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경향 신춘문예 당선작]시 심사평 “시는 자신을 비워줄 때 조금씩 다가오는것”

문학평론가 황현산·시인 박주택

 

모든 것이 그렇듯이 시란 하루아침에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오랜 기간 동안 수련에 수련을 거듭하여 기예를 넘어 정신의 한 경지를 드러낼 수 있을 때 비로소 시다운 시라 일컬을 수 있을 것이다. 온힘을 다하여 시에 헌신하고 시를 위해 기꺼이 자신을 비워줄 때 시는 온전한 모습으로 조금씩 다가온다. 시는 결코 설익은 자에게 자리를 내어주지 않는다.

신춘문예 시 부문을 심사하고 있는 박주택 시인(왼쪽)과 문학평론가 황현산씨. | 김문석 기자

 

최종에 오른 네 편의 시 가운데 ‘그 여자의 거실에는 기차가 달려가지’ 외 4편을 응모한 서진배의 시는 발랄한 상상력을 바탕으로 자신만의 독특한 화법을 구사하고 있어 주목을 끌었다. 그러나 지나치게 산문적 진술에 기대고 있고 급격히 장면을 전치시키거나 전복시켜 시를 읽는 데 재미만큼의 감동을 주지 못했다. ‘침묵의 불법 점거에 대한 진술서’ 외 4편의 김희정의 시는 소음과 환청, 자본주의와 물신과 같은 도시적 생태를 다루고 있으면서 눅눅한 서정을 견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으나 시의 관절이 부드럽지 못하다는 점에서 아쉽게 선외로 밀렸다. ‘귀갓길’ 외 4편의 김창훈의 시는 “그림자에도 단내가 난다” “노을에도 마블링이 있다”와 같이 선후 문맥을 잇는 뛰어난 관찰력과 세밀한 묘사력이 단연 돋보였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응모작의 수준이 고르지 못하다는 점에서 아쉬움을 남겼다. ‘녹번동’ 외 4편을 응모한 이해존의 시는 그간의 적공을 유감없이 드러내고 있어 당선작으로 합의를 하는 데 주저하지 않았다. 자신을 구조(構造)하고 있는 안과 밖의 경계에 대해 사유와 감각을 적절하게 가로지르며 생의 경험이 곧 시의 경험이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어 다른 무엇보다도 신뢰할 수 있었다.

모름지기 시는 시여야 한다는 기원적인 측면을 간과할 수 없다. 이 점에서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 자신의 마음이 어디로 흘러가는지조차 모른다면 시는 언제 찾아올 것인가? 당선자의 대성을 기대해본다.

 

 

 

뱀발. 

 

1. 시인을 지근 거리에서 지켜본다는 일은 어쩌면 자꾸 더 아픈 일인지도 모른다. 안으로 안으로 들어가며 피는 생살의 꽃. 또 다른 살은 빨갛게 그렇게 두드러기처럼 마음 속에 인다. 많은 시간들이 긴장을 멈추지 않고 푸릇해지거나 서슬퍼렇게 된 이유가 거기에 있을지도 모른다. 서시인에 대한 호불호와 지청구를 듣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심사평에서처럼 수련에 수련, 헌신에 헌신은 늘 지켜보던 모습이기에 더 더욱 뫔이 짠하다. 어쩌면 지켜보는 이에겐 당선보다 더 기분 좋은 일이다. 그러니 각자 기차여행에서 돌아오고, 대흥동 한적한 북카페에서 카프카를 얘기하고, 내집에서 증약막걸리를 비울 즈음에 이 기사가 올라왔던거다.

 

2. 사랑은 단념이다. 절제다.  가장 아끼는 것을 비워내야 비로소 다가오는 것이란다.

 

3. 가장 아끼는 것을 버린다. 그래야 온전히 받을 수 있다는 사실. 비단 시만의 일은 아닐 것이다. 시 대신 괄호를 넣는다.  올 한해도 그렇게 슬며시 넣어본다. 나 곁에 나, 나 곁에 너...너 곁에 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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뱀발.

 

세밑, 새해  일틈 사이로 모처럼 책마실을 다니다. 몸에 기차소리가 익거나 물리도록, 차창밖으로 설경이 마음 속에 내리도록 해주고 싶다. 끊임없이 펼쳐진 초록, 멀리 들리는 파도소리와 포말들 몸에 아른거리는 것들을 넣어주고 싶다.

 

일터송년회도 말미, 해설피 취한 술김에 아빠 떠나니 묻지 말라고 한다. 내일 떠나서 언제 돌아올지 모르니 궁금해 하지 말라 한다. 흔쾌한? 허락에 책들과 가벼운 짐을 챙겨 나선다. 눈발은 짙어지고 밤은 어두워지고 달리는 기차소리가 곱고, 들뜬 여행객들의 상기된 얼굴과 목소리가 좋다.

 

출발전 정여울의 책소개가 마음 속을 비집고 들어온다. 사놓고 뒷부분에 날개가 접힌 책이다. 일리히 책들도 주섬주섬 읽고 [젠더]는 여러번 재독했건만 그 사이를 뚫고 들어오는 것이 없어 아쉬웠다. 이렇게 책의 문고리를 잡고 기차소리를 들으면 읽다. 사랑은 단념이다. 우정은 낯선사람에 대한 환대다. 믿음은 구하는 것이 아니라 본디 있는거다. 예수의 결을 이리 치밀히 쫓고 분석하는 이가 있을까? 역사 속의 결을 이리 현실화 시키려는 이가 있었을까? 여운을 깊이 들어마신다. 뫔 속에서 달아나지 않게 숨을 꾹 참는다.

 

책의 화자들의 목소리는 한결같다. 세상은 안개보다 더 짙다. 보이는 것이 없다. 보인다고 착각하지 말아라. 네 몸은 지칠대로 지쳐있다. 너무 열심히 살아 지쳐있다. 멈춰라. 살펴라. 판단하지 말고 살펴라. 한올한올 살펴라. 서사도 없고, 진보도 없고, 보수도 없다. 있는 것들을 다시 보고 이어라. 저기 역사의 뒤편에서 말했던 이의 말에 감금되지 말고, 보는 것만으로 주섬주섬 섬겨라. 우리의 판단이 들어서고, 우리의 피로같은 어둠을 서로 더듬다가 저편에 나만이 아니라 너가 있다는 것이 설핏느낄 때 희망은 생겨나는 거다. 우회하고, 나눠지는 갈래를 살펴라. 판단하지 말고 살펴라. 학문은 애초나눠진 것이 없다. 그 바닥까지 느껴라.

 

12월 12일. 십이월 십이 일.

 

" 나는 죽지 못하는 실망과 살지 못하는 복수, 이 속에서 호흡을 계속할 것이다. 나는 지금 희망한다. 그것은 살겠다는 희망도 죽겠다는 희망도 아무것도 아니다. 다만 이 무서운 기록을 다 써서 마치기 전에는 나의 그 최후에 내가 차지할 행운은 찾아와 주지 말았으면 하는 것이다. 무서운 기록이다. 펜은 나의 최후의 칼이다." 스무살 청년 이상에게 소설은 이런 것이었다. 책은 얼어붙은 바다를 가르는 도끼라고 한 카프카처럼... ... [십이월 십이 일]은 다가오는 화살이다. 점점 뜨겁게 조준되어 오는 불화살이다. 여울 생일날은 이렇게 새까맣게 타서 새해의 불쏘시개로 쓴다.

 

책마실 중이다. 책들이 이렇게 불꽃처럼 한꺼번에 다가서는 것인지, 자칫 정신을 잃을 듯 싶다.

 

 

 

 

 

 

 

 

 

 

 

이반 일리히의 유산 

정여울의 내 마음속의 도서관

 

 

내가 책을 고르는 것이 아니라, 책이 나를 고를 때가 있다. 오스트리아 신학자 이반 일리히(1926~2002)의 <이반 일리히의 유언>이 그랬다.

 

 

이 책은 서구문명을 구조화한 핵심 열쇳말들-복음·신비·우연성·범죄·두려움·학교·병원 등을 출발점 삼아 일리히의 평생에 걸친 사유의 여정을 장대한 파노라마로 펼쳐보인다. 그리고 이 모든 열쇳말들을 아우르는 하나의 불꽃은 ‘사랑’이다. 나는 이 책을 통해 내가 사랑이라 믿었던 모든 열망의 비겁함을 깨달았다. 나는 내 결핍을 채워주고, 내 불안을 잠재우는 감정이 사랑이라 믿었다. 한 번도 나를 파괴하는 사랑에 몸담아 본 적이 없다. 그런 감정이 다가올 때마다 용케도 잘 피하며 이런 위험한 감정은 사랑이 아니라 부정했다. 그러나 이 책에서 본디 나였던 나, 나라고 믿었던 나를 파괴하는 사랑이야말로 내가 한 번도 끝까지 경험해보지 못한 아름다운 사랑임을 알게 되었다.

 

 

<…유언>을 통해 내게 소중한 세가지 단어의 정의를 완전히 바꾸었다. 바로 믿음·우정·이웃이다. 첫째, 믿음. 나는 믿음이 불합리성을 기반으로 한 나약한 감상의 일종인 줄 알았다. 그런데 일리히에 따르면, 믿음이야말로 ‘가장 바보같은 인식’임과 동시에 ‘인간이 경험할 수 있는 최고의 인식’이다. 인간은 바로 그 조건 없는 믿음의 목소리를 잃어왔기에, ‘최선의 것이 타락하여 최악이 되어버린 세상’ 속에서 고통받는다. 이 ‘최선의 것’이란 곧 기독교 문명이다. 둘째, 우정. 우정이란 나의 결점을 말없이 받아주고, 나의 장점을 질투 없이 예찬하는 상대방의 선의라 믿었다. 그런데 일리히의 우정은 그런 것이 아니다. 단 한 번 마주친 이에게 내 모든 마음을 내줄 수 있는 용기. 낯선 타인과의 사소한 우연을 뜻밖의 연대로, 눈부신 기적으로 만드는 삶의 기예다. 너와 나 사이에 제3자를 누구라도 받아들일 수 있는 환대의 능력이다. 셋째, 이웃. 그에 따르면, ‘이웃’을 생각할 때 특정한 얼굴이 떠올라선 안 된다. 오늘 처음 본 사람일지라도, 그 아픔을 반드시 알아봐야 하는 타인. 내 아픈 시선을 기다리는 완전한 타인. 그것이 이웃이다. 나는 얼마 전, 길바닥에서 폐지를 주우며 말라비틀어진 식빵과 물을 드시는 할머니를 보았다. 그때 마침 나는 맛 좋은 돼지갈비를 먹고 만족스런 얼굴로 음식점을 나오고 있었다. 할머니의 핏기 없는 얼굴과 마주친 뒤, 하복부에 격심한 고통을 느꼈다. 일리히에 따르면, 바로 이 ‘하복부의 고통’이 구원의 열쇠다. 온몸을 통해 느끼는 타인의 존재, 곧 내가 돌봐야 할 이웃의 얼굴을 인지하는 고통이기 때문이다.

 

 

일리히는 가톨릭대학교 부총장을 지낼 정도로 촉망받는 인재였고, 10여개 국어에 능통했으며, 손대지 않은 학문 분야가 거의 없었지만, 모든 특권을 포기했다. 온 세상을 떠돌며 오직 평범한 사람들을 통해서만 교회·믿음·세상이 구원될 수 있다는 믿음을 실천했다. 나는 그를 통해 나를 언제나 지켜주는 보이지 않는 힘을 느낀다. 도저히 극복할 수 없는 고통이 온몸을 휘감을 때, 나는 문득 내 아픈 머리를 가만히 쓰다듬는 보이지 않는 손길을 느낀다. 내가 상상도 못하는 아픔으로, 내 고통을 대신 짊어지고 걸어가는 누군가의 슬픈 뒷모습을 바라본다. 이제 내게 사랑은 단념이다. 가장 사랑하는 것을 기꺼이 버릴 수 있는 용기다. 이제 내게 사랑은 절제다. 나를 가장 기쁘게 해주는 바로 그것이 없어도 내가 잘 해낼 수 있다는 믿음이다. 이 아픈 사랑은 오직 완전한 단념과 절제를 통해서만 얻어진다. 그가 없는 모든 곳에서 그의 사랑을 실천하는 용기. 누군가를 어떤 희망도 없이 완전히 사랑할 수 있는, 바로 그 순간까지.

 

 

정여울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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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난 새해!! 만나요!! 이렇게는 말구 오프라인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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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피로사회, 도핑사회의 전단계로 성과사회
    from 木筆 2013-01-06 12:34 
    사색의 삶 깊은심심함 - 향기를 시각화하는 데는 깊은 주의가 필요하다. 사색의 능력이 반드시 영원한 존재에만 묶여 있는 것은 아니다. 떠다니는 것, 잘 눈에 띄지 않는 것, 금세 사라져버리는 것이야말로 오직 깊은 사색적 주의 앞에서만 자신의 비밀을 드러내는 것이다. 또한 긴 것, 느린 것에 대한 접근 역시 오랫동안 머무를 줄 아는 사색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지속의 형식 또는 지속의 상태는 과잉활동성 속에서는 결코 이해할 수 없는 것이다.34 컴퓨터는 긍
  2. 불가능한 것의 가능성
    from 木筆 2013-01-06 14:43 
    우리는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합니다. "제가 보기에는 좌파는 아직 철저하게 바닥까지 떨어지는 위기를 맞지 않았습니다. 이 지점에서 저는 제 친구 알랭 바디우의 입장에 동의합니다. 바디우가 레닌의 말을 인용하며 말했죠. "우리는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합니다." 이 말은 20세기 이래 지속되어온 좌파가 비록 영광스러운 순간을 누렸음에도 불구하고 이와는 절연해야 한다는 것을 뜻합니다.....(중략) 문제는 경제적 필요에 의해 사회민주주의 체제가 종말을 향
  3. 인류는 언제나 자신이 풀 수 있는 문제만 제기한 것일까?
    from 木筆 2013-01-09 13:35 
    미래가 보내는 징후 그러나 지켜보라, 깨어 있으라. 그 때가 언제인지 알지 못함이라. 가령 사람이 집을 떠나 타국으로 갈 대에 그 종들에게 권한을 주어 각각 사무를 맡기며 문지기에게 깨어 있으라 명함과 같으니, 그러므로 깨어 있으라. 집 주인이 언제 올는지 혹 저물 때일는지, 밤중일는지, 닭 울 때일는지, 새벽일는지 너희가 알지 못함이라. 그가 홀연히 와서 너희가 자는 것을 보지 않도록 하라. 깨어 있으라. 내가 너희에게 하는 이 말은 모든 사람에게 하
 
 
 

오스트리아 황제 요제프 2세가 베르사이유 궁전의 친누이 마리 앙투와네트에게 보낸 편지다. - 프랑스 혁명

 

뱀발. 절대 이런 일은 있어서도 일어나서도 되지 않는다. 민생현장의 중심, 홀로가 아닌 조직과 단체를 찾아나서야 한다. 비정규직 노조와 노동단체와 전교조와 방송국과 그 숱한 사연과 비극이 있는 사람책을 만나러 나서야 한다. 그 사람책을 읽고 느끼지 못하는 순간, 개연성없는 정치가 낳은 비극과 불화는 온 국민의 몫이 될 수 있다. 일어나지 말아야 할 일이 일어나고 있는 지금 이순간, 가장 많은 권력과 가장 많은 기대를 받고 있는 그대가 박근혜대통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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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밤, 두 통의 전화 - 두통의 사연

 

 

 

1. "이번에 정리되었어"

 

휴대전화로 낮익은 이름이 뜬다. c팀장이다. 일주일전 과제평가시 흔적이 없던 그다. 아 그날 저녁 남부권부터 훑고 올라왔다는 냄새풍기는 임원의 송년회자리 출현. 그리고 후배들의 일선 후퇴 소식이 들렸다. 그 다음날 이야기들은 것이 있냐는 일의 신민이 가로되, 한해 수명연장을 명받은 그에게 c팀장도 대상자라는 소리를 듣다. ....그러길 며칠 전화도 하지 못하고 분하고 억울한 생각들만 가득한데, 통화 속의 목소리가 너무 밝다. 제대 먼저했어. 걱정마. 다 똑같지. 머뭇머뭇 제대로 위로의 말도 할 수 없다.

 

 

0. "뒷담화, 골수 야당이래"

 


일터 심사다. 단 한시간도 이땅에 숨쉬기 어렵다는 심사원은 포스트모던한가 싶더니 그 선을 넘어선다. 진보연 하는 행태가, 아 그래서 욕먹는 것이구나. 왕년하나 가지고 이렇게 펑펑 욕해대고 세속과 속물의 구린내는 더 나고해서 주변 사람들이 갈피를 못잡겠구나. 진보 욕은 그렇게 변두리부터 오는 것이겠구나 싶다. 진**무슨당 가입했다고 그게 진보인 것처럼 말하는구나. 발설하는 문자와 사실관계는 아무 것도 아니구나 싶다. 이 바닥에서는 소문난 행태와 습속, 가지고 있는 삶의 영역에 대한 자성은 말들 가운데 섞여있는 것이 하나도 없다. 좌판처럼 벌려진 습속들. 진보색깔을 칠하고 말만하는 장난감들.  진보는 좋다졸다쪼다다라구.

 

 

 

2. "이번에 다 정리되었어"


"형님, 이러시면 안됩니다. 미리 얘기했어야 되는 거 아닙니까?  하도 속이 상해 이틀동안 생각하다 전화거는 겁니다. 후원회비 가운데 전임국장 퇴*금으로 들어가면 그만둡니다. 그렇게 얘기하지 않았습니까? 약한 사람 이용해 자기 속만 차리는 거 아닙니까? 저한테 *먹이는 겁니다. 뒤치닥거리하고, 컨트롤타워역할 맡기는데 이렇게  해도 되는겁니까? "

 

 

뱀발.

 

 

2,1 "그래 전임국장이 형편이 어렵다고 문자보냈지? 취직하고 애낳고 힘들겠지? 그런데 그만두면서 퇴직금에 대한 이야기를 사전에 한 적이 없었지? 그리고 총회날 뒤풀이자리에서 퇴직금 어떻게 할거냐구 언성을 높였지. 그래 난 바보처럼 묻지도 않았고, 서운함을 내색도 하지 않았어. 지금도 모임이 얼마나 힘드냐고 되묻지도 않는 서운함을 비추지도 않았어. 운*위도 정말 일이 많아 바빠서 그런 줄 알고 있어. 그래 그렇지 바보같이  몸빵하는 사람도 모임에 있어야겠지. 누가 해. 그게 싫다는 거예요. 다시 여기까지 영향이 미치는거잖아요. 빤히 그꼴 보고 약한 고리 건드려 한 거라구요. 그래 난 어느 한 놈도 버릴 수 없어. 바보처럼 몸 데주는거야. 바보라고 해도 상관없어. 모임에 바보 한둘은 있어야지. 똑똑한 채 하지 않는 사람 있어야 하는거야. 사람들은 바보들이 다들 모를거라고 생각해, 그런데 다 느끼거든. "

 

 

2.2 '정리되었어. 누가 짐을 먼저 털었는지? 속내가 어떤 것인지는 조금만 더 지나면 알 수 있어. 바쁜건지. 모임을 얼마나 생각하는지. 분노인지 증오였는지. 죽기살기였는지. 착한척하기 싫고 바보짓하기 싫은데 그러다보면 바보그물에 걸리는 녀석들이 있을거야. 약삭빠르게 이용해먹는 기술을 가진 친구들도 걸러낼거야.  똑똑해. 똑똑해. 아마 똑똑할거야. 바보처럼 말야.'

 

1.1  일터 동료가 일선에서 물러난다. 짤린거다. 동기이자 속심지 깊은 아이셋의 가장이다. 객지에서 주말부부. 문득 다가선 소식. 어이가 없다. 인사관행. 그렇게 추려내는거지. 건강한건지 일의신민을 만들어내는건지. 돈의신민을 만들어내는건지. 그렇게 악다구니 속으로 일상을 밀어넣는거다. 이선이 있다는 이유로, 외부사람들이 부러워한다는 그 제도로 아무말도 하지 못한다. 제대 먼저한다는 친구의 말. 일주일 내내 다른 일들 사이로 삐죽삐죽 솟아나 아프다. 분하고 화도 치민다. 내색할 수도 내색해도 새기거나 삼킬 공감의 리트머스 시험지가 없다.

 

0. 생협 매장엔 별의 별 손님들이 많다고 한다. 손님이기보다는 소비자다. 왕이다. 상품을 구하러 오는이들. 호칭도 부르는 언어도 다르지 않다. 소비만 있을 뿐 또 다른 결의 지대가 없다. 소비자인 이상 사람들은 없을 것이다. 돌이켜야 할 부분들도 보이지 않을 수 있다.  아침 건네들은 이야기에 보탠다.

 

 

0.1 일터일 와중 뒤풀이 자리를 동료들이 겨워낸다. 불편도 참지 못하고, 그쳐 자신의 느낌에 맞는 사실들만 골라 입은 이들이 토로한다. 저 심사원 안되겠다고 말이다. 진보의 문화적 자산와 생활의 자산은 딱 거기에 멈춘다. 저수조에 물은 넘치지 못한다. 딱 그만큼이다. 딴지걸지 않고, 문제삼지 않고, 언어의 세련만 닥달해 딱 거기까지다.

 

 

 

3. 한겨레21 부록으로 손바닥문학상  우수작모음집이 있다. 픽션보다 더 픽션같은 논픽션의 세상이다. 그것을 건져올린 논픽션들이 그냥 버리기에 아쉽다고 생각한 모양이다. 시간의 자장에 강하다는 것이 무엇일까? 금강길 구비구비 도는 내내 여울 이야기 가득하다.  좋아하는 여울.

 

 

 

여울은 두려움과 즐거움이 공존한다. 여울은 기분 좋은 고통이다. 여울은 편안하다. 여울은 중독성이 있다. 여울에는 생명이 있다. 여울에서 자연의 순응을 배운다. 여울은 사람을 협동하게 한다. 여울에서 옛사람들을 생각한다. 여울은 자신을 돌아보게 한다. (여울트레킹의 매력 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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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와 문화, 그리고 삶 -  생명은 영원하지 않다. 자본주의의 삶은 더욱 짧다. 그래서 짦은 순간 더 세속적인 삶을 원한다. 돈도 명예도, 권력도. 죽음에 대한 강렬함도 그치지 않는다. 그래서 살아있는 순간 무엇이라도 움켜쥐려고 한다. 일리히가 말한 역사는 시간이 끊길 수 있다. 그리고 문화적 자산도 멈출 수 있다. 숱한 삶도 얼려져 있다. 그런데 그가 말한 역사는 시간을 뛰어넘어 이어질 수 있는 것이라 한다. 문화적인 강줄기도 지금으로 이어질 수 있으며, 중동난 삶들의 영역도 색다르게 개화할 수 있다 한다. 시간에 대한 유연함, 시간이 자랄 수 있다는 것을 느끼는 주체들에 의해서다. 세속의 욕심에 뭍혀 흐름을 느끼지 않는 세대들이 아니라면  면면히 이어온 역사를 증폭시킬 수 있다. 5년, 4년, 3년만 ....10년의 무게를 느끼지 못하거나 안목을 갖지 않은 활동은 무엇을 남길 수 있을까?

 

정치, 문화의 비중과 활동자산 - 그들에게는 자산이 별로 없다. 그 짧은 기억력으로 인해, 문화의 흐름과 자산은 보이지 않는다. 보이지 않으므로 정치만 전부로 보이는 건 아닐까?

 

제도안-곁-밖 : 정치에 매몰되지 않는다면, 일희일비가 아니라 그 열정의 크기를 나눌 줄 안다면 문화적인 맥락과 자산이 보이지 않을까? 선거때마다 명멸하고, 또 다시 기획만 하다 분열하는 삶이 아니라 최소한의 흐름을 만질 수 있는 것은 아닌가? 그 많은 문화와 일상의 자산들은 제도안의 대의제 선거에 매몰되어 보이지 않는다. 옆에 숱한 꼼지락거림이나 갈증, 노력의 범벅이었다는 사실을 발굴해내지 않는다. 4년짜리 기억력, 10년정도의 생활과 삶이 끼여들 틈이 없다.

 

제도안을 넘본다. 제도곁에서 끊임없이 소통한다. 제도밖에서, 재야에서 묵묵히 사회-문화적 자산을 쌓는다. - 제도안은 곁과 밖을 의식하면 실험한다. 곁은 밖의 토대와 자산을 근거로 제도 정치안에서 현실화한다. 진보를 자칭한 울산의 구청장들은 과연 무엇을 했는가? 정규노동자계급의 성안을 탄탄히 할 뿐, 포함되지 않는 이들을 위해 얼마나 소중한 것을 버렸는가? 보이지 않는자를 위해 어떤 룰을 만들어 관철시켰는가? 시간의 자장에 강한 살아숨쉬는 묘책은 있는가? 포함되지 않는자, 노인의 최소한의 생계가 나아질 노력은 있었는가?

 

만들 수 있다는 사실: 내가 살아있을 때 뭘해야한다. 내가 있을 때 꼭 해야한다. 이 신념에서는 시간에 대한 맷집도, 활동에 대한 실낱같은 희망도 발견할 수 없다. 정치권에 진입하기 위해 진입하면 곁과 밖에 감응해 도대체 무엇을 해야하는지도 모르는 현실은 아닌가? 생각해본 적도 없고 막연히 구의원이 되면, 시의원이 되면, 국회의원이 되면 나아질 것이라는 당위 속에는 아무것도 뭘 수 없다. 세세한 시나리오도 기획도 없이, 시간을 걸면서도 제도밖와 곁의 문화적 힘을 강건하게 할 구체안도 없이 무엇을 해왔는가?  스페인의 작은도시 마니넬레나의 시장은 가장 가난한 이를 기준으로 집값을 산정한다고 한다. 기준점 하나를 잡고 시간에 대한 맷집과 환경을 만들어 오려는 노력이 30년이다. 흔들리지 않는다. 세계 금융위기의 나락에도 말이다.

 

대통령 결선투표도 없어 정책이 꿈틀거릴 조건이 되지 않는다. 정책도 실바늘 꿰어놓지 않는 구슬들이 아니어서 아무 의미도 없다. 이곳은 전부 중앙만 있는 곳이다. 지역국회의원도 중앙만 의식할 뿐이다. 아무도 지역의 예산으로 다른 삶과, 보이지 않는 자들의 겨울나기에도 도움을 줄 다른 울타리를 만들려고 하지 않는다. 독거노인에게 구,군예산으로 또 다른 일상과 삶을 제공하는 실험이 그렇게 어려운가? 부여잡고 그 한 구와 군,읍,면에 또 다른 안전지대를 만들어 보여주는 것이 그렇게 어려운가?

 

국회의원 뺏지만 달아놓고, 중앙의 제도만 탐하여, 지역구민의 삶이 얼마나 나락으로 떨어지는지는 눈꼽만큼도 의식이 없다. 중앙의 비정규직 대책안만 고집하며 정작하는 것은 하나도 없는 의원들이 여전히 중앙의 쟁점으로 생명을 연장하고 있다. 그들에게는 성밖으로 왕래하는 전언자도 없으며, 성밖의 고통을 안타까워하며 호소하는 재야세력도 없다. 문밖 자기 단체의 안위만 걱정할 뿐 이 동네에서 무엇을 어떻게 해야하는지 왜 연대를 해야하는지, 왜 지역의 정치는 중앙과 다르며 예민한 감수성을 갖어야 하는지 느낄 줄 아는 활동가 그룹도 없다. 어쩌다 문안의 세속적인 자리를 꿰어찰 요행을 바란다. 요행을 꿰어찬 이들이 곁과 밖의 문화적 수준과 노력, 아픔에 대해 정작 어쩔 줄 몰라 실행하는 것이 하나도 없음에도, 없었음에도 무능을 살피지 못한다.

 

한우의 고기는 부위가 다르다. 맛도 다르다세상을 품에 넣고 사는 이들이 제도안과 곁, 밖의 결의 차이를 느끼는 이가 얼마일까? 느끼는 이가 있다면 자신의 능력이나 좋아하는 일들, 끼가 어디에 맞다고 구별하는 이는 얼마나될까? 구별하는 이들 가운데 제도안의 기질이 맞다고 선언하는 이는 얼마일까? 선언하는 이 가운데 곁과 밖의 도움과 감내, 문화와 일상의 감수성을 껴안고 시도하거나 실험하는 이는 얼마일까? 제도안의 사정으로 다시 제도곁의 교수직이나 제도밖의 재야활동을 해야한다면 무엇을 어떻게 해야하는지?에 대해 고민하거나 삶을 섞는 이는 얼마나될까?

 

초-중-고졸의 하루하루 전쟁같은 삶을 사는 이들에게 무엇을 해주었는가? 전쟁같은 하루 삶을 살아온이에게 고통의 역치는 어떨까? 아이엠에프와 정리해고의 늪은 어디에서 왔는가? 삶의 무게는 상대비교되지 않는가?

 

시간에 대한 맷집이나 문화적 저항력, 보이지 않는 활동자산은 안중에도 없고 끊임없이 권력을 탐하는 쪽으로만 움직인 것. 삶의 구체안은 온데간데 없이 장미빛이론과 관념만 만발한 것이 가방끈에게만 먹히는 것이 현실은 아닌가? 배제된자, 배제될자, 보이지 않는자, 포함되지 않는자, 열외자는 무얼 먹고 사는가? 하루 하루 삽자루를 집어던지거나 욕을 뱉어내지 않고는 한끼 굶을 수밖에 없는 이들에게 우리는 무엇을 했나? 무엇을 해야하나? 무엇을 할 수 있을까?

 

하루에도 수천의 전태일이 피고지고, 수천의 김주익이 피고지고, ... ...

 

 

뱀발. 1  두서없이 남긴다. 모임 운영에 대해 식사하고 차한잔하며 남기는 얘기들 끈을 잡아본다. 날것이고 뿌리에 흙들이 섞여 있다. 마음의 갈래, 분노와 화의 흙덩어리 제거하고 온전히 다시 살펴봐야 할 것 같다.  121225  고*촌, 카페나*,  송샘 19:00 - 22:00


 

 2. 쪽 시간 원자력연구소의 한 연구원으로부터 선물받은 책을 읽는다. 대통령에게 드리는 제언 중심으로. 에너지, 지구온난화에 대한 요약은 잘되어 있으나 원자력발전 극찬성 논조에는 동의할 수 없다. 다시 살펴봐야겠다. 우주산업도 그러하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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