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노란 단무지
옹벽 위에서 쏟아져 내린 개나리 줄기들
옹벽에 페인트철을 한다.
보도블록 바닥으로
페인트 자국 흘러내린다.
옹벽 밑에는
일렬횡대로
종이 박스가 깔렸다.
할머니들은
머릿수건올 쓰고 앉아
나물과 밑반찬을 판다.
개나리 줄기들이 내려와
허떻게 센 머리카락 쓰다듬는다.
염색물을 들이기 위해
길고 가는 붓질을 한다.
노량게 물든 단무지들
플라스틱 대야에 담겼다.
쳐다보는 사랍 머릿속에
아득히 색소 물을 들인다.
옹벽에 기대 잠든 할머니
둥글게 입을 오므혔다.
단무지 한 조각 집어삼켰다.
쩝쩝 입맛을 다신다.
2. 소가 눈 똥
소가 눈 똥.
소가 서
잠시 먼 델 보고
자기 속에 힘을 줘
뭔가를 생각하던 곳.
바뻐 봄이 찾아와
테두리에 풀이 돋았다.
바람의 손이 파릇파릇한
갓자란 곳을 쓰다듬는다.
빗자국이 춤홈히 박혀
건더기는 거의가 다 가라앉아
풀뿌리 근처로 가라앉아
풀이 꽃을 피웠다.
풀이 눈을 달았다.
소가 눈 똥은
매일 밤낮
무얼 보고 있는 걸까?
풀들은 몇 프로나 소가 눈 똥일까?
풀들은몇프로나소가눈똥을생각할까?
3. 벚꽃
노인 부-부는
원점 철제 의자에 앉아
라면 면발을 걷어들이고 있다.
두터운 안경 알.
김이 서린 안경 알.
검은 뿔테 속
바로 앞을 가련 안경 알.
알루미늄 새시 문 활짝 열린
분식점 안은 라면 면발
걷어들이는 소리만 남는다.
말이 필요 없어지는 나이
김이 걷히면 국물만 남는다.
신 김장김치 쪼가리
국물에 행궈 먹는다.
저번 생
언젠가 한 번은
와본 곳이라는 생각이 가물거린다.
웃는 눈동자
흰자위만 널린
대낮까지왔다.
** 봄이 왔다. 개나리와 새순, 벚꽃, 진달래가 흐드러지게 맘을 흔들 것이다. 이윤학시인처럼 일상에서 소리 없이 아픔을 설레고, 마음을 흔들고, 없어도 서로 보듬어주는 봄이 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