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 만화 신간 리스트는 후에 작성합니다. :)
일요일에 들렀던 영풍문고에 예술 신간 코너가 사라져서, 엄청 당황했던 게 새삼 떠오른다.
플래너리 오코너
오코너의 소설은 심각한 결함이나 뒤틀린 성품을 지닌 인물이 등장하여 쇠락하고 기괴한 상황을 배경으로 격렬한 사건을 일으키는 남부 고딕 문학에 속하지만, 여타의 남부 고딕 작품들과 다른 점은 초반에는 이렇다 할 비극적인 분위기 없이 평온하게 전개된다는 것이다. 비극은 대체로 느닷없는 반전처럼 찾아오며, 깊은 신앙으로부터 얻어진 깨달음을 기반으로 하여 작품은 탁월한 차원을 획득한다. 아울러 오코너는 관성적인 기만이 지배하는 세상에 대한 고도의 풍자를 위해서 역설이란 수단을 사용했으며, 단호하고 세련된 문체로 인물들을 희화화했다.
: 우선 단편집이란 요소에 더해 느닷없는 반전이라니, 무조건 담기. 근래 읽었던 소설들 중에는 이렇다하게 반전이랄 게 없어서 아쉽고 답답했다.
얼음의 자서전
『얼음의 자서전』은 지난 2005년 출간했던 동명 시선집의 개정증보판으로, 1977년 등단 이후 발표한 첫 시집 『대설주의보』(민음사)부터 2010년 발표한 『북극 얼굴이 녹을 때』(뿔)에 이르기까지, 30여 년간 발표된 13권의 시집 중에서 145편을 최승호 시인이 직접 엄선한 것이다. 서문에서 “시를 뽑는 동안 나는 최승호의 한 독자였다.”라고 시인 본인이 밝히고 있듯, 이 책에 실린 작품들은 최승호라는 한 개인이 시인으로 살아온 동안 남긴 다수의 작품 중에서 작품성이 우수하다고 판단되면서도 시인 자신의 마음에 드는 것만을 가려 뽑은 선집으로, 최승호의 여러 저작들 중에서도 단연 최승호를 대표하는 작품집이라 할 만하다.
: 2005년 출간하신 시집은 소장하지 않았으니, 이번 개정증보판을 주문해야지!
《열흘간의 불가사의》는 전체적으로 성경을 주요 모티프로 취하면서도 마치 한 편의 그리스 비극을 보는 듯한 비장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욕망과 애증, 집착이라는 치명적 약점을 안고 몸부림치다 결국 나락으로 떨어지고 마는 작중 인물들의 모습은 성경이 가진 장엄함과 대비되어 소설 전반에 긴장감을 더한다. 《더블, 더블》 역시 어린아이를 위한 동요를 모티프로 어른들의 세계에서 벌어지는 잔혹한 살인 사건을 다룸으로써 인간이 가진 추악함을 더욱 극적으로 드러내 보인다. 동시에 인간의 불완전함이 빚어낸 사건들을 뒤쫓으며 비극적 결말을 예감하고 흔들리는 엘러리 퀸의 모습, 뼈아픈 패배 앞에서 한계를 느끼고 고뇌하면서도 묵묵히 자신이 짊어져야 할 책임의 무게를 받아들이는 그의 모습에서 인간 내면의 선함도 들여다보게 한다. 그리고 두 작품은 궁극적으로 ‘인간의 본성이란 과연 무엇인가’라는 보편적인 질문을 우리에게 던진다.
조선 누아르, 범죄의 기원
소설은 조선의 밤을 지배한 ‘검계’를 둘러싼 폭력과 그들과 결탁하는 검은 세력의 아귀다툼을 그린다. 현대 사회의 마피아나 조직폭력배와 다름없는 검계를 두고 일어나는 사건들은 특정한 시대나 역사적 사실과는 별개로 지금 우리 사회를 되돌아보게 한다. 간결하면서도 입체적인 캐릭터들이 각자가 가진 욕망의 프리즘을 통해 이야기를 이끌거나 혹은 전복시킨다. 면밀하게 전개되는 심리전과 반전은 자금까지의 한국 소설이 쉽게 보여 주지 못했던 기민한 서사이자 민첩한 문장에서 기인한다.
소설은 조선 시대의 누아르를 통해 시대가 파멸되는 과정을 냉철하게 그린다. 또한 인간이 짐승이 되어 가는 이유를 적나라하게 보여 준다. 소중한 이를 잃고 자신의 목숨마저 내놓을 뻔했던 나용주는 여러 차례 탈을 바꿔 쓰며 거대한 적들을 향해 복수의 칼날을 겨눈다. 그의 복수는 성공할 것인가? 성공한다고 해서 좋은 세상이 올 것인가? 누아르는 정답을 말하는 장르가 아니다. 악(惡)을 악(惡)으로 응징한 국가 권력은 새로운 악(惡)을 계속해서 낳을 것이다. 그것이, 『조선 누아르, 범죄의 기원』이 건네는 유일한 답이다.
소설 창백한 말 시즌 1-2
마녀는 주술의 힘을 가진 공포의 대상 또는 이성을 유혹하는 섹시한 여성으로 영화, 드라마, 만화 등에서 다양하게 변주되며, 이야기를 매력적으로 이끌어 가는 존재로 인기를 끌고 있다. 《소설 창백한 말》의 원작, 포털 사이트 DAUM 웹툰 <창백한 말> 역시 매혹적인 마녀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일을 뛰어난 작화와 탄탄한 스토리 라인으로 보여주며 연재 시작과 동시에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 웹툰을 접하지 않아서 잘은 모르겠지만, 일단 궁금하니까 리스트 담기.
얼음 속의 소녀들
김봉석 (대중문화평론가)
: 진실이란 늘 모호하다. 스웨덴의 아름다운 시골 마을이 사실은 악의 소굴인 것일까. 이 소설을 읽는 내내 의심하고, 그 안에서 무엇이 사실이고 망상인지를 찾아내야 한다. 억압적인 체제의 무게가 한껏 드리워졌던 《차일드 44》와 다르게 《얼음 속의 소녀들》은 주관적인 묘사와 판단을 통해 삶의 이면에 담긴 진실을 추적한다. 헉헉거리며 쫓아가다 보니 도착한 곳은, 진실이지만 선의 세계는 아니다. 결국은 도달해야만 하는 것은 진실 자체가 아니라 마음의 지옥을 이겨낼 수 있는가이다.
드러누운 밤
꼬르따사르는 당대에 이미 단편소설의 대가로서 동료 문인들이나 평단으로부터 이론 없는 정평을 얻었는데, 그가 달성한 문학적 견고함은 논리와 질서로 빈틈없이 짜인 하나의 정연하고 완결적인 세계를 재현해내는 데 있지는 않았다. 오히려 그의 작품들은 우연성과 예외성으로 가득 찬 세계, 즉 우리가 살아가는 그대로의 구멍 난 세계를 묘파하며 독자를 작품 속으로 끌어들인다. 부수적인 정보는 물론이고, 작품을 이해하는 필수적인 정보들마저 모호하게 제시되고 독자는 읽어나갈수록 점점 더 큰 혼란과 불안에 맞닥트리게 된다. 이를테면 「시내버스」에서는 끌라라라는 인물이 시내버스에서 겪는 상황을 그리지만, 정작 끌라라에 대한 구체적인 서술은 찾아볼 수 없다. 인물에 대한 설명과 같은 이야기를 풀어가는 실마리들은 물론이고 핵심조차 의도적인 공백으로 남는데, 끌라라는 시내버스 안에서 다른 승객들이 가하는 무언의 압박 아래서 공포에 가까운 불안을 느끼지만, 작중 인물들이 왜 그러는지, 문제 상황의 구체적인 내용이 무엇인지는 끝끝내 명확히 알 수 없다. 「남부고속도로」에서는 빠리를 향하던 사람들이 이해할 수 없는 초유의 교통 체증에 가로막혀 도로에 머물게 되는데, 대체 얼마 동안 길에 머문 것인지, 과연 빠리를 향하고 있는 것은 맞는지, 끝으로 갈수록 납득할 만한 이해에 도달하는 것이 아니라 거꾸로 이해했다고 믿던 것들마저 흔들리고 마는 아찔한 상태를 경험하게 한다. 이같은 의도적인 서술상의 빈틈은 한통의 편지 형식으로 씌어진 「빠리의 아가씨에게 보내는 편지」에서도 잘 드러난다. 빠리로 떠난 한 여성의 집에 잠시 머물게 된 편지의 발신인은 내내 자기 이야기를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성별 같은 기초적인 정보조차 드러나지 않는다. 「악마의 침」을 읽는 이들은 심지어 화자가 누구인지, 작품 속 시공간을 어떻게 인식해야 할지 갈피를 잡을 수 없는 혼돈에 빠지고 만다.
낙서침공 (책 + 미니북)
: 좋아하는 타입의 밑그림이라 컬러링북 호기심 급 상승!
그때 그 디자인
오늘의 한국 디자인은 어디쯤 와 있을까?
쉴 새 없이 달리다 보면, 뒤를 돌아보기 어려워진다. 얼마나 나아갔고, 어떻게 변했는지 아무도 기억하지 않는다면 역사는 제몫을 할 수가 없다. 그래서 미래를 위해서뿐만 아니라 과거에도 이정표가 필요한 것이다. 그런 면에서, 20세기 한국 디자인의 변화상을 근거리에서 지켜본 지은이가 크고 작은 일화들을 되살려 담아둔『그때 그 디자인』은 한국 디자인사의 작은 이정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디자인 인문학
디자인이 멀리서 인문학을 찾을 필요는 없다. 저자에 따르면, 디자인에는 인문학의 모든 분야들이 응축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 깨닫게 되는 것은, 디자인이란 인문학 분야의 다양한 성취들을 총체적으로 담아 표출하는 ‘인문학의 꽃’이자 그 스스로가 인문학이라는 사실. 디자인은 이미 인문학이었다.
따라서 지금 우리 디자인에 필요한 것은 인문학이 아니다. ‘인문학적 태도’이다. 이러한 접근을 토대로 인간과 온전히 소통하는, 진정한 인문학적 디자인을 기대한다.
아트 오브 레고®
레고 예술가는 모네의 「해뜨는 풍경」을 보고 수천수만 개의 레고 부품이 들어갈 공간을 떠올린다. 작품을 분해하고 대상을 잘게 부숴 각양각색의 레고 브릭과 맞춰보는 상상을 한다.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사실적인 작품에서 가공할 상상력을 동원한 몽환적 작품에 이르기까지 이제 레고 창작품은 예술의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들고 있다.
이 책은 우주선, 대저택 그리고 신화 속의 동물 등 놀랍도록 아름다운 창작품을 고심 끝에 선별해 모은 레고 작품집이다.
: 어렸을 때 가지지 못했던 레고를 이제라도 사고 싶다는 유혹에 이끌리는 중.
스튜디오 프로젝트
크리에이티브 업계에서 이름을 널리 알린 여섯 팀이 각자 하나의 프로젝트를 선정하여 처음부터 끝까지, 그 진행과정을 소개해 준다. 이들의 이야기와 함께 상세한 이미지들을 따라 프로젝트의 A부터 Z까지 세세하게 들여다보면 세계 유수의 디자인 스튜디오들이 어떻게 일하는지 살펴볼 수 있다. 또한 이를 통해 창의적인 영감을 얻을 수 있다.
Paint it Rock 2
1950년대부터 1970년대까지 록의 탄생부터 성장기를 다룬 전편에서 아쉬웠던 사항들을 교정하고 리뉴얼한 『Paint It Rock 1』과 함께 출간되는 2, 3편은 못다한 70년대 이야기부터 2000년대에 이르는, 록 역사 대장정이다. 전편의 주인공들이었던 엘비스 프레슬리와 비틀즈, 롤링 스톤스, 에릭 클랩튼, 레드 제플린에 이어 블랙 사바스, 딥 퍼플, 퀸이 프롤로그를 장식하며 데이빗 보위, 이글스를 거쳐 메탈리카, 너바나, 그린데이, 오아시스, 라디오헤드로 이어지는 록 스타들의 숨가쁜 릴레이가 펼쳐진다.
좋아 보이는 것들의 비밀, 브랜드 디자인
이 책은 브랜드에 관한 실무자의 생각을 정리하고 경험을 담아 보다 구체적이고 현장에서 경험한 실질적인 내용으로 구성하려고 노력했다. 저자는 여러 브랜드를 기획하고 단순히 브랜드 기획에 그치지 않고 실제로 제품을 디자인하고 생산하는 과정을 관리했으며, 나아가서는 홍보, 마케팅, 해외 시장 관련 업무들을 통해서 브랜드의 탄생, 성장, 쇠퇴 등을 겪었던 경험을 통해 느낀 브랜드에 관한 구체적이고 직접적인 이야기들을 진솔하게 담았다.
잃어버린 젊음의 카페에서
스쳐지나간 한 존재에 대한 세밀한 기록
1960년대 파리 오데옹 사거리의 카페 ‘르 콩데’는 더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작가는 거리의 모습처럼 카페가 가죽제품 전문점으로 변한 것을 안타까워한다. 그의 기억과 회환은 자신의 세계의 죽음을 애도하는 것이다. ‘잃어버린 젊음’이라 불리는 카페 ‘르 콩데’는 공허한 삶 속에서 정점을 찾기 위해 모여든 보헤미안들의 안식처이다. 그들은 오늘날 존재하지 않는 보헤미안의 젊음을 구현하거나 잃어버린 젊음의 향수 안에서 살아가고자 한다. 파트릭 모디아노는 변함없이 스쳐지나가는 사람들에게 관심을 갖고, “잠시 램프 주위를 맴도는 나방들을 망각으로부터 구해주려고” 하듯 그림자뿐인 사람들에게 생명을 불어넣어준다. 카페 ‘르 콩데’에서는 아르튀르 아다모프, 모리스 라파엘 등 현실의 인물들이 소설 속 인물들과 서로 스쳐지나간다. 그리고 그들 사이에 루키가 있다. 루키는 새로운 삶을 위해 과거로부터 도망을 치고 이름을 바꾸며 자신을 변화하려 한다. 그녀는 자클린 들랑크이자 장피에르 슈로의 아내 자클린 슈로였으며 동시에 ‘르 콩데’의 루키였다. 그녀는 새로운 삶을 꿈꾸며 사람들에게서 도망치고 ‘르 콩데’에 이른다.
파트릭 모디아노의 분할된 자서전
『잃어버린 젊음의 카페에서』는 고등광산학교 학생, 사립탐정 케슬레, 주인공 루키, 그리고 작가 지망생 롤랑이 화자로 등장한다. 그들의 목소리로 서술되는 이야기들은 하나의 이야기로 재구성된다. 2005년에 발표한 『혈통』과 마찬가지로 작품은 작가의 자전적 요소를 가지고 있다. 작품 속 인물들 안에 작가 자신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첫번째 화자이자 학업을 중단하기로 결심하는 고등광산학교 학생은 글쓰기에 전념하기 위해 학업을 포기한 파트릭 모디아노 자신이다. 『작은 보석』 『도라 브루더』에 이어 작가의 여성적인 내면을 보여주는 인물 루키와 “기억 속에 불쑥 튀어나오는 사항들, 세세한 만큼이나 별 의미 없는 사항들”로 낯선 이들의 흔적을 좇는 사립탐정 케슬레 역시 파트릭 모디아노이다. 루키의 연인이었던 마지막 화자 롤랑 역시 스무 살에 파리의 “중립지대” 목록을 작성한 작가의 모습을 투영하고 있다.
패션, 건축, 가구, 제품 디자인이 압축된 산업디자인의 꽃 = 자동차 디자인
자동차에는 다른 제품에서는 볼 수 없는 최첨단의 기술과 유행의 흐름을 리드하는 디자인이 적용된다. 그래서 자동차 디자인은 ‘산업디자인의 꽃’이라고 불린다. 한 대의 자동차에 패션과 건축, 가구, 제품, IT기술이 모두 집약되어 있다. 이 책에서는 이런 복합적인 자동차 디자인의 발전사를 시대 흐름에 따라 설명한다. 책속의 부록 형태로 제공하는 ‘자동차 디자인 연대표’로 익스테리어와 인테리어 디자인의 흐름을 한눈에 살펴볼 수 있다. 특히 이번 개정증보판에서는 2020년까지의 자동차 디자인 흐름을 살펴 볼 수 있도록 기존 책에서 내용을 더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