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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끼 당번 ㅣ 눈높이 책꽂이 16
이상교 지음, 이은화 그림 / 대교출판 / 2003년 5월
평점 :
절판
애완동물이나 집에서 키울 수 있는 가축을 키우면서 벌어지는 여섯 편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이정도로만 설명하면 그저 그런 이야기려니 하겠지만 나는 이 책을 읽고 이상교 선생님의 펜 종결자가 되었다.
단편 동화집을 그것도 한 작가의 단편 동화집을 읽으면 거기서 한두 편만 좋고 나머지는 그저 그렇다라는 편견을 가진 내게 이 토끼 당번이라는 단편집에 시린 여섯 편은 정말 하나하나 다 아깝고 좋고 감동이 있다. 특히 우재와 달음이는 어찌 보면 아주 평범한 이야기인데 내겐 눈물샘을 자극했다. 하지만 펑펑 울지 않은 것은 동화 속 주인공 우재가 눈물이 날 때 눈을 크게 뜬다는 구절이 나오기 때문이다. 나도 이 동화를 읽으며 두어번 눈에 힘을 주고 눈을 크게 떴다.
한편 한편 읽는 내내 가슴 한 켠이 저려오거나 울컥하지만 감수할만큼의 이야기를 쓰신 선생님의 솜씨는 너무 탁월하고 아름답다. 작은 것을 아끼고 작은 마음을 섬세하게 간직하며 이야기를 써 내려가시는 게 느껴져서 참 좋다. 참 좋구나 라는 말이 자꾸 나오게 만드는 책이다.
첫 번 째 이야기는 이 책의 제목인 토끼 당번이다.
토끼 당번은 4학년이 되어 학교에서 키우는 토끼 당번을 뽑는 이야기이다.
손을 번쩍 든 친구가 되었으나 토끼를 키워본 종혁이가 토끼 당번을 하고 싶어 하는 이야기. 한번도 경험해 보지 못했던 이야기임에도 충분히 공감이 가고 토끼 당번을 양보한 아이 맘이 참 이쁘다.
우재와 달음이는 집에 함께 살게된 사촌 동생 우재가 자신과 비슷한 처지인 강아지 달음이를 데려오면서 벌어지는 일들을 다루었다. 이런 이야기의 끝이 그러하듯 강아지는 죽고 결과는 슬퍼한다는 이야기인데 그런 평범한 이야기를 이상교 선생님은 정말 이쁘고 아름답고 비범하게 다루었다. 달음이의 양말 신은 것같은 네 발로 달려가는 그림은 정말 귀엽고 인상적이다.
돌아온 사랑앵무는 사실 읽고 나서 개운하지 않았다. 두 앵무가 죽었는데 웬지 돌이킬 수 없을 것같은 생각 때문이다. 하지만 아이들이 자라며 이런 일은 꼭 겪을 것이기에 반드시 필요한 이야기일것같다. 돌아온 사랑 앵무의 첫장면 그림은 참 인상적이다.
달려라 챗바퀴는 지리산에서 우연히 아빠 베낭 속에 들어온 다람쥐이야기이다. 어떻게 다람쥐가 가방속에 하는 생각을 저멀리 치워버릴 정도로 도망간 다람쥐의 뒷모습이 아쉬우면서도 아름답고 평안하다.
병아리 올림은 병아리를 밖에 내놓으면서 편지를 쓰고 그 병아리들을 떠올리면서 꿈을 꾸는 이야기이다. 아파트에서 기를 수 없는 병아리. 그래서 밖으로 보내야하는 어쩔 수 없음을 아이 스스로 해결해 보는 것을 지켜보는 것이 애닮고도 기특하고 아프고 그립다.
일어나 킹콩은 이 이야기가 마지막이어서 참 멋지고 좋다.
왜냐하면 죽은 줄 알았던 햄스터가 호 하는 입김으로 살아났기 때문이다. 그렇게 우리 맘 속에 애완 동물과 사랑하고 아끼는 마음이 죽지 않고 살아 숨쉬길 바란다.
책 속 삽화도 정말 마음에 든다.
편집자와 디자이너가 누구였을까가 떠오를 만큼 잘 편집되고 정갈하게 디자인되었다. 이런 책은 글만 잘 쓰고 그림만 잘 그려서 되는 책이 아니기 때문이다. 2003년에 초판을 찍은 이 책을 나는 왜 이제야 발견했을까 싶다.
큰 키에 아이같은 미소를 지으시는 이상교 선생님이 자꾸 떠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