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니문
요시모토 바나나 지음, 마야 막스 그림, 김난주 옮김 / 민음사 / 2000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2004-03-28∥

 

 

[도서]허니문

 

내게 요시모토 바나나를 알게 해준 책. 전에 나온 "키친"은 책에 대해 어느 정도는 알고 있었지만, 무작정 읽어보고 싶다고 생각은 하지 않았다. "허니문"은 표지의 "개"가 신비스러운 분위기를 띠고 있었기 때문에(;;)관심이 갔다. 말하자면, 모험 식으로 읽게 된 것이다. 대부분 그렇게 해서 알게 되는 작가가 많다;;
얇은 책이라 스피디하게 읽힌다. 문장도 어렵지 않다. 하지만 책을 덮고 난 뒤에, 떠오르는 생각은 상당하다. 작가는 여러 가지를 담으려고 한 것 같다.
부모는 집을 나가버리고 할아버지와 단둘이 사는 소년 히로시와 옆집에 사는 소녀 마나카의 우정과 순수한 사랑이야기. 사랑이야기는 그렇게까지 열광하지 않지만, 마나카의 시점으로 그녀의 시선이 가는 사물과 히로시의 모습, 올리브에게 쏟는 애정은 각별하다. 순진한 사랑이라 공감이 간다. 일부러 독자를 끌어들이려 장치를 만들었다던가 그런 것이 없다. 그냥 물 흐르듯 자연스럽다. 담백하다. 마냥 신비스러운 일상, 번번이 끼고 싶다는 우스운 생각도 하게 만든다;;
이제껏 바나나의 작품에서 보여주었던 개인의 상처와 방황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다른 사람의 상처를 이해하고 떠 안으며, 더불어 자신의 상처도 같이 치유해 가는 과정은 담백한 문체 안에서 빛을 발휘한다. 마냥 무거운 주제임에 분명한 "죽음"마저도, 이 소설에서는 더할 나위 없는 아름다움과 신비함으로 표현된다. 바나나의 특유의 재능이 아닐까 싶다.

 

(나의)교보 북로그에 이미 올렸던 글입니다.
쭉 정리하고 나서, 새 리뷰 올리겠습니다.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플라이, 대디, 플라이 더 좀비스 시리즈
가네시로 카즈키 지음, 양억관 옮김 / 북폴리오 / 2006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2004-03-28∥

 

 

[도서]플라이 대디 플라이

 

가볍고 경쾌하다. 책을 읽는 순간, 순간이 더없이 즐겁게 느껴진다. 만화를 생각하게 하는 톡톡 튀는 스토리 전개가 허무맹랑하지 않다. 왠지 그래야만 할 것 같은. 특별히 어려움은 없으나, 희망의 메시지가 있기에 그 감동을 오래도록 간직하고 싶은, 자꾸만 뒤적거리면 끝장 뒤의 마침표가 진정한 끝이 아니라, 그 위에 후일담이 있을 것만 같은 긴 여운을 남긴다.

이제껏 그래왔던 것처럼, 아웃사이더 유의 세상에의 반항이 물씬 느껴지는 소설이다. 딸의 복수를 위해 하루하루 훈련을 지속하면서, 자신의 인생에 대한 자신감 또한 키우는 주인공을 보면서, 아직 가능성은 남아있어-라고 좀더 높은 곳을 내다본다. 쉽게 포기하지 않는다. 결과도 중요하지만, 그 결과를 이루는 과정은 더욱 중요하다는 것을 일깨워주는 소설.
강자 앞에서 약하고, 약자 앞에서 도리어 강해지는 비열한 모습에서 오직 소중한 하나를 위해 자신만의 노력으로 당당한 자신감을 내보이는 주인공은 우리들에게 좋은 본보기가 된다. 돈, 권력, 재능이 중요시되는 사회에서 좀더 높은 곳에 자리한 것이 무엇인지 한번쯤 생각할 기회를 주는 것 같다.

 

 

(나의)교보 북로그에 이미 올렸던 글입니다.
쭉 정리하고 나서, 새 리뷰 올리겠습니다.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해변의 카프카 (상)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김춘미 옮김 / 문학사상사 / 2003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2004-03-27∥

 

 

[도서]해변의 카프카(상)

 

7년의 구상 끝에 내놓은 장편이란다.
한 편의 소설이라도 쉽게 보지 않고, 크나큰 노력과 심혈을 기울인 작가에게 경의를 표한다.

하루키의 소설 중에서도 대작에 꼽히는 거라고 평론가들이 구구절절이 떠들은 것은 내 눈엔 들어오지 않고, 다만, 7년이라는 시간 동안 시작부터 완결까지 꼼꼼히 짜두고, 눈에 보이지 않을 고뇌와 헤아릴 수 없을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마음에 드는 문장을 만들기 위해 퇴고의 과정을 몇 번이나 거쳤을까. 그런 노력은 쉽게 해낼 수 있는 게 아니다. 열정을 아낌없이 쏟아 부었기에 책 속에 많은 이야기가 포함되어 있다.

제목에서의 "해변"은 소설의 주제라고 할 수 있는 "경계"의 의미를 은연중에 내포하고 있으며, 꽤 강렬한 이미지를 풍긴다. 카프카의 초현실주의를 겨냥하고 쓴 것 같기도 한데, 무엇이 옳고 무엇이 그른지 정확히 얘기할 수 없는 복잡한 상태를 겪는 한 소년이 어른들이 만들어놓은 틀과 갑갑한 현실에서 끊임없이 탈출하려 시도하며, 서서히 삶의 원리를 자신만의 방법으로 찾아가는 이야기다.

하루키는 이 작품에서 나름대로 심혈을 기울여 독특하고 참신한 개성적 캐릭터를 만들어 놓았고, 그 각각의 인물들은 어중간한 상태에 놓인 게 아니라 각자 나름대로 작품에서 큰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부족하지도, 거추장스럽지도 않은 설정과 보다 깔끔해진 문체와, 짧은 문장 안에 크게 자리한 내면의 심리는 하루 이틀 시간이 아닌 7년에 걸친 시간에 이루어졌기에 꽤 자신만만한 느낌이다. 그것이 억지스러운 게 아니라, 고개를 끄덕이게 만들 정도로 자연스럽다는 데 굉장한 것이라 생각한다.

현실과 초현실이 교차하며, 반복적으로 거푸 읽게 만들며, 끊임없이 생각을 요구한다.
무엇보다 작가의 의도가 뚜렷한 거 같아 감동적이다. 인생의 참된 의미를 일깨우고자 쓴 소설. 작가 자신의 이야기, 주인공 15살 소년의 이야기만이 아닌, 누구나 한번은 거쳐갔을 과도기적 시기를 다룬 우리 모두의 이야기.

 

 

(나의)교보 북로그에 이미 올렸던 글입니다.
쭉 정리하고 나서, 새 리뷰 올리겠습니다.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죽은 올빼미 농장 작가정신 소설향 19
백민석 지음 / 작가정신 / 2003년 9월
평점 :
절판


∥2004. 03. 25∥

[도서]죽은 올빼미 농장

어느 날 우연히 친구와 서점에 갔다가 갓 나온 신간코너의 이 책을 발견하고, 책 뒤의 표지에 쓰인 짧은 설명을 훑었고, 문득 뇌리에 스치는 무언가를 느꼈고, 무작정 읽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인형"과 대화하는 남자라니. 어찌 보면, 현 세대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 모두는 알게 모르게 어떤 것에, 속된 말로 미쳐 있는데, 그러한 우리가 미처 깨닫지 못하는 상황을 반영하고 있는 게 아닐까 짐작을 하면서 소설에 기대를 하고 있었다.
주인공은 서울에서 태어나 혼자 아파트에 살면서 "인형"과 대화하고, 알 수 없는 "자장가"에 집착하며, 대중가요 작사가를 직업으로 가진 어느 남자다. 이런 사항을 "퇴행적 인간"이라 칭하는데, 발신인이 "죽은 올빼미 농장"이라 명시되어 있는 한 통의 편지를 받게 되고, 거기서부터 본격적인 사건의 전개가 펼쳐진다. 꽤 흥미로운 구석이었다. 실제로 존재하고 있는 농장이 아니고, 30년 전에 사라진 강원도 고성의 한 농장으로부터의 정체 모를 편지라니.
그렇다. 이 소설은 결국 "농장"과 내면이 채 성숙되지 못한 "아파트먼트 키즈"의 자아 형성 과정을 그린 탐구적인 소설일 게다.
여기서 주인공이 세계와 소통 가능하다는 복선이랄까, "인형"을 땅에 묻는 것으로 암시하고 있는데, 세상과 단절되어 있던 어느 광적인 남자가 점차 환경과 조화 가능해지고, 스스로 내면의 탐구에 몰두하는 과정은 어쩌면, 보다 나은 미래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함이 아닐까 생각도 들었다. 열린 인간관계의 필요성에 한 걸음 더 접근할 수 있었던 것도 같다.

 

(나의)교보 북로그에 이미 올렸던 글입니다.
쭉 정리하고 나서, 새 리뷰 올리겠습니다.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에세이스트의 책상
배수아 지음 / 문학동네 / 2003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2004. 03. 24∥

[도서]에세이스트의 책상

자유로운 색채, 또한, 독특한 소설 세계, 개성적 글쓰기, 등등을 평소 동경해오던 나는 이런 이유로 "배수아"님을 전적으로 믿고, 존경한다.
"책상"이란 단어가 주는 의미는, 보편적으로 공부나 글을 위한 도구, 매개체일 것이지만, 보다 개인적인 판단으로 작가를 둘러싼 세계, 인위적으로 만든 공간이란 분위기를 풍긴다. 책상 위에 종이가 펼쳐져 있고, 그 종이 위에 작가가 생각한 모든 것이 담긴다. 음악에 관해 풀이하고, 정신에 대해 논하고, 언어에 대해 보다 파괴적, 주관적으로 평하고, 사랑에 대해 갈구하고, ……. 종이 위에 모습을 드러낸 소설은 어쩌면, 우리들에게 낯설거나, 이해되지 않거나, 여러 번 반복하여 뜯어보고, 따져보고, 끊임없이 질문을 던져 노력을 해야만 느낄 수 있는 버거운 것인지도 모른다.
주인공이 사랑한 M에 대한 추억이 무의미하고 나른한 일상과 교차하여 반복되지만, 눈에 띄는 스토리 라인이 존재하지 않아, 애매하고 혼란스럽고, 당최 의미를 파악할 수 없는 전혀 엉뚱한 것으로 넘겨버릴 수도 있다. 정확한 문장으로 표현할 수 없는 그 무언가를 작가는 얘기하고 있지만, 나는 발견하지 못한 것이 아마 있으리라는 추측도 한다.
하지만 소설을 읽음으로써, 작가에 대해 좀더 알게 되고, 내면에 좀더 다가가게 되고, 무엇을 염두에 두고 쓰기 시작했는지, 다소 느꼈다면, 그것으로도 우리에게 얻은 바가 있지 않을까. 글을 읽는 동안은 현실을 뛰어넘어 그들과 함께 날아가 한껏 자유로움을 깊숙이 집어넣었으니까.

"음악은 인간이 만들어낸 것 중에 유일하게 인간에게 속하지 않은 어떤 것이다."

 

 

(나의)교보 북로그에 이미 올렸던 글입니다.
쭉 정리하고 나서, 새 리뷰 올리겠습니다.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