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저녁 퇴근 길, <뱀에게 피어싱> 완독. <발로 차주고 싶은 등짝>과 함께 2004 아쿠타가와상을 수상한 아주 짧은 소설. 음, 알 것도 같고 모를 것도 같은 느낌. 잘 쓰긴 했다. 동의하든 동의하지 않든간에. 혓바닥에 피어싱하는 이야기가 나오는데 상상만 해도 으아. 난 무서워서 여직껏 귀도 못 뚫었다.

토요일 느지막히 일어나 '해리 포터와 아즈카반의 죄수'를 보러 출발. 에, 확실히 3편부터는 분위기가 달라지네. 그러나 그 다단한 이야기거리들을 2시간짜리 영화에 우겨넣으려니 조금 힘들어보인다. 유난히 애들이 왔다갔다 산만모드. -_-; 4부 <불의 잔>은 애들이 어찌 버틸지 모르겠다. <불의 잔>부터는 진짜 하드해지니. 살인으로 시작해서 살인으로 끝나는걸. 좀 헤매다 아웃백 충무로점 행. 여기는 명동점에 비해 현격히 사람이 적다. 주말 저녁에 기다리지 않고 들어간 건 처음. 여자 넷이 눈깜짝할 새 먹어치우고는, 참새 방앗간 못 지나친다고 대학로까지 보드게임하러 갔다.;; (명동엔 유감스럽게도 보드카페가 없다. 찾아본 바로는.) 크흐. 그날 게임은 완패. 집에 돌아오는 길 <외딴 섬 악마>를 읽기 시작, 새벽까지 다 읽고 잤다. 으아, 이건 정말 '지옥도'라는 표현이 딱 맞잖아. 정말 기괴 그자체인, 인상적인 작품이다. 동서미스터리북스 중 꼽을만한 책.

일요일, 아침 일찍 일어나 홍대 행. TV에 나왔다는 수영장 까페를 찾아. 아주 작은 풀이 하나 있는데 발 담그고 물장구치며 놀만한 사이즈다. 사람도 거의 없고, 아기자기 잘 꾸며놓은듯.(뭔가 언발란스하고 야시시하긴 하지만;) 1, 2층과 정원 이곳저곳을 누비고 다니는 우리에게 음료수를 리필해주어 더 감동. 흐흐. 연인들끼리보다는 여자친구 서넛이 우르르 놀러가면 좋을 분위기. 집에 오면서는 <여인과 일각수> 완독. 여러 여인이 등장하고 줄거리가 두 갈래로 갈라져서인지 <진주 귀고리 소녀>보다는 덜 재미있었음.

월요일에 할 일. 심윤경씨 인터뷰 업뎃. 휴가장소 확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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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thele 2004-08-09 00: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요... 미국갔을 때, 거기 사는 고종사촌이 데리고 온 친구가 저한테 자랑한답시고 그 피어싱을 눈앞에서 날름거려 보인 안좋은 추억이 있답니다. 뭐 어디까지 뚫을 수 있나 한계를 시험하는 동네라서 혀피어싱 정도는 노멀하다는데, 한동안 충격에서 헤어나기 힘들더군요.

무더울 때 읽으면 아주 좋을 책이죠, [외딴섬 악마]. ^^

레이저휙휙 2004-08-09 00: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아 체력이 정말 좋네요. 홍대에 그 흐믓한 카페에 언제 함께 가봅시다^^ 여름이 가기전에
 

 

 

 

내가 운 건, 언젠가는 이렇게 될 것을 이미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나는 늘 그런 생각을 하지 않으려고 애를 써왔다. 만나는 사람들에 대해서도 항상 조심했다. 나는 내 삶이 안전하기를 바랐다. 아주 조심해야, 운이 좋아야 이런 상황을 피할 수 있으리란 것을 나는 알고 있었다. 지금까지는 그럭저럭 잘해나가고 있었다. 누구도 나를 흔들어놓는 사람은 없었다. 나는 그렇게 시간이 흘러가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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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알라딘도서팀 > [잡담+브리핑] 7월의 신간

너무 오랜만이라 제 방인데도 어리둥절하군요. 알라딘 편집팀원들이 일제히 휴가를 갔나 생각하실까봐 슬쩍 들어와 글 남깁니다. ^^;

알라딘에 입사한 후, 실감하게 된 사실이 하나 있습니다. 독서의 계절은 가을이 아닙니다. 바로 '여름'이지요. 대박 책들도 쏟아져나오고 그만큼 팔리기도 많이 팔리고 이벤트도 많아지고. 그래서 업무량도 자연 배가 됩니다. 아아, 4, 5월만 해도 나름대로 여유있게 책도 읽고 리뷰도 쓰고 할 수 있었는데 요즘은 그날그날 들어오는 책 한번씩 훑어보기도 벅차답니다. 요사이 유행하는 기호로 표현하자면 OTL이지요. 흐흐.

지난 주는 특히 피크였습니다. J.R.R. 톨킨 팬들이 오래 기다리시던 <실마릴리온>이 출간되었습니다. <반지의 제왕> 훨씬 이전 시대의 선과 악, 빛과 어둠, 창조와 파괴의 이야기. 인간과 난장이, 엘프, 각 종족의 시원도 밝혀집니다. 1권 사면 2권 드리는 예약판매 이벤트를 진행했던 <아더 왕 이야기>도 나왔습니다. 최근 <다 빈치 코드>에도 등장했지만 원탁과 성배의 전설은 서구 문학의 중요한 원류 중 하나이지요. 저는 <아더 왕> 하면 '희망이여 빛이여 아득한 하늘이여~' 노래부터 생각납니다만.;

각종 문학상을 받은 소설들도 잇따라 출간되고 있습니다. 2002년 <나의 아름다운 정원>, 2003년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의 뒤를 잇는 한겨레 문학상 수상작은 <싸이코가 뜬다>입니다. 에, 상당히 독특한 소설인데요. 전작들의 명성을 이어갈지는 좀더 두고 보아야 할듯 싶습니다. 맥락으로 보면 <피터팬 죽이기>와 약간 비슷한데, 좀 성급하지만 '모라토리엄형 인간'을 그린 소설이 우리 문학의 한 경향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1970년대 후반생들의 트렌드랄까요. 아, 2003년 부커상을 받은 <버논 갓 리틀>도 있네요. 작가의 필명이 상당히 특이한데요. DBC 피에르. Dirty But Clean의 약자라고 합니다. 이력도 상당히 화려하더군요. (별로 좋지 않은 의미에서요. 하하.;)

여름답게 장르소설의 출간이 이어집니다. 고정팬을 보유한 스웨덴 작가 헤닝 만켈의 신작 <방화벽>이 나와 많은 이들을 기쁘게 했지요. '쿠르트 발란더'가 늙어가는 모습을 보며 아, 슬슬 이 시리즈의 끝이 다가오는구나 예감합니다. 딸 린다가 경찰이 된 후의 활약을 그린 새 시리즈에서 발란더의 조언을 종종 얻는다니 그나마 다행입니다만.(문제는 그 시리즈가 과연 우리 나라에 번역이 될 것이냐! ㅠ.ㅠ) 추리소설의 고전이 아니라 최근작만 고집한다는 Black cat 시리즈도 어느덧 네 권째네요. 근래 미국 에드거 앨런 포상을 수상한 <윈터 앤 나이트>에 이어 일본에서 추리소설협회상을 받은 <돌 속의 거미>가 출간되었습니다. <윈터 앤 나이트>는 하드보일드한 느낌이 물씬 풍기고, <돌 속의 거미>는 아직 읽지 못했지만 줄거리만 보자면 판타지+심리적인 느낌이 강하게 듭니다. 1000권을 목표한다는 동서 미스터리북스는 어느덧 150권을 넘어섰군요. 정말 대단합니다.  '프랑스의 존 그리샴'이라는 장 크리스토프 그랑제의 <돌의 집회>는 보다 신비주의적이고 자극적이지만 덜 치밀하고 성긴 편입니다. 그래도 500여 페이지에 달하는 두께인데 쉽게 읽힌다는 미덕이 있지요. 요새 SF가 뜸한데 그나마 커트 보네거트의 <고양이 요람>이 다시 나와 아쉬움을 조금 달래주는군요.

이외에도 수학과 야구라는 소재를 멋지게 다룬 <박사가 사랑한 수식>, 가볍지만 재미있게 읽히는 <나의 피투성이 연인>, 샐린저의 마지막 소설 <목수들아, 대들보를 높이 올려라>, 진짜 존 그리샴의 최신작 <최후의 배심원> 등 7월의 나온 책들의 면면은 정말 화려합니다. 이게 끝이 아니라는 게 더 끔찍할 뿐이지요. 오늘만 해도 <나의 미카엘>, <여자를 안다는 것>의 작가 아모스 오즈의 신작 <블랙 박스>가 들어왔고 독일의 새 소설 두편도 기다리고 있습니다. 에에, 그리고 다음주나 다다음주면 천운영의 새 소설(드디어!)과 알라딘이 사랑하는 작가 산도르 마라이, 의학 스릴러의 대명사 로빈 쿡의 신작이 나올 예정이구요. 그야말로 빡빡한 여름날입니다.

편집팀 서재에 언제쯤 새 글을 올리게 될지 모르겠지만(으으.;) 다들 물밑으로 열심히 보다 좋은 책을 널리 알리기 위해 일하고 있답니다. 혹시라도 놓친 책이 있을까 종종거리면서요. 오락가락 비는 계속되고 공기는 무겁고 끈끈하고, 불쾌지수가 한없이 높아지기 쉬운 시기네요. 모쪼록 건강 잘 챙기시고 즐거운 휴가계획 세우시길. 아, 쓰다보니 여름인사가 되었네요. 담에 또 뵙겠습니다. ^^

(아, 낼모레는 요사이 알라디너들 사이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심윤경' 작가를 인터뷰할 예정입니다. 혹시 작가분께 질문하고 싶은 게 있으시면 댓글로 달아주셔요. 저와 예린씨가 대신 가서 꼭 여쭤보도록 하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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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ooey 2004-07-21 13: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아, 내가 왜 인터뷰를 간다고 했을까. 일이 너무 많아.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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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ooey 2004-07-06 00: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진씨가 데려온다는 고양이! 너무 이쁘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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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씨앗을뿌리는사람입니다.
그동안 기다리셨던 <실마릴리온>이 7월 중에 출간됩니다.
현재 제작 중에 있고, 7월 중순경에 출간될 예정입니다.
출간되는 도서는 테드 네이스미스(Ted Nasmith)의 컬러 일러스트가 포함된 양장본입니다. 번역은 <반지의 제왕> 및 <톨킨 백과사전>의 공역자 중 한 분이신 김보원 교수님께서 맡아 주셨습니다. 총 576페이지이고, 가격은 25,000원입니다. 원활한 내용 이해를 위해 <부록> 중에서 두 개의 지도와 각 가계도는 별지로도 제작하여 책 속에 끼워 제공합니다.
출간 지연에 대해 다시 한 번 사과드리며, 앞으로도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http://www.tolkien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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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마릴리온>이 드디어 나오는군요. 기대됩니다. ^^
(그나저나 7월엔 책이 많군요. 언제 다 읽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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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arrysky 2004-07-03 01: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테드 네이스미스(Ted Nasmith)의 컬러 일러스트가 포함된 양장본 - 에 한번 커헉!
<부록> 중에서 두 개의 지도와 각 가계도는 별지로도 제작 - 에 다시 한번 커헉!
가격은 25,000원 - 에 마지막으로 커헉! 입니다. ㅠㅠ
다 좋은데 비싸요 비싸.. 옛날에 나온 실마릴리온도 갖고 있는데.. 이걸 우짜면 좋을까요..

panda78 2004-07-03 02: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25000원.. ;;;
예전 실마릴리온은 보기가 좀 빡빡하기는 했지요.
사고 싶기는 한데, 실마릴리온은 반지 본편만큼 재미있게 읽지를 못해서.. 흠..

Fithele 2004-07-03 04: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옛판 + 톨킨 자작 표지가 붙은 페이퍼백 영문판 모두 읽고, 갖고 있는데 왠지 컬러 일러스트란 말을 들으니 또 혹하네요... 흘... 예전 실마릴리온은 정말 번역이 영 아니었으니 대부분이 안좋은 추억이 있는 것도 사실.

과연 이번 번역은 어떨까요? 확인해 보고는 싶은데, 가격이 꽤 세군요. 누가 하늘에서 나를 노리고 돈치기 안 해주려나? ^^

아영엄마 2004-07-03 22: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톨킨 팬인데 이 책이 나온다니 기다려 봐야겠어요~~

zooey 2004-07-04 01: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전 <실마릴리온>은 확실히 난감했지요.; 이번 책은 제발 소장가치 100%+읽을 때 무리없는 책이길 바랍니다. 가격이 세긴 세죠. ^^; (톨킨 자작 표지라니 멋지군요!)

레이저휙휙 2004-07-08 00: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25,000원의 압박 -_-
아더왕에 이어 지갑이 두둑할 날이 없네요 ㅠ_ㅠ 잘못된 직장에 들어왔소 ㅠ_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