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교회사 다시 읽기 - 민족과 인종의 경계를 초월한 공동체 믿음의 글들 353
최종원 지음 / 홍성사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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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눈에 띄는 저자인 최종원 교수의 책이다. 나온 지는 좀 됐는데 이제야 손에 들렸다. 좀 더 최근에 나온 두 권의 책(“공의회, 역사를 걷다”, “수도회, 길을 묻다”)을 통해서, 교회의 역사를 바라보는 관점이 흥미롭다는 생각을 했던 저자인데, 이번에는 좀 더 “일반적인 주제”를 다룬다. 앞서 언급한 책들에서는 교회사 가운데서 공의회나 수도회 같은 특정한 주제를 정해서 접근을 했다면, 이 책은 하나의 시대를 다룬다는 점에서 좀 차이가 있다.


하지만 단순히 초대 교회사를 시간 순서대로 나열하는 식은 아니다. 보통 이런 경우 교리의 발전 과정을 초반에는 성경 형성사와, 중반에는 이단대처사와, 그리고 종반에는 공의회사와 연결 지어서 설명하는 게 보통. 물론 책에도 그런 내용이 나오지 않는 건 아니지만, 집중하는 지점이 여느 책과는 좀 다르다. 이 책의 제목에 “다시 읽기”라는 어구가 붙어있는 이유다.





책에서 저자가 힘을 기울이고 있는 부분 중 하나는 이 시대의 교회사를 읽는 독자의 시야를 확장시키는 것이다. 1장부터가 “교회란 무엇인가”라는 주제를 담고 있는데, 교회의 시작에 관한 가톨릭교회와 개신교회, 그리고 세속 사회학자들의 서로 다른 기준점을 보여주면서, 이 문제가 지극히 당연한 개념이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


그리고 여기에서 비로소 저자의 전공이 무엇인지 다시 한 번 제대로 살피게 되었는데, 아, 저자는 신학을 공부한 게 아니라 역사학자였다. 저자의 책에서 느껴지는 신선한 관점의 이유는 아마도 그가 신학자들이 서술한 교회사보다는 기독교적 관점을 지닌 역사학자로서 서술하기 때문이었나 보다.


2장부터 4장까지는 초대 교회의 빠른 성장에 관한 분석을 담고 있다. 기독교는 유대교의 고립주의, 폐쇄주의를 넘어 보편주의라는 성격을 가지고 있었고, 이민족의 침입으로 뿌리부터 흔들리고 있던 당시 로마제국에, 대안적이고 안정적인 세계관을 보여주는 데 성공했다.


이후 서방교회와 동방교회(정교회)의 역사와 특징에 대해 간략히 살펴본 후, 급진적 개혁을 추구하는 운동으로서 초기 이단들을 살핀다. 이 부분은 이단에 관한 기존의 설명보다 좀 더 “우호적”이라는 느낌을 받을 수도 있을 것 같다. 사실 이런 느낌은 저자의 책에서 계속 이어지는데, 초대 교회 시기 이단들이 모두 뭔가 악독한 집단이라기보다는 당시 상황에서 나름의 합리적 해결책을 내려고 했다는 입장으로 보인다. 비슷한 내용은 알리스터 맥그래스의 글에서도 본 적이 있다.


책의 후반부는 기독교가 공인된 이후에 나타난 변화에 할애되어 있다. 콘스탄티누스가 기독교를 공인한 이후, 교회는 급속도로 제국의 체제 안으로 편입되어 들어간다. 저자는 이 사건이 가진 공헌 못지않게 부작용도 심했다고 말한다. 기본적으로 교회와 권력이 밀착하면서 부패가 시작되었고, 이에 거부반응을 보이며 나온 것이 수도회 전통이라는 설명.





초대 교회사에 관한 다양한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는 책이다. 연대기 순으로 구성되어 있지 않아서(종종 주제를 따라 중세나 그 이후까지 이어지기도 한다) 전체적인 윤곽을 한 눈에 그려보기에는 어렵지만, 신대원이나 교회에서 전형적인 설명만 들어 알고 있었던 사람에게는 생각의 깊이를 깊게 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 확실히 조금은 다른 관점이 신선하게 느껴졌던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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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24-05-03 15:4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와, 너무 많이 읽으시는 거 아닙니까? 저에겐 1년치 도서량인데...
로고 들어간 티셔츠도 입으시고.
그럼 꼭 진짜 책방 주인 같잖아요.ㅋㅋ

노란가방 2024-05-03 16:18   좋아요 1 | URL
허헛... 그럼 가짜 책방 주인이라는 말입니까... ㅋㅋ

stella.K 2024-05-03 18:01   좋아요 1 | URL
ㅎㅎ 큐레이터잖아요.
 


죽어가는 사람은 아직 죽지 않았다는 점에서

우리와 다를 바 없습니다.

죽어가는 사람도 여전히 살아가는 사람,

살아있는 사람이니까요.

그러나 죽음의 경계에 아주 바짝 다가서 있다는 점에서 우리와는 다릅니다.

전쟁으로 치면 그들은 최전방에 배치된 병사이고

우리는 후방에, 일반 사회에 속해 있달까요.


- 신아연, 『스위스 안락사 현장에 다녀왔습니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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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너와의 연애를 후회한다
허유선 지음 / 믹스커피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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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나이에 연애 에세이 같은 걸 읽는 게 살짝 어색하긴 하지만, 제목이 재미있어서 골라봤다. 오래 전 읽었던 비슷한 제목이 살짝 기억이 난다. 미디어에도 자주 보였던 심리학자 김정운이 쓴 “나는 아내와의 결혼을 후회한다”라는 책이었는데, 지금 내용은 거의 기억에 남지만 제목은 10년 넘도록 기억나는 걸 보면 잘 지은 것 같긴 하다.


아무튼 이 책 역시 제목을 보고 손에 들었다. 어느 정도 예상이 되듯, 연애에 관한 에세이인데, 결국 연애라는 것도 단순히 남녀 사이의 관계만이 아니라, 좀 더 크게 보면 사람과 사람이 관계 맺는 방식에 관한 이야기이니 만큼, 나는 이미 그 시기를 지났다거나 연애에 별 관심이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도 어느 정도 소구하는 지점이 있지 않나 싶다. 개인적으로도 그랬고.





책은 연애라는 관계를 어떻게 시작하고, 유지할 것인가에 관한 다양한 조언이 중심이 된다. 구체적인 팁에 해당하는 내용도 있지만, 좀 더 큰 그림에 관해서도 자주 말해준다. 여기에는 작가가 철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는(무려 칸트 전공이라고) 배경이 강하게 영향을 주는 것 같다. 참고로 책의 부제가 “나를 철학하게 만드는 사랑에 대하여”다.


예컨대 작가는 에리히 프롬을 인용하면서 우리가 누군가를 만나 정신을 놓거나 얼이 빠져버리는 건 상대가 천생연분이거나 유일한 사랑이기 때문이 아니라, 그저 지금까지 얼마나 외로웠는지를 알려주는 증거일 분이라고 말한다. 외로움이라는 감정/상태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에 대한 조언도 곱씹어 볼 만하고, 지나치게 다른 사람, 혹은 상대방을 인식하면서 관계를 지속하기 위해 전전긍긍하기보다, 중심을 잘 잡고 자신을 잘 살펴야 한다는 말에서는 살짝 칸트의 흔적이 보이기도 했던 것 같다.


그렇다고 너무 어려운 이야기만 나오는 건 아니니, 그리 무겁지 않은 마음으로 손에 들어도 괜찮을 만한 책이다. 기독교적 배경 위에 쓰인 것 같지는 않으나, 교회 안에서도 청년들과 함께 읽어봐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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