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또(;) 오랜만에 등장했습니다. 이번에는 몇 주만의 리스트인지 가물가물하네요. 새로 나온 책들 중, 3페이지 안 되는 목록에서 간추린 리스트입니다. 리스트에는 붙이지 않았지만, 이미 독서 완료한 책들도 있어요. (북플에 입력해 두었으니, 천천히 밑줄 긋기 기록할게요. 좀 시원해지면 밀린 밑줄 긋기랑 리뷰 도전해봐야겠어요. 소장한 책 사진 찍기도 그때T_T)
깨어남 - 김중만 사진 Ⅹ 유진목 헌시
l 올리버 색스 타계 1주기 헌정 특별판
이번에 출간하는 특별판 3종 《편두통》《깨어남》《뮤지코필리아》는 여러 아티스트와의 콜라보레이션을 통해 올리버 색스의 작품이 지닌 힘을 보여준다(각 300부 한정 출판). 세계적인 사진작가 김중만의 사진을 표지로, 북디자이너이자 설치미술 작가 안지미가 북디자인을 하였으며, 새로운 시 영역을 거침없이 열어가는 3인의 젊은 시인(박연준, 유진목, 황인찬)이 오직 올리버 색스와 그의 작품만을 위해 헌시를 썼다.
《깨어남》은 1920년대의 유행병인 수면병에 걸려 수십 년간 ‘얼어붙은’ 시체나 다름없는 상태로 살아온 사람들의 이야기다. 올리버 색스는 수면병 환자들의 치료 과정과 더불어, 환자들의 삶에 대한 열정과 용기, 그리고 주변 사람들의 아름다운 사연을 감동적으로 그려낸다. 환자들은 죽음과 같은 질병 속에서도 각자의 개성과 유머 감각을 잃지 않았으며, ‘기적의 신약’ 엘도파로 인해 ‘깨어남’을 경험하는 순간 자신의 잠재된 개성을 드러냈다. 또한 엘도파 투약 후 하나같이 부작용의 시련을 겪으면서도 삶에 대한 의지와 감사한 마음을 잃지 않았다. 그후 이들의 이야기는 로버트 드니로와 로빈 윌리엄스 주연의 영화 〈사랑의 기적〉으로 만들어졌으며, 다큐멘터리와 라디오극으로도 제작되어 큰 반향을 일으켰다.
뮤지코필리아 - 김중만 사진 Ⅹ 황인찬 헌시
l 올리버 색스 타계 1주기 헌정 특별판
《뮤지코필리아》는 올리버 색스가 2007년 발표한 작품으로 뇌와 음악에 관한 기이하면서도 감동적인 이야기들이 담겨 있는데, 그의 주특기인 병례사적 서술이 완숙기에 오른 텍스트로 평가된다. 올리버 색스는 안타깝게도 이 작품을 쓴 이후 채 2년이 안 되어 안구암으로 시력을 완전히 상실한다. 황인찬 시인은 작품 〈사랑과 자비〉에서 계절의 풍경을 대비시키며 사랑과 이별의 정서를 쓸쓸하게 노래한다. 이 시를 통해 완숙기의 경이로웠던 올리버 색스를 추억하는 동시에, 그 없는 세상의 허전함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편두통 - 김중만 사진 X 박연준 헌시
l 올리버 색스 타계 1주기 헌정 특별판
《편두통》은 올리버 색스가 37세에 발표한 첫 번째 책으로 그의 작가로서의 시작을 알린 책이다. 사실 그는 34세 때 2주 만에 이 책 초고를 탈고했으나, 당시 클리닉 원장이 시샘하여 책 출간을 막았다. 그러나 올리버 색스에게는 학문적인 진리와 더 많은 환자의 치료가 우선이었고, 결국 그는 해고당하고 만다. 책 출간을 택한 것이다. 《편두통》에 수록된 박연준 시인의 헌시〈완전하지 않은 것들이 달리는 고속도로〉는 올리버 색스의 이런 면모를 포착해낸다. “진리에 앞선 홀림,/ 이 과도한 사랑// 빛은 흔들리고 부서질 때 아름다움을/ 모든 치유의 열쇠는 사랑임을/ 주워요, 당신의 종이 위에서”. 세상의 편견과 부당한 압력에 맞선 올리버 색스의 모습은 박연준 시인의 작가적 초상과 겹치면서 특별한 울림을 준다.
경솔한 여행자
‘프랑스 SF소설의 선구자’ 르네 바르자벨의 대표작 《대재난》을 잇는 또 하나의 걸작 SF 《경솔한 여행자》가 출간됐다. 전작(前作)의 중심 주제들을 이어받으면서 ‘시간 여행’을 핵심 테마로 삼는 이 소설은 오늘날 SF문학에서 자주 등장하는 ‘타임패러독스’, 그중에서도 ‘할아버지 패러독스’(시간 여행자가 과거로 가서 자신의 조상을 살해하면 시간 여행자는 태어날 수 없게 되고, 그렇다면 시간 여행 자체가 불가능해지므로 조상을 살해할 수 없다는 역설)를 최초로 다룬 작품이다.
1793년부터 10만 년까지 시공간을 넘나들며 시간 여행자의 흥미진진한 모험이 펼쳐지는 《경솔한 여행자》는 과학기술문명의 종말과 원시사회로의 회귀를 이야기의 중심축으로 삼은 《대재난》에 비해 좀 더 경쾌한 필치로 쓰였으나, 인류의 행복과 유토피아, 시간과 존재론의 문제 등 작가가 전하고자 하는 주제는 결코 가볍지 않다.
르포히스토리아 - 서대문형무소에서 팽목항까지
이 책은 30년간 현대사의 현장에서 기자로 활동해온 저자가 광복 70주년을 맞이하여 역사의 현장 40곳을 직접 방문하고 그곳에 얽힌 사람과 사건을 기록한 내용을 엮은 것이다. 기자적 현장성을 살린 ‘르포’를 묶어 70년에 걸친 파란 많은 한국의 ‘히스토리아’를 드러냈다. 해방의 환희와 분단의 설움이 교차한 1945년 8월 서대문형무소에서 시작해, 대한민국의 처절한 민낯을 드러낸 2014년 4월 세월호 참사의 팽목항에서 마무리되는 현장 방문을 통해 저자는 과거를 해설하고 현재를 고민한다. 쉽게 찾아보기 어려운 과거 사진과 현장의 최근 모습을 담은 사진 50장을 수록해 현장감을 살렸다.
해방이 분단과 독재로 이어졌고, 이에 대한 저항을 쿠데타의 총성으로 잠재웠지만, 결국 항쟁을 통해 민주와 통일을 실현해온 한국 현대사는 또다시 돌아온 ‘나쁜 나라’와 여전한 가해자의 위세 앞에 막다른 골목에 맞닥뜨린 채 시련을 겪고 있다. 하지만 저자는 좌절이 아니라 새로운 다짐을 제안한다. 역사와 진실을 ‘망각하지 않겠다’는 다짐에서부터 새로운 희망이 시작된다는 것이다. 이것이 '르포히스토리아'가 독자들과 함께 하고 싶은 이야기다.
마음의 병과 치료법
- 최신 진단 기준에 근거한 마음의 병 - 증상.원인.치료법 l 뉴턴 하이라이트 Newton Highlight 99
‘마음의 병’은 현대 사회에서 더 이상 ‘이상한’ 질병이 아니다. 보건복지부와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의 조사에 따르면, 한국인의 27.6%는 평생 중 한 번 이상 정신 장애를 겪는다고 한다. 이 수치는 알코올 관련 장애와 니코틴(담배) 관련 장애, 수면 장애 등까지 모두 포함한 것이기는 하지만, 일반적으로 짐작하던 것보다 정신 관련 장애가 우리 사회에서 아주 흔한 일임을 보여 준다.
마음의 병은 증상과 그 정도에 따라 여러 종류가 있다. 그중에서도 우울증, 불안증, 강박증, 수면 장애, 심적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 등은 우리 사회에서 흔히 볼 수 있고, 과거에 비해 크게 늘어난 마음의 병이기도 하다. 또 선진국일수록 새로운 유형의 마음의 병에 걸리는 사례가 많아지는 것으로 보아, 사회 구조가 복잡해지고 산업이 발달할수록 마음의 병은 더욱 널리 퍼져 나갈 것으로 보인다.
이 글을 읽는 사람에게 영원한 저주를 (반양장)
l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42
이번에 초역된 『이 글을 읽는 사람에게 영원한 저주를』은 전작들과는 다른 특성을 더해 푸익의 색다른 면모를 살필 수 있는 특별한 작품이다. 라틴아메리카가 아닌 뉴욕이라는 외국의 공간을 배경으로 하며, 푸익의 소설 중에서는 유일하게 모국어가 아닌 영어로 초고가 쓰였다. 이는 푸익이 독재 정권이 지배하는 아르헨티나의 정치 상황에 회의를 느끼고 오랜 세월 여러 곳을 떠돌며 망명 생활을 했다는 점과 관련지어볼 수 있다. 푸익은 1976년부터 뉴욕에 머물며 한 미국인 청년과 계약을 맺고 돈을 지불하면서 대화를 나누었고, 그 내용을 변주하여 이 작품을 집필한다.
이 작품의 제목 ‘이 글을 읽는 사람에게 영원한 저주를’ 또한 이와 관련지어 생각해볼 수 있다. 소설은 ‘이 글’이 어떤 글인지, ‘이 글을 읽는 사람’이 누구인지 확실히 지목해주지 않는다. 프랑스 소설책에서 래리가 해독한 첫 구절이 ‘malediction… eternelle… a… qui lise… ces pages(이 글을 읽는 사람에게 영원한 저주를)’이라는 점에 미루어보았을 때, 라미레스의 암호화된 글을 읽는 래리가 저주를 받는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지만 그것이 고정된 해석은 아니다.
푸익은 이 작품의 해석에 대한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았다. 작품의 제목, 라미레스의 옥중 수기, 거짓과 진실, 환상과 현실의 경계가 불분명한 두 사람의 대화, 그리고 마찬가지로 불분명한 두 사람의 정체성까지. 모든 것에 대한 해석은 독자의 몫이고, 절대적인 해석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게 이 소설의 가장 큰 매력일 것이다.
모두의 노래
사랑의 시인, 저항의 시인, 대중과 평단의 사랑을 동시에 받은 노벨문학상 수상작가이자 중남미 민초들을 대변한 칠레의 외교관 · 정치가인 파블로 네루다의 대표작 『모두의 노래Canto General』가 문학과지성사에서 출간되었다.
네루다는 서정적이고 관능적인 사랑, 칠레를 위시한 중남미의 역사, 정치적 사회현실에 대한 비판, 소박한 일상에 대한 반추 등 입체적이고 다층적인 시세계를 구축한 시인이다. 한국에서도 네루다가 등장하는 소설과 그것을 원작으로 한 영화, 사랑 시가 인기를 끌며 네루다의 이름이 널리 알려졌으나, 그의 대표작인 『모두의 노래』는 완역되지 못했었다.
작품의 방대함과 난해함, 중남미의 역사와 자연을 모르면 이해하기 힘든 지역의 특수성 등이 번역, 출간의 장애 요인이었다. 그렇기에 중남미의 자연과 역사, 문화에 정통한 옮긴이 고혜선은 주석을 꼼꼼히 달아 이해를 도왔다.
네루다가 자신의 최고 역작이라고 꼽은 『모두의 노래』는 총 15부 252편으로 엮인 대서사시로 네루다 특유의 역사의식과 만물에 대한 애정이 엿보이는 대표 시집이다. 대부분의 역사서가 아메리카에 대해 언급할 때, 아메리카 발견 이전의 마야 · 아스테카 · 잉카 문화를 간략히 언급하고 유럽인의 진출 이후부터 상세히 기술한다면, 네루다는 아메리카의 시원에서부터 역사서가 기술하지 못한 1950년대의 현대사까지 ‘노래’한다.
벌레 신화
l 민음의 시 225
『벌레 신화』를 통해 시인은 세계의 쏟아지는 폭력에 대해 등을 말고 웅크린 채 견디는 식물적 능동에 대해 말한다. 비극적인 현실을 살아 내기 위해 환멸을 끌어안고 더욱 적극적으로 고통을 느끼는 방식을 택한다. 땅바닥에 가장 낮게 엎드린 벌레의 목소리로 이 세계를 이야기하는 것이다.
유에서 유
l 문학과지성 시인선 488
중첩되는 단어와 시구 들이 밀어붙이는 리듬 속에서 새로운 의미가 창출된다. “세계를 해체하고 재구축하는 놀이”(권혁웅, 문학평론가)이기에 오은, 그의 말놀이는 한가로운 피크닉 장소에 떨어진 폭탄처럼 평온함을 뒤엎고 전에 없던 흥겨움을 터뜨린다. 말놀이로 일궈낸 신나는 한 판이 오은의 시어들 속에서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