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려놓음 - 내 인생의 가장 행복한 결심 이용규 저서 시리즈
이용규 지음 / 규장(규장문화사) / 2006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그러나 시간은 내가 아끼려고 노력한다고 아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하나님이 정하신 타이밍이 변동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줄거리                                                                                                    

 

        소위 명문대와 일류 코스를 밟고서, 그것들을 발판으로 삼아 더 높은 지위와 명예, 돈을 얻기 위한 길을 선택하지 않고, 오히려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것들을 모두 내려놓고 하나님의 일에 헌신을 한 한 사람의 이야기.

 

        빈손으로 시작한, 어떻게 보면 무계획한 일이었지만, 복음이 선포되는 그 곳에 하나님은 그를 혼자 보내지 않으셨다. 필요한 때와 장소마다 그의 필요를 채워주시며, 하나님을 의지하는 삶의 참 모습을 보여주셨다. 하나를 내려놓으면, 그 이상을 주시는 하나님의 놀라운 이야기가 책 전체를 가득 채우고 있다.



 

  감상평                                                                                                   

 

        책의 제목은 ‘내려놓음’이지만, 책의 내용은 ‘채워짐’이다. 저자는 사람들이 쉽게 놓을 수 없는 자신의 인생의 모든 결정들을 하나님 앞에 내려놓음으로써, 사람들이 결코 쉽게 얻을 수 없는 인생의 모든 것들을 하나님으로부터 받는다. 책에 나온 많은 일화들을 읽고 있으면, 그 때 그 때 저자가 겪었을 힘겨운 문제의 상황들이 머릿속에 떠오른다. 하지만 책에는 너무나 쉽게 채워짐을 경험한 것처럼 담담하게 서술되어 있다. 모든 것을 내려놓은 사람이 가지는 여유로움일까.


 

        다만 아쉬운 점으로는, 반복되는 이야기들이, 장소와 관계된 인물은 바뀌었지만 주된 내용은 거의 달라지는 것 없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에, 어느 자매의 말처럼 ‘처음부터 끝까지 똑같은 내용이다’라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이야기의 ‘전개’는 없고, ‘반복’만 있다는 느낌이 든다.

 

        또, 책의 내용이 일관되게 ‘경험’만을 말하고 있다는 점은 주의해야 한다. 선교지라는 특별한 상황, 아직 복음이 제대로 전파되지 않았고, 성경을 통한 하나님의 계시가 알려지지 않은 지역이기에, 하나님께서 특별한 방식으로 그 분의 살아계심과 능력을 보여주실 수 있다. 저자가 체험한 경험들은 이러한 은혜의 결과이다. 하지만 그 경험들을 책을 읽는 우리에게 그대로 적용하려는 생각은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물론 우리의 삶 전체를 두고 생각하면, 하나님의 뜻대로, 선하게 움직인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하지만 우리는 저자와는 다르게 돈을 구하지 못해서 학업을 중단해야만 할 수도 있다. 오직 ‘경험’을 중심으로 우리의 삶을 진단하기 시작한다면, 우리가 무엇인가를 얻지 못한 것은 무엇인가 욕심을 내면서 ‘내려놓지’ 못했기 때문이라고는 결과만 나올 수 있다. 우리 삶의 기준은 ‘경험’이 아니라 ‘진리의 말씀’이 되어야 한다. 말씀에 따라 살면서 경험한 것들을 나누는 것은 좋지만, 그 결과가 독자로 하여금 저자의 경험에 집중하도록 하는 것에 불과하다면, 결코 바람직한 모습이 아니다.


 

        이런 우려가 되는 면에 대한 설명만이 더해진다면, 이 책은 ‘먼저 그 나라와 그의 의를 구하면 모든 것을 더해주실 것’이라는 예수님의 말씀을, 자신의 온 삶으로 전하는 멋진 이야기들로 가득 차 있다고 말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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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의 자궁 미궁 이야기
이즈미 마사토 지음, 오근영 옮김 / 뿌리와이파리 / 2003년 4월
평점 :
절판


미궁에서는 중심에 이르는 의미는 물론이고 중심에 이르는 과정,

다시 말해 사람이 중심으로 향한 길을 나아가는 행위의 의미도 중요하다.

사람은 미궁 안으로 길을 더듬어가면서 그 더듬어간다는 행위가

도대체 어떤 의미를 갖고 있는 것인가 하는 질문을 떠안게 되는 것이다.

 

 

  요약 。。。。。。。                                                      

        우리는 흔히 풀기 어려운 문제가 있으면 ‘미궁에 빠졌다’는 표현을 사용하곤 한다. ‘미궁’이 무엇이기에 거기에 빠지면 해결하기가 어렵다는 걸까? 그 표현을 사용하는 사람들은 ‘미궁’이라는 것이 그리스 신화에 처음 등장했다는 것을 알고 있을까?

 

        이 책 ‘우주의 자궁, 미궁 이야기’는 바로 그 ‘미궁’을 소재로 쓴 역사책이다. 역사책이라고는 하지만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정치사 중심의 내용 전개가 아니라, 순수하게 ‘미궁’이라는 소재에 국한한 역사를 쓰고 있기 때문에, 역사책 하면 나폴레옹, 알렉산더 이런 영웅 중심의 이야기나, 고구려의 역사 영국의 역사 이렇게 한 나라의 역사 이야기만 생각했던 사람이라면 약간 생소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목차를 보면 알 수 있겠지만, 저자는 미궁이라는 것이 처음 탄생했던 때부터 현대의 미궁 개념에 이르기까지의 2,000년을 훌쩍 뛰어 넘는 긴 시간을 추적해 나가고 있다. 이 과정에서 미궁이라는 소재의 본래 의미가 무엇이며, 그 의미가 시간이 지나면서 어떻게 변화되어 왔는지를 특별한 감정의 이입 없이 차분하게 서술한다.

 

  감상평 。。。。。。。                                                    

        책을 읽으면서 가장 새롭게 다가왔던 부분은 역시 ‘미궁’과 ‘미로’의 구분이다. 그 둘을 별 차이 없이 섞어 쓰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저자는 그 둘은 전혀 다른 개념이라고 말한다. 정리하자면 미궁은 처음부터 중심부까지 단 하나의 길로만 되어 있어서 그 길을 따라가면 길을 잃는 따위의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중심부, 혹은 출구로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여러 막다른 길들을 만들어 놓은 것은 미궁이 아니라 미로라는 것이다. 혹시 원래부터 알고 있었던 사람은 손? ㅎㅎ


 

        이 책의 약간은 ‘자극적인(?)’ 제목은 미궁이 우주의 ‘자궁’과 같이 깊은 의미를 가지고 만들어졌다는 저자의 생각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저자는 미궁이란 단지 거대한 함정이 아니라 ‘성장’과 ‘통과 의례’와 같은 극기의 과정이라는 의미가 담겨 있는 하나의 표지라고 보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미궁은 자궁으로서의 기능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저자의 이런 설명은 충분한 증거로서 뒷받침되고 있지 않다는 점은 아쉽다. 저자가 책을 쓰면서 참고했던 수많은 미궁도들은 단지 그림일 뿐이지, 설명을 담고 있지는 않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 해석하기 나름이다. 기록이 아닌 유물들만으로는 그 사이의 빈 공간을 메우기가 쉽지 않은 것이다. 물론 저자는 미궁 연구가로서의 추리력과 적절한 상상력으로 그 틈을 메우고자 하지만 부족하다는 느낌이다. 그 상상력에는 여전히 ‘고대의 모신(母神) 숭배사상’과 같이 충분히 검증되지 않은 내용들이 영향을 주고 있다.


 

        역사책을 읽는다는 건 언제나 그렇듯 흥미로운 작업이다. 적게는 수 십 년, 많게는 수 천 년 동안 일어났던 일들과 그 기간 동안 살았던 사람들을 만날 수 있게 하는 기회니까. 또, 대개 역사야 말로 사람을 정말로 지혜롭게 만들어주는 법이다.

 

        그리 어렵지 않은 책이라, 시간이 날 때 두고 틈틈이 읽어볼만한 책. 단 컬러 그림이 많아 값이 약간 비싼 것이 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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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성과 감성을 하나로 묶는 미래교회
레너드 스윗 지음, 김영래 옮김 / 좋은씨앗 / 200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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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새로운 세계에서 당신의 교회가 세우고자 하는 숨은 다리는 무엇인가?

당신의 교회는 다리 건설자인가, 폭탄 투척자인가?



 

   요약。。。。。。。              

 

        21세기는 이미 현대를 넘어 ‘초현대’, 혹은 ‘탈현대’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변화는 갈수록 빨라지고 있으며, 이미 오늘날의 사람들은 20년, 혹은 30년 전의 사람들의 모습과는 모든 면에서 크게 달라져 있다. 소위 ‘포스트모던의 시대’가 바로 오늘날을 부르는 사람들의 호칭이다.

 

        이런 포스트모던 시대에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는 것들은 무엇보다도 ‘기업들’이다. 그들은 시대의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사람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파악해 수요에 맞는 상품들을 제작, 판매하면서 엄청난 수익을 벌어들이고 있다.

 

 

        하지만 너무나 아쉽게도 교회의 모습은 그렇지 못하다. 대부분의 교회는 현대주의(모더니즘)에도 충분히 효과적인 반응을 하지 못했으며, 포스트모더니즘이라는 새로운 물결에는 거의 무방비 상태로 있다. 이런 상황에 대한 타개책은 없는가? 어떻게 하면 다시 교회가 이 시대에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을까?

        저자는 ‘경험(Experience)’, ‘참여(Participatory)’, ‘이미지(Image-driven)’, ‘관계(Connected)’ 중심의 EPIC 교회 모델을 그 해답으로 제시한다. 이런 것들은 원래 교회가 소유하고 있으며 영향력을 끼치는 도구로 사용해 왔지만, 오늘날 교회는 그 요소들을 세속적인 기업들에게 모두 탈취 당했다는 것이다. 오늘날 ‘전통적’ 교회들은 이런 요소들을 거의 잃어버리고 말았다. EPIC 모델에 따라 새로운 패러다임의 교회를 만들어 나갈 필요가 있다.

 

 

 

  감상평。。。。。。。           

 

        처음에는 그다지 큰 기대를 하지 않고 읽기 시작했지만, 책장이 넘어갈수록 빠져들 수밖에 없었다. 특히 포스트모던 인들이 가지고 있는 특성에 대한 쉬우면서도 깊이 있는 저자의 분석은, 내가 사역하고 있는 교회의 사람들과 자연스럽게 오버랩 되면서, 나는 그들에게 하나님의 말씀을 효과적으로 전달하고 있는지를 고민하도록 만들었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실제적’이라는 점이다.(물론 그렇다고 해서 이론적인 부분이 덜 중요하다는 의미는 아니다.) 저자는 현대인들의 특성을 분석함과 동시에, 그런 사람들에게 어떤 식으로 접근을 해야 효과적인지를 함께 보여주고 있다. 또, 각 장의 말미에 있는 여러 질문들과 실제로 찾아보기 쉽게 써 있는 인터넷 사이트의 주소들은 매우 실제적인 도움을 준다. 

 

 

        다만, 저자 자신은 책의 여러 곳에서 진리 자체의 중요성에 대해 말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책을 교회성장 비결 정도로 이 책을 읽어가거나, 책의 내용을 그런 식으로 적용하려는 사람들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부분은 약간 우려스럽다. 그럴 경우 지나친 감성주의나, 성물의 우상화, 인간을 위한 교회 등의 변질된 모습이 나타날 수도 있다는데 주의해야 할 것이다.

 

        특별히 젊은이들을 대상으로 사역을 하고 있거나, 앞으로 사역을 시작할 젊은 사역자들이라면 꼭 읽어봐야 할 책이 아닌가 싶다. 개인적으로도 이후의 사역 계획을 세울 때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책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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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의 힘 - 믿는 대로 된다
조엘 오스틴 지음, 정성묵 옮김 / 두란노 / 200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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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가 오직 꿈만 바라보고 믿음으로 나아가자,

과거의 장애물을 과감히 뛰어넘자,

우리 가족을 그토록 괴롭히던 가난의 저주가 드디어 풀렸다.

 

 

 요약。。。。。。。               

 

        목사가 쓴, 성경 이야기가 매우 자주 등장하는 책 치고는 이례적으로 많이 팔려 나가는 책. 과연 무슨 내용이 있기에 그리스도인, 비 그리스도인을 막론하고 이 책에 대해 호의적으로 말하는 사람이 많은 걸까.

 

        책의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책은 ‘긍정’적으로 살라는 권면으로 가득 차 있다. 긍정적인 생각을 하면서 살면 그에 상응하는 ‘좋은 일’이 일어나게 될 것이라는 내용이 300여 페이지라는 적지 않은 지면을 가득 채우고 있다.(혹시나 하고 책을 덮고 싶은 마음을 억누르며 끝까지 읽어봤으나 다른 내용을 찾아 볼 수 없었다.)

 

 


 감상평。。。。。。。            


        “내가 아무리 용 써 봐야 뭔 소용이 있겠어?”

        잠깐! 용 써서 소용 있을지 누가 아는가?

        희망을 품어서 최소한 손해 볼 건 없지 않은가?


        이 책에 나와 있는 한 구절이다. 그야말로 이 책의 사상을 잘 표현하고 있는 문장이라고 생각한다. ‘손해 볼 건 없지 않은가’. 하지만 그것뿐이다. 손해 볼 것이 없으니 한 번 해 보라는 것이다. 긍정의 힘을 믿고 한 번 해 보라는 것이다. 잘 되면 원하는 것을 얻으니 좋을 것이고,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하더라도 긍정적으로 사는 것이 뭐 나쁘겠느냐 하는 내용이다.

 

        물론, 부정적으로 사는 것보다 긍정적으로 사는 것이 보기에는 좋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긍정적으로 사는 것’ 자체를 복음과 동일시하는 것은 이 책이 가지고 있는 심각한 오류이다. 이 책에서 말하고 있는 ‘복’은 온전히 세속의 물결과 동일시되고 있다. 자기에 대한 부정적 자아상은 죄로 여겨지고 있으며, 자아에 대한 올바른(긍정적인) 이미지를 갖는 것이 구원과 동일시되고 있다. 그야말로 새로운 복음이다.

 

        하지만 바울은 이렇게 말한다.


        그러나 우리나 혹 하늘로부터 온 천사라도

        우리가 너희에게 전한 복음 외에 다른 복음을 전하면

        저주를 받을지어다(갈 1:8)

 

 

        이 책은 천국을 이 땅에 이루었다. 하지만 그 천국은 성경이 그리고 있는 것과는 달리, 보수와 대우가 좋은 직장, 멋진 전원주택과 대형 승용차로 만들어져 있다. 그야말로 현대인들의 눈이 휘둥그레 해 질만 하다. 

        성경의 수많은 구절을 문맥에서 떼어 내고, 제멋대로 적용해 본래의 의미를 거의 대부분 변조, 또는 위조하고 있다.

        별 한 개가 아까운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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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후에 오는 것들 - 공지영 사랑 후에 오는 것들
공지영 지음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0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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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사람들은 인터넷으로 물건을 주문할 때면 그토록 꼼꼼히 리뷰들을 챙기면서

결혼이라는 사건에 대해서는 누구의 리뷰도 신경 쓰려고 하지 않는다.



 

 

 요약。。。。。。。               

 

        일본인 작가 츠지 히토나리가 쓴 동명의 소설과 같은 이야기이다. 두 사람이 써 내려가는 하나의 이야기라는 이제는 어느 정도 익숙한(이미 ‘냉정과 열정사이’에서 시도되었기 때문에) 작업을, 한국과 일본의 남녀 작가가 다시 한 번 시도 한다.

 

 

       20대 초반에 일본에서 만난 한국인 여성 최홍과 일본인 작가 지망생 준고. 어린 나이에 사랑과 동거를 시작한 그들은 어떤 어려움이라도 헤쳐 나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지만, 한국과 일본이라는 문화적, 역사적 차이, 그리고 남자와 여자가 가지고 있는 생각과 행동의 차이는 결국 그 어린 사랑을 파국에 이르게 만든다.

 

        그리고 7년 후 다시 만난 두 사람. 이미 각각은 새로운 환경과 상황에 적응해 있지만, 서로를 직접 본 순간 그들의 마음은 요동하기 시작한다. 둘은 과거의 오해를 풀고 다시 사랑할 수 있을 것인가.

 

 

 

        앞서 츠지 히토나리가 남자인 준고의 입장에서 이야기를 진행해 나갔다면, 공지영은 최홍의 입장에서 상황을 이해하고 설명해 나간다.


 


 감상평。。。。。。。            

 

        앞서 요약 부분에서도 간단히 언급했듯이 이 책은 ‘냉정과 열정사이’이라는 소설과 여러모로 비견된다. 츠지 히토나리의 경우는 두 이야기에 모두 참여한 작가인데, 그래서 그런지 두 이야기를 썼는데도 하나의 이야기를 읽는 것처럼 진행방식이 거의 비슷하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반면 상대 작가인 에쿠니 가오리와 공지영은, 여성 작가라는 공통점은 있지만, 서로 약간의 차이를 보이는 것 같다. 내 생각엔 공지영 작가의 경우가 좀 더 감정의 선이 깊은 듯싶다. 에쿠니 가오리의 경우는 섬세한 묘사가 탁월하게 두드러진다면, 공지영은 오랜 생각 끝에 단어 하나하나에 의미를 담아서 내뱉는다.

 

 

        사랑 이야기다. 그것도 오랫동안 서로를 잊지 못하는, ‘진정한’ 사랑. 사랑 이야기야 누구나 반감을 갖기는 어려운 이야기일 테지만, 책을 읽는 동안 왠지 마음 한 구석이 불편한 느낌을 받는다. 

        어쩌면 주인공들이 지나치게 사랑이라는 ‘감정’ 자체에만 빠져서 헤어 나오지 못하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사랑하면 된다’는, 현대인들의 가슴에 거의 종교적 진리처럼 새겨진, 분명한 근거를 찾기 어려운 명제가 소설의 처음부터 끝까지를 덮고 있다. 사실 오늘날은 많은 사람들의 반대를 받는 사랑을 하는 것이 진정한 사랑의 참 모습인 양 여겨지는 시대이니 말이다. 텔레비전 드라마들은 그러한 사랑을 하라고 용기를 북돋고 있으며, 영화들은 사랑만이 우리가 믿어야 할 유일한 신이라고 선포하고 있지 않은가.

 

 

        사랑 중독증이다. 감정의 지배를 받는 상태를 좋은 상황으로 호도하고, 삶의 비전을 ‘사랑의 왕국을 세우는 데’ 두라는 강력한 메시지. 어쩌면 오늘날 기독교적 가르침의 가장 큰 경쟁자는 이런 세속적인 사랑에 대한 헌신일지도 모른다.

        사랑 이야기를 읽지 말라는 말이 아니다. 사랑 이야기를 쓰지 말라는 것도 아니다. 다만 이 소설에 나타나는 중독증상은 신중히 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예쁜 이야기지만, 잘못하면 새로운 우상을 전파하는 경전이 될 수도 있다. 당신의 감정만을 신뢰하라는 가르침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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픽팍 2006-12-03 21: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치 사랑이 인생이 전부인 마냥 살아가는 여자 주인공의 심리가 이해가 가지 않더군요. 사랑이 중요하긴 하지만 그 감정 하나의 감정을 가지고 소설을 이끌어 가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생각. 냉정과 열정사이에서 에쿠니 가오리의 로쏘의 주인공은 사랑 때문에 고통스럽긴 하지만, 일상생활과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며 사랑도 하나의 일상이라는 사실에 공감하게 되는데 이 소설은 좀, 작정하고 연애소설로 가려고 한 얄팍함이나 상업성이 보여서 좀 그렇더군요. 그렇다고 에쿠니 소설이 상업성이 없는 것도 아니지만 그래도 이렇게 대놓고 드러내면 좀 곤란하죠 ㅋ서평 잘 읽었슴다.

sayonara 2006-12-27 20: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뷰도, 댓글도 멋집니다. 저도 공지영씨의 소설에 왠지모를 거북함이 있었는데, 노란가방님과 픽팍님의 글을 읽으니 이해가 갑니다. ^_^

노란가방 2006-12-27 20: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고맙습니다. 칭찬은 언제 들어도 좋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