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엄마라는 사실에 얼떨떨해질 때가 있다.
임신부터 출산, 여러 해의 양육 과정이 꿈이었던 것처럼 느껴질 때가.
그게 어린 나에 대한 향수인지, 자유롭고 게을렀던 시절에 대한 향수인지는 분명치 않다.
어쨌든 그 순간은 잠시, 나는 금세 엄마라고, 다른 아이 앞에서는 아줌마라고 자연스럽게 자칭한다.
오늘은 어버이날, 옷깃에 카네이션을 꽂고 출근했다.
어린이날에 어린이들은 쉬는데, 어버이날에 어버이들은 왜 출근해야 하는가?
이 말을 들은 둘째는 잠시 고민하더니 말했다.
어버이날에 못 쉬니까, 이번에 오래 쉰 게 아닐까요?
음, 그건 엄마의 질문에 대한 답이 아니고 인과가 뒤바뀐 것 같지만...
그래, 연휴에 잘 놀았으니 됐다.
하지만, 그래도, "학교는 안 쉬고 회사는 쉬는" 휴일도 하루는 있어야 하는 거 아니냐고!! (억울)
연휴에는 제주도에 갔다.
여행을 갈 때마다 아이들이 커가는 걸 느낀다. 훨씬 수월해졌고, 할 수 있는 활동이 늘어났다.
이제 회까지 먹으니 음식 선택의 폭도 넓다.
지나가다 자그마한 4.3 유적지가 있어 거기도 잠깐 들렀다.
이 끔찍한 역사를 아이들에게 설명하는 일은 난감하기 짝이 없다.
아직 사람의 선함을 믿는 나이 아닌가. 어른으로서 민망하고... 어렵다.
오가는 비행기에서는 <환희의 인간>을 절반 가량 읽었다.
첫페이지부터, 아 이건 서재인들이 좋아할 수 밖에 없는 책이 아닐까 싶었다.
"글쓰기란 넘을 수 없는 벽에 문을 그린 후, 그 문을 여는 것이다."
3년 일기도 한참 못 썼고, 서재글도 많이 못 쓰는 요즘,
서친님들의 읽기와 쓰기의 비율이 궁금해졌다.
자, 여러분, 일주일 또는 한 달 단위로 생각했을 때,
읽는 시간과 쓰는 시간에 어느 정도 할애하고 계신가요?
아니, 질문을 바꿔야겠습니다.
보통은 읽는 시간이 더 많을 테니, 읽는 시간 대비 쓰는 시간을 어느 정도 할애하시나요?
저는 잘 줘봐야 9:1 인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시간이 나면 쓰기보단 읽기 쪽에 손이 가요.
머릿속에서 굴리던 생각을 막상 쓰려고 하면 막혀버리기도 하고요.
그냥, 일단, 좀 더 막 써봐야 할까요? 필사라도 해봐야 할까요.
흐리지만 따뜻한 오늘, 좋은 하루 보내세요.
우리의 생각은 연기처럼 올라가 하늘을 흐리게 만듭니다. 나는 오늘 아무것도 하지 않고, 아무런 생각도 하지 않았어요. 그러자 하늘이 내 손안으로 들어왔습니다. 이미 저녁이지만, 당신에게 오늘의 가장 아름다운 순간을 전하지 않은 채로 하루를 흘려보내고 싶지 않네요. 15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