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접힌 부분 펼치기 >>

지난 추위에 목련이 타버렸다. 한결같이 꽃잎의 가장자리가 추위에 얼어 붉게 타버린 채, 그대로 주춤거리며 서있다. 지난주 만개를 하리라 여겼는데, 일주일내내 그 추위를 견디지 못하고 결빙되어 있다. 그나마 미처 봄을 타지 않은 음지의 목련이나마 다시 화려한 만개를 준비하고 있을 뿐. 혹시나해서 [붉은구름이머무는 곳]으로 달려가보았지만, 안스러울 정도로 초췌하다. 여섯잎의 목련, 자목련 조금, 그리고 아파트의 찌를 듯한 꽃잎들을 담아본다. 10k  

뱀발. 며칠 쉬고 책들을 살펴보니 사멸했던 기운이 조금 솟아오른다. 그래서 달음박질에 간을 맞춰본다.


댓글(6) 먼댓글(1)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1. 봄의 내림길에서
    from 木筆 2010-04-13 17:02 
    원주, 서울을 다녀오다. 정지선을 넘은 색들. 끊임없이 펄펄 끓는다. 돌아와 목련이 궁금하여 자주구름터를 마실다녀온다.  이제는 이름을 붙일만한 녀석들이 반갑다. 밤은 녀석들이 들키고 싶지 않은 것인지 사진으로 잡아내기 어렵다. 안타까운 실루엣과 애타는 마음만 앗아온다. 한차례 비가 짙으면 이내 나무 연꽃의 애처로움만 볼 수밖에 없다. 가기 전에, 상처입기 전에 보려면 어서 서둘러야 한다. 소문나기 전에... ...
 
 
파란여우 2009-03-29 19: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목련길 따라 뜀박질하시는 그림이 그려집니다. 저는 오늘 낮에 복순이를 데리고 약 4km를 걸었습니다. 힘들더군요. 꽃길이 아니라서 그래요!(누가 뭐래?)

여울 2009-03-30 09:01   좋아요 0 | URL






십리길을 걸으셨다구요. 꽃길이면 뜀박질하셨겠습니다. ㅎㅎ.
십리 꽃길은 없나여~. 날아다니고 싶군요. 나비처럼~ ㅎㅎ

무해한모리군 2009-03-29 23: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곱다.

여울 2009-03-30 09:00   좋아요 0 | URL





고웁죠. 목련향도 정말 곱답니다. ㅎㅎ

밀밭 2009-03-30 05: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바지런을 떨었던 꽃들에게 무차별적으로 가해진 폭격이란...차라리 눈을 감고싶은 심정이었죠. 근데 며칠동안 보다보니 뒤늦게 새하얗게 만개한 꽃보다 못다피고 타들어간 꽃에 시선도 마음도 더 가더이다.

여울 2009-03-30 08:59   좋아요 0 | URL
저도 이런 경우는 처음 보는 일이라 당황스럽고 마음쓰이더군요. ㅜ.ㅜ
 



전에 미술관에서 찍어두었던  고독한 여행자의 방을 담은 그림이 찾아보니 없다. 낯선 곳의 방이 점점 익숙해지고 여행가방 하나 둘 있던 방들에 조금씩 채워지다 이제는 옷장이 마지막으로 자리잡아 버렸다. 이것저것 청소하고 옮기고, 편안한 복장으로 기차에서 흔적을 남긴다. 

책욕심에 반납해야될 책무게가 옷무게, 노트북과 겹쳐 무겁다. 횡하니 한주가 지나니 듬성듬성 배어문 책의 기억들이 새롭다 싶다. 그리 쪽수도 많치 않은 책을 이렇게 넘기다니 안스럽고 내 몰골도 그러하다. 늦은 저녁을 먹을 무렵. 조기매운탕에 한숨을 돌리려는데 참* 전화다. 내일 고교생들을 섭외를 많이 하였고 오리엔테이션을 한다구 한참 이것저것을 묻고 이야기를 나눈다. 

그리고 사무국장의 교수신문 서면질의서까지 챙겨보고 내일 분위기와 나눌 이야기들을 오는 길 확인해둔다. 

내일 하루가 오밀조밀해져야 할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역사라는 것이
 상황의 산물이 아니라
 상황의 협박으로 다 여러갈래길로 어긋나는 것이 아니라
 나라마다 다른 아픔으로 추하게 되는 것만이 아니라

 역사라는 것이
 살고싶은 삶들의 공배수로
 삶의 기획으로 다 여러갈래길이 모여드는 것이라면
 그렇게 해볼 수 있는 것이라면
 나라마다 더 나은 즐거움으로 아름답게 될 수 있는 것이라면

 역사라는 것이
 다른 삶과 조건에 관심을 기울이게 되고
 그렇게 되지 못한 탓이 아니라
 그렇게 된 이유에 심취하게되고
 그렇게 될 것에 궁금하게 되고

 궁금증은 뿌리를 내리다내리다가 국경을 없애고 이어질 것이라는 낭만으로 시작해서 저 아프리카에 닿고 저 스위스에 닿고 저 희망봉까지 더 나은 시스템과 삶의 양과 질, 나은 것으로 이어질 수는 없는 것일까하는 고전을 생각하게 된다. 그리고 가끔 바로크적인 삶의 격동을 생각하게 되기도 한다.

 왜 세상은 늘 평화와 등진 전쟁과 인권을 멸시하는 핍박과 테러와 권모와 술수만 앞자리에 서야되는 것일까? 왜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것을 당연한 듯 생각해야되는 것일까?하는 회의주의자도 되어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동치미 네번째 갈무리



추천 : 0 이름 : 아카데미 작성일 : 2009-03-25 17:51:32 조회수 : 5



내일이 동치미 모임인데 이제야 지난 후기를 쓰네요. 기억이 가물가물하지만 가물가물한 탓에 말 많던 지난 모임이 조금 정리 될 수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


지난 모임에서 우리는 <아파트 공화국>을 주 텍스트로 삼아 주거 문화에 대한 얘기를 했습니다. 공교롭게도 참가하신 분들이 아파트 경험이 없거나 적은 사람들로 구성되어 있더군요. 물론 아파트 주거의 경험이 없다는 것이 ‘아파트 공화국’을 얘기하는 데 있어 크게 문제될 건 없을 것 같네요. <아파트 공화국>의 저자가 프랑스인인 것을 보면요. <아파트 공화국>에서 주로 다루는 수도권의 중산층 아파트 거주자들이 이야기에 함께 참여했다면 좀더 다양한 관점도 생겨 재밌지 않을까 싶지만.


저자는 프랑스 지리학자, 책을 읽고 얘기하는 동치미 구성원은 지방의 타자. 타자에 시선에서 대한민국의 아파트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사실 자유로운 얘기방식 덕에 아파트를 걸쳐 놓고 각자의 ‘집’이야기를 비롯한 사적 영역을 넘나들었지만요.






일단 사적 영역부터 시작해서 각자의 ‘집’이야기를 나눠봤습니다. 초가집에서 단독주택, 빌라, 반지하 자취방, 아파트 등등 각자 어떤 집에서 살아왔는지 얘기를 나눠보고 집에 얽힌 추억이나 집의 의미를 서로 나눠봤죠. 나이가 들면서 집의 의미가 사라졌다는 얘기도 나왔어요. 좀 다른 얘기지만 생각해보면 한국에 사는 현대인들에게 집은 얼마나 의미 있나 싶네요. 현재 집에 대한 최고의 찬사는 최고의 집값, 최고의 의미는 재산으로서의 의미니까요.


아파트는 가보처럼 여겨진 집의 개념을 쿨하게 바꿨나 봅니다. 재산일 뿐 더 이상 가보는 아니죠. 그 이외의 의미는 들어올 틈도 없고, 또 다른 의미는 아파트의 ‘쿨’과는 어울리지 않는 것 같네요. ‘쿨’이 현대의 덕망이 되었듯 아파트도 주택의 덕망이 되었습니다. 모든 이들이 살고 싶어 하는 공간, 나를 말해주는 공간, 꿈을 현실로 이루는 공간으로요.


군사기지 같이 일렬횡대, 종대로 늘어선 아파트에서 그 어디에 꿈이 숨어 있을까요? 프랑스에선 빈민촌의 상징인 아파트가 대한민국에서는 어떻게 꿈의 전당이 되었을까요? 사람들은 도대체 어떻게 자신의 사는 집의 외관과 주위 환경에 이렇게까지 무관심해질 수 있을까요? 어떻게 대대로 널찍한 마당을 두고 단독주택을 고수하던 그 많은 사람들이 쭉쭉 늘어선 멋없는 직선에 몇 백 명의 사람들과 함께 살기를 선택했을까요?



재벌과 군부정권의 유착, 현대화 서구화의 잘못된 개념, 뉴타운 신도시 등 새로운 것에 대한 맹목적인 추종, 중산층을 타깃으로 삼은 점 등등 답이야 <아파트 공화국>에서 나왔다면 나온 것이겠죠. 하지만 우리가 얘기하면서도 나왔듯 아파트가 이미 하나의 권력이 된 것도 무시할 수 없는 것 같습니다. 학교에서 아파트에 사는 아이와 일반주택에 사는 아이가 갈리고, 아파트 이외의 지역에 사는 아이들은 학교에 오지 못하도록 아파트 주민들이 시위하는 등 일상생활의 차별이나 불이익도 있죠. 그만큼 아파트 문제는 안다고 싶게 달라질 만한 문제는 아닐 듯싶어요. 이미 일상을 지배하고 있으니까요. 다만 안타까울 뿐입니다.


늦은 얘기지만 ‘그렇지 않았다면’, ‘저렇지 않았다면’, ‘이것이 아니었다면’ 식의 가정을 해보게 됩니다. 아파트가 정말 국민 주택으로써 서민들을 위한 정책으로 만들어졌다면, 집이라는 것이 재산의 의미가 아니라면, 집 걱정 없이 살 수 있다면 아마 우리 사회는 좀 더 나아지지 않았을까요. 적어도 이명박이 대통령으로 뽑히지는 않았으리라 장담해봅니다.



<아파트 공화국>에서 저자가 한국에서 뉴타운과 신도시라는 개념이 마구 사용되는 것을 보고 놀라워하는 대목이 나옵니다. 왜 이렇게까지 ‘뉴’, ‘신’이라는 말이 판을 칠까, 하는 얘기도 나눠봤습니다. 지난 역사를 수치로 생각해 전통까지 배격해버리게 된 배경도 있을 테지만 다른 면에서 보면 문화가 확산되는 과정의 문제로 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문화가 여러 방향에서 자생적으로 발전해 나오는 것이 아니라 상위계급이나 중산층이 하면 아래 계층에서 따라하는, 위에서 아래로 확산되어 가는 것이 보편적인 과정이기 때문이죠. 중산층이 시작한 문화를 새로운 것이라고 받아들이고 쫒아가지 못하면 시대의 낙오자가 된다는 압박감. 휴대폰에서 시작해서 인터넷까지 IT상품들이 우리나라에서 유래 없이 빨리 확산된 탓은 민주화된 사회가 원인이기 보다 오히려 그 반대급부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가 새롭고 서구적이며 현대적이라고 생각하는 아파트도 그런 반대급부의 하나이겠죠. 하지만 서구 선진국 어디에도 고층 건물이 들어선 도시는 유례를 찾을 수 없습니다. 아파트 문화는 분명 편리함과 안락함을 주지만 요즘 어떤 전원주택도 그만한 안락함을 가지고 있습니다. 또한 한국의 아파트의 곳곳에서는 전통 한옥의 계량된 모습을 찾을 수 있습니다. 베란다를 마당으로 쓰거나 온돌식 난방이거나 좌식 생활이 혼용되어 있다는 것에서 알 수 있죠. 결국 아파트는 서구적이지도 현대적이지도 않다는 얘기겠죠.



<아파트 공화국>은 프랑스 지리학자의 논문을 수정한 책답게 주택 정책과 아파트에 살아가는 모습을 중점적으로 다뤘습니다. 외국인이니까 상황을 담담하게, 또는 냉철하게 비꼬면서 볼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그 공간에 있는 사람으로써는 여간 답답하고 암담한 문제지만요. 아파트 문제가 단순히 아파트 문제만이 아니라 전 사회에 퍼져 있는 고름을 상징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사회구성원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정부 정책, 물질적인 것으로 구분하는 것만이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인 중산층과 그것을 좋든 싫든 따라가야 하는 서민, 잠자고 먹는 주거 공간까지도 돈으로만 환산하고 생활의 질이나 살아가는 일에 대한 성찰은 전무한 사회. 개발논리와 약육강식이 너무도 쉽게 통용되는 냉정함 등등.


책을 읽으면서 또 대화하면서 효율성과 개발논리가 전부인 정부의 주택 정책에 화가 나고, 전통과 역사를 무조건 부정하고 앞으로 나가야 했던 아픈 과거도 안쓰럽고, 새로운 것에 대한 그 어떤 취향이나 가치도 가지지 못한 채 단지 뒤처지지 않으려 애를 쓰는 몰개성과 지성의 부족이 속상합니다. 그리고 그것이 현재까지 이어오고 있다는 것도.



호주에서 온 선배 남자친구에게 한국이 어떠냐고 하자 했던 말이 생각나네요. 이상한 점도 좋은 점도 있는데, 특히 허리가 굽은 나이든 할머니가 무거운 시멘트를 대야에 담아 끌고 가는데 그 모습이 충격적이었다고 합니다. 평생 일에 찌들어 산 사람의 고통을 보여주는 것 같다고 말이죠. 근데 한국에는 그런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한 둘이 아니라는 거죠. 건축에 대해서 물어보니 건축에 대해선 한국 건축가들의 미적 감각을 의심합니다. 물론 아파트에 대해서도 이상하게 생각하고요. 그가 생각하기에 한국 사회의 구석구석이 아파보인다고 하네요. 구석구석 아파보인다는 그 말에 제 마음이 다 따끔거렸습니다.



아픈 구석을 어떻게 치료할 수 있을까요? 열심히 까긴 했는데 대안은 깜깜하네요. 다음 모임에서 대안을 얘기할 수 있는 자리가 생겼으면 하네요. 다음 모임은 아시다시피 내일 7시 아카데미 책방에서 주거에 대한 각자의 주제 발표로 진행합니다. 발제하실 세 분은 김경량님(생태주택), 김모세님(미정), 서희철님(도심의 발달)입니다.



그럼 내일 뵙겠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뱀발. 일터일로 부산하다. 겹쳐읽고 있는 책..다 따로 조금씩...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