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은 계급을 고정하는 도구다/무엇이든 상관없는데 사람이 속한 공동체의 인간관계를 더 깊게 하고, 고정시켜 거기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하는 미디어가 인터넷이다/그 통제에서 벗어날 방법은 오로지 하나. 구글이 예측할 수 없는 말을 검색하는 것이다. 어떻게 하면 이것이 가능할가? 이 책의 답은 단순한다. ‘장소‘를 바꿔라. 그 뿐이다. 7

연상의 네트워크를 넓히기 위해서는 이런저런 생각을 하는 것보다 연상하는 환경을 바꾸는 편이 빠르다/‘자기‘를 바꾸려면 ‘환경‘을 바꿔야 한다. 인간은 환경에 저항할 수 없다. 환경을 ㄱㅐ조할 수도 없다. 그렇다면 환경을 ‘바꾸는‘수밖에 없다. 8

‘약한 유대관계‘는 사회의 다이나미즘(활력)을 사유하는 데 매우 중요한 개념으로, 최첨단 네트워크 이론도 자주 참조하는 것이다/현재의 당신이 깊이를 추구한다면 강한 유대관계가 필요하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당신은 환경에 매몰되고 만다. 당신은 주어진 입력을 단지 출력할 뿐인 기계가 되고 만다. 13

실ㅈㅔ로는 신체가 어떤 환경에 있느냐에 따라 검색어가 바뀐다. 욕망의 상태에 따라 검색어가 바뀌고, 보이는 ㅅㅔ계가 바뀐다. 달리 말해 아무리 정보가 넘쳐나도 적절한 욕망이 없다면 새로운 것을 알길이 없다./인터넷을 떠나 현실로 돌아가기 위한 여행이 아니라, 더 깊이 인터넷에 빠지기 위해 현실을 ㅂㅏ꾸는 여행 30, 31

인ㅌㅓ넷에는 누군가가 올려야겠다고 마음 먹은 것만 있다. 표상 불가능한 것은 거기에 없다/ 말로 할 수 없는 것을 말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필요하다. 69

정보를 향한 욕망은 신체와 깊은 관계를 맺는다/어떤 욕망을 불러일으킬 것인가? 이를 위해서는 신체를 ‘구속‘하는 것이 제일 좋다/신체를 일정시간 동안 비일상 속에 ‘구속‘하는 것, 그리고 새로운 욕망이 싹트는 것을 천천히 기다리는 것. 여행의 목적은 바로 여기에 있다. /여행지에서 새로운 정보를 만날 필요는 없다. 만나야 할 대상은 새로운 욕망이니까/ 정보는 얼마든지 복제할 수 있지만 시간을 복제할 수 없다. 85,86

나는 한일 관계에서 올바른 역사 인식을 공유할 것이 아니라 오히려 ‘역사 인식을 공유할 수 없다는 인식을 공요해야 한다‘고 본다/‘진실을 탐구하지 않는‘ 것이 합리적일 수도 있다/국민으로서 서로를 이해할 수 없는 것보다도 ‘개인으로서 서로를 이해하는 것‘을 우선시하여 제도를 설계하는 편이 현명하다. 98,99

루소는 다르다. 그는 원래 인간은 고립되어 살아야 하지만 타인의 고통 앞에서 ‘연민‘을 느끼기 때문에 집단을 이루고 사회를 만들었다고 주장한다. / 인간이 연대하게 되는 중요한 계기는 이념의 공유가 ㅇㅏ니라 ‘당신도 힘이 듭니까‘라는 상상력에 ㅂㅏ탕을 둔 물음이라고 리처드 로티는 말한다. 109,110

국민과 국민은 말을 매개로 서로 엇갈릴 수밖에 없지만 개인과 개인은 ‘연민‘을 통해 ‘약한 연결‘을 맺을 수 있다. 112

인간에게 성욕이 없었다면 계급은 지금보다 훨씬 고정되어 있었을 것이다. 사람은 성욕이 있기 때문에 서로 말을 섞지 않았을 사람에게 말을 걸거나 교류를 갖기도 한다. 그 기능은 ‘연민‘과 매우 유사하다. 114

오프라인 서점에서 어쩌다 눈에 들어와 사게 되는, 그런 우연성에 몸을 맡기는 쪽이 훨씬 풍부한 독서 경험을 가져온다. 계획된 독서보다..142


볕뉘.

0. 책친구에게 더블린사람들을 아껴서 읽는다고 하고나니, 추천한 책이다. 일반의지 2.0은 읽었고 존재론적, 우편적은 제대로 읽지 못한 저자였다. 다소 간단하고 도발적인 주제는 강하다.

다크 투어리즘의 작년 경험이 가져온 것은 사고방식의 변화였다. 작년 나가사키 등 4,5일간 이동여정에서 끊임없이 함유하게 만들었던 질문들은 일본을 좀더 넓고 깊게 읽도록 만들었다. 청소년들의 공유지점들을 만들어가지 않으면 어렵겠구나 하는 느낌도 올라왔다. 시공간의 변화가 가져오는 경험은 모두 있을 것이다. 그 경험들을 반복해서 저자는 말한다.

1. 강한 유대를 불러 일으킨다는 소셜미디어의 활동, 나를 변화시키기 위해 시공간을 변화시킨다는 점. 가벼우면서도 강력하다. 경험된 자아, 협력적 자아, 되기...등등 변환과 전환은 경계로부터 ㅅㅣ작한다.

2. 좀더 가벼워지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것 같다. 우리는 끼리끼리 너무 무겁고 진지하다. 그래서 아무것도 변하지 않는 것일수도 있겠다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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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안목 – 책 속에서 김환기화가를 다시 만나다. 백자. 달항아리.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색감에 반해 끌리게 되는 묘한 은은함. 매화향에 달려있는 마음. 매화 꽃술에 비치는 달빛.

2. 더블린사람들 – 제임스 조이스 입문. 그의 단편을 읽는다. 아껴아껴서. 엘리엇이 그랬다지. 더블린 사람들을 제일 먼저 읽으라고 말이다. 이 위대한 작가를 이해하는 유일한 길이다. 그 쫄깃함이란. 두근. 한문장 한문장. 아마 다 읽으면 봄끝이리라. 아껴서아껴.

3. 그림의 맛 – 배경을 그리고 주제와 부제를 나누고 세세히 원경과 중경, 근경을 그리듯이, 이제 국물과 양념, 조리순서를 나누게 되는 살림. 물감의 색을 맞추듯, 양념의 가지가지 구별이 될 쯤 요리가 그림이구나 하는 생각이 스민다. 그래서 이 책을 꼭 읽고 싶었나보다. 셰프의 맛과 플레이팅의 세계. 달콤함이 깊어간다. 그래 맞아. 그렇게 비교하면서 가보는 것이지. 유행이라는 것도 그렇게 어긋나면서 스며드는 것이라고 말야.

4. 파리의 우울 – 산문시라구 압축된 단편소설인데. 46세에 목숨이 다한 그의 삶의 태도를 볼 수 있다. 어, 그래 그래야지. 월트 휘트먼도 슬쩍 겹친다. 그 당당함과 열정이란. 야금야금. 밤은 선생이다의 황교수님 여전히 번역은 절묘하다. 다 읽으면 어떡하지. 오늘은 그만.여기까지.

5. 죽음의 한 연구 – 지난 여름 바닷바람을 맞으며 한 카페에서 읽은 대목을 잊을 수가 없다. 어찌 그리 방대하며 분야를 넘나드는지 추천한 이의 감식안을 되삼키며 읽는다. 두려워 아직 손이 가지 않지만 그 안을, 그 틈새를 ㅈㅏ꾸 기웃거린다. 이리 와봐, 와보라구...

볕뉘.

소설을 한 다발로 몰았다. 잡지처럼 보면 어떨까하는 책들을 따로 모았다. 조금씩 아껴 보고 있는 중이다. 일터 인사이동으로 가고 오는 사람들 환영회, 환송회도 오늘 저녁이면 말미다. 조금 더 대화의 주제나 이야기들이 방향을 달리했으면 좋겠다. 육아나 교육 상담에서 조금 벗어나야겠다. 뭘 하고 싶은지 고민이라도 슬쩍 섞는 친구라도 있으면 더 반갑겠다. 그래도 많이 나아졌다 안위를 하지만... 삶은 영락없는 것이 아니길 오늘도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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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17-02-09 18:4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더블린 사람들이 그렇게 좋은가요?
사춘기 때 범우사에서 나온 거 도전했다 덮고
여태 못 읽고 있는데 님 페이퍼보고 솔깃해 집니다.ㅎ

2017-02-09 20: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hnine 2017-02-09 21: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최영미 시인의 에세이 중에 <시대의 우울>이라는 책이 있는데, 보들레르의 파리의 우울이라는 제목과 비슷하네요. 실제로 보들레르에 대한 이야기가 책 내용중에 있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요.
여울님도 미술에 대한 관심이 무척 크신 것 같아요.

2017-02-09 22: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싸우고, 마약하고, 훔치고, 매춘한다. 이때 여가는 보상이 아니라 사실상 도피다./여가로 도피하면 현실세계에서 떨어져 나간다/중독기제에 과도하게 몰입하면 혀실 세계로부터 고립된다. 당연히 다른 사람과 상호작용할 수 없다. 더 이상 사회적 존재가 아니다. 50

흥분은 지겨운 일상에 열정을 불어넣는다/여가흥분은 우리 삶의 균형 장치다./고통이 있기 때문에 여가가 즐겁고, 수고가 있기 때문에 휴식이 달콤하다. 이제 흥분을 즐겨야 한다 53

볕뉘

0. 장시간 노동, 일 관련 책들을 읽다가 시간편집자라는 제목에 이끌렸다. 무엇인가 시간을 맛나게 우려내는 기술들에 대한 솔깃한 조언을 얻을 수 있을까 했다. 이왕이면 역사의 맥락을 짚어준다면 하고 말이다.

1. 안타깝게도 많은 것을 얻을 수 없었다. 사물의 시간을 밝혀내는 시인들. 시간을 꼼지락거리는 사람들. 애써 고독을 찾아 시간의 결들을 나누어보는 사람들. 짓거나 그리거나 만들거나 새기는 사람들. 멍한 시간들, 공백에 가까운 빈 시간의 틈을 칠해보는 잔기술들. 그 문턱을 넘어본 사람들이 그 문을 드나들 수 있다.

2. 장시간 노동의 그늘은 휴식의 질도 형편이 없다. 늘어지거나 늘어지게 쉬거나, 쉽게 손에 쥐거나 욕망을 채우는 것을 쓰고 버리는 일밖에 할 수 없다. 사회여 멍때리는 시간을 다오. 기본소득이 아니라도 좋다. 멍때리는 기본시간을 다오. 물론 다 같은 얘기지만, 맛있는 시간을 다오.

3. 시간을 맛보려면 감각을 잘게 나누어야 한다. 그 음과 맛과 멋을 쓰는 것들의 미묘함으로 다가서야 한다. 초침의 재깍거리는 소리 틈으로 비추는 달빛의 공명도 들어야 한다. 단맛 주위로 쓴맛을 묘하게 스며들어 돋보이는 맛을 느껴보기도 해야 한다. 삶의 이력이 배인 목소리의 성체를 감별해내야 한다. 오감 채우는 소리다.

4. 다가서는 시간들. 줄줄이 앞서서 대기하는 책들. 안타깝게도 오늘은 아니에요. 뒤로 가세요. 저만큼... ...사물들에서 시간을 뺏을 줄 아는 사람들이 어쩌면 시간의 달콤함을 빼먹을 줄 아는 사람들은 아닐까. 신성‘일‘, 이주‘일‘을 비울 수 없는 휴가. 세븐일레븐(7to11). 우리는 너무 가난하다. 맛있는 시간을 먹어본 경험이 부족한 우리의 나날이 가난하다. 시간이 빈한하다. 비난하다.

5. 별하나라고 얕보지 마세요. 읽을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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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기 노동시간 단축 이유는 긴 노동시간이 여성의 건강을 해칠 수 있다는 것이 근거였다. 이 요구가 받아들여지자, 이것이 전례가 되어 남성의 노동시간 단축을 얻어 내는 데 사용될 수 있었다. 여기서 여성의 나약함이라는 수사, 구원의 서사, 남성의 보호라는 이상이 요구의 당위성과 호소력을 어떻게 강화했을지 쉽게 상상할 수 있을 것이다./여성과 남성이 누리는 일의 질과 양에 대한 공적 논의에 대한 한계를 가져올 수밖에 없었다. 241

(일은 더 짧게, 가족과는 더 오래) 미국인들이 무급 육아노동의 가치는 점점 폄훼되고 돈받는 일은 과대평가되어, 결국 가족보다는 일의 상대적 매력이 높아지는 문화에서 살고 있다. 이런 시간구속은 부모들에게 당연히 많은 스트레스와 부담을 지운다/문제는 “아이와의 ㅅㅣ간”이라는 기준-아이들이 무엇을 언제 누구로부터 필요하는가-은 집안의 무급노동을 하는 풀타임 ㅇㅕ성을 특징으로 하는 가족모델과 연결되어 있으며 그런 모델이 있어야 가능하다는 점이다/가족 제도의 보다 근본적인 문제를 인식하는 것은 또 ㄷㅏ른 중요한 문제이다. 이 근본적 문제 탓에 가족이 노동시간의 대안이자 노동시간 단축 요구의 이유로서 설득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243-249

(탈노동) “대안을 상상하는 담론, 노동조건을 넘어 인간의 존엄성을 이야기하는 담론이 필요한 때이다. 주 30시간 노동을 요구하고 얻어 낼 때이다”/과거에는 누릴 수 없는 사치로 ㅇㅕ겨졌을지 모르는 것들이 점점 더 경제적 필수가 되어 간다고 이야기한다/그 ㅅㅣ간은 가족을 우ㅣ해, 공동체를 위해, 정치조직을 위해서도 쓰일 수 있다./”우리를 가장 즐겁게 하는 것”에 더 많은 시간을 쓸 수 있는 가능성이다. 252

젠더 분업이 여전한 것을 감안하면, 고용된 여성의 노동시간이 줄어든다 해도 그녀의 가정 내 노동이 늘어나 추가 시간을 금세 채워 버릴 수 있다. 현재의 가정 내 노동이 조직화된 방식이 문제시되지 않고, 고용주들이 사회적 재생산노동의 책임을 지는지 여부로 노동자들을 계속해서 차별할 수 있다면, 모든 노동자를 위한 노동시간 단축을 얻어 내지 못할 것이다/노동시간 전체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다면, 노동시간제뿐 아니라 노동윤리에까지 맞서려는 노력 역시 힘을 잃는다./강조하려는 것은 근무시간제가 -풀타임, 파트타임, 시간외근무를 포함하는-젠더화된 구조물로, 전통적 젠더 분업을 중심에 둔 이성애 규범적 가족 이상에 의존하여 수립되고 유지된다는 것이다. 253,254,256

노동윤리와 가족윤릭가 여전히 일체의 역사적.경제적.정치적.문화적 타래들로 한데 엮여 있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무급 재생산노동의 조직화와 분배를 건드리지 않으면서 임금노동의 시간제에 맞서는 시도는 언제나 근시안적인 것이 된다. 259

노동시간 단축은 “국가를 사람들의 삶으로 가지고 들어오는 게 아니라 국가 권력을 사용해 시민들이 진짜 선택을 하는 데 필요한 자원을 가질 수 있게끔 하려는 것”이다./노동시간 단축이 가족이란 이름이 아니라 자유와 자율의 이름 아래 제시될 수 있어야 한다. 261

필자들은 “스스로 관리하는 삶”이라는 전망, “외부 권위의 부과”로부터 벗어난 시간의 전망을 이야기하며 “마침내 현재와 다른 대안과 더 나은 미래의 가능성을 상상할 시간을 갖는 것”이 어떤 모습인지 그린다. / 목표는 우리 삶을 재창조할 시간, 비노동시간의 장소와 행위, 관계들을 재상상하고 ㅈㅐ규정할 시간을 요구하는 것이다/퀴어시간은 “가족, 상상, 육아의 관습에 따르지 않는 삶의 가능성에 대한” 시간성이기도 ㅎㅏ다./ 변신의 정치는 노동에 맞선 운동으로서 기존 요구를 진전시킬 기회만이 아니라 새로운 역량과 욕망, 그리고 결국 새로운 요구를 가진 새로운 주체성을 창조하는 과정으로서의 정치이다. 262

볕뉘.

0. 장시간 노동문화는 변칙적인 생활과 소비, 시장을 만들어낸다. 24시간의 휘황찬란은 맞벌이가 아니라 바톤더치의 결혼가족의 문화를 만들어냈다. 그 장시간노동의 삶이란 휴식이 아니라 나머지 시간을 늘어지게 만들거나 더 맵고 더 자극적인 것을 소비하는 악순환을 창조했다. 장시간노동사회는 정치 감도 하락, 친자본문화(기껏해야 과도한 극장문화)소비, 더많고 세세한 가사노동과 함께 굴러가고 악화시킬 수밖에 없다.

1. 8시간이 아니라 6시간의 사례는 미국 대공황시기 기업의 경우처럼 소비가 아니라 문화를 창조한다. 비노동시간이 더 생산적이고 창조성있는 활동들을 낳는다. 노동을 이야기하려면 비노동과 탈노동을 반드시 사유하여야 한다. 그래야만 죽기전까지의 삶이 도드라지고, 어떤 삶을 살아야할지 이야기 나눌 수 있기 때문이다. 일과 노동에 갇혀 사유하는 이상, 좋은 삶을 토론하고, 경제, 사회, 문화, 정치적인 제한고리를 풀어낼 수 있다. 그래야만 자본주의 밖의 다양다기한 삶의 결로 자본주의을 포위할 상상을 해낼 수 있다.

2. 부디 4장은 깊이 읽어내길 바란다.

3. 가족 - 밖에선/그토록 빛나고 아름다운 것/집에만 가져가면/꽃들이/화분이/ / 다 죽었다 - 진은영. 우리는 이미 다른 시대를 살아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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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조건을 만드는 데 참여하려는 욕망, 미래를 헤쳐 가거나 그저 살아남기보다는 함께 미래를 만들어 가려는 소망으로서 자유. 43

자유는 개별자로서가 아니라 유적 존재로서 갖는 역량이며, 아렌트의 정식에 바탕을 두면 자유는 다원성을 필요로 한다./권력의 부재가 아니라 권력의 민주화가 필요하다. 44

계급의 정치학은 경제적 재분배와 경제정의 문제에 초점을 맞춘다. 특히 계급 범주의 지도를 다시 그리기 위해 임금 수준을 조정하는 데 주력하는 정치학이다. 그에 반해 내가 들여다보고자 하는 일의 정치학은 공간에 대한, 일상의 시간에 대한 명령과 통제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탐구하고, 우리가 함께 무엇을 할 수 있으며 무엇이 될 수 있을지의 조건을 빚어내는 데 직접 참여할 자유를 추구한다. 내가 “계급 결과의 정치학”이라 부르는 정치학이 자본주의 사회의 불평등에 각을 세우는 것을 핵심에 둔다면, 내가 구성하고자 ㅎㅏ는 일의 정치학은 자본주의 사회의 부자유에도 비판의 날을 들이민다. 45

노동자로서 겁에 질려 주춤주춤 걸어가던 노동자는 이제 앞장서서 활보한다. 마르크스가 묘사했던 자본가와 노동장(둘다 남자였던) 사이의 거래에는 등장하지 않았던 제3의 인물이 이제 겁에 질려 뒤를 따른다. 두 손에 식료품과 아이, 기저귀를 들고서 47

페미니즘은 일의 가치를 묻기보다는 일의 조직화와 분배 방식을 비판하는 데 초점을 맞추는 경향을 보여왔다/자율적 마르크스주의는 노동의 해방이 아니라 노동으로부터의 해방을 요구한다/마르크스 페미니즘 연구는 노동의 중요성을 주장하면서 동시에 노동의 가치화에 이론을 제기하는 방법으로서 가사임금을 논한다./마르크스주의 페미니즘은 착취당하는 노동자뿐만 아니라, 학자 하나를 인용해 말하자면 “잠재적으로 혁명적인” 노동자에게도 초점을 맞춘다./마르크스주의는 산업 프롤레타리아트가 그 족쇄 말고는 잃을 게 없기 때문만이 아니라 새로운 세상을 창조할 힘을 갖고 있기 때문에 혁명 ㄱㅖ급이 될 것이라고 보았다. 48,49

이렇게 일을 폭넓게 바라보면, 한때 반자본주의 정치학의 영역은 프롤레타리아트를 유일한 혁명 주체로 본 공장 중심의 정통 마르크스주의 산업 모델을 뛰어넘어 보다 포괄적인 장소와 주체들로 전환된다./마르크스주의 페미니즈의 일에 ㄷㅐ한 연구가 생산 중심주의 성향을 보인다는 점에서 한게가 있었던 것과 마찬가지로, 일과의 관계 안에서 혁명의 가능성을 찾고 추구하는 데에만 지나치게 초점을 맞추는 것 역시 기능주의 논리에 경도된 것이라는 점에서 일부 한계가 있다. 50,51

이는 유토피아의 지평 안에서도 사유한다. 일이 착취와 지배, 저항의 장인 것만은 아니다. 일에서 우리는 종속된 지식, 저항의 주체성, 새롭게 발현하는 조직화 모델들을 기초로 대안을 창출할 수 있는 힘을 찾을 수 있을지 모른다. 53/ ㅁㅣ래에 도래할 모습을 창조하는 것을 자본주의에 맞선 운동의 명시적인 일부로 삼고 있으며, 이를 위한 혁신을 “혁명”dㅣ후에 올 먼 미래로 미루는 “유예의 정치”에 도전한다. 54

유토피아적 요구의 가치를 평가하려면, 그 구조적 효과와 담론적 효과 양쪽의 가능성과 한계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보편적인 기본소득 보장은 모든 노동자의 대고용주 협상력을 높여 줄 것이다/임금 감축없는 주 30시간 근무제는 불안전 고용과 과중 노동의 문제를 일부분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58,59

이 책이 관심을 둘 요구는 노동조건의 실질적인 개혁을 가져올 뿐 아니라 우리 삶에서 일이 갖는 지위에 대해 폭넓은 질문을 제기하며 ‘일에 종속되지 않는 삶‘에 대한 상상을 촉발하는 요구들이다. 다시 말해 종착점이라기보다는 방향등의 역할을 할 요구들이다. 59

우리가 일자리에 대한 만족도를 오로지 다른 일자리를 기준 삼아 따진다/ 현재 구성되어 있는 일하는 세계 자체를 다른 식으로 구성된 세계와 비교하는 방식으로 판단이 이루어지는 일은 거의 없다 62

어째서 일하고, 어디서 일하고, 누구와 일하고, 일할 때 무엇을 하고 얼마나 오래 일하는가가 모두 사회적 합의이고, 따라서 당연히 정치적 결정인 것이라면, 이러한 영역 중 더 많은 부분을 어떻게 해야 토론과 쟁투의 범위로 되찾아올 수 있을까? 일의 문제는 일이 너무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독식한다는 데만 있지 않다. 문제는 일이 사회적, 정치척 상상을 장악하고 있다는 데까지 미친다. 63

볕뉘. 오랜만에 좋을 책을 읽는다. 삶과 일, 노동, 반노동, 탈노동을 버무려, 지금 우리가 어떤 사유를 하여야 하는지 날카롭게 짚어내고 있다. 모처럼 좋은 토론과 논쟁들로 번지면 싶다. 이 책이 있어 그래도 좋은 봄이 될 것 같다. 아쉽지만 기본 취지를 먼저 옮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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