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 ] 역사는 사물이나 관념 혹은 개인에 대한 것이기보다는 관계에 대한 것으로 보인다. 10

[ ] 나는 자연과 인간을 궁극적으로 묶어주는 게 바로 우리의 일이라고 생각한다.10 일군의 환경주의자는 자연을 사랑한다는 이유로 자연에서 인간을 떨어뜨려놓는 경향이 있다. 환경주의자는 자연을 만지는 손보다 관조하는 눈을, 활동적이기보다 사색적이기를, 자연과 인간의 연관보다는 누구도 손대지 않았다는 소위 자연 그 자체를 강조한다. 그들은 인간이 자연과 좀 더 근본적인 교감을 이룰 것을 촉구하지만, 오히려 인간과 자연을 이분법적으로 구분하며, 일과 노동을 통해 자연의 진정한 모습을 깨닫고 그 가치를 인정해온 사람들을 폄하한다. 11

[ ] 이 책은 경계를 흐리고, 불순을 강조하며, 역설적으로 그렇게 흐려지고 더럽혀진 경계들을 따라 더 나은 삶의 방법을 찾고자 한다. 12

[ ] 우리는 자연의 엄청난 힘을 잊어버린 채 살아가고 있다. 이제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인간과 자연이 연결되어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 거의 없다. 기계는 우리 일의 대부분을 도맡아 하고 있으며, 육체노동의 가치는 폄하되고 있다. 우리의 일과 자연의 일 사이에 존재했던 유대는 점차 약화됐고, 우리는 더 이상 어떤 노동과 에너지가 들어가는지를 토대로 세상을 바라보지 않는다. 17

[ ] 강은, 그리고 자연은 ‘정복하는 것‘이 아니며, 오히려 인간과 세상을 완전하게 이어주는 것은 바로 노동이고, 이러한 연결은 절대로 끊어질 수 없다. 24


1.

[ ] 강의 수력학이 그려낸 에너지의 지형도는 동시에 인간 노동의 지형도이기도 했다. 29 강을 한 번 이해하고 나면, 강이 가능한 한 가장 효율적인 방식으로 균일하게 에너지를 사용하려고 한다는 점을 알 수 있다. 강은 강물에 영향을 미치는 사건들에 반응하면서 스스로를 보정하고 적응해나간다. 이런 면에서 강은 역사적이다. 강 그 자체가 강이 지닌 과거사의 산물인 것이다...˝에너지 활용의 측면에서 가장 효율적인 기하학을 따라 강의 물길이 형성되는데, 이는 강물이 변동한 정도의 평균과 극단의 총합에 맞게 만들어진 것이다. ˝ 33

[ ] 강의 뱃길이라는 것이 단순히 물리적인 것일 뿐 아니라 사회적이고 정치적인 것임을 알고 있었다. 사회적이고 정치적인 의식들은 노동만큼이나 강을 오르내릴 때에 꼭 필요한 것이었다. 37 우리는 에너지와 힘, 자연적인 것과 문화적인 것을 언어 속에서 융합시키고 있다. 38 음식의 교환은 어떤 사람이 이익을 추구하는 하나의 행동이라기보다는 지속적인 관계 맺음을 의미했다. 컬럼비아 강의 거대한 시장과 같은 댈즈에서도, 물고기가 차지하는 교환의 영역은 상당히 제한적이었다. 55

[ ] 키플링에게 통조림 공장이란 기계적인 것과 자연적인 것 사이의 근본적인 공간적 분리를 압축적으로 드러내는 것이었다. 공장 안에는 분주함, 인간다움, 죽으, 기계, 일상화가 자리하고 있었다. 공장 밖에는 고독함, 자연스러움, 생명, 유기적인 것, 자유가 있엇다. 키플링은 통조림 공장의 안팎이 공간적으로뿐 아니라 시간적으로도 분리된다고 주장했다. 기계화는 근대의 상징이었던 반면, 자연은 원시적 과거를 의미했다. 72 증기기관과 같은 기계가 사람을 소외시키는 것을 비판하고자 했던 키플링도 증기로 움직이는 기선에 몸을 실었다. 그는 클래커머스 강이라는 ‘자연‘으로 돌아갔지만, 그것은 사람들이 만든 부화장 근처의 자연이었다. 그곳에서 그는 직접 연어를 잡았지만, 그 연어들은 사람들이 설치해둔 금속 컨테이너 근처에서 잡혔다는 점에서 통조림 공장으로 갈 운명을 지닌 물고기들만큼이나 이미 새로운 산업 질서에 묶에 있는 존재들이었다. 74 에머슨은 키플링이 기계로부터 도피했던 것과 대조적이다. 그는 산업혁명을 ˝자연으로 향하는 기차 여행˝이라고 생각했다. 에머슨식으로 표현하자면 대지나 물을 일하게 하는 것은, 적어도 잠재적으로는 자연에 이르는 새로운 길을 여는 것이었다. 76

[ ] 인종만이 컬럼비아 강의 공간을 새롭게 조직한 것은 아니었다. 가장 적나라하게 강의 공간을 재조직했던 것이 인종이라는 요소였을 뿐, 강은 젠더와 계급에 따라서도 더욱 세분화됐다. 83 공유지의 비극이란 공유 자우너을 소비하는 사람들이 자원을 과도하게 개발하고 오용하는 경향을 피할 수 없음을 뜻한다. 하지만 역사가들은 하딘의 공유지 모델이 만들어진 발명품임을 안다...역사적으로 보면 실제로 공유지를 사용하는 사람들은 언제나 나름의 규칙과 제한 사항을 설정해왔다. 85

[ ] 사람들의 기억 속에 가득 차 있는 것은 연어와 사람들의 색깔, 이동, 섬광이었다. 이러한 경험과 느낌 들은 너무나 생생하고 원초적이었기 때문에, 그저 덧없는 일로 치부하며 간단하게 잊어버릴 수 있는 종류의 것이 아니었다. 88 연어가 죽어가는 과정은 그 당시에 경쟁 중이던 무수한 사회적 가치들을 잘 보여준다. 따라서 연어에 대한 역사적 사실들을 이해하는 것은 복잡하고 까다로운 사회적 투쟁을 이해하는 것이기도 하다. 91 자망 어부는 어업이 가지는 문화적이고 사회적인 의미가 무엇인지를 가장 잘 보여준다. 자망 어부들이 결성한 컬럼비아 강 어부보호조합이 대표적인데, 남아있는 장부에는 모임 시간과 지불 기한, 다른 조합을 맞이하는 일에 대해 적혀있고...노동 계급의 일원으로 통조림 제조업자들과 그 추종자들을 경멸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게 된다. 91 노동자이자 농부로서 자망 어부들은 그들이 노동을 통해 알게 된 자연 속에 그들의 정체성을 뿌리박는 방식을 택했다. 93

[ ] 사람들이 자연과 맺는 모든 관계가 그러하듯이, 어업 역시도 생물학적일 뿐 아니라 사회적이고 이데올로기적인 활동이라는 사실을 그들은 알고 있었다. 93 자망 어부들은 시장 경제에 맞서 ‘도덕 경제‘에 호소했다. 95 하지만 이들이 법집행이나 입법활동은 사실상 무효가 되는 경우가 허다했다. 자망 어부들을 연방 정부가 개입한 적은 없었고, 주 정부도 초기에는 규제를 시도했지만 대체로 효과가 없었다. 주 정부들의 관할 구역이 충돌했을 뿐 아니라 법을 제대로 집행하려는 의지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97

2.

[ ] 부화장에 대한 연구들은 연어의 생애주기에 대한 지식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수행되었고, 그 손익 계산법도 전형적이었다....이런 결론에 이르게 한 모든 사고 단계는 논리적이었음에도 사람들은 결국 터무니없고 정신나간 결과와 마주하게 됐다. 다른 여러 종류의 광기와 마찬가지로, 내부에서만 보면 이러한 결정은 상당히 이성적으로 보였다. 하나의 결정은 그 이전에 이루어진 결정에 의해 상당히 당연한 논리적 귀결인 양 따라 나왔다. 그리고 이러한 연쇄 작용은 일종의 환경적 광기와 격렬한 사회적 갈등이 나타날 때까지 계속됐다. 99

[ ] 당시 미국인이 그려낸 유토피아는 고압 전선이 일렁이는 곳으로, 이는 루이스 멈퍼드의 작품들에서 가장 선명하게 드러난다. 멈퍼드는 평범한 에너지 유토피아주의를 지지하는 사람이었다. 그는 자이언트 파워를 하나의 사회 이론으로 만들었고, 만약 사람들이 에너지의 원천을 다른 것으로 바꾼다면, 아마도 사회 전체를 새롭게 변화시킬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석탄과 석유에 의존하는 초기의 에머슨주의에 반대했고 수력발전을 통한 전기를 신기술의 전형으로 보았다. 112-113

3.

[ ] 강 개발 계획은 곧 권력의 행사에 관한 것이고, 근대 국가에서의 실제 권력은 지루함으로 가득 차 있기 때문이다. 계획을 구현하는 대리인들은 대체로 답답하고 지루한 사람들이었고, 그 계획 과정 역시 지루했다. 이 계획들을 실제로 구현하는 것은 항상 지난하고 답답한 과정의 연속이었다. 민주 사회에서의 지루함은 관료와 기업들을 위해 작동한다. 마치 냄새가 스컹크의 생존을 위해 작동하듯이, 지루함은 위험을 피하게 해준다...이런 맥락에서 근대 세계는 우리의 무관심 때문에 날조되면서 만들어졌다고 할 수 있다. 133자연은 더 이상 절대적인 존재가 아니다. 이를 달리 표현하면, 우리는 이제 자연을 우리의 존재가 함께 뒤얽힌 장소라고 여길 수밖에 없게 됐다. 이제 우리는 마치 우리가 변화시킨 자연 그 자체가, 우리 자신이 태어난 자연 질서의 일부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게 됐던 것이다.˝ 139

[ ] 댐을 건설하는 것만으로는 더 나은 세계를 만들 수 없었다. 기계는 새로운 양식의 삶을 가능하게 할 것이다. 하지만 인간이 이미 ˝기계들보다 훌륭하지˝ 않다면, 사람들의 삶은 기계와 같은 수준으로 축소될 수도 있었다. ˝멍청하고, 명령에 복종하고, 비참하고, 순간적인 반사와 수동적이고 임의적 반응의 부산물˝로 점철된 기계와 같은 삶 말이다....멈퍼드의 지적은 교화적이고 유익하기는 했다. 하지만 자기모순적이고 애매하기도 했다. 만일 지역 개발가들의 계획이 문화적 기반에 의존해야 하고, 듀이가 주창한 바와 같이 새로운 방식의 교육을 통해 창조되어야 한다면, 지역 계획은 최소한 한 세대는 연기되어야 했다...과거에 종종 그랬던 것처럼 결국 지역 계획과 개발이 관료주의적이고 엘리트적일 수밖에 없다면...140-141

4.

[ ] 한 세기가 지나가면서 우리가 부분적으로 창조한 강은 우리 눈앞에서 변화해나갔고, 이 과정에서 소위 자연에 대한 인간의 지배라는 우리의 가정과 믿음은 조롱받았다. 강은 변화햇고, 우리 자신의 과학과 사회, 우리가 지닌 정의와 가치에 대한 관념들이 얼마나 불충분했는지를 명확하게 깨닫게 해주었다. 컬럼비아 강은 우리가 결코 상상하지 못했던 방식으로 북서부 지역의 심장부를 흘러가고 있다. 이 강은 분절화된 우리 사회가 지닌 수많은 분열의 경계를 따라 흘러가고 있다. 컬럼비아 강과 화해하지 위해서는 우리는 전체로서 강을 이해애햐 한다. 즉 이 강이 자연기계임을 그리고 이 강이 우리의 사회적 분열을 반영할 뿐 아니라 이러한 분열과 갈등이 작동하는 장소임을 이해해야 한다. 225

볕뉘

0. 책방에서 표지와 뒷글이 눈에 들어와 읽게 되었다. 루이스멈퍼드 이야기가 중간중간 많이 나온다.

1. 어제는 그림을 그리다가 경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선생님은 테두리가 선으로 구획지어지면 자연스럽지 않다고, 면으로 채색해서 어울리게 해야한다고 했다. 인식은 하지만 무의식 가운데 담겨진 습관은 고쳐지질 않았다. 그렇게 주변의 색을 섞고 경계를 흐릿하게 한 뒤에서 인물들은 나무와 숲과 어울어진 듯했다.

2. 책마무리를 지으니, 미국에서 백여개가 넘는 학교가 이 책을 강의에 사용하고 있다는 말이 되새겨진다. 충분히 그럴 가치가 있고, 그 노력들이 헛되지 않을 것 같다. 전체를 보려는 노력. 우리의 이야기는 늘 범위가 작으며 지향이 뚜렸하다. 맥락을 넓히면서 또 다른 이야기들이 샘솟아야 한다. 그런면에서 우리는 저자가 말한대로 이분법의 사고에 갇혀있는 것이 큰 장애이기도 하다. 이렇게 여러 맥락을 갖는 이야기들이 제시될 때 우리는 그제서야 조금 넓은 시선을 갖게되는 것인줄도 모르겠다.

3. 통일이냐 평화냐...이런 문제 역시 지나친 낙관만이 아니라 여러 결들을 세세히 보려는 노력 역시 좀더 넓고 장기적인 안목과 그 속에 보다나은 혜안을 가져다줄지도 모른다. 역사와 자국의 이익에 잠겨있는 거대한 괴물들은 ....그 몫을 하려고 꿈틀거리고 있을 것이고.....순탄하지 않겠지. 여름이다. 벌써. 아니 여전히 계절은 빨리 다가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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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력‘ - 기자에게 묻다. 제일 필요한 게 뭔가요. 팩트! 아뇨. 이것. 통증이 있는 곳으로 몸을 늘리는 기술*. 시를 보라고 하죠. 팩트는 이것에 맞춰 넣는 거죠. 다들 기자보고 말문이 막혔다. 이야기는 그곳에서 만들어지는 것이라고. 통증을 눌러보고 그리로 ‘몸‘ 을 늘리자. 지는 꽃 핀다.고. 꽃그늘 피어넘친다고. 그제서야 글에 피맛이 도는 거라구.

볕뉘

기자는 넘치고 기사는 없어. 지금 여기저기 . 세상 저기여기. 기사다운 글을 짓는 이 없어. 세상을 꿈쩍하게 하는게 기사지. 세상 끔찍한 것만 넘쳐. 머리에서 가슴까지 가장 먼 길을 가려는** 이가 보이질 않아.

*신영배 ** 신영복

부르지 않았는데도

살다
떠다밀지 않았는데도
통증이 있는 곳으로 몸이 늘어난다
견딜수 있는 만큼
밤이나 낮

혹은 봄
붉은
살다
통증이 가라앉은 곳도 늘려본다
바람이나 노을

만큼,

-꽃, 살다 신영배, 《물속의 피아노》에서

시모임 ‘다시‘ 에서 이 시로 반시간 가까이 이야기를 나눈 듯하다. 김춘수, 김수영, 숱한 시인들이 있어 이 시가 있는거라고... 시를 보다 그만 숨을 멈추었다. 하나 둘 셋 정적이 흘렀다. 나누다보니 외우다시피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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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과 일자리/인공지능 시대가 두려운 사람들에게 (디지털 vs 인간)

1.

[ ] 합의를 구축하고 준비하기/사람들을 준비시키기/정부를 준비시키기/보편 소득/노동력을 준비시키기/우리 자신을 준비시키기/뒤돌아보기와 내다보기 로봇과 일자리 제4장

2.

[ ] 미래는 아무것도 결정되지 않은, 언제나 열린 상태이기에, 우리의 선택에 의해 결정되고 그런 선택은 언제나 뒤집어지고 바뀔 수 있다. 마지막 순간까지도 말이다. 어떻게 보면 우리가 당면한 문제는 기술이 아닌 인간인지도 모른다....분명한 것은 우리가 앞으로 다가올 수십 년 동안 어떤 일이 벌어질 것인가를 걱정하기보다는 우리가 개인으로서, 그리고 집단으로서 어떤 일이 벌어지길 원하는가에 집중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그런 것들을 생각하는 데 반드시 논리가 필요한 것도 아니다. 대신 우리의 마음속 깊이 자리 잡고 있는 희망과 두려움을 토대로 삼으면 된다. 19

[ ] 질문에 대한 답을 구할 때 컴퓨터는 도움이 된다. 그러나 답에 의문을 제기하거나 질문을 찾을 때는 아무런 도움이 된다. 그러나 답에 의문을 제기하거나 질문을 찾을 때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따라서 우리가 가장 먼저 스스로에게 물어야 할 질문은 ‘질문이 무엇인가?‘다. ..부드러운 인간의 마음과 딱딱한 디지컬 뇌 사이에 존재하는 모호함의 습지 어딘가에 있을 것이다. 327 인간에게는 손이 두 개 있고 그 손을 써야만 한다는 사실도 고려해야 한다. 손을 움직여야 머리도 돌아간다. 점점 더 디지털화되는 세상에서 우리는 현실 감각을 잃지 않도록 손을 쓸 일을 일부러라도 만들어야 한다. 328

[ ] 아시모프의 로봇 3원칙은 다음과 같다. (1) 인간을 보호해야 한다. (2) (1원칙에 위배되지 않는 한) 인간의 명령에 복종해야 하고 (3) (1,2원칙에 위배되지 않는 한) 로봇 자신을 보호해야 한다.....두 번째 원칙의 경우 사회가 함께 합의해서 인간의 명령에 순위를 매겨야 한다. 무슨 사고가 나거나 인간이 다치거나 죽으면 누가 책임지는가? 운영자인가, 감독관인가, 소유자인가, 프로그래머인가, 설계자인가? 제조업자인가? 기계는 언젠가는 의식을 지니게 될 것이고, 그러면 기계가 책임을 지게 될 수도 있다. 그러나 그 전까지는 인간이 책임을 져야만 한다.335/ 아시모프의 후기 작품에서 착안한 제0원칙을 더해야 할 것이다. 이 원칙에 따르면 기계는 더 장기적인 사회의 이익이나 더 넓은 의미에서의 사회의 이익에 불리하다고 판단한 경우에 위 3원칙을 수정해달라고 인간에게 청원할 수 있다. 336

[ ] 우리가 미래에 맞닥뜨리게 될 가장 큰 문제는 기술이 아닌 문화에서 비롯될 것이다. 무엇보다 우리는 정서적인 욕구와 감정을 이해하지도 못하고 인간의 존엄성을 저해하는 것처럼 보이는 기술에 맞추느라 애먹을 것이다. 관점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대개는 정서적 욕구와 감정이 인간에게 남은 전부다. 337 우리가 인간 고유의 특징인 열정, 호기심, 연민, 용서, 결함, 부끄러움, 의심, 유머, 희망 등을 대안을 찾는 데 쏟는다면 내가 보기에는 그것만으로도 우리의 의식이 깨어 있으며 우리는 다른 무엇도 아닌 인간이라는 것을 받아들일 충분한 증거가 된다.338 기계도 언젠가는 정서와 감정을 흉내 낼 수 있게 될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그런 실리콘 세이렌의 유혹을 뿌리쳐야 한다. 그런 기계의 정서와 감정은 모두 허상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또한 우리는 사고하고 다른 인간과 상호작용하는 일을 기계에게 맡기도 싶은 유혹을 뿌리쳐야 한다. 339

[ ] 마사 레인 폭스는 ˝사물의 심장부에 인터넷을 집어넣으면 더 흥미로운 선택을 할 수 있게 된다˝라고 말했다. 내 생각은 다른다. 사물의 심장부에 넣어야 할 것은 인터넷이 아닌 인간의 마음이다. 340

볕뉘

0. 두 책 모두 AI로 일자리를 모두 잃을 것이라는 극단을 경계한다. 오히려 인문, 역사, 사회 문화, 정치적인 그 관계에 둘러싸인 것들을 살펴보고, 그 완충의 결이 오히려 더 현실적일 수 있음을 살펴보자는 것이다. 작은 책방에서 북큐레이팅을 잘 해놓아 구입하게 되었다.

1. 어쩌면 기술 만능이라는 자만을 되살펴보는 기회가 지금인지도 모르겠다. 아시모프의 제2원칙, 기계가 인간의 명령에 복종해야 한다는 것도 아직 이 사회는 제대로 고민하지 않는지도 모르겠다. 우리의 성찰력이란 이렇게 부재하다 싶다. 유행과 패션에만 민감한 종의 본질을 맘껏 보여주듯이 말이다.

2. 로봇과 일자리란 책에서 보편소득이 또 다른 대안이 될 수밖에 없다고 하는데, 이는 좌파가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우파의 해답 역시 그러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3. 일자리가 사라진다에 시선의 촛점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무엇을, 어떤 삶을 원하는가가 더 깊이 더 넓게 이야기될수록 세상은 좀더 곁으로 인간답게 다가올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어쩌면 기술을 방목해버렸는지 모른다. 우리가 우리가 가지고 있는 것이 얼마나 많은 것인지도 새삼스럽게 확인해봐야 할 것이다.

4. 그 맹목적인 순진함을 버릴 때가 왔다. 세상은 그리 단순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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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기로 태어나서

0.

[ ] 세상에는 위를 보는 사람이 있고, 아래를 보는 사람이 있다. 나보다 더 가진 사람들을 선망하여 무엇이든 밟고 올라가려는 이가 있고, 내 삶을 지탱하는 것이 어쩌면 많은 이들의 노동과 희생 위에 이뤄진 것이 아닐까 끝없이 고민하는 이가 있다. - 겉표지에서

[ 1 ] 오로지 자신의 취약함을 완전히 인식하고 있을 때 또렷하게 분별하는 법을 배울 수 있다. 시작하기 전전글

[ 2 ] 산악인들은 케이블카를 타고서는 제대로 산을 알 수 없다고 입을 모은다. 순식간에 정상에 오른 사람들은 기념사진을 몇 장 찍고 또 순식간에 내려오는데 그런 식으로는 산의 면면을 확인할 수도 없을뿐더러 산마다의 고유한 감흥을 발전시킬 경험도 하지 못하기 때문에 금세 산에 대한 인상도 사라지고 만다는 것이다. 9

[ ] 이런 숫자들은 우리를 바람처럼 스쳐 지나간다. 9

[ ] ˝클로즈업은 통계의 대척점˝이라고 존 버거는 사진에 관한 중요한 에세이에서 말한다. 9

[ ] 통계와 클로즈업이(그리고 그렇게 이름 붙일 수 있는 모든 활동이) 건축으로치면 설계와 감리 같은 관계를 맺을 필요가 있다. 10

[ ] 내가 이 책을 통해서 어떤 목표를 꿈꿔볼 수 있다면 그것은 사람들이 맛있는 먹을거리뿐 아니라 동물의 살점으로서의 고기 역시 있는 그대로 보게 되는 것이다. 11


볕뉘.

0. 삶의 조건은 끊임없이 추락과 동시에 상승한다. 시이소오의 맞은 편의 삶은 늘 들뜬다. 추락은 없을 듯 고요하다. 저자의 책을 도나 해러웨이의 유사저작으로 생각하다. 인간의 조건의 저자임을 반추해내기는 어렵지 않았다. 그 험로와 기억이 고스란히 클로즈업 되었기 때문이다. 이후의 저작이다.

1. 시작하기 전에 멈추었다. 시작하기 전의 글을 읽다가 이내 멈추어 서 버렸다. (0.1) 취약함을 온전히 인식할 때 분별하는 법을 배울 수 있다는 말. 앞과 미래만 보려는 노력이 난무하는 시대. 어쩌면 평범한 중류층의 건장한 가장의 시선은 스러지거나 사라지는 것들에게 아무 것도 해주지 못하고, 지금은 아무 것도 해결해주지 못하며, 나중이란 시선에 늘 팽개처진 채. 하루하루를 감당해내야 하는 것이 삶인 줄도 모르겠다. 그런 사람들은 자꾸만 늘어나는 황량해지는 것이 작금의 현실이겠다 싶다. 거꾸로 박박 기어가는 일.

2. 이 책을 온전히 읽어낼 지 의문이다. 아니 두렵다. 책장을 넘기기가 말이다. 하지만 그의 말처럼 또렷하게 분별해내는 일이라면, 보고 싶은대로 보려는 시대에 있는 그대로 보는 방법을 느끼려면 읽어야 한다.

3. 지금 여기 스러져가는 것들에 조금이라도 따뜻한 온기를 불어넣는, 아니 함께 따스해지는 방법이 있다면 그렇게 마음을 잠시 내려 놓고 가고 싶다. 아프더라도...상처를 입더라도.....숫자에만 민감해 건망인 시대에 말이다. 아픔을 짚어넣어 가슴에 새기는 것이 얼마나 많은 눈물을 낳는지, 삼키게 하는 우울이 우리를 덮을지라도....

4. 가 보아야 하는 길은 아닐까...어쩌면 그래서 우리는 한 걸음도 아니 반 걸음도 나아가지 못한 것은 아닐까.. 자꾸 세상 위를 보는 사람들만 생긴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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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 ] 텍스트주의 - 호지슨에 의하면, 서구문명 비판을 시작하기 전에 먼저 인식론적으로 짚고 넘어가야 하는 문제가 있다. 모든 저작은 문제의 현상에 대한 이해를 기본적으로 좌우하는, 저자의 기존 신념들의 산물이라는 것이다....호지슨과 사이드, 두 사람 모두에게 담론으로서의 서구 문명은 서유럽이 나머지 인류에 대해 문화적, 도덕적으로 우월하다는 뿌리깊은 관념에 입각한 것이다..이러한 본질은 그 문명들이 생산한 위대한 경전들에서 가장 잘 나타난다는 ‘텍스트주의‘적 관점에서 출발한다....우리는 서구의 역사를 자유와 이성의 이야기로 이해하게 되고, 동방의 역사를 전제주의와 문화적 정체의 이야기로 인식하게 되는 것이다. 17

[ ] 지역사회들과 이슬람교의 기본적 이상의 상호 작용은 무수히 많은 사회적.문화적 혼합체들을 만들어냈는데, 그들은 모두 명백히 이슬람적이면서 동시에 분명히 중국적이거나 아프리카적 혹은 투르크적이었다.....이슬람 문명은 동양과 서양, 전통과 근대 등의 이분법적 개념들이 관념적 토대를 형성하고 있는, 변하지 않는 문명의 본질론적 이야기로서의 세게사라는 주류의 개념을 뒤엎는다. 19

[ 1 ] 메르카르토 도법을 ‘인종차별적인 투영법‘이라고 불렀다. 비록 유럽의 면적은 아시아의 두 반도들, 즉 인도나 동남아시아의 면적과 대략 비슷하지만 유럽은 대륙이라고 불리고 인도는 아대륙, 동남아시아는 그것에도 못 미치는 지위를 갖고 있다...게다가 아프리카의 크기는 메르카토르 투영법으로 더욱 현저하게 축소 되었다. 20

[ ] 고대 그리스에서 르네상스를 거쳐 근대에 이르는 상승곡선이 직선으로 이어지는 듯한 묘사는 착시 현상이라고 본다. 또한 그는 역사 시대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기간 동안 유럽은 아시아의 중심지역으로부터 떨어져 있는 미미한 변방이었다고 본다. 24

2.

[ ] 세계사로서 이슬람사: [이슬람의 모험]

[ 1 ] 이 책은 ˝인류를 형제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 다른 나라들을 배제하고 한 나라만이 은혜를 입었다고 생각하는 것은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의 어리석음을 확실하게 보여주는 것이다.˝라는 울먼의 인용문과 함께 시작한다. 462

[ ] 그는 근대에 있어서 인류의 도덕적 일체성에 대한 그의 믿음을 설파하고, 이슬람의 종교적 유산이 근대의 인간 존재에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를 묻고 있다. 그는 여러 가지 대답을 제공한다. 그 중 하나는 근대 세계에서 모든 도덕적 유산이 흔들리게 됨에 따라 우리(서구를 포함하여) 모두는 한 배를 타고 있다는 것이다. 464

[ ] 일정 정도의 객관성을 가지려면 그것은 부단한 방법론적 자기 인식과 학자 자신의 ‘위대한 전통‘과 이슬람 전통 사이의 ㄱ니장을 받아들이는 노력에 의해 가능할 뿐이다. 468/ 세계사라고 불릴 가치가 있는 세계사 저작이라면 그것은 실제로 반구적 규모에서 상호의존적인 지역간적 발전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469/ 호지슨에게 전 세계에서의 문화적인 혹은 그 밖의 기술과 발견의 지속적인 습득은 모든 곳에서 향후 발전 가능성의 변화를 누적적으로 이끌어냈다는 매우 기본적인 개념이었다. 469

[ ] 농경시대와 기술주의: 호지슨은 전근대의 문명들은 궁극적으로 토지세를 거두어내는 능력에 기반하고 있었고 그 밖의 부의 원천은 확연하게 부차적인 기능을 했다고 본다. 471/서구의 대변동을 반구 전체의 도시문명의 역사 속에 위치지움으로써 서구의 대변동이 그 이전에 있었던 모든 것과 연관됨을 기정사실화 한다. ....그리스에서 르네상스를 거쳐 산업혁명으로 이어지는 한 줄기의 선은 착시현상이며, 대단히 선택적인 역사적 상상의 산물이다. 473/문화적 활동에서 중요하고 창의적인 부분들은 농경사회의 도시 엘리트의 문제들에 맞추어진 것이 아니라, 기술주의적인 세계의 기술화되지 않은 엘리트의 문제에 맞추어지게 되었다.˝ 제3세계, 아민의 저발전 개념과 유사 474/호지슨은 서구식 발전이 서구 외에서 일어난다는 가능성에 대해 전혀 환상을 갖고 있지 않았다...근대와 농경시대를 구분짓는 것은...˝계산적인 기술적 특화의 상태이며, 그 안에서는 여러 가지의 전문성이 사회 주요 부문들에서의 기대의 패턴을 결정할 만큼 충분히 큰 규모로 상호의존적이다.˝ 475/ 여섯 단계는 초창기(692년까지), 칼리프국의 융성기(945년까지), 국제적인 문명(1238년까지), 몽골 집권기 (1303년까지), 화약제국의 시기(1800년까지)와 근대다. 이슬람사의 시대구분은 표준적인 왕조별 연대표의 틀과는 현격한 대조를 보인다. 이 시대구분은 왕조의 구분을 넘어서 연속성을 강조하며 문명 진화의 주요 단계들에 맞춰져 있다. 485

볕뉘.

0. 아침 책장에 걸린 책이 눈길이 가 가져다 읽다. 서유럽중심주의와 자국 중심주의이 맥락을 다르게 확장하는 역사서와 근대 300-500년을 성찰하고 반성하는 책들이 많이 출간되고 있는 듯싶다. 그만큼 흥미있게 챙겨볼 책들이 기웃기웃거리고 있다 싶다.

1.(1.1) 세계지도를 사무실 벽에 붙여놓고 서툴게 들여다본다. 남반구와 북반구를 거꾸로 보기도 하면서 말이다. 쭉쭉 아프리카를 가로지르는 직선들의 횡포는 놀랍기만 하다. 하지만 세계시민이 아니라 그 날 벌어 그 날 써야 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는 현실들은 지금 여기도 신경쓰기에 벅차다. 그럴수록 여행지로서 나라들은 관광객들에게 역사의 시선을 주지 못한다.

2. (2.1) 세계시민으로 사고하는 일은 두려운 일이다. 그렇게 하는 순간, 어김없이 죽어가는 무수한 인류의 죽음과 아픔의 목도해야 하고, 그것을 일상으로 가져와야 하는 일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금융자본주의는 놀라울 정도로 세계를 동시에 살며 사고하지만, 아픔은 놀라울 정도로 우리의 시선과 마음에서 갇혀있다.

3. 저자는 47세로 유명을 달리했고, 저서를 마무리하지 못했다. 1960년대 이전의 논문들로 이루어진 책이지만 아래 책들의 세계사의 관점을 바꿔주기 훨씬 전 사유의 결과물이다. 관심들이 다양해지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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