뱀발. 

낮, 등나무를 자세히 보니 아카시아를 닮다. 꽃이 피는 것도 버선코가 납작할 뿐, 나비처럼 화사하게 고개를 드는 모습은 같은 박자다. 줄기가 더 길고 잎도 부드러운 맛은 부족하지만, 향도 보라도 바람품은 햇살에 날리는 모습은 봐줄만 하다. 꽃잎하나 하나 세세히 그려주고 싶지만 다음으로 미룬다. 톡톡 고개내민 모습, 아직 피지 않은 모습, 다 피어 진보라로 향하는 실루엣만 기억할 겸 남겨본다. 

주말 바빴다. 서울가는 길. 대전에 내려 세미나, 새벽에 잠들고, 부리나케 참* 회의, 그리고 타박?맞으며 서울행. 다소 냉냉한 기운을 견딜 수 없고, 몸도 자꾸만 쳐져내리지만, 되풀이되는 책읽기와 궁금증은 깊어만 진다. 등나무가 내리듯 바닥으로 향한다. 향기를 가지고 끝까지 가본다. 

좀더 숙성을 하고 마음 가닥을 잡아봐야겠다. 이번주는 착실해야하는데, 오늘 도서관은 할까? 월요일인데 또 허탕이면 어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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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밭 2009-05-11 19: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제가 봐도 타박맞을만 하군요. 건강 잘 챙기세요. ㅎㅎ

여울 2009-05-12 00: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유구무언이네요. 흨흨. 근신중입니다.
 

 

서경식님이 한국에서 2년 체류하면서, 책자의 마지막장 제목을 이렇게 달고 있다. 절망스러울 정도로 답답한 일본 사회를 구원해줄 희망을 갖고 왔지만, 돌아가면서 이렇게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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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시라케 수사로 "아, 저는 약간 힘이 없어요" "우리는 힘이 없어요" "너무 정의로운 얘기는 제가 못따라가요" "나는 맨날 먹고살기 힘들어서, 바빠서 그런 일까지 생각할 여유가 없어요"라는 식으로 회피한다. 지식인조차도 그렇다.  

3. 사람들이 모인 자리에서 '정의'라는 말을 하기가 쑥쓰러워지는 분위기로 되어간다는 점에서 30여년전 일본의 전철을 아주 빠른 속도로 밟고 있다. 한국 사회가 희망을 주지 않아도 좋으니 부디 일본 사회만을 닮지 않았으며 하는데... ... 

4. "아, 저는 지식인이나 그런 것 아닙니다. 그냥 월급쟁이지요" 하는 식으로 대응하는 사람들이 급속이 많아질거예요. 

 

뱀발. 

1. 일본을 닮아간다는 이야기. 일상적 파시즘의 우려들이 회자되지 시작한지가 이삼년쯤 되는 것 같다. 좀더 구체화되면 좋을텐데. 부족한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작년 이명박 정권 1주년쯤 대담한 내용인데, 정치적 냉소주의에 시선이 간다. 스스로도 그러하며, 고민하는 많은 사람들마저 손을 놓고 있는 듯한 상황은 무서운 속도를 얻고 있는 것은 아닌지? 속력이 빨라지는 지점은 현실을 너무도 확연히 볼 수 있는 장점도 있을 것이다. 고비가 그 지점일 수도 있고 거기에서 갈라질 수도 있을지도 모른다. 냉소와 무기력증이 스며들지 않게, 작은 마음들, 행동들을 더 챙겨야할 때가 아닌가 싶다. 생활인들은 더 더구나 그러하므로 큰꿈 큰서사를 뿌리내릴 수 있도록 조금이라도 아픔도 슬픔도 섞어 방법을 찾아내야하는 것은 아닌가? 그야말로 무기력을 핑계로 매체마저 관심을 끝는 일은 아닌 것 같다. 다시 생각해도. 다른 버전이 몸이 생각이 바지런을 떨어야할 지점이 아닌가 싶다. 더구나 파시즘을 이야기하거나 예견하면서도 양손에, 생각의 무기를 무장해제하는 일은 더 더구나...더 예민해져야 할 지점이 아닌가 싶다. 현안과 현실에 대해 더 더욱 궁리를 하고 파고 들어야 하지 않나싶다. 무기력을 경계하는, 경고하는 님의 말처럼.... 

 2. 우리가 언제 엠비를 보고 그것에 맞춰 살거나 싸우거나 한 것이 아니라 겨우존재하는 열외자의 삶으로 살고 고민하고 고뇌한 것이 아닌가? 

3. 엠비의 시선에 우리 고민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우리 이웃의 시선에 고민을 맞춰야 하는 것은 아닌가? 엠비를 보고 넋놓는 일과 이웃을 보고 넋놓는 일과 다를 것이 별반 없는 것은 아닐까? 고민과 동선을 냉동시키는 일은 아닐까? 사고를 판단정지시키는 일은 아닌가? 그런면에서 시대의 우울은 생각의 경계에 서있는 [너-나]에게 책임지우는 일이 많은 것은 아닐까?  

4. 고민을 밀고나가는 일, 생각이 멈춰버린 지점. 다시 봐야하지 않을까? 나는 왜 모든 것을 무장해제시키ㄲ 생각있는 사람들이 고민을 멈춰버렷으므로 이중적인 위치에 있는 사람들도 고민을 차치하고 일상으로 들어갈 명분을 얻을 수 있고,  서로서로 큰서사는 흘러가는대로 더 놔둘 것이고... .......어쩌면 고민을 증폭시켜야, 삶과 생활의 결을 더 단단히 넓혀야 하는 시대의 몫이 주어지는 것은 아닐까? 

5. 빠르게빠르게 좁은 보를 지나가는 물살에 그저 떠내려가기만 할 것이 아니라면......그러지 않았으므로 남탓에 할 수 있는 것이 하나도 없다했으므로 지금이 방종의 시기로 기억될는지도 모른다. 우울을 가장한 무기력의 시점으로 낙인찍힐지도 모른다. 생각있는 사람들이 함께 생각을 멈추었으므로.... ...잔인한 여름이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기운들 차렸으면 블로거 논쟁이라고 분분하면 좋겠다. 엠비가 대신 내삶을 너-나의 삶을 살아주는 것ㄷ 아닌데 너무 기운 없고, 기운차리지 못하는 것은 아닌가. 왜 이리 남의 시선에 민감한 것이 생각있는 사람들이었던가...?? 왜 고민의 지점이 늘 '그'였을까? 고민의 지점이 너나 나나 너-나로 넘어오면 문제라도 생기는 것일까?  

6. 큰서사도 작은서사 일상과 큰 공간을 병립시키려는 노력은 걸쇠라도 걸린 것일까? 큰서사에 늘 나의 생각을 담보잡히고 살았던 것은 아닐까? 큰서사와 작은서사를 관통시키는 방법에 대해 논의를 한 적은 있던가? 

7. 고통과 기억의 연대는  우리에게 가능한가? 묻고있는 저자처럼, 지금의 고통과 함께하는 기억의 출구는 연대를 만들 수 있을까? 파시즘의 방어선을 칠 수 있을까? 최소한의 물음이라도 공유할 명분을 주고 있는 것은 아닐까? 생각의 연대는 가능한가?  고민의 연대는 가능한가? 삶의 연대는 가능할 수 있을까? 있을까? 

8. 시대가 시대를 닮아가고 사람이 사람을 닮아가고 마음이 마음을 닮아가고, 사고의 휴전선을 뛰쳐나가고 생각의 휴전선도 뛰쳐나가고... 할 수 있는 것이 별반 없다는 것을 명확히 아는 것, 할 수 없다는 것도 별반 없다는 것을 명확히 아는 일이 필요한 것은 아닐까? 이 정권과 맞짱을 떠야한다는 생각이 늘 걸려있는 것은 아닐까? 일대일 대결에 너무 친숙한 것은 아닐까? 우리 생각은 힘이 너무 세다고 자만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생각을 모으로 모으고 함박눈처럼 뭉쳐야 단단해지고 밀가루처럼 물도 묻혀야 말랑말랑 반죽도 할 수 있는 것은 아닐까? 그런면에서 우리 생각은 늘 통째로 해결하는 것에 익숙했던 것은 아닐까? 힘이 그만큼이나 있다고 생각한 것은 아닐까?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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뱀발.  

1. 주말이 지나고나서 며칠만에 들렀더니 찔레꽃과 아카시아꽃이 절반은 피어버렸다. 아직 피기전 버선코같은 꽃들을 담다. 한입 오물거렸더니 향이 혓속 깊숙히 넘어온다. 그래서 한잎 더. 향이 머리 속을 온통 휘이 감는다. 

2. 주말 서울을 왕래하고 신경을 곧추 썼더니, 몸이 말이 아니다. 잠으로 충전하다시피 하다 내려와 잔일들을 보고 삼학도로 목*역으로 한바퀴 바다내음을 맡고 달래주었다. 8k 80' 난영공원엔 고양이가 낯설게 반기고 오래묵은 제분공장이 앞을 버티어 서고, 삼학도 사이 공원공사가 아담하게 꾸며주고 있음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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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하루만에 아카시아 꽃들이 절반을 채운 것이 나비처럼 날아갈 태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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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이 채워지려는 밤, 잠이 쉬이 오질 않아 뒤척인다. 뭉글거리는 생각끝을 달고 잠 속으로 들어가본다. 도시에 느린시공간이거나 이질적인 시공간을 만들어 볼 수 없을까? 면이어도 읍내여도, 마을 하나, 동네하나를 바닷가의 하나의 섬처럼 가꾸어 볼 수는 없는 것일까? 아주 작은 규칙들. 자동차가 들어갈 수 없고, 자전거나 걸어야 되고, 뭔가 하나 하면 한끼 해결하거나, 한달을 보내거나(가르칠 거리가 있다면..). 한주를 보내거나 품을 나눠, 나눈 것이 서로 남는 그런 시공간은 없는 것일까? 아주 만화같은 이야기만, 아주 어이없는 소리일까? 도시의 한마을의 공간이 이색적이 아니라 과정으로 충만한 공간에 먹고 마시고 나누고 삶의 작은 부분을 공유할 수 있는 시공간을 비틀어 둘 수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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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적 사랑의 변천사(ing)
흔들리지 않는 사랑은 없다



 

아무생각없이 봤는데, 심보가 생긴다. 가시자ㅇ미님 글에 보태고 싶기도 하구 말이다. 

뱀발.  

1. 먼댓글에 엄한 소릴 적었죠. 사랑-결혼-섹스. 불과 십여년, 이십여년 전과 지금은 많이 다르죠. 사랑. 결혼. 섹스. 어쩌면 현실과의 관계가 너무도 엄연해 그 심연에 침잠하지 않기도 합니다. 시대마다 다른 경로를 그리고 있겠죠. 늘 지금 당연하다고 하는 것도 시간의 함수에 예민하게 변합니다.  사랑이란 병을 앓는다고도 했고, 이상한 취급을 받았던 것도 사실이고, 동성애라면 유럽에서 19세기 중반에는 사형이었다 합니다.  

2. 그런데, 우리가 거의 무의식 중에 찾는 사랑이란 것을 의심해봐야하지 않을까요? 개인이 없어진 사회에서 더욱 갈구하게 되는 그것이 따져볼만한 꺼리일까하고 말입니다.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없다구요. 아니 그런 것도 존중하는데요. 언제나 사랑이 영원하다 일편단심이다. 사랑하는 그(녀)로 한정되어있는 것에 대해 말입니다. 사랑이란 로망? 아니 지금과 유사한 패턴을 만들어낸 것은 몇백년된 일이 아닙니다. 그 파급력은 연애소설이죠. 책으로 엮어진 사랑의 패턴은 지금도 끊임없이 재생산되고 있지요. 하이틴소설이나 인터넷소설귀여니부터....저변이 가장넓은 독자를 확보하고 재생산되고 있죠.  

3. 사랑이란 것이 손아귀에 꽉 쥐면 쥘수록 물처럼 스르르 새어나갑니다. 마치 모든 것을 해결해줄 것 같은 그것이 다가서면 설수록 물안개처럼 사라지다니 말이죠. 그래서 의심도 해야되고, 나를 점유하고 있는 생각의 그늘이 어떤 것인지? 몸뚱아리를 꽉 잡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의심해봐야 되는 겁니다. 

4. [7급공무원] 이 끝나고 차니와 나에게 묻는다. 재 미 있 었 어 요. 라는 격식을 차린 말씀만 전할뿐. 아무 생각이 없어야 되는데, 아무 생각이 자꾸 침범해버렸다. [박쥐] 생각만 잔뜩이었나. 하하. 함께한 분들에게 욕먹을 이야기지만 돈들이고 보기 아깝다. 아무생각없을땐 그런대로 ... 

5. 장미님 이야기처럼 어쩌면 지독히도 비개인화되고, 개인에 버둥대는 단면을 보여주기에 이런 중독의 습속은 늘 저변을 스멀스멀 잠식하고 다니는 것은 아닐까? 개인에게 구하면 구할수록 건질 것은 하나도 없음에도 말이다. 중독된 로망과 개인을 감싸고 있는 다른 맥락을 보지 못할 때, 끊임없이 같은 사랑을 죽을 때까지 반복하는 것은 아닐까? 나이의 많고 적음의 문제가 아닌 것 같다. 개인이 없는 사회의 개인에 대한 욕망은 허구이면서도 현실이다. 개인에 함몰하지 말고, 새로운 변화, 변신은 어쩌면 장미님 이야기대로 로망을 만들지도 모른다. 인식의 지평을 넓히는 일이 로망의 지속력에 힘을 실어준다는 사실. 사랑의 잔존수명을 길게 한다는 사실이 아이러니 한 것만은 아닐 것 같다. 

6. 사랑을 시작하고 사랑을 끝내고 있는 지금 수많은 사람들. 잡으려고만 하지말고, 당신의 손아귀의 힘이 너무 들어가는 당신의 경직성에도 관심을 기울이는 일. 그것이 모두가 아니라 당신을 변화시키는 요소 가운데 하나일 수밖에 없음을. 그럴때에만 커질 수 있는 요상한 것일 수도 있겠다. 그렇게 배회시킬 때 어쩌면 그로인해 풍요롭게 열정도 품게 만들고 좀더 시간이란 것을 보태는 수도 있을 것 같다.  

7. 다른 사람들. 다른 시간들. 다른 시대들의 맥락에도 귀기울여보는 것도 손해볼 일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당신의 지금에 덧셈을 하는 것이 무엇인가하는 사실이다. 당신이 좀더 넓고 풍요로워진다면 주변의 모든 사람들이 보다 더 아끼고 싶을 것이다. 사유의 영역에서 공유의 영역으로 조금은 더 다가서는지도 모른다. 어쩌면 그것이 누이좋고 매부좋은 경험의 축적일는지도 모른다. 지금 당장 아무것도 보이지 않더라도 서서히 빛이 바래는 지점에 한번 이 이야기들이 기억나면 좋겠다. 늘 거기에서 출발해도 늦지 않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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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시장미 2009-05-09 04: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 영화리뷰보다 훨씬 더 심오한 이야기를 해주신 것 같네요. 5번을 보면서 제가 하지 못 했던 생각을 하고는 고개를 끄덕이고 있습니다. ^^

여울 2009-05-17 13: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좀더 다르게 생각하는 분들의 이야기를 듣고 싶은데요. 장미님의 생각때문인데...좀더 다르게 생각하는 분들의 코멘트가 있으면 좋을텐데. [사랑]이라는 단어가 너무 깊숙히 불안한 구석도 없이 사람들 마음에 떡하니 버티고 있는 것 같아요. 흔들리면 좋을텐데. 원래 그런 것만 아니었다구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