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터 메르세데스
고전 추리소설의 형식을 빌렸으나 관습을 벗어난 새로운 추리소설.
『미스터 메르세데스』는 범인이 보낸 편지 한 통을 단서로, 촘촘한 묘사와 추론으로 고전 추리소설의 형식을 따라 사건을 풀어나가는 듯 보인다. 특히 레이먼드 챈들러의 '필립 말로'를 직접적으로 언급하며 하드보일드 추리소설의 형식을 계승한 듯 보이지만, 실상 스티븐 킹은 자기만의 추리소설을 선보이고 있다. 특히 범인을 초반부에 공개함은 물론 범인의 암울한 가정사와 복잡한 심리를 들여다봄으로써 탐정과의 심리 게임에 더 집중하게 만드는 부분은 스티븐 킹의 전매특허라 볼 수 있다. 또한 온라인을 활용한 심리전과 추리 역시 SNS를 즐겨쓰고 전자책을 가장 앞장서서 선도했던 스티븐 킹 다운 발상이라 평가 받는다. 무엇보다 중반 이후 전통적인 금발 미녀 대신 우울증을 앓고 있는 신경질적인 중년 여성 '홀리'와 똑똑한 흑인 소년 '제롬'이 사건에 개입되면서 매우 독특한 추리소설 전개를 선보이는데, 사건 해결의 결정적인 역할을 주인공인 탐정이 하는 게 아니라 주변 인물인 홀리와 제롬이 한다. 이는 탐정을 사건 해결의 중심에 두었던 과거 추리소설과 큰 차이를 보인다. 이에 대해 《뉴욕타임스》는 북리뷰를 통해 '묻지마 테러와 같은 강력한 현대 범죄에 맞설 수 있는 힘은 탐정 혼자가 아니라 선의를 가진 모든 이의 역할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잘 녹아든 스티븐 킹식 추리소설이라 평가했다.
마일즈 보르코시건 : 메모리
l 마일즈 보르코시건 시리즈 10
‘마일즈 보르코시건 시리즈’가 특별한 또 하나의 이유는 주인공 마일즈에게 있다. 걸핏하면 뼈가 부러지고 키가 한참 덜 자란 선천적 장애인인 마일즈는 사회적 편견으로 ‘돌연변이’ 취급을 받으며 끊임없이 신체적 콤플렉스를 의식하면서 자기 한계와 싸워야 하는 상황을 맞는다. 보통의 SF소설에 등장하는 ‘성숙한 내면을 가진 멋진’ 주인공과는 달리 냉소와 질투, 애욕과 히스테리, 불안과 울화로 하루도 평온할 날이 없는 속 시끄러운 인물이기까지 하다. 바라야 제국의 최상층 귀족이며 명석한 두뇌를 지녔지만 매일같이 복잡한 내적 갈등에 시달리는 마일즈는 보기 드문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캐릭터이며, 때문에 (익숙한) 동경의 대상이 아닌 (낯선) 친밀함의 대상으로 독자들을 점차 사로잡는다. ‘마일즈 보르코시건 시리즈’는 그러한 마일즈가 내적으로든 외적으로든 계속해서 부딪쳐오는 온갖 난관들을 극복하며 자기 성장을 이루어나가는 이야기다.
레이 브래드버리
- 태양의 황금 사과 외 31편
l 현대문학 세계문학 단편선 18
브래드버리가 가장 주요하게 천착한 장르는 디스토피아적인 미래와 우주 탐사의 실존적 파급 효과에 강점을 둔 SF 소설이었지만, 그는 단편이라는 장르에서 우화, 자전소설, 공포, 사회 희극, 살인 미스터리, 로맨스 등 온갖 소재들을 다루었다. 그 다채로운 면모를 감상할 수 있는 이번 단편선에서는 특별히 목가적이며 환상적인 이야기들이 두드러진다. “이 책은 일리노이 주의 작은 소도시에서 자라서, 자신이 희망하고 꿈꾼 그대로 우주 시대가 찾아오는 것을 목격한 소년의 회고록”이라는 작가의 말에서처럼 독자들은 그의 자전적 성장소설 『민들레 와인』의 주인공이자 작가 레이 ‘더글러스’ 브래드버리의 분신인 소년 ‘더글러스’를 이 책에서 만나게 된다. 여기에 수록된 「여름이 달려가는 소리」 「타임머신」 등의 작품은 연작으로 이루어진 『민들레 와인』의 토대가 되기도 한 이야기들이다.
칠드런 액트
<속죄>의 작가 이언 매큐언의 2014년 가을 최신작. 출간 직후 30만부가 판매되었으며, 영국 서점 베스트셀러, 전 세계 24개국 출간 예정이다. 종교적 신념을 이유로 수혈을 거부하는 백혈병에 걸린 소년과 사흘 안에 아이의 목숨이 걸린 판결을 내려야 하는 고등법원 판사의 이야기이다.
탐정이 아닌 두 남자의 밤
《탐정이 아닌 두 남자의 밤》은 전반적으로 유머가 넘친다. 성격이 상반된 두 남자가 티격태격하며 서로를 이해해가는 버디 무비의 틀 속에서, 희윤과 호태는 이래저래 걸려든 사건들을 해결해나간다. 사라진 개를 찾아달라는 사건부터 중동의 테러리스트일지도 모르는 남자를 쫓는 위급한 일까지 사건의 스펙트럼은 무척이나 방대하다. 잔혹한 범죄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다정하고 쾌활한 분위기로 이야기가 진행되며, 사회적인 문제를 다루면서도 클로즈드 서클, 암호 풀기 등 본격 미스터리 요소도 잊지 않았다. 어렵고 힘든 시기를 겪고 있는 한국에서 탐정이 나온다면 딱 이 정도가 좋지 않을까. 지나치게 폼을 잡지 않고, 한없이 가볍지도 않으면서 우리 주변을 돌아볼 수 있게 하는 희윤과 호태와 같은, 어리숙해 보이지만 날카로운 ‘탐정남’ 말이다.
“그나저나 우리가 이 짓해서 남는 게 뭐지? 오지랖 넓은 것도 어느 정도라야지. 용감한 시민상 받을 것도 아니고 사립탐정처럼 의뢰비가 있는 것도 아니고. 카페는 손님이 없어 망하기 직전인데. 그냥 대책 없이 본능에 막 끌려가는 기분이야.” -본문 중에서
곤충들의 수다
- 정부희 박사의 곤충 에세이
『곤충들의 수다』에 수록된 곤충들은 저마다 비슷하면서도 다른 생존 능력을 갖추고 있습니다. 입는 옷도, 먹는 음식도, 사는 집도 다르고, 결혼 풍속도, 육아 방식도, 뛰어난 능력도 다릅니다. 오톨도톨 여드름이 솟아난 두꺼비메뚜기, 새색시만 입을 수 있는 연두저고리와 다홍치마 입은 새노란실잠자리, 마약류를 먹는 알락애버섯벌레, 도롱이 집을 짓고 사는 주머니나방, 짝짓기를 위해 예물을 준비하는 밑들이, 새끼가 알에서 깰 때까지 알을 지키는 에사키뿔노린재, 배영의 달인 송장헤엄치게, 알 낳은 도토리를 땅에 떨어뜨리는 도토리거위벌레 등등. 종(무리)마다의 특성을 알아가다 보면 무한대라 할 수 있는 생명의 다양성과 마주치게 됩니다.
세상의 모든 공식
- 도플러 효과에서 군중규모 추산에 이르기까지 세상을 풀어내는 52가지 공식 이야기
이 책은 수학책이 아니다. 이야기책이다. 다만 수학공식에서 영감을 받은 이야기를 모아놓았을 뿐이다. 모든 방정식의 배후에는 하나의 이야기가 있다. 물론 책에 나오는 방정식이 결코 쉬운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이 방정식들이 우리 생활 깊숙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음을 책 속에서 연결된 이야기 고리로 알 수 있다. 하나의 방정식이 여러 이야기를 이어주기도 하고, 여러 방정식이 하나의 이야기로 귀결되기도 하고, 여러 이야기에 여러 방정식이 짜여 있기도 하다.
바이러스 사냥꾼
- 실패할 시간이 없다
더 이상 지체할 시간이 없다
이 책은 단순히 그런 불평등을 보여주는 데 그치지 않는다. 사람들이 누가, 언제, 어디서, 어떻게, 왜 죽어 가는지를 다룰 뿐 아니라, 이를 어떻게 극복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그리고 그 ‘어떻게’를 직접 만들어온 사람으로서 분명한 경험과 교훈, 방향성을 제시해준다. 무엇보다 실제 그런 목표들이 이루어질 수 있음을 경험으로 보여주고 있다. 감염성 질병들은 인류의 연대와 노력으로 극복할 수 있는 장애물이며, 분명 그렇게 할 수 있다.
셜록 홈즈 미스터리 연구 74
- 런던 추리파일
l 추리파일 클래식 SERIES
왓슨 박사는 《셜록 홈즈 미스터리 연구 74》에서 너무도 유명한 64편의 원작 이야기를 회고하며 사건마다 어떻게 모험이 시작되었는지 또 수사가 어떤 과정으로 진행되었는지를 흥미롭게 설명한다. 그리고 사건 사이사이에 홈즈와의 미공개 에피소드 74개를 소개한다. 홈즈는 에피소드에서 왓슨 박사에게 치밀한 논리와 놀라운 반전으로 가득한 여러 문제를 제시하며 일정한 시간 안에 풀어볼 것을 권한다. 수학 퍼즐, 논리 추론, 단어 문제 등 다양한 구성과 방식으로 이루어진 최고의 지적 게임이 원작 소설의 이야기와 함께 《셜록 홈즈 미스터리 연구 74》에서 펼쳐지는 것이다.
바이오해커가 온다
- 생명공학을 해킹하는 신인류에 관한 보고서
유전자 구글링, 생명 부품의 표준화, 빛나는 가로수, 가정에서 만드는 바이러스 치료용 백신…… 생명공학의 연구·실험과 그 결과를 일반 대중이 향유해야 한다는 슬로건을 내걸고 활동하는 첨단과학계의 이단아 바이오해커. 그들은 제도권에서 다루지 않는 연구를 활발하게 수행하면서 대중의 적극적인 참여를 이끌어냄과 동시에 연구 성과의 상업화와 생명윤리를 둘러싼 사회적 우려를 낳고 있다. 이 책은 바이오해커라는 최신 과학 트렌드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국내 최초의 보고서다. 바이오해커의 활동을 기술혁신의 관점에서 정리하고 그 사회적 함의를 소개함으로써, 향후 국내에서 바이오해커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가 이루어질 때 참고가 될 수 있는 기본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뇌를 바꾼 공학, 공학을 바꾼 뇌
- 뇌공학의 현재와 미래
왜 선진국들은 앞 다투어 뇌 연구에 대한 과감한 투자를 아끼지 않는 것일까? 놀라운 사실은 미국과 유럽이 뇌 연구에 배정된 투자 금액의 대부분을 뇌공학 기술 개발에 쏟아 붓고 있다는 점이다. 뇌공학이 인간 뇌의 비밀을 풀고 뇌질환을 정복하는 열쇠를 쥐고 있음을 보여주는 직접적인 증거다. 이 책은 소설이나 영화 속 먼 미래의 뜬구름 잡는 이야기들이 아니라, 바로 지금 세계의 뇌공학자들과 과학자들이 어떻게 무슨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지, 가장 최신의 이슈는 무엇인지 생생하게 보여준다. 뇌공학/뇌과학의 현재와 미래에 대해 실제적으로 알고 싶다면 바로 이 책을 보라.
뉴턴과 화폐위조범
- 천재 과학자, 세기의 대범죄를 뒤쫓다
뉴턴의 숨은 경력에 집중한 독특한 관점의 뉴턴 전기
아이작 뉴턴에 대해 우리는 얼마나 알고 있을까? 사람들이 대부분 유일하게 기억하는 그의 첫 경력, 그러니까 케임브리지 대학에서 학생, 특별연구원, 루커스 수학 석좌 교수로 보낸 경력은 35년간 지속됐다. 하지만 1695년에 뉴턴은 런던으로 와서 영국 조폐국 감사직을 맡았다. 그는 사람이나 상황을 관리하는 일에 학식도 경험도 별 관심도 없었지만 조폐국 감사로서는 탁월했다. 그는 4년간 재임하면서(이후 그는 조폐국장으로 27년간 근무했다) 화폐 위변조자 몇십 명을 추적하고 체포하고 기소했다. 그는 증거, 부주의한 대화, 밀고로 촘촘히 짠 그물에 적이 걸려들게 하는 법을 알고 있었다. 아니, 더 정확히 말하면 아주 빨리 배웠다. 런던의 암흑가는 뉴턴과 같은 인물과 맞닥뜨린 적이 한 번도 없었고, 그 바닥 사람들은 대부분 유럽에서 가장 주도면밀한 지성인과 싸울 준비가 전혀 돼 있지 않았다.
이 책을 한마디로 말하자면 독특한 관점에서 쓴 뉴턴 전기다. 뉴턴의 과학적 업적은 최소한만 언급하고, 뉴턴이 어쩌다 조폐국에서 탐정 노릇을 하게 됐는가 하는 문제에 집중한다. 그 문제를 다루기 위해 저자는 각종 뉴턴 전기는 물론이고, 뉴턴과 지인 간의 편지, 그의 경쟁자인 윌리엄 챌로너의 전기, 당시 조폐국 문서와 재판 기록 등을 근거로 삼았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저자는 기존의 뉴턴 전기에서 소홀하게 또는 왜곡해서 서술된 부분을 보완하고 반박한다. 예컨대 일부 전기 작가들은 뉴턴이 위폐범들을 추적하면서 피비린내 나는 무자비함을 보여줬으며, 그것을 정신에 문제가 있는 냉혹한 인간의 증거로 간주했다. 그러나 저자의 말대로 “이는 필시 말도 안 되는 소리”이며, “오히려 뉴턴은 그냥 자기 일을 하던 일반적인 인물, 당시 통용된 방법을 이용하던 관료”였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