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중식 시집을 읽다 끊임없이 과거로  반추되어 스스로 치부가 드러나는 듯 부끄러워진다. 돌이켜보면 맛이 엉성하게 들어 여기저기 좌충우돌하기 정신없는 시절이었는데, 어쩌면 삶의 전부를 건 듯 내내 신열을 내고 있었다.  절여지고, 긴안목으로 너무 많은 것을 원하지 않았으면, 그 역시 청춘이 아니겠지? 세상을 너무 닫아놓고 막다른 벽으로만 보았던 것은 아닐까? 아무때나 언제 시작해도 늦지 않은 것은 아닐까? 간도 베이고, 적당히 삭아도 지금부터 이야기하면 되는 것은 아닐까? 불타는 청춘들은 널려있으니까? 총력은 아니더라도 미력이라도 보태면 되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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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일기

그런 날이면 창백한 물고기에게 황금빛 수의를
땅이 내준 길만 따라 흐르는 작은 강물에게 거미의 다
리를
무엇에 차이기 전애는 아무 데도 가지 못하는 돌맹이
에게 이쁜 날개를
한 번도 땅의 가슴을 만져본 적 없는 하늘에게 부드러
운 손가락을
높은 곳에서 떨어져본 마음을
더 높은 곳에서 떨어지는 마음 받아주는 두 팔을
높은 곳에 올라가기 전에
네 곁으로 가는 다리를
그러나 높은 곳에서 떨어져 이미 삐풀어진 입술을
그 입술의 미세한 떨림을

떨림이 전하지 못하는 신음을
크게 그려줘 내 몸에 곱게 새겨줘
그런 날이면 망친 그림을
잘못 그려진 나를 구기지 말아줘 버리지 말아줘
잘못 그려진 나에게 두껍게 밤을 칠해줘
칼자국도무섭지않아대못도,동전모서라도,그런
날이면 새로 생긴 흉터에서 밑그림 반짝이는 그런 날

 

 

거인족

 

별은 없었다

그녀도 없었다

나는 화가 나서

해를 향해

술병을 던졌다

해가 산 뒤로 슬쩍 피하며

딱딱하고 캄캄한 하늘이

술병에 부딪혀 깨지며 쏟아졌다

 

별은 없었다

그녀도 없었다

이글거리는 나의 눈동자 속으로

유리조각이 산산이 쏟아져내렸다

 

청춘 2

맞아 죽고 싶습니다

푸른 사과 더미에

깔려 죽고 싶습니다

 

붉은 사과들이 한두개 씩

떨어집니다

가을날의 중심으로

 

누군가 너무 일찍 나무를 흔들어 놓은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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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노란 단무지


옹벽 위에서 쏟아져 내린 개나리 줄기들
옹벽에 페인트철을 한다.
보도블록 바닥으로
페인트 자국 흘러내린다.


옹벽 밑에는
일렬횡대로
종이 박스가 깔렸다.


할머니들은
머릿수건올 쓰고 앉아
나물과 밑반찬을 판다.


개나리 줄기들이 내려와
허떻게 센 머리카락 쓰다듬는다.
염색물을 들이기 위해
길고 가는 붓질을 한다.


노량게 물든 단무지들
플라스틱 대야에 담겼다.

쳐다보는 사랍 머릿속에
아득히 색소 물을 들인다.


옹벽에 기대 잠든 할머니
둥글게 입을 오므혔다.
단무지 한 조각 집어삼켰다.
쩝쩝 입맛을 다신다.

 

2. 소가 눈 똥


소가 눈 똥.
소가 서
잠시 먼 델 보고
자기 속에 힘을 줘
뭔가를 생각하던 곳.

바뻐 봄이 찾아와
테두리에 풀이 돋았다.

바람의 손이 파릇파릇한
갓자란 곳을 쓰다듬는다.

빗자국이 춤홈히 박혀
건더기는 거의가 다 가라앉아
풀뿌리 근처로 가라앉아
풀이 꽃을 피웠다.
풀이 눈을 달았다.

소가 눈 똥은
매일 밤낮

무얼 보고 있는 걸까?
풀들은 몇 프로나 소가 눈 똥일까?
풀들은몇프로나소가눈똥을생각할까?

 

3. 벚꽃


노인 부-부는
원점 철제 의자에 앉아
라면 면발을 걷어들이고 있다.


두터운 안경 알.
김이 서린 안경 알.
검은 뿔테 속
바로 앞을 가련 안경 알.


알루미늄 새시 문 활짝 열린
분식점 안은 라면 면발
걷어들이는 소리만 남는다.


말이 필요 없어지는 나이
김이 걷히면 국물만 남는다.
신 김장김치 쪼가리
국물에 행궈 먹는다.


저번 생
언젠가 한 번은

와본 곳이라는 생각이 가물거린다.


웃는 눈동자
흰자위만 널린
대낮까지왔다.

** 봄이 왔다. 개나리와 새순, 벚꽃, 진달래가 흐드러지게 맘을 흔들 것이다. 이윤학시인처럼  일상에서 소리 없이 아픔을 설레고, 마음을 흔들고, 없어도 서로 보듬어주는 봄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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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야심한 시각에 일이 끝나 동료들과 삼겹살에 쏘주 한잔하구. 

오늘 차를 가지러 택시를 이용한다. 버스행으로 가려다 대전의 버스잡기가 만만치 않고해서 포기하고 가는 길에 책 목차를 보다.  특별한 것이 없고 말미의 미국의 현재에 대해 눈길이 간다. 토크빌의 찬사보다는 내가 느끼기에도 전쟁과 시장, 광기로 얼룩져있다.  노예를 빼고 민주주의를 누린 아테네처럼, 미국도 백인들의 자유와 민주주의로 똘똘 뭉친 나라가 아닐까? 나머지 신민들에게는 제대로 된 눈길조차 주지 않는, 저자가 보는 파시즘의 광기가 너무 많이 보인다.

몇백년 전통이 있는 시스템도 좋지만, 너무 많은 것을 배제한 시스템 자체는 너무 위태로와 보인다. 지역색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인종차별의 벽에 대해 10여년이상 산 미국 친구의 말을 빌리지 않더라도 광기가 너무 서려있는 나라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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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술/모임 :첫주는 일터 인사이동, 상가로 꼬빅 술과 일터동료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으며,

2. 토/일요일 달리기와 독서조금, 2주째는 가족과 함께 하는 시간이었는데, 반은 술, 반은 달리기, 짬짬이 시집을 읽다.

3. 3주째는 일터 팀발대식으로 찐하게, 참터/아카데미일로 2-3번

4.4주째는 참터 차기 운영위원 후보 섭외/ 대물림/총회로 역시 많은 모임과 많은 술

5. 술마신날 16일, 운동한 날 16일, 모임한날 (일터포함) 17번

6. 사흘에 한번 일찍 자고, 사흘연속 술안마시자는 목표는 한번도 달성하지 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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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산 2005-03-01 20: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우~! ^^

여울 2005-03-02 00: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