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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식 이야기
베르나르 키리니 지음, 임호경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9월
평점 :
각양각색의 새로운 단편들이 들어있다. 보통상식과는 좀 거리가 먼 상상의 세계를 탐험할수 있는 시간을 선사한다. 저자의 이 두번째 소설집 [육식 이야기]로 저자는 벨기에의 공쿠르 상이라 불리는 최고의 문학상 빅토르 로셀 상과 독특한 스타일의 글을 쓰는 작가에게 주는 스틸상을 그리고 프랑스와 벨기에에서 주는 문학상등을 수상했다. 도대체 어떤 글이길래?
책을 여는 첫부분을 읽을때 느낌은 일반적인 소설들과 다른 상상력의 결정체라는 느낌이었다. 일반적이지 않은 이야기들의 열거를 보는 듯한 도통 눈에 들어오지 않는 그런 글이었다. 그래서 책을 손에 쥐고 나서 한참을 망설이며 책을 읽어내지 못했다. 그러다가 어서 읽어야한다는 강박감. 그리고 이 책속에 도대체 무슨 내용이 있을까? 라는 궁금증과 함께 어려운 수학문제를 푸는 심정으로 읽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서 몇번을 보다말다를 반복하다가 점점 손에 익어가면서 책의 독창성에 매료되었다.
마치 개그콘서트를 보면 말도 안되는 이야기들이 연결되어서 하나의 이야기를 그리고 웃음을 선사하듯이 이 책 역시 그런 짤막한 단편들이 상상력의 문을 노트한다. 그 문을 하나하나 열었을때 새롭고 놀라운 세상이 펼쳐지는 느낌을 받게 된다. 책에 대한 느낌을 쓰려고 쓰는 있는 지금도 여러가지 방해를 받으며 쓰게 되었다. 뜬금없이 누가 문을 두드리고 절에서 왔다고 하지를 않나. 그리고 평소에는 교회다닌다고 하면 그냥 갔었는데 문앞에서 집요하게 자신을 들여보내줄것을 요구하지를 않나, 내가 이 글과의 시간을 갖는 것을 빼앗고 싶기라도 하듯이 한참이나 뭐라고 말하다 갔다. 그리고 또 전화벨이 울렸다. 그래서 어서 이 글을 써야한다는 일념으로 상대와 통화를 간략하게 하고 겨우 이 앞에 앉았다.
이 놀라운 일들이 현실이라면 나는 미쳐버릴 것이다.
그것들이 상상의 것이라면 난 이미 미쳐 있는 것이다.
ㅡ 앰브로스 비어스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자면 [밀감][아르헨티나 주교] [ 귀 있는 자는 들을지어다]등의 14가지의 단편이 들어있다. 모두가 독특한 향을 내고 있다. [밀감]은 조용히 쉬기 위해 한 남자가 호텔에 장기투숙을 한다. 그의 바램은 완벽하다 못해 지루할 정도의 상태가 되었고 홀로 있는 또 다른 한 남자를 주시하게 된다. 그는 자신의 쥬스병에 무언가를 집어넣고 단숨에 들이킨다. 그 모습을 보며 집어넣은 것이 약이냐고 묻게 되고 호기심의 대상인 그 남자는 아니라고 말한다. 그리고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의 이야기는 평범함과 거리가 멀다. 한 여자를 우연히 만나게 되고 그 여자에게서 놀라운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평범하지만 미로처럼 꼬여있다가 평범한 진실이 밝혀지는 것이 아니라 말도 안되는 상상을 초월하는 현실이 펼쳐진다.
[아르헨티나 주교]에서는 계속해서 썽둥이처럼 자신과 똑같이 생긴 자신이 생겨나는 주교에 대한 이야기이다. 마치 가시나무새라는 우리가요처럼 내 속에 내가 너무도 많아서가 아니라 실제로 현실화되어 나타나는 나를 만나게 된다. 어느날 주교에게 자신이 한명 더 생기고 그 고통을 이겨낼 즈음에 또 다른 내가 생겨난다는 허무맹할하지만 마음속에서는 그럴수도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드는 그런 이야기.
다른 사람들이 자신에 대해 하는 이야기를 듣게된 한 남자의 이야기를 다룬 [귀 있는 자는 들을지어다] . 이미 세상을 떠난 작가에 대한 이야기를 담담하게 써낸 [지금은 모두 죽어버린 몇 작가에 대하여], 엄청난 재앙을 아름답다고 말하는 사람들을 보여주는 [기름바다]등 새롭고도 상상속에서 벌어질만한 그렇다고 생각의 눈으로 봤을때 아니라고 딱히 말하기는 묘한 그 무엇을 느끼게 하는 이야기들이 담겨있다. 앞부분의 알수없는 고통을 넘어서니 점점 펼쳐지는 이야기의 화려한 나래가 보이기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