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라 쓰고 육아라 읽는다.
이번 주 휴가를 내고 집에서 애들 보느라 서재에 들어오지 못했다.
이대로 일주일을 끝낼 것인가. 아이들 낮잠 자는 틈을 이용해, 그동안 올리지 못했던 그림책 단행본 추천 페이퍼를 써본다.
1. 명불허전 백희나
우리 집에 있는 백희나 그림책은 총 여덟 권.
백희나 작가님은 2020년 아동문학계의 노벨상이라고 불리는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상을 수상한 것으로 더욱 유명해졌다. 2003년 신인 시절에 2차 콘텐츠까지 모든 저작권을 넘기는 '매절계약'을 하는 바람에 책이 엄청나게 팔리는데도 인세를 얼마 받지 못했다는 안타까운 사실도 알려졌다.
독특한 그림체와 상상력이 돋보이는 <장수탕선녀님> <이상한 엄마> <이상한 손님>을 아이들은 가장 좋아한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건 <알사탕>과 <나는 개다>이다.
그러나 모든 작품이 다 따스하고 재치가 있다. 특히 백희나 그림책의 특징이라고 내가 생각하는 부분은, 이른바 '정상가족'의 모습을 상정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4인 가족의 모습이 제대로 등장하는 책은 이중 <구름빵> 하나 뿐이다. <알사탕>의 주인공 동동이는 한부모가정의 아이다.
2. 안녕달 그림책
얼마전에도 리뷰를 쓴 바 있는 안녕달의 그림책들. 파스텔톤의 색감과 자극적이지 않고 잔잔하면서도 아기자기한 귀여움이 돋보인다. 안녕달의 그림책들도 정상가족 등 보는 사람을 불편하게 하는 요소가 없다. 아이들도 좋아하지만, 어른이 보기에도 좋은 책들이 많다.
아이들은 <당근유치원>을 가장 좋아하고, 나는 <수박수영장>이 가장 좋다.
3. 케빈 행크스의 그림책들
<우리 선생님이 최고야> <체스터는 뭐든지 자기 멋대로야> <릴리의 멋진 날>은 릴리가 등장하는 연작이다.
아이가 이 책들을 좋아해서 같은 작가의 다른 책들도 찾아보다가 <내 사랑 뿌뿌>와 <난 내 이름이 참 좋아>도 구입했다.
글밥이 좀 많은 편인데 그림도 귀엽고 전달하려는 내용도 좋다. 아이들이 공감하기 좋은 내용들.
<난 내 이름이 참 좋아!>는 독특한 이름을 가진 아이가 학교에 가게 되면서 친구들에게 이름 때문에 놀림을 받게 되는 내용인데, 울면서 집에 온 아이를 엄마아빠가 같이 달래는 장면에서 아빠가 아이 등 뒤로 몰래 육아책을 펴고 보고 있어, 너무 좋다 ㅋㅋ
4. 마들린느 시리즈
마들린느 시리즈는 총 여섯권 있는 것 같은데, 우리 집에 있는 것은 아래 세 권이다.
프랑스 파리의 기숙학교에서 지내는 열 두 여자아이와 선생님의 이야기로, 아이들의 순수함과 선생님의 따뜻함이 절로 미소를 짓게 하는 작품이다.
5. 100층짜리 집 시리즈
<100층짜리 집>은 매우 히트 친 시리즈라 많이들 아실 것. 이 컨셉 하나로 최근작인 <숲속 100층짜리 집>까지 다섯 권을 내고 숫자카드 등 관련물품까지 내고 있으니 대단한 인기다. 100층짜리 집에 10층마다 한 종류의 동물 또는 사물(눈이라든가 비라든가 무지개 등)이 살고 있다는 구성으로, 층마다 해당 동물 또는 사물의 특징을 잘 표현해 놓은 것이 보는 재미가 있다. 아래 중 <숲속 100층짜리 집> 빼고 다 있는데 이것도 조만간 사게 될 듯...
6. 바무게로 시리즈
바무라는 강아지와 게로라는 두꺼비가 주인공. 함께 있는 작은 동물들이나 소품들을 자세히 살펴보는 재미가 있다.
<오늘은 시장 보러 가는 날>이 그 재미가 극대화 된 작품이다. 몇 번을 봐도 전에 발견하지 못했던 부분이 눈에 띈다.
시장>일요일>하늘여행 순으로 재미있다. 시장은 어른들이 보기에도 재미있음.
7. 도토리마을 시리즈
10권 정도 되는 것 같은데 내가 읽은 건 아래 네 권이다. 도토리들이 사는 도토리 마을을 배경으로 하여 유치원, 빵집, 경찰관, 모자 가게 등을 하나하나 살펴보는 구성이다. 재미도 있고 귀여운데, 음, 너무 정상가족 기준이다. 많은 가족들이 나오는데 거의 4인 가족임. 자꾸 이런 게 마음이 불편해지니 원... 아무튼 작가의 정성이 느껴지는 시리즈다.
8. 마누엘과 디디 시리즈
마누엘과 디디라는 생쥐 두명이 지내는 이야기로, 봄, 여름, 가을, 겨울의 네 권으로 구성된 시리즈이다. 위의 그림책들보다 약간 위의 나잇대가 읽어야 할 것 같은 책인데(그림이 작고 글밥이 많은 편), 다섯살 첫째가 좋아한다.
9. 샤론렌타의 그림책들
<비행기 타는 날>과 <정비사들의 하루>를 물려받았는데, 아이들이 좋아해서 이 작가 책을 더 검색하여 <건축가들의 하루>까지 샀다.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건 <비행기 타는 날>인 듯.
비행기 여행을 가기 전에 아이들에게 보여주면 좋을 책. 짐을 부치고, 보안검색대를 통과하고, 면세점에 들르고, 기내식을 먹는 등의 과정이 들어가 있으면서도 굉장히 귀엽고 재미있다.
<정비사들의 하루>는 여러 동물들이 그들에게 맞는 차를 가지고 정비사에게 찾아오는데, 그 모습을 보는 재미가 있는 책. 생쥐는 자기 몸집만큼 작은 차를 타고, 기린을 위해서는 지붕이 아주 높은 차를 만들어 준다.
비행기와 정비사는 강추다.
10. 바바라 매클린톡의 그림책
<아델과 사이먼>은 물건 잃어버리기 선수인 사이먼을 누나인 아델이 학교에서 데리고 집까지 가는 길을 그리고 있다. 하나하나 잃어버린 물건들이 어디 있는지 숨은그림찾기 하듯 찾아보는 재미가 있다. 배경인 파리의 공원, 박물관 등의 모습이 잘 그려져 있는 것도 볼거리.
<메리와 생쥐>는 메리가 우연히 자기 집에 사는 생쥐와 서로 인사를 나누게 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리고 있는데, 참으로 귀엽고 정감있는 책이다.
이 작가 그림체가 참 마음에 든다. 이 글 쓰며 검색하다 보니 아델과 사이먼 다른 시리즈를 사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11. 숨은그림찾기 책
이번엔 본격 숨은그림찾기 책.
<꼬마 동물들과 같이하는 신나는 계절놀이>를 아이들이 너무 좋아해서 <꼬마 동물들과 같이 떠나는 즐거운 세계여행>도 사게 되었다. 각 장마다 아래쪽에 찾아야 하는 물건 그림이 그려져 있다. 꽤 분량이 많아서 자기 전에 이 책 보겠다고 들고오면 살짝 한숨이 나오는 문제가...
12. 배빗 콜 그림책
<엄마가 알을 낳았대!>는 아이가 어떻게 태어나는지 보여주는 그림책이다. 부모가 어설프게 아이들에게 이상한 설명을 해주다가 이미 알고 있는 아이들에게 되려 설명을 듣게 되는 이야기... 얼마 전 본 <곧 수영대회가 열릴거야>와 비교하면 '어떻게' 임신이 되는지에 대해 자세히 보여주는 편이다. 유머러스하게 그려져 있어서 아이들이 별 생각없이 보는 것 같은데, 여러가지 체위가 그려져 있다. 사실 내용 모르고 보다가 좀 당황함.
<멍멍 의사 선생님>은 의사놀이 좋아하는 아이들이 좋아하는 책.
13. 소피 블랙올 그림책
칼데콧상 2회 수상작가라는 타이틀로 광고하는 <지구에 온 너에게>를 사서 보는데, 어째 그림체가 익숙하다 했더니, 집에 있는 책 <아기는 어디서 오는 걸까요?>와 같은 작가였다.
<아기는 어디서 오는 걸까요?>는 <엄마가 알을 낳았대!>보다는 덜 직접적으로, 아이의 탄생을 설명해주는 책이다. 그림도 귀엽고 괜찮은 책. 그러고 보니 수영대회 책보다는 둘다 나은 것 같아..
<지구에 온 너에게>는 외계인이 지구에 온다는 상상으로 지구를 설명하는 편지를 쓴다는 내용인데, 그림이 멋지고 볼만하다. 하지만 스토리가 이어지는 게 아니라서 아이들이 막 좋아하진 않는다. 좀 더 큰 아이들이 좋아할 것 같다.
14. 김영진 그림책
이런, 인기로 따지자면 백희나, 안녕달에 결코 뒤지지 않는 김영진 작가를 뒤늦게 떠올렸다. 워낙 낸 책이 많은 작가인데 내가 읽은 것은 아래 다섯 권 정도.
이 작가는 배경을 아주 사실적으로 그리는 것- 집안 풍경이나 거리 풍경등이 어떨 땐 사진같이 느껴질 정도이다.- 과 숨은그림찾기 하는 재미가 있도록 작은 동물 그림들을 숨겨놓는 것이 특징인 듯.
집에 있는 것은 <노래하는 볼돼지>, <엄마는 회사에서 내 생각 해?> <아빠는 회사에서 내 생각 해?>인데 모두 아이들이 좋아한다. 지원이와 병관이 시리즈는 워낙 유명한데 아이들이 조금 더 크면 몇 권 구입해볼 예정.
뭔가 더 있는 것 같은데 이 정도로 마쳐야겠다. 벌써 아이들 깨워야 할 시간이 되었다. 집에 있으니 매일 책을 스무 권은 낭독하는 듯. 낭독 실력 하나는 느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