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그저 놀랄 뿐이다.
어제와 엊그제를 구별할 수 없다는 사실에.
내가 새긴 발자취가 그것을 확인할 틈도 없이,
눈 깜짝할 사이에 바람에 날려
어디론가 사라지고 만다는 사실에.


- 잠, 무라카미 하루키.


+ 언뜻 보면, 전혀 다를 바 없어 보이는 일과.
(스토리라인을 만드는 것, 노래 틀어놓고, 노래 부르고,
아트 잡지를 뒤적이는 취미생활& 일에 휘둘리는 것)
소소한 일상에서 조금 몰두해서 발견되어지는
어제와 오늘의 자그마한 차이(이를테면,
어제는 소설의 진전이 없었는데 오늘은 미량이 있었다는 것&
어제는 D의 노래를 들었는데, 오늘은 Wizard의 노래를
틀었다는 것& 문제집을 풀어야지 다짐했다는
타인이 보면 사소할 것들)를 생각했다.

2006.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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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랑잎 색깔의 논이 평평하게 펼쳐져 있었고,
한참 먼 곳에는 하늘과 땅 사이에 선로가 있었다.
도화지에 그린 그림에 장난으로
지퍼를 그려놓은 것처럼 쭉 뻗은 직선이었다.
하얀 바탕에 빨간색 전철이 지나갔다.
마치 지퍼를 여는 것처럼.
열린 지퍼 건너편으로
뭔가 다른 경치가 펼쳐져 있지 않을까 하는
어린아이 같은 기대를 가지고
나는 눈을 크게 뜨고 바라보았지만,
전철이 지나가자
익숙하게 보아 온 경치가 그 자리에 있었다.

- 공중정원, 가쿠타 미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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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현과 영상이 너무 좋아서, 몇 번이고 곱씹으며 되짚었다.
개인적 견해로, 주제의식은 [전체적으로, 변함없는 일상]을
전철이 지나가는 장면으로 오버랩 시켜 담은 것 같다.
환상이 가득한 배경, 번쩍하는 풍경,

혹은 짜릿한 감각을 원하지만,
유유히 흘러가는 일상이 펼쳐지는 것처럼.

2007.01.02 2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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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타워
에쿠니 가오리 지음, 신유희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05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내 리뷰.

    내 친구가 전해 준 이야기가 있다.

   에쿠니 가오리 씨 팬이라고 할 수 있는 다수의 독자들은 도쿄타워에서 적잖이 실망을 했다는 리뷰를 많이 접했다고_ 나는 그때 심드렁한 반응을 보였던 것 같다. 사실, 이제껏 그녀의 소설에서 엄청난 감동을 받은 것까지는 아니라서- (단 하나, 호텔 선인장은 진짜 좋았다. 너무나도 익숙한 세 주인공^^) 내 친구의 말을 빌리자면, 나는 대개의 대답이 심드렁하단다(-_-)

   리뷰는 많이 늦었다. 그냥 책장을 훑다가 어? 리뷰 안 썼네? 이런 식으로 발견했기 때문. 책 읽은 그 당시에는 시험 준비를 한다고 꽤 버둥거렸던 것 같기도 하고. 아무튼, 갑자기 마음이 끌렸다고 해두자.

   사실, 처음에는 작가보다는, 그 제목보다는, 일러스트에 더 끌렸다. 그러니까, 예쁜 책에 혹하는 버릇이 있다. 큼직큼직한 글씨는 조금 거슬렸다. 웃긴 게, 나는 중간 크기의 글자가 읽기에 편해서 안정을 찾곤 한다.

   어처구니없는 사항만 잔뜩 펼친 거 같은데, 이 소설은 3번 정도 읽었던 것 같다. 그저 손에 집기 쉬운 곳에 있었단 어이없는 이유로 3번이나(?) 읽었다. 달리 감동이라거나 책에서 받은 감흥은 (이렇다 할 감흥이랄 게 없지만) 변하지 않았지만.

   토오루의 일상 중, 책을 읽고 그 이야기를 나누거나, 음악을 배경으로 하고, 생각에 골똘히 빠져든다거나, 전화를 기다린다거나 하는 장면들이 좋았다. 그런 담담한 필치의 자그마한 그런 소품들을 좋아하기도 해서. 타인이 보기에는, 지극히 일상적일 뿐인, 그리 흥미가 당기지 않는 요소들일 가능성이 크지만 말이다.

*시후미는 작고 아름다운 방과 같다고, 토오루는 가끔 생각한다. 그 방은 너무 편해서, 자신은 그곳에서 나오지 못하는 것이라고.

   시후미라는 사람에 관해서는 내가 겪어보지 않아서 공감이 안 가지만, 다른 시선으로(우리의 인연이나, 추억 등등)너무 편해서 쉽사리 빠져나오지 못한다는 그 생각은 적극 동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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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지의 표본
오가와 요코 지음, 양윤옥 옮김 / 문학수첩 / 2007년 4월
평점 :
절판


*내 리뷰. (04/13)

   이틀에 걸쳐 읽었다. 문장이 깔끔하고 속도감 있어서, 빨리 읽을 수 있었던 듯하다.

   [약지의 표본], [육각형의 작은 방] 두 편의 소설이 실려 있는데, 각각 나름의 특별하고도 독특한 매력이 있었다. 그게 무엇이 됐든, 표본으로 봉인한다는 그 행위에 어쩐지 섬뜩하면서도, 한편으로 신비로웠다. 스스로에게 표본으로 보존하고 완성하고 싶은 소품이 있었던가? 떠올려보기도 했다.

   데시마루 씨가 주인공에게 선물한 구두는 그의 소유를 암시하는, 그리고 그에게서 벗어날 수 없는 암시를 위한 복선이 아니었나 생각한다.

   소녀가, 자신의 화상 흔적을 표본으로 만들고 싶다고 한 순간, 경직과 함께 섬뜩한 기운이 찾아들었다. 어쩐지 소녀가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불안이 생겨났기 때문이었다.

   표본실은 비밀의 공간인 만큼 혼자만의 착란 속에서 모자이크 망상을 가졌다.

   기괴함이 공간을 내리누르고, 표면적으로는 표본시험관이 즐비해 있지만, 그것은 겉보기에 지나지 않을 뿐, 구석에 어렴풋하게 숨겨놓듯 지하로 통하는 계단이 있고, 그 너머에 더 끔찍한 장면이 기다리고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까지 했다. 여기저기 방치된 시체가 널려 있을 거라는. 살이 문드러져 가고 있거나, 이미 해골이 된 것도 있을 거라는. 더불어 소녀는 도망가지 못하도록 쇠사슬에 묶여 벽에 걸려 있을 거라는. 어디까지나 망상일 뿐이라고 고개를 설레설레 젓다가, 예전 근무하던 여자들 몇몇은 행방을 모른다는 문단을 보고서는, 나 스스로가 확신을 가졌던(-_-)<- 잔인함을 좋아하는 어쩔 수 없는 취향;

   그렇지만 표본실 내부는 끝내 공개되지 않는다.(아쉬움;)

   나 자신이 고이 담아두려고 했던 소설은 [육각형의 작은 방] 이었다. 마침 무언가 계기가 되었던 내면의 웅크린 자신도 한 몫을 더했다. 육각형 안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가, 주인공은 처음에 살짝 의심했었다. 그에 따라 나도 약간의 스릴을 가지고 하나하나 짚어나갔다. 점점 빠져들면서, 실제로 이런 공간이 어딘가에 존재하지 않을까 생각도 들었다. 책에 몰두해 있다가, 슬그머니 고개를 들면, 바로 앞에 딱 대기하고 있을 것만 같았다. 결말 부분에서, 이야기 방과 미도리 씨, 유즈루 씨의 행방을 알고 싶어 하는 주인공의 초조한 모습에서 어쩐지 안타까운 마음과 답답함을 함께 느꼈다.

   구석에 웅크리다시피 한 갑갑한 기운을, 억눌려진 무게를_ 이야기를 통해서 해소하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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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나리아
야마모토 후미오 지음, 양윤옥 옮김 / 창해 / 2005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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