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친상으로 한 달 미루어진 강연 준비를 거의 마친다. 보조자료 파일을 보내고 피피티 자료도 만들어둔다. 그런데 왜 일까? 지금이 아니라 타이포그래피는 일년 전의 일이기때문일 것이 아닐까. 


-1. 다시 하나하나 글을 읽어내 워딩을 하다보니 발췌하고 기록한 것을 착각하고 있는 것도 제법이다. 


0. 그래서 고민이다. 전시 뒤 반년이 지난 흔적들을 겹치도록 해야겠는데, 방식이 적당하지 않다.


1. 키워드를 메모해본다. 이분법(이항대립). 무의식, 자본주의,우울, 타자. 늑대.환원주의 현상,관계,하기,프락시스, 실천, 상보성,미결정성,실타래 등등


-3. 어제 11월말 준비중인 전시장을 다녀온다. 개요와 인터뷰 그리고 위치까지 다시 점검을 해서 큰 걱정거리가 아니다. 오고가는 길 큐레이터에게 중간 강연 자료를 건네주었는데 시큰둥한 반응.멜랑콜리는 아닌 것 같다고 말한다. 그러게요. 다 예전이긴 한데. 불쑥 들어간 그 녀석은 어디 어느 부분을 적을 것인지 아직도 불발이다. 죽음을 품에 안게 되는 것. 르네상스 시대 개인이라는 의식과 더불어 긍정적 마인드로 전화시킨 개념이긴 한데, 이 양반은 김동규라는 교수 전문분야이기도 하다. 그러고보니 노벨상 작가 작품도 그 제목이었군. 이런...


2. 그래서 타이포그래피 전후로...그 기록들과 다르다는 부분을 강조해서 이야기를 하면 어떨까라는 고민을 슬쩍해본다. 잇고 싶은 마음이 큰 듯싶다. 전후를.


3. 미리 올라가 타이포그래피 작품을 강연장에 배치해볼 요량이다. 그러다보면 조금 나은 안이 나오겠지. 잘 마치고나면 겨울전시와 내년 전시준비에 속도가 붙을 듯하다.



댓글(0) 먼댓글(1) 좋아요(1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1. 강연마무리_너는 너의 삶을 바꿔야 한다 展
    from 木筆 2023-10-27 13:26 
    지금 인간들은 두 마리의 개를 키우고 있다.선입견과 편견이다. 덕분에 사색의 감옥, 아니 삶의 감옥에 갇혀 다른 삶을 볼 수 없다. 그 우물은 좁고도 까마득히 길고 깊다. 한번 빠져나가도록 올라가보자. 1. 은 없다. 여긴 외로운 섬이다. 나밖에 없다. 너라는 흔적조차 없으니 점점 잊는다. 건망증도 아니고 여긴 대체 나를 가늠할 길이 없다. 이게 무슨 꼴이란 말인가. 혹자는 이를 너라는 말을 곁에 둔다. 나를 주체라 부
 
 
 

-1. 


타이포그래피 전시강연자료집을 만들어 보낸다. 10꼭지. 그래 이 정도면 괜찮겠지 싶다. 내일 전후 이력을 보태어 놓으면 그런대로 오고 간 길의 흔적이 남겠다 한다.


 -2. 


작업실 갈 엄두를 내지 못하는 바쁜 날이다. 어제는. 찹쌀에 오곡을 넣고 밥을 하고, 남은 양파를 남은 애호박찌개에 넣어 저녁국밥을 해 먹는다. 정리해둔 책장에 책들을 살펴보고 쉬다 놀다하다 일찍 잠들어버린다. 


 0. 


한밤중에 깨어 가지고 온 책을 든다. 2부를 마저 읽다. 마지막 시.


현弦


춤을 출거나

콩깍지

조르르 콩알

어디 갔을까

장길 실개울에

빠졌다

두붓집 간수에

빠져버렸다

끝없는 추석 하늘

그을은 일각 一角

거미줄에 걸린 현 弦


춤을 출거나.


박재삼 박목월 박용래  누가 낫다 할 수 없구나 싶다.  그리고 3,4부를 아껴두고 남은 잠을 자다. 쌀쌀해지는 새벽, 이불을 꼬옥 감싼다.


대전에 가면 박용래문학관을 한번 살펴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1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hnine 2023-10-24 13:4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박용래 시인이 대전 출신인것은 알고 있었는데 대전에 박용래문학관이 있나요? 모르고 있었어요.
<현>이라는 시는 악보를 보고 쓴 시 같아요.

여울 2023-10-24 16:04   좋아요 0 | URL
오류동이 본가인 듯요. 대전역 인근에 대전문학관이라고 있어요. 자세히 살펴보지 못했는데, 한번 둘러봐야할 듯 싶어서요.
 

 -2. 목감기가 쉽게 떨어지지 않는다. 간단한 목도리를 해도 저녁무렵이거나 찬기운이 스미면 기침이 인다. 가벼운 증상인데 약국에서 3일치를 지어준다. 왠 걸했는데, 왜이거뿐이냐는 소리. 결국은 3일치 들고 용각산의 힘을 빌어 잠재우고 있다. 


-1. 그 만큼의 시간이 흘러, 제법 라이딩도 순위경쟁 맛에 더 타게 된다. 결국 태양의 차고 넘침이 별에 가 닿지 않으면 무슨 소용인가라는 마지막절을 접하게 된다. 이 양반을 아포리즘의 대가, 시인에 가깝다고 여겼는데, 사실 소설가에 가깝다. 마지막 반전이라니. 개그치려고 무척 애쓰는  니체님.


0. 프리즘으로 비쳐지는 니체가 아니라, 원석 그대로 보고 싶었다. 이 인간이란 대체. 물론 그 확신이 든 건 피터(슬로터다이크)때문이다. 하지만 전혀 시간낭비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난 통째로 집어 삼켰다. 아니 오물조물 씹다. 단맛이 스며들도록 말이다.


1. 가장 웃기는 대목은 신은 인간을 동정하다가 그 동정심때문에 죽었다한다. 처음 들으면 이상하게 들린다. 그런데 '모든 이를 위한, 그러나 누구의 것도 아닌' 이 책에서는 여러 차례 반복해서 나온다. 하다하다 결국 동정심이란 인물을 파견하기까지 한다. 


2. 그는 미적지근한 자들만 상대하다가 드디어 차원높은 인간들이 힘들어 한다는 소문을 듣는다. 세상에나 차원높은인간이 있다니.


0.1 니체는 자아라는 이야기를 한다. 그런데 자아만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그 서술에는 자기 自己 몸이 늘 곁에 있다. 그는 몸을 이야기한다. 이웃을 사랑하라고 하지만 자기 자신부터 사랑하라라는 말을 잊지 않는다. 거기서부터 시작이다.


0.2 사물은 춤춘다. 얼마나 멋진 표현인가. 생동하는 물질. 살아있는 물질. 이런 표현보다 훨씬 낫지 않은가. (나만 그런가) 말이란 춤추는 걸 넘어서거나 너머서 이어준다는 말 역시 좋다. 정확한 대목은 생각나지 않지만 말이다.


0.3 우연. 우연을 가장 오래된 귀족이라고 한다. 이 양반이 이런 사람이었다니. 밑바탕에는 미래를 끌어당겨쓰거나 계획하거나 설계하거나 하는 것들이 얼마나 아둔한 일인가. 원인과 결과라는 인과로 설명하는 대목이 하나도 나오지 않는다. 그래 그 '우연'이라는 양념 요리를 이야기할 뿐이다.


0.3.1 그래 그 대목을 찾다가 이리 늦었다. "만물 위에는 우연이라는 하늘, 순진무구함이라는 하늘, 의외라는 하늘, 자유분방함이라는 하늘이 있다."라고 가르친다. 멋지지 않은가. 그리고 다음 장에 이런 말까지 걸어 놓는다. "약간의 이성, 별에서 별로 흩어져 있는 지혜의 씨앗, 이 효모는 만물에 섞여 있다. 지혜는 이 어리석음을 위해 만물에 섞여 있는 것이다! 물론 약간의 지혜는 이미 존재한다. 그러나 나는 만물에서 다음과 같은 행복한 확신을 발견했다. 즉 만물은 오히려 우연이라는 발로 춤추고자 한다."고 말이다.


0.4 어김없이 들뢰즈가 천의 고원에서 말했듯이 여기서도, 아니 니체가 먼저다. 늑대이야기가 나온다. 한없이 왜소해진 인간들은 겸손하고 양순함이 미덕인줄 알고 있다. 그 비겁함을 말이다. 그래서 그는 따끔을 한방 놓는다.  "그들에게 덕이란 겸손해지고 양순해지는 것이다. 그리하여 그들은 늑대를 개로 만들었고, 인간 자체를 인간 최고의 가축으로 만들었다." 고....이 대목을 피터가 인간농장이라는 말로 반복하고 있는 것이다.


3. 본론으로 돌아와서, 그는 차원높은 인간들을 만난다. 한심하기 그지 없는 인간들이다. 평등만을 주장하고 탓을 하는 천민들보다 조금은 낫지만 이들과 만날 때는 차원높은 인간이라고 전혀 느끼지 못한다.


4. 그는 망치와 모루라는 표현을 많이 쓴다. 일종의 담금질인데, 자신을 내동댕이치는 것도 포함되어 있다. 이럴 때는 극복이란 말을 쓴다. 높이는 깊이를 가지고 있다. 높이 올라가려면 그 깊이를 갖지 않으면 안된다. 


5. 차원높은 인간들을 그는 독수리와 뱀 짐승들이 인도하는 동굴로 가게했고, 그 자리에서 담화와 만찬을 벌인다. 동굴안에서 웃음 소리가 들리고 춤출 기세까지 보이기도 한다. 헌데 뭔가 미심쩍다. 사이 사이 인간들이 틀어지고 또 다시 섬긴다. 아무 것도 아닌 것들을... 이런 가련한 인간들이라니...정답이라는 가면을 쓰고 활개하는 꼴이라니....어처구니가 없다.


6. 그렇다. 그는 인간들을 아직도 동정하고 동정심을 풀풀 내보였던 것이다. 그러다가 아차 싶었던 것이다.


"모든 위대한 사랑은 모든 동정을 넘어선다. 위대한 사랑은 사랑의 대상조차 창조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나는 언제나 자기 자신을 극복해야 하는 그 무엇이다."


볕뉘.


0. 세상엔 알록달록한 것. 그 작은 것들 투성이다. 관조하려고만 할 뿐 뭘 하려고조차 않는다. 그리고 틈만 나면 기댄다. 스스로 서서 걷는 법조차 잊었다. 아 미적지근한 인간들이여. 이젠 제 몸의 온도마저 올리지 못하며 늘어져 있구나. 손가락조차 터널증후군에 걸려 들 힘조차 없구나.


1. 알고보니 여기서부터 길을 시작했구나. 말 많은 이들은. 어쩌다 이름얻는 이들은 이 걸 제 것으로 삼았구나 싶다. 시지프스 마저.


2. 어서 차고 넘치는 것들로 풍요로워지길.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주문한 시집들이 늦게 도착한다. 약속한 일정들이 끝나고 일터에 다시 들른다. 전에 작업하던 화실에도 인사 겸 들러본다. 분가를 한 지 백여일이 지난다. 작업실이라니. 


작업실에 들러 책을 펼친다. 그래 작업실이 아니라 야외가 안성맞춤이지. 가을하늘 아래 공원 벤치가 제격이야. <<풀잎>>을 챙긴다. 오늘은 아이들의 흔적이 없다. 


마스크에 깊은모자까지 쓴 걸음걸이가 서툰 중노인이 거닐다가 앉고 또 거닌다. 아주머니 한 분은 운동기구를 옮겨다니며 연신 운동이다. 흐린 하늘에 흰 구름 그리고 푸른 하늘도 조금 섞인 날이다.


풀잎이란 제목은 1,2로 두 편이다. 하지만 시의 전편 행간마다 풀잎의 흔적을 찾을 수 있으니 걱정마시라. 풀잎 2. 제일 마지막 시는 이렇게 끝을 맺는다.


(중략)

우리가 '풀잎'하고 그를 부를 때는,

우리들의 입 속에서는 푸른 휘파람 소리가 나거든요.


(중략)

우리가 '풀잎''풀잎'하고 자꾸 부르면,

우리의 몸과 맘도 어느덧

푸른 풀잎이 돼버리거든요.



풀잎 1 에서는


꽃보다

고운 이름.


흙보다

가까운 이름.


풀잎이여.

아 너 홀로

살아 있는 이름이여로 시작한다.


가을이다. 시인의 마음을 쫓아보기에 좋은 계절이다. 한 편 더 소개한다.


해당화


바다는 괴로울 때

몸 전체로 우는

버릇이 있다.


병들어 신음하는

지구덩어리를

그의 등에 업고

몸을 뒤척이는 바다의 곁에 서서


나는 두 손을 높이 들어

경의를 표한다.


이럴 때마다

바다와 나의 이웃에는

붉은 반점이 돋아났다.


동해안의

여름 해당화.


박용래를 만나러 가야겠다. 오늘은 그 공원 벤치에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평전이나 해설은 비교해서 볼 때 쉬운 편이다. 정작 그의 저서는 무척 어렵다. 읽기가 어렵다. 번역의 문제일까??. 아무 그렇지 않은 듯싶다. 글 자체가 어려운? 것일 게다. <<GREY ECOLOGY>>. 사실 이 책이 궁금하였는데, 탈출 속도의 한 장이 GREY ECOLOGY다. 



이 생태학은 자연에 의해서보다는 도시의 인공적 환경이 인간들 사이의 , 다른 공동체들 사이의 물리적 근접의 변화에 미치는 효과에 의해서 관심을 갖는 학문인가? 구역들 바로 주변의 근접, 엘리베이터, 기차나 자동차의 기계적 접근, 최근에는 즉각적인 원거리 통신의 전자적 근접이 존재한다. 동시에 땅, 주변의 통일성과 함께, 타인 부모 친구 바로 이웃과 함께 그 만큼 규모의 단절도 있다. 75



원거리 통신에 의한 극도의 근접이 초음속 통신수단에 의한 속도의 극단적인 한계를 대신하는 오늘날, 녹색 생태학 옆에서 회색 생태학을 새로 만드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을까? 상호접속되는 인텔리전트 '도시무더기들'에 의한 회색 생태학은 곧 유럽과 세계를 다시 개혁할 것이다.


우리가 실제로 도시 생태학에 대해 말할 수 있는 것은 원격작용의 원격기술에 의해 전복된 공간-시간의 이러한 상황 속에서이다. 생태학은 대도시의 대기오염이나 소음공해 뿐만 아니라 20세기말에 자리잡은 원거리 통신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이 '도시-세계'의 때 아닌 갑작스런 출현에도 기인할 것이다.76



대기권이나 수권의 오염이 아닌 질주권의 오염은 '영토'의 외관 '영토'의 지구물리학적 현실이 사라지는 것을 보게 될 것이다. 이 영토가 없다면, '사회집단'와 '동물'은 존재할 수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본래의 자연환경에서 존재하는 것은 여기지금, 즉시 자리잡는 것이기 때문이다. "인간이 자신의 영혼을 잃게 된다면 우주를 정복하는 것이 무슨 소용이 있는가?...지리적 죽음이기도 하다. 82,83



그가 말하는 원격시선을 갖게 되어버린 우리는 새로운 것이 없다. 냉소와 도시무더기에서 누에고치처럼 살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빛의 속도, 자동차의 속도, 기차의 속도, 말의 속도, 자전거의 속도, 걸음의 속도.....거꾸로 속도가 만드는 자장에 맞춰 삶의 박자는 공명하는지도 모르겠다. 영혼은 자라지 않고 지지직지지직 광파에 오염되어 압축되어버리는지도 모르겠다. 빛의 속도는 지구를 점으로 만들어버린 우주의 속도일 뿐이다. 안타깝게도 우린 지구에 사는 생명체일 뿐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