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천천히 읽을 것인가
제임스 사이어 지음, 이나경 옮김 / 이레서원 / 200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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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그저 정보를 얻겠다는 생각으로만 책을 읽는 행위는

원색적으로 표현해서, 독서라는 예술의 매춘이라고 할 수 있다.

 

 

 

 요약 。。。。。。。                                                     

 

        부제가 눈에 확 띈다. ‘세계관 탐색적 독서법’. 요즘 관심을 갖고 있는 ‘세계관’이라는 단어가 붙어 있는데다가, 제임스 사이어라는 저자 이름까지 보고나자 당장에 사버렸다.


 

 

        책의 내용은 말 제목에 잘 나타난다. ‘천천히 읽는 방법’이 전부다. 책을 천천히 읽는데 무슨 특별한 방법이 필요하냐는 질문을 할 수도 있겠지만, 그렇게 묻는 당신도 이미 짐작하고 있으리라. 단순히 읽는 속도를 느리게 하라는 의미가 아니라는 것을.

 

        저자는 한 편의 글(책)을 읽을 때, 단순히 훑어가며 개략적인 정보만을 얻어내려고 하지 말라고 말한다. ‘완독(緩督, slow reading)'을 하라는 의미가 아니다. 천천히 읽되 그 안에 담긴 저자의 세계관을 읽어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작가들은 저마다의 세계관으로 세상을 보며 글을 쓴다. 자신과 하나님, 훌륭한 삶, 인간 인식의 타당성 등에 대해 작가가 가지고 있는 전제는 그들이 말하는 내용과 전달 방식 모두를 지배한다.’



 

        저자는 책의 내용에서 정보를 읽어내는 것만큼이나, 저자의 세계관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듯 하다. 1장 전부를 이를 강조하는데 할애한 저자는, 2장과 3장, 4장을 통해 각각 시, 논픽션, 소설이라는 장르를 어떻게 잘 읽을 수 있는지를 약간은 따분하게 설명하고 있다.(워낙에 기초적인 부분이라고 느껴져서 그럴지도 모르겠다.) 5장은 모든 장르의 책과 글을 읽는데 공통적으로 필요한 ‘배경(컨텍스트)’의 중요성을 설명하는 부분이고, 마지막 6장은 책을 읽고 새롭게 독서습관을 기르고 싶은 이들을 위해 책을 선택하는 부분부터 지속적으로 실천해 나갈 수 있는 실제적인 독서지침들이 실려 있다.



 

 감상평 。。。。。。。                                                  

 

        방학을 하고 처음으로 손에 든 책이다. 책의 서두가 워낙에 흥미로워서 끝까지 단숨에 읽어버릴 수 있었다. 세계관 탐색적 독서법이라는 부제도 마음에 들었다. 사람들이 책을 많이 읽으면서도 정작 중요한 것은 놓쳐버리는 부분이 많다는 생각을 평소에도 했었지만, 정확히 어떤 부분을 지적해야 하는지를 정리하지 못했던 차에 좋은 책을 만났다.


 

 

        책에서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세계관 탐색적 책읽기’를 설명하는 1장 부분이다. 이 부분만 정확히 이해할 수 있다면 이 책의 50% 이상은 소화했다고 보면 된다. 비단 책에만 해당되는 내용이 아니라, 영화나 만화, 일상생활에서 들을 수 있는 사람들의 말도 이런 식으로 분석하며 이해하는 것이 참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점점 교묘하게 자신의 생각을 강요하는 이 시대의 많은 변사들에게 올바로 대응하기 위해서, ‘저자가 당연히 사실이라고 전제하고 넘어가는 것이 무엇인지를 집중하라’는 저자의 권고는 너무나 중요하다.

 

        장르별로 어떻게 책을 읽어야 할지를 설명하는 2장부터 4장, 그리고 5장의 부분은 아예 독서를 처음 하는 사람들을 지도하기 위한 부분으로는 유용하지만, 어느 정도 책 읽기에 익숙하고 ‘더 나은’ 책 읽기를 배우고 싶어서 이 책을 손에 든 사람에게는 약간 지루할 듯 보인다. 다만 6장의 경우에는 좋은 독서습관을 가지고 싶은 이들에게 어느 정도 도움이 될 것이다.


 

 

        어차피 이 시대는 우리가 모두 읽을 수 없을 만큼 많은 책들이 쏟아져 나오고, 도저히 머리에 담아둘 수 없을 만큼 폭발적으로 지식과 정보들이 늘어나고 있다. 나는 이러한 시대에 100권의 책을 대충 읽기보다는 10권의 책을 제대로 읽는 것이 더 많은 것을 남길 수 있다고 생각한다.(아마 저자도 동의하리라.) 책을 읽고는 싶은데 어디서부터 읽어야 할지 방향을 잘 잡지 못하는 이들에게, 이 책은 큰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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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짝반짝 빛나는
에쿠니 가오리 지음, 김난주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0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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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우리는 이렇게 늘 서로를 궁지에 몰아넣는 것일까.

 

 

 요약                                                           

 

        열흘 전에 결혼한 한 쌍의 부부가 있다. 가장 달콤해야 할 시간이지만, 왠지 모르게 두 사람 사이에 흐르는 이상한 기류. 싸움이라도 한 걸까? 그런 종류의 냉기는 아니었다. 그들 사이에는 보다 미묘한 분위기가 있었다.

 

        남자의 이름은 무츠키. 의사를 직업으로 가지고 있는 그는 ‘곤’이라는 이름의 대학생과 동성연애를 하고 있다. 여자의 이름은 쇼코. 단순한 알콜 중독자라고 부르기에는 좀 모자란 감이 있다. 그보다 그녀를 더욱 정확하게 묘사할 수 있는 어휘들은 ‘극단적인 조울증(조증과 울증이 반복되는 질환이다. 조증은 극단적인 심리적 고양기가, 울증은 반대인 극단적 저조기가 나타나는 증세)’이 아닐까 싶다. 이들은 왜 결혼을 했을까? 무츠키의 아버지가 쇼코에게 한 말이 이 두 사람의 상황을 그대로 대변하는 듯 하다.


        “그 녀석과 결혼을 하다니, 물을 안는 것이나 진배없지 않느냐.”

 

        서로의 문제를 어느 정도 알고 결혼에 이르렀던 두 사람. 두 사람은 서로를 위해 애를 쓰고 싶어 하지만, 본의 아니게 자주 상대를 어려운 상황으로 몰아넣고 만다. 이 두 사람의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 아니, 두 사람에게 미래라는 게 있긴 한걸까? 


 

 

 감상평                                                         

 

        동성애자 남편과 극단적인 조울증 환자인 아내. 언뜻 흔히 찾아보기 어려운, 심상치 않은 조합처럼 느껴진다. 저자는 이런 극단적인 조합을 그림으로써 무엇을 말하려고 했던 것일까라는 생각이 책을 보는 내내 끊임없이 계속된다.

 

        무츠키와 쇼코는 결코 정상적인 부부처럼 보이지 않는다. 이것은 쇼코가 뒤에 무츠키의 애인인 곤까지 자신의 부부 사이에 끼어 넣으려는 노력을 하는 장면에서 더욱 심화된다. 이들에게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결국 이런 식의 생활로 얻을 수 있는 것이라고는 단순한 감정적 만족 그 이상이 뭐가 있는가. 너무나 이기적인 삶의 방식이 아닐까.

  


        이 소설이 던지고 있는 중요한 질문 중 하나는 ‘가정’ 혹은 ‘부부’라는 것이 무엇인지에 관한 것이다. 그것은 단순한 배려 그 이상이다. 무츠키와 쇼코가 서로에게 잘해주고 싶어 하면서도 계속해서 상처를 주는 모습은 이를 보여준다. 결론부에 이르러서도 이 문제만큼은 해결되는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이 소설이 ‘순수한 사랑’ 비슷한 것을 그 해결책으로 제시하고 있다는 역자 김난주 씨의 말은 쉽게 수긍하기 어렵다. 뭐가 순수한 사랑이란 말인가. 동성연애자 남편과 조울증에서 비롯된 알콜 중독자 아내, 그리고 남편의 남자 애인이 함께 살 수 있도록 만드는 힘?

 

        결국 인간적 차원의 해결책으로 제시할 수 있는 가장 큰 힘은 ‘사랑’이다. 하지만 그 사랑조차 너무나 왜곡되어 있기에, 근본적인 해결책으로 내세우는 데는 많은 문제가 따를 수밖에 없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더 높은 수준의 원리가 필요하다. 인간이 자신의 머리를 쥐어짜도 결코 낼 수 없는 그것. 하나님의 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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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설공주 이야기 흑설공주
바바라 G. 워커 지음, 박혜란 옮김 / 뜨인돌 / 200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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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요약 。。。。。。。

 

     페미니스트의 입장(물론 이 단어는 대단히 넓은 스펙트럼을 포함하고 있기에 단순하게 정의하기는 어렵다. 이 책을 보면서 든 생각은 성평등을 목적으로 하는 페미니스트보다는 여성우월론자라는 느낌이 좀 더 강하다)을 가진 저자에게 기존의 동화는 매우 불만족스럽다. 기존 동화는 아름다운 여자들만을 좋은 사람으로 묘사하고 있고, '지혜로운 여성'이었던 '마녀'를 악의 화신으로 묘사하고 있으며, 여성을 어머니와 아내라는 '전통적' 역할로만 그리고 있는데다가, 심지어 동화의 주인공이 하나같이 남성이기 때문(근데 이게 동화의 책임일까? 동화가 쓰일 당시 사회 상을 반영한 것이라고 봐야 하지 않나?)이다.

 

     마침내 저자는 기존의 '남성우월의식이나, 남성적 입장에서의 편견이 강한' '잘못된' 이야기를 배격하고, 여성의 입장에서, 여성을 위해, 남성적 편견을 제거한, 대신 ‘페미니즘적 편견이 가득한 새로운 동화’를 이 책을 통해 써 냈다.

 

 

2. 감상평 。。。。。。。

 

     기존의 작품들을 패러디해서 자신이 원하는 바를 전하려는 시도는 이미 하나의 경향으로 자리 잡은 지 오래지만, 이 책의 경우는 지나친 목적성이 이야기의 문학성을 삼켜버린 듯한 모습이다. 좌파냐 우파냐 하는 이념적 지향을 떠나서, 이렇게 되면 문학적 질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예로 알라딘을 패러디한 한 동화에서 ‘여성 알라딘’은 램프의 지니에게 모든 무기를 없애버리고, 세금 징수원과 군인들을 양과 양치기 개로 바꿔버리고, 모든 궁전과 판잣집을 중간 크기의 집으로 바꾸라는 주문을 한다. 그렇게 했더니 군 지휘관들은 다른 일을 찾아가고, 백성들은 지배층에 대한 분노를 누그러뜨리고 하나가 되었으며, 사람들 사이에는 빈부 격차와 상하 계급이 사라져서 행복하게 되었다는 것. 솔직히 이건 동화 보다는 20세기 초 어느 공산주의 국가의 선전물을 보는 듯하지 않은가?

     각 이야기들 사이의 일관된 통일성도 부족하다 않는다. 초반의 이야기들에서는 아름다움을 선과 동일시하는 소위 '남성적 잣대'를 문제로 삼더니, 이야기의 후반에 가서는 진취적인 인어공주가 적극적으로 쟁취해서 '멋진' 왕자와 결혼한다는 내용도 등장한다. 물론 강조점이 달라졌다는 건 인정하는데, 남성이 아름다운 여성을 얻기 위해 하는 행동은 비판의 대상이고, 여성이 멋진 남성을 얻는 과정은 칭찬받아야 할 행동인 건가? 너무 자기편의 위주는 아닌지...

 

     '퀘스타 공주'는 갖은 역경을 거친 공주가 마침내 시민혁명을 일으켜서 아버지인 왕을 대신에 '여왕'이 되었고, 그랬더니 행복해졌다는 이야기다. 남성이 아닌 여성이 사회를 지배하면 유토피아가 올 것이라는 환상.(박 뭐시기 대통령 때는 그래서 행복하셨는지) 그리고 그것을 위해서는 폭력까지도 감수 할 수 있다는 생각까지. 저자가 주장하는 것들을 모두 모아 놓으면, 이야기가 될 수 없을 정도의 모순 된 사회가 탄생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까지 든다.

 

 

     무엇보다도 가장 우려되는 점은, 이러한 이야기들에 내재된 위험한 역사인식이다. 남성은 언제나 여성을 억압해 왔으며, 교회는 이를 강화하는 도구를 제공했다는 것, 먼 과거 언젠가에는 아름답고 정의가 올바로 서는 모계 사회, 여신숭배 사회가 존재했다는 것이 그들의 역사인식의 주요한 축을 형성하고 있다.

     채 확인되지도 않은 ‘가상의 아름다운 과거’를 설정해 두고, 그것으로 돌아가면 모든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주장하는 식의 논의는, 원시공산사회를 운운했던 마르크스의 공산주의 이론을 다시 한 번 떠올리게 만든다. 과연 여신을 숭배하는 평등하고 공정한 사회가 고대의 일반적인 사회의 모습이었는가? 그리고 그리로 돌아가면 정말 행복해 질 수 있다고 여기는 건가?

 

     책 내내 하나의 걸고 넘어지기 좋은 '꼬투리'만 하나 발견하면 무조건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근거라고 우겨대는 모습이 보인다. 우리, 말은 되게 하고 삽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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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트 상식사전 - 비범하고 기발하고 유쾌한 반전, 대한민국 1%를 위한 상식사전
롤프 브레드니히 지음, 이동준 옮김, 이관용 그림 / 보누스 / 200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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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요약                                                                         

 

        제목에서 알 수 있든, 유머들이 실펴 있는 책이다. 당연히 ‘전혀’ 어렵지 않으며, 아침에 일어나 화장실 갈 때 들고 가면 딱 좋을 만큼 책을 읽는 것 자체가 유쾌하다. ^^


        저자는 인터넷이라는 새로운 도구를 이용해 이 책에 실린 내용들을 수집했다. 때문에 이야기의 ‘내용’이 완전히 ‘새롭다’고는 할 수 없다. 하지만 2006년에 새롭게 만들어진 책이라, 적어도 ‘신선한 감각’들이 담겨 있다는 점이 이 책만의 장점으로 꼽힐 수 있다.



 

 감상평                                                                     

 

        전부는 아니지만 내용의 절반 이상은 일상적인 대화나 강연에서, 또는 설교 시간에 유용하게 사용될 수 있는 도입 이야기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몇몇 유머들은 특정 범주에 속한 사람들을 비하하는 내용을 담고 있기 때문에 신중하게 선택해서 사용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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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스토리언 - 전3권
엘리자베스 코스토바 지음, 조영학 옮김 / 김영사 / 2005년 7월
평점 :
절판


 

“나는 역사가가 되어 나 자신의 역사를 영원히 보존하기로 결심했다네.”


 


  

 줄거리 。。。。。。。                                                

 

        흡혈귀로 알려진 드라큘라는 실제 인물을 모티브로 해서 만들어진 전설이라는 것을 모르는 사람이 여전히 있을까? 이 책의 저자 코스토바는 이 닳고 닳은 주제를 가지고 새로운 이야기를 쓰겠다고 도전장을 던진다. 과연 의도대로 새로우면서도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만들어졌을까?


 

 

        이 책의 주인공은 폴이다. 어느 날 도서관에서 이상한 책을 한 권 발견한 그는, 책 안에 있는 용 그림을 보고 영 찝찝한 마음을 지울 수 없던 차에, 그 책을 아무도 가져가지 않는 것을 깨닫고 슬쩍 해 온다. 자신의 지도교수인 로시에게 책을 보여 준 폴은, 그로부터 놀라운 이야기를 듣는다. 그 책이 드라큘라에 관한 비밀정보 - 정확히는 블라드 체페슈(드라큘라의 원 인물)가 묻힌 장소 -를 가르쳐준다는 것이다.(이런 세상에 억지 주장이)

 

        하지만 드라큘라는 그의 무덤이 드러나는 것을 원하지 않았던지, 그의 무덤을 찾는 사람들을 위협하기 시작하고, 결국 로시 교수마저 실종이 되고 만다. 처음에는 그냥 ‘좋은 교수님’이었으나 갑자기 그에게 원인을 알 수 없는 무한한 애착이 생긴 폴은, 사라진 교수를 찾아 나서기로 한다.

 

        이 여행에는 동반자가 하나 있었다. 헬렌이라는 쌀쌀맞게 생긴 여성이다. 처음에는 ‘웬 찝적거리는 남잔가’ 하는 식의 반응을 보였던 헬렌도, 몇 차례의 사고 위험을 겪고 나자 폴의 말을 반쯤 믿게 되고 그와 함께 로시 교수를 찾아 나선다.(알고 보니 그녀는 로시 교수의 딸이었다. 여기엔 약간의 사연이 있다.)

 

        이제 멤버도 다 갖추어졌으니, 본격적으로 탐험 시작이다. 그들은 유럽 곳곳을 뒤지며, 사라진 로시 교수의 행방을 찾아다닌다. 어떻게 그런 확신을 갖게 되었는지 모르지만, 그들은 드라큘라의 진짜 무덤을 찾아내면 그 곳에 로시 교수가 있을 것이라고 믿고 있다.

 

 

 

         저자인 코스토바는 이 모든 내용을 ‘편지’로 처리한다. 쉽게 말해 위에서 설명한 모든 내용은 폴이 그녀의 딸에게 쓴 편지를 통해서 독자에게 전해지는 것이다. 편지를 통해 아버지의 과거를 알게 된 딸은, 아버지가 죽은 줄로만 알았던 엄마를 찾아 나선다며 ‘실종’되자, 이번에는 아버지를 찾아 나선다. 겁도 없이 집에서 훔친 돈을 주머니에 넣고 프랑스로 가는 기차에 몸을 실고 말이다.


 

        폴은 로시 교수를 찾을 수 있었을까? 드라큘라는 언제 나올까? 또 소녀는 아버지를 만났을까? 저자는 이 세 가지 질문을 세 권의 책에 걸쳐 느리게 풀어 간다.


 

 감상평 。。。。。。。                                                

 

        몇 년 마다 한 번씩은 등장하는 흡혈귀 소설, 영화들. 이 책도 드라큘라라는 소재를 다루고 있다. 책의 표지 뒷면을 가득채운 이 책에 대한 찬사들(베스트셀러 목록에 몇 주간 올라가고, 수십 개 국에서 출판을 하고, 원고가 얼마에 팔리고...)은 책에 대해 궁금증을 가지게 만든다. 게다가 제목도 특이하지 않은가. ‘히스토리언’, 역사가. 덕분에 나처럼 역사학 관련 책인 줄 알고 뽑아 드는 사람도 자주 생길 듯.


 

 

        찬사가 워낙에 낯간지러웠기 때문일까. 책의 내용은 찬사에 완전 묻혀버린 모습이다. 스토리의 진행은 너무 느리고, 인물들은 완전히 평면적이다. 사건은 전혀 긴박감이 없으며, 다음 페이지가 전혀 기대되지 않는 소설이다. 이런 소설을 몇 백만 달러에 구입했다는 출판사나, 이걸 영화화 하겠다는 소니 픽쳐스나 이해가 안 될 정도.

 

        무엇이 이 소설을 이렇게 지루하게 만들었을까? 물론 동서양의 차이일 수도 있겠다. 이런 종류의 전설을 가까이 하면서 지내온 유럽권 사람들에게는 좀 더 와 닿았던 걸까? 하지만 내 생각엔 책 자체에 문제가 있다.


 

 

        우선 너무 길다. 고작 이 정도의 내용을 이야기하기 위해 세 권이나 되는 책을 보라고 하는 게 무리다. 분량을 늘리기 위해선지,(아니면 그 반대인지도 모르지만) 주인공들은 필연적인 이유 없이 고작 고문서에 나온 (그 진실성도 보장할 수 없는) 한 두 구절에만 의지한 채 몇 개국을 헤매고 다닌다. 그 과정이라도 재미있게 썼다면 좋겠지만, 거의 같은 패턴의 여행들만 계속된다. 도착하고, 신기한 책을 발견하거나 다음에 갈 곳에 나와 있는 고문서에 나온 한 두 구절을 읽거나..

 

        드라큘라가 블라드 체페슈라는 인물을 근거로 만들어졌다는 정보 이상의 새로운 정보가 거의 나오지 않는다는 점도 흥미를 감소시킨다. 책장을 아무리 넘겨도 그래서 어쨌다는 다음 이야기가 없다. 가공인물로서의 드라큘라와 실제 인물 사이의 명확한 구분도 없다. 어떤 때는 신기한 마법을 가진 귀신쯤으로 나오다가 또 어디에서는 그저 나름대로의 원칙에 따라 열심히 살아간 인물 정도로만 나온다. 애초 뭔가 중요한 역할을 할 것 같았던 폴의 딸은 완전히 스토리에 묻혀서 사라져버렸고, 정확한지를 보장할 수 없는(그래서 기억해 두어도 도움이 될지 확실치 않은), 그러면서도 외우기 힘든 긴 이름을 가지고 있는 수많은 지명과 역사적 유래 등은 여기에 결정타를 먹인다.


 

 

        물론 저자의 처녀작이다 보니 어느 정도의 미숙함은 그런대로 넘길 수도 있지만, 워낙에 지나친 과대포장이 된 것을 보니 괜히 속았다는 느낌까지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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