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진 자리에

 

생각한다는 것은 빈 의자에 앉는 일

꽃잎들이 떠난 빈 꽃자리에 앉는 일

 

그립다는 것은 빈 의자에 앉는 일

붉은 꽃잎처럼 앉았다 차마 비워두는 일


** 양지바른 곳에 벌써 꽃보다 꽃 진 자리가 늘었다. 그립지만, 이제 생각거리 무게를 조금은 빈 자리로 옮겨야 할 시간인 듯...  음지에서 반기면 될 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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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산 2006-04-17 18: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제 대전서 마라톤 대회가 있었다는데, 혹시 여울마당은 뛰지 않으셨는지 궁금했답니다.
기록 페이퍼가 없는 걸 보니 아마 안 뛰셨나봐요.

여울 2006-04-19 09: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맞습니다. 버드내 버드나무, 유등천- 유채꽃에 흠뻑 취해 돌아왔습니다. 아름답더군요. ㅎㅎ
 

 " 우리가 다른 사람의 마음을 위로하는 방식은 크게 두 가지일 것이다. 함께 흥분하여 소리 높여 잘잘못을 따지거나, 우스갯소리로 울적한 마음을 한번 비틀어 밖으로 날려 보내는 것......  마음속에는 우물 하나가 있는 것 같습니다. 어떤 근심 걱정도 한 번 담갔다 하면 사뿐하게 걸러져 밝은 웃음으로 올라오게 하는 우물 말입니다...... 그 물방울이 우리에게도 튕겨져 시원하고 명랑한 기분에 온몸이 젖어 유쾌해지는 것일까...."

 

1. 책을 이리도 잘 만들 수 있을까?  15년쯤 된 것 같은데, 저자 부친 안재구교수의 강연회인지, 좌담회인지 끝이 나고 잔디밭에 앉아  여러분들이 담소를 나눈 적이 있다. 기억도 가물가물한데, 엉뚱한 질문을 했던 것 같기도 하구.  생각보다 편안하고 부드럽고 수수하다는 인상을 받았다. 설마  아드님이 쓴 책일 줄이야? 무척이나 놀라웠다. 그리고 내내 이어지는 편안함과 부드러움, 잔잔함이 이어지는 듯했다.

2. 옛날과 오늘, 어른과 아이, 현실과 상상의 세계가 소통한다는 문고의 로고와 잘 맞아 떨어지는 느낌이다.

3. 읽는 내내 긴장하고 조바심내고, 책장을 닫기 아쉬울 정도의 미련이 남는다. 더구나 그 문집들이 대부분 번역되어 시중에 나돌고 있다니 말이다. 배부른 하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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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 물 셋

이지우, 1983년생

 

오랜만에/모두가 모이기로 했다,/서울에서 사법고시를 준비한다는 놈과

내일도 시험이라는 의대생 녀석과/급작스럽게 그럴듯한 일이 생긴 놈과

얼마 전부터인가 아예 연락이 되지 않는 녀석을 빼고서,/그러나,그러므로,모두가 모인 것이었다.

 

몇년 만인지/3년/./우리가 놀란 건/3년을 보지 못했다는 사실이 아니라/벌써 3년이 지났다는 사실이었다.

 

그동안/누군가의 집에는/어머니가 돌아가셨고/누군가의 집에는/가압류가 들어왔고/누군가의 집에는

예전부터 말 안 듣던 동생 녀석이 사람을 찔렀고/나이가 들었을 뿐

아무도 나아지지 못했다는 사실을,/아무도 나아지지 못했다는 사실을,/사실은 모두가 건너 들어 다 알고 있었다.

 

그래서/4년제 대학을 다니는 놈과/2년제 대학을 다니는 놈/대학을 가지 못한 놈

대학을 등록했어도 가지 못하는/서로 다른 공기를 마시는 놈들이 모여/어릴 때의 기억들만을 꺼내기 시작했다.

바로 지금,/각자가 어떤지에 대해선 아무도 말하지 않았다,/우리는 마음껏 웃었다./오십대의 동창회처럼 녹이 슨 웃음이/맥주잔 옆으로 맥없이 떨어졌다.

 

이상하게도/아무도 스물셋의 얼굴을 하고 있지 않았다./하지만/모두가 미친 듯이 경쟁하고 있고

커트라인은 날마다 승천하는/지극히 자유로운 시대를 생각하니,/하나도/이상하지가 않았다.

한 녀석이 시뻘건 얼굴로 내 어깨를 잡고/뭐가 이리 힘드냐고 이야기했지만/나는 모두가 관심이 있었던

예쁘장한 여자아이의 이름을 내뱉었다.

 

과거의 이야기를 다 캐어버리고서/빈 광산의 텁텁한 공기를 맡은 우리는/이제 헤어져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

이모임이 어쩌면 마지막일 수도 있다는 것/또한 알았다,바쁘기 때문에./무엇 때문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바쁘기때문에./오랜만에 만난 우리는/나이에 어울리지 않는 정중한 악수를 했고

꼬인 혀로 서로의 앞날을 성축해주었고/제대로 된 전쟁 한번 없었지만/패잔병처럼 지친 몸으로

할증이 붙은 서로 다른 택시에 올라탔고,/길은 저마다의 곳으로 한없이 뻗어 있었다.


** * 요즈음 학생들은 영악?한 것은 아닐까? 현실을 X-RAY로 투사하듯 그대로 안다. 덧붙이거나 설명할 필요도 없이~ , 창비의 큰상을 받은 이 법대생 친구는 당선소감에 이렇게 쓴다. 2008년 사법고시를 합격하겠노라고~ . 

'세월'을 돌려 거슬러 올라가 내 나이 스물셋, 스스로 나의 존재가 부끄러웠다. 그리고 양심에 거슬를까 나이들면 고구마장사라도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다른 자리는 누가 될 것 같기에... ... 그러다가 좀더 나이살이 먹으며 존재를 거부하지 말기로 했다.  '여건이 닿는다'는 말처럼 모호한 말이 없지만, 이율배반한 짓은 하지 않기로 맘먹었다. 하지만 그것이 그렇게 맘대로 되는 일도 아니고....체력도 떨어지고 맘도 멀어지는 것은 아닐까? 걱정이 앞서기도 한다.

*** 요즈음 스물셋의 자원활동하는 학생들을 만난다. 취직기계가 되어 여전히 입시생들처럼 움직이지만, 따듯한 마음과 현실을 투명하게 보는 시선들을 엿본다. 세상의 잔 때가 없는 마음들을 보면, 나의 스물셋이 떠올려진다. 무슨 공부를 그렇게 열심히 하냐구, 연애나 실컷하고 농땡이 치라고 하지만 여전히 착한 학생들이다. 시키는대로 꼬박꼬박 잘한다.

*** 어쩌다 우리시대는 학원모드로 세팅이 된 것 같다. 계속 바쁘고, 바쁘고, 바쁘다. 어디로 가는지도 알면서도 애써 외면한다. 자신만의 인생행로가 있는 듯.. ... 학생의식은 시대가 변해도 여전히 그대로 판박이인 것은 아닐까?  세상은 묘하게도 그대로 찍어낸다. 똑똑한 아이도 찍어내고, 맘과 다른 삶을 찍어내고... ... 삶의 다양성은 마치 거짓말인 듯, 의식을 묘하게도 찍어낸다. 특유의 이중성도 찍어낸다. 우리라는 울타리는 학원성장모드로 점점 교묘하게 자신을 길들인다.(내신이다 뭐다 이미 중학교까지 제도안의 틀을 만드는데 성공한 듯하다. 얼마나 놀라운 일인가...조금만 있으며 초등까지 제도안으로 흡수하기 어렵지 않은 듯하다.)  이기지 않으면 아무런 삶이 없는 듯. 그 착각에도 아무도 이야기하지 않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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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희 시인, 소설가 오수연·전성태가 2004년 2월부터 2005년 7월까지 전국 방방곡곡을 돌아다니며 최소한의 인권 보장에서 차별받는 각계각층의 사람들을 만나서 그들의 사연을 인터뷰한 것이다.

스스로도 이라크 파견 작가, 탈학교 청소년, 방북 이후 보안관찰처분 등의 이력을 갖고 있는 지은이들은 장애인, 외국인노동자 등 일반적인 범주의 인권 문제들 이외에 새로운 영역을 발굴해 냈다. 사실상 '타율학습'이 되어버린 고등학교 자율학습 문제와 문회적 소외를 겪고 있는 농촌 청소년 문제를 다루기도 하고, '천국의 계단' 등의 드라마로 상징되는 한류에 대한 환상을 품고 한국인 남성과 결혼했지만 제대로 된 아내/며느리 대접도 받지 못하는 아시아 여성들의 문제를 보여주기도 한다.

그 외 진폐증에 걸려 가족들에게 버림받고 죽음을 기다리는 광부들과 1970년대보다 더 열악한 조건에서 일하는 여성 봉제 노동자들이 아직도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무슬림, 노인, 미혼모 등의 문제에도 주목했다. 각 인터뷰 대상자들의 일상을 생생한 사진으로 곁들였고, '못다한 이야기' 꼭지를 통해 지은이들의 후일담을담았다.(알라딘 책소개에서)

노동은 있으나 노동자가 아닌 사람들


"봉급도 그래요. 입사한 햇수도 같고, 한 라인에서 똑같은 일을 하는데도 정규직 봉급과 비정규직 봉급은 하늘과 땅이에요. 우리 같은 비정규직은 150만 원에서 200만 원 받지만 정규직은 350만 원에서 400만 원 받거든요."

월급 봉투의 차액을 미처 계산하기도 전에, 너무 억울하다는 붙임말을 채 듣기도 전에, 동료들이 털어놓는 이야기를 다소곳이 듣고 있던 한 아주머니가 입을 열면서 분위기는 더욱 우울해졌다. 2년차로 접어든다는 그는 목이 메는지 이야기를 꺼내려다 눈물부터 쏟아 내기 시작했다.

"정규직은 간식도 제과점 빵이 나오는데 비정규직은 구멍가게 빵이 나와요. 차라리 안 보면 좋겠는데 한 라인에서 그런 일이 벌어지니 그때 심정이 어떻겠어요. 그런 날은 집에 들어가면 잠이..."

아주머니는 말을 잇지 못했다. 그는 자식 둘을 가르치기 위해 신용카드를 긁어 신용카드로 막으면서 겨우겨우 생활한다고 했다. 비정규직으로 일한다는 건 그처럼 언제 터질지 모를 시한폭탄을 안고 사는 거나 다름없어 보였다.

어느 날인가는 출근해서 보니 다른 곳으로 옮기라는 명령이 내려졌고, 가서 보니 업체가 바뀌어 있었다. 바뀐 건 주인만이 아니었다. 전화 한 통 없이 업체가 바뀌자 6년의 공적은 하루아침에 물거품이 되어 버렸고, 열심히 일해서 쌓아 놓은 시급도 바닥으로 추락해 버린 것이다. -본문 19~21쪽

***  '인권'은 적선의 시선, 선망의 시선 - 내려보거나 올려다보는 시선과 인연이 멀지도 모르겠다.  '지금'에서 출발해야지, 앞뒤에 이유나 설명이 필요하다면 그것도 안될 것이다. 하지만 내몸과 마음의 경계는 꼭꼭 묶여있다.  나의 일상엔 온갖 것이 드리워져 있는데, 내몸에 들어와 있지도 않아 아프지도 않고, 뒤돌아서면 잊혀질 듯하다. '내자식'만큼 '내 주식?' '만큼 간절함은 언제나 몸속에 묻어날까? '머리'속으로만 유통되는 내'아픔'에 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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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약속이 겹친다. 일터일도 그렇구. 잠깐 짬을 내어 다녀오는데, 정*위원의 학교사례발표를 하는데, 전화가 이어진다. 왔다갔다. 부실한 연수를 몸소 하고 있다니(실례~). 간간히 사례발표를 들으며 생각을 모아본다.

2. "학습준비물이 많아진다"가 출발점이었다. 안해 가라사대, 전년보다 이상하게 학교에서 가져오라는 것이 많다는 것이다. 배구공을 사오라고 하지 않나? 뭘 사오라고 하지 않나? 이렇게 시작했고, 학운위에 들어가 관심은 잔뜩 예산에 가 있었다.

3. 1년하며 느낀 결론은 "교수학습활동비가 줄고있다는 것이다." 만만한 것이 선생님들인지 업무추진비는 늘고 교수학습활동비는 줄고, 눈으로 확인가능하다. 힘없는 선생님인지라, 예산이 이러저러하니 알아서 줄이는 것 같았다.

4. 위 그림의 윗부분은 그런 내용이다. 1400명 규모의 초교 일년 예산은 10억, 그 가운데 수련회,졸업앨범,급식 등 학부모부담금은 6억(의무교육이지 무상교육이 전혀 아니다. 60% 내돈내고 우리아이 키운다는 심각함을 받아들이시라), 세금내서 내려오는 돈이 4억이다. 이렇게 모여진 10억에 인건비등 경직성 경비가 6-7억,운영의 묘를 발휘할 수 있는 돈은 불과 3-4억이다.

5. 그 가운데 교육의 질을 대표하는 것이 "교수학습활동비"이다. 애석하게도 위 꼭지에서 보시겠지만, 매년 준다. 1.9억(04년) --> 1.6억(05년)-->1.2억(06년), 제도 안의 교육이 높아진다고 상상할 수 있겠는가? 인건비는 오르지, 운신의 폭을 넓히는 예산은 줄지? 선생님도, 학교도 체면이 말이 아닐 것이다. 운영 마인드가 없으신 교장선생님과 학교일에 무관심한 선생님들이 많으면 그 만큼 우리 아이들에게 떨어진다. 준비물 챙겨주는라 짜증나는 회수가 점점 늘어날 수도 있을 것이다.

6. 그런데, 그림 아래쪽을 보시라. 대전 교육청 예산이 무려 1.1조이다. 대전시 예산이 1.5조정도 될 것은데,  시 업무추진비는 감시의 대상이지만, 교육청예산은 어느 누구 이야기하는 데가 없는 것이 현실이다. 이런 예산 운영을 결정하는 교육위원들은 간선인데다가 학원/건설가 출신(확인이 필요하겠지만)이 장악하고 있는 상태다. 그런 예산을 뜯어보면 인건비가 60%, 유독 두드러지는 것은 20%가 학교를 짓는데 들어가는 예산이다.

7. 학교를 짓는데 그 비용과 감리와, 줄이려 노력해서 다른 예산으로 활용했다는 기사를 한번도 접하지 못한 것 같다. 나의 무지일까? 5%만 줄여도, 줄인 예산의 1%로 만이라도 교수학습활동비로 증액한다면 선생님도 생색내고, 아이도 학부모도 좋을 듯하다. 혼자만의 생각일까? 제도안은 관행대로 흘러가는 것이 너무 많은 듯하다. 학부모들이 얼마나 아파하는지? 감수성을 기대한다는 것 자체도 지나친 욕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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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인 2006-04-13 14: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배, 배구공이 학습준비물이라고요? 그정도로 예산이 줄었나요? 꺽. 아직 딸아이가 6살인데도 걱정되네요. ㅠ.ㅠ

여울 2006-04-13 16: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선인님, 꼭 그런 것은 아니구요. 운영의 묘를 살리지 못하거나, 경직된 운영여파가 미치는 것이죠. 학부모님들의 관심과 애정이 제도 안을 어느 정도 살릴 수 있을 겁니다. 넘 걱정마세요. 멋진 선생님, 학부모, 아이들이 대다수이니까요. 관심만 조금 기울이시면 훨씬 좋은 학교가 될 수 있겠죠.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