의 심정은 겪어 보지 않으면 모를 것이다
사랑하는 여자를 스스로 포기할 수 밖에 없는 아이오의 심정, 얼마나 비참하고 괴로웠을까
그런데 어느날 갑자기 미오가 찾아왔다
우리는 잘 할 수 있다고, 너 밖에 없다고 말이다
아마 아이오는 하늘로 날아가고 싶었을 것이다
얼마나 기쁘고 행복했을까

 

아이오가 2년간 짝사랑 해 온 미오에게 데이트 신청을 했을 때, 단번에 받아들여졌던 이유가 있었다
아이오는 몰랐지만, 사실 미오 역시 아이오를 짝사랑 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면 그렇지...
모든 일이 갑자기 술술 잘 풀릴 리가 없다
미오와 아이오는 서로의 마음을 몰랐을 뿐, 사실은 서로를 사모하고 있었던 것이다
양쪽이 모두 같은 감정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둘은 정말 천생연분이다
더구나 미오는 공부도 잘 하고 대학도 도쿄로 갔지만, 현실적인 조건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대학도 포기한 아이오를 택한다
어린 시절의 사랑은 참 따뜻하고 아름답다
차라리 결혼을 어려서 하면 어떨까 이런 생각까지 든다
고등학교 때 만난 연인과 결혼하는 커플들이 부럽다

 

아이오의 주치의도 인상깊었다
죽은 아내가 살아 돌아왔다는 얘기를, 어쩜 그렇게 진지하게 들어 줄까?
보통 의사들은 환자의 얘기를 사무적으로 듣기 마련인데, 영화 속의 의사는 아이오의 마음을 잘 헤아려 준다
마지막에 아이오를 좋아하던 회사 직원과 잘 될 줄 알았는데 진전없이 끝나서 아쉬웠다
끝장면이 아이오와 아들 유우지의 생일 파티로 끝난 걸 보면 아이오는 계속 혼자였을까?

 

죽음에 대해 많이 생각했다
결국 우리 모두는 언젠가는 사랑하는 이들을 놔두고 떠난다
그 때가 언제인지 아무도 모르기 때문에 그저 잊고 사는 건지도 모른다
먼먼 훗날의 일이라고 잊어 버리고 살지만 반드시 그 때는 올 것이다
그러고 보면 시간의 차이만 있을 뿐 죽음은 늘 우리 곁에 있다
하루하루를 성실하게 그리고 기쁘고 행복하게 살아야겠다고 다시 한 번 다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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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J뽀스 2006-12-27 23: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DVD보셨어요? 전 도서관 디지털실에서 봤는데 기대보다 훨씬 좋았어요.
잔잔하고 따뜻하고, 아역꼬마도 참 귀여웠구요.
책도 읽어봐야되는데 매번 미루고만 있네요 ^^

marine 2006-12-28 11: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유우지, 참 귀엽죠?
그런데 도서관에서도 dvd를 보시나 봐요 전 집에서...^^

DJ뽀스 2006-12-28 11: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동네 도서관에 괜찮은 영화가 많더라구요. (마이리스트에 목록이 있습니다.)
공짜~ 좋잖아요. ㅋㅋ 그리고 시설도 집보다 여러모로 나아서 책빌리러 간 김에 한 번씩 보곤 합니다.

marine 2006-12-28 11: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그렇군요 도서관에서 영화 볼 생각은 한 번도 못 해 봤어요 이용해 봐야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