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으로 돌아본 2005년: 분야별 주목받은 학술서들

근대형성·박정희시대 탐구 … 원전연구도 활기

올 한해 학술출판은 인문, 역사분야에서 강세를 보였다. 이 분야에서는 예년처럼 근대사에 대한 관심이 지속되었으며, 원전에 대한 연구, 대상에 대한 실증성의 정도를 최고로 끌어올린 연구물들이 주목을 끌었다.

사회과학 분야에서는 한국 현실의 문제를 해부하고 진단하는 책들이 주목을 끌었고, 방법론에 대한 고민이 지류를 이뤘다. 과학 분야에서는 과학 그 자체에 대한 연구는 해외 명저들이 소개되었고, 한국학자들의 연구는 주로 과학사에 대한 탐구로 나타났다.

이슈를 만들어낸 경우는 예년에 비해 드물었다. 김상봉 전남대 교수의 ‘도덕교육의 파시즘’(길 刊)으로 윤리교육학계와 철학계 사이에서 논쟁이 있었을 뿐이다.

백민정 박사의 ‘맹자: 유학을 위한 철학적 변론’(태학사 刊)은 맹자사상의 이데올로기적 성격을 파고들었으나, “맹자의 철학적 의도를 외면했다”는 비판을 받는 데 그쳤다. 황의동 충남대 교수의 ‘우계학파 연구’(서광사 刊)는 퇴계와 율곡의 양대산맥에 눌려서 주목받지 못했던 우계 성혼의 존재를 주장했으나, 후속 논의는 찾아볼 수 없었다.

가장 아쉬웠던 점은 허수열 충남대 교수의 ‘개발 없는 개발’(은행나무 刊)이 ‘공포탄’에 그쳤다는 점. 이 책은 1920~30년대를 바라보는 ‘개발론적’ 관점이 어떤 점에서 ‘허구’인지를 조목조목 비판한 것인데, 반론자가 전혀 없었다.

올해에는 착실하게 근거를 쌓아 올려가며 차분한 논지를 전개하는 책들이 돋보였다. 10월에 나온 김영식 서울대 교수의 ‘주희의 자연철학’(예문서원 刊)은 한국 현대주자학이 쌓아올린 한 봉우리를 보여주었고, 1월에 나온 ‘초기 한미관계의 재조명’(역사비평사 刊)은 기존 연구에서는 별로 다루어지지 않은 핵심사료를 통해 신미양요 등을 치밀하게 복원했다. ‘우남 이승만 연구’(정병준 지음, 역사비평사 刊)는 이승만과 관련된 새로운 자료의 발굴과 분석, 접근 가능한 모든 자료와 분석의 여러 측면을 최대로 부각시킨 문제작으로 떠올랐다.

중국의 각종 전적과 지방지, 일본의 사서 등을 조사하여 재당 신라인 관련 자료를 찾아내고, 사료고증한 ‘재당 신라인 사회 연구’(권덕영 지음, 일조각 刊), 한영우 한림대 특임교수의 7백여쪽에 달하는 대작인 ‘조선왕조 의궤-국가의례와 그 기록’(일지사 刊), 김시준 서울대 교수의 ‘중국당대문학사’(소명출판 刊)도 빼놓을 수 없는 성과였다.

근대사에 대한 관심은 문학 분야에서 강했다. ‘근대 한국과 일본의 민요 창출’(임경화 지음), ‘한국 근대문학의 재조명’(원종찬 지음), ‘근대계몽기 가족론과 국민생산 프로젝트’(전미경, 이상 소명출판 刊) 등이 그 목록이다. 이 책들이 근대의 공간을 직접 다룬 것이라면, 원로평론가인 김주연 숙명여대 교수의 ‘근대 논의 이후의 문학’(문학과지성사 刊)은 문학에서의 근대성 담론의 갖는 빛과 그늘을 원숙한 시선으로 조명한 메타평론이었다.

현대사 분야에서는 박정희 시대가 화두였다. 박정희에 대해서는 비판적 연구보다는 절대긍정과 호의적 시선이 주류였다. ‘새로운 한국경제발전사’(이대근 외 지음, 나남출판 刊)는 1960~70년대를 다루면서 재벌을 한국경제발전의 ‘필연적·당위적’ 존재로 자리매김했다. ‘박정희 양날의 선택’(김형아 지음, 일조각 刊 )은 박정희가 이끈 파워엘리트를 내밀하게 추적한 역작으로 하반기에 논문에서 가장 많이 인용된 책이었다.

그 외에 ‘우승열패의 신화’(박노자 지음, 한겨레신문사 刊), ‘고종황제 역사청문회’(이태진·김재호 지음, 푸른역사 刊), ‘니체, 디오니소스적 긍정의 철학’(백승영 지음, 책세상 刊) 등이 주목을 받았다.

사회과학 분야에서는 ‘새정치경제학 방법론 연구’(김형기 외 지음, 한울 刊), ‘비판적 자연주의와 사회과학’(마가렛 아처 외 지음, 이기홍 옮김, 한울 刊) 등 방법론적 탐색을 나선 책들이 나와 흥미를 유발했다. 이 흐름 속에서 이기홍 강원대 교수는 사회학 분야의 ‘가설-연역적’ 연구방법이 갖는 문제점을 신랄하게 지적하기도 했다.

사회문제를 다룬 책으로는 예전보다 더욱 유기적으로 환경을 파괴하는 지배이데올로기를 비판한 ‘新개발주의를 멈춰라’(조명래 외 지음, 환경과생명 刊), 비정규직 노동의 확산으로 인해 사회통합의 심각한 위기상황에 봉착했음을 여러 방면에서 지적한 ‘위기의 노동’(최장집 엮음, 후마니타스 刊), 무한경쟁과 승자독식으로 무섭게 제도화되어가는 현실을 비판하고 대안적 사회를 제시한 ‘지식사회 비판’(홍성태 지음, 문화과학사 刊), 연결망 이론으로 IMF 시기를 분석한 ‘경제위기의 사회학’(장덕진 외 지음, 서울대출판부 刊) 등이 있었다.

지리학 분야에서는 남북 분단과 냉전의 상처와 폐해가 누적되어, 사회적 소외와 경제적 낙후를 면치 못하고 있는 ‘접경지역’을 집중적으로 다룬 ‘사회·경제공간으로서 접경지역’(박삼옥 지음, 서울대출판부 刊), 가문으로 표현되는 전통시대 종족의 집단무의식이 전개되어있는 경관과 장소를 탐구한 ‘종족집단의 경관과 장소’(전종한 지음, 논형 刊)은 흥미로웠다.

과학 분야에서는 역사적 작업이 많았다. 먼저 ‘한국 근대 과학기술인력의 출현’(김근배 지음, 문학과지성사 刊)은 서울대의 전신인 경성제대가 과학자보다는 기술자를 배출해 2등신민을 길러내는 역할밖에 못했다는 요지의 주장을 펼쳐 ‘과학에서의 수탈론’을 보여줬다.

‘과학과 종교 사이에서’(김용준 지음, 돌베개 刊) 또한 빼놓을 수 없는 성과였다. 저자의 삶의 무늬가 깊이 침윤된 책으로서, 과학과 종교 사이에 어떤 방식으로 가교를 놓아야 할 것인지를 무게있게 탐구한 책이었다.

예문서원에서 펴내는 한국의 사상가 10人 시리즈의 완간, 책세상의 ‘니체 전집’ 완간, 한국국학진흥원이 야심차게 진행하는 ‘한국유학사상사대계’의 1차분으로 ‘철학’ 분야가 출판된 것, 서양고전 철학자들이 ‘소크라테스 이전 철학자들의 단편선집’(아카넷 刊) 등은 원전과 고전연구의 성과였다.


(교수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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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책이 매출 '효자' … '1인출판' 크게 늘어

올해의 출판시장도 양극화가 급격하게 진행됐다. 매출의 선두주자는 시공사다. 시공사는 어린이책 브랜드인 시공주니어의 220억 원을 비롯해 계열사 전체로는 600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작년에 300억 원 가량의 매출을 올린 민음사는 올해 400억 원 정도의 매출을 기록했다. 그중 어린이책 브랜드인 비룡소는 250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또한 드라마 <내 이름은 김삼순> 덕에 소설 『모모』(미하엘 엔데)가 종합베스트셀러 1위에 오르며 드라마 방영 이후에만 60만 부 이상이 팔려나가는 행운을 잡기도 했다.

1백원대 매출 올린 출판사 30여개
올해 출범 2년째인 랜덤하우스는 작년 매출이 320억 원이었지만 올해는 370억 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올해 50% 정도의 매출을 신장한 웅진지식하우스는 연말 들어 대거 인력을 영입하며 내년의 태풍을 예고하고 있다. 올해 유일한 밀리언셀러 『살아있는 동안 꼭 해야 할 49가지』를 출간한 위즈덤하우스는 작년의 두 배 가까운 130억 원의 매출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이 밖에 김영사, 넥서스, 대한교과서, 북21 등이 200억 원대의 매출을 기록하는 등 100억 원대의 매출을 달성한 출판사는 작년과 마찬가지로 30여 출판사가 포진해 있다. 그러나 중소형 출판사는 올해도 고전을 면치 못했다. 특히 인문사회과학 출판사는 고사지경에 빠져들었다. 신간은 1000부도 팔기 어려울 정도였기 때문이다.

양극화의 '주범'은 물론 할인구조다. '대한민국 최저가 경쟁'이 날마다 벌어지면서 바잉파워가 있는 대형출판사와 대형 유통업체는 공동마케팅에 가까운 영업행위로 성장을 구가했지만 열악한 위치의 출판사는 책을 팔면 팔수록 밑지는 행태가 지속되었다. 화제가 될만한 책을 펴내 인터넷 서점의 초기화면에 책을 '띄우려고 하면' 헐값에 책을 출고해야 하는 것은 기본이고 쿠폰, 검색창 광고, 이벤트, 메일링서비스 등의 비용을 모두 부담해야 하니 베스트셀러에 올라도 속빈 강정에 불과하다.

중소형 출판사의 부진이 지속되면서 출판계 종사자의 '1인 창업'이 늘어나고 있다. 신생출판사는 2002년에 1,896개사, 2003년에 1,647개사, 2004년에 1,716개사 등 3년 동안 하루 평균 4.8개사 꼴로 늘어났다. 아직 통계가 나오지 않았지만 올해도 비슷한 추세로 출판창업이 이어지고 있다.

통계수치상으로는 올해 출판이 활성화된 것으로 나타난다. 상반기에만 작년에 비해 신간 종수 33.3%, 발행부수로는 12.4%가 늘어났다. 하지만 올해는 대단한 화제작도, 대형 베스트셀러도 그리 눈에 띄지 않는 한 해가 되고 있다. 더구나 반품률이 급증하고 있다. 출판유통업체에 확인해본 결과 작년에 비해 반품이 30% 정도 늘어나 실질적인 매출감소가 이뤄졌다고 볼 수 있다.

올해 출판에서 최고로 화제가 된 것은 '1인 출판'과 임프린트이다. 1인 출판이란 말 그대로 한 사람이 출판사를 경영하는 것을 말한다. 임프린트는 기업 안팎의 능력 있는 사람을 발탁하거나 채용해 출판사 운영 일체를 위임하는 것인데 기업 내부의 1인 출판 시스템으로 볼 수 있다. 민음사, 랜덤하우스중앙, 웅진지식하우스, 위즈덤하우스 등이 모두 임프린트의 확대를 꾀했는데 최근 출판사들이 기업의 사세를 키우기 위해 도입하고 있는 제도이다.

1인 출판이 가능해진 가장 큰 이유는 디지털 기술의 발달이다. 기술의 발달은 10년 전에 비해 제작비를 3분의 1 정도로 떨어뜨려 놓았다. 또한 유통업체의 매출 집중도 그 이유 중 하나다. 교보문고를 비롯한 몇몇 대형서점의 체인점 확대, 인터넷 서점 등으로의 매출 집중, 도매상의 일원화 등으로 10여개 도·소매 업체와만 거래를 해도 출판이 가능해졌다. 하지만 1인 출판은 아웃소싱 시스템이 아니면 불가능하다. 이제 교정·교열이나 편집, 다자인뿐만 아니라 기획 등 핵심역량까지 외부의 힘을 빌리기 시작했다.

싸이월드나 블로그 같은 1인 미디어가 갈수록 위력을 발휘하고 있는 것처럼 아이디어만 확실하면 출판기획자가 외부 협력자와 함께 책을 만드는 일이 매우 쉬워졌기 때문이다. 출판기업의 운영비 중에서 가장 부담이 큰 인건비나 경상비를 들이지 않으면서 빠르게 책을 만들 수 있게 된 것이다. 더구나 책은 다른 출판사 이름으로 펴낼 수도 있다. 그래서 출판기획사가 점차 늘어나고 있다.

지금 모든 서점의 여행서 베스트셀러 1위에 올라 있는 『친절한 여행책』의 기획자는 한 출판칼럼니스트다. 그는 이 책을 그 같은 시스템으로 만들었다. 책이 거의 완성될 즈음에 위즈덤하우스의 여행서 브랜드인 열번째행성과 저자 인세 7%, 기획 인세 3%의 조건으로 계약해 책을 출간했다. 이렇게 만들어진 대표적인 책은 『2000원으로 밥상 차리기』이다. 그리고책이 기획하고 영진닷컴이 펴낸 이 책은 30만 부를 넘어섰다. 지금 출판계에서는 이와 같은 출판 형태가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결국 1인 출판이란 '혼자서 책을 만든다는 행위'를 지칭하는 것이 아니라 혼자서도 책을 만들고 파는 행위가 가능해진다는 의미의 전략적 용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1인 출판은 다른 업종, 업태 간의 공동작업을 의미하는 '콜라보레이션' 시스템이 전제될 때 작동할 수 있다. 출판계에서 콜라보레이션은 범출판계 내부에서 이뤄지는 것과 웹이나 모바일 등 IT업계와 이뤄지는 것으로 크게 나눌 수 있다.

성공한 IT 기업들, 출판계 진출 서둘러
최근 IT로 성공한 기업들은 어떤 문화상품이든 탄탄한 이야기구조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장기적인 성장을 이룰 수 없다고 판단하고 아예 출판계 진출을 서두르고 있다. 콜라보레이션을 하는 업체들은 서로의 이점을 살리면서 다른 업종과 함께 일함으로써 시너지효과를 창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출판 사업을 같이 하게 되는 경우에는 기업 내부에서 모든 일이 이뤄지기에 경쟁력이 커질 수 있다.

『세계는 평평하다』의 저자 토마스 L. 프리드먼은 한 인간이 가진 힘에 의해 세계가 축소되고 평평해지고 있어 지금 이 시대를 이끄는 역동적인 힘은 국가나 대기업이 아닌 개인에게서 창출되고 있다고 정리했다. 그는 세계가 평평해지는 동력으로 기술의 발달과 오픈소싱, 아웃소싱, 오프쇼어링, 공급사슬, 인소싱, 인포밍, 스테로이드 등을 들었는데 이런 시스템이 가장 잘 적용되는 곳이 바로 출판이다. 더구나 성공한 책은 '해리포터' 시리즈(조앤 K. 롤링)나 『다 빈치 코드』(댄 브라운)처럼 전 세계를 공략할 수 있다.

21세기 들어 책은 광대한 바다처럼 떠도는 무료정보와의 힘겨운 싸움을 계속하고 있다. 이런 시대에 독자의 머리뿐만 아니라 몸과 마음, 그리고 외부환경까지 움직이기 위해서는 오직 나 하나만을 위해 만들어졌다는 느낌의 책이 아니면 독자의 선택을 받기 어렵다. 그래서 내년 출판계에는 각 분야 최고 전문가들의 합종연횡을 통해 책의 질을 높이기 위한 일이 더욱 늘어날 것이다.

기사게재 : <시사저널> 2005.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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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무비 2005-12-20 15: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늘바람님 잘 읽고 가요.^^

하늘바람 2005-12-20 15: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드무비님 감사해요
 
 전출처 : 이매지 > 2005년 올해의 청소년도서 가을분기 선정도서

1. 문학 예술 분야









 

 

 

 

 

 

 

 

 

2. 역사분야

 

 

 

 

 

3. 사회문화분야

 

 

 

 

 

4. 종교 철학분야

 

 

 

 

5. 과학기술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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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인의 시각

‘넓이’만 남는 100만부 대신 1만명의 독자와 ‘깊게’ 소통을

10년 전 출판계의 화제는 ‘밀리언셀러’였다. 일간지 하단의 5단 10㎝, 15㎝ 책 광고가 사라지고 ‘5단 통’과 전면 광고가 등장하면서 100만 부 돌파, 300만 부 돌파라는 경이적인 숫자들이 책 제목이나 내용을 소개하는 글보다 더 크게 박히기 시작했다.

그 시절에 경험한 에피소드가 있다. 탄탄한 글쓰기로 정평이 난 작가의 신작이 한 해에 2만 부가 조금 넘게 팔렸다. 어느 날 술집에서 만난 작가의 표정은 침울했다. 30대 젊은 여성 작가들의 신작들이 수십만 부씩 팔리던 그 시절, 있을 수 있는 비애였다. 그러나 비애를 넘어 한탄에 이르자 참았던 내 말문이 터졌다. “선생님, 민가협에서 주최하는 양심수를 위한 행사에 한 번은 가보셨죠? 장충체육관에서 하잖아요. 김일 레슬링 경기 중계하던 곳, 아시죠? 선생님의 신작을 사서 읽은 독자들이 다 모이면 장충 체육관 터져요. 하루에 3번을 넘게 행사를 열어야 겨우 꽉 채우는 겁니다. 생각만 해도 얼마나 가슴 벅찬 일이에요?” 100만 부, 300만 부는 아차 하면 저자, 독자, 편집자 모두 잃어버릴 수 있다. 출판의 방향과 줄기는 사라지고 부수만 남는다.

그로부터 10년 후인 2005년 출판계의 화두는 무엇일까? 대형 서점의 2005년 베스트셀러 50위 안에 든 국내 저자의 책들을 둘러본다. <지도 밖으로 행군하라> <쏘주 한잔 합시다> <글쓰기의 전략> <달려라 아비> <살아있는 세계사 교과서> <조선 왕 독살 사건>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대담> <2000원으로 밥상 차리기>…. 산문, 역사서, 소설, 인문서, 실용서 등 분야가 다양하다. 이 책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내가 생각하기엔 ‘소통’이다. 저자들의 직업은 월드비전 긴급구호팀장에서 대학 교수까지 다양하지만, 글쓰기의 배경엔 모두 일상의 삶과 세상에 대한 평범하면서도 각별한 문제의식이 배어 있다. 책은 쓰는 이, 만드는 이, 읽는 이 모두에게 ‘깊이’라는 소중한 체험을 갖게 한다. 그 과정에서 다양한 공감, 곧 새로운 넓이를 만들어낸다. 열거한 책들의 판매부수를 난 모른다. 50만 부, 100만 부 돌파라는 광고 카피도 본 적이 없다. 그렇지만 지금의 출판은 10년 전보다 더 깊고 다양해졌다. 깊고 넓어졌다는 점에서 분명 반가운 진보다.

앞으로 10년, 출판의 화두와 과제는 무엇일까? 그것은 ‘깊게 소통하기’다. 인터넷 미디어의 핵심은 속도와 넓이만이 아니라 ‘커뮤니티’로 상징하는 새로운 소통 방식에 있다. 출판이 100만 부라는 수치의 넓이를 포기하고 1만 명의 독자와 소통하는 길을 찾아야 하는 이유는 더 빠르고 더 넓을수록 더 깊은 것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1만 명의 독자와 만나는 방법은 무엇일까? 저자가 독자가 되고 독자가 저자가 되는 길을 터주는 일이다. 다양한 분야에서 100명, 1000명의 저자를 키워내자. 그러면 1만 명의 독자가 양산된다. 복잡할 것 같지만 간단하다. 읽는 저자, 쓰는 독자가 많아져야 사유와 소통이 깊어지고 깊은 만큼 풍성해진다. 100만 부보다 1000명의 독자와 만나야 한다. 가요계의 용어로 말하면 저자와 독자의 언더그라운드 활동, 최신 용어로 말하면 저자와 독자의 커뮤니티의 공간을 만들어보자.

<한겨레>의 책·지성 섹션 <18.0>은 그래서 반가운 지면이다. <한겨레>가 ‘70, 80년대의 깊이’가 ‘90년대의 넓이’로 확장한 결과였다면, <18.0>은 넓어진 만큼 다시 깊어지는 지면으로 자리 잡아야 한다. 100만 부를 포기하고 1만 명을 만나는 길, 2006년에는 책을 통해 당대의 지성을 다루는 출판계와 <18.0>이 더 깊게, 더 즐겁게 그 길을 찾아보자.


(김학원 휴머니스트 대표) = 한겨레신문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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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chika > [퍼온글] 한겨레가 전문가와 함께 뽑은 2005 올해의 책

 눈앞서 벌어지듯 생생한 기록의 자취

 조선왕실 기록문화의 꽃, 의궤 / 김문식, 신병주 지음

 

 

 "굴종의 역사 고리를 깨라" 웅혼한 인간

 대화 / 리영희, 임헌영 대담

 

 

 기다렸다, 일본 학생들에게 꼭 읽히길

 미래를 여는 역사 / 한중일3국공동역사편찬위원회

 

 

 '남성 중심' 주류 가치 뒤집는 도발적 문제제기

 페미니즘의 도전 / 정희진

 

 

 

 

 

 

 

사는 게 힘들어도 잃지 않았던 '유모아' - 20세기 한국민중의 구술자서전 / 이균옥 외

 환경파괴 오염수치 거두고 문명사적 경고

 문명의 붕괴 / 제러드 다이아몬드

 

 

 한비야 자체가 베스트셀러이기에

 지도 밖으로 행군하라 / 한비야

 

 

 수많은 독자 울린 남미의 역사

 불의 기억 1,2,3 / 에두아르노 갈레아노

 

 

 옷깃을 여미며 읽는 동양고전 해설

 강의 / 신영복

 

 

 자본주의를 사유한 벤야민 때늦은 완역

 아케이드 프로젝트 1, 2 / 발터 벤야민

 

 

 인혁당 사건 정면으로 다룬 노작가의 뚝심

 푸른 혼 / 김원일

 

 

 메마른 정신에 한줄기 소나기 말랑말랑한 생명의 고향 일깨워

 말랑말랑한 힘 / 함민복

 

 

 

 다채로운 소설적 실험 불안 속에서 희망을 건지다

 나는 유령작가입니다 / 김연수

 

 

 인문학, 자연과학 대표간의 아름다운 부딪힘

 대담 / 도정일, 최재천

 

 

 예술의 기원을 생물학으로 설명해보자

 통섭 / 에드워드 윌슨

 

 

 학자들만의 경제학은 가라

 괴짜경제학 / 스티븐 레빈, 스티븐 더브너

 

 

 수출 느는데 왜 내수 안 살까 경제속병 해부해보니...

 쾌도난마 한국경제 / 장하준, 정승일

 

 

 세계사 교육 정상화를 위한 디딤돌

 살아있는 세계사 교과서 1, 2 / 전국역사교사모임

 

 

 성공 욕망 단박에 사로잡다

 블루오션 전략 / 김위찬, 르네 마보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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