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0415

 유성 생*고,  오랜만에 축구장을 찾다. 교*청 분들과 시합, 경기는 시종 우세하였으나, 몇달 축구를 하지 않은 몸은 버석거리는 소리가 난다.  나중에서야 몸이 조금은 풀리는 듯한데, 날이 너무 맑고 고와 바람에 우수수 꽃살을 나부끼는 한 아름드리 벚꽃나무에게 넋을 놓아버린다. 무장해제 당한 기분을 아시는가~

 060416

아침 대전마라톤 대회를 참석하다.  바람은 불지만 약간 선선한 날씨는 안성마춤인 듯, 현장접수를 하고 10k만 달리자는 마음은 곧 변한다. 말미에서 천천히 달린다. 혹 느릿느릿 가도 전 처럼 걷게 되는 것은 아닌지 내심 불안하고, 축구경기한 다리 근육도 뭉쳐있는 듯하여 편치 않다.  더불어 달린다.

대전천을 빠져나가 유등천을 접어들며, 몇번의 봄비로 흐르는 냇물은 빠져버릴 듯 맑다. 군데군데 박혀있는 버드나무도 애기살이 붙어 다소곳하고 실바람에 부드럽고,  듬성듬성 박혀있는 겨울꽃도 운치를 더하기엔 손색이 없다.

그렇게 넋놓고 달리다 말미 힘이 남는 듯, 국수와 막걸리 한점으로 주말을 마무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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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 진 자리에

 

생각한다는 것은 빈 의자에 앉는 일

꽃잎들이 떠난 빈 꽃자리에 앉는 일

 

그립다는 것은 빈 의자에 앉는 일

붉은 꽃잎처럼 앉았다 차마 비워두는 일


** 양지바른 곳에 벌써 꽃보다 꽃 진 자리가 늘었다. 그립지만, 이제 생각거리 무게를 조금은 빈 자리로 옮겨야 할 시간인 듯...  음지에서 반기면 될 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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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산 2006-04-17 18: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제 대전서 마라톤 대회가 있었다는데, 혹시 여울마당은 뛰지 않으셨는지 궁금했답니다.
기록 페이퍼가 없는 걸 보니 아마 안 뛰셨나봐요.

여울 2006-04-19 09: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맞습니다. 버드내 버드나무, 유등천- 유채꽃에 흠뻑 취해 돌아왔습니다. 아름답더군요. ㅎㅎ
 

 " 우리가 다른 사람의 마음을 위로하는 방식은 크게 두 가지일 것이다. 함께 흥분하여 소리 높여 잘잘못을 따지거나, 우스갯소리로 울적한 마음을 한번 비틀어 밖으로 날려 보내는 것......  마음속에는 우물 하나가 있는 것 같습니다. 어떤 근심 걱정도 한 번 담갔다 하면 사뿐하게 걸러져 밝은 웃음으로 올라오게 하는 우물 말입니다...... 그 물방울이 우리에게도 튕겨져 시원하고 명랑한 기분에 온몸이 젖어 유쾌해지는 것일까...."

 

1. 책을 이리도 잘 만들 수 있을까?  15년쯤 된 것 같은데, 저자 부친 안재구교수의 강연회인지, 좌담회인지 끝이 나고 잔디밭에 앉아  여러분들이 담소를 나눈 적이 있다. 기억도 가물가물한데, 엉뚱한 질문을 했던 것 같기도 하구.  생각보다 편안하고 부드럽고 수수하다는 인상을 받았다. 설마  아드님이 쓴 책일 줄이야? 무척이나 놀라웠다. 그리고 내내 이어지는 편안함과 부드러움, 잔잔함이 이어지는 듯했다.

2. 옛날과 오늘, 어른과 아이, 현실과 상상의 세계가 소통한다는 문고의 로고와 잘 맞아 떨어지는 느낌이다.

3. 읽는 내내 긴장하고 조바심내고, 책장을 닫기 아쉬울 정도의 미련이 남는다. 더구나 그 문집들이 대부분 번역되어 시중에 나돌고 있다니 말이다. 배부른 하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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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 물 셋

이지우, 1983년생

 

오랜만에/모두가 모이기로 했다,/서울에서 사법고시를 준비한다는 놈과

내일도 시험이라는 의대생 녀석과/급작스럽게 그럴듯한 일이 생긴 놈과

얼마 전부터인가 아예 연락이 되지 않는 녀석을 빼고서,/그러나,그러므로,모두가 모인 것이었다.

 

몇년 만인지/3년/./우리가 놀란 건/3년을 보지 못했다는 사실이 아니라/벌써 3년이 지났다는 사실이었다.

 

그동안/누군가의 집에는/어머니가 돌아가셨고/누군가의 집에는/가압류가 들어왔고/누군가의 집에는

예전부터 말 안 듣던 동생 녀석이 사람을 찔렀고/나이가 들었을 뿐

아무도 나아지지 못했다는 사실을,/아무도 나아지지 못했다는 사실을,/사실은 모두가 건너 들어 다 알고 있었다.

 

그래서/4년제 대학을 다니는 놈과/2년제 대학을 다니는 놈/대학을 가지 못한 놈

대학을 등록했어도 가지 못하는/서로 다른 공기를 마시는 놈들이 모여/어릴 때의 기억들만을 꺼내기 시작했다.

바로 지금,/각자가 어떤지에 대해선 아무도 말하지 않았다,/우리는 마음껏 웃었다./오십대의 동창회처럼 녹이 슨 웃음이/맥주잔 옆으로 맥없이 떨어졌다.

 

이상하게도/아무도 스물셋의 얼굴을 하고 있지 않았다./하지만/모두가 미친 듯이 경쟁하고 있고

커트라인은 날마다 승천하는/지극히 자유로운 시대를 생각하니,/하나도/이상하지가 않았다.

한 녀석이 시뻘건 얼굴로 내 어깨를 잡고/뭐가 이리 힘드냐고 이야기했지만/나는 모두가 관심이 있었던

예쁘장한 여자아이의 이름을 내뱉었다.

 

과거의 이야기를 다 캐어버리고서/빈 광산의 텁텁한 공기를 맡은 우리는/이제 헤어져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

이모임이 어쩌면 마지막일 수도 있다는 것/또한 알았다,바쁘기 때문에./무엇 때문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바쁘기때문에./오랜만에 만난 우리는/나이에 어울리지 않는 정중한 악수를 했고

꼬인 혀로 서로의 앞날을 성축해주었고/제대로 된 전쟁 한번 없었지만/패잔병처럼 지친 몸으로

할증이 붙은 서로 다른 택시에 올라탔고,/길은 저마다의 곳으로 한없이 뻗어 있었다.


** * 요즈음 학생들은 영악?한 것은 아닐까? 현실을 X-RAY로 투사하듯 그대로 안다. 덧붙이거나 설명할 필요도 없이~ , 창비의 큰상을 받은 이 법대생 친구는 당선소감에 이렇게 쓴다. 2008년 사법고시를 합격하겠노라고~ . 

'세월'을 돌려 거슬러 올라가 내 나이 스물셋, 스스로 나의 존재가 부끄러웠다. 그리고 양심에 거슬를까 나이들면 고구마장사라도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다른 자리는 누가 될 것 같기에... ... 그러다가 좀더 나이살이 먹으며 존재를 거부하지 말기로 했다.  '여건이 닿는다'는 말처럼 모호한 말이 없지만, 이율배반한 짓은 하지 않기로 맘먹었다. 하지만 그것이 그렇게 맘대로 되는 일도 아니고....체력도 떨어지고 맘도 멀어지는 것은 아닐까? 걱정이 앞서기도 한다.

*** 요즈음 스물셋의 자원활동하는 학생들을 만난다. 취직기계가 되어 여전히 입시생들처럼 움직이지만, 따듯한 마음과 현실을 투명하게 보는 시선들을 엿본다. 세상의 잔 때가 없는 마음들을 보면, 나의 스물셋이 떠올려진다. 무슨 공부를 그렇게 열심히 하냐구, 연애나 실컷하고 농땡이 치라고 하지만 여전히 착한 학생들이다. 시키는대로 꼬박꼬박 잘한다.

*** 어쩌다 우리시대는 학원모드로 세팅이 된 것 같다. 계속 바쁘고, 바쁘고, 바쁘다. 어디로 가는지도 알면서도 애써 외면한다. 자신만의 인생행로가 있는 듯.. ... 학생의식은 시대가 변해도 여전히 그대로 판박이인 것은 아닐까?  세상은 묘하게도 그대로 찍어낸다. 똑똑한 아이도 찍어내고, 맘과 다른 삶을 찍어내고... ... 삶의 다양성은 마치 거짓말인 듯, 의식을 묘하게도 찍어낸다. 특유의 이중성도 찍어낸다. 우리라는 울타리는 학원성장모드로 점점 교묘하게 자신을 길들인다.(내신이다 뭐다 이미 중학교까지 제도안의 틀을 만드는데 성공한 듯하다. 얼마나 놀라운 일인가...조금만 있으며 초등까지 제도안으로 흡수하기 어렵지 않은 듯하다.)  이기지 않으면 아무런 삶이 없는 듯. 그 착각에도 아무도 이야기하지 않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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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희 시인, 소설가 오수연·전성태가 2004년 2월부터 2005년 7월까지 전국 방방곡곡을 돌아다니며 최소한의 인권 보장에서 차별받는 각계각층의 사람들을 만나서 그들의 사연을 인터뷰한 것이다.

스스로도 이라크 파견 작가, 탈학교 청소년, 방북 이후 보안관찰처분 등의 이력을 갖고 있는 지은이들은 장애인, 외국인노동자 등 일반적인 범주의 인권 문제들 이외에 새로운 영역을 발굴해 냈다. 사실상 '타율학습'이 되어버린 고등학교 자율학습 문제와 문회적 소외를 겪고 있는 농촌 청소년 문제를 다루기도 하고, '천국의 계단' 등의 드라마로 상징되는 한류에 대한 환상을 품고 한국인 남성과 결혼했지만 제대로 된 아내/며느리 대접도 받지 못하는 아시아 여성들의 문제를 보여주기도 한다.

그 외 진폐증에 걸려 가족들에게 버림받고 죽음을 기다리는 광부들과 1970년대보다 더 열악한 조건에서 일하는 여성 봉제 노동자들이 아직도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무슬림, 노인, 미혼모 등의 문제에도 주목했다. 각 인터뷰 대상자들의 일상을 생생한 사진으로 곁들였고, '못다한 이야기' 꼭지를 통해 지은이들의 후일담을담았다.(알라딘 책소개에서)

노동은 있으나 노동자가 아닌 사람들


"봉급도 그래요. 입사한 햇수도 같고, 한 라인에서 똑같은 일을 하는데도 정규직 봉급과 비정규직 봉급은 하늘과 땅이에요. 우리 같은 비정규직은 150만 원에서 200만 원 받지만 정규직은 350만 원에서 400만 원 받거든요."

월급 봉투의 차액을 미처 계산하기도 전에, 너무 억울하다는 붙임말을 채 듣기도 전에, 동료들이 털어놓는 이야기를 다소곳이 듣고 있던 한 아주머니가 입을 열면서 분위기는 더욱 우울해졌다. 2년차로 접어든다는 그는 목이 메는지 이야기를 꺼내려다 눈물부터 쏟아 내기 시작했다.

"정규직은 간식도 제과점 빵이 나오는데 비정규직은 구멍가게 빵이 나와요. 차라리 안 보면 좋겠는데 한 라인에서 그런 일이 벌어지니 그때 심정이 어떻겠어요. 그런 날은 집에 들어가면 잠이..."

아주머니는 말을 잇지 못했다. 그는 자식 둘을 가르치기 위해 신용카드를 긁어 신용카드로 막으면서 겨우겨우 생활한다고 했다. 비정규직으로 일한다는 건 그처럼 언제 터질지 모를 시한폭탄을 안고 사는 거나 다름없어 보였다.

어느 날인가는 출근해서 보니 다른 곳으로 옮기라는 명령이 내려졌고, 가서 보니 업체가 바뀌어 있었다. 바뀐 건 주인만이 아니었다. 전화 한 통 없이 업체가 바뀌자 6년의 공적은 하루아침에 물거품이 되어 버렸고, 열심히 일해서 쌓아 놓은 시급도 바닥으로 추락해 버린 것이다. -본문 19~21쪽

***  '인권'은 적선의 시선, 선망의 시선 - 내려보거나 올려다보는 시선과 인연이 멀지도 모르겠다.  '지금'에서 출발해야지, 앞뒤에 이유나 설명이 필요하다면 그것도 안될 것이다. 하지만 내몸과 마음의 경계는 꼭꼭 묶여있다.  나의 일상엔 온갖 것이 드리워져 있는데, 내몸에 들어와 있지도 않아 아프지도 않고, 뒤돌아서면 잊혀질 듯하다. '내자식'만큼 '내 주식?' '만큼 간절함은 언제나 몸속에 묻어날까? '머리'속으로만 유통되는 내'아픔'에 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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