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과 꽃을 아는 이들이야말로 진정한 주인들 月 華やまことのあゐじ - 도도의 그림에 써 넣은 하이쿠다. 하이쿠의 창시자인 모리타케, 소칸, 테이토쿠 이 세삼이야말로 달과 꽃의 참된 이해자라는 것이다. 도도가 그린 것이 이 3인의 초상화였다. “보이는 것 모두 꽃이 아닌 것 없으며, 생각하는 것 모두 달 아닌 것이 없다. 보는 것에서 꽃을 느끼지 않으면 야만인과 다를 바 없고, 마음에 꽃을 생각하지 않으면 새나 짐승과 마찬가지이다.” 73

 

땅에 떨어져/뿌리에 다가가니/꽃의 작별 88

나팔꽃은/솜씨 없이 그려도/애틋하다 107

야위었지만/어쩔 수 없이 국화는/꽃을 맺었네 111

소리투명해/북두칠성에 울리는/다듬이질 112

추운 논/말 위에 웅크린/그림자 하나 117

먼저 축하하라/마음속 매화를/한겨울 칩거 120 ‘휴유고모리는 겨울 동안 추위를 피해 집에 머무는 일을 말한다.

향기를 따라 매화 찾다 보았네 곳간 처마끝 - 부유한 상인인 보센이 주최한 하이쿠 모임에 기후, 오가키, 미노 등지의 풍류객들이 참가해 렌가를 읊었다. 124

손으로/코 푸는 소리/매화는 한창 - 손으로 코를 푸는 품위 없는 것이 시의 세계에 들어오는 것, 그러면서 속되게 덜어지지 않는 것이 바쇼 하이쿠의 진수이다. 127

매화나무에/겨우살이하는 나무/ 꽃이 피었네 - 이세신궁의 하이쿠 모임은 이후 3백 년 동안 이어졌다. 고인이 된 아버지로부터 시의 재능을 물려받아 훌륭히 꽃을 피우고 있다는 의미다. 130

얼었다 녹아/붓으로 전부 길어 올리는/맑은 물 142

가을 깊어져/나비도 핥고 있네/국화의 이슬 163

나무다리 위/목숨을 휘감는/담쟁이 덩굴 - 밟기 두렵게/붉은 잎들의 비단/떨어져 깔려/사람도 다니지 않는/생각의 다리 164

말을 하면/입술이 시리다/가을바람 - “남의 단점을 말하지 말고, 자신의 장점을 말하지 말라라고 하이쿠앞에 적혀 있기 때문에 도덕적인 명언으로 해석되어 왔다. 남의 험담을 한 뒤에는 슬데없는 말을 했다는 생각 때문에 한기가 엄습한다는 것이다. 169

재 속의 불도/사그라드네 눈물/끓는 소리 172

나무 아래는 국이고 생선회고 온통 벚꽃잎 209

 

모란 꽃술 속에서/뒷걸음질 쳐 나오는/꿀벌의 아쉬움 82

 

볕뉘.

 

1. 꽃이 보고 싶었다. 한 겨울에 욕심일까. 후쿠오카 공항에 내려 가라츠로 옮기는 사이 들어오는 빛은 진초록이다. 옅은 바다. 가끔 귤도 보인다. 제주도보다 짙다. 그래서 꽃을 탐한다. 버스 차창밖으로 매화가 잡히고 동백도 밟혔다.  빗속의 밤매화와 구마모토성의 겹홍매화, 청매화를 담다. 수선화와 제비꽃들도....참 배불렀다. 소기의 여행목적을 달성한 셈이다. 오고가는 길 하이쿠 선집을 짬짬이 읽다. 사쿠라도 국화도, 동백도 그들이 꽃을 좋아하는 연유도 오래된다. 음율과 세속의 비껴가지 않으면서도 남기는 하이쿠가 그 하나가 되는 듯 싶다. 배경에 대한 설명이 잘 되어 있어 참 편했다. 꽃과 달을 좋아하는 연유도 느끼게 되어 좋았다. 남다르지 않은 셈이다.  한 서점에 들러 일본 미술사와 문양집 책 몇권을 샀다. 꽃을 그리는 것이 우리와 중국과 많이 달랐다. 선명하기도 하면서 색조는 단조롭기도 하다. 세속을 벗어나지 않는 표현기법을 보고 사실은 놀랐다. 꽃만 아니라 적절하게 녹아있는 사물과 사람들의 인기척이 느껴져 좋다. 아직 몇꼭지가 남아 다행이다. 우려벅을 생각이다. 문양집은 마음에 새기고 한권씩 아카데미 벗들에게 선물했다.

 

2. 하이쿠는 한편의 그림이자 음악이자 맺히는 물방울 한점이다. 좋다. 좋은 것에는 국경이 없다.

 

3. 사람도 다니지 않은 생각의 다리. 너무 많다. 생각의 가교들도 이어지면 좋겠다. 외롭다. 겨울은 참 길다. 그래도 어김없이 봄이 온다. 봄을 세워라. 입춘이 낼 모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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볕뉘. 며칠 일본 규슈를 다녀오다. 흐리고 비는 추적추적 내린다. 사전 지식은 가급적 없이 느낌이 가는대로 두었다. 바쇼, 17세기 시작은 무수한 여행을 통한 하이쿠가 오히려 경쾌하고 날렵하다. 동아시아의 새로운 흐름이자 메이지유신의 배후지 나가사키 출도(데지마)의 화려함은 유려하다 싶다. 첫날의 호들갑은 이내 무너진다. 나가사키 원폭투하 지점의 평화기념관...그리고 자료관에서 차마 아무 것도 볼 수 없었다. 보고싶지 않았다. 명성황후를 시해한 사무라이들 47명 가운데 구마모토 출신이 절반 가까이나 된다. 기자출신부터 첩보 교육을 받은 엘리트들이다. 평화운동가들의 진실을 위한 끊임없는 노력들을 육성으로 듣다보니 외로움들만 가득 묻어난다. 길거리의 가루수들은 한치도 벗어남이 없이 정원의 분재처럼 길들여져 있다. 이성이 닿는 곳은 모두 관리하려는 듯 허점이 없다. 일반가옥과 가로수를 끊임없이 화두처럼 보고 또 본다. 왜 그런 것일까. 왜. 마지막날 동료들과 뒤풀이가 진했다. 간신히 일어나 살피니 옷을 입은 채 잠이 들었다. 동전들이 흩어져있고 스마트폰이 없다. 출발이 얼마남지 않았다. 프런트에 키를 맡기자 동전지갑과 폰을 챙겨준다.  지나침의 경계가 낳는 것이 무엇일까 아직 이르다 더 품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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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마실

실선으로 닫힌 마음이
점멸하다
점선으로 옅어 진다

너에게로 가는 길
마음길로
나서다
그만 너무 멀리왔다

그래도
열린 빗장을
그대로 남겨두기로 한다

못다 돌아온 마음
나에게로 오는 마음들

아직 여운들도 담아두련다
나에게도
너의 흔적들이 섞여
좀더 점멸하도록

고개숙인 수선화가
볕에 말간 얼굴을 든다

발. 동ㅎㅐㅇ한 다문화팀과 뒤풀이다. 넘치는 열정에 쓸려가지 않은 것이 다행이다 싶다. 색을 끊임없이 뱉고 품고하는 장지에 채색하듯 마음을 열어두기로 한다. 밑져야 본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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