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인터뷰 들으면서 아주 강력히 끌렸던 책이다. 

저자의 말이 책에 대해 자극하는 관심의 척도 1-10으로 한다면, 10. 10. 10. 10000000. 10의 10배의 10배의. 

저자의 말 듣고 책에 대해 이 정도로 관심이 가는 경우는 많지 않았던 거 같다. 궁금하다, 언제 확인해 봐야지. 마음에 든다고 해야 대개는 저 정도 느낌. 이 책은, 


혹시 책이 나를 실망시킨다 해도 

당신이 이 책을 썼고 

그리고 책에 대해 지금 당신이 한 것 같은 그 말들을 했다는 것에 대해서는 

영원히........  

잊지 않을 거 같. 

내 안의 무엇이 영원히 바뀐 거 같습니다. 

감사드립니다.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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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처드 홀브룩은 나는 처음 들은 이름. 

미국 정치, 외교에 조금 관심이 있다면 모를 수 없지만 그렇다고 아주 대단히 국제적 유명인은 아니었던 인물. 

41년생이고 2010년 타계. 미국의 외교관. 카터 시절 국무부 차관으로 시작하여 클린턴 시절에도 국무부 차관, 오바마 행정부에서도 국무부 차관이었던 인물. 


그의 "job ambition"은 국무부 장관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그 밑까지는 가도 거길 가지 못함. 

그리고 그건 그의 인간적 결함 때문이었다. 그는 너무 많은 적을 만들었다. 그에게 가장 중요한 인물들이 그를 진심으로 염오하게 만들었다. 오바마와 처음 만나는 건 오바마가 초선 당선이 확정된 직후였는데, 그는 그에게 보스니아 내전에 대해 자신이 썼던 책을 주고 (그렇게 자기 선전을 하고), 그리고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 "미국 역사 최초로 흑인 대통령이 당선했다는 것에 감격하기 위하여 내가 흑인일 필요는 없을 겁니다." 그렇게 그는 오바마와 만나고 30분 안에, 오바마가 자기를 영원히 혐오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그에게 "job ambition"만 있었던 게 아니었다. 무엇이 될 것인가 (to be), 만큼 무엇을 할 것인가(to do)가 그에게 중요했고 이 점에서 그에게 비상한 에너지와 통찰이 있었다. 힐러리 클린턴이 이것을 이해했던 인물이다. 힐러리는 그의 인간적 결함을 감수하면서 그의 최선을 끌어내고 그가 자기 일을 할 수 있게 했다. 워싱턴에서 그를 사랑했던 극소수의 사람들이 있는데 힐러리가 그 중 하나다. 


리처드 홀브룩이 죽었을 때, 미국이 자신의 "이상"과 함께 세계 질서를 주도하던 시절도 끝났다. 그의 죽음과 함께 한 시대가 끝났음을 알면서, 적들에 에워싸여 살았던 그임에도 수많은 이들이 그의 죽음을 진심으로 애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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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가 해준 얘기는 대강 정리하면 저런 거였다. 

이런 대수롭지 않은 얘기에 그렇게 강하게 반응하게 되던 건, 공적인 삶에서 중요했던 인물을 이해하고 평가하는 저자 자신의 에너지. 그 인물의 결함도, 그 인물의 강점과 성취도 깊이 보고 정확하게 평가한다는 것. 


한국 현대사에서 그렇게 이해하고 평가할 인물들이 얼마나 많은지. 

그러나 그 이해와 평가가 얼마나 없었는지 (한 번도 없었던 거 아닙니까......... 최소 6백 페이지 평전이 나와야 할 인물들이 여럿인데 그 평전이 없다, 기준으로 하면). 그 이해와 평가가 뿌리 내리면 얼마나 삶이 달라질 것인지. 


(*서재 회람(?)은 못하면서 뜬금포 포스팅 하고 갑니드.... 벽돌책 전기를 생산하는 우리가 됩.......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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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아침 들은 얘기. 

뉴욕 타임즈 서평 팀의 아트 디렉터 인터뷰였다. 

그는 서평 관련 일러스트레이션도 하지만 책 표지 디자인도 하는데, 디자인 했던 책 중 이 책이 기억에 남는다고. 



"어떤 책을 좋아하는가?" 이 질문에 그는 이렇게 답했다. 

"사람으로는 싫어할 바로 그것을 가진 책. 오직 자신에게만 몰두하는 책. 이 세계에 자기 주제 외의 주제는 없다는 듯이 행동하는 책. 온전히 자기 주제에 몰입함을 보여주는 책." 



이 말이 

책을 쓰려 하는 모두에게 주는 막대한 격려, 그게 있다고 생각합니다. 

기억할 때마다 용기의 원천이 될지 모를. (가까운 미래에) 회고록 저자로서 저 말을 오래 오래 생각해 봅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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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canny Valley by Anna Wiener | RoscoeBooks




6월 독보적 챌린지 참가했다. 인증 캡처를 전화기에서 이메일로 보내려고 몇 번 시도했으나 다 안되었다. 무슨 일임. 이거 왜 이럼. (사진 저장, 이런 것도 안하고, 못하고, 아주 가끔 찍은 사진을 컴으로 옮겨야 할 때 전화기에서 이메일로 보내기, 하는 정도만 해왔다. 아니 이게 안되면..... 사진 찍고 보내기 위해서라도 사춘기를 다시 살아야 하겠). 이메일로 보내기 말고 뭐가 있나 보니 북플로 보내기 있어서, 보내 봄. 그래서 인증 사진이 아래 포스팅으로 보내졌습니다. 



작년 연말까지 거의 매일 만보이상 걸었다. 

그러다 어느 시점 읽어야 하는데 읽고 싶은, 매우 읽고 싶은, 책들이 갑자기 많아져서 

얼른 집에 가서 그거 읽어야 한다.... 심정 되다보니 걸음 수가 확 줄어둠. 4천보. 많아야 5천보. 


만보 정도 걸으면 

책상 앞에 앉을 때 허리가 꼿꼿한 편이다. 자각하지 않아도. 

5천보 이하가 되면 꼿꼿하려고 자각해야 한다. : 이런 차이 있다고 생각한다. 

운동에 복잡하게 신경과 시간 쓰기 싫다면 만보 걷기 매일 해라. 이거 정말 맞지 않나. 

최소 살이 더 찌지는 않고 자세가 유지된다, 만보 걷기만 하더라도. 그러나 5천보 이하가 되면....  


6월 기록을 보면 5천보 이상 걸은 날이 거의 없음. 

이게 다, 얼른 집에 가서 책 읽겠다고 ..... (걷는 시간을 제일 좋아하던 시절이 그렇게 오래 있었음에도) 그랬던 것인데, 아휴 그래봐야 뭐함. 읽으면 뭐해. 안될 텐데. 이제 운동가나 되어라. 매일 운동이나 해. 


밀레니얼 세대 다시 보게 된다. 

...... 그래서 밀레니얼이 쓴 저 회고록, 실리콘밸리의 문화를 비판한다는 저 회고록에도 

읽기 전에 이미 존경심;;;; 준비하고 읽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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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쟝쟝 2022-07-03 09:2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 밀레니얼예요 (수줍) 🤭 저술중인 회고록 응원합니다.
제가 글쓰기 운동 회고록 집필운동의 스피커가 되어 알라딘 서재에서 놀고 있습니다ㅋㅋㅋ
올해도 남은 반년 화이팅 입니다 ^^ 그리고 몰리님, 만보는 좀 부담스러우니까 꼭 하루 7천보씩은 꼭 걸으세요! (강제)!

몰리 2022-07-03 10:34   좋아요 2 | URL
밀레니얼 연구자가 쓴 책에 충격받고는, 그래 회고록에 쓰자. 한 챕터가 되어야 한다. ˝밀레니얼이 나를 교조적 잠에서 깨우다˝. ㅎㅎㅎㅎㅎ 아니 근데 니가 뭐라고 교조적, 교조적 잠 씩이나. 대책도 이유도 없던 잠 아니냐. 그렇긴 하지만, 아무튼 내용은 저 비슷해야 한다. 밀레니얼이 내게 삶의 전면적 재평가를 하고 모두를 새롭게 보게 하고 운동가로 다시 살게 시켰음.

그런데 회고록을 쓰겠다 작정은 그냥 그 자체로 정말 아주 좋은 작정이었어요. 작정만으로도 제일 잘 한 일. 덕분에 정리되는 것들이 적지 않. 구상 단계에서는 마치 플라톤의 이데아처럼 내가 쓸 수 있는 가장 이상적인 문장으로, 가장 이상적인 방식으로 하고자 하는 말을 하는..... 이러게 되어서, 실제로 다 쓰인 다음엔 초라하게 느껴지는 결과 앞에서 깊은 실망을 하게 될 수도 있겠지만. 그러기보다는, 작정만으로도 제일 잘 한 일이었는데 끝내고나니 제일제일제일 잘한일........ 이 될 거같. ;;;;;

라로 2022-07-03 13:2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글 읽으면서 북플로 보내기 하세요 하려고 했는데 이미 파악하셨군요! ^^
저도 일이 아니라면 하루 3천보도 안 걸을 거에요. 그러니 걷는 것이 많이 줄었어도 걸을 생각을 하시는 것만으로도 훌륭하세요!! 밀레니얼 세대 저도 라떼라 아래로 봤는데 그들이 쓴 글을 읽으며 생각이 많이 바뀌고 있어요. 암튼 몰리님 매일 글 올려줘요!

몰리 2022-07-03 15:25   좋아요 1 | URL
살아본 적도 없는 거 같은데 이렇게 갑자기 밀려나는 느낌. 이 변화를 받아들여야 하는구나, 생각하고 있으면 눈물 범벅되는 심정이 되기도 하는데, 그보다는 뭔가 다행스럽고 좋은 느낌이에요. 밀레니얼들에게서 이제 배워야지. ㅎㅎㅎㅎㅎ 이게 점점 당연해지고. ㅜㅜ 슬픈데 또 다행이고. ;;;; 매일 서재에 글 쓸 수 있게 되기 위해 애쓰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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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780241015247: Complete Works - AbeBooks - Montaigne, Michel Eyquem De:  0241015243




몽테뉴. 영어 번역 이걸로 갖고 있다. 

50년대 즈음 초판이 나온 걸텐데, 그 초판으로 한 14년 전쯤 산 거 같다. 

중고 물량이 많다보니 이 두껍고 크고 무거운 책이, 좋은 상태여도 단돈 4불, 5불. 그랬던 거 같다. 

이 책은 넘겨보기도 쉽지 않은 책인데 (독서대에 잘 맞지 않는다. 억지로 낑겨 넣어서 어떻게 독서대에 놓여 있게 하면 페이지를 넘기기가 쉽지 않고. 그렇다고 바닥에 놓고 보랴. 등등.....) 어느 날 힘들게 보고 있다가 .... 막 조용히 격하게 감탄한 적 있다. 


그렇군요. 

이래서 그렇게들 고전 고전 하시는 거군요. 

심정이었다. 내용은 기억나지 않는데, 갑자기 인생이 달라지던 거 같은 느낌은 기억남. 그리고 그 후.... 혹시 내가 돈을 많이 벌면 이 책 전용 독서대를 만들어야지. 같은 생각도 했었다. 독서대 뿐이랴. 이 책을 읽기 위한 방이 필요하다. 그 방에 그 독서대를 놓고 이 책을 읽으면서 노인이 되어야지. 그러고도 얼마 더 지나서는, 암벽등반을 할 수 있는 벽과 이 책만 있다면 .... 무엇도 두렵지 않고 무엇도 후회하지 않으며 여생을 살 수 있을. (.....)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함. 몇 페이지 읽지도 않은 책이면서 그런 느낌을 갖고 맘. 


Terzi의 책에서 몽테뉴도 제법 비중있게 논의된다. 


그런데 인문학에서 가장 중요한 건 사실 감정, 어른의 감정이 아닌가? 

어느 전통 안에서 단련되는 감정. 그것이 있느냐 없느냐가 대가냐 아니냐를 가르기도 하고. 그런 거 아닌가. 

전통을 수립하지 못했고 그렇다보니 "권위"라는 게 있어본 적도 없는 곳에서는, 그러므로 인문학도 (당연히) 허약한 거 아닌가. 그러니까 한국 말입니다. 


저런 얘기 하다가 눈으로 하는 돌팔매질 당한 적 있다. 말로 하는 ㅎㅎㅎㅎㅎ 욕을 들은 적도 적지 않. 

그만 해야. 아무리 생각해도 이게 그런 거 같다면, 말을 할 게 하니라 글로 모두를 회고록으로 보내야. 


*하여 저는 또 (이번엔 실제로) 회고록 쓰다가 오겠습니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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