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도르노의 <미학이론>과 우리는 어디에 있는가?>

이런 책도 나와 있었다. 제목 영어로 하면 Where are we with Adorno's Aesthetic Theory?  


New German Critique, 이 학술지에서 <미학이론> 출간 50주년 기념호를 21년에 내기도 했었다. 

기념호 제목은 Adorno's Aesthetic Theory at 50. 50세가 된 <미학이론>. 


이 책 지금까지 잘 이해받지 못한 책이라는 합의가 있는 거 같다. 이제야 이해받기 시작했다는. 

중요한 책이라면, 저 불어책 제목의 질문이 아주 좋은 질문이 되지 않나 한다. 그 책과 "우리는 어디에 있는가?" 그 책이 우리를 데려가는 곳들이 있고, 책이 끝나면 그 곳들에 이어 우리에게 가라고 하는 곳들이 있을 거라서. <미학이론>에는 그런 곳들이 무수히 있다는 생각 든다. 인문학 전공이면 저 질문에 답하는 책을 쓰겠다 작정해 볼 수 있을 거 같다. <파친코> 이민진 작가가 강연에서 "동양인은 로보트 같다는 편견이 흔하지만 아니야. 우리에게 열정이 있고 용기가 있어. (....) 우리 한국인들은 위대했어 (we Koreans are nothing short of epic)"라고 하던데 


예술, 학문에서 거두는 지속적인 성취 없이 "nothing short of epic"일 수는 없지 않나. 

.......... 생각했. 이에 대해 여러 다른 의견들이 있겠습니다만... 


<미학이론>과 우리는 어디에 있는가? 이 질문에 본격적으로 답하는 책을 누가 쓴다면 

나는 그게 엄청난 성취라고 생각할 것이다. 내가 무슨 생각하든 그게 무슨 상관, 그렇긴 한데 뭐 어쨌든. 하 그걸 해내셨군요. (매일 조용히 감탄하겠....) 





오늘 26도. 

에어컨 설치 신청해 두었다. 

앞으로 읽어야 하는 (읽고 싶은) 책들 생각하면 

윤.. 등등으로 인한 고달픔 사라지는 느낌 되기도 한다. 

읽고 쓰고. 읽고 쓰고. 이것만으로도 아주 충분히 넘치게 의미있고 "나는 살았다"인 삶이 될 수도 있다는 걸 안다면, 그렇게 살면 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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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로 2022-04-11 19:0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한국도 덥군요!! 저희는 어제까지 너무 더워서 에어컨 켰는데 오늘은 좀 쌀쌀했어요. 오늘부터 다시 온도가 내려가서 일요일부터 다시 더워지는 것 같아요. 암튼, 요즘 몰리님 글 많이 올리셔서 좋아요.^^

몰리 2022-04-11 19:46   좋아요 0 | URL
거의 8시 되어 가는데 23도! 아직 4월 초순이라 봐야할 건데요. 2주 전 겨울이지 않았나? 하게 되고. 아앜.

라파엘 2022-04-11 23:1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읽고 쓰고. 읽고 쓰고. 그렇게 의미있는 삶이 되고. 그러면 결국에는 회고록이 쓰여지겠지요 ㅎㅎ

몰리 2022-04-12 18:49   좋아요 1 | URL
아악 정말 이래야 하는데
앞으로 몇년 내내, 우울하고 무력한 날들이 수시로 있을 거 같네요. ㅜㅜ 흑흑.

라파엘 2022-04-13 10:11   좋아요 1 | URL
특히 한국에서, 연구자로 살아간다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인 것 같습니다...
그 과정에서 무엇보다 몰리님의 몸과 마음이 건강하기를 바라고,
몰리님이 만들어가시는 삶의 의미가 자신과 이웃과 세계와의 모든 관계 가운데
선한 영향력이 되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ㅎㅎ

2022-04-13 11: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Persona, 1966, Ingmar Bergman | Film quote poster, Movie quotes, Film quotes




저런 대사가 그냥 막 나오는 게 

Ingmar Bergman 영화들의 놀라움이기도 하다. 

초기 영화가 몇몇 빠지기는 했지만 거의 전집에 가깝다는 박스 세트가 18년에 나왔는데 아마존에서 48% 세일한다. 150불 정도. 아마존 리뷰 보면 출시 당시부터 열광하는 리뷰들이 줄줄이. 











알라딘 상품으로는 이렇게 나와 있다. 

이건 사야 해. 

지금은 아니지만. 

지금이 아니면 언제? 

........ 그래 지금 사야 해. 

이러고 있. 



글쓰기에 대해 일찌감치 제대로 배웠다면 좋았을 것이, 내 경우엔 이것이다. 

글은 달라진다는 것. 어디로 갈지 미리 알 수 없지만 쓰지 않으면 가지 못한다는 것. 

어느 정도 공들여 쓴다는 전제 하에, 쓰면 쓸수록 (계속 써야만) 새로운 곳에 가게 된다는 것. 

지금이 다가, 끝이, 아니라는 것. 


<미학이론> 읽으면서, 그래도 그 근본에서 민주적인, 평등한 예술 형식은 문학이 아닌가는 생각 하게 되는데  

(음악, 미술은 정말이지 이건 어느 정도 "있는 집" 아니고는 시작부터 쉽지 않은) .... 그래서 글쓰기에 대해 지속적으로 많은 생각, 실험들이 있기를 바라게 된다. (.......... 그리하여 이 포스팅도 "회고록 씁시다" 포스팅이 되게 하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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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로 2022-04-11 15:3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글 아주 좋아요!!
글은 달라진다는 것. 어디로 갈지 미리 알 수 없지만 쓰지 않으면 가지 못한다는 것.
어느 정도 공들여 쓴다는 전제 하에, 쓰면 쓸수록 (계속 써야만) 새로운 곳에 가게 된다는 것.
지금이 다가, 끝이, 아니라는 것!!!
그래서 저도 되지도 않은 글을 계속 쓰는 걸까요?? 응??^^;;;
암튼 용기 얻었어요.^^

몰리 2022-04-11 16:57   좋아요 0 | URL
라로님, 정말 ˝nothing short of epic˝ 이것이 우리 모두의 가능성!
.......... 아니 진짜로요! 진지하게!
그러니까 계속 쓰고, ˝각잡고˝ 쓰고....
매일 파일을 열고...
그리고 끝내고...
 







"Vierhändig, noch einmal." 

어린 시절 친구들과 했던 듀엣 피아노 연주를 회고하는 아도르노의 에세이 제목이라고 한다. 

전기, 그의 유년기 파트에서 여러 번 인용된다. vier = four, händig = hands, with hands. 

noch einmal = once more. 독어 초초급까지 해보았다면 이 에세이 제목에 순간 끌릴 거 같다. 

noch einmal. 이 구절이 멋지게 보였다. 노크 아인말. 놐 아인말. 



박근혜 정권 시절 힘든 날들 많았다. 그냥 힘듬. ㅎㅎㅎㅎㅎ 

quiet desperation. 분명한 이유 없이 조용히 힘듬. 

그게 아니면, 분명한 이유 있으면서 격하게 힘듬.  

앞으로 5년 동안 그게 더 할 수도 있을 것에 초조해 하다가 나가서 맥주 사왔다. 


이 나이에 맥주. 

몇 년 전 어느 칼국수 집 앞에서 한 선배와 약속하고 만났는데 

담배를 피우자 해서 근처 주차장 가장 구석으로 데려 갔었다. 아가씨들은 다 보이는 데서 피워도 되겠지만 아줌마는 아닌 거 같아. 우리 숨어서 피웁시다. (...) 그는 반신반의하는 표정이었다. 아가씨? 했던 거 같기도 하고. 사회적 승인의 바깥에 있는 행동은 젊은 사람이 할 때보다 젊지 않은 사람이 할 때 더 눈에 띈다. 내 설명에 그는 그닥. 동의 안함. 하긴, 어디서 길빵을 하려고! 했다면 되었을 것을.  


그런데 어쨌든 술도 비슷하다. 전과 비교하면 지금은 술을 아예 안 마시는 사람에 가깝게 되었는데, 이게 나이에 걸맞는다, 같은 보수적 생각을 진심으로 하기도 한다. 젊은 사람이야 마셔도 되고 많이 마셔도 되지만 이제 이 나이엔 어쨌든 혼자 술 마실 일은 없어야 할 거 같아. 없는 게 다행일 거 같아. 없어야만 해. 그냥 자면 되잖아. 하루가 짧잖아. 


그런데 ............... 오늘 마십니다. 마시면서 연속 포스팅을 아마 하게 되겠. ;;;; 흑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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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ule 2022-04-11 10:1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동질감의 좋아요. 그 힘듦 때문에 저는 그쪽으로 사고회로를 아예 정지시켰어요. 답답해서 숨도 잘 안 쉬어질 것 같아서요.

몰리 2022-04-11 11:43   좋아요 0 | URL
어제 저녁엔 그걸 갑자기 생생하게 기억하니까 정말이지 ˝숨도 잘 안 쉬어질˝ 상태가 되더라고요. 오늘 아침이 두려웠는데 (그런 상태에서 맞는 아침은 아침답지 않게 우울하고 무력할 때가 많았어서) 다행히 아주 우울하거나 무력하지는 않지만.... 속히 대비가 필요합니다.

라로 2022-04-11 15:3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나이 들수록 더 혼술을 하게 되네요,,, 흑
 



1917년의 사진. 14세의 아도르노. 사진 찾아보면 파일명이 "adorno as a kid." 

전기에서 이 사진 조금 상세하게 얘기한다. "이사진에서 그의 눈과 코, 진지하고 예민한 소년의 얼굴이다. 세계는 나에게 무엇을 줄 것인가, 그의 눈은 묻는 듯하다. (....)" 사진이 그의 가장 잘 나온 사진 같. 이 사진 이후 그는 역변............. 


그는 극히 음악적 환경에서 성장했다. 

그의 어머니, 그리고 어머니의 여동생(언니가 결혼하면서 따라와서 가족이 된), 이모도 

성악가(... 라니 좀 이상하게 들림), 오페라 가수였고 음악을 깊이 사랑했다. 그의 집에 손님들이 오면 작은 연주회, 공연이 열리곤 했다. 어린 시절 그의 집엔 연주회를 열 수 있는 큰 방과 가운데에 피아노를 둔 음악실이 있었다. 두껍게 장정된 악보들이 있었고 그 악보들로 모차르트 곡들을 처음 쳐보기도 했던 그는, 모차르트의 어떤 곡들은 이때 그 아이의 그 호기심과 매혹, 열정으로 연주되어야 하는 곡일 것이다 같은 감정을 오래 갖게 된다. 이 시절에 대해 "밤에 자다 잠이 깨면 아래 층의 피아노에서 베토벤 소나타가 들려오곤 했다" 같은 회고를 그는 남기게 된다. 


여러 얘기들이 있는데 무엇보다 "자다 깨면 베토벤 소나타가 들려왔다" 여기 

아........ 하지 않을 수 없다. 베토벤 소나타, 유튜브에서 음대 입시로 치는 버전이나 심지어는 예고 입시로 친 버전도 듣고 있는 게 고통이 아니던데요. (클덕에게는 극히 고통일수도. 막귀에게는, 리히테르나 굴드나 등이 치는 것과 좀 다르긴 하지만 이것도 아름다운데? 들을 수 있어! 여러 번은 아니더라도)  




한국에서 부유했던 이들이 남긴 (부유하다는 건 이런 것이다) 삶의 회고는 무엇이 있나. 갑자기 진지하게 알고 싶어진다. 그런 회고는 별로 없는 거 같은데, 별로 없는 게 맞다면 왜? 논픽션으로 기억나는 건 없고 픽션으로 본 건 난쏘공, "젊은 느티나무" 정도. 부유한 삶만이 아니고 중간 계급의 삶, 빈곤한 삶, 한국에서 있었던 모든 삶들의 회고를. (이 포스팅도 "회고록 씁시다" 포스팅으로.....) 


음악학을 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연주할 수 없다면 들을 수 없다"는 게 당연하다고 한다. 

응? 피아니스트가 호른을 연주하지는 않잖아, 그러면 호른 연주에 대해 피아니스트는 판단할 수 없다는 뜻인가? 그건 말이 안되는 거 아닌가? (....) 했는데, 그러니까 이 말은 피아니스트라면 피아노, 호른 연주자라면 호른, 에 대하여 그렇다는 뜻인 듯.  


아닌가? ;;;; If you cannot perform, you cannot hear. 이런 문장이었다. 

그런데 어쨌든 음악은 연주자로 살려 해도 그렇겠지만 음악학자인 경우에도 

음악이 풍요했던 어린 시절이 꼭 필요한 게 아닌가 싶어지고, 연주자나 음악학자까지 가지 않고 아도르노의 음악학 책들을 읽기 위해서도 그게 꼭 필요한 것 같은데, 음악이 풍요했던 어린 시절, 이것도 아주 많은 회고들로 들어보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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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ule 2022-04-11 10:0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의 좋아요는 저 아름답고 섬세한 소년이에요.

몰리 2022-04-11 11:40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 왜 웃기죠 빵터짐. 소년 아도르노, 어서와.
 



아도르노의 이 전기, 분량 압박 만만찮은 책이다. 

세워두면 책 등 폭이 주변 책들에 비해 압도적이고 야 저거 비쌌겠다, 비싼 책 맞지, 이러게 됨.  


<미학이론> 다 읽어가는데 (몇 년 전에 몇 년 걸려서, 하루 몇 줄 분량 매일 읽기로, 읽은 적이 있지만 아무리 읽어도 처음 읽는 것이라) 너무 어렵고 고달플 때 잠시 피신 용도로 이것도 꺼내 놓음. <미학이론> 읽다가 이걸 읽으면, 학교 끝나고 집에 온 느낌? 집에 온 느낌이 아주 홀가분하고 행복할 때의 그 집에 온 느낌? 격한 운동 끝난 느낌? 


이 전기는 아도르노의 부친 쪽 계보, 모친 쪽 계보에서 시작한다. 

아도르노 강의록을 보면, 편집자 주석에 "이 문장은 아도르노가 줄 그은 문장"이라든가 "이 문장 옆에 아도르노는 중요하다는 표시를 했다" 같은 내용이 계속 등장한다. (강의 준비 하면서 강의록을 타이프한 원고로 만들고 그것을 아도르노 자신 참고 자료로 썼다고 한다). 그런 것까지, 어디까지 알아야 더 알 것이 없어지는 겁니까. 이보다 더 미세한 세부를 주어 보세요. 하게 되는 내용. 부친 계보, 모친 계보에도 비슷한 반응. 


프랑크푸르트, 그의 어린 시절 집. 당시 독일 upper-middle class의 삶의 표준의 완벽한 표현 같은 집이라는 그의 어린 시절 집. 넓고 안락했던 집. 집 뒤엔 정원이 있었고 어린 시절의 아도르노는 여기서 놀면서 상상력을 자유로이 발산했다는 대목이 있는데 (.....) 아 정말, 오직 어린이만 알 수 있는 정원의 마법. 어른이 되어 아무리 그걸 되찾으려 해도 그 시절 같이는 안되는. 




아도르노 읽기에서 많은 도움이 된 훌롯-켄터의 말이 있는데 

"그의 어떤 문장이든 표면 아래에 (그 표면을 벗기면) 신학이 있다" 이런 말. 그리고 ""진리 내용"이라는 구절로 그가 가리키는 건 대개는 "희망"이다" 이 말. 


신자가 아니고 거의 무신론자인데 끈질기게 신학적인 사유. 

.............. 이런 것에도 "국내 도입 시급"을 외치고 싶어진다. 

아이가 저런 사유 하는 어른으로 성장할 수 있는 사회가 되어야 하지 않겠는지요. ㅎㅎㅎㅎ;;; 다소곳하게 -는지요. 아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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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4-10 12: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4-10 13: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라로 2022-04-11 15:4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바로 위의 소년이었을 때 사진을 보고 이 사진을 보니까,,,

몰리 2022-04-11 16:58   좋아요 0 | URL
소년은 쉽게 늙는데
학문을 .......... 무한히 이루신 아도르노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