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가지 주제만을 반복해서 그린다. 


김창렬의 물방울시리즈. 아톰과 주먹의 김인작가. 트라우마에 가까운 사연을 가지고 있다. 그런면에서 예술은 치유의 능력을 가지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최근의 그림들은 소재의 독특성과 자신만의 주제 의식이 과도한 건 아닐까? 그래도 같은 주제를 반복하는 건 일이자 노동의 연속은 아닐까? 사역은 아닐까? 재미라는 요소는 어디에 자리잡고 있을까? 설렘은 있기나 한 것일까? 


그동안 전시를 보러 다니면서 든 의문이자 문제의식이 이것이다.


비단에 금분 채색이라? 4-5년전 손바닥크기의 작품전이 있어 다녀왔다. 섬세함과 독특한 질감의 작품은 매료되기에 충분했다. 


작가를 만나기 앞서 이런 마음은 풀리지 않는다. 비는 오고 예정된 시간보다 차는 막혀 미안함이 물밀듯이 몰려온다. 대절 버스에 내리자 마자 택시를 타고 두시간이 훨씬 지나 가까스로 작업실에 도착. 호흡을 가다듬기엔 짐들이 많다. 


넓은 작업실. 한 쪽 벽면으로 길게 늘어선 대형 캔버스 위론 작업이 한창이다. 그리고 그 앞 바닥엔 일년생 풀들을 끈으로 묶어 부케를 연상하게 만든다. 


그렇게 시작한 이야기 가운데, 생경함이 밀려온다.

그동안 작업들이 설렘이자 기쁨이었다니. 들으면서도 설마. 그럴까 하는 생각이 스몄다. 


넓은 작업실, 작품들을 빼곡히 배열해 둔 공간. 편안한 소파. 차 한잔의 여유공간까지.


.


한달 전쯤, 경주 우양미술관에 들렀다. 40대초반의 장줄리앙 전시를 보면서 든 해방감. 그 다양성. 발랄함. 설렘.


그 사이. 그 사이 어디쯤.


. . .


주선인 안** 후배와 작가의 만남 뒤로 작업실을 알아보고 꾸몄던 긴 시간이 지나 건네 준 책과 추천도록을 살펴본다.


. . . .


그래 선입견이었다.  큰 주제와 커다란 반경 속에 다채로움은 놀랄만큼 많이 확장된다. 영상, 나무조각. 풀벌레. 마른풀과 중첩. 살펴보니 충분히 설레고 남을 법하다. 언니의 죽음까지 사연과 곡절만큼 공부도 함께 한 듯싶다.


볕뉘.


그렇게 고민을 넣을 큰 마음의 서랍을 찾아야겠다. 그런 방법을 찾아서 넣어 두고 있다. 반기 정도 숙려기간을 두어 맥락을 잡아보려 하고 있다.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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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1. 공간 섭외

 공간예술가와 시인이 준비작업을 같이 해주었다.  신년이 되어 카니발 한가득 짐을 싣고 #구석으로부터 에 부려 하나씩 이층 대강당에 펼쳐둔다. 물론 그 짐을 싣기까지 분류하고 정리하는 것이 쉽지는 않았
다.  눈 견적으로는 지하 1층부터 3층까지 분할된 공간이지만, 3여 년 전에 전시 경험에 비춰 그 공간은 있어야 할 것 같았다.


 코로나 기간과 겹친데다가 시간 간극이 있는 상황에서  두 번째 전시를 가장 좋은 시공간, 이 곳 대전에서 하게 되었다. 물론 위 관계자의 도움과 지인들의 격려가  힘이 되었다.

2. 비평

 두 큐레이터는 제 3자의 시선으로 보거나 보게하는 것이 어떤가 하는 제안을 했다. 불편할 수 있지만 응당 그러하겠다고,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판단되었다. 그동안 작업에 대한 거리감을 두는 것이 스스로 이득이 되는 일이기 때문이다. 

3. 정리와 분류

 그 동안 써둔 후기들과 인터뷰 내용을 다시 긁어 모았고, 평론을 받기 위해 자료들을 정리했다. 일목요연하게 활동내역도 만들었다.  그러면서 작년 지인이 다녀간 뒤 정리하기 시작한 작업물들도 갈래가 잡히기 시작했다.

4. 공간 구성

 오고 가면서, 작업하면서 이 시공간을 어떻게 할까 뒤집기를 수십 번 고민한다. 달팽이책방에서 전시한 책시리즈와 조소작품들, led 3D액자 작품들은 일부 살리고 싶었다. 그래서 몇 달전부터 카니발에 짐을 가득 싣고 날랐다. 그리고 또 한번 짐을 꾸려 #구석으로부터 에 풀기 시작했다. 그 동안의 고민이 무색하게 공간예술가님은 단박에 메인을 1층으로 2층은 준비과정을 볼 수 있게 테이블을 제안했다. 시원스러웠다. 몇 달간의 고민이 무색하게 말이다.

4.1 1층 전시실 - 시리즈 별 메인 작품들 설치와 조소
4.2 지하 기도실 - led 액자 가운데 최소화(쉬-어,가:다 展)
4.3 이층 대강당 - 소형 테이블 설치 및 실험연구공간의 느낌이 나도록 공간구성. 테이블 당 2,3개 시리즈 공간
4.4 3층 종탑 공간 - 책 주제 시리즈: 그림과 판화, 아크릴볼 조소로 구성(差,오르다 展)

5. 설치 작업

야근, 철야 작업을 마다하지 않고 서시인은 스토리 라인을 만들어주고 포인트를 잡아주었다. 끊임없이 대화하고 소통하면서 점점 추려내고 잘라내었다. 콜라쥬 시리즈나 바다 시리즈, 일출일몰 시리즈, led 3D액자 작품들은 대부분 의문의 일패다.


덧글. 


 구석으로부터 송대표님과 서시인이 큐레이팅과 함께 글 감수까지 같이 봐주셨다. 감사드린다. 긴 시간동안 책과 시와 그림을 나눌 수 있어 무척 고맙다. 먼 바다에 와서 함께 묵으면서 마음을 나눠준 지인들에게도 이 자리를 빌어 진심으로 고맙다는 말씀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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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4-14 08:0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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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4-14 08: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4-14 08:5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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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4-14 09:0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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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4-14 10:0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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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4-14 10:0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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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4-14 10:2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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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4-14 10:2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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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울 2023-04-15 06: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소식 궁금하신 분들은 비밀댓글로 주소주시면 초대엽서와 팸플릿 보내드릴께요. 늘 감사드려요^^

2023-04-17 12: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4-17 12: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5-26 15: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5-26 16:3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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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amoo 2023-09-05 13: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글을 늦게 서야 보게 됐습니다. 여울 님, 작가이시군요!! 예전에 풍경시리즈 그리신 거 봤는데...
혹시 초대엽서와 팸플릿 아직 남아 있으시면 늦었지만 받을 수 있을지요..

종이에 작은 사이즈로 그리시는 거 같은데...그림이 크면 정말 좋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여울 2023-09-05 13:59   좋아요 0 | URL
네 비밀댓글 남겨주시면 보내드릴께요. 살펴주셔서 감사드려요.^^

2023-09-05 16: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여울 2023-09-06 11:04   좋아요 0 | URL
등기로 보냈어요. 며칠 뒤 받아보실 수 있을듯요.

2023-09-08 09: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여울 2023-09-08 09:47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8년째 접어드네요. 3년차부터 개인전을 시작했어요. 여러 방법, 여러 재료들을 접목시키려고 하고 있어요. 50호 작품들도 있구요.

여울 2023-09-08 09:56   좋아요 0 | URL
벤 샨의 《예술가의 공부》챙겨보셨나요. 그림 작업하면서 많은 도움이 되었다는

yamoo 2023-09-08 13:3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좋은 책 소개 감사합니다! <예술가의 공부> 주문했습니다!!
 




봄이 졌다. 


꽃잎들은 나뒹굴고, 꽃비늘들은 어린아이의 탄성을 비껴간다. 그 투명하고 맑은 색들이 한 차례 대지를 채우다가 또 다른 색들의 찬연으로 자리를 물려주고 있다. 어른의 찬탄으로 이어지는 것은 자랑스러운 일이다. 


대동 매화, 차 밭, 모작을 담아본다. 


연두가 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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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amoo 2023-04-04 14:1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오~~ 종이에 그린 풍경화인데, 느낌이 있네요. 서정 추상쪽에 가까운듯합니다. 작은 사이즈 같은데 액자에 담으면 훨씬 좋을 듯합니다~

여울 2023-04-04 16:58   좋아요 1 | URL
yamoo님, 네 잘 보셨습니다.^^ 담백하게 여러 작품 그려봤어요. 의견 감사드려요.

615세대 2023-04-14 16:1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나도 느낌이 있는데...이 느낌을 뭐라 할까...술 한잔 해야겠다.
 





 아크릴 패드에 청동 부식액을 뿌려 비닐로 밀봉을 하고 밖에 둔다. 하지만 어처구니 없게도 예상과 다르게 거무칙칙하다. 어떻게 한다. 어떻게 써먹을까. 처박아둔다. 곰곰이 살피다보니 폭포도 바다도 섬도 한 가득이다. 거인들 모습과 해와 달도 심어둔다. 


 택배 박스에 온 뽕뽕이와 못쓰는 신용 카드를 잘라 톱니문양을 만들어 본다. 그런대로 봐 줄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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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이 있을까. 문제가 있으면 반드시 답이 있을까. 답이 없다는 것을 발견하는 것은 얼마나 큰 사건인지 수학사는 문제가 잘못된 사건들을 선처럼, 면처럼, 색처럼, 면도날처럼 드러낸다. 유클리드의 기하학이 잘못된 것을 알자 칸트는 의문의 일패를 당한다. 선험적인 것은 없다. 진선미 역시 그렇다.

<피타고라스의 정리>, <카렌바라드의 면도날>, <갈루아의 해>. 답이 없는 문제를 발견해내야 하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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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5세대 2023-04-14 16:1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답을 할 수가 없다.
답해버리고 말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