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전쟁에서 수는 무시할 수 없는 요인이다. 모든 갈리아인들이 다 함께 들고일어난 것은 아니라도, 당장 모인 수만 해도 족히 수십 만 명이었으니, 제한된 수의 군대만 이끌고 갈리아 전역에서 싸워야 했던 카이사르로서는 가볍게 볼 수 없는 적이었다. 만약 그들이 한 자리에 모여 로마군과 대규모 회전을 벌이겠다는 생각만 안 했더라면...
갈리아 전쟁의 대미는 알레시아 공방전이 장식한다. 알레시아 요새를 둘러싼 로마군의 압도적 포위망, 외부에서 적의 지원군이 올 것까지 대비해 성을 둘러싼 방향만이 아니라 그 바깥에도 대비가 되어 있는, 어떻게 보면 도넛 모양으로 안과 밖에서 적과 맞서야 하는 일종의 배수진 비슷한 전술이었지만, 카이사르의 병사들은 그 어려운 걸 해 냈고, 마침내 전쟁은 사실상 끝이 난다.
전체의 윤곽을 그리고 시간대 별로 변해가는 상황을 서술하는 데 탁월한 능력이 있는 시오노 나나미와 일종의 극으로서의 이야기를 서술하는 콜린 매컬로의 방식은 여기에서도 다시 한 번 차이를 보인다. 개인적으로는 로마인 이야기의 방식을 더 선호하는데, 어느 정도 선이해가 없이 보면 그냥 ‘치열하게 싸웠다’ 수준을 넘기가 어려우니 말이다.
사실 말이야 쉽지 포위망의 안팎에서 공격해 오는 적과 싸우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배수진은 퇴로를 차단해 끝까지 싸울 수밖에 없도록 아군을 몰아가는, 마지막 전술 같은 건데 이런 전술이 늘 유효하지 않다는 건 임진왜란 초기 조선 기마군을 사실상 전멸시킨 신립의 탄금대 전투가 잘 보여준다.
여러 이유가 있었지만 가장 중요했던 건, 역시 부하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카이사르의 능력 때문이지 않았나 싶다(실제 작품 속에서도 그런 언급이 자주 보인다). 전적인 신뢰, 그리고 존경 어린 시선을 받는 장군은 그의 부대가 갖고 있는 힘 이상을 끌어낼 수 있다. 물론 그런 존경과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당연히 자신의 “능력”을 여러 차례 보여주어야 했을 거고. 탁월한 리더는 단순히 말빨이나 심리조종이 아니라 확실한 능력 위에 공정함과 너그러움, 정치적인 감각 또한 갖춰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