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햇살이, 목련나무 아래

늙고 병든 가구들을 꺼내놓는다

비매품으로

 

의자와

소파와

침대는

다리가 부러지고 뼈가 어긋나

삐그덕거린다

 

갇혀서 오래 매 맞은 사람처럼

꼼짝없이 전쟁을 치러온

이 제대병들을 다시 고쳐 전장에

들여보내지

말았으면 좋겠다

 

의자에게도 의자가

소파에게도 소파가

침대에게도 침대가

필요하다

 

아니다. 이들을

햇볕에 그냥 혼자 버려두어

스스로 쉬게 하라

 

생전 처음 짐 내려놓고

목련꽃 가슴팍에 받아 달고

의자는 의자에 앉아서

소파는 소파에 기대어

침대는 침대에 누워라                       이영광 作

 

 뱀발. 휴식이 필요한 날, 주말을 쉬지 못한 것이 한달이 넘는 듯하다. 일들은 겹치고 낳고 날줄과 씨줄로 혼미하다. 시집을 동네서점에서 건네들다. 목련꽃이 유난히 그리운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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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이 겹겹이다. 목욕탕을 들어가 탈의할 곳을 찾는다. 옷장이 여기, 저기 열쇠가 잘 맞지를 않아 몇번을 시도하다 탈의를 한다. 14번이라는 꼬리표가 있는데 14번을 찾기가 힘들다. 저쪽 걸음을 옮겨 이동한 뒤 빽빽히 놓인 다른옷장 사이로 겨우 좁디좁은 옷장에 옷을 건다. 어느 사이에 서슬퍼런 네모난 칼을 든 이가 다른 이에게 덤벼들려 한다. 나는 이불에 몸을 낮춰 몸은 숨기고 미동도 하지 않는다. 살갗에 칼날이 저미는 아픔이 닿지 않을까 걱정이 태산이다. 그렇게 몇차례 압박하는 꿈은 호흡조차 제대로 할 수 없는 위기의 연속이다.

 

꿈, 한낮의 일터의 관계들에 대한 압박이 스며나온다. 공포와 두려움, 그 수직의 날카로운 관계만이 무성한 곳에서 이런 꿈밖에 꿀 수 없음이 안타깝다. 물고 물리고 끊임없이 피가 흥건한 진창이다. 간간이 그런 경직을 풀어주는 이들이 술틈 사이로 한둘 비치지만 다양성과 거리가 멀다. 권위로 똘똘 뭉친 이들과 집중의 강박을 푸는 이가 없다. 행여 비치는 이의 숨결을 느껴봤다. 멀고 낯설다.  돌아볼 줄 아는 이가 없다. 360도의 시야가 아니라 위와 앞만 바라보는 10도의 시야만 갖는 이들로 넘친다. 나머지 350도는 아무것도 없는 것처럼 피라미드는 날카롭고 사선이다. 나는 이러고 산다. 몸을 부딪치고 밥을 먹고 술을 마시고 밥벌이의 비루함을 입힌다.

 

뱀발. 일터 감*로 며칠동안 저녁 술을 같이 한다. 목표와 실적에 경도되어 구조적인 문제를 볼 눈이 없다. 상황을 모면하는 기술과 남에게 떠넘기는 순발력들만 발달해 그 사이를 제대로 짚지를 못한다. 그렇다고 뿌리 끝을 잡고 이어가면 여기저기 걸리지 않는 곳이 없다. 회계년도 1년짜리 삶들은 끊없는 전진만 요구한다. 속이고 남기는 것은 아니지만, 확인하고 정리하지 못하는 맹목을 낳는다. 어정쩡한 일터. 구조적인 문제가 사생아처럼 낳고 낳고... ... 모면했다고 여길 이들의 답답이 갑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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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 길,   서편에 달은 푸르름을 머금고 금병산의 떠오르는 태양이 낮고 크게 햇살에 번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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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망과 혁명]을 마무리한다.  윤수종교수님의 노고에 경의를 표한다. 이십년이 넘는 학문의 여정이 놀랍다. 몸으로 끌고 나아가는 샘의 헌신은 마치 대장장이의 작업을 연상시킨다. 여기 저기 떠돌며 방황하는 이론의 끈들이 골목길을 돌자마자 사라지는 환영을 피하게 해준다. 실천가와 이론가의 공명을 보는 듯 한장 한장을 보는 내내 들떠 있었다.

 

뱀발. 마지막 우리나라 사회운동에 대해서는 여백을 남겨두기로 한다.  그 유격과 논란, 논쟁이 끊이지 않으면 그 사이가 채워지기도 할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다. 아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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