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 아름다움을 강요하는가
나오미 울프 지음, 윤길순 옮김, 이인식 해제 / 김영사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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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강요받는 아름다움은 성적인 문제가 아니라 여성 지위의 상승을 막기 위한 상업-자본의 술수이고, 이 덫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여성은 조각날 것이며 다음 표적은 남성이 될 거라는 것을, 세세하고 통렬하게 밝히는 책.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 꼭 이 책을 읽자. 번역과 해제가 아쉬워 재출간 요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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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미 2022-03-26 14:5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부디~ 새로운 번역과 걸맞는 해제로 다시 한번 만나고 싶네요!! 그렇게됨 몇 권 사서 주변에 선물할꺼예요^^*

독서괭 2022-03-26 19:33   좋아요 2 | URL
정말요! 저도 그러고 싶어요^^ 꼬옥 다시 나오길 빕니다~~
 
여성과 광기
필리스 체슬러 지음, 임옥희 옮김 / 위고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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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할 때, 나는 꽤 애교가 있는 편이었다. 그리고 그 사실을 조금 자랑스럽게 생각했다. 애교는 부드럽게 상대를 파고드는 방법이고, 관계를 원만하게 유지시키는 멋진 기술이라고 여겼다. 애교 있는 여자는 소개팅 자리에서 선호되고, 남자들에게 대체로 호감을 사기 쉬웠다. 애교가 없는 여자는, 미모가 뛰어나면 뛰어난 대로 평범하면 평범한 대로 박한 평가를 받았다(전자보다 후자가 더 심한 평가를 받은 건 물론이다). "남자는 여자 하기 나름"이라는 말이, 마치 여남관계에서- 그것이 연애이든 결혼이든- 여성이 남성보다 (비록 배후 위치에 있는 그림자같은 것일지라도) 우위에 있다는 착각을 불러 일으켰다. 부드럽고 완곡한 태도로 남자를 (그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지배하는 것- 예컨대 어떤 고치고 싶은 습관이 있을 때 직접 이를 지적하기보다는 폭풍칭찬으로 분위기를 좋게 만든 후 슬쩍 흘리듯 말하고, 좋은 행동이 나왔을 때 또 폭풍칭찬을 하는 식의 -이 현명한 태도라고 믿었다. 

그러나 지금의 나는 그것이 세련된 굴종의 방식일 뿐이라고 생각한다. 부드럽고 완곡한 설득 방식은 관계를 원만하게 유지해주는 기술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대체로 여성 배우자에게만 그러한 태도가 요구되는 것은, 결정적으로 관계의 우위를 점할 수 없는 약자가 살아남기 위한 방책이기 때문이다. 어디까지나 배후에서 은근하게 이루어지는 지배는, 전면에 나서면 그 힘을 잃고 결정적인 데서는 쓸모가 없다. 이런 방식은 그 지배를 허용하는 남성 배우자의 너그러움에 전적으로 의존한다. 게다가 엄청난 정신적 에너지를 요구한다. 

필리스 체슬러가 말하는 '식민화'를 나는 이런 맥락에서 이해했다. 


수많은 여성- 교육을 받았건 안 받았건, 직업이 있건 없건간에 - 이 여전히 '식민화된' 것처럼 행동한다. 

(...) '식민화'는 피식민자들이 식민자들을 풍요롭게 만들 수 있을 만한 천연자원을 가지고 있을 때 가능한 것이다. 그리고 그런 자원은 피식민자들을 풍요롭게 하는 데 사용되지 않는다. (...) 식민자들이 본질적으로 우월하고 피식민자들은 열등하며, 자신들이 식민자들 없이 존재할 수 없다는 것을 진심으로 믿는다. 

 많은 여성들이 아직까지도 남성이 여성보다 우월하며 여성은 남성 없이는 무가치하다고 믿는다. 식민화된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여성은 스스로에게 더욱 가혹하다. 여성들은 서로에게 많은 것을 기대하면서도 그런 기대에 조금만 모자라거나 그런 기대를 충족시켜주지 못하는 다른 여성들을 좀처럼 용서하는 법이 없다.  - 48, 49쪽 

애교 역시 마찬가지다. '식민화'의 증거로 우리나라에 특유하게 존재하는 '애교'를 들 수 있을 것 같다. 


한국의 고유 표현은 또 있다. 바로 '애교'다. 외국인 친구에게 아무개의 매력은 애교라고 이야기를 했다. '애교'라는 개념을 이해시키기 위해 그렇게 많은 설명이 필요하게 될지는 몰랐다. - 김이나, <보통의 언어들> 76/250쪽(전자책 기준)


애교는 여성의 고유적인 성격 특질이 아니다. 주변을 보면 첫째보다 둘째, 셋째가 애교가 많은 사례가 대다수인데, 성별과는 무관하다. 여성의 애교는 사회적으로 요구되는 '여성적 특성'으로서 자라나며 억지로 장착되거나 격려되는 것이다. 여성연예인들에게 툭하면 벌어지는 "애교 보여달라"는 요구를 보라. 


필리스 체슬러는 <여성과 광기> 앞부분에서 정신병원에 갇혔던 뛰어난 네 여성- 엘리자베스 패커드, 엘렌 웨스트, 젤다 피츠제럴드, 실비아 플라스 휴스 -의 예를 들며 사회가 요구하는 '여성적 규범'에 맞지 않는 여성들이 주로 남성 정신과의사에 의해 '미쳤다'고 판정받아 정신병원행을 당해왔음을 밝힌다. 

엘리자베스 패커드의 정신과의사였던 "맥팔랜드 박사는 패커드가 '정신적으로 앓고' 있지 않다는 사실을 알았지만, 그녀에게 성적으로 접근했다가 거절당한 뒤 '후미진 병동'에 그녀를 방치했다. (...) 그녀에 대한 '치료법'은 감금과 다른 여성들을 위한 가사노동에 강제로 동원하는 것이었다." (118쪽)

"젤다 피츠제럴드의 정신과 담당의는 스콧의 아내 역할을 잘 수행하도록 그녀를 재교육하려고 노력했다. 젤다가 예술가가 되고 싶다고 말하자, 의사는 유명한 작가가 되는 것이 스콧과 함께하는 삶보다 더 중요한지 물었다." (121쪽)는 등의 충격적인 내용이 담겨 있다. 


 (...) 여성 정신분열증 환자는 그들이 부모로부터 모든 집단 중에서 '가장 순응시키기 힘들다'고 인식되었다. 부모는 그들이 어린 시절 (여자애치고) 유별나게 '활동적'이었다고 기억했다. 여기서 '활동적'이라는 것은 단지 신체적 혹은 공격적 행동뿐만 아니라 인식적, 지적, 언어적 태도까지를 포함하는 것일 수 있다. 즉 정신분열증 여성들은 여성적 역하르이 한 측면을 구체적으로 거부함으로써 가족 내 갈등을 야기했고 결국 정신분열증이라는 꼬리표와 함께 감금당하게 되었던 것이다.  - 176쪽 

이로써 여성이 건강하려면 여성이라는 자기 성별에 합당한 행동 규범에 '적응하고' 그것을 (심지어 사회적으로 그다지 바람직하지 않은 행동 유형일지라도)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 분명해진다. (...) 우리 문화의 정신건강 윤리는 남성적이다. (...) 여자아이들에게 나타나는 불안한' 순종', '수줍음', '속좁음' 등은 결코 문제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 그런 특징은 오히려 여자아이들이 남자아이들에 비해 훨씬 빨리 '성장하는' 증거로 간주된다. 남자아이들의 '공격적인' 행동이 문제가 되는 유일한 이유는 가부장제가 그들이 좀 더 나이가 들 때까지 기다렸다가 '남성성'을 실천하도록 원하기 때문이다.  - 198, 199쪽


 이 책이 출판 당시 얼마나 센세이셔널 했을지 짐작이 간다. 정신과의사와 심리치료사들이 단지 '여성적인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정신병동에 감금되었다거나, 정신과의사와 심리치료사들이 그들의 여성환자를 상대로 파렴치하게 성관계를 맺었다는 증언, 그리고 정신병원에서 일어나는 성적 학대와 부적절한 수준의 전기충격요법 실시 등에 대한 고발은 많은 이들에게 충격을 주었을 것이고, 이를 숨기고 싶은 자들은 강하게 반발했을 것이다. 

 

 이어서 필리스 체슬러는 본인이 행한 인터뷰들을, 인터뷰이의 특성에 따라 몇 개의 카테고리로 나누어 보여주는데, 카테고리별 특성도 있지만 여성이라는 단일 카테고리로 묶을 수 있는 공통점들이 더 눈에 띈다. 


심리치료 그리고 백인 또는 중산층의 결혼은 여성을 서로 격리시킨다. 이 둘 모두 여성의 불행에 관해 집단적인 해결보다는 개별적인 해결을 강조한다. 양쪽 모두 강한 남성 권위자에게 여성을 의존하게 만들고 무기력하게 만든다. 사실상 이러한 사례는 가부장제 사회에서 어린 소녀가 아버지와 맺는 관계를 다시 재현한 것으로 볼 수도 있다. 그와 동시에 여성들에게 거의 대안을 제공하지 않는(설사 있다손 치더라도 거의 없는) 사회에서 중산층 여성들에게 가장 안전한(가장 인정받고 가장 친숙한) 안식처이기도 하다.  -253쪽

나는 언제부터인지도 알 수 없는 어린 시절부터 당연히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아 가정을 꾸리는 미래를 꿈꿨다. 연애를 시작하면 가장 만족스러웠던 부분은 이 연애를 하는 동안에는 '시장에 던져진' 느낌을 받지 않을 수 있다는 것, 불특정 다수의 남성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 그리고 주로 다른 남성과의 적대적이거나 불안한 상황에서 내 앞에 서줄 수 있는 방패가 생겼다는 것이었다. 결혼으로 그 안정감은 확고해졌다. "안전한 안식처", 딱 그것이다. '사랑'이라는 반짝이 포장지를 벗겨내고 나면, "가장 인정받고 가장 친숙한" 도피처를 택했다는 게 드러난다. 그걸 얻기 위해 포기한 것들과 함께. 


페미니스트 집단을 포함해 여성은 개별 여성이건 아니면 집단 속의 여성이건 남녀 행동에 대한 유해한 이중기준을 버리기가 힘들다. 역설적으로 여성은 '성공'해서는 안 되지만 어떤 일에서든 성공한다면 그런 여성은 모든 면에서 성공하지 않는 한 여전히 실패한 것이 된다. 여성은 완벽한 존재(여신)여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실패자(창녀)다('티끌 하나 없는 완전무결'이라는 폭력적인 조건화는 '불결'이라는 감각과 함께 묶여 사실상 어린 여자아이들에게까지도 깊숙이 새겨져 있다). 만약 여성이 중대한 과업을 성취한다 하더라도, 여성은 남성과 달리, 그런 성취를 이루기 위해 자녀를 돌보고 자기 외모를 가꾸는 것을 포기한다면 여전히 실패자에 속한다. 여성이 법적이고 지적인 투쟁에서 승리한다 하더라도, 그 과정에서 다른 여성 혹은 다른 남성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면 그 여성은 실패자가 되고 만다.  - 500, 501쪽 

완벽한 성공이 아니면 실패자로 취급되는 여성으로서, 우리는 누구나 어느 정도의 죄책감을 품에 안고 산다. 결혼을 하지 않거나 아이를 낳지 않았으면 그것 때문에, 아이를 키우면서 일을 하고 있다면 또 그것 때문에, 아이를 키우면서 일을 포기했다면 또 그것 때문에. 여신과 창녀 이분법에서 우리 여성들부터 벗어나야 하지 않을까. 우리 서로에게 더이상 가혹하지 말자. 이 책에 인용된 안셀마 델올리오의 말처럼, "우리 여성이 자기연민과 자기파괴와 우리가 기억하는 한 우리의 유산이었던 무기력으로부터 빠져나오려면, 서로의 실패와 약점을 이해하고 동정하는 것보다는 서로의 성취와 성공과 능력을 지지하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할 것이다."(493쪽)


 필리스 체슬러의 마지막 말을 인용하며 리뷰를 마친다. 


내가 성별 간 전쟁을 시사한다고 여기는 사람들이 있다면 이렇게 말하고 싶다. 우리는 언제나 전쟁을 치러왔다고, 그리고 그런 전쟁에서 여성은 언제나 패자였다고. 여성들이 이런 사실을 거의 눈치채지 못한 것은 남성이 '승리'를 당연한 것으로 여긴 반면 여성은 '패배'를 당연한 것으로 여기고 살아왔기 때문이다. 여성들이 여지껏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왔던 것에 의문을 제기하거나 그것을 변화시키려고 할 때 우리가 이미 치르고 있었던 성별 전쟁의 비전은 좀 더 확실해질 것이다. - 523쪽


나는 프로이트가 천재라고 생각한다. 많은 중요한 부분에서 그는 옳았다. 무의식적 동기는 존재하고, 증상과 꿈은 해석될 수 있으며 ‘대화 치료(talking cure)‘는 유효하다(...). 
 하지만 여성의 마조히즘과 남근선망에 대해서는 틀렸다. 또한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를 잘못 이해했다. 유대계 그리스도교나 이슬람 문화에서 실제로나 심리적으로나 죽임을 당하는 쪽은 아들이지 아버지가 아니다. 프로이트는 어머니와 딸의 관계를 이해하지 못했을 뿐 아니라 어머니와 아들의 관계도 이해하지 못했다. 천재 프로이트도 자기 시대의 가부장제를 초월하지 못했던 것이다. 누군들 자기 시대를 초월할 수 있겠는가! - P46

페미니스트들은 무엇을 해야 하고 무엇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배웠다. 우리는 예외적인 발견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페미니스트의 가장 중요한 작업은 대학원과 의과 대학 교과서 속으로 ‘사라져버렸다‘. 결코 번성한 적도 없이. 그런데 정말 놀라운 것은 우리 시대의 정신건강 전문가들이 근친상간, 강간, 성적 학대, 아내 구타, 아동학대 등에 관해 대학원이나 의과 대학 교과서가 아니라 페미니스트 의식화 그룹과 연구조사 그리고 풀뿌리 운동으로부터 배운다는 사실이다. 우리는 다름 아닌 피해자들로부터 배웠다. 피해자들은 정신분석학이 아니라 페미니즘으로부터 발언할 힘을 얻게 되었다.  - P61

우리는 강간이 사랑이나 정욕에 관한 것이 아니라 강제적인 혹은 위압적인 섹스와 성적 수치심을 통해 모멸감을 주는 것이라는 점을 알고 있다. (...) 전쟁에서 적군의 포로로 잡힌 남성이 겪는 공포는 가정에서 폭력적인 ‘가정 내 감금‘ 상황에 놓인 여성이 겪는 고통의 정신적 외상과 유사하다.  - P64

자유와 정의는 정신건강에 기적을 행한다. 지크문트 프로이트의 악명 높은 질문 ‘여자가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에 나는 이렇게 대답하고자 한다. 초심자들을 위해서, 그리고 특별한 순서 없이 언급해보겠다. 여성은 자유, 음식, 자연, 은신처, 여가시간, 폭력으로부터의 자유, 정의, 음악, 시(詩), 탈가부장제적인 가족, 공동체, 만성적이거나 생명을 위협하는 질병을 앓고 있을 때와 죽음을 맞이하는 순간에 함께하는 온정 어린 지원, 독립, 책, 육체적(성적)인 쾌락, 교육, 혼자일 수 있는 시간, 자신을 방어할 수 있는 능력, 사랑, 윤리적인 우정, 예술, 건강, 존엄한 고용, 정치적인 동지를 원한다. - P77

전문 패널로 참석한 일부 의사들은 페미니스트 참가자들에게 다소 신경질적이고도 야만적으로 고함을 치기도 했다. 그들은 페미니스트들에게 신경증적이고 범죄적이며 이기적이라는 둥 온갖 소리를 다 퍼부었다. 종종 그들은 페미니스트들이 성차별이 여성에게 주는 상처보다는 남성에게 주는 상처에 관해 발표하기를 원한다. 나는 언젠가 이런 회의 자리에서 어느 흑인 남성 심리학자에게 물은 적이 있다. 흑인의 권력과 평등과 자결권에 관한 회의에서, 인종차별이 백인 인종차별주의자들에게 얼마나 많은 상처를 주었는지를 이렇게나 크게 공감하면서 곱씹을 일인지 생각해봤느냐고 말이다. 그러자 그는 웃었다.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페미니즘에 가장 공감하는 남성 전문가들조차 가부장적인 남성처럼 행동한다는 사실이다. - P457

표면상으로 ‘이타주의‘ 혹은 ‘동정심‘은 정치적이고 군사적인 공간에서는 설 자리가 없다. 심리적인 관점에서 볼 때 ‘동정심을 베푸는 자‘로서의 여성이 받는 훈련은 효과적으로 그들을 집 안에 머물도록 만든다. 20세기의 상류층 아내들은 가난한 자들을 위한 자선사업을 했다. 중산층의 아내들은 평화나 생태계를 위한 시위를 조직하며 사회복지사, 간호사, 교사, 심리학자로 일했다. 서민층의 아내는 비서, 도우미, 창녀로서 자기 자녀와 남편과 자기 가족을 돌보고 남의 아이들과 남편을 보살폈다. 하지만 가난은 사라지지 않는다. 전쟁도 환경오염도 인종차별도 사라지지 않는다. 임신, 출산과 양육이라는 보편적인 여성의 속박은 예나 다름없이 여전히 남아 있다. - P488

전통적으로 이상적인 여성은 직접적인 물리적 폭력을 피한다. 심지어 자기보호마저 행하지 않는다. 심리적으로 자기보호는 가부장제 사회가 여성들에게 금지하는 것이다. 전통적으로 이상적인 여성은 ‘패배하도록‘ 훈련받으며 이상적인 남성은 ‘승리하도록‘ 훈련받는다. 여성들은 기꺼이 제물로 희생되도록 훈련받는다. 예를 들어 대다수 어머니(여성)는 자신만의 고유하고 인간적인 자아를 ‘결혼하고‘ 아이를 키우면서 포기하고 만다. - P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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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2-02-10 17:25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혜교는 아는데 애교는 뭐죠? 아 그래서 제가 뛰어난 미모에도 그동안 박한 평가를…ㅋㅋㅋㅋㅋㅋㅋ


죄송해요. 이 멋진 글에 이런 망댓글을 ㅋㅋㅋㅋㅋ

독서괭 2022-02-10 17:28   좋아요 4 | URL
네 자냥님이 박한 평가를 받으셨다면 이유는 그것 뿐입니다. 틀림 없습니다 ㅋㅋㅋ

잠자냥 2022-02-10 17:32   좋아요 3 | URL
다부장님의 오만 좀 따라해봤는데 거 참 어색하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

독서괭 2022-02-10 17:33   좋아요 3 | URL
네 뻔뻔함이 부족했어요 ㅋㅋㅋ

단발머리 2022-02-10 18:19   좋아요 3 | URL
잠자냥님 힘을 내세요! 할 수 있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글고 지금 필요한 건 뻔뻔함이 아니라 확신 아닐까요? 다부장님 방에 좀 다녀 오시고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잠자냥 2022-02-10 18:32   좋아요 1 | URL
부장님 뻔뻔함 넘사벽 클라쓰 ㅋㅋㅋㅋㅋ

다락방 2022-02-10 20:58   좋아요 3 | URL
에휴.. 자냥님 애교는 없고 오만에 대한 스킬은 너무 부족하네요..(절레절레)

거리의화가 2022-02-10 17:43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괭님 리뷰 잘 읽었어요. 모든 여성들이 어느 정도 죄책감을 갖고 있다는 말이 공감하면서도 씁쓸합니다.
저는 정말 애교가 눈꼽만큼도 없는편인데 생각해보니 이 사람에겐 아양 or 애교를 부렸었더라구요~? 무의식 중에 그를 만족시키기 위한 태도나 행동이었던 것 같아요. 여자연예인들에게 귀여움 or 섹시함을 강요하는 행위들이 이젠 참 지겹게 느껴져요-_-

독서괭 2022-02-10 22:55   좋아요 1 | URL
화가님 감사합니다. 20대 후반 이후로는 특히 거의 모든 여성들이 마음 한켠에 죄책감이나 실패자라는 느낌을 품고 살지 않을까 싶어요. 저처럼 사회가 요구하는 ‘모든 것‘- 결혼하고, 애 둘 낳은^^;;- 을 수행한 사람도 여전히 그런 느낌을 가지고 있으니까요.
애교라는 게, 아이들이 어른에게 예쁨 받기 위해 부리는 것이 본질이고, 그걸 여성에게 남성을 향해 하라고 종용되는 것은 여성을 ‘미성숙한 개체‘로 취급해온 것과 맞닿아 있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어떤 여자연예인은 애교부려보라는 말에 울음을 터뜨리기도 했지요ㅠ

페넬로페 2022-02-10 18:18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제가 잠자냥님만큼 미모가 있지만 애교는 없는 사람이라 결혼의 조건이 저를 있는 그대로 봐줄 수 있는 남자를 선택하는 것이었어요. 그래서 다른 것은 좀 망했지만서도요~~ㅎㅎ
여우하고는 살아도 아무리 예뻐도 곰하고는 못산다는 말이 생각납니다.
독서괭님, 리뷰 잘 읽었어요^^

독서괭 2022-02-10 22:59   좋아요 2 | URL
다른 것은 좀 망했다니 로페님 ㅎㅎㅎㅎ
여우와 곰의 비유도 많이 들었던 이야기네요. 타고난 성격이 애교스러우면 그건 그거대로 좋은 거지만, 타고나지 않았다면 애교 같은 거 애쓰지 않아도 나를 사랑해 줄 사람을 찾는 게 현명한 것 같아요. 현명한 로페님! 감사합니다^^

단발머리 2022-02-10 18:24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독서괭님, 오늘 글 너무 좋아요.
‘애교‘가 여성에게 요구되는 여성다움 중의 하나로서 이 책과 이렇게 연결되니 설득력이 있네요. 고분고분하지 않고 불친절한 여성, 혹은 자기 주장이 강한 여성이 ‘미친 여성‘이 되는 과정이 참 슬프기도 하고요. 또 그런 통념이 얼마나 강고한가 생각하면 더 우울해집니다. 애교 많은 저로서는, 그것이 본래의 제 성격이라 생각하고 사는/살았던 저는 더욱 그러하고요.

독서괭 2022-02-10 23:03   좋아요 1 | URL
애교많은 단발머리님! 본래 성격이기도 하지 않을까요? 정말 안 타고난 분들은 아무리 애써도 안 되거니와 다른 사람의 애교도 오글거린다고 힘들어하시더라고요 ㅋㅋㅋ 저는 마음 먹으면 애교를 부릴 수 있으나.. 이제는 누가 그걸 받아줄지..ㅜㅜ;; 애써 부리는 애교가 아니라 타고난 귀엽고 사랑스러운 성격은 잘 간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공감에 감사드려요^^

mini74 2022-02-10 18:28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저도 열심히 읽고 있어요. 신화로 시작해서 다양한 예시들 ~ 이 책 읽으면서 그레이스 소설이 많이 생각나더라고요.
전 애교대신 폭력을 택한 ㅠㅠ 그래서 이번 생은 망한걸까요 ㅋㅋㅋ

독서괭 2022-02-10 23:05   좋아요 2 | URL
오 미니님도 읽고 계시군요! 이 책 인상적인 내용은 많았는데 뭐랄까 콕 집어 말하기 힘든 이유로 난삽한 느낌이.. 쭉쭉 읽히지가 않더라구요ㅜㅜ 오래 걸렸어요.
애교대신 폭력이라고요? 헉ㅋㅋㅋ 누가 애교 부리면 으악 하며 밀쳐버리는(오글거려서) 분이신가요?ㅎㅎ

2022-02-10 18: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2-10 23: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미미 2022-02-10 19:48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괭님~♡ 이 책 읽을 때의 다시 감동이 밀려옵니다. 친구에게 페미니즘 공부하라고 계속 꼬시는 중인데 그냥 이 페이퍼 하나면 될 것 같네요. 👍

독서괭 2022-02-10 23:09   좋아요 2 | URL
아니 미미님 이런 과찬을. 감사합니다. 그런데 미미님 페이퍼로 안 꼬셔지는 분이면 어렵겠는데요..! 우리 좀더 힘내 보아요!!^^

다락방 2022-02-10 21:02   좋아요 7 | 댓글달기 | URL
괭님 리뷰 잘 읽었습니다. 애교는 진짜 할 말 많은 부분이죠. 저도 애교 없기 일인자인데 저는 애교따위로 애정 얻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좋아한다는 건 애교로 되는 부분이 아니니까요. 저는 모두가 그걸 안다고 생각해요. 그럼에도 여자들한테 유독 애교를 요구하는 건 ‘남자한테 잘 보여야 너가 살 수 있다’는 걸 주입하기 위한거라 생각합니다. 제가 술을 마셔서 제 페이퍼면 욕이 몇 개 들어갔을텐데 괭님 페이퍼라 정중하려 애씁니다.
읽고 써주어서 너무 좋아요 괭님. 정말로요. 계속하세요, 괭님. 읽고 쓰는 거 말이죠.
:)

독서괭 2022-02-10 23:12   좋아요 3 | URL
다락방님 애교 따위로 애정을 얻을 필요가 없다는 말씀에 공감합니다. 약자가 강자에게 부리는 ‘애교‘가 아니라 서로가 서로를 배려하며 주고받는 부드러운 말과 태도가 중요하겠지요! 하지만 저는 다락방님을 만나게 된다면 애교를 부리겠어요. 안 때리실 거죠..? 히히.
감사해요 다락방님. 그런데 욕 들어간 다락방님 페이퍼, 저만 보고 싶은 거 아니죠? ㅋㅋㅋ 아 궁금해라.

scott 2022-02-10 23:5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드라마, 광고, 영화의 영향이 큰 것 같습니다
미국 같은 경우 주요 방송과 미디어에서 주로 사용되는 어휘와 표현이 중산층 언어에 맞춰 있는데 미국 백인 사회의 ‘표준화된 중산층 언어로 지배하고 영국은 계급간에 쓰는 언어가 달라서 사회 어디에서 말할때 계급 출신 등등으로 구별 짓습니다.

애교를 요구 하는 사회, 귀여움을 강요하는 사회, 여성의 무한한 희생과 복종을 강요 하는,,,,


독서괭 2022-02-13 00:36   좋아요 0 | URL
방송의 영향이 정말 큰 것 같습니다 ㅜㅜ <무엇이 아름다움을 강요하는가>를 읽다보니 그게 더 눈에 들어오네요. 미국과 영국도 언어사용으로 계급 구분이 있군요!
애교를 여성의 미덕처럼 취급해서 더 권력구조를 강화하는 것 같아요. 스콧님 댓글 감사합니다^^

책읽는나무 2022-02-11 06:0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도 애교가 없는 편인지라...지금의 남편과 연애할 때 많이 싸웠!!!ㅋㅋㅋ
지금은 포기한 삶!!!
근데 주변 사람들은 남편과 통화하는 걸 보고
나보고 부부싸움 했느냐고? 왜 화가 나있느냐고????? 나는 지극히 평화롭고 애정이 넘치고 있는데 왜 그러지? 싶었는데 그게 내가 남편에게 애교 섞인 통화를 하지 않아 그런가 보더라구요???에혀~~
애교 부족한 사람들은 어딜 가나~오해 받기 십상입니다ㅋㅋㅋ

우쨌든 나는 못하지만 또 애교 부리는 사람은 좋아하는 습성도...스콧님 댓글 읽다 보니 어쩌면 애교를 요구하고, 강요하는 사회를 조장하는데 한몫 하고 있었겠군!! 생각하게 되네요. 애교는 여자만 부려야 하는 건가요? 남자도 애교를 부리게 만들어 버리면??ㅋㅋ
그들도 겪어 봐야 이런 행동이 얼마나 현타가 오는 건지? 느끼기 쉬울텐데 말입니다!!!
천성적으로 타고 난 사람들은 예외지만, 타고나지 않은 사람에겐 억지로 강요 받는 시스템은 정말 싫네요ㅜㅜ

독서괭 2022-02-13 00:40   좋아요 1 | URL
애교스러움이 없이 무뚝뚝하면 오해를 받는군요^^; 얼굴표정이나 태도도 미소띄고 부드럽게 하지 않으면 그런 오해를 받는 것 같아요. 왜 화가 나 있느냐고 하다니ㅋㅋㅋ;;;
애교스러운 사람, 뭔가 목적을 위해서가 아니라 그냥 귀엽고 사랑스럽게 구는 사람은 저도 좋아합니다. 특히 아이들 애교는 살살 녹지요^^ 여성에게만 애교를 요구하는 건 여성을 아이 취급하는 일환인 것 같습니다. 남자든 여자든 그냥 장점 중 하나로 치부되면 좋겠어요.
나무님 감사합니다^^

프레이야 2022-02-11 10:4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애교라시면 두드러기가 ㅎㅎ
전 못하는 게 애교에요. 애교 부리는 사람도 별로 ㅎㅎ 왜 애교를 부리고 저러지 뭐 이렇게 이상한 눈으로 보는 이상한 사람입니다.
그런데 이게 상대적인 면이 있어서 어떤 사람에겐 무방비로 애교가 살짝 나가는데 그러고 나면 나중에 좀 수치심이 들어요. 제가 뭔가 꼬였나 했는데 심리 기저에 여자는 애교스러워야 우월하다는 가부장제 남성적 시선이 무의식에서도 싫었던 거죠. 무뚝뚝하고 화 잘 내고 까칠한 게 성격적으로도 한몫하겠지만. ㅎㅎ 인간적으로 약점이 많은 사람이라 그것에 매몰되어 자기우울에 빠지곤 합니다만 인용문 493쪽 마지막 문장이 힘이 세네요. 좋은 리뷰 고맙습니다 ^^

독서괭 2022-02-13 00:44   좋아요 2 | URL
북플에는 애교 없는 분들이 대세군요 ㅎㅎㅎ 애교 부리는 사람도 별로시군요^^
어떤 사람에게는 무방비로 애교가 나간다는 거 말씀하시니 공감이 갑니다. 애교도 사실 받아주는 사람 반응에 따라 자극되기도 하니.. 수치심이 드신다는 부분도 이해가 되네요. 저도 그런 부분을 의식하고 나니 결혼 초와 달리 지금은 애교가 거의 없어져.. 남편에게 좀 미안할 때도 있습니다^^;;
프레이야님 댓글 감사합니다^^

공쟝쟝 2022-02-11 23:0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어제 술한잔 걸치고 돌아오던 길고긴 지하철에서 이 페이퍼를 읽었어야했다.... 내 옆에서 눈꼴시어 죽여버리고 싶었던 그 혀가 없는 앵앵이 커플... 여자가 애교를 막 부리자 남자가 내가 이 맛에 산다고 했다.... 그 맛을 모르는 나는 사는 맛을 모르는가. ㅋㅋㅋㅋㅋ 나는 그들이 부러웠던가 ㅋㅋㅋㅋㅋㅋ 싫었나 부러웠나 싫었나... ㅋㅋㅋ

잠자냥 2022-02-12 08:25   좋아요 3 | URL
ㅋㅋㅋㅋㅋ아, 삻이 얼마나 허무하면 그 많은 인생의 맛을 모르고 그저 여친 애교 맛에 사는가… 그 젊은이 안타깝네 그려…하물며 서대 맛 과메기 맛도 그보단 나으리~~~

독서괭 2022-02-13 00:47   좋아요 2 | URL
으아 ㅋㅋㅋㅋㅋㅋ 쟝쟝님 얼마나 힘드셨을까요. 이맛에 산다니 ㅋㅋㅋㅋㅋ 뭐 그럴 수도 있쥬. 누가 나에게 잘보이려고 그렇게 애를 쓰면 좋겠쥬.. 저도 페미니즘에 발들이기 전 별 고민없이 애교를 부리던 그때가 더 좋았다 싶을 때도 있긴 합니다..🙄

공쟝쟝 2022-02-13 12:53   좋아요 1 | URL
서대 맥여줄걸 그랬다 ㅋㅋㅋㅋ어이 청년, 자신이 노동한 돈으로 번 서대회에 소주를 마시는 그맛에 살아보라 ㅋㅋㅋㅋ

건수하 2022-02-28 02:4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아 저도 애교 참 없는 성격인데
그래서 아버지한테 애교를 안 부린다고 집에서조차 박한 평가를 받았답니다...;;

독서괭님 페이퍼 좋았어요.
(댓글에도 애교가 없다..)

독서괭 2022-02-28 22:11   좋아요 0 | URL
수하님 오랜만이예요!!^^ 딸들한테는 애교를 기대하는 어른들이 많죠 ㅠㅠ 애교없는 댓글도 충분히 진심이 느껴집니다! 감사해요 ^^
 
퀴어 이론 산책하기
전혜은 지음 / 여성문화이론연구소(여이연)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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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저런 예를 들어가며 쉽게 설명하려는 저자의 노력이 돋보이는 책. 원문이 문젤까 번역이 문젤까 내가 문젤까를 고민할 필요 없는 잘 쓴 우리말 학술서를 읽는 기쁨도 컸다. 완독 자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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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2-02-07 18:3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독서괭 님의 완독을 축하합니다 👏👏👏👏👏

새파랑 2022-02-07 18:5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완독 축하! 드려요~!!

책읽는나무 2022-02-07 21:1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ㅋㅋㅋ넘 귀여워 버리시면 어떡하나요?
완독 자축!!!ㅋㅋㅋㅋ
귀여워서 축하하는 거에요^^

독서괭 2022-02-07 23:4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축하 감사합니다~~^^ 지난해 7월에 시작해서 드디어 완독을..!!😆

공쟝쟝 2022-02-08 13:5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꾸준히 읽으신거 저도 지켜봤어요ㅋㅋ 자축을 축하합니다!!

독서괭 2022-02-08 15:24   좋아요 2 | URL
흐흐 지켜봐주셔서 감사요♥

단발머리 2022-02-10 18:2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완독 축하해요, 독서괭님!!!!!!!!
 
같이 산 지 십 년 - 레즈비언 부부, 커밍아웃에서 결혼까지
천쉐 지음, 채안나 옮김 / 글항아리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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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한지 10년만에 법적으로 인정받게 된 타이완의 동성커플. 소소하고 일상적인 글들 속에서 정성을 들여 가꾸고 지켜온 단단한 사랑이 느껴진다. 한국의 동성커플에게는 위로와 희망을 줄 수 있겠고, 그 외 커플에게도 사랑을 돌이켜 볼 수 있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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얄라알라 2021-11-16 19:46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독서괭님 100자평 읽고, 올해 읽었던 게다가 북토크까지 열심히 보았던 동성커플 결혼 과정을 그린 책 제목이 까맣게 떠오르지 않아 당황중입니다^^;;;
10년만에 인정받기까지 우여곡절과 애틋한 10년을 읽을 수 있겠네요

독서괭 2021-11-17 11:48   좋아요 1 | URL
엇 무슨 책일까요?? 저도 궁금하네요. 생각나면 알려주세요 ㅎㅎ
저도 십년동안의 투쟁과정을 그린 내용일 줄 알았는데, 물론 그런 내용도 나오지만 소소한 일상 이야기가 더 많습니다. 동성혼이라고 이성혼 커플과 다르지 않음을 조용하게 보여주는 것 같아요.

새파랑 2021-11-16 20:00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역시 퀴어문학 전문가 독서괭님 이시군요~!! 대만까지~!! 아 고독의 우물 읽어야 되는데 😅

독서괭 2021-11-17 11:50   좋아요 1 | URL
퀴어문학 전문가라기에는 너무나 부족해서 부끄럽습니다^^;; <자기만의 방> 각주에도 래드클리프 홀이 나오던데, 자기만의 방 재독하시고 <고독의 우물> 읽어보심이 어떨까요!
 
고독의 우물 1 펭귄클래식 22
래드클리프 홀 지음, 임옥희 옮김 / 펭귄클래식코리아(웅진)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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래드클리프 홀의 <고독의 우물>은 낯설면서도 익숙한 소설이다. 주인공 스티븐이라는 인물이 섹스와 젠더가 불일치하는, 지금의 용어로 정의하자면 트랜스남성(FTM, 태어날 때 정해진 지정성별이 여성이지만 본인의 정체성은 남성인 사람을 말함)이라는 점에서 낯설고(해설에서는 이 작품과 같은 해에 출간된 버지니아 울프의 <올랜도>와 비교하는데, 나는 아직 <올랜도>를 읽어보지 못했다), 나라는 존재에 대한 끝나지 않는 탐구와 지독한 사랑에 관한 이야기라는 점에서는 익숙하다. 이 작품의 큰 의미가 여기에 있다. (다수자의 입장에서) 낯선 존재가 나와 별로 다를 것 없는 보통 사람임을 깨닫게 해준다는 것. 이 작품이 출간된 1928년에 사회적 분위기가 어땠을지는, 이 작품이 1960년대까지 외설적이라는 이유로 금서가 되었다는 것을 보면 충분히 짐작 가능하다. 일단 읽어보면 전혀 외설적인 묘사가 없어 어리둥절 할 수도 있다. 


여성 동성애를 사실적으로 다뤘다는 사실만으로도 당시의 정서로서는 충분히 외설적이었다. 지금의 시각에서 보자면 이 소설의 외설성은 급진적인 섹슈얼리티 혁명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이성애로 방수 처리한 사회에 동성애라는 빗물이 스며들어 누수 현상을 일으켰다는 점에서 이 소설은 분명 외설적이었다.  - 작품 해설 중(404쪽)


영문학사 최초의 레즈비언 소설이라 평가받는다는 이 책으로 인해 법정에 서기까지 한 래드클리프 홀은 <고독의 우물>이 이성애 윤리를 표방한 것이라고 주장하며 작품을 변호했다고 한다. 그러나 나는, 동성애라는 코드보다는 여성인 스티븐이 '감히' 남성 흉내를 내며 남성의 것인 여성의 사랑을 탐했다는 점에서 더욱 응징당한 것이 아닐까 싶다. 여성간의 사랑을 중심으로 삼음으로써 남성이 배제되는 구조가 아니라, 남성성을 추구하고 남성사회에 편입되길 원하나 거절당하는 스티븐의 좌절과 스티븐의 그러한 남성성에 끌리는 여성을 보여주기에, 오히려 1940년대 이후의 게이, 레즈비언 세대들로부터 비판을 받기도 한 것이다. 


 스티븐과 같은 트랜스젠더에게 있어서 이런 논란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외부 성기가 여성인 사람이 여성을 사랑하면 그는 동성애자인가, 아니면 스스로 남성으로 정체화하므로 이성애자인가? 그런데 그것이 뭐 그렇게 중요할까? 

 사실 내가 LGBT+ 혹은 퀴어에 관한 주제독서를 시작하게 된 것은 성적지향(동성애/이성애)보다는 성적정체성에 대한 관심에서였고, 그 관심의 시초는 대학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성전환자의 성별 정정"을 허가하는 최초의 대법원 결정이 내려졌던 것이다. 그때에는 그저 호기심과 소수자로서 살아가는 삶에 대한 연민 정도에 기초한 관심이었고, 그 후에는 "대체 왜 트랜스젠더나 성소수자들을 혐오하는 것이지?"하는 의문과 문제의식만 막연히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최근 "성전환자의 성별 정정"에 관해 알아볼 기회가 생겼고, 2006년 이후 위 대법원 결정에 기초하여 사무처리지침이 생겼으며 그 내용이 문제되어 몇차례 개정되었고, 하급심에서 대법원 결정에서 요구한 "외부 성기 형성술" 없이도 성별 정정을 허가하는 결정이 내려지는 등의 변화가 있긴 하였으나, 지난 15년 동안 근본적인 발전은 없었음을 알게 되었다. * 자세한 내용은 나무위키에 잘 정리되어 있다.


 일단 사무처리지침이 '지침'에 불과하다고는 하나 많은 판사들이 여전히 이를 허가의 기준으로 삼고 있는데, 해당 지침에서 규정한 내용들이 지나치게 엄격한데다가, '성전환증'이라는 병명을 여전히 사용하고 있고[미국정신과 학회가 마련한 정신장애의 진단 및 통계 편람 5(DSM-5, 2013)에서는 성별 불쾌감(혹은 위화감, gender dysphoria)’이라는 용어로 개정되었다], 기존의 편견에 사로잡힌 일부 판사나 직원들로부터 모욕적이거나 수치스러운 질문을 받게 되는 등 문제가 많다. 특히 성별 정정 신청 과정에서 신청인은 자신이 사회적으로 지정성별과 반대의 성별로 인식되고 있고 그러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음을 증명해야 하는데, 그걸 어떻게 증명하겠는가. 사회통념이 요구하는 관습적인 "여성" 혹은 "남성"의 모습을 최대한 모방하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관습에서 벗어난 모습을 한 트랜스젠더는 그의 정체성을 부정당한다. 만일 지정성별이 남성이지만 성적정체성을 여성으로 규정하는 트랜스여성이, 숏컷에 보이쉬한 차림을 하고 여성파트너와 동거하고 있다면, 성별정정 허가를 받기는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숏컷에 보이쉬한 차림을 하고 여성을 사랑하는 시스젠더 여성은 여성이 아닌가? 이건 매우 복잡한 문제로 보이지만, 더 근본적인 질문을 던져볼 수 있다. 성별이분법에 기초하여 주민등록번호 뒷자리 맨 처음 숫자로 규정되는 그 성별이, 무엇 때문에 그토록 중요한가? 많은 트랜스젠더, 특히 트랜스여성들은 '너무 여성적으로 꾸민다'는 이유로 "기존의 성별에 대한 편견을 고착화한다"는 비판을 받는다. 그러나 그들이 그렇게 꾸미지 않으면, "여성인 척 하는 남성"일 뿐이라고 거절당한다. 이들에게는 설 자리가 없다. 자신이 단지 자신답게 존재할 수 있는 것, 퀴어들이 바라고 주창하는 건 단지 그뿐일 수도 있는데. 


다시 소설로 돌아가 보면, <고독의 우물>의 주인공 스티븐은 부유한 귀족 가문의 유일무이한 자식으로 태어났다. 만일 그녀가 지정성별과 동일한 정체성을 지녔다면, 그녀의 삶은 한없이 평화롭고 안온하게 흘러갔을지도 모른다. 이것이 작가의 의도가 아닐까. 모든 것을 가진 듯한 사람이 단지 섹스와 젠더가 일치하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이토록 고통을 받으며 살아가야 한다는 것의 부당성을 고발하는 것. 이런 다른 조건들을 타고나지 않은 가난하고 가진 것 없는 레즈비언의 삶이 얼마나 비참한지는 스티븐의 친구로 등장하는 커플을 통해 엿볼 수 있다. 


 "주님이시여." 그녀가 숨을 헐떡였다. "우리는 믿사옵니다. 우리는 믿는다고 당신께 아뢰었나이다. 우리는 당신을 부정하지 않았습니다. 당신께서는 부활하시어 우리를 지켜주소서. 우리를 인정하소서. 오, 주여. 세상 모두 앞에서 우리를 인정해 주소서. 우리에게 존재할 권리를 부여해 주소서."  -402쪽


 작품 해설에서는 이 마지막 부분을 "자살을 암시하는 스티븐의 절규와도 같은 기도"(406쪽)라고 해석했지만, 나는 스티븐이 자살할 거라고 생각지 않는다. 작가로서 자신이 최고의 자리에 올라 퀴어한 존재들을 세상에 인정받게 하리라는 그녀의 목표를, 끝내 이루었으리라 믿는다. 그러나 작가인 래드클리프 홀은 이 작품을 이후에는 더 이상 논란이 될 만한 작품은 쓰지 않았다고 하니, 이 작품에 관한 법적 공방 때문에 재판비용을 대기 위해 집을 처분하기도 했다는 걸 보면 이해는 되지만, 참으로 안타깝기 그지없다. 후대까지 널리 읽히고 있다는 걸 알면 조금이나마 위로가 될까. 


 작품에 관한 여러 논란들(젠더, 섹슈얼리티 외에도 파시즘이나 인종 문제 등의 이슈가 있는 모양이다)이 있지만 모두 제껴놓자. 평생 남장을 하고 레즈비언으로 살았다는 작가 자신의 이야기로 읽히는 이 소설을 읽으며, 나는 고통받는 한 인간을 보았을 뿐이다. 이 고통이 과연 정당한가? 부디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읽고 함께 질문을 던져주기를 바란다.


※ 알라딘마을의 맞춤추천AI ㅈㅈㄴ님의 추천을 받아 내돈내산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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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1-09-06 12:50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전혀 외설적인 묘사가 없어 어리둥절 할 수도 있다.˝ <- 저요, 저 ㅋㅋㅋ 제가 그랬습니다요. 잠자냥리둥절 ㅋㅋ

‘여성인 스티븐이 감히 남성 흉내를 내며 남성의 것인 여성의 사랑을 탐했다는 점에서 더욱 응징당했다‘는 말씀, 제가 생각 못한 부분이었는데 정말 공감이 가네요.

마지막 ※ 부분에서 껄껄 웃었습니다. ㅎㅎㅎㅎ

독서괭 2021-09-06 12:58   좋아요 4 | URL
잠자냥리둥절 ㅋㅋㅋㅋ
결국 자신과 메리와의 사랑은 ‘불모‘이고 그녀를 보호해줄 수 없다는 생각에 이성애 사회로 메리를 떠나보내는 스티븐을 보면, 이 책이 문제된 이유가 이성애규범을 흔들기 때문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스티븐이라는 존재 자체가 거부감을 일으켰을 것 같아요.
연쇄서평수상마님을 고작 맞춤추천AI로 취급하는 독서괭의 스웩~ ㅋㅋㅋ

미미 2021-09-06 13:29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무엇보다 여성들에게도 비판받았다는 점이 안타깝고 놀랍네요. 그점(모두에게 이해받지 못하는)이 참 힘들지 않았을까하는 생각과 성정체성에 관한 문제는 지금도 그렇지만 모두에게 공통되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독서괭 2021-09-06 13:50   좋아요 5 | URL
제가 최근 퀴어 관련 책을 읽으면서 제일 안타까웠던 점이 일부 페미니스트들이 트랜스젠더를 배제한다는 거였어요. 연대해도 모자랄 판에 다투며 에너지를 소모하다니 ㅜㅜ 미미님의 관심 감사합니다😍

새파랑 2021-09-06 13:52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저도 잠자냥님 독서괭님 글을 보고 이 책 구매했는데 아직 읽기 시작은 못했네요. 표지와 제목처럼 내용 역시 심오한가 보네요 🙄
잠자냥님 맞춤 추천은 완전 인정합니다 👍👍

독서괭 2021-09-06 14:02   좋아요 3 | URL
오오 새파랑님 사셨군요! 내용이 읽기 어려운 건 전혀 아닙니다. 아주 재미있습니다. 꼭 읽어보세요!
잠자냥님 맞춤 추천 최고죠~~😆

잠자냥 2021-09-06 14:41   좋아요 3 | URL
저기 구석에 잠자냥 있네요. 몸둘바를 모르고.....ㅋㅋㅋㅋㅋㅋ

붕붕툐툐 2021-09-07 23:19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진짜 왜 그들이 차별받아야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전 늘 나에게도 닥칠 수 있는 일이라 생각하거든요. 나이 40 넘어 성정체성을 다시 생각해볼 수도 있는거 아니겠습니까? 나와 다르다는 생각이 차별과 편견을 가져오는 거 같아요..ㅠㅠ

잠자냥 2021-09-06 22:55   좋아요 2 | URL
쌤~ 생삭은 뭐예요?

독서괭 2021-09-07 01:13   좋아요 3 | URL
툐툐님도 그렇게 생각하시는군요^^ 전 저의 성정체성도 그렇지만 그보다 제 아이들이 격을 수도 있는 문제라는 생각을 많이 하고, 그렇지 않더라도 대체 개인의 성정체성이 뭐가 그리 문제가 되어야 하는지 정말 모르겠습니다..
오타발견전문 AI님 ㅋㅋ

붕붕툐툐 2021-09-07 23:20   좋아요 3 | URL
자냥아~ 생삭이 뭘까? 그런게 어디있을까? 눈 씻고 다시 한 번 볼까?(발뺌 전문 인간.ㅋㅋㅋㅋㅋ)

scott 2021-10-08 15:5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괭님! 이달의 당선 추카~~
주말 행복한 시간 보내세요 ^ㅅ^

새파랑 2021-10-08 16:52   좋아요 3 | URL
독서괭님 리뷰보고 이 책 샀는데 ㅎㅎ 축하드려요 😆

독서괭 2021-10-08 17:13   좋아요 3 | URL
앗 감사합니다 스콧님 새파랑님! 이 리뷰가 당선되길 내심 바랐는데 기쁘네요^^

겨울호랑이 2021-10-08 23:5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자신이 갖고 있는 정체성과 사회에서 요구하는(또는 정형화된) 기준이 충돌할 때 겪는 갈등의 문제는 성(性)에만 한정되지는 않는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 과정에서 개인이 겪어야 하는 감정, 고통은 자신이 가장 크게 느끼겠지요... 다만, 이러한 문제에 있어 섣부른 동정이나 관심이 더 큰 상처가 될 수 도 있다는 우려도 있기에 각자의 상황에서 움직임이 크게 없는것은 아닌가를 생각하게 됩니다... 독서괭님 이달의 당선작 축하드려요! ^^:)

독서괭 2021-10-09 01:42   좋아요 1 | URL
아, 정말 성에만 한정되지 않는다는 말씀이 맞는 것 같아요. 그걸 성 문제에도 적용해보면 퀴어에 대한 공감도 가능할 텐데요. 성별이분법 관습이 너무 공고해서 아직도 어려운가봐요.
호랑이님 축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