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하스 의자
에쿠니 가오리 지음, 김난주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04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 교보 제 북로그에 올렸던 것입니다.
쭉 올리고 나서, 새로운 리뷰 쓸 예정입니다.

 

'웨하스 의자'란...
웨하스 의자는 내게 행복을 상징했다. 약하고 무르지만 반듯한 네모. 그 길쭉한 네모로 나는 의자를 만들었다. 조그맣고 예쁜, 그러나 아무도 앉을 수 없는 의자를. 눈앞에 있지만……, 그리고 의자는 의자인데, 절대 앉을 수 없다.(본문 71page)

'사랑해.'
애인은 나의 눈을 가만히 쳐다보고는,
'나도 사랑해.'라고 말했다.
나는 매일 조금씩 망가지고 있다.(본문 144~145page)

두 주인공의 사랑은 이루어질 수 없음을 웨하스 의자에 빗대어 표현했다. 바삭바삭하고 쉽게 부서지는 과자로 얼렁뚱땅 모양만 내어 의자를 만들어봤자 아무도 앉을 수 없어 별 소용이 없는 것처럼, 감정에 충실한 두 주인공이 서로를 갈망하고 달콤한 행위들을 하지만, 그 내면에는 절망이 도사리고 있다.
지속되기 어려운 상황의 사랑을 아기자기한 일상과 읽기에 무리가 없는 문장으로 잔잔하게 풀어놓았다.
주인공은 때로는 어린애처럼 사랑을 쥐고 놓지 않으려 하고, 현실을 제대로 파악하여 악착같이 매달리지 못함에 안타까워하기도 한다. 외로움 속에서 스스로의 자아를 더욱 강하게 인지하고 선택을 해야함을 자각하는 순간이 슬슬 찾아온다.
소수를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을 가진 작가라고 평해놓은 것이 있다. 이제껏 이 작가의 작품들을 빠짐없이 다 읽어왔고, 매번 드는 생각은 그것이었다. 소소한 일상에 의미를 부여하고 다정함으로 다가간다는 것. 의식하지 않고 흘러가는 하루의 자그마한 단서 하나라도 놓치지 않으려 함에 전해져온다. 그래서 많이 부럽고, 많이 좋아한다.
-------
"흔히, 불륜이라고 말할 수 있는 관계(부인이 있는 남자를 사랑하는 한 여자, 가정을 가진 남자가 사랑하는 여인. 그리고 그들의 사랑)에 대해 문학의 사회학적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고 본다.
물론, 저자는 그들의 관계가 지극히 합리적이라거나 행복한 결말이 기다린다는 식의 청사진을 내놓지 않는다. 단지, 어쩔 수 없이 사랑한 사람이 '부인이 있는 남자'였을 뿐인 한 여자가 있고, 그녀의 사랑과 주변에 대해 고운 시선으로 바라봐 줄 뿐이다. 고통과 슬픔이 예정돼 있다 해도 소중하게 다가온 사랑을 정직하고 충실하게 맞이한 사람들에 대해서 말이다.
한 개인으로써 누구나가 지켜야 할 법이 있고, 사회적 규범과 개인적 도덕이 있다는 것을 무시하면서 살 수는 없지만, 그런 것들을 위해 사람들은 또한 얼마나 많은 것들을 흘려보내며 놓치고 있는지 생각해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또한 평범한 사람들이 납득하기 어려운 이러한 관계는 어찌보면, 결국 소외된 사랑의 한 전형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출판사 서평』 중에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방과 후의 음표
야마다 에이미 지음, 김옥희 옮김 / 민음사 / 2005년 2월
평점 :
절판


, 교보 제 북로그에 올렸던 것입니다.
쭉 올리고 나서, 새로운 리뷰 쓸 예정입니다.

 

이 또한 2번째 읽었다(;)
일단, 파격적인 방식이라 소개한 글에 한 표를 던진다. 그것에 끌렸으니까. 십대(정확히 고등학교)에는 아무런 것에 의욕을 느끼지 못했고, 더욱이 그렇게나 좋아했던 글쓰기에도 진절머리 났었던 내가 지금은 그 시절을 그리워한다면 주위에서 비웃을까. 진정 그 시간으로 돌아갈 수 있다면 생각 없이 지나쳤던 것에 관심을 기울이고 글쓰기 공부에도 좀더 힘을 쏟고 멍하니 지냈던 일상들을 활기찬 하루로 되돌릴 텐데. 흘러간 시간, 내가 무엇을 원했던가 한번이라도 제대로 의미를 두지 않았던 것에 아쉬움이 남는다.
이 책에서 어른들이 흔히 말하는 풋사랑을 하는 여자아이들의 대담한 생각을 고스란히 느끼며 그때의 나를 떠올려보았다. 주위에서 일어나는 사건들에 별 호기심을 두지 않고 건성으로 지나치며, 멀리 환상만을 쫓으려 했던 자신이 문득 그려졌다. 조그마한 일상을 소중히 간직하려 하는 지금의 나, 그때보다 조금은 의젓해졌을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하얀 강 밤배
요시모토 바나나 지음, 김난주 옮김 / 민음사 / 2005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교보 제 북로그에 올렸던 것입니다.
쭉 올리고 나서, 새로운 리뷰 쓸 예정입니다.

 

 

솔직히, 2번째 읽었음에도 정리할 무언가를 제대로 건지지 못한 듯하다. 그래서 쓰기를 쭉 미뤘다.
작가 스스로가 즐겨 쓰는 어휘가 빠짐없이 등장하고, 풍기는 분위기는 이전과 비슷하다. 다만, 부각된 이미지라던가 주인공들의 생각이라던가 상처를 견디는 과정이라던가, 조금 세부적인 면에서 지난 작품들과 비교했을 때, 좀더 성숙했다고 할까. 물론, 개인적 생각이긴 하지만. 그런 느낌을 받았다.
요즘 집중력이 떨어지는 것을 느끼곤 한다. 직접 글을 쓰고 있을 때도 쭉쭉 이어나가질 못한다. 그래서인지 예전보다 책을 읽는 동안 떠오른 사항들을 충분히 끌어낼 수가 없는 것 같다.
게으름에서 탈피하여 꼬박꼬박 메모하는 습관을 길러야겠다.
아무리 다시 읽어도 도무지 맘에 들지 않는 글(;) 책을 한번 더 읽어야하나-_-;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이렇게 쩨쩨한 로맨스
다이도 다마키 지음, 김성기 옮김 / 황금가지 / 2004년 5월
평점 :
절판


,  교보 제 북로그에 올렸던 것입니다.
쭉 올리고 나서, 새로운 리뷰 쓸 예정입니다.

 

참 오랜만에 올리는 글, 더불어 한참 늦어버린 글.
다시 시작하는 의미로, 읽고는 기록해두지 않은 책을 찾아 책장을 죽 훑었는데, 꼽힌 손가락의 개수가 상당하다는 걸 알았다. 부지런히 써야겠다.
"아쿠타가와 상"이란 글귀에 혹해서 몇 장 펼치다 보니, 꽤 빠른 속도로 읽혀짐에 좀더 살펴볼 생각을 접고 덜컥 구입했었다. 그러고 나서 엄청나게 빨리 읽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참 재밌었다, 일단은. 요즘은 외국소설보다 일본소설이 더욱 편하게 읽혀지고 이 책도 그 중 하나였다. 물론, 제일 자연스레 읽혀지는 것은 한국소설이다.
"이렇게 쩨쩨한 로맨스", "M자형 이마", "민들레와 별똥" 세 단편이 실려 있다. 일단 변두리 동네 이야기를 담담하게 풀어내면서 결코 감동을 주기 위해서 억지로 쥐어짠 구성이 아니라는 느낌을 받았다. 그냥 손이 가는 대로 부드럽게 묘사했고, 주인공의 성격은 특별히 눈에 띄는 타입이 아니었다. 그렇지만 전체적인 이야기의 느낌은 퍽 개성적이었다 생각한다. 지극히 개인적인 관점이었지만. 상을 받아서가 아니라, 꼼꼼한 작가의 묘사와 일관되게 흘러간 스토리 라인이 참 인상깊었던 책이었다. 책을 읽은 직후 작가의 담담한 필치가 오래도록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아 그 비슷한 글을 썼었는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발로 차 주고 싶은 등짝
와타야 리사 지음, 정유리 옮김 / 황매(푸른바람) / 2004년 2월
평점 :
품절


, 교보 제 북로그에 올렸던 것입니다.
쭉 올리고 나서, 새로운 리뷰 쓸 예정입니다.

 

<<발로 차주고 싶은 등짝>>

어쩌자고 미뤄뒀었지, 생각하면서 나름대로 차분하게 글을 쓰려 시도한다. 요즘 들어 너무 더워졌기 때문에(더위를 좀체 참지 못하는 나는)덤벙거리다가 어처구니없는 실수라도 할까봐 조심스러워졌고, 여간해서는 속도를 내지 않을 생각이다. 오직 스피디하게만 써 내려가다 보면, 늘 그랬듯(;;) 글의 요지를 놓치고 방향을 잃은 채 다른 쪽으로 몰고 갈 여지가 있기 때문(-_-;;).

"와타야 리사"를 만난 건, 이번이 두 번째다. 이미 "인스톨"이라는 소설로 작가를 익히 알고 있었기에 서점에서 처음 발견했을 때, 당황하진 않았다. 오히려 더할 나위 없이 놀라웠을 뿐. 아쿠타가와상 어쩌고, 하는 문구는 눈을 흘길 정도로 거슬렸지만 말이다.

그때를 돌이켜보면, 멀리서 어렴풋이 표지를 봤을 때, 한창 유행(?)했던 인터넷 소설인 줄만 알고 집으려는 생각조차 없었는데, 언뜻 스친 "아쿠타가와상 수상작"이란 터무니없이 큰 크기의 글자, 사람을 현혹시키는 대책 없는 과대광고 행위 작전, 별로 취급할 생각은 없었지만, 그런 생각을 저지하듯이 일단 손부터 나갔다. 아마, 대체 어느 정도로 잘 썼기에 이러나, 도움이 되려나_싶은 생각이 불쑥 튀어나왔을지도 모른다. 뭐, 지금에서 생각해보면, 그리 나빴던 사건은 아닌 듯하다. 사실, 이 책은 나오자마자 사서 일주일 내에 다 읽었다. 어쩜 그 당시에 북글을 썼다면, 순위(?)5번째 이내에 썼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젠 검색해보니, 쓴 회원이 너무 많아서 특이하지도 않은 쓸데없는 이야기를 장황하게 늘어놓지 않을까 걱정이 앞선다. 단조로운 북글이 되지 않도록 필사적으로 노력하면, 조금은 특별한 북글이 되지 않을까, 무턱대고 기대하며(;;;).

이 책의 주인공은 "하츠"라는 소녀로, 인간관계의 대부분은 철저한 가식이라고 철석같이 믿고 있다. 그리하여 그녀는 나머지 인간이 되느냐, 그룹의 일원이 되느냐의 갈림길에서 갈팡질팡한다. 혼자 학교생활을 이어가려니, 자신을 이상한 눈초리로 흘깃거릴 주위의 시선과 맞서야하고, 그룹에 끼는 순간 연이어 자신을 거짓으로 꾸며야한다는 강박관념이 그녀를 내리누른다. 고민, 또 고민.
원래 그녀의 생각은 단짝친구와의 뜨거운 우정으로 혼자라는 사실을 벗어남에 있었지만, 그나마 유일한 친구였던 "키누요"마저 그녀 한사람과 우정을 쌓는 것에는 일말의 관심조차 없었기에 그녀를 마다하고 그룹의 일원이 되어버린다.
1대1의 관계를 원하는 하츠는 그렇지 않은 반 아이들을 감싸고 있는 보이지 않는 막과 심리적 갈등 상태에 놓여 있다. 도무지 적응할 수 없는 과학실 분위기에 프린트 물을 찢는 무료한 행위를 이어가다, 역시 나머지 인간인 "니나가와"를 발견하고 의자를 끌어당겨 가까이 다가간다. 비로소 주요인물 두 사람의 만남이 시작되고, 사실상 소설의 막은 오르는 것이다. 이때부터 흥미진진. 한가지 주목했던 점은 공감할 수 있었던 스타트의 분위기. 예사롭지 않은 개성 넘치는 표현에 일관된 문장 배치. 어쩐지 기대하게 만드는 작가인 것 같다, 갓 읽었을 때의 판단.

'간장을 병째 머리에 뒤집어쓴 것 같은 무겁고 까만 긴 앞머리'에 시체처럼 공허한 눈, 어째 평범함과는 거리가 멀 것 같은 겉모습을 가진 소년 니나가와는 "올리짱"이란 패션모델에게 흠뻑 빠져 있는 일종의 매니아다. 그의 시선에 머무르는 존재는 오직 올리짱일 뿐, 부모도 선생도 학교친구 어느 누구도 그를 사로잡지 못한다. 잡화점에서 올리짱과 만났던 기억이 있는 하츠가 그 사실을 언급했을 때, 두 사람 사이의 공기는 묘하게 달라지고, 조그마한 이끌림이 생겨난다. 이쯤에서 두 사람간의 미묘한 관계가 소설의 초점이 되어 그들의 소통이 주류를 이룰 거라 짐작을 했는데, 어떤 식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갈 지, 이를 위해 작가가 선택한 소품은 무엇인지, 호기심과 상상력을 자극하면서 몰입했다. 단순한 플롯에 스케일 자체도 크지 않은 소설이기에 평소 취향인 모험을 할 수 있는 소설은 아닌 데다가, 그리 충격적이지 않을 거라는 판단, 뭔가 큰 반향을 불러올까 하는 소소한 기대, 극과 극의 사소한 마찰이 머릿속에서 연신 생겨나고 있었지만, 일단은 무시하고 차츰 박차를 가하여 책을 읽었다. 고개를 갸우뚱하다가, 끄덕끄덕 공감하다가, 연이은 물음표로 연거푸 되짚기도 하면서.

이 소설은 전통적인 성 역할에서 벗어난 채, 대중문화에 탐닉하며 은둔형 외톨이의 생활을 고집하는 일본 신세대의 모습을 개성적인 캐릭터로 형상화했는데, 사회문제의 한 단면을 드러내면서, 일본소설이 풍기는 비슷한 분위기와 특유의 감성, 일상의 말투가 적절히 녹아 있다. 그 모습은 가히 절묘하여 딱 봤을 때 젊음의 에너지가 넘쳐흐르며, 나아가 섬세하면서도 일정한 리듬이 있어 어린 파워를 무시할 수 없게 만든다.

소설의 초점을 단순한 두 주요인물의 공감에 두어서는 안 된다고 감히 말하게 된다. 그랬다면, 그냥 평범한 연애소설이나 그 비슷한(;;)것에 그쳤을지도 모른다. 주변 인물과 도무지 관계하지 못하는, 두 사람은 스스로를 고독함에 몰아넣었다. 그리하여 갈등의 세력은 일파만파로 커져가고, 좀체 평화로워지지 못하는 것이다. 하츠는 니나가와에게 남다른 호감을 느끼고 있지만, 이에 반해 니나가와는 그 너머에 있는 올리짱에게 시선이 머무른다. 또한, 현실이 아닌 환상의 세계에 웅크려 있기 때문에, 두 사람의 모습은 끝없이 달려가는 두 개의 평행선이 될 수밖에 없다.
니나가와의 등은(육상으로 단련된 하츠의 다리로 뻥-차주고 싶은 등짝)가학성, 성적충동, 삐뚤어진 애정표현 등이 융합된 촉매제로써 하츠의 고독을 표면에 드러나게 하는 역할을 맡았다.

시종일관 경쾌한 템포를 고수한 소설은 어이없게도 소박함으로 마무리를 짓는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 이 속담이 이토록 먹혀 들어갈 줄은 꿈에도 몰랐다. 작가 특유의 개성을 발판 삼아 그럴듯하게 특별한 결말을 내심 기대했는데, 순식간에 무너졌던 순간은 지금도 생생히 기억난다. 왠지 이때까지 읽어온 내용 전부가 터무니없이 느껴짐에 성급한 판단은 아닌가, 애써 평정을 찾고자 노력을 하며 완결 문단을 집중해 읽고 또 읽었다. 역시나 변하는 것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더욱 기대하게 만든다. 2년 전 읽었던 스토리에 중점을 뒀던 인스톨보다 심리묘사 면에서 차츰 발전된 사항이 있기에, 이 작가의 어린 나이는 무한한 가능성이 있기에 기다려 보자, 스스로를 위안하며 멀리 내다보게 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