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베네딕토 16세의 미래의 도전들
교황베네딕토16세 지음, 이동준 옮김 / 물푸레 / 200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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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사람들이 신을 멀리하게 된 이후로

과연 이 세상은 그만큼 더 밝고 즐겁고 자유로운 곳이 되었는가?

오히려 인간들은 그 품위를 박탈당하고

공허한 자유에 내맡겨지는 저주를 받는 끔찍한 일이 벌어지게 되었다.



. 요약                                                               

        얼마 전 전 세계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뒤를 이어, 새로 교황에 즉위한 라칭거 추기경, 곧 교황 베네딕토 16세의 책이다. 교황 즉위 후 첫 번째로 출판한 책이라, 우리나라 말로 번역해 출반되자마자 서점의 한 코너를 장식했던 기억이 난다.

 


        한 종교의 수장으로서, 수 억의 사람들을 이끄는 정신적 지도자로서, 교황은 현대의 정신적 위기를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다. 교황이 걱정하는 문제는 크게 몇 가지이다. 하나는 온통 과학만능주의에 빠져서 정신적인 영역을 소홀히 하는 현대의 사조와, 그 결과로 나타나서 이제는 인류의 공존을 위협하게 만든 위험들, 그리고 이러한 상황들을 어떻게 헤쳐 나가야 하는가에 하는 문제 등이다.

 

        교황은 지나치게 물질중심주의에 치우친 현대인들이 적절한 방향의 수정을 해야만 한다고 역설한다. 정신적인 영역은 현대인들에게 ‘실용적’이지 않다는 이유로 무가치한 것으로 천대를 받고 있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정신적인 것이라는 내용이 교황의 확신이다. 이를 위해 그는 현실문명이 가진 맹점들을 날카롭게 지적한다.

 


. 감상평                                                           

 

        과연 인문학의 대가 중 한 사람답게, 새 교황의 현재를 읽어내는 눈은 매우 세심하면서도 날카로웠다. 그리고 그의 현재를 읽어내는 능력 아래는 매우 뚜렷한 역사의식이 있었다.(역시 역사는 사람을 지혜롭게 해 준다.)

 


        하지만 교황의 이러한 작업이 얼마나 효과적으로 사람들에게 접근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교황의 주장은 현대인들의 전제를 그대로 인정하면서, 그 전제에 한 가지를 더하는 방식으로 논의를 전개하는 방식이다. 결국 교황이 말하고자 하는 것은 현대인들의 문명을 더욱 풍요롭게 만들기 위해서는 종교와 도덕의 힘이 필요하다는 것에 불과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도 든다.

 

        물론 이러한 시도는 기독교의 필요성을 변증하기 위한 목적에 기인한 것 일 테지만, 사실상 전혀 다른 전제를 가지고 시작하는 기독교를, 이런 방식으로 해서 올바로 전할 수 있을까?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대의 흐름을 정확하게 집어내고, 그 저변에 깔려있는 문제점을 공개적으로 드러내는 능력은 상당히 훌륭하다. 거기에 ‘교황’이라는 네임벨류까지 더해지니, 자기를 제법 의식 있는 교양인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는 어느 정도 먹혀들어갈 만 하다.

 

        특별히 젊은이들과 함께 어울리며 그들을 영적으로 이끌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꼭 한 번 읽어봐야 할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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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 게바라 평전 역사 인물 찾기 10
장 코르미에 지음, 김미선 옮김 / 실천문학사 / 200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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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열둘밖에 남지 않았다.

그러나 쿠바의 독립을 실현시키기 위해서는 충분하고도 남는 수이다.”


 

 . 줄거리 。。。。。。。                                                             

        아르헨티나 사람이면서 쿠바의 자유를 위해 거의 무모할 정도의 투쟁에 뛰어들었고, 결국 그것을 얻어낸 인물. 하지만 그 성과에 안주하지 않고 또 다른 사람들의 자유를 위해 전선에 나섰다가 결국 목숨을 잃은 인물. 간단히 몇 줄을 썼을 뿐인데도, 벌써부터 그가 했던 일들이 떠올라 약간의 흥분이 느껴진다. 이 책은 이런 열정적인 사업을 했던 체 게바라라는 인물에 관한 평전이다. 

        다른 평전들처럼 이 책도, 체 게바라라는 인물의 출생부터 죽음까지의 생애를, 주요한 사건들 위주로 적어 넣고 있다. 특별히 체가 카스트로와 함께 미국이라는 거대한 제국주의(이 용어가 엄청난 힘으로 자국의 이익을 위해 다른 국가들에게 돌아가야 하는 이익들을 탈취해 가는 국가를 가리키는 것이라면)국가의 침탈로부터, 쿠바의 국민들의 자유와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무장투쟁을 벌인 인물이기에, 저자는 그의 무장투쟁의 과정을 세밀하게 묘사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 때문에 어느 순간부터는 내가 전투일지나 전사(戰史)를 읽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순간적인 착각이 들 정도이다.

        고작 예순 두 명의 사람들로 한 나라를 바꾼 인물. 그의 ‘위대한 혁명 사업’이 어떻게 진행되었는지를 살펴보는 것도, 그리고 그의 어떤 면모가 이런 일을 이루게 했는가를 살펴보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일 것이다. 물론, 모든 사람이 그의 방법론을 따라가라는 의미로 받아들이지는 말고.

  

 . 감상평 。。。。。。。                                                             

         책의 제목과 빨간 표지를 예전부터 알고 있었기 때문인지, 마치 오래 전에 사둔 책처럼 익숙했다. 아직 책을 채 읽어보지도 못했으면서 나름대로 책에 대해 갖고 있던 그림이 있었으니, 체 게바라라는 제법 과격한 투쟁을 벌였던 어떤 사람에 관한 책이라는 것이 그것이다. 혹시 어려운 사상적 내용들이 잔뜩 등장하면 어떻게 하나 하고 겁을 먹고 있었는데, 막상 읽어보니 그다지 어려운 내용은 없었다.

         앞서 말한 것과 같이 저자는 체 게바라라는 인물의 일생에 관한 여러 사건들을 시간의 순서대로 보여주고 있다. 체와 가까운 여러 인사들을 직접 인터뷰하고, 체가 투쟁했던 장소들을 직접 둘러보고, 그가 남긴 기록들을 참고하면서, 저자는 매우 사실적인 전기를 구성해냈다. 이는 이 책이 담고 있는 장점 가운데 하나라고 하겠다. 저자는 가능한 한 객관적인 묘사를 통해 독자로 하여금 체 게바라의 솔직한 모습을 읽어낼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면은 역으로 보면 이 책의 약점으로 작용하기도 하다. 우리는 이 책을 통해 체 게바라라는 사람의 사상의 깊은 면을 읽어내기란 꽤 어렵다. 우선 체 자신이 남긴 글이 워낙에 간결하게 작성되어 있기 때문이고, 저자 자신도 그에 대한 평가를 깊게 하고 있지는 않다. 이래서야 ‘평전’이라고 하기에는 좀 아쉬운 감이 있다.

 

         책에서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역시 체 게바라의 무장투쟁과 관련된 부분이다. 지금은 쿠바의 독재자로 알려져 있는(이건 누구 관점에서 그런 건지) 피델 카스트로와 함께 겨우 예순 두 명의 사람들이 탄 보트로 쿠바에 상륙해, 몇 년간의 게릴라 투쟁으로 결국 정권을 교체했던 그의 업적은 거의 경이적이다.

         하지만 그의 투쟁이 근본적으로 옳았느냐 하는 부분에 있어서는 쉽게 긍정적으로 대답을 할 수 없지 않을까. 그와 함께 ‘혁명’을 일으킨 피델 카스트로는 수 십 년을 장기집권하며 지나치게 완고한 ‘우리식 사회주의’(이 용어를 김일성이 만들어 낸 게 아니었나보다)를 고수해 쿠바의 국민들의 삶의 질이 더 향상되는 것을 막고 있다. 체의 사상과 활동은 무엇인가를 바꾸는 데는 성공했을지 모르지만, 그렇게 바꾼 체제를 지속적으로 유지하며 발전시키는 데에는 큰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는 증거이다.

         또, 체가 신봉했던 사회주의에 입각한 공산주의는 너무나 이상적이어서, 욕심의 지배를 받는 인간들에게 적용되기란 매우 지난(至難)한 일이다. 사람에 대해 너무나 큰 기대를 가지고 있었던 체는 인간의 타락이라는 면을 바로 읽어내지 못했고, 결국 그 때문에 죽게 되었다. 그리고 무장을 이용한 혁명이라는 그의 방법론도 완전히 동의하기 어렵다. 시대도 변했고, 사람들도 달라졌다. 하지만 인간을 억압하는 잘못된 권위와 폭정으로부터 사람들을 보고하고 자유롭게 해야 한다는 그의 정신만은 계속 남아 있을 것이다.

 

         특별히 게릴라 전술에 대한 선이해가 거의 없었던 나로서는, 이 부분에 대해 약간이나마 지식을 축적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어서 좋았다. 요체는 적은 숫자로도 많은 사람들을 변화시키는 방법이다. 그리고 체는 이 부분에 있어서 매우 뛰어난 전술가이자 전략가였던 것으로 보인다. 세상을 변화시키고자 하는 큰 꿈을 가진 젊은이라면, 체의 이 부분에 관한 뛰어난 면모에서 많은 것들을 배울 수 있을 것이다. 기독교 세계관으로 세상을 바꾸고자 하는 꿈을 가지고 있는 나에게, 너무 적다고 해서, 가진 힘이 약하다고 해서 꿈을 이룰 수 없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삶으로 보여준 인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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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을 배반한 과학자들 - 되풀이되는 연구 부정과 '자기검증'이라는 환상
니콜라스 웨이드.윌리엄 브로드 지음, 김동광 옮김 / 미래인(미래M&B,미래엠앤비) / 200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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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적절하게도 과학은

현대 세계에서 진리와 가치의 기본적인 원천으로서 종교를 대신해왔다.

 

 

 

1. 줄거리 。。。。。。。                                         

        과학은 정말로 정확무오(正確無誤)할까? 과학이야 말로 인간 이성의 최고의 결정체이자, 이 세상을 정확하게 설명할 수 있는 보편타당한 위대한 진리라고 생각하는 이 땅의 수많은 사람들에게, 이런 질문은 한 편으로 좀 생뚱맞게 느껴질지도 모르겠다. 그럼 과학이 정확하지 않다는 말인가? 이 책의 저자는 그렇다고 말한다.

 

        저자는 과학 역시 하나의 가설에 기초할 뿐이라는 전통적인 비판에 머물고 있지 않다. 이제까지의 과학에 대한 비난과는 그 궤를 약간 달리해, 저자는 과학계의 구조 자체에 문제가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과학자가 인정받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할까? 오늘날 어떤 과학자가 인정을 받는 길은, 세기적인 대 발명이나 발견을 하는 것으로 되는 것이 아니다. 오늘날에는 얼마나 많은 논문을 학술지에 발표해서, 얼마나 많은 연구비를 정부기관이나 단체들로부터 타내느냐 하는 것이 그 과학자의 성공과 실패를 판가름하는 기준이 되어버렸다. 단지 이것뿐이라면 좀 나을지도 모르겠다. 오늘날에는 한 가지 문제가 더 생겼는데, 바로 과학자의 수가 너무 많아져버렸다는 것이다. 예산은 한정되어 있는데, 과학자의 수는 늘어나다보니 자연히 과다한 경쟁이 일어나게 되고, 이러한 구조는 과학자 개인의 양심을 무뎌지게 만든다. 데이터의 조작으로부터 폭넓은 표절에 이르기까지, 오늘날 과학계는 쉽게 스스로 정화할 수 없을 정도로 깊은 구렁텅이에 빠져버렸다.

 

        이 책은 현재와 같은 시스템으로는 과학자들이 저지르는 부정을 막을 수 없다고 지적한다. 과학자들 자신들이 말하는 과학 자체에 내장된 자정시스템은 인맥과 권위, 부정을 저질렀을 때 얻을 수 있는 막대한 보상에 대한 욕구라는 벽을 쉽게 허물 수 없다는 것이다.


다른 직업들처럼 과학도 파벌과 종파의 지배를 받는다.

그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과학자들만 그렇지 않다고 부정한다.



 

        저자가 인용하고 있는, 역사상 저질러졌던 크고 작은 수많은 부정 사건들의 예는 저자의 주장에 신뢰도를 더해준다. 자신들 이외의 다른 누구의 간섭도 거부한 채, 오직 자신들의 논리만이 유일무이한 진리의 척도라고 생각하는 오만한 과학계에, 이 책의 저자들이 던지는 메시지는 단호하다. ‘너도 똑같은 사람일 뿐이다!’




2. 감상평 。。。。。。。                                     


        얼마 전 인터넷 뉴스의 한 자리를 차지했던 문제의 책이다. 정확히는 문제의 책과 관련이 되어서 광고가 좀 된 책이다. 사연인즉, 우리나라의 한 원로 교수님께서 후학들에게 표절을 하지 말라고 가르치시기 위해 책을 한 권 쓰셨는데, 그 책이 공교롭게도 다른 책을 표절했다나? 출판사나 노(老) 교수 둘 중 하나(혹은 둘 다)의 부주의로 일이 꼬이게 되어 버린 것. 출판된 지 오래된 책이라 그냥 옮겨 써도 되겠다 싶었지만, 그 책이 나온 걸 보고 이 책의 원 판권을 소유한 출판사가 이 틈에 다시 팔아보자는 생각이 들었는지도 모르겠다.

 

        어찌되었건, 책 제목부터 시작해서 소개글을 보니 한 번쯤 읽어볼만 하겠다는 생각이 든 책이다. 그러던 중 리더스 가이드에서 이벤트 도서로 보내주니 이런 횡재가.


 

 

        현대인들은 기초주의, 증거주의라는 교리를 신봉하고 있다. 그리고 이 교리를 설파하고 있는 사제들은 과학자들이다. 쉽게 말해,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은 인간의 머리로 이해할 수 있으며, 그래야 한다는 신념이다. 증거가 없는 것은 믿으면 안 되고, 소위 ‘이성적’으로 생각하기에 일어나지 않을 것 같은 일들은 모두 부정해 버리는 태도이다. 이야말로 지구상에 존재했던 어떤 종교보다도 강력한 메시지를 담고 있는 독단적 종교가 아닌가.

 

        물론, 인간들의 그러한 태도가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사회를 발전시키는 데 큰 공헌을 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인간의 한계를 알지 못하고, 나아가 인간 이성의 완전성을 주장하는 이성주의는, 인간의 한계로 인해 엄청난 재앙을 일으키고 있는 것 또한 사실 아닌가. 엘리뇨 현상으로 인해 기후가 변해 수많은 자연재해가 일어나고 있으며, 오존층의 파괴 또한 심각한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극지방의 빙하는 점점 녹아내리고 있으며, 인간이 개발한 각종 무기는 오늘도 수많은 사람들의 생명을 앗아가고 있다. 정교한 정치제도는 수많은 사회적 약자들에게 한없는 고통을 강제하고 있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날 과학을 ‘믿고 있는’ 사람들은 여전히 과학이 이루어 줄 유토피아를 소망하고 있다. 특히 독자적인 근대문명기로의 전환 기회를 갖지 못하고 서구의 발전된 문물을 거의 일방적으로 받아들이면서 바로 산업화로 넘어간 경험을 가지고 있는 우리나라에서는 이러한 경향이 더욱 강한 것도 사실이다. 사실 서구의 사람들은 과학문명이 가져 온 두 차례의 치명적인 위협(세계대전)으로 인해 이성에 대한 무한대의 신뢰가 어느 정도 깨진데 비해, 우리나라는 아직도 근대화와 합리성이라는 교리를 강하게 신봉하고 있지 않은가.


 

 

        이러한 상황에서 이 책이 던져주는 메시지는 매우 강력하다. 결코 과학계는 인간의 절대적인 기준이 될 수 없으며, 그것은 과학을 다루는 주체가 ‘사람’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들 역시 우리와 마찬가지로 더 많은 명예와 물질을 얻고자 하는 사람들일진대, 어떻게 완전함을 기대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단지 일부일 뿐이고, 약간 이상한 사람들이라는 설명은 근본적인 해답이 되지 못한다. 이런 의미에서 과학은 단지 그 문화적 표현의 중요한 형태 중 하나일 뿐이라는 저자의 설명은 매우 일리 있게 다가온다.


 

 

        현대의 과학이라는 우상의 잘못된 권위를 깨뜨리고, 과학을 그 바른 지위로 되돌려 놓으려는 멋진 시도를 담고 있는 책. 꼭 한 번 읽어보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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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
폴 투르니에 지음 / IVP / 199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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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독립을 지키기 위해서 모든 사람과 싸우는 사람은 전혀 자유롭지 못하다.

그러나 반대로 자신의 생활을 하나님께 맡기고

그렇게 해서 가정과 사회의 관계에서 희생  정신을 실천하는 사람은

독립을 지키려고 하는 사람에게는 영원히 주어지지 않는 독립을 얻게 된다. 


 

 

 

. 요약                                                   

 

        현대인들이 물질적인 풍요 속에서도 고독해질 수밖에 없는 이유와, 그에 대한 해결책을 다루는 책이다.

 

        저자는 현대인들의 고독의 원인으로 ‘의회의 정신’, ‘독립의 정신’, ‘소유의 정신’, ‘정당한 요구의 정신’을 꼽는다. 각각은 흔히 매우 좋은 것으로 여겨지는 정신으로, 현대 사회에서는 당연히 요구되는 행위들이다. 하지만 문제는 그런 ‘당연하고 정상적으로 여겨지는 것들’에 있었다. 의회의 정신은 인간과 인간 사이의 인격적이고 서로에게 도움을 주어야 하는 관계를 경쟁으로 바꿔버렸고, 독립의 정신은 마땅히 서로에게 의존하며 살아야할 인간을 혼자 사는 것이 당연한 존재로 생각하도록 만들었다. 소유의 정신은 더 많이 갖고 지배하는 것만이 성공의 척도로 여겨지게 만들었고, 정당한 요구의 정신은 다른 사람을 위한 희생을 쓸모없는 것으로 만들었다.

 

        이런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저자는 그리스도의 정신인 ‘진정한 친교’로 해결이 가능하다고 말한다. 기독교적 사랑에 근거한 친교의 정신만이 현대인들의 정신에 뿌리박고 있는 고독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 이 책의 주제이다.

 



. 감상평                                            

 

        내과 의사이자 정신 의학자라는 저자의 이력, 여기에 자신을 철저한 그리스도인으로 여긴다는 점이 더해지면서 이 책의 독특한 특징이 만들어진다. 게다가 저자는 현대의 민주국가로서는 독특한 직접민주주의를 실시하는 스위스라는 나라의 사람이다. 이 점은 책의 곳곳에서 저자만이 생각할 수 있는 예들의 원천이 되고 있다.

 

 

 

        모두가 당연하게 여기는 것들에서 문제의 원인을 뽑아내는 방식으로 책의 내용을 진행한다. 정신과 의사만이 가질 수 있는, 많은 실제 사례들을 접할 수 있다는 특권을 적극적으로 사용해, 읽는 사람들로 하여금 지루한 느낌이 들지 않도록 하고 있다. 또한 그러한 실제 예들은 저자의 주장을 한층 더 강화시켜주는 효과도 가지고 있다.

 

        무엇보다도 단순히 심리학적인 면으로만 문제를 다루려는 것이 아니라 그리스도인의 입장에서 문제에 접근하고 있다는 점은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이다. 단지 자신이 그리스도인이라는 사실 자체만으로 만족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적인 문제에도 그리스도인답게 접근하고 있다는 말이다. 저자가 말하고 있는 내용들은 대부분 성경적이며, 따라서 현대인들이 안고 있는 고독이라는 병을 치료하는데 큰 도움을 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저자가 생각하는 ‘기독교적’ 해결책이 모든 기독교인들에게 공통적으로 모두 적용되기에는 약간 어렵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특히 카톨릭과 개신교의 모든 교파를 아우르는 그의 에큐메니컬 한 태도와, 명상의 효과에 대한 지나친 신뢰 등은 재고의 여지가 있다.

 

 

 

        하지만 이런 몇몇 부분들을 주의해서 읽는다면, 이 책은 오늘날 큰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인간의 고립문제, 개인화, 전체와 어울리지 못하는 부적응 문제들에 대한 기독교적인 한 좋은 대답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혹시라도 ‘관계’(공동체의 일원으로서의, 부부나 연인관계 등)에 있어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꼭 한 번 읽어 볼 것을 추천한다. 또 굳이 드러나는 관계에 있어서의 어려움이 없더라도, 어차피 공동체를 이루고 살아야하는 것이 우리라는 생각을 한다면 읽어볼 것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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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 책들의 도시 - 전2권 세트
발터 뫼르스 지음, 두행숙 옮김 / 들녘 / 200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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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는 바로 ‘꿈꾸는 책들’이 있었다. 그 도시에서는 고서적들을 그렇게 불렀다.

왜냐하면 그것들은 장사꾼들의 눈에는 제대로 살아 있는 것도

그렇다고 제대로 죽은 것도 아니고 그 중간인 잠에 빠져 있는 상태에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 책들은 사실상 과거에 존재했다가 이제는 소멸을 앞두고 있었으며,

그래서 꾸벅꾸벅 졸고 있었다.

  

 . 줄거리 。。。。。。。                                                

         이야기의 주인공은 공룡이다. 그리고 그 공룡의 직업(?)은 시인이다. 더구나 그는 ‘겨우’ 일흔 살밖에 안 된 ‘젊은’ 공룡 시인이다! 처음부터 책의 내용에 관한 어떤 정보도 갖지 못하고 책을 뽑아든 나로서는 가면 갈수록 ‘심각해지는’ 이 상황을 어떻게 수습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일흔 살짜리 공룡 시인이 주인공인 소설이라니.


  

        이 책의 장르는 환타지이다. 주인공 공룡의 이름은 힐데군스트 폰 미텐메츠이다. 그는 린트부름 요새라는 곳에 살고 있는데, 그 요새는 공룡들만이 사는 곳으로 그들은 모두 시인으로 자라게 된다. 자신의 대부시인인 단첼로트로부터 유언 비슷하게 한 편의 원고를 받는다. A4 용지 겨우 너 댓 장 분량밖에 안되는 글이었지만, 글을 읽은 미텐메츠는 이루 말할 수 없는 감동에 빠진다. 그리고 마침내 그 글을 쓴 사람을 찾아 책의 도시 부흐하임으로 떠난다.

 

        부흐하임은 말 그대로 ‘책의 도시’이다.(독일어로 ‘책의 도시’라는 의미) 그 도시에 있는 모든 것들은 책과 관련해 이루어진다. 각종 책들을 사고 팔고, 책들을 보기 위해 관광객들이 찾아오고, 도시 곳곳에서는 신인 작가들과 시인들이 자신들의 작품을 발표하는, 그런 곳이다. 마치 도시 전체가 서점으로 이루어진 듯한 그 도시에서 미지의 작가를 찾아가려는 미텐메츠의 모험은 시작된다.

 

 

        과연 그는 그 사람을 찾아낼 수 있을까? 그리고 책들의 도시 부흐하임에 숨어 있는 비밀은 무엇일까? 그림자 제왕, 책 사냥꾼, 살아 있는 책이라는 흥미를 돋우는 소재들은 독자들로 하여금 도저히 책을 놓을 수 없게 만든다.



  

. 감상평 。。。。。。。                                                

 

        작가는 새로운 세계를 창조했다. 이야말로 ‘환타지’라는 말에 잘 어울리는 일이다. 현실에는 존재하지 않는 차모니아라는 새로운 대륙과, 도시의 모든 것이 책으로만 되어 있는 부흐하임이라는 새로운 도시, 그리고 부흐하임의 땅밑에 만들어져 있는 지하세계. 저자는 펜으로 이 모든 것을 새로 만들었다.

 

        이런 이유 때문에 종종 지루할 정도로 세밀한 장면의 묘사는 꼭 필요한 부분이다. 이 세계는 작가가 새롭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자칫 독자들이 현실의 무엇과 혼동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도 더 열심히 현실과는 다른 새로운 세계임을 끊임없이 각성시킬 필요가 있는 것이다. 영화라면 그냥 쓱 한 장면을 보여주기만 하면 되지만, 책은 그럴 수 없으니까. 불편한 일이긴 하지만, 이야말로 책만이 가지는 매력이 아닌가. 펜으로 세운 세상. 멋지지 않은가.


 

 

        소설 전체에 걸쳐 저자는 책과 관련된 수많은 진리를 설교조가 아닌 보여주기의 방식으로 담아내고 있다. 예를 들어 모든 책이 다 좋은 것이 아니라 어떤 것은 위험하다는 진리는 ‘위험한 책’에 관한 이야기에서 드러난다. 이 책들은 단지 내용만 사람에게 혼란이나 어려움을 주는 것이 아니라, 정말로 주인공을 죽음에 이르게 한다.(독이나, ‘물어뜯음’(?)으로..;) 하지만 이뿐 아니라, 한편으로 책들은 주인공이 삶을 향해 나아갈 수 있도록 지시해주기도 한다. 지하세계의 미로에 빠진 주인공은 책들에 대한 지식에 근거해 어느 방향으로 가야하는 지를 찾아내기도 한다. 이뿐 아니라 단 몇 구절만으로도 그 시대를 보여줄 수 있는 시들과 책들에 대한 묘사는 읽을 때마다 일종의 짜릿한 쾌감까지 주었다.


  

        무엇보다 온통 책으로만 가득 차 있는 세상, 그리고 오직 책과 관련된 일들만 해도 되는 세상은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그야말로 유토피아의 모습이다. 단지 책을 읽는 것만으로도 배가 부를 수 있는 부흐링 족들의 모습은 독서광들의 오래된 꿈을 보여준다.


 

        마지막으로 하나 빼 먹을 수 없는 부분은, 저자가 직접 그린 삽화들이다. 만화가라는 경력이 그대로 드러나는 듯, 온갖 상상속의 존재들을 눈으로 볼 수도 있도록 해 책장을 넘기는 또 하나의 재미로 작용한다.


 

        아주 재미있게 읽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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