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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빨간 거짓말 - 카네기 메달 수상작 ㅣ 미래인 청소년 걸작선 10
제럴딘 머코크런 지음, 정회성 옮김 / 미래인(미래M&B,미래엠앤비) / 2010년 11월
평점 :
절판
에일사는 '동물 돌보기'나 '공항'같은 것에 관심이 있다고 적어냈다. 그런데 어찐 된일인지 올 들어 다섯 번째로 그녀에게 주어진 '일터의 사람들'이란 주제의 과제는 엉뚱하게도 시내 도서관을 반나절 동안 견학하는 것이었다. 아마도 학생 자신의 희망에는 아랑곳 없이 제비뽑기로 정한 것 같았다. 아무도 '도서관'에 관심이 있다고 써내지 않았을 테지만, 누군가는 도서관을 견학해야 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9쪽)
이렇게 해서 에일사는 도서관에 견학을 간다. 그곳에서 한 남자를 만나게 된다. 남자는 초록색 코르텐 재킷에 팔꿈치와 겨드랑이, 단추구멍 둘레가 닳아빠진 낡은 옷을 입고 있다. 칼라 밑에는 녹색의 나비넥타이가 있는데 매여 있다기보다는 걸쳐진 상태라고 한다. 흰색 크리켓 바지도 역시나 낡아있고 군데군데 해진데다 양 무릎 가득 풀물이 들어있다. 가죽 구두 역시나 너덜너덜 여기저기 헝겊 조각으로 기운 흔적이 보였는데 외모는 지적인 분위기를 풍겼다. 머리는 다갈색 곱슬머리였고 돌출한 파란 정맥이 인상적이며 짧은 턱수염에 열려 있는 셔츠 속의 창백한 피부 때문인지 외로워보였다.
그는 에일사에게 다가와 도서대출증이 있냐고 묻고는 에일샤가 대출증이 있다고 하자 자신이 읽고 있는 책을 대출해달라고 부탁한다. 잠시후 사서가 나타나 한동안 도서관에서 어슬렁거리던 그에게 당장 나갈것을 요구하고 그는 에일사에게 머물 곳이 없는 자신에게 일자리를 줄수 있겠느냐는 제의를 한다. 그러자 에일사는 경찰을 부른다는 사서의 말에 순간적으로 자신의 가게에서 점원을 구할지도 모른다고 대답하게 되고 그는 밖에서 에일사가 나오기를 기다린다.
그는 에일사의 골동품가게에 갑작스럽게 취직하게 된다. 그는 월급을 한푼도 받지 않고 밥과 거처만 제공해달라고 한다. 에일사네 골동품 가게는 마침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경영란에 시달리며 겨우겨우 입에 풀칠이나 하고 살아가고 있었다. 그들에게 서서히 갑작스러운 남자의 출현으로 서광이 비치기 시작한다. 그 비결은 골동품 하나하나와 연관된 이야기에 매료된 사람들이 그 물건을 사게 된것이다. 그 남자 MCC버크셔가 현대판 아라바인나이트 처럼 이야기를 품어내기 시작한다. 그말에 사람들의 닫힌 마음은 빗장을 열고 그의 이야기세계로 흠뻑 빠져들게되고 그가 말하는 물건들을 사간다.
처음에는 말도 안된다며 그 물건은 좋지 않다고 너무 양심적이고 사실적으로만 이야기하던 장사꾼으로는 영 제로인 에일사의 엄마도 그의 이야기들에 매료되어 물건을 사러오는 사람들에게 이야기할것을 종용하기도 한다. 그는 판 물건값으로 기본적인 생활비외에 수많은 책들을 사서 서서히 비워진 자리를 채워간다.
우리는 노래를 들을때 그 노래만 듣는 것이 아니라 그 노래와 관련된 추억속에 빠져든다. 그처럼 이 책 [새빨간 거짓말]은 거짓
말에 대한 거짓인지 진실일지 모를 과거를 이야기하고 수많은 이야기들속에서 새로운 무언가를 찾아낸다.
"버크셔 씨는 존재하지 않는데, 우리는 그의 이야기를 사실로 받아들이고 있어. 그렇다면 가능한 설명은 오직 하나뿐이지."
순간 머릿속이 텅 빈 것 같으면서 하늘이 더욱 하얗게 보였다. 깨달음의 실체는 번갯불이나 천둥처럼 빠르게 떠오르지 않았다. 그것은 먼지를 막기 위해 오래된 가구에 씌우는 하얀 천처럼 서서히 그녀를 감쌌다.(302쪽)
과연 버크셔는 누구일까?
마치 장자의 꿈이야기가 생각난다.
내가 나비꿈을 꾼것인지 나비가 장자가 되는 꿈을 꾼 것인지......
인생이란 연극이기도 하다는 생각을 문득문득하게 된다. 그렇다면 내가 원하는 배역은 무엇일까? 어렵고 곤란한 상황에 놓여있을때 만약 내가 연기자라면 나는 어떻게 연기하는 것이 좋을까? 라는 생각을 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