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스밴드를 기다리며
김인숙 지음 / 문학동네 / 200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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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숙 님의 단편들을 읽으면서 이 분은 차분한 글쓰기의 전형과 진면목을 보여주는 게 아닐까 생각했다. 문장 면에서 번뜩이는 재치와 독특한 표현 등등은 없지만, 노력의 흔적은 여실히 드러난다. 나는 재능보다는 노력을 더 좋아하기 때문에, 무의식중에 관심이 가는 분이다.

소설 곳곳에서 안타까움으로 가득한 목소리들이 들려오며, 각 주인공들은 정체성 상실과 소통 불능의 상태에 놓여 갈 길을 잃고 헤맨다. 이전의 작품들에서도 보여준 현실주의적 일면을 가지고 있고, 보다 더 넓은 세계로 정진하려는 작가의 조심스러운 시도가 담겨 있어 더욱 값진 시간이 아니었을까.

정밀한 시선으로 현실을 일깨우고, 그것을 바탕으로 인간 내면의 탐구에까지 손을 뻗는다. 소통 부재가 정체성을 가져옴으로써 삶에 대한 열정과 자신이 정해놓은 목표를 잃어버린 채 끝없이 방황하고 쉽게 길을 찾을 수 없는 것이다. 삶은 빛(희망)을 품고 있다가도, 갑작스런 시련으로 좌절할 시기도 거치며, 끝없이 인내하며 살아가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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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shopworks Volume 1 - 7.0
전상현 지음 / 프리미티브(포토샵웍스) / 200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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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뭔가 다른 이미지를 만들게 없나, 하고 서점을 돌고 돌다가 아주 우연히 발견한 책이었다. 처음 발견했을 당시엔 돈이 없어 사질 못했고, 나중에 돈이 생겼을 때 일단 이 책부터 구입했던 생각이 난다. 정말로 늦어버린 북글이지만, 이 책으로 배운 게 많아 적어보려 한다.

개인 홈 이미지로 적합한 버튼, 네비케이션 바, 그 외 여럿을 마스터한 수준이다, 라고 하면 거짓말이고(=_=), 어느 정도 내가 원하는 스타일대로 꾸밀 줄은 알게 되었다. 사실, 되짚어보면 상당한 변화가 생겼다. 포토샵을 처음 만질 때와 지금과는. 그때는 조그마한 버튼 하나 입체감 있게 표현할 정도도 안 되었는데. 놀라운 변신인 거다(;;)

이 책을 보기 전에 꽤 많이는 아니고 몇 권 정도 뒤적거렸는데, 이 책만큼 만족감을 주지는 못한 거 같다. 어느 정도 포토샵을 다룰 수 있는 사람이면서 좀더 고난도의 이미지를 표현하고 싶다면 이 책을 권한다. 초보자일 경우에도 요점을 꼬집어주므로 그리 어렵다고 느끼지 않을 거라고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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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시노 유키히코의 연애와 모험
가와카미 히로미 지음, 오근영 옮김 / 청어람미디어 / 200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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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적으로 여운이 강하게 남는 작품이라고, 옮긴이는 말했다. 거기에 관해 약간은 부정하는 편이다. 개인적인 의견으로, 흡인력이 강하면서 끝나는 게 아쉬웠던 단편은 2가지였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포도>>와 <<수은 체온계>>

덧붙여, 여자의 성격이 마음에 들었던 단편이기도 하다. 포도에서의 "아이"와 수은 체온계에서의 "노조미".
어쩐지 내 어릴 적 모습과 닮아있던 캐릭터는 풀숲에서란 단편의 "시오리". "공터"라는 자신만의 비밀 공간이 있고, 그곳에 소중한 것을 묻어가면서, 비밀을 지키려하는 14살 중학생의 순수한 모습을 간직하고 있는 시오리. 그 위에 겹쳐지듯 나의 초등학교 때 모습이 투영되어 묘한 기분에 사로잡혔던 시간이 있었다. 책을 읽는 중에.

어디까지나 스스로 그렇게 생각할 뿐이지만.

이 소설은 주인공에 대해 딱히 누구라고 꼬집어 말할 수 없는 면이 있다. 제목에서 나온 바와 같이, "니시노 유키히코"가 주인공일 거라고 짐작할 테지만, 각각의 단편은 니시노와 사귀었던 "여자"들의 주인공 시점으로 이야기가 전개되기 때문이다. 나름대로 이 부분을 상당히 좋아했다. 니시노조차도 몰랐던 그의 성격을 속속들이 알 수 있었던 것에 희열을 느꼈기 때문일까. 만약, 니시노의 시점에서 이야기가 전개된다면, 아마도 한없이 지루해졌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니시노는 다른 사람과의 공유 세계에서 자신이 설 자리를 찾지 못하고, 녹아들 수 없는 상태에 빠지며, 진실한 사랑에 목마른 상태에 끝없이 찾아다니며 방황하는 우유부단한 성격의 캐릭터다. 왠지, 자신을 알고, 자신을 사랑한 시점에서 자신만의 닫혀진 세계 안에서만 웅크려있지 말고, 주변에 눈을 돌린 후, 애정이 듬뿍 담긴 시선을 보내다보면, 다른 누군가를 사랑할 수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하지만, 그러한 경험이 없기에 뭐라고 단정짓지를 못하겠다. 연애소설은 그러한 면에서 내게는 어렵다.

저자는 이 책에서 누군가를 사랑하는 것은 자신의 자리를 찾는 일이라고 말한다. 덧붙여, 책을 읽는 모두에게 자신의 자리를 찾았는가, 하고 끊임없는 질문을 던진다.

솔직히, 이전의 작품들에서 찾아볼 수 있는 신비함과 특이함은 다소 줄어든 맛이 있고, 밑바탕에 깔려 있던 작가 특유의 분위기가 약간 사그라진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해서 여간 아쉬운 게 아니었지만, 문체 면에서는 어딘가 일상에 대해 심드렁한 감이 있어 각각 단편에서의 여자 주인공들이 구차함이 없지 않았나 싶다. 이런 부분은 유독 매력적이라 생각한다. 끝내야할 시기를 제대로 알고 있었기에 사랑에 구질구질하게 매달리는 법이 없다, 각 주인공들은.(그냥 제 생각입니다;; 태클 사양이에요=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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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끼를 기르기 전에 알아두어야 할 것들
박형서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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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6.01, 교보 제 북로그에 올렸던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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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집을 읽다가 무턱대고 따라가는 길은, 철없던 시절에 동네 친구들과 술래잡기를 하면서 엉겁결에 발견했던, 미로 마냥 끝을 알 수 없을 정도로 구불구불한 모습이다. 한 문장 한 문장 숨가쁘게 따라가다가도, 어느새 갈 길을 잃고 시작이 어떠했는지, 어디로 빠져들었는지, 헤매기 일쑤고, 그 행위는 첫 문장부터 다시 시작하게 된다. 혼란에 혼란이 거듭되고, 왜, 라는 의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늘어지게 되는 것이다. 모든 것이 꿈인 듯, 의미 찾기가 모호해지고 아득하기만 하다.

작가의 상상력은 현실에서의 일상이 아닌, 꿈의 세계에서 비롯된 것으로, 의식과 무의식의 공존이 있다. 또한, 그의 울퉁불퉁한 이야기 구성은 상황을 전혀 예측 불가능한 것으로 이끌고 있다. 그리하여 다분히 충격 이상의 감동(뻔한 이야기가 아님에 환호;;;)으로 책읽기에 몰입할 수 있었던 것!!!

여느 소설과 달리, 특별하게 보이기 위해(이를테면, 특이함으로 승부;;)작가가 선택한 것은, 전통적 구성에서 180도 벗어난 "꼬임"의 방식이다. 더욱이 꼬인 데 또 꼬고, 이리 비틀고 저리 비튼(;;)이야기 구조는 인과 관계를 거의 찾아볼 수 없어, 문장이 공중에 붕 떴다는 느낌을 받기도 했다. 작가의 의식을 담은 소재, 모티브 등등을 일상에서 캐온 다른 작가의 작품을 읽다가, 이 소설을 접하면 끊임없이 낯설다는 생각을 하기에 충분하다.

<<이쪽과 저쪽>>, <<물 한 모금>>_ 두 단편은
까마득한 인생을 산다는 것은, 도무지 알 수 없는 어쩌다 맞닥뜨린 엉뚱한 우연에 의해 좌지우지되기도 하고, 도처에 깔린 하나의 선택(이쪽과 저쪽) 혹은 몇 초라는 시간의 차이(물 한 모금)로 돌이킬 수 없는 최악의 결과를 가져오기도 한다는 것을 전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표제가 된 단편보다 더 선호했던 단편 '사막에서'의 <<사막>>은 꿈과 현실이 뒤섞인 몽환적인 분위기로 가득 찬 상태다. 우리의 현실이 사막처럼 불모의 현장이 되고 있다는 불길한 조짐을 암시하는 게 아닐까 생각한다.

“사막은 끝없이 탐욕을 부리며 더더욱 많은 것을 집어삼켰다. …내 앎과, 내 느낌과, 빼앗기기가 죽기보다 싫었던 모든 것들. 그들은 사막에 갇혀 소리 죽여 울었고, 때가 되자 하나씩 소멸해 갔다.”(51쪽)

‘우리는 대체 무엇을 하고 있는지, 왜 여기 있는지, 아니 우리가 누구인지조차 모르고’ 있는 등장인물들이, 결국 그 사막을 탈출하는 방법은 <<사막을 닮은 망각뿐>>임을 거듭 강조하고, 여기서 사막은 "우리가 발 디디고 있는 공간"에 빗대어지고, 길을 잃어버린 주인공들은 마치 나 자신, 책을 읽는 독자를 지칭하는 것처럼 보이며, 소설 속 상황은 방황하는 현대사회를 단적으로 꼬집어 말하는 경우가 아닐까, 짐작하고 있다.

"우화와 실험 연극 등에서 볼 수 있는, 비현실적인 배경하의 극단적 이야기를 통해 더 강렬한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다"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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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마다 축제
강영숙 지음 / 창비 / 200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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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삶과 유리된 소설을 쓰고 싶지는 않았다. 총체적인 삶과 대면하고 있는 인간을 그리고 싶었고, 뜨겁고 격렬한 서사를 가라앉히는 쿨한 문장을 갖고 싶었다.”
"소설을 쓰면서 삶의 절박함이 창조성과 만나는 빛나는 순간을 보리라고 꿈꾼다"


-작가의 말-

첫 단편집보다 문장 면에서 섬세해지고, 더욱이 환상적 이미지는 점차 강렬해진 것을 느꼈다. 단편집의 각각 주인공들은 지루하기만 한 일상에 별다른 흥미를 느끼지 못하고 어디론가 떠나기를 희망한다. 좀더 자극적인 것을 원하고, 뭔가의 전환을 필요로 한다. 육체를 짓누르고 있는 갑갑함을 떨쳐내고 훌쩍 떠나려 했지만, 그것도 잠시, 다시 돌아올 수밖에 없다는 것을 스스로 느끼고 있음에 영원히 제자리(일상)걸음이라는 암시를 곳곳에서 던져주는 것 같다.

인물들의 내면은 한층 우울하고 일그러져서 어딘가 그로테스크해 보인다. 주변의 사물(따가운 햇볕, 말라버린 돌의 표면, 깨진 술병, 들소 떼, 고래, 상아색 쌘들)은 그러한 내면을 상징하는 장치의 구실을 하고 있다. 메말라버린 내면을 드러내거나, 소품을 뛰어넘어 자체적으로 추상적 분위기를 띄며 상황을 압도하는 것이다.

우리네 삶의 이면을 환상적 이미지에 덧씌워 때로 고통이 따를 수도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경우도 있다. 그 쪽이 더욱 비극적일 것이다. 이 소설집은 우리에게 직접 사실을 확인시킨다.

소설 곳곳에서 발견되는 상징물들은 서로 연관되어 있지 않다. 또한, 이른바 일회용으로 재등장하지 않는다. 그렇기에 앞 문장과 뒷 문장의 상호관계를 따지려면 끝이 없을 거라는 생각을 한다. 문장 읽기에 꼼꼼해져야 소설에 몰입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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