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라서 다행이야 - 개정판 
박사, 이명석 (지은이), 경연미(그림) | 홍디자인

고양이는 애완동물이 아니라 동반동물이다
저자들은 고양이가 애완동물이 아니라 동반동물이라고 주장한다. 그들은 스스로를 애묘인(愛猫人)이라고 부르며 고양이는 기르는 대상이 아니라 사람과 함께 세상을 살아가는 존재라고 말한다. 고양이가 얼마나 매력적이고 사랑스러운 동물인지, 그리고 사람이 고양이에게 베푸는 것 못지않게 고양이로부터 사람이 얼마나 커다란 기쁨과 위안을 얻는지를 역설한다. 이런 생각은 '고양이라서 다행이야'라는 책의 제목에서도 드러난다. 고양이가 있는 세상, 그들은 여기에 감사하고 안도한다. 결코 다른 존재에게 쉽게 길들여지지 않는 도도함, 부드러우면서도 강한 생명력, 인간과 더불어 살면서도 자신의 개성을 버리지 않는 세련됨과 같은 매력을 동반자적 관점에서 보여준다는 점에서 이 책은 진정으로 고양이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고양이에게 바치는 헌사이자 우정의 텍스트다.

: ‘사람과 함께 세상을 살아가는 존재’에 한 표, 착각을 하는 부류가 더러 있다는 걸 발견하지만, 자연의 모든 동물은 사람과 나란한 선에 있다. 사진과 이야기가 담겨 있어 2배로 좋고, 끌린다. 예전에도 그랬지만, 근래에는 편집디자인이 특별한 책, 음반, 소품에 주체 못할 정도가 됐다. 개정판이라고 하는데, 이전의 책을 소장하고 있지 않아 주문할 생각이다. 한 번 이끌렸을 법도 한데, 어째서 구입하지 않았을까 갸웃했다가, 이렇게 나올 걸 알고 그랬나 보다, 하고 헤죽거렸다. 개정판이 예쁘게 나와서 얼른 손에 쥐고 싶은 바람이다. 친구가 부탁한 사전이랑 나란히 주문해야지.

카불의 사진사 - 포토저널리스트 정은진의 카불 일기 
정은진 (지은이) | 동아일보사

포토저널리스트라는 직업을 갖게 되었지만 무엇이 중요하고 무엇을 해야 할지 확실한 답이 없는 서른 살 중반. 깊은 슬럼프를 겪지만 마음에 분분히 일어나는 사진을 향한 열정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는다. 결국, 의미 있는 사진작업을 하고 싶다는 간절함은 그의 발길을 아프간으로 향하게 한다. 이슬람 근본주의가 팽배한 그곳에서 억압받는 아프간 여자, 발끝까지 오는 부르카를 쓴 그녀들의 모습을 렌즈에 담으며 삶과 직업 등 자신의 모습을 발견한다. 그리고 오랜 정체에서 일어나 초심을 가다듬고 자신을 돌아보게 하는 돌파구가 된다.
낯설고 힘든 아프간의 구석구석을 헤쳐 나가며 힘을 낸 그의 또 다른 시작은 이제 아프리카에서 이루어진다.

: 지난 문답에서, 사그라지지 않는 내 열정이, 보물이라고 말한 적 있다. 결과가 좋든 나쁘든, 어떤 영역 선상에서 잘하든 못하든 푹 꺼지지 않는 열정 하나만 있으면, 글*음악*그림*공상 모두에 몰두할 가능성이 열려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줄곧 생각했고, 변함은 없을 테니까. 특정 시기의 공백은 더러 있곤 하지만, 졸작은 앞으로도 쭉쭉 이어지리라 본다. ‘돌파구(또는 비상구)’라 멋대로 칭했던, 장애물을 훌렁 넘은 그 장면을 이따금 되새기곤 하는데, 여러 맥락에서 지은이의 그 순간을, ‘렌즈’를 통해 뿜어내는 ‘열정’을 함께 느끼고 싶다.

김광석, 그가 그리운 오후에... - 사진하는 임종진이 오래 묻어두었던 '나의 광석이 형 이야기'  
임종진 (지은이) | 랜덤하우스코리아(랜덤하우스중앙)

임종진이 사진으로 다시 노래 부른 김광석의 시간들. 떠나간 자를 기억해야 하는 슬픔도 때론 선물이 되고 축복이 된다. 그 기억이 우리를 하나로 묶어줄 수 있다면 말이다. 대학로의 좁아터진 작은 극장에서 무릎을 맞대고 땀 뻘뻘 흘리며 함께 노래하던 나와 눈 맞추던 김광석을 기억한다. 어느 늦은 밤, 대학로의 어느 골목에서 혼자 담배를 피우고 있던 김광석을 기억한다. 이름도 알지 못하는 팬에게 반가이 악수하며 환히 웃어주던 김광석을 기억한다. 이제 그 기억들을 다시 생생하게 복원할 수 있게 되었다. 참 큰 선물이다. 참 고마운 선물이다. - 조병준 (시인)

: 초등학교 시절, 처음 접했던 그의 노래. 노래 한 곡을 듣고, 무언가 말로 제대로 표현 못하고서, 멍했던 기억이 있다. 가느다란 선을 늘어뜨리고, ‘공감’을 흘려보낸다고, 졸졸졸 소리가 들리는 것처럼 휙휙 휘둘러보곤 했던 그 장면.  

고흐의 작품을 직접 따라 그리며 색감을 익히고, 그림을 그리는 즐거움과 더불어 명화를 이해하는 시각을 키울 수 있도록 안내한다.
편안한 시간에 즐기는 채색 한 장
그림을 잘 그리는 재능을 부러워하는 사람은 많지만 실제로 그림 그리기를 즐기는 사람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다른 취미 활동에 비해 유독 그림만큼은 아무나 할 수 없는, 미술 전공자들의 전유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일 것이다.
김충원 교수는 그림을 그리는 일은 노래를 부르거나, 블로그에 글을 올리는 것처럼 누구나 마음만 있으면 쉽게 시작할 수 있는 취미 활동이라고 말한다.

10가지 품종의 장미를 선별, 각각의 특성과 매력을 한껏 살릴 수 있는 채색 기법을 안내한다.

: 기타 트레이닝과 마찬가지로 수집하고 있다.(몇 권 빠진 게 있지만) 겉보기에 상당히 얇지만, 그 안에 담긴 게 전부가 아닌 여러 가지 응용이 가능하니까. 그림을 그릴 때는 들추지 않고 제멋대로 즐기며 그리지만, 나란히 꽂아놓는 것만으로 어쩐지 히죽거리게 된다. 나는 어릴 적부터 운동장을 스케치북 삼아 갖가지 요상한 그림, 스스로만 아는 암호 같은 그림을 반복해서 그리곤 해서인지, [아무나 할 수 없는, 미술 전공자들의 전유물]이라고 여기지는 않았던 것 같다. 그저 즐거이 끼적이고 표현하면 된다고 생각했으니까 미술 과목을 좋아했던 듯. 다만, 틀을 만드는 과제는 그리 반갑지만은 않았다. 무언가 정해지는 게 싫었다는 기억이 생생하다. 

예술가의 몸 - 테마와 운동 2 | 원제 The Artist's Body (Themes & Movements) 
트레이시 워 (지은이), 심철웅 (옮긴이), 아멜리아 존스 | 미메시스

20세기 후반 예술사에 새로운 장을 연, '작업의 재료로서 자기 몸을 사용하는 신체 예술'을 종합적으로 분석. 해부한 책이다. 예술가와 저술가 200여 명의 핵심 작업 및 프로젝트, '신체 예술'을 대표하는 주요 작품 300여 컷의 도판, 인터뷰, 작가의 말, 선언문, 비평가들과 철학자들의 평론 및 문화. 철학적 텍스트 90여 편으로 이루어져 있다.

: 넘쳐나는 읽을거리에 허우적거리고 있다. 한숨 돌렸나 싶었는데, 또 이렇듯 무지막지 당기는 책을 발견하고 기겁하고 만다. 찬찬히 살펴보고, 좀 더 느긋하게 담담한 방관자로 대하다가 훌쩍 주문해도 괜찮을 것 같다. 너무 후딱 해치우면, 오히려 싱거워질 것 같다. 최후의 보루는 아니고, 그냥 유리병의 묘약처럼 비밀리에 남겨둬야지.(웃음)

부루마블 세계여행 
홍경선, 홍장선 (지은이) | 넥서스BOOKS

부루마블을 따라가는 세계여행
파란 지구별을 의미하는 부루마블은 더 이상 게임 보드판 위에만 존재하지 않는다. 끝마침이 아닌 현재 진행형으로서 존재하고 있다.
<부루마블 세계여행>에는 부루마블 게임을 통해서 언젠가는 꼭 세계여행을 가보겠다는 의지를 갖고 자란 홍 씨 형제, 형 장선과 동생 경선이 직접 한 곳 한 곳 세계 여러 나라를 다녀본 체험기가 담겨 있다.

: 특정 도시가 아닌, 세계 곳곳 체험담이 담겨 있다는 것에 주목하고 솔깃했다. 보드 게임을 하면서, 설명서에 쓰인 것만이 아닌, 방법을 여러 가지 교묘하게 바꾸거나 덧붙임으로 책을 거듭 재해석하듯 즐겼던 영상이 다시금 생생히 떠오른다. 글과 사진이 담뿍 실려 어우러졌을 것만으로도 소장 가치를 한 단계 더 높여줄 거라고 믿고 있다. 보드 게임을 아직 보관하고 있는데, 추억의 장소에서 끄집어내 비교하는 재미도 쏠쏠할 듯.  




 

: 내용은 어떨까 모르겠는데, 표지 디자인은 좀 밋밋하고 재미가 없는 구닥다리 같다. (두 번째, 세 번째 제외. 좋은 의미로의 ‘구닥다리’는 그나마 낡은 흔적이 정겹고, 포슬포슬한 이미지를 연상시키는데, 책 표지는 그런 인상을 풍기지 않는다.) 매장에서 해부생리학 책을 찾았었는데, 책값이 상당해서 도로 내려놓았던 기억이 있다. (출판사는 다르고, 좀 더 보완된 것), 내가 가진 교재랑 엄청 가격 차이가 나는 듯했고, 양장본에다 소장 가치가 높아 상관없지만, 중요한 건 수중에 돈이 모자랐던 것이다. -_- 또한, 의학용어 CD 포함된 걸 찾고 있었는데, 내가 원했던 걸 발견하지 못했다. CD가 첨부됐다고 좋아서 펴 보면 용어 정리가 어딘가 밋밋하고 가지런한 맛을 찾을 수 없었던 것 같다.(어디까지나 개인적 판단에 불과하겠지만.) 익숙한 출판사라서 반가워, 일단 붙이고 본다. (;) 

블랙패션의 문화사 | 원제 Men in Black 
존 하비 (지은이), 최성숙 (옮긴이) | 심산

검은색 문화를 대표로 하는 옷에 새겨진 검은 색의 상징들과 그 상징의 변화를 다루고 있다. 색과 인류역사의 발전의 상관관계를 흥미진진하게 보여준다.

: 검은색은 옷을 선택할 때 기본 리스트로 포함되어 있지만, 정작 제대로 소화하기에는 어려운 색깔이라고 개인적으로 생각한다. 무난하다고 하는 사람을 많이 봤고, 거리에 넘쳐나는 패션 아이템의 색이지만, 그래프 좌표처럼 어느 지점에서도 비추고, 드러내는 의미는 무한할 수밖에 없다고.

헝그리 플래닛 - 세계는 지금 무엇을 먹는가 | 원제 Hungry Planet: What the World Eats (2005) 
페이스 달뤼시오, 피터 멘젤 (지은이), 김승진, 홍은택 (옮긴이) | 윌북

인류학, 영양학, 의학 등 다양한 분야의 저명한 학자들이 먹거리와 관련하여 생각해볼 만한 주제로 쓴 6편의 에세이가 실려 있으며, 취재 과정에서 벌어진 재미난 에피소드를 소개한 '현장 노트', 각 가족의 대표 음식과 '요리법', 각 나라의 현 상황과 특징을 숫자로 비교해보는 '나라별 개황'등이 양념처럼 책 읽는 맛을 더해준다.

: 우리 생활에 빠질 수 없고, 상반된 기억을 가지고 있기에(그리 특별하지 않지만), 여러 접근을 하게 되는 음식. 거리를 걷다가, 장을 보다가, 빵집에서, [신기하다, 궁금하다, 끌어당긴다]고 접하면 따라하고 싶어지기도 하고, 상상 풍선을 만들면서 그 과정을 그대로 재연하는 게 아니라, 멋대로, 될 대로 되라는 식으로(;) 즉흥적으로 바꾸기도 즐기니까, 이 책도 이런저런 다양한 방법으로 다가갈 수 있을 것 같다.


방황하는 칼날 | 원제 さまよう刃 (2004)   
히가시노 게이고 (지은이), 이선희 (옮긴이) | 바움

'소년범죄'를 다룬 소설이다. 어리다는 이유 하나로 잔혹한 범죄를 저질러도 '갱생'이라는 이름 아래 가벼운 처벌을 받고 풀려나는 미성년자들. 그리고 그 상황을 지켜보며 다시 한 번 상처받고 복수를 생각하게 되는 피해자와 그 가족들의 이야기. 히가시노 게이고는, 이런 상황을 만들어낸 공범자로 '법'을 지목한다.

: 언젠가, 친구랑 ‘법’에 관해 이야기했다. ‘법’을 만든 것도 ‘인간’이고, 그 생성물 ‘법’으로 동일선 상의 ‘인간’을 ‘심판’한다는 게 어쩐지 우습게 느껴진다고. ‘법’의 한계에 대해서 간혹 생각해왔던 부분이 담겨 있을 듯하다.

그로테스크로 읽는 일본 문화 - 《고지키古事記》에서〈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까지 
김종덕 (지은이) | 책세상

지은이들은 일본 문화의 그로테스크함에 대해 '자유로우면서도 노골적이고(性), 두려우면서도 애잔하고(靈), 우스꽝스러우면서도 위엄이 있고(異), 부조리하면서도 아름답다(能)'고 평가하며 이러한 일본적 그로테스크에 비추어 일본 문화의 다양성을 해석하고 있다.

: 밴드 멤버들의 라디오 토크쇼를 듣고 있으면, 섣부른 면도 깔려 있지만, 그 ‘자유로우면서도 노골적’인 휘저어지는 이야기에 걷잡을 수 없이 빠져들고 있는 자신을 발견한다. ‘두렵지’는 않지만, 때로 ‘우스꽝스럽고’, ‘아름다운’ 가사에 귀를 기울이며, 책을 펼쳐 짚어내고 있으면 더욱 파고들 수 있을 것 같다.

남아메리카 열대 우림지역에서 원시부족을 연구하며 인류학 거의 모든 영역에 새로운 이론을 발전시킨 구조인류학의 창시자 레비스트로스. 자크 라캉, 롤랑 바르트, 루이 알튀세르 등 당대의 사상가들에게 영향을 미치며 미학이론에도 큰 공로를 세운 그의 사상을 소개한다. ‘하룻밤의 지식여행’ 시리즈 44번째 책.

 

 

<구토><존재와 무>등의 저작으로 문학과 철학에서 당대에 큰 영향을 끼쳤던 사르트르. 이 책은 그의 실존주의적 세계관에 영감을 준 근본적인 사상들을 설명하고 마르크스주의에 대한 그의 생각과 제3세계의 해방운동에 대한 그의 적극적 태도를 고찰한다. 하룻밤의 지식여행' 시리즈 45번째 책.

 

 

 

 

 

 

 

 

 

 

(주문, 얼른 도착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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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휴 잘 보내셨나요.

서재에 자주 들락거리겠다는 다짐은 할 수 없지만, 종종 기웃거리겠다는 각오를 세웁니다. 그리고 L-SHIN님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새로이 서재를 여시는 그 날, 제가 꼭 안아드릴 수 있습니다. 제 품은 아무에게나 허용하지 않거든요. (웃음) 농담이고.

서재 활동을 시작한 지 1년이 되지 않았지만, 여기만한 데가 없다는 확신을 하게 됩니다. 아직까지 흥미가 달아나지 않았고, 더욱 여러분과 소통하고 싶다는 바람입니다. 제가 머뭇거리기도 하고, 여유로움 또한 훨훨 날아가서 영역을 좁히고 몇몇 분들에게 인사하고 어울렸는데, 2008년도에는 여기저기 들쑤실지도 모릅니다. 생각으로 그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즐겨찾기는 많이 늘어났는데, 손 내밀기가 어려우신가요. 마구 찔러도 좋습니다. 제가 먼저 마구 찌를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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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문해서 온 책.(주문한 책, 주문할 책은 신간 리스트에 붙이지 않은 책 중
선별해서(;) 소개합니다. 이전에 붙인 것들은 소장하게 되더라도, 다시 붙이지 않음.)

피가 되고 살이 되는 500권, 피도 살도 안 되는 100권  
다치바나 다카시 (지은이), 박성관 (옮긴이) | 청어람미디어

책은 크게 2부로 구성되어 있으며, 1부 '피가 되고 살이 된 500권, 피도 살도 되지 못한 100권' 에서는 오늘날의 자신을 형성했다고 말하는 20대 중반부터 30대 중반까지의 에피소드들을 적고 있다. 문예춘추의 기자와 함께 고양이 빌딩과 추가로 임대한 서고 방들을 돌아다니며 미친 듯이 공부하고 책을 읽었던 이야기들이 책을 수놓는다.
2부 '나의 독서일기'는 2001년부터 2006년까지 그가 즐겨 읽었거나 관심을 가진 책들에 대한 잡지 연재 서평들을 모아놓고 있는데, 그의 다른 저작들과 마찬가지로 자연과학, 인문학, 예술, 테크놀로지, 뇌, 생명과학 등을 아우르는 광범위한 그의 지적 관심을 살필 수 있다.
'인간은 영원히 지적인 갈증을 해결할 수 없는 숙명에 처한 존재'이며, 그 지적 욕구가 바로 인류 진화의 원동력이라 말한다. 지적인 갈증을 느끼며 책의 사막을 걷고 있는 이들에게 이 책은 조금 앞서 길을 걸어가고 있는 선배가 두고 간 알찬 매뉴얼 북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 지난 신간 리스트에 포함시킨 줄 알았더니, 찾아보니 없더라는. 사전 같은 모습을 보니, 내용을 훑어보지 않아도 다 뿌듯해지더라. 정리하면서, 싱글싱글 웃었다. 저자의 책은 이전에도 다 장만해야지 생각했다. 접했던 것은 많았으나, 정작 소장한 것은 없어서 갸우뚱하면서, 차례차례 주문할 계획. 이런 카테고리의 책을 접하다 보면, 아주 어린 시절부터 시작된 나만의 책 목록을 만들면 어떨까 하면서 오래도록 생각했다는 걸 기억한다. 나중에 서재에라도 올려둘까 싶다.(언제가 될지, 기회가 닿는다면.) 

마음 미술관 - 정혜신의 그림에세이  
정혜신 (지은이), 전용성(그림) | 문학동네

세상과 사람을 차분하게 성찰하며 풍부한 영감(靈感)을 전달하는 그녀의 글과, 온기가 느껴지는 화가 전용성의 질박한 그림이 어우러져 있다. 말없이 마음속으로 스며드는 그림과 더불어, 인간과 삶에 대한 촌철살인의 성찰, 자신을 되돌아보게 하는 저자의 한마디 한마디가 설득력 있다.
그림들을 보며 저자는 홈페이지에 그림에세이를 써나가기 시작했고, 더 많은 사람들과 생각을 나누고자 최근 그림에세이 블로그를 개설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 이미 독서는 완료했다. 두 번 세 번 거듭 독서 후, 여러 가지 풍경으로 기억해두고 리뷰를 써둘 생각이다. 신간으로 나왔을 때, 일단 보관함에만 담아두었다. 리스트 소개에는 살짝 넘겼고, 최근 블로그를 발견하면서 이웃을 맺고 책을 주문했다. 휘날린 듯, 마음의 한 점을 포착한 듯 강한 그림과 여러 길로 뻗어가는 글을 더듬어나가며, 소장하기를 잘 했다고 생각했다.

두근두근 - 몸에 관한 어떤 散 : 文 : 詩  
권혁웅 (지은이), 이연미(그림) | 랜덤하우스코리아(랜덤하우스중앙)

내 입술이 그에게 닿을 때 나는 입술이고, 내 손이 그를 만질 때 나는 손이다. 입술과 손은 내 몸의 일부가 아니라 전체다. 그 사람을 사랑할 때 나는 얼마나 많은 우주를 품은 것인지. 여기에 소개한 몸들은 그런 설렘과 떨림과 끌림으로 진동한다. 눈과 코와 입이, 손과 발과 몸이, 얼굴과 머리와 몸통이, 그리고 피부와 심장이 전부 다 당신을 향해 두근댄다. 소망하느니, 당신도 나와 함께 두근대셨으면. 우리가 그렇게 마주한 두 개의 우주였으면. - 권혁웅

시인이자 문학평론가인 권혁웅의 첫 번째 산문집을 펴낸다. 『두근두근』이란 제목 하에 몸을 빌미로 끄집어낼 수 있는 사랑에 관한 많은 이야기들을 아주 쉬우면서도 재미나게 풀어놓았다.
이 책은 차려 자세에 긴장된 양 미간으로 읽어나가면 오히려 낭패를 겪을 수도 있으므로 일단 몸에서 힘부터 빼고 봐야 할 일이다. 그렇게 아무런 기대 없이 슬렁슬렁 넘겨보다 느낌이 오는 부분이 있다면 거기 살짝 머물러 놀다 가도 될 일이다. 그에 빗대어 쓰고자 하는 말이 떠올랐다면 메모를 해도 좋고, 그러다 졸음이 오면 이 책을 목침삼아 한잠 자고 일어나도 될 일이고, 그러다 배가 고프면 라면을 끓여 냄비 통째 올려놓고 먹어도 썩 괜찮을 일이다. 어쨌거나 이 책은 이렇게 아무런 부담 없이 놀이 삼아도 좋겠다는 말이다.
1991년부터 지은이가 써두었던 시작메모, 일기, 독서 노트를 바탕으로 『두근두근』은 탄생했다. 세월로 치자면 17년 가까이 묵힌 것들인데, 이를 기초로 책을 작정하여 버리고 수정하고 다시금 쓰는 과정 속에서 ‘몸에 관한 어떤 散 : 文 : 詩’라는 방향이 생겨났다. 이는 에세이라는 장르에 대한 새로운 정의가 필요하다는 저자의 주장과도 일치하는 바, 시와 산문의 경계를 넘나드는 중간문학으로서 산문시의 어떤 전형을 보여주고 있기도 하다.

: ‘슬렁슬렁’이란 의태어의 묘미는 가볍지만 자유롭다는 데 있는 게 아닐까 싶다. 개인적으로 허우적거리는 헤엄치기의 영상도 불러오고, 바닥에 엎드려 마구 노니는 풍경도 그릴 수 있다. 여기저기 어슬렁거리다 마침 강렬한 표지의 책을 발견하고, 털썩 앉아서 몇 시간이고 책장을 넘길 수 있겠다는 느낌. 마지막 커버를 덮어도 새로이 독서를 지속할 수 있을. [되풀이 재생]이 가능한. 그런 이미지가 과감히 끌어당기고, 좀처럼 놓아주지 않는다.

사라지지 않는 사람들 - 20세기를 온몸으로 살아간 49인의 초상 
서경식 (지은이), 이목 (옮긴이) | 돌베개

다양한 국적, 다양한 배경의 이들 49명이 남긴 뚜렷한, 하지만 모든 이들에게 쉽사리 발견되지 않은 흔적을 살피면서 지은이는 우리가 무엇으로부터 무엇을 기억해야 하는지를 되묻는다.
지은이는 자신이 다루는 대상에 대한 진심어린 애정과 예의를 잊지 않고, 그 속에서 다양한 생각을 채워놓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그리고 지은이의 간결한 문장은 그러한 요소들이 서로 엇갈리지 않고 함께 어우러지게끔 해주고 있다. 사라졌기에, 사라지지 않은 이들의 삶과 지은이의 글을 통해 우리는 어쩌면 절망어린 20세기의 끝에서 주어진 역설적이고 단단한 희망을 갖게 될 지도 모르겠다.

: 구석에 웅크린 상자를 가져와 조심조심 펼쳐 살피면, 차곡차곡 담긴 ‘생각’으로 탄성을 지른다. 마구잡이로 꺼내고 싶지만, 차근차근 하나하나 건드려 본다. 무턱대고 [툭]아닌, 그야말로 살그머니. 건지고 거듭 올려도, 가득 채운 ‘문장’은 쉬이 날아가지 않을 것 같다. ‘단단한 희망’에의 머뭇거렸던 첫 발걸음을 탁하고 내딛을 수 있을 듯하다.

*주문

인생만화 - 그림쟁이 박재동이 사랑한, 세상의 모든 것들  
박재동 (지은이) | 열림원

2005년부터 2007년까지, 두 해 동안 「한겨레신문」에 '박재동의 스케치'라는 이름으로 연재되었던 글과 그림을 묶어 펴낸 책이다. 주변의 평범한 이웃들과 지인들, 철마다 피고 지는 꽃들, 음식 등 일상의 한가운데에서 마주한 우리네 삶을 담은 91장의 그림과 이야기가 담겨 있다.

재동 선생님은 '세상을 바라보는 눈'을 갖고 있다.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야 누구나 갖고 있지만, '세상을 바라보는 눈'을 갖기란 쉽지 않다. 우리는 지금 당장 자기에게 필요한 것만 바라보는 눈을 가지고 산다. 선생님의 눈은 그 외의 것, 말하자면 나 아닌 다른 사람, 내 주변의 모습을 바라보고 있다. 박재동 선생님의 <인생만화>에는 이러한 선생님의 눈으로 본 세상이 고스란히 그려져 있다. 잊고 있었던 내 주변의 모습이. 그래서 그 안에 살고 있는 내 모습이. 다른 사람의 모습에서 나를. 그래서 다른 사람도 나와 다르지 않음을. - 강풀 (만화가)

“그림을 그리는 일은 대상을 사랑하는 일이다.”
“즐겁도록 그리자, 아름답게”
삶을 다독이는 ‘진국’ 같은 그림

: 잘 그리려는 그림보다 즐기려는 그림이 좋다. 중심에 몰리지 않고, 주변으로 시선 이동을 해 정겹게 담는 지은이의 그림이 좋다. ‘나’라고 하는 인물이 있기까지 보듬어주었던 그림자 같은 고마운 이들과 버팀목의 상황이 여기저기 녹아들어갔기에 가능한 것. 요모조모 들여다보는 것을 포함하여 여러 가지 담담히 느끼기.

장정일의 공부 - 장정일의 인문학 부활 프로젝트 
장정일 (지은이) | 랜덤하우스코리아(랜덤하우스중앙)

장정일은 소문난 독서광이다. 그는 '알고 싶어서' 읽고, '입장을 갖기 위해' 공부하는 사람이다. 성공하기 위해 혹은 보여주기 위해 하는 공부는 처음부터 그와 거리가 멀다.
흥미로운 것은 이 책을 읽으며 더 읽고 싶어지는 책들의 목록표가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그것만으로 이 책의 가치는 족하다. 장정일의 인문학 독도법은 ‘공부의 기쁨’이 무엇인지 확실히 보여줄 것이다.

: 책 소개로 어딘가 ‘그만 특별하다’는 뉘앙스를 살짝 풍겨, 가만히 찌푸리면서 꼼꼼 뜯어보듯 계속 읽었다. 영역을 넓히는 스타일은 여럿일 수 있다고 본다. 궁금한 건 어쩔 수 없으니, 책을 주문한다. 지은이가 대단하다 싶더라도, 이런 식의 좋은 평 몰아주기는 씁쓸해진다는 개인적 생각. 어쨌건, 기대하고는 있다. (웃음)

청춘의 문장들 
김연수 (지은이) | 마음산책

작가는 유년의 추억, 성장통을 앓았던 청년기, 글을 쓰게 된 계기 등을 차분하게 풀어놓는다. 이백과 두보의 시, 이덕무와 이용휴의 산문, 이시바시 히데노의 하이쿠, 김광석의 노랫말 등 자신의 젊은날을 사로잡았던 아름다운 문장들과 함께. "삶을 설명하는 데는 때로 한 문장이면 충분하니까" 라고 말하면서.
내가 사랑한 시절들, 내가 사랑한 사람들, 내 안에서 잠시 머물다 사라진 것들, 지금 내게서 빠져 있는 것들... 이 책에 나는 그 일들을 적어놓았다. 하지만 당연하게도 그 일들을 다 말하지는 못하겠다. 내가 차마 말하지 못한 일들은 당신이 짐작하기를. 나 역시 짐작했으니까.
...당신도, 그 어떤 사람도 결국 그럴 테니까, 그렇게 우리는 충분한 존재가 될 수 없는, 도넛과 같은 존재니까, 이제 다시는 이런 책을 쓰는 일은 없을 테니까, 삶을 설명하는 데는 때로 한 문장이면 충분하니까. - 김연수

: 도서관에서 빌려 읽어야지 생각했던 게 한 달 전이었던가. [만보객 책속을 거닐다]를 독서 진행하면서, 굳혔다. 소장해야겠다고. 간격을 좁히며, 혹은 넓히며 들출 것 같으니. 짤막 기록을 하는 도중에, 글쓰기 교육을 받지 않았음에도, 처음 글을 쓴 나의 계기는 어떤 장면이었을까 문득 떠올려보게 된다. 그리고 알라딘 다른 분들의 이야기도 궁금해진다. (웃음)

패스포트 - 여름 고비에서 겨울 시베리아까지 
김경주 지음, 전소연 사진 / 랜덤하우스코리아(랜덤하우스중앙) / 2007년 8월
 
2006년 첫 시집 <나는 이 세상에 없는 계절이다>를 펴내면서 문단 안팎의 큰 반향을 일으킨 김경주 시인의 여행 산문집. 그의 패스포트 속에는 고비와 시베리아, 두 나라의 도장이 찍혀 있다. 고비와 시베리아를 횡단하는 이 여행은 2006년 여름에 시작되어 2007년 2월까지 이어졌다.

김경주 시인은 "유목의 땅인 고비에서는 걷거나 지프를 탔고, 유형의 땅인 시베리아에서는 기차를 타거나 걸었다". 그곳에서 울었고 웃었고 아팠고 견뎠으며 사랑했고 이별했던 제 마음의 순간순간을 기록했다. 함께 수록된 사진들은 '티양(teeyang)'이란 이름으로 활동해온 사진작가 전소연이 촬영했다.

배낭여행자라는 말이 좋아서 무작정 길을 떠돌곤 하던 시절이 있었다. 흰 운동화와 기타 한 대만 있으면 세상 어느 곳에서도 기꺼이 겁먹은 이방인이 되어줄 수 있는 자세가 유일하게 인생에서 배우고 싶은 품세였다.
어쩐지 나는 이번 생과 제대로 된 외교를 한번 해보고 싶었는데 그게 여행이었는지 시였는지 사랑이었는지는 아직도 잘 모르겠다. 시는 불륜과도 같이 삶에 불쑥 침입했고 나는 아직까지 그 질서에 처벌당하지 않은 채 복된 가혹으로 장수할 모양이다.
유목의 땅인 고비에선 걷거나 지프를 탔고 유형의 땅인 시베리아에선 기차를 타거나 걸었다. 목이 마르면 고비에선 더 걸어야 했고 시베리아에선 추워서 길을 잃기도 했다. 내게 유목은 인간이 지상을 떠돌고 있는 방식이 아니라, 바람을 떠다니는 삶의 방식들이었고 유형은 인간의 시간으로 견디고 있는 빛의 태내처럼 아득했다. - 김경주

이 책은 우리에게 전혀 친절치 못하다. 그러나 그러한 거칠음이 때론 우리에게 더한 매혹으로 다가올 수 있다. 그 모래처럼 꺼끌꺼끌하고 성긴 글자들과 문장 속에서 우리들이 비집고 들어갈 어떤 틈 같은 것을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패스포트>를 읽다 책이 아닌 제 마음에, 제 기억에 집중하느라 책장 넘기는 속도가 뒤쳐진다면 이는 예상할 수 있는 모두의 반응일 터이다. 그리하여 우리들의 여권에는 어떤 기억이 존재하고 있을 것인가. 되짚다 보면 어느새 밤이고 아침이고 나날일 터, 그렇게 삶이라는 패스포트는 제 페이지를 다해간다는 것!

: 빠졌다니! 최근 여행 에세이를 두 권 접하면서, 이제껏 지나쳤던 다른 작가의 책도 더 읽어볼까 생각이 들어 여행 카테고리를 살피는 중에 와락 달려들 듯 발견되었다. 시집을 특별하게 기억하고 있는데, 신간 리스트에 왜 빼놓았을까 갸웃거렸다. 여름이라 더위 먹었었나-_-; 나는 흔히 말하는 ‘친절하지 못한’ 책들을 가려 뽑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다른 이들은 서걱거리면서 읽었다는, [모래처럼 꺼끌꺼끌하고 성긴 글자]들에 더 열광하는 자신을 깨달았다. 간격이 먼, 되풀이해야 하는 책이라면 이것저것 다 제켜두고 무조건 환영!(;)

*리스트.

푸른 기차를 타고 대꽃이 피는 마을까지 
신경림, 정호승 (지은이), 노창선 (엮은이) | 천년의시작

좋은 시를 읽으면 쓸쓸하고 외롭던 마음이 활짝 개이고 삶에 대한 용기가 점점 되살아나는 것을 느낄 때가 많다. 우리들이 살아가는 일상들은 합리적이고도 빈틈없는 사고를 하도록 만든다. 과학의 시대, 소위 디지털 문명의 시대에 아름다운 정서의 충족과 행복한 생(生)에의 꿈은 서로 상충할 때가 있다. 걸어 다니면 어깨 위에서 다정하게 노래를 불러주던 휘파람새도, 학교 가는 길에 향기로운 아침을 열어주던 작은 풀꽃들도 다시 쳐다볼 수 없도록 바쁜 시간을 살아가는 나날은 과연 행복한 삶인가. 휴대폰과 인터넷 그리고 자동차가 없으면 견디기 힘들어진 요즘 우리의 정신은 너무 물질적인 것에 길들여진 것은 아닌가.
아침 햇살처럼 맑고 밝게 빛나는 마음을 불러들이면 작은 일도 순조롭게 잘 풀리고 또한 즐거워질 것이다. 그럴 때 좋은 시들은 여러분 곁에 붙어서 용기를 주고 위로해 주는 참 좋은 친구가 된다. 새로운 출발을 꿈꾸는 젊은이들이 기왕이면 아름답게 인생을 설계하고 당당하게 헤쳐 나가는 도전적인 힘을 마음껏 충전하기 바라는 마음으로 이 시들을 가려 뽑는다. 우주적인 성찰과 깨달음을 주는 시로부터 언어의 향기가 듬뿍 느껴지는 시들에 이르기까지 사랑스런 꽃송이 같은, 향기로운 초콜릿 같은 시간들의 책갈피가 되었으면 한다. 그리고 따뜻한 마음을 가지면서도 어떠한 일에도 결코 굴하지 않고 길을 찾아 나가게 하는 이정표 혹은 길라잡이가 되었으면 한다.
동서고금(東西古今)의 주옥같은 시편들이, 또 그 언어들의 맑은 샘물을 길어 올리려 '꽃처럼 붉은 울음을 밤새 울었던' 시인들의 인격이 더욱 가까이 느껴지기를 빈다. 아울러 미래에 대한 포부를 가지고 대학생활을 시작하는 젊은이들에게 눈부시고 힘찬 출발의 노래가 되기를 바란다. 좋은 시는 참 좋은 친구다. 좋은 시는 참 훌륭한 스승이다. - 노창선 (엮은이)

: ‘선별한 시집’은 웬만해서 잘 끌리지 않는데, 엮은이의 말이 참 와 닿는다. [좋은 시는 참 좋은 친구다]라는 것과, [충전하기를 바라는 마음]. 평소, 개인 취향의 분위기 시만 고르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 기회에 갖가지 풍경을 끌어오는 여러 시들을 접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한다. 어느 페이지를 펼치더라도 마찬가지로 ‘향기로운 초콜릿’의 향기가 피어오를 수 있겠지.

포스트맨은 벨을 두 번 울린다 - 세계문학전집 169 | 원제 The Postman Always Rings Twice (1934) 
제임스 M. 케인 (지은이), 이만식 (옮긴이) | 민음사

프랑스 실존주의 소설가 알베르 카뮈는 『포스트맨은 벨을 두 번 울린다』에서 영감을 얻어 자신의 대표작 『이방인』을 썼다고 밝힌 바 있다. 그만큼 케인은 프랑스 및 유럽에서 중요한 미국 작가였다. 3만 5000자로 된 짧은 분량의 『포스트맨은 벨을 두 번 울린다』는 그리 똑똑하지 않은 부랑자의 목소리로 자신이 저지른 사전의 전말을 담담히 고백하는 형식이다. 카뮈는 이런 서술 형식 또한 『이방인』에서 시도하고 있다. 타블로이드 신문에 사건을 기술하는 듯한 긴박하고 명료한 문체가 전달해 주는 선정적인 동시에 낭만적인 정서를 이 두 작품은 공유하고 있는 것이다.
케인은 이 소설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한 바 있다. “도덕적으로는 충분히 끔찍하지만 살인이 사랑 얘기가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 멍청한 남녀가 있고, 그런데 일단 저지른 다음 정신을 차리고 보면 어떤 두 사람도 그렇게 끔찍한 비밀을 공유하고는 같은 지구에서 살 수 없다는 걸 알게 된다는 얘기야. 그들은 서로 맞서게 돼.” 이 말은 『포스트맨은 벨을 두 번 울린다』를 관통하는 주제의식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다. 욕정과 탐욕에 사로잡힌 남녀가 그들의 감정을 순수한 사랑이라 여긴다. 그들은 자신들의 사랑을 쟁취하기 위해 장애물을 제거한다는 미명하에 끔찍한 살인을 저지른다. 그러나 소름끼치는 비밀을 공유하게 된 둘은 상대방을 믿지 못하고, 이제 서로를 향해 칼날을 겨누는 것이다.
미국에서는, 1927년에 발생하여 2년 동안이나 타블로이드 신문을 떠들썩하게 장식했던 살인 사건이 있었는데, 케인은 이 사건을 접하고 『포스트맨은 벨을 두 번 울린다』의 모티프를 얻었다고 한다. 한 잡지 편집자가 자신의 아내와 그녀의 정부인 외판원에 의해 살해당한 이 사건은 법정 증언에서부터 사형까지 사건의 전말이 하나도 빠짐없이 신문에 실렸다. 케인은 이 사건을 다루었던 타블로이드 신문처럼, 치정과 폭력과 성(性)이 뒤섞인 『포스트맨은 벨을 두 번 울린다』를 담담하고 명료하게 기술하여 ‘타블로이드 살인 사건의 시인’이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또한 어두운 범죄 현장을 그려 낸 ‘느와르 소설’의 창시자로 불리고 있다.

: 사건이라는 한 가지만으로 마구 이끌리니 어쩜 좋을까. (-_-;) 이어 민음사 목록이라는 것, 카뮈가 영감을 얻었다는 것, 원작소설이 쭉 궁금했다는 것. 마일리지 적립이 오르면, 5만원 채워서 다른 책이랑 주문할 거고, 그대로라면 적립금이 쌓이는 대로 주문할 계획. 책을 받아보고, 구덩이 파듯 건지며, 집중해 들어갈 생각이다.

Creative Artwork 
컴퓨터아트 편집부 (엮은이) | 퓨처미디어(월간지)

세계적인 크리에이티브 매거진 「컴퓨터아트」에 실린 튜토리얼 기사 중 전세계 디자이너들로부터 호평을 받은 일부를 선별하고 국내 전문가의 추가적인 설명을 더했다. 총 16개의 테마로 구성되어 있으며 세계적인 아티스트들이 직접 자신만의 독특한 스타일에 대한 표현방법들을 소개한다.
좋은 디자인을 하기 위한 정해진 답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도움이 되는 방법은 분명히 있다. 첫 번째 파트에서 16개의 서로 다른 독특한 디자인 스타일을 익히고, 두 번째 파트에서 소개된 창의적인 디자인 방법론을 습득한다면 더 나은 디자인을 창조할 수 있을 것이다.

: 컴퓨터 아트 잡지(내가 가진 건 2007년 12월 호 하나;)를 월별로 다 장만하고 싶지만, 여건상 그럴 수 없으니까, 이런 특별 신간에 혹할 수밖에 없다. 몇 가지만 골랐다는 게 걸리지만 말이다. ‘특정한 답’이 아닌 자신만의 ‘선택지’를 찾고, 보완하고, 첨부하는 과정을 쭉쭉 거칠 수 있겠다.

한국의 고집쟁이들 
박종인 (지은이) | 나무생각

그저 묵묵히, 인내와 열정으로 자신에게 주어진 길을 걸어온 23인에 대한 기록이다.
정치 경제 사회가 끊임없이 변하고 있고 또 변화가 미덕으로 여겨지는 세상이지만 이들은 한결같이 자기 길을 걸어가고 있다. 각자 몸담고 있는 분야에서 최고 수준의 경지에 다다랐지만, 그러한 자신을 자랑하거나 드러내지도 않는다. 이들, '지혜로운 고집쟁이' 23인의 이야기를 「조선일보」 박종인 기자가 글과 사진에 담았다.
* 「조선일보」에 '박종인의 인물기행'이란 이름으로 연재되었던 원고를 묶어 펴낸 책이다.

나는 이들을 만나면서 학교에서 절대로 알려주지 않는 진리와 지혜를 배웠다. 저들이 몇 십 년씩 몸으로 만들어놓은 지혜와 지식을 불과 몇 시간, 며칠의 만남을 통해 순식간에 도둑질할 수 있었으니, 이런 행복한 도둑질이 어디 있단 말인가. 그들을 만나는 순간, 그리고 사무실로 돌아와 사진을 정리하고 글을 다듬는 과정에서 나도 모르게 가슴이 먹먹해지는 감동까지 덤으로 얻게 되었다. 행복했다.
왜 내가 이들에게서 감동을 받았는지 명쾌하지는 않다. 하나같이 똥 고집쟁이에 하나같이 돈벌이와 거리가 먼 일들에 매달린 사람들인데. 그 옛날이면 잡놈이라는 부류로 취급되는 무슨 쟁이, 무슨 쟁이들인데. 주류의 기준에서 보면 실패한 인생들 아닌가.
하지만 세상의 기준은 많이 바뀌었다. 우리가 잡초라고 무시했던 많은 존재들이 이제 꽃과 열매를 만들어 세상에 귀한 가치를 보탠다는 사실을 세상은 깨닫게 되었다. 고단한 시대에 이들이 감내하고 만들어낸 삶은 사람들에게 긍정과 안식과 놀라움과 부러움의 대상이 되었다. 부러움의 대상이 되기까지 그들이 겪어왔을 가시밭길을 상상하니 도저히 따라해 볼 엄두가 나지 않고, 그 형극의 길을 헤치고 큰 울임과 함께 터뜨린 열매를 보니 경외와 존경의 마음이 일어나는 그런 묘한 긴장감이 우리들 의식 속에 있다.
... 부지런히 세상을 걸어 더 많은 꽃과 열매를 만나 그들이 걷고 있는 길을 따라가도록 하겠다. - 박종인

명분들, 이데올로기들이 난무한 세상이었지만 그들에겐 오로지 행으로서의 행, 삶으로서의 삶을 살 뿐이었다. 가슴 묵직하게, 때론 눈두덩이 후끈해지는, 중심 가득한 이들의 이야기가 손끝에서 놓아지지 않는 이유는 소모품처럼 시대의 도구로 전락한 삶이 아니라, 광대무변의 우주에 점 하나 찍는, 점안식의 공력 때문이리라. 힘주어 말하건대, 고 채규철 선생의 말대로 “인생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처럼 그렇게 허망한 꿈은 아닌” 것이다.

: 주류, 비주류로 구분한다는 것 자체가 쓸데없는 소모. 평소, 그렇게 여겼고, 이 책을 접한 지금, 그 불필요함의 생각 면적이 더욱 넓어졌다. 그저, 작가가 담은 사진과 이야기에 가만히 들여다보고, 쫑긋 귀 기울이고, 만지작거리면 될 것 같다.

삼남대로 - 해남에서 서울까지 옛길을 걷다 
신정일 (지은이) | 휴머니스트

『삼남대로』는 5만 분의 1 실측지도를 활용하여 답사 경로를 세밀하게 추적한다. 총 24컷의 지도로 강과 산을 휘감고 도시를 지나는 옛길 삼남대로의 흐름을 보여주고, 본문에서 언급하는 마을의 이름과 문화유적, 주요 건물들을 알아보기 쉽게 따로 표시하여 본문과 지도를 함께 읽어 나갈 수 있도록 하였다. 열이틀 간의 여정을 손으로 짚어가며 함께 느낄 수 있는 재미나는 읽기가 될 것이다.

: 지도 들여다보기만으로도 흥미진진할 듯. 더욱이 ‘추적’의 경로를 해체하며 따라가기도 쏠쏠한 재미일 거라 판단.

한창기 (지은이), 김형윤, 설호정, 윤구병 (엮은이) | 휴머니스트

월간「뿌리 깊은 나무」, 「샘이 깊은 물」의 발행-편집인이자, 언어운동가였던 古한창기의 글들, 자신이 창간하고 발행인과 편집인을 겸하였던 잡지에 썼던 것들과, 여러 신문과 잡지에 실렸던 것들을 두루 모아 재구성한 작품이다.
<뿌리 깊은 나무>의 전신이라 할 수 있는 <배움 나무>가 1970년 1월에 창간되었으니, 이 책에 실린 글들은 1970년을 전후해서부터 1997년 세상을 떠날 때까지 27년여 동안에 쓰인 것들이다. <뿌리 깊은 나무의 생각>, <샘이 깊은 물의 생각>, <배움 나무의 생각> 세 권으로 이루어져있다.

: 잡지를 하나하나 소장하지 못했으니, 이 모음집은 특별한 아이템으로 자리를 잡을 것 같다. 언제든 들추고 ‘생각’을 들여다볼 수 있게끔. 두루 자연을 느끼고, 심호흡 하며 맑은 공기를 잔뜩 집어넣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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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문한 책.

발자국 - 역사의 발자국 헤아리기
고종석 (지은이) | 마음산책

역사적 역할의 크기에서 엄청난 차이가 없다면, 나는 되도록 소수자에게 눈길을 주고자 했다. 말하자면 남성보다는 여성을, 백인보다는 유색인을, 다스리는 자들보다는 저항하는 자들을 바라보고자 했다. 그러나 여기 모인 글들의 질료 노릇을 한 역사 자체가 힘센 자들에게 워낙 편향돼 있는 터라, 이 책에 등장하는 여성, 유색인, 저항자들은 말 그대로 소수를 넘어설 수 없었다. - 고종석

모든 ‘어제’에는 인류의 발자국이 남아 있다

“이 한걸음이 나 한 사람에게는 작은 발걸음일 뿐이나 인류 전체에게는 위대한 도약이다That's one small step for man, one giant leap for mankind.” 1969년 7월 20일 지구인 최초로 달 표면에 발을 내디딘 닐 암스트롱Neil Armstrong이 남긴 말이다. 그날의 발자국이 ‘고요의 바다’에 찍혔고, 문명사회의 거의 모든 사람이 흥분한 채 그 광경을 지켜보았다. 어느덧 한 세대가 흘렀지만, “숯가루처럼 부드러운” 달의 표면에 처음 찍혔던 암스트롱의 ‘발자국’은 여전히 인류의 뇌리에 선명하다.

: 보관함에 담아둔 것을 까맣게 잊고(신간에 밀려났다-_-;), 망설이다 덜컥 담은 몇 가지 골라 삭제하고, 한 번 들추면 다시 펼치지 않을 것 같은 예감이 드는(소장은 무리인)책들은 도서관에서 빌릴 목록을 만들고, 그렇게 정리를 하면서, 겨우 찾아 주문했다. 설 연휴 전에 도착했으면 바라고 있다. 확률은 반반일 듯. 한 편 한 편 집중하고, 잠시 숨 돌리고, 패턴을 반복할 것 같다. 리듬을 깨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이며.

탐험의 시대 - 내셔널 지오그래픽이 선정한 세기의 여행담 | 원제 Worlds to Explore: Classic Tales of Travel & Adventure From National Geographic 
마크 젠킨스 (지은이), 안소연 (옮긴이) | 지호

해외여행이라는 것이 거의 존재하지 않았던 백여 년 전 내셔널 지오그래픽을 읽었던 이들은 이들의 글을 보고 미지의 세계에 대한 꿈을 키우며 더 나아가 이들의 발자취를 뒤따라갔다. 백 년 전의 사람들이 미지의 세계를 접하고 남긴 흔적들을 더듬으면서 '여행'의 의미를 다양하게 곱씹어 볼 수 있는 책이다.
백 년 전, 탐험 같은 여행을 떠난 사람들
이들이 여행한 세계는 지금의 세계와는 아주 다른 모습이다. 그때는 여객기도 없어 긴긴 거리를 오랫동안 가야 했고, 관광가이드와 안내소도 없었고, 제대로 된 숙박시설도 없었다. 도로는커녕 길도 없는 곳이 많아서 말 그대로 길을 만들면서 가야 하는 경우도 허다했다. 세계화가 전 세계의 문화를 동질화시키기 전이었고, 자연 생태계도 파괴되기 전이었다(아마존을 여행한 학자는 아무리 나무를 베도 숲이 줄어들지 않는다고 감탄했다!).
한마디로 그때의 세계는 좀 더 신비를 숨기고 있었다. 그런 신비감, 미지의 세계를 간다는 생각이 사람들을 자극했다. 또한 그때 여행에는 실제로 위험이 도사리고 있었다. 이 시기의 여행자들은 모두 위험과 안전의 경계에서 여행했다. 그러나 그러한 위험의 가능성이 여행자들을 더욱 자극했다. 자신들이 일상을 벗어나 진짜 모험을 겪고 있다는 짜릿한 흥분감이 여행의 한 원천이 되었다.

: 꼬맹이였을 때, 아마존 탐험에 반짝 빛을 냈던 기억을 떠올렸다. 그 시절은 지금보다 더한 모험심에 가득 차 있었으니까 줄곧 공상을 펼치며, 무한영역을 달렸던 장면이 대부분. 그런 추억 여행, 꾹꾹 눌렀던 ‘흥분’을 뜯어, 군데군데 금이 간 ‘벽’에 붙이기도 하고, 푹푹 빠지는 모래 놀이터에 잠시 묻어뒀다가 꺼내 ‘범벅’을 만들기도 한다. 즉각 주문하려다 보관리스트에 넣고 잠시 뒀던 책. 어제, 오랜만에 친구 M을 만나서 같이 영풍문고에 들렀을 때, 슬쩍 살펴봤다. 기대치와 거의 맞아떨어져 속으로 환호를 지르고 몇 권의 책을 더 뒤적거리다, 나왔다. 집에 가면 당장 주문해야지 생각했는데, 그 실행은 오늘에서야 옮겼다. 이 또한 확률 반반으로 얼른 도착하기를 기다리고 있다.

땅을 밟고 하는 사랑은 언제나 흙이 묻었다  
황주리 (지은이) | 생각의나무

저자가 지나간 시간들과 조우하는 마음으로 쓴 짧은 글(인 동시에 삶을 행복하게는 방법에 관한 사색인)과, 작품 도판을 엮어 펴낸 그림에세이다.
지나쳐버리기 쉬운 잔상들과 잊혀져가는 기억들을 섬세하게 포착한다. 그 기억의 층위에서 깊은 회한을 자아내는 이야기들은 다시금 현재의 저자의 모습으로 되돌아온다. 지금의 자신의 위치에서 자신을 긍정하는 시선은 '살아 있음이 얼마나 축복인가'를 절감하게 한다. 이러한 긍정의 힘은, 순전한 독백 속에서 시작된 그녀의 이야기를 타인과의 깊은 공감으로 이어지게 한다.
하나의 사물이나 사건에 초점이 맞추어져 생성되는 기억은 마치 영화필름이 펼쳐지는 것과도 같다.

: 신간으로 갓 나왔을 때, 보관함에 즉각 넣었다가 갸웃거리면서 도로 빼놓았다. 한 번 읽고 제켜두는 거 아닌가, 그런 생각이 앞섰기 때문이다. 교보문고에 갔다가, 비소설신간에서 책을 발견하고 아무 페이지나 펼쳤다. 둥그런 입모양을 그리면서, 살짝 감탄을 했다. 책 속 편집디자인도 눈길을 끌었고, 기억의 밑바닥에 가라앉은 자그마한 단편 영상을 바로 엊그제인 듯 생생하게 그려낼 수 있었던 것이다. 흥건히 넘쳐나는 물결에 발바닥이 미끄덩거리기도 하고, 균형이 흐트러져 잠깐 기우뚱하기도 하지만, 용케도 넘어지지는 않는 것처럼 유쾌한 웃음을 허공에 가득 뿌릴 수도 있었던 것이다. 또 또래 녀석이 다이어리에 남겼던 짤막한 메시지, 生きていれば必ず良い事ある。[살아 있다면, 분명 좋은 일이 있어.]가 스쳐지나가기도 한다. 단순하지만, 그 상황에 꼭 필요한 절절하게 가슴에 스며드는 응원의 바람을 타고, 코발트 빛 배경의 잔잔한 파도 수채화를 그려낼 수도 있을 것 같다. 
두 번째 파리 
티파사(최순영) (지은이) | 에디터

저자에게 파리는 첫사랑처럼 두근거림의 대상이었다. 만남의 횟수를 거듭할수록 돌아올 때면 언제나 송두리째 가져오고 싶었고, 호주머니 속에 담고 싶었던 곳이었다.
연인의 흔적, 소품, 머리카락을 얻듯 파리의 흔적들을 하나하나 그러모아 사진과 글로 엮은 파리 러브레터다. 파리에 가지 않고도 파리의 매력을 충분히 음미할 수 있게 해준다.

: ‘파리에 가지 않고도 매력을 충분히 음미’ 가능하다는 마지막 소개 문장에 [설마]하면서도, 주문해버렸다. 사진과 글이 실려 있어 좋다는 이유도 있고, 간접경험과 더불어 소설 속 배경으로 잡아 담아내고 싶다는 바람도 가지고 있어서였다. 한정된 배경 안에서도 여러 스토리라인이 나올 수 있지만, 영역을 넓혀 더욱 다채로운 선을 그리고 싶다는 생각을 하니까.
 

 

 

 

오랜 간격을 거쳐 드디어 나온 Weed 시리즈. 얼마 전에 나온 ‘짱’도 같이 주문할까 싶었지만, 전편을 몇 권 안 본 게 있어 일단 보류.  

추재기이 - 18세기 조선의 기인 열전 
조수삼 (지은이), 허경진 (옮긴이) | 서해문집

추재 조수삼이 18세기 조선 저잣거리의 기이한 사람들에 관하여 남긴 <추재기이>를 번역한 책. 18세기 조선에서 지어진, 평범한 백성을 주인공으로 삼아 지은 전傳 중에서도 이채로운 저작에 속하며, 중인 이하의 인물들을 기록했다는 데 점에서 남다른 기록물의 가치를 지닌다.
독자에게 《추재기이》에 실린 옛 그림 보는 재미를 놓치지 말라고 당부하고 싶다. 마지막 페이지의 도판 목록을 보면 분명 여러 화가의 작품이 실렸는데도 마치 이 책을 위해 새로 그린 삽화처럼 보일 만큼 글과 그림이 잘 어우러졌기 때문이다.

: 기인 기록, 그리고 옛 그림. ‘평범한 백성’을 그렸고, 맛깔스런 양념과도 같은 도판을 곁들인 ‘잘 어우러진’ 기록. 그 속의 숨은 화살표를 찾아 꿋꿋하게 한 방향을 따라간다. 보물이 기다리는 장소 ‘점(․)’으로의 항해.  

실존주의는 휴머니즘이다 | 원제 L'existentialisme est un humanisme(1996) 
장 폴 사르트르 (지은이), 박정태 (옮긴이) | 이학사

두 번에 걸친 세계대전 이후 고전적 휴머니즘을 주제로 한 반성적 논의가 활발히 전개된 정황 속에서 장 폴 사르트르가 "실존주의는 휴머니즘이다"라는 제목으로 강연을 한 뒤에 그 강연에서 다루어졌던 이야기들을 모아 만든 책.

이 강연, 그리고 이 저작을 통해 사르트르는 자신의 과거 경향인 안티휴머니즘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실존주의와 양립할 수 있는, 보다 정확히 말해서 실존주의로부터 도출되는 또 다른 의미의 휴머니즘인 실존주의적 휴머니즘을 제창한다. 휴머니즘에 대한 다양한 논의와 이에 대한 20세기 한 지적 거인의 견해를 볼 수 있는, 얇지만 긴요한 책이다.

: 지난 리스트에 추가하려다, 살짝 미뤄뒀었다. 자유 생각에 붙일 특별하고도 매끄러운 리듬의 문장이 마침 생각나지 않아서였다. 지금도 여전히, 미적거리고 있다. 그냥 솔직함까지만 담기로 했다. 여러 번 곱씹을 수 있을, 짚어내기를 멈추게 하지 않을 것 같은.

심산의 와인 예찬 - 내 인생의 와인들 
심산 (지은이), 이은(그림) | 바다출판사

와인에 관한 지식이나 정보를 주는 와인 입문서는 아니지만 와인을 소재로 풀어나가는 스토리텔링과 해당 와인에 대한 '지극히 사적인' 인상을 파악하는 재미가 있어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

: 글과 그림이 어우러진 작품집이라 주목 하나, 입문서가 아닌(입문서 한 권 있으니) 와인을 키워드로 더욱 풍성한 고리를 만들어 담아냈음의 주목 둘. 파고들기를 넘어 영상 잇기, 생각 펼치기를 할 수 있을 듯해 주목 셋. 결론은 이동. 

*끌리는 리스트

지옥의 메커니컬 기타 트레이닝 3 - 폭주하는 클래식 명곡편 
코바야시 신이치 (지은이) | SRM(SRmusic)

록버전으로 편곡되어 화제를 일으킨 파헬벨의 캐논을 헤비메탈 버전으로 편곡

: 기타 트레이닝 시리즈 세 번째. 모으는 재미에 빠져 있음. -_-;

20세기 디자인 아이콘 83 | 원제 Icons of Design 
레이어 크라스, 폴커 알부스 (지은이), 조원호, 조한혁 (옮긴이) | 미술문화

100년의 시간 동안 사람들을 열광시키고, 디자인 사의 흐름을 바꾼 혁신적인 83점의 산업 제품을 소개한다. 세계 유수의 디자이너들의 심사를 거쳐, 20세기 최고의 디자인과 산업 제품들을 뽑고, 이 제품들이 어떻게 당대의 문화와 정서를 반영하고 있는지를 설명했다.
예술과 기술의 결합이 시도된 이래로 약 100년 동안 세상의 모든 발전에는 디자인이 개입하였다. 이제 우리는 디자인으로 먹고, 디자인을 입고, 디자인 속에서 생활하고 있다. 세계 유수의 디자인 이론가들이 수많은 디자인 중에서 20세기를 대표하는 최고의 디자인과 산업 제품들을 선별해 내고, 이 제품들이 어떻게 당대의 문화와 정서를 반영하고 있는지를 설명해주고 있다.
아는 만큼 보이고, 이용할 수 있다. 디자인의 종류가 다양해지고, 영역이 확대되고, 구현할 수 있는 기술력이 발전하면서, 디자인은 그 자체보다도 응용하고 사용되어 질 때 엄청난 부가가치를 낳게 되었다. 이것이 현재 어느 분야에 있더라도 디자인을 알아야 하는 이유이다.

: 각 분야는 서로 이어져 있다는 생각이다. 꼭 전공이 아니라도, 신간 코너를 여기저기 둘러보는 이유가 그것이다. 편집디자인이 독특하고 멋진 책과 음반에 눈이 끌리고, 아무튼 이상하고 기발하다는 소리를 듣는 것이 으쓱하고 재밌고. 구도 응용에도 유익하고, 헤나와 페인팅, 그래픽 아트에도 널리 활용할 수 있을 듯. 중요한 건, 책을 펼쳐 꼼꼼히 따져봐야겠지만, 일단은 주목하고 기대 중. 

모딜리아니와 에뷔테른 - 열정, 천재를 그리다 
컬처북스 편집부 (지은이), 고양아람미술관 | 컬처북스

최고로 인정받은 예술가들에게는 뮤즈가 존재한다. 화가의 붓끝에서 영원한 생명을 얻은 뮤즈들은 오늘날 우리에게 아름다운 예술작품으로, 혹은 사랑이란 이름으로 묶인 비련의 주인공으로 인식된다. 그들은 그렇게 뛰어난 화가들의 그늘에 가려 빛을 보지 못했다. 하지만, 어쩌면 최고 인정을 받는 예술가야말로, 뮤즈들에 의해 진정한 예술가로 만들어진 것은 아닐까?
위대한 예술은 작가의 창조적 고뇌 외에도 예술적 성장을 위해 헌신과 수고를 아끼지 않은 조력자의 역할 속에서 탄생한다. 남성예술가에게 뜨거운 희생과 사랑으로 조력한 여성은 그의 작품과 인생에 있어 매우 중요한 존재다. 그런 의미에서 모딜리아니의 아내 잔은 ‘모딜리아니를 위해 태어난 여성’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 좋아하는 화가라는 이유로 확인도 않고, 보관함으로 이동. 얼마 전 신간으로 나온 화집 시리즈에 어서 포함되었으면 싶은. 바라는 화가가 너무 많아서 탈이지만-_-; 어쨌든, 작품집이 아닌 것 같으니까, 덜컥 주문은 망설이고 있다. 아니, 어떻게든 자제하고 있다는 쪽에 가깝다. 생각 같아선, 죄다 사고 싶지만 상황이-_-;

한권으로 읽는 세종대왕실록   
박영규 (지은이) | 웅진지식하우스(웅진닷컴)

세종실록뿐만 아니라 세종 전후 왕들의 여러 실록과 60여 종의 다른 사료를 모두 참고해 세종대왕 개인에 대한 이야기뿐만 아니라 세종의 성장과정, 가족과 친인척 그리고 세종시대를 함께 이끈 인재들의 이야기까지 다채롭게 담아낸 입체적이고 사실적인 역사 교양서다.

세종, 확실히 그는 위대한 왕이었다. 아니, 단순히 왕으로서만이 아니라 대단한 인격자이며, 걸출한 인간이었다. 그에겐 인재를 알아보는 눈이 있었고, 사람을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남다른 용인술이 있었으며, 신분을 따지지 않고 능력을 살 줄 아는 폭넓은 아량이 있었다. 왕이기 이전에 한 사람의 학자였고, 인간미 넘치는 선비였으며, 공평무사한 판관이었다.
다른 왕 아래선 전혀 재능을 인정받지 못하던 인물도 그를 만나 날개를 달았고, 다른 시대엔 쓸모없는 지식으로 여겨지던 것들도 그의 시대엔 부흥의 밑거름이 되었다. 그리하여 그의 시대에 만들어진 보석들은 조선왕조의 주춧돌이 되고, 대들보가 되었다. - 박영규

즉위 이전의 세종을 다룬 1부에서는 선왕 태종, 형 양녕대군과 얽힌 세종의 성장 과정을 담았다. 특히 세종의 성품과 사상, 가족과 친인척 등을 자세히 밝혀 세종에 대해 알아야 할 가장 기본적인 이야기를 담았다. 세종 치세의 사건들을 연대순으로 보여주는 2부에서는 조선왕조실록의 10분의 1에 달하는 방대한 분량의 세종실록을 꼼꼼하게 정리했다. 세종 즉위년부터 세종 32년까지의 중요 사건을 추려 세종 시대의 진면목을 직접 확인할 수 있게 했다. 3부에서는 황희, 맹사성, 김종서, 정인지, 장영실, 박연 등 세종 시대에 활약했던 각 분야의 뛰어난 인재들의 됨됨이와 업적, 재미있는 이야기 등을 열전 형식으로 정리해 보여준다. 부록으로 세종대왕 가계도, 세종실록 편찬 과정, 조선시대의 정치기관과 외명부·내명부, 세종실록 인물 찾기를 첨가해 독자들 스스로 필요한 정보를 콕콕 집어내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세종실록을 바탕으로 세종 시대의 진면목을 확인하고 가장 자랑스러웠던 우리 역사를 한권으로 정리한 《한권으로 읽는 세종대왕실록》을 통해 그간 막연하게만 알고 있었던 세종대왕과 그의 시대를 보다 생생하고 온전한 역사로 만날 수 있을 것이다.

: 소개를 다 믿어서는 안 되겠지만(-_-), [세종시대를 함께 이끈 인재들의 이야기까지 다채롭게 담아낸 입체적이고 사실적인 역사 교양서다.]라고 하는 데에 버텨내지 못하고-_- 보관함 이동을 하고 말았다. 흥미진진한 숨겨진 이야기가 많이 담겼을까. 다소 자극적이긴 해도, 교과서 밖 기록에 충실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삐쭉삐쭉 날선 곤충 더듬이나 느낌표 같은 타격을 기대하고 있다. 누구나 알고 있을 만한 사항을 짜깁기 하는 것은 그리 궁금하지 않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흩어지기 쉬운 지나치기 쉬운 (오히려 더 대단할 수 있는) 면을 잡아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저자의 책을 신간 코너에서 몇 번 뒤적이긴 했으나, 아주 실망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인연이 닿지 않았는지 소장하지는 않았다. 이번에는 과연, 하고 주목하게 된다.   


정조와 철인정치의 시대 - 정조 시대를 읽는 18가지 시선 
이덕일 (지은이) | 고즈윈

학자군주이자 무인군주로서 군사(君師)가 되고, 부지런히 일하고 검소함을 밝힘으로써 만인의 모범이고자 했던 정조의 삶과 사상과 그 주위의 풍경을 그려낸 책. <송시열과 그들의 나라>, <조선 왕 독살사건>의 지은이로 널리 알려진 이덕일이 썼다.

2권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18가지 주제 아래 정조 시대를 서술해 나가고 있는데, <정조실록>,<일성록>,<홍재전서> 등의 관찬사서뿐 아니라 채제공의<번암집>, 정약용의 문집, 이덕무의<청장관전서> 등 개인 문집을 망라하여 최대한 역사적 다가서려 노력하였다.

1차 사료에 충실하면서 뛰어난 이야기 구성으로 읽는 재미를 배가시키는 역사학자 이덕일의 이 책을 통해 정조가 오늘 우리에게 지니는 의미를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정조가 만난 사람들
철인군주 정조가 자신의 과거를 딛고 미래를 향해 걸었던 길에는 많은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이 책은 정조가 만났던 여러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정순왕후와 노론은 결코 미래로 갈 수 없다며 정조의 발목을 잡았다. 그들은 정조 이복동생들의 사형을 끈질기게 요구했다. 사도세자를 죽인 증오의 정치구조로 돌아가자는 것이었다. 송시열의 후손 송덕상과 그를 추대한 사람들도 마찬가지였다. 때로는 홍국영처럼 미래를 가장해 과거를 걷는 사람들도 없지 않았다.
그러나 그 길에는 또한 정조가 과거를 선택했다면 만날 수 없었을 많은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천주교를 받아들였던 이가환, 이승훈, 정약용 형제 같은 남인들과 사회의 천시 속에서도 최고의 실력을 쌓았던 이덕무, 박제가, 유득공 같은 서얼들, 그리고 사도세자의 이장(移葬)에 눈물을 흘리던 백성들이 그들이었다.
이들과 함께 정조는 미래를 향해 걸었다. 그 길의 끝에는 새로운 세상이 있었다. 정조에 의해 발탁된 서얼 출신의 규장각 사검서(四檢書)들이 단번에 조선의 지식계를 평정한 것처럼 조선은 새롭게 바뀌어 갔다. 그들은 새로운 시각으로 서학(西學)을 받아들이고 북학(北學)을 주장했다.

: 이미 결심했지만, 마지막 두 문단에서 그 결심을 굳히는 계기를 심어준 문장을 발견했다. ‘정조가 과거를 선택했다면 만날 수 없었을 많은 사람들’ 에피소드. 고등학교 때 수업시간에 다 채울 수 없었던 숨겨진 사항들이 실려 있지 않을까 엄청 기대 중이다.

렘브란트 반 라인 | 원제 Van Rijin  
사라 에밀리 미아노 (지은이), 권경희 (옮긴이) | 랜덤하우스코리아(랜덤하우스중앙)

17세기 바로크시대의 네덜란드 화가 렘브란트의 생애를, 렘브란트 자신과 그의 동시대인들의 눈으로 재구성한 픽션이다. 렘브란트의 생각창고인 일기장을 얻게 되는 한 출판업자의 이야기와, 일기장 속 렘브란트의 목소리를 함께 담은 액자 형식.

: 어떤 경로로 일기장을 얻는지, 또한 시선에 담긴 풍경 스케치를 더듬어나가고 싶다. 차례차례 줄을 선 혹은 마구잡이로 뭉친 생각들을 천천히 풀어내는 렘브란트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그리하여 때로 조각조각 퍼즐을 맞춰나가기도 하고, 때로 그 라인을 지워 경계를 없애며 함께 이끌리기도 하고. 

내가 만든 내 공책 - 국내 대표 문구 브랜드 & 북 아트 디자이너에게 배우는 노트 커버링 & 제본의 기술 
웅진리빙하우스 편집부 (지은이) | 웅진리빙하우스
각기 다른 개성의 35가지 노트,
전문 디자이너 12인의 스타일 아이디어

초간편 커버링의 기술에서 다양한 종류의 속지와 제본법을 이용한 노트 그리고 특별한 기능을 갖춘 노트까지, 〈내 공책〉 프로젝트에서는 총 35여 가지의 신선한 디자인을 만나볼 수 있다. 특히 이번 책은 한 작가의 취향이 반영된 스타일 작품집이 아니다. 국내 대표 문구 브랜드의 디자이너와 북 아티스트 그리고 라이프 스타일리스트 등 총 12명의 디자인 트렌드 세터가 각기 다른 스타일과 아이디어를 소개하는 콘셉트로, 이들의 디자인을 그대로 따라 만들거나 여기에 내 취향을 한 번 더 가미하는 등 응용 범위가 실로 폭넓은 것이 특장점이다. 한편으로, 노트 커버 등 장식에 응용하는 재료 역시 일상에서 흔히 구할 수 있는 재활용 제품이 대부분인 것도 눈여겨볼 부분. 최근 이슈화 되고 있는 ‘환경’을 고려한 디자인 그리고 이를 보다 세련되고 튼튼한 모양새로 마무리할 수 있는 노하우가 고스란히 담겨있다. 또 한 가지. 비단 외형적인 디자인 뿐 아니라 다양한 문구 재료로 속지를 독특하게 장식하는 디테일 노하우까지, 작품마다 색다른 데코 아이디어가 반영되어 있어 보는 재미 또한 한층 쏠쏠해진다.

: 친구가 좋아해주는 단편 몇몇, 최근에 집중할 수 없었지만 개인적으로 욕심을 내 이것저것 연결시켜 다 담아내고 싶은 연재소설을 소장본으로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여러 번 했다. 구상도 꽤 했고, 레이아웃도 몇 가지 생각해두고 있다. 더 나아가 다른 작가는 어떤 스타일과 아이디어를 살렸는지 궁금함을 참지 못해서, 좀 더 기다렸다가 적립금이 쌓이는 대로 지를 생각을 하고 있음. 

레벨7 | 원제 レベル7(セブン) (1990) 
미야베 미유키 (지은이), 한희선 (옮긴이) | 북스피어

기억을 되찾으려 노력하는 남녀와 여고생의 행방을 찾는 카운슬러. 두 개의 추적이 교차하며 마침내 '레벨7'의 정체가 드러난다. 반전을 거듭하며 긴박하게 전개되는 나흘간의 이야기. '미야베 미유키의 작품을 통틀어 미스터리라는 장르에 가장 충실한 작품'으로 꼽힐 정도로 정교한 플롯을 자랑한다.
작품 속에 드러나는 인물의 선악대비 구도가 꽤 극명하다. '레벨7'이라는 수수께끼의 키워드가 연결하는 과거의 잔혹한 살인사건과 화재사건의 진상, 그리고 두 사건의 배후에 있는 무라시타 다케조라는 '절대악'의 존재는, 실제 일본 사회에 큰 충격을 던졌던 두 가지 사건을 모티프로 삼은 것이다.

: ‘반전을 거듭하며 긴박한 전개’가 펼쳐지니까, 지루하지는 않을 것 같다. [잔혹한 살인사건]의 밑그림과 [화재사건의 진상]도 궁금하지만, 무엇보다도 [선악대비 구도]와 ‘절대 악’의 존재로 두근거리면서, 호기심의 덩어리는 좀처럼 풀어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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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문해서 온 책.

깨끗한 매미처럼 향기로운 귤처럼 - 이덕무 선집, 우리고전 100선 9  
이덕무 (지은이), 강국주 (엮은이) | 돌베개

이덕무의 작품에는 이웃 간의 사랑과 보살핌의 정, 자연과의 정서적 합일, 벗들과 나누는 우정과 환대가 일관되게 나타난다. 분수에 맞는 가난을 감수하는 삶, 곧 가난과 더불어 사는 삶이야말로 타자와 공존할 수 있는 ‘공생(共生)의 삶’을 그의 글을 통해 배울 수 있다.
이덕무의 글을 읽다보면, 산업화 이래 오랫동안 잊히거나 왜곡되어 온, 자연에 대한 감수성과 진정한 삶의 가치가 어떤 것인지 되묻게 되는 경우가 많다. 

: 15년 전과 비교해, 길과 풍경이 일부 변하고 말아 아쉽기도 한 울타리 **의 자연을 관찰하며, 가까이 [이웃 간의 사랑과 보살핌의 정]을 느낄 수 있는 장면이 그려지니까, 그래도 아직은 괜찮아, 하고 중얼거리기도 했던 경험을 떠올리며. 휙휙 어지러운 일상에 조금은 느긋해지려, 감수성을 집어넣는다. 

숲 속 수의사의 자연일기  
다케타즈 미노루 (지은이), 김창원 (옮긴이) | 진선출판사

홋카이도의 야생동물을 찾아 북쪽 땅으로 건너간 다케타즈 미노루가 한 해 동안 펼쳐지는 모습을 진솔하게 써 내려간 자연일기. 홋카이도에서 야생동물의 치료와 재활훈련에 전념하며 그곳에서 만난 자연과 식물, 직접 치료한 야생동물들과 어우러져 살면서 느끼고 겪은 이야기를 생생한 사진과 함께 들려준다.
야생의 자연에서 보내온 진솔한 자연일기
《숲 속 수의사의 자연일기》는 생태학적으로 특색 있는 북방 지역인 홋카이도의 자연과 동식물을 자세히 소개하면서 점점 훼손되어 가는 자연을 안타까워하며 물질문명에 대해 비판한다. 인간의 욕심과 물질문명이 자연과 인간을 단절시켜 서로에게 상처를 주고 있다고 저자는 토로하고 있다.
숲 속의 작은 집에서 듣는 자연의 소식
이 책의 저자인 다케타즈 미노루 씨는 어릴 때부터 무엇이든지 보는 것을 좋아했다. 벌레가 좋아서 시간만 있으면 그것들을 쫓아다녔다. 등굣길에 길가에서 줄지어 지나가는 개미들을 구경하느라 학교 가는 일도 잊고 어머니께 꾸지람을 들은 일도 있지만, 숲은 그에게 더없이 좋은 놀이터였다.
어른이 된 후에는 아직 보지 못한 생물들이 가장 많은 곳에 가고 싶었다. 그 결과 홋카이도의 시골 마을의 수의사가 되었다.
그의 작업실 창가에는 개구리 몇 마리가 아예 터를 잡고 살고 있다. 밤늦게까지 불을 켜 놓고 있으니 벌레들이 모여들고, 그 벌레들을 개구리가 노리는 것이다. 가을에는 고추잠자리와 깃동잠자리 떼가 찾아와 벽에 형형색색의 무늬를 그리고, 겨울에는 뒷산에 전등을 켜 놓고 밤마다 담비와 눈싸움을 하는 이곳이 그에게는 더없이 즐거운 세계다.

: [벌레가 좋아서], 탐구생활과 여름방학 숙제 ‘곤충채집’을 즐겨했던 기억을 문득 떠올린다.
통을 가득 채운 벌레가 꼬물거리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놓아주었다가, 폴짝대는 걸 쥐어보고 싶어서, 찌릿찌릿 기운을 느끼고 싶어서 다시 잡고 되풀이했던. 그 ‘숲’이 점점 사라지고 있어서 아릿해졌는데, 책을 훌훌 넘기며 잠깐이나마 추억할 수 있어서 무척 좋았다.


*주문한 책.


 

 

 

 

 

송충이

그대는 보지 못했나 천관산 가득한 소나무
천 그루 만 그루가 뭇 봉우리 뒤덮은 걸
울창하고 강인한 노송에다
어리고 예쁜 다복솔도 퍼져 있는데
하룻밤 새 송충이가 천지에 가득 차
입으로 인절미 먹듯 소나무를 갉아먹네.
처음 모습도 새까맣게 밉더니
노란 털 붉은 반점 더욱 흉해지네.
처음엔 뾰족한 잎을 먹어 수액을 말리고
나중엔 껍질을 갉아 상처와 옹이를 만들지.
날로 말라 가지 하나 움직이도 못한 채
곧게 서서 죽는 모습 어찌 그리 공손할까.
두꺼워지고 비틀린 가지 슬피 바라보나니
상쾌한 바람 짙은 그늘 어디서 찾겠나.
하늘이 소나무를 기를 때 깊은 뜻이 있어
사시사철 보살피기를 한겨울도 없었지.
모든 나무 가운데 큰 사랑 받았으니
설마 복사꽃 오얏꽃과 화려함을 다퉜겠나.
종묘와 궁궐이 무너지면
대들보 기둥 만들어 조정으로 보내고
왜와 유구가 함부로 날뛰면
커다란 싸움배 만들어 기세 꺾으려 했는데
송충이의 욕심에 다 죽어 버려
말을 하자니 열이 치솟네.
어떡하면 천둥신의 벼락도끼를 얻어
네놈들 잡아다 이글이글 용광로에 넣어 버릴까.

*

너른 들판엔 늦가을 바람이 매서운데
저물녘 슬픈 기러기는 어디로 가나
고을 원님이 어진 정치를 하고
사재(私財)로 백성을 구휼한다기에
관아 문으로 줄지어 가
우러러 끓인 죽 앞으로 나서네.
개돼지도 버리고 돌아보지 않을 것을
사람이 엿처럼 달게 먹는구나.
-굶주리는 백성

: 우리고전 선집이 여러분의 정성어린 엮음 아래 차례차례 나오고 있어서, 감사하고 하나하나 소장할 때마다 뿌듯해질 거 같다. 유금 시집을 가지고 있었고, 이번에 이덕무 선집을 받았고, 이제 몇 권 더 주문했으니까 차곡차곡 채워지겠지. 앞으로 발간될 흥미진진한 고전 이야기, 벌써부터 쭉쭉 기다려진다. 

푸른 화두를 마시다 - 차인 이근수의 녹차 이야기 
이근수 (지은이) | 문학동네

차(茶)에 대한 해박한 지식과 정을 담아 쓴 산문집. 국내외에 한국의 차 문화를 알리는 활동을 계속해온 회계전문가 이근수 교수가 썼다. 정겨운 차인들과의 인연에서부터 숨겨진 차의 명소를 탐방하는 산사 여행기, 올바른 차 문화와 다례(茶禮)에 관한 고민과 성찰을 담았다.
세상사 소용돌이를 잊게 하는 차 한 잔의 위안과 휴식
이 책에서 그는 차에 관한 무수한 상식과 다채로운 이야기를 풀어내지만, 정작 차를 마시는 데 있어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찻물의 연둣빛을 닮은 맑은 그리움’이라고 말한다. 사람을 향한 정과 그리움을 품은 이라면 누구나 찻잔 속에서 세상사 소용돌이를 잊고, 고요한 위안과 휴식을 얻을 수 있다.

: ‘무수한 상식’에 가려진 더욱 중요한 차 한 잔이 가져다주는 의미와 간격을 채우는 고리를 되새겨야겠지. ‘찻물의 연둣빛을 닮은 맑은 그리움’을 채색하며, 향긋한 차 한 잔, 책 한 권의 풍성함을 담아 ‘고요한 위안’이 기다리는 시간을 만들어내며.
방울져 떨어지는 시계들의 파문 | 원제 滴り落ちる時計たちの波紋 (2004) 
히라노 게이치로 (지은이), 신은주, 홍순애 (옮긴이) | 문학동네

현실과 환상 사이, 모호한 하이퍼리얼리티의 세계
파격과 품격이 공존하는 21세기형 소설의 새로운 도전

작가의 전략적 의도 하에 배열된 단편 전체가 언어 예술로서의 문학의 가능성을 새로운 각도에서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방울져 떨어지는 시계들의 파문》은 지금까지의 히라노 문학과는 다른 또 하나의 신선한 매력으로 독자들에게 다가가리라 확신한다.
-옮긴이의 말에서

: 거칠고, 한편으로 잔잔함이 깔린 도전. 기다렸던 번역본. 결심은 여지없이 무너지고 만다. 확실히, 작심삼일-_-

페페의 필름통 
곽효정 (지은이) | 섬앤섬

영화를 보고, 그에 대해 글을 써온 한 잡지 기자가 영화를 삶을 지탱하는 지렛대로 삼아온 발자취가 담긴 영화 에세이집이다. 선택한 영화를 감상한 다음 리뷰를 쓰는 행위를 자신이 누릴 수 있는 지고의 즐거움이라 여기는 지은이 곽효정이 일상의 자연스러운 친구처럼 영화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가 된 과정이 깜찍한 소품 같은 영화들의 리뷰 속에 숨어 있다.
지은이는 평론가들의 해석과 비평보다는 실제로 영화 보기를 즐기는 보통 사람들의 시선으로 영화를 대하는 자세를 갖고 있다. 그녀는 영화가 세상의 소외된 사람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주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글을 써왔고, 그것은 부끄러워 꺼내지 못한 고백과도 같은 것이다.

: 그녀의 ‘부끄러워 꺼내지 못한 고백’을 들추는 것, 호기심을 밝히며, 은근슬쩍 손 내밀기. ‘시선’에 일방적으로 가두는 게 아닌, 멀리 날리며, 해체를 시도할 생각. 그렇다고 이것저것 따지지는 않을 것. 다만, 꼼꼼히 파고들기는 괜찮겠지? 

*그리고, 끌리는 리스트.

安山의 二十四 季 - 문학과의식 시선 80 
이재형 (지은이) | 화서

겨울방학 끝나고
눈이 허벅지까지 쌓이던 토요일
전교생이 토끼몰이를 나갔는데
토끼를 잡자는 게 아니라
체력과 의지를 단련코자 함이라네.

유년의 기억들이 고희를 맞은 그에게는 더욱 소중한 추억이 되어 새롭게 다가왔다. 그래서 안산에 대한 애착이 시마다 묻어나와 있는지도 모른다.

: ‘체력과 의지를 단련’하고, 시인의 ‘애착’을 끌어오자. 힐긋힐긋 곁눈질하지 말고, 과감히 그래도 한편 조심스럽게 가까이 가보자.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 세계사시인선 142 
이규옥 (지은이) | 세계사

'섹스의 치환기법'은 모든 일상의 현실을 섹스의 영역이나 맥락 속으로 바꾸어놓는 방법을 말한다. 영역이나 맥락의 치환 효과는 그 대상이 섹스라는 점만으로도 도발적 인상을 불러일으킨다. 그런데 '섹스의 치환기법'은 그보다 훨씬 도발적인 풍자의 효과를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도발적인 풍자의 효과는 무엇보다도 섹스의 주도권을 '앨리스'라는 여성 화자가 간직하고 있는 점에서 비롯되고 있다. - 이경호 (문학평론가)

: ‘도발적 풍자의 효과’에 마구 이끌려버렸다. 텅 빈 캔버스를 앞에 두고, 쓱싹쓱싹 302번만의 어떤 방식과 기법을 선택했다. 그 방식과 ‘치환기법’을 미리 알려줄 수는 없는 거지만.
손톱 
김종일 (지은이) | 랜덤하우스코리아(랜덤하우스중앙)

딸을 유괴살인으로 잃고 남편과 이혼한 네일 아티스트 홍지인은 어느 날부터인가 악몽에 시달리기 시작한다. 꿈에서 그녀는 추악한 범죄를 일삼는 사이코패스, 존속살인자, 고문수사관이다. 그리고 악몽에서 깨어날 때마다 끔찍한 고통만 남긴 채 하나씩 사라지는 손톱.
요절한 천재 시인 이상의 시 '거울'과, 뉴질랜드 원주민 부락에서 왕족의 손톱을 먹고 주술을 부린다는 '라만고' 설화를 소설의 모티프로 삼았다.

: 익숙한 직업인 ‘네일 아티스트’ 등장. 그 과정과 비교하면서, 파고드는 재미도 쏠쏠할 듯. 이상의 시 ‘거울’이 모티브라는 부분에 즉각 반응. 

시체는 누구? | 원제 Whose Body? (1923) 
도로시 L. 세이어즈 (지은이), 박현주 (옮긴이) | 시공사

소설은 기이한 범죄, 논리적 추리, 뜻밖의 결론이라는 황금기 추리소설의 공식을 따르지만, 범인의 정체보다는 범죄의 이면에 숨겨진 복잡한 인간의 내면에 집중한다.

: ‘내면에 집중’하니까, 이렇듯 담아두고 마는 것이다. 곤란해지면 안 되니까, 그전에 확인을 거치겠지만.

타임 슬립 - 시간이 멈춘 오후, 열아홉 살 그들에게 찾아온 낯선 미래 
오기와라 히로시 (지은이), 이수경 (옮긴이) | 웅진지식하우스(웅진닷컴)

2001년과 1945년, 시공을 넘나든 청춘들의 몸빛 성장기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이나 성격이 판이하게 다른 두 소년이 2001년과 1945년이라는 50여 년의 시간을 뛰어넘어 뒤바뀌면서 겪게 되는 코믹하면서도 감동적인 에피소드를 통해, ‘나’라는 존재로 지금 현재를 살아가는 의미를 다시 한 번 환기시켜주는 작품이다. 특히 열아홉 청춘들의 ‘시간 여행’이라는 보편적인 소재를 9.11과 2차 세계대전이라는 현대사의 굵직한 비극에 접목시켜 새로운 유형의 재미와 감동, 그리고 은근하지만 강력한 반전(反戰)의 메시지를 전한다.

: 책을 읽으며, ‘의미’를 되짚어나가며, 그리고 순간순간 집중하기. ‘새로운 유형’의 ‘강력한 메시지’를 심호흡하듯 채우기.

가마타 행진곡 
쓰카 고헤이 (지은이), 박승애 (옮긴이) | 노블마인

쓰카 고헤이의 작품은 인간 무의식의 깊은 곳을 날카롭게 파헤친다. 그는 엉망진창 우당탕 전개되는 이야기 속에서 인간의 깊은 내면을 까발리고 있다. 이 무서운 ‘무의식의 사냥꾼’을 천재라고 부르는 것은 당연하다. - 이쓰키 히로유키

이 작품은, 지배와 피지배의 문제를 다루면서 진정한 자유인의 초상을 그리고 있다. 작가는 재일교포로서 피차별의 문제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절대적 권위에 비판의식 없이 순응해가는 대중에게 자립의 의지를 호소하고 있다.

: 당연하게도, ‘엉망진창 우당탕’의 흐름이 궁금해진다. 허공에 대고 쓱쓱 그려내는 예감과, 진행 중, 완료의 결과는 얼마나 달라질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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