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듀본의 기도 - 아주 특별한 기다림을 만나다
이사카 고타로 지음, 오유리 옮김 / 황매(푸른바람) / 2009년 9월
구판절판


"모든 걸 알아야 하는 것과, 즐겁게 사는 것은 차원이 다른 이야기 아닌가."
마술의 기법은 몰라도, 마술을 즐기는 데는 아무 문제 없다, 고도 했다.
38
"정확히 말하자면 단정할 수 없다, 라고 하는 게 맞습니다. 당신의 미래에 대해 나는 몇 가지 경로를 알고 있습니다. 미래의 시나리오는 크게 나누어 몇 십 편이나 됩니다. 그것을 더 자세히 나누면 몇 억 개도 될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그 가운데 당신이 실제로 다다르게 될 미래는 한 가지밖에 없습니다. 대체 어느 미래가 될 것인지는 약간의 조건만으로도 변하게 됩니다."
41. 같은 결과를 얻기 위해서는 모든 재료를, 환경을, 오차 제로의 상태로 준비해야만 한다. 불가능에 가깝다. 이것을 초기치예민성(初期値銳敏性)이라고 한다.
46
"인생이란 건 말이지, 백화점에 있는 에스컬레이터나 매한가지야. 너는 제자리에 멈춰 서 있어도 어느 틈엔가 저 앞으로 나가 있지. 그 위에 첫 발을 디딘 순간부터 흘러가는 거야. 도착하는 곳은 이미 정해져 있지. 제멋대로 그곳으로 향해 간다 이거야. 하지만 사람들은 그걸 몰라. 자기가 있는 장소만큼은 에스컬레이터가 아니라고들 생각해."-11쪽

"이곳에는 중요한 것이 처음부터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누구나 텅 비어 있다."
- "섬 밖에서 온 자가 이 섬에 없는 것을 두고 간다."
78
나는 더 이상 모르겠다며 두 손을 들었다. 허나, 사실은 말하지 않는 것이 하나 더 남았다. 이 섬에 완벽하게 결여되어 있는 것, 그것은 ‘리얼리티’다.
79
유고는 분명 이 섬에 감돌고 있는 기대감과 설레임을 빼앗지 않으려고 침묵하는 게 아닐까? 섬 주민들이 언제까지나 들뜬 마음으로 기다리고, 상상의 나래를 펼 수 있도록 비밀을 밝히지 않는 것이 아닐까?
123. 내가 한 것이 잘 한 건지 잘못한 건지 판단할 수가 없었어요. 정말이지 모든 일들을 원점으로 되돌리고 싶었습니다.-74~75쪽

"인간의 뇌는 신경전류라든가, 뇌내물질 같은 것이 순환하면서 생각을 하고 그 밖의 기능을 하게 되죠. 작은 벌레들이 그런 역할을 하고 있었을 수도 있습니다."
"벌레가 뭘 어쩐다고?"
"전기의 역할을 대신한다고요. 바쁘게 돌아다니는 벌레들이 자극을 주는 거죠. 뇌가 기능하게끔."
카오스 이론을 다시 떠올린다. 카오스라는 것은 기본적으로는 ‘단순한 것들’의 조합으로 일어난다. 실제로 유고의 머리 부분, 즉 척추의 꼭대기에는 ‘단순한 것들’이 모여 있었다. 흙, 식물의 열매, 벌레, 그리고 위에서 내리쪼이는 햇빛, 다음 단계는 그들의 유기적인 조합이었을지도 모른다.
141. 명탐정은 이야기의 한 단계 위에 위치한다. 그렇다면 유고도 그와 같은 입장이지 않을까? 우리들의 이야기를 구하는 것이 아니라 그 한 단계 위 차원에 있는 누군가를 위해 존재하는 걸지도 모른다. 그렇기 때문에 사전에 미래를 언급하지 않은 것이다. 그는 사건의 발생을 막지 않는다.
145. 카오스 이론은 초기값이 약간만 어긋나도 그 결과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오차가 커진다. 그 말은 어디선가 어떤 잘못된 정보가 흘러들었을 가능성을 낳는다. 허수아비가 얻은 정보가 털끝만큼이라도 잘못됐고, 그로 인한 오차가 최후에는 자신의 죽음조차 잘못 예측한 건지도 모른다. 불가능한 이야기는 아니다.
카오스 자체가 그러한 속성을 갖고 있다. 아주 미세한 오차가 전혀 예측할 수 없는 결론을 도출해 낸다.-137쪽

"저 녀석들은 아무것도 모르는 멍청이야. 손톱 따위를 벗긴다고 사람의 의지가 꺾이는 줄 알아? 나의 의지는 손톱에 있는 게 아냐. 뿐만 아니지, 아무리 내 머리를 내려친다한들 내 의지를 꺾을 수는 없다고."
163. "허수아비를 만들고 싶다. 200년 전에 하세구라 님이 타고 큰 일을 해낸 이 배의 일부를 써서 허수아비를 만들 거라고."
"허수아비?"
"저놈들은 멍청이야. 나의 손톱이 아니라 눈이라도 파냈어야 했지."
164. …"죽을 가능성이 커지면 자손을 남기고자 몸이 기능하는 거야. 제 몸이면서도 제 몸이 아니지. 전쟁터에서 언제 죽을 지 모를 판에 자식을 남기라고 명령하는 누군가가 몸 속에 있다 이 말이야. 그것이 두려워. 내 안에는 또 다른 내가, 또 다른 주인이 있다고."
"나는 허수아비를 만들 것이다. 그때까지 기다려 줘."
"허, 허수아비를 지금 왜 만드는 거냐고!"
도쿠노스케는 더 이상 친구의 손을 멈추게 할 수 없었다. 친구의 소원을 들어주겠다는 이유에서가 아니라, 한마디로 로쿠지로의 기백에 압도된 것이다. 동물이 숨을 거두기 직전, 생의 증거를 남기고자 발악하는 듯한, 강렬한 그 몸부림에 주춤한 것이다.
165. "사람의 음성은 떨림에서 일어나지. 공기가 떨려 그 진동으로 소리가 발생한다고. 그러니까 느티나무에 수많은 바람구멍을 내는 거다. 그러면 바람이 통과하면서 공기를 진동시킨다. 결과적으로 허수아비는 그 작용으로 말을 하게 되는 거라고."
"… 전기가 머릿속을 달려 그 자극으로 생각하게 된다고. 인간의 머릿속은 그물망같이 가는 선들이 뻗어 있다."
… 166. "작은 생명들이 교차하면 그 조합은 무한대로 확장된다."
"무한대라니?"
"생각하는 허수아비."
-
"허수아비는 영원히 서 있을 것이다. 이 허수아비는 새와 바람에게서 정보를 얻는다."
167. -161쪽

신비한 울림을 갖는 말이다. 파토스키의 학살. 그 말은 내 귀에 이렇게도 들렸다. 우리들의 죄. 반복되는 우리들의 실수.
189. "우리는 이런 섬에 갇혀서 바깥 일은 전혀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르지만, 도도로키한테 받은 책을 읽으면 동물들은 차차 그 수가 줄어드는 모양이요."
…"아무도 멈출 수 없다, 는 말이지."
"슬픈 결말로 치닫는 것을."
…좋든 싫든 이 세상에는 ‘흐름’이 있는데 거기엔 아무도 대항할 수 없다. 흐름은, 눈보라나 홍수처럼 거대하지만 물이 데워지는 것처럼 천천히 찾아온다. 나그네 비둘기의 멸종도 그렇고 대부분의 전쟁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아무도 눈치 채지 못하는 사이 모든 것이 그 흐름에 휩쓸려 간다.
"인간이란 상실하기 전엔 상황의 심각성을 인식하지 못하지."
"…상실한 것은 두 번 다시 되돌아오지 않아."
"상실한 것이 되돌아오면 어쩔 건데? 어째야 되는데."
"다음번엔 무슨 일이 있어도 잃지 않도록 하는 수밖에 없지."
199. "개미 소굴 안에 뭐가 있는지는 안에 있는 개미보다 밖에서 지켜보는 사람이 더 잘 보는 법이죠."
217. "이 세상살이, 누구에게나 딱 한 번뿐이다."
- "사는 게 즐겁지 않다거나 슬픈 일이 있더라도,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 시작할 수는 없다. 안 그러냐? 모두들 한번 왔다가 가면 그걸로 끝이야. 알겠니?"
"그러니까, 무슨 일이 있어도 살아가는 수밖에 없다."
"아침이면 유고의 발치에 고양이들이 몇 마리나 있을 때가 많죠. 그것도 다 죽은 것들. 나는요, 고양이도 자기가 죽는 것을 아는 게 아닌가 싶어요. 구체적으로 ‘죽음’이라는 의미는 몰라도 무의식중에 ‘끝’이란 걸 아는 거죠. 그러니까 그 전에 유고 근처에 와서 구하는 게 아닐까." - 219.-187쪽

‘어째서 그는 자신의 죽음을 예측하지 못했는가.’
가정 1. 허수아비는 애당초 미래에 일어날 일을 예측하지 못했다.
가정 2. 허수아비는 자신의 수명까지는 예측하지 못했다. 예를 들면 아무리 우수한 컴퓨터도 자기 수명까지는 파악하지 못할 것이다.
‘뇌로써 뇌의 한계를 조사한다.’는 패러독스와 같은 논리다.
가정 3. 허수아비의 이론에 오차가 생겼다. 머릿속을 돌고 있던 벌레에 이상이 생겼을 수도 있다.
거기까지 생각하고 모든 것을 삭제한다. 자신의 죽음을 알면서도 한탄하거나 덜덜 떨지 않고 의연히 받아들였다는 쪽이 훨씬 좋다.
그 다음 이런 아이디어도 떠올랐다.
가정 4. 허수아비는 아직 죽지 않은 게 아닐까?
회의종료. 결론은 오리무중.-234쪽

이 섬은 안전합니다. 여기 있어야 합니다. 바깥세상은 위험한 곳입니다. 두 팔을 일자로 뻗은 허수아비는 주민들에게 그런 메시지를 전했다. 그렇기 때문에 사람들은 모두 무의식중에 당연히 이 섬에서 일생을 마치는 것으로 알고 있다. 맞다, 그럴지도 모른다. 어느 면에서 보면 컬트 교단의 세뇌와 비슷하다.
‘이 섬을 나가면 안 된다.’ ‘섬 밖은 위험천만한 곳이다.’ 라고 공포이미지를 머릿속에 각인시켜 행동을 제어하는 것은, 수상한 신흥종교의 수법과 똑같다.
325. 우리들은 여기저기서 동물을 죽여, 그것을 먹고 살아간다. 다만 그런 것을 사람들은 잊고 산다. 잊게끔 되어 있다. 그런 시스템이다.
333. "어떤 일에나 의미가 있다. 구름이 움직이는 방향이나 굴러가다 멈춘 주사위의 눈에도 다 의미가 있다."-241쪽

삼각형을 그린다치면, 나와 사쿠라, 섬주민들이 각각 세 꼭지점을 이루게 될는지도 모른다. 히비노는 그 어디에도 해당되지 않는, 뚝 떨어진 어느 점이다. 유고는 분명 높이를 갖는 직선이겠지? 2차원 세계 안에서 허수아비만 3차원에 존재한다. 그런 느낌이 든다. 다시 말해서, 유고는 미스터리 소설 속 명탐정인 셈이다.
458. "어떤 사건이든 해결하는 명탐정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아십니까?"
"뭔가?"
"내가 있어서, 사건이 일어나는 건 아닌가?"
-
"유고도 같은 생각을 했을지도 모릅니다. ‘자기가 있어서 이 세상은 개선되지 않는 것 아닌가.’ 아마 그런 생각을 했을지도 몰라요."
"유고는, 미래에 일어날 일을 누군가에게 말해도 결과는 변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었어요. 어떠한 가능성을 생각해도 이 세상은 좋아지지 않는다. 그러면서 점차 미래를 내다보는 자기 자신이 사건의 원인은 아닌가, 하고 의심하게 됐는지 모르죠."
"유고가 없어졌다 해서 이 세상이 좋아지는 건 아니다."
"나도 그렇게 생각합니다."-37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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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마] 요즘 무슨 음악 듣고 계세요?

‘밴드’라는 키워드로, 내 취향의 강렬한 ‘표지’로, 음악 ‘장르’구분으로 무작정 끌림. 이 중에서 몇몇 소장하고 싶고(매번 계획만 세우지만/ 음악은 들어도, 음반 소장은 너무 어렵더라.예전에는 취향에 맞거나, 안정을 찾고자 선택한 음악이 실린 음반을 꼭꼭 소장했는데-), 앞으로의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둔다. 내 마음의 안식 시리즈 무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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넬(Nell) - Let's Take A Walk (Re-Arranged Album)
넬 (Nell) 노래 / 스톤뮤직엔터테인먼트(Stone Music Ent.) / 2007년 6월
13,500원 → 11,000원(19%할인) / 마일리지 110원(1% 적립)
2007년 06월 29일에 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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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t - 1집 Non-Linear [재발매][디지팩]
못 (Mot) 노래 / 소니뮤직(SonyMusic) / 2007년 6월
13,500원 → 11,000원(19%할인) / 마일리지 110원(1% 적립)
2007년 06월 29일에 저장
절판
Bay (베이) 1집 - Open the Road
베이 (Bay) 노래 / Kakao Entertainment / 2007년 6월
13,500원 → 11,000원(19%할인) / 마일리지 110원(1% 적립)
2007년 06월 29일에 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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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 (B'z) - The Best Pleasure II
비즈 (B'z) 노래 / 씨앤엘뮤직 (C&L) / 2007년 5월
16,000원 → 13,400원(16%할인) / 마일리지 140원(1%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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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일기, 오랜만에 기록한다.
그 동안 간간이, ‘오듀본의 기도’를 읽었지만, 이래저래 제켜버려서
지난 독서 일기는 과감히(;) 생략.

*만엔원년의 풋볼
_ 6월 27일(그러니까, 오늘) 즉시 구입.

- 절망의 나날을 기록했다.
관심 가지는 작가 중 한 사람이고, 정신적 공황 상태의 주인공이 가득하다는 데에, **에 영향을 줄 것 같다는 생각에 엄청 선호했다. 매끄러운 문장과, 특별한 표현이 눈에 띄어 더 이상의 판단을 접고, 바로 카운터로 들고 갔다.
친구는 옆에서 “이 소설을 왜 사는지 알 것 같다.”고 말했다. 그래서 내가 “오, 그걸 눈치 챘어? 대단한데!” 라고 했다. (웃음)

*세상에서 가장 가벼운 오토바이
둥글고 부드러운 몸, 몸의 내부, 사물의 그림자, 그림자가 품고 있는 깊이 등에 주목한다.
- 책 소개 중.

얼굴이 그립다

얼굴이 거울을 열고 들어간다 나도 따라 들어가려고 하니 얼굴은 어느새 거울을 잠가버린다 거울로 들어가는 문을 찾는다 거울은 미끄럽고 태연하다 구름무늬가 양각된 타일이 얼굴의 사방에 붙는다 얼굴은 벽의 시간이 된다 나는 이제 막 내 등가지 도착한 오늘의 밤에 기댄다 밤은 나를 뒤적이지 않는다 내가 밤을 버릴 수 없는 것은 내가 공포이기 대문이다 공포는 사랑이며 공포는 껴안을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아는지 거울 속의 얼굴이 나 대신 입을 벌린다 그곳의 밤이 얼굴을 한 줄 한 줄 벗겨낸다 맨살이 새잎 나고 꽃 필 것처럼 깜깜하다 거울로 들어가는 문을 찾지 못해 내게는 오늘의 밤이 계속된다 얼굴이 낯설어진다 내가 거울 밖으로 고개를 다 돌리기도 전에 거울 속의 얼굴이 뒤통수를 보인다 사랑은 공포여서 나는 거울 밖으로 걸어나온다 몇 걸음도 걷지 못하고 나를 두고 거울의 밤 속으로 사라진 얼굴이 벌써 그립다

나는 언어의 내부를 바꾸고 싶다. 세계는, 대상은 표현하는 만큼 존재한다. 그러므로 나는 '테이블'을 '표현의 열정'으로 심장이 뛰는 '새'로 만든 퐁주처럼, 격렬한 외부가 아니라 격렬한 내부를 가진 언어를 만들고 싶어 한다. - 이원
[저자의 말.]

- 방금 주문했음.

*연쇄살인범 파일
_일찌감치 끌리는 신간으로 집어넣은 줄 알았는데, 리스트에 없다.
오늘 매장에서 들춰보고 결정했다. 오래전부터 구상했고, 현재 진행하고 있는 소설에 적극 도움을 줄 만한 책이다. 내가 본 바로는, 딱딱하게 풀어쓰지 않았고, 사례를 들어, 이해를 돕고 있다. 어떤 특수한 시기나 계기랄 것도 없고, 사람이 성장하는 데 환경의 영향이 얼마나 큰지 절실하게 보여준다. 바로 주문.

*한국의 잠자리 생태도감
_매장에서 확인 계획.
우리나라에 서식하고 있는 잠자리의 생태를 안내하는 도감. 170여 장의 표본 사진을 잠자리의 실제 크기로 담고 있으며, 1,000장 가량의 생태 사진과 그림을 자세한 생태 보고와 함께 담았다. 또한 최근 변화된 분류체계 맞추어 우리나라 잠자리의 학명과 국명을 새롭게 정리하였다.[책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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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하고 싶은 일본소설 베스트는?
집오리와 들오리의 코인로커
이사카 고타로 지음, 인단비 옮김 / 황매(푸른바람) / 2007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코드 형성, 배움의 기회, 새로운 발판.

*_ 집오리와 들오리의 코인로커(0622).

이번 리뷰, 또한 계획보다 약간 늦었다. 즉각 리뷰가 효과가 더 큰데, 과연 잘 해낼 수 있을지. 가물가물, 조마조마한 상태로 리뷰 시작.
처음에, 신간 코너에 피쉬 스토리랑 나란히 깔렸을 때, 이 ‘집오리와 들오리의 코인로커’쪽을 살짝 외면했다. 피쉬 스토리, 단편집이란 것에 무진장 끌려서, 먼저 구입했던 것이다. 쭉쭉 외면하려 했는데, 그 결심이 무너졌다. 확 엎어버린 것이다. 친구를 기다리면서, 무심코 집어 들었는데, 후딱 멈춰지지 않고 막무가내로 끌려들어간 것이다. 아뿔싸, 라고 생각했다. 그렇지만 결과는 좋았다. 2005년 1월 <칠드런>을 곧장 구입해서 읽고, 급속도로 빠져들어 다음 작품을 기다렸던 기억이 떠올랐다. 정작 아저씨의 소설이 여기저기 널리게 되었을 때는, 잔뜩 찌푸리고 본체만체했지만. 브레이크가 풀리고, 다시금 빠져든 순간. 찌릿찌릿한 감각을 불어넣으며, 리뷰에 집중을 한다.

 

이 책의 커버를 덮고, 되새기는 과정에서 영상을 그렸다. 처음 칠드런을 접했을 때의 조각 영상, 지난번 피쉬 스토리와 사신 치바를 거쳤을 때의 각인되었던 영상, 새로운 이미지로 교체할 수 있다는 결론으로 매듭지었다. 그리하여 애써 딴청피우며 안 읽으려 들었던 남은 작품들을 다 질러버렸다. 계열, 타입을 무시할 수 없는 건데, 내내 우기고 있었던 것이다. 피식. 이젠 절대 안 그럴 거다. 좋아하는 아저씨들의 작품을 줄곧 기다리고, 꾸준히 읽고, 꼼꼼하게 리뷰를 쓸 거다.(그 드러남은 엉성하고 많이 부족한 리뷰일지라도, 과정은 최선을 다할 것이다.)

 

일단, 화자가 ‘시나’일 경우, 1인칭 관찰자 시점. 좀 더 파고들수록 심리 묘사가 얕게 둥둥 떠 있고, 스토리 위주로 들려주기를 하려는 것이구나 싶었다. 완결을 되짚었을 때, 장치를 만들고, 교묘하게 트릭을 설정할 수 있는 시점 선택은 좋았다고 생각했다. 특정한 이야기의 ‘주인공’이었던 사람이, 한 꺼풀 벗겨보면, 어쩌면 '주변인물‘ 그러니까 ’관찰자‘가 될 수도 있다는 바탕이 깔렸다. 아저씨가 말하길, 잘 지내고 있다는 것을 알려주기 위해 어떤 소설의 ’주인공‘이 다른 소설에서 ’부수적 인물‘로 나오게 만들고 있다고. 나는 그런 면에서 와글와글 반응을 했다. 어딘가 이어지고 있다는, 숨겨진 골목 같기도 한 머릿속 풍경이 쉬이 그려지고 있기 때문에. 

 

다만, 이번 소설에서는 지난번과 달리, 아저씨의 강렬함이 미묘하게 풀썩 가라앉았다는 개인적 판단이 있었다. 번역 쪽으로 약간 문제도 포함되었고. 208쪽의 증발되어 갔다, 라는 부분. 원서에 명시된 그대로 번역한 거 같은데, “가다”라는 단어가 진행형으로 쓰이니까, “가다”라고 곧바로 해석하는 게 아니라, 증발되었다. 라고 하는 쪽이 더 낫고 정확함에 가까울 거라는 개인적 의견이 있다. 210쪽의 연신 -> 연방, 으로 고쳐주어야 한다.
(전체적 문장이, 조금(미묘한 부분에서) 매끄럽지 못하다는 것. 초반에는 그나마 무난했다. 중간에 접어들었을 때, 간혹 발견할 수 있었다. 그렇지만, 실력 향상의 가능성이 보여서 좋았다. ^^) 번역에 관한 부분에서 좀 더 짚고 갈 게 있다면, 상상플러스에 더러 나왔던 우리말을 넣었다는 데에 흐뭇했다는 것이다. 55쪽의 허투루, 270쪽의 헛물켠. 뭐, 상상플러스에 방송되기 전에 이미 알고 있던 어휘지만, 다시금 곱씹어보는 계기가 되어 좋았다는 것! 쓰임새도 살짝 헷갈렸던 게 있다면, 즉각 확인할 수 있고.

 

69쪽, 꽝꽝나무. 인터넷 검색으로, 백과사전에 나오는 부분을 붙인다. 감탕나무과(―科 Aquifoliaceae)의 감탕나무속(―屬 Ilex)에 속하는 상록관목.

남쪽 지방에서 잘 자라나 전라북도의 바닷가에서도 볼 수 있다. 잎은 어긋나고 길이는 1.5~3㎝, 너비 0.6~2.0㎝로 작은 타원형을 이루며 광택이 나는 짙은 녹색이다. 꽃은 5~6월에 암꽃과 수꽃이 따로따로 피는데 수꽃은 총상(總狀)꽃차례로 3~7송이씩, 암꽃은 잎겨드랑이에 1송이씩 핀다. 열매는 10월에 익는다. 목재를 널판이나 기구를 만드는 데 쓰고 있으며, 관상용으로 심기도 한다. 전라북도 부안군 중계리의 꽝꽝나무 군락은 천연기념물 제124호로 지정되어 있다. (출처: Daum 백과사전.)

이렇듯, 무언가 찾아볼 단서를 제공하는, 새로운 지식을 집어넣을 수 있는 기회를 주어 뜻 깊은 시간이라 할 수 있었다.  
 

 

어리벙벙한 주인공을 내세워, 갸웃거리면서 따라가게 의도했고, 거의 절정 부분에 이르러서 팍팍 연거푸 강속구를 무지막지 날려주는 것이었다. 당황, 그리고 번쩍임.
왠지 미심쩍은 기운이 쫙 가라앉아 있는 것 같은 미묘함이 있더라니, 그렇게 반전이 기다리고 있을 줄이야. 에잇, 속았잖아(;) 막 툴툴거리면서도, 은근히 미소를 드리울 수 있었다. 사신 치바와 마찬가지로, 이틀 붙잡고 있었고, 작업할 때를 제외하고 오로지 이 책만 들여다보게 되었다. 밖에 있을 때가 더 많았던 것을 생각하면, 정말 두 번째 속독이었던 것 같다. 그만큼 자신의 세계로 환상의 진공청소기처럼 쭉쭉 빨아들인 코타로 씨에게 감격했던 것이다.

신을 가둔다는 의식을 담은 영상, 책을 덮어도 퍼뜩 떠오르고 있다. 절묘한 대사에 솔깃한 반응을 보이고 말았고, 마지막에 시바 견이 등장하는 장면은 제자리(시나와 도르지의 관계가 지속되는 게 아닐까 싶은)를 찾을 거라는 걸 암시해주고 있다는 생각을 했다.

 

[자력 우승의 가능성이 없어진 야구팀의 팬이 ‘그래도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는 게 야구다.’라며 딴전피우는 것과 비슷할 정도로 포기하지 못했다.] - 427쪽.
야구 표현이 이따금 등장하는 것에, 또한 환호성을 질렀다. 내가 야구를 좋아하니까 그런 것도 있지만, 2003년 당시, 내 번외소설에 테마로 지정했던 야구 표현을 문득 떠올리게 되었다. 2편 남겨놓고 중단해서 아쉽기도 했고, 내 친구가 많이 응원해주었던 소설이라 어떻게든 완결은 내야지 생각만 하고 있었다, 그리하여 내게는 자극이 되기도.

그리고 시점 교차. 이 사항도 개인적 소설 기억을 떠오르게 했다. ‘**’란 제목의 소설을 썼다. 두 주인공의 시점을 번갈아 시도했다. 약간 머뭇거리고, 어설픈 장면도 보였고, 묘사가 충실하지 못했던 것도 있지만, 쭉 콩트식의 글만 썼다가, 처음 도전했던 중편이라고 할까. 그랬다. 고슴도치를 포함한 몇몇 아이템. 내 경험이 최초로 실렸던 거라, 의미가 컸던 소설이기도 했던. 새로이 차곡차곡 자료를 모아, 징검다리 단계를 밟고, 다시금 의도를 찾아볼까?
그런 생각과 더불어, 이번에도 결과는 더없이 부족한 리뷰가 하나 더 늘었군, 중얼거리면서 리뷰를 마무리 짓는다.


+ 빠트릴 뻔했는데, 뒷날개의 소개. [사막]의 책 소개가 잘못됐다. 언급된 부분은 바로 *집오리와 들오리의 코인로커.

한 가지 거슬린 게 있었다면, 표지 띠지. ‘더 이상의 이사카 월드는 없다.’ 라는 문장. 이렇듯 극단적이고 단정적인 표현의 소개는 지양해주었으면 한다. 좋은 작품을 무너뜨릴 수도 있다. 망치는 결과일 수도 있다. 앞으로도 다양하고 특이하게 펼쳐질 텐데, 섣부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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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무슨 책 읽고 계세요?

*오듀본의 기도.
매장에서 사려다가, 책 상태가 좋은 것이 없어서,
속으로 울먹거리면서 괜히 커버의 아저씨 얼굴을
되풀이 들여다보고 싱글 웃다가 다시 울먹거리고(-_-),
알라딘에서 과감히 질러
20일에 도착했다. 3분의 1가량 읽었다.
섬의 배경과 쇄국정책, 미래를 예견하는 허수아비,
흥미진진한 소재. 확 끌어들이는 예리한 표현 발견.
그리하여 이번에도 환호, 빙그레 웃음~

*피아니시모 피아니시모
6월 20일 구입. (특별한 날이라 더 좋았다.)
구입해서 바로 ***에 들어가 읽음.
담아두고픈 표현, 밑줄 긋기 메모.

 

 

 

*소장
천년의 왕국.
벼르던 경욱 씨 소설 지름!(6월 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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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늘빵 2007-06-23 10: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천년의 왕국이 제 위치를 벗어났어요. 피아니시모에서 엔터를 한 두번쯤 더 치셔야할듯 :)
오랫만에 와서 딴지라니. -_-
세 권 다 처음 보는걸요.

302moon 2007-06-29 21: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헤헤, ‘딴지’ 틀렸어요. ‘딴죽’입니다. (웃음) 아마도 그럴 겁니다. 은근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문학’은 잘 접하지 않으신다고.(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