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일년에 한 번 저녁 회식, 고졸자들과 자식또래의 신입사원...팀장인 제수씨는 대부분의 회식이 점심이며, 자기가 주장해서 일 년에 한번 저녁회식을 한다고 했다. 두루 아래위로 잘하는 눈치있는 사원이 좋다고 한다. 그럴까. 그렇지만 꼰대소리 듣는다고...달라진 일상의 수준을 바라보는 법을 느끼고, 그렇게 사고하지 않는 순간. 꼰대라고 나눈다.아쉬움과 심리적 안정을 옛날에서 찾으려하는 관성이 지체되게 하는 것이라고 말이다. 자아에 대한 고민, 삶에 대한 고뇌를 스스로 향유하지 않으려는 삶의 에스컬레이터를 타는 이들은 뒤늦게 감기가 든다.

2. 역사는 새롭게 보려는 노력이자 시도이다. 읽고 있는 책들이 한결같이 전하려는 흔적이다. 현실은 아마 그 사이나 또는 그 밖에 있을 것이다. 역사가 보려는 경계들 사이나 또 다른 너머에 서성이고 있을지도 모른다.

3. 미투라는 쓰나미. 아니 이미 예고된 경고였을 것이다. 권력의 기울기를 갖고 있는 것. 그 기울어진 운동장에 사는 이들은 늘 무게중심을 체감하나 말은 갖고 있지 못했을 것이다. 그것은 예외가 없다. 수평을 향해 더 멀리가려고 할 것이다. 언어를 갖지 못하는 아이들이 거꾸로 어른들의 언어를 빌려 신음하는 비명. 갇혀 있거나 스러져가 볕도 보지 못하는 이들의 퀭한 눈동자들. 어쩌면 인간은 본디 괴물인지도 모른다. 괴물임을 의식하지 않고 사는 순간, 괴물임을 거꾸로 증명하는 것이 인간인지도 모른다. 그것은 밖으로만 향해있지 않다. 똑같은 크기로 안으로 향해있다. 무심하고 지나치는 것들의 안타까움을 눈치채기를 바라고 있는지도 모른다. 너도 나도 없고, 경계란 본디 없는 것인지도 모른다. 내가 싫으면 남도 싫다는 정언명령을 따지지 않더라고 말이다.

4. 시시다방의 진은영편을 들었다. 몇년이 지난 것을 우연히 듣고서......마지막 말이 맺혔다. 존재가 달라진다는 것. 달라지려고 노력하는 것. 그것은 어쩌면 충만하거나 새로 피는 것일지도 모른다. 마음이 겹쳐 다정했다. 아프면 색깔이 선명하게 들어오고 그 선명함에 기대야만 고통이 감해진다는 말. 한 평론가의 진은영시에 유난히 색깔이 많이 나온다는 질문에 그렇게 답했다.

5. 아픈 계절이자 변곡의 시절이다. 움직이는 모든 것은 행적과 그 자장을 갖는다. 결코 예외는 없다. 백석의 시를 살핀다. 수라. 아버지이기에 어머니이기에 형이기에 오빠이기에 어른이기에 정상인이기에 사업주이기에 자본가이기에 a라는 직업을 가졌기에 젊기때문에 수도권에 살기때문에.......안으로 향하는 낮고도 긴 저 저음을 느껴야하는 봄인지도 모른다. 참 아프다. 피기 전엔 늘 아픈 것이라고 다독일 수 있을까.


볕뉘.

0. 설 명절, 다른 때보다 오래 쉬다가 두 곳의 상가를 조문하고 돌아오니 봄빛이다. 인간-욕망이라는 갤러리고트빈의 전시를 내려오기 전 잠깐 봤고, 내려와 알게 된 지인들에게 새봄인사를 한다. 어떤 흔적을 남겨야 하는지 이리 난망하고 잡히지 않아 어설프다. 스러져가는 것을 볼 줄 알거나 안을 수 있는 마음을 키우지 않으면, 스러진 것의 아픔이 철철 넘쳐흘러 진창인 것을....그래 아프지만 봄이다.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해결해 나가는 것, 아니 해 결의 결을 나누고 나누어 보는 일...그것에서 겨우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까...의도하지 않는 의도가 넘치는 세상이 다가설 수 있는 것일까.....낡은 생각으로는 아무 것도 추스릴 것이 없는지도 모르겠다....그래서 더 아파하기로 하자. 더 아픈 곳을 애써 찾자. 밖과 안으로...안으로밖으로.....그래야 겨우 아름다움이라는 것이 생겨가는 것인지도.....

 

1.

철 지나버린 자작 시 몇편▼

 

불일치란 구원

 

보가 움쭐한다. 몇 년전 평야 지근거리에 있는 저수지 보가 터졌다. 민원이라든가 아우성이라든가 할 만큼 다 이야기를 했는데도 곪아 터졌다. 갈라진 으로 물은 미어져 나와 도로를 휩쓸고, 운동장을 가로지르고, 주택을 향해 낮은 곳으로 거 칠 것없이 흘러갔다.

 

염치의 보가 금이 갔다. 몇 년전 숨도쉬지 못할 것 같은 불일치의 보가 터졌다. 낮거나 비우지 못하는 모든 것들을 내동댕이 칠 기세를 많이많이 모으고 있다. 틈이 점점 벌어지면 그 틈으로 부릴 것들을 휩쓸고, 비우지 못하는 것들을 거침없이 먹고 잡을 것이다.

 

억장이 무너졌다. 숨도 참지못할 것 같은 부릴줄 만 아는 것들에게 도를 넘어섰다. 부끄러워하지 못하는 것들에 대한 예의를 잃어버렸다. 틈새는 봉합되지 않으며 넘친 선 걸리적거리는 것들을 모두 쓸어버릴 조짐이다. 넘쳐버린 것들은 막혀버린 것들을 거리낌없이 무너뜨릴 것이다. 비워진 것들은 스쳐지나갈 것이다. 비울 것들을 밀어내면서 갈 것이다.

 

버티는 것들은 어안이 벙벙할 것이다. 제 무게를 이길 수 없다는 것 들은 한번씩 무너질 것이다. 무게를 감당하려면 할수록 주변의 감당하고픈 존재들과 짐짝처럼 우르르 밀려다닐 것이다. 틈은 점점 벌어져 감당하려는 것들을 휩쓸고, 감당하는 것들을 거리낌없이 밀어붙일 것이다.

 

경계는 없다. 모멸찰 것이다. 삶의 마당뿐만 아니라 제 가슴과 마음 속을 박박 긁어댈 것이다. 내 안의 불일치라는 광맥을 따라 모멸과 관성과 억장은 물밀듯이 밀려올 것이다. 내 밖의 불일치라는 심장 소리를 따라 걸어야 할 것이다. 뛰어야 할 것이다. 안으로 안으로 스며들 것을 예비하여야 할 것이다. 비움과 환대의 그릇만이 쓸려간 뒤의 것들을 끌어담을 수 있을 것이다.

 

 

문책

 

 

 

지난 시간을 불러 세운다

등짐처럼 눈꺼풀이

내려와도

모질게 지나버린 시간을 채근한다

 

온몸이 쓸려내려갈

기세의 말들은 용케도 몸 속을

침식해 들어간다.

 

삭히면 삭힐수록 단어 하나하나

 

날을 세워 낚시바늘처럼 온몸을 되찌른다

 

뚝뚝 떨어진 시간을 불러 세웠다

흘러가버린 시간들 속,

몸에 박혀

심장 가까이 꽂힌

 

사금파리 같은 시간들을 거꾸로 세웠다

 

얼굴은 붉어지고

피는 거꾸로 솟고,

툭 불거진

혈관 가까이 실금같은

사기조각이 통증을 짓누른다

 

하늘은 흐리고

바다는 색을 잃어 슬프고

바람은 한겹한겹 온몸을

발가벗겨 체온을 내렸다

 

몸도 시간도

간당간당 깃발처럼 날린다

흘러올 시간들 속에

숨표처럼 또렷하다

 

 

궁리와 혁명 사이^^

 

- 진심은 어딘가 걸려있다

 

 

꼴같지않은x 들과말도섞지않는다는가끔룸펜지경도되는j 를만나

 

 

술을섞고답답함도섞고눈에보이는생활고도느끼다가

 

 

취하지도 않은 또렷한 소리로

 

"혁명이 필요하다 "는 말에

 

 

서슴지 않고

 

"그래"라고 했다.

 

 

한시간

 

하루

 

이틀

 

나흘

 

한주가 지나도

 

 

또렷이 서성거리는

 

"그래"

 

불러들인다.

 

 

세상x같은곳에서

 

김수영만

 

들먹거리는 방구둘의

 

거울속에서

 

짓는다

 

 

"컹컹"

 

"혁명할 궁리도"

 

"못하는것들이"

 

 

 

한달

 

두달

 

세달

 

 

'혁명할 궁리'

 

궁리에 방점도 못찍고

 

앞말은 잊고

 

들어앉은

 

'처자식버릴 궁리'하다

 

 

머리가 쇤다

 

자화상

 

 

무너뜨린다

쌓아놓은

벽돌들을

툭툭 흔들고 쳐서 무너지게 한다

 

그리곤 다시 쌓는다

아귀는 맞는 것인지

벽돌이 채워지지 않아 빈 곳은 있는지

 

또 부수고

다시 짓는다

 

흔든다

흔들어 무너뜨린다

제대로 갈피잡지 못한

시간들을 거두어 낸다

거둔 시간들을 쌓는다

 

쌓는다

흔든다

서지못해

기댄 곳을 부수곤

다시 기둥과 벽들을

무게중심선에 맞춘다

 

공들일 하루를

인내할 한주를

고달플 한달을

외눈의 한해를

겹눈의 수해를

다시

무너뜨린다

다시

안으로 쌓는다

 

무엇을 하는지

잊을 때까지 허문다

무엇을 하는지

잊는 때까지 쌓는다

 

바닥이 있지도

않는듯 허문다

그리곤 쌓는다

숨결이 메마르도록 짓는다

 

메마른 대지에

다시 물을 붓는다

스며들 시공간부터

채운다 다진다 곁의 바닥까지

 

완장

충성을

맹세하다 부르짖다 줄세우다

 

권한과 월권의

경계가 무너진다

 

잘 해야한다 잘 할 수 있다 잘 해내었다

 

합리의 무한궤도

일에 걸리적거리는

불합리의 궤도는 무거운 그림자다.

 

감성도

감정도

사람도

싫어하는 것에는

이유를 달고 이유가 증식한다.

 

목적과 수단이

일순간 어긋내며

그날그날을 핍박해낸다

 

일거수일투족이

다 증거다.

관계밖과 관계안과 위를 살며

언제든 법과 말로 균열을 낸다

 

말과 법은 늘 무기다

동일한 협박범이다

권한은 일상들을 숨가쁘게 한다

 

발가벗은 채 추는 춤은

법의 장식과 말의 노리개를 달고 구경거리가 된다.

 

어제의 나도 오늘의 너도 제물이다.

 

사회는 말라비틀어졌으며

사회적인 것은 스스로 설 수 없어

일과 목적의 밀림을 헤쳐가는 것은

타겟이된 혼자일 수밖에 없다.

 

성인들을 관음할 수밖에 없어

점점 멀어지는 유격은

세상의 습기조차 빼앗는다

 

현실과 이상의 간극을 품지 못하고

사회는 보습기능도 잃어

각질처럼 벗겨진다

 

발가벗겨진 지평선의 군상들

발가벗겨질 수평선의 무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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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잎 민음사 세계시인선 리뉴얼판 5
김수영 지음, 이영준 엮음 / 민음사 / 2016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꽃‘ - 꽃을 피워요 하얀꽃. ^벗^꽃을 피우세요 하얀꽃. 하얀벚꽃을 피웠어요. 하얀꽃. 하이얀 마음을 피워요. 하얀꽃. 마음을 피우세요. 맑간 봄. 봄을 쥐세요. 봄을 피우세요.

볕뉘.

0.김수영의 꽃을 웅얼거려본다. 김수영을 사랑의변주곡 뒤의 꽃잎을 세어본다. 셈 해본다. 호오하고 꽃에 바람을 불어본다.

1. 볕에 둔 벚꽃가지에 꽃이 피다. 피어오르는 중이다. 하염없이 꽃을 바라본다. 곁에 피는 꽃봉오리를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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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요리, 연주, 손님맞이, 세 가지 모두가 완벽함은 거의 동일했다. 수단의 간결성, 절제 그리고 매력. 그녀는 양념이 꼭 필요하지 않은 요리에 양념을 넣는 것, 페달을 과도하게 밟아 부자연스럽게 연주하는 것, ˝손님을 맞이하면서˝ 완벽하게 자연스러운 태도에서 벗어나 지나치게 자기 얘기를 하는 것을 끔찍이 싫어했다. 26

[ ] 어린 시절의 매혹적인 독서들은, 그 독서들이 우리 안에 남기는 것은 무엇보다 우리가 독서를 한 장소와 날의 이미지다. 나는 그 독서들의 마법에서 벗어나지 못했다.....그 독서들이 내게 말해준 것이 책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쩌면 그 독서들이 차례로 내게 안겨준 기억들 자체가, 독자에게 꽃핀 에움길에서 늑장 부리며 ‘독서‘라고 불리는 독특한 심리적 행위를 머릿속에서 창조하도록 충분한 힘을 안겨, 그 행위 안에서 이제 내가 제시할 몇몇 성찰이 따를 수 있게 해주지 않았을까 48

[ ] 본질적으로 책과 친구가 다른 점은 그 둘이 지닌 위대한 지혜가 아니라 우리가 그 둘과 소통하는 방식에 있다. 독서는 대화와 달리 우리 각자가 다른 생각을 전달받아 혼자 남은 채, 다시 말해 고독 속에서 지적 역량을 즐기는 것인 데 반해, 대화는 고독을 즉각 물리치고 줄곧 영감을 받으면서 정신의 풍성한 작업을 이어가는 것이다. 52

[ ] 작가들은 우리에게 보여주는 각 그림 속에 나머지 세상과 다른 경이로운 풍경을 가볍게 살짝만 담는데, 우리는 그들이 그 풍경 한가운데로 우리를 들어가게 해주길 바란다. 그리고 ˝유행 지난 꽃들이 자라는 제일란트 정원˝으로, ˝토끼풀과 쑥˝ 향기 물씬 풍기는 길로, 당신들이 책에서 말해주지는 않았지만 이런 곳들보다 더 아름다우리라 여겨지는 모든 곳으로 ˝우리를 데려가주세요˝하고 말하고 싶어진다. 59

[ 1 ] 독서는 정신적 삶의 문턱에 있다. 독서는 우리를 정신적 삶으로 안내할 수는 있지만 그 삶을 이루지는 않는다. 61

[ 2 ] 우리가 이미 보았듯이, 그 정신 안에서 되살려야 할 그런 창조적 활동은 고독 밖에서는 일어날 수 없다...가장 수준 높은 대화도, 가장 절박한 조언도 고독하지 않은 이에게 아무 소용이 되지 못할 것이다. 그런 대화나 조언이 그 독창적인 활동을 직접 창출하지는 못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필요한 것은 개입이다. 다른 사람에게서 와 우리 내면 깊숙이 작용하는 개입, 다른 정신으로부터 오지만 고독 속에서 맞이하는 충동 말이다. 그런데 우리가 이미 보았듯이 바로 이것이 독서의 정의이고, 오직 독서에만 적용되는 개념이다. 그러니까 그런 정신에 이로운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유일한 수행이 독서다. 기하학자들의 표현대로 ˝증명 끝˝이다. 64

[ ] 독서가 마법의 열쇠로 우리가 들어갈 수 없었던 우리 내면의 문을 열어주는 독려자로 남는다면 우리 삶에서 그것이 수행하는 역할은 건강하다. 반대로 독서가 우리를 정신이 사적인 삶에 눈뜨게 하는 것이 아니라 그 삶을 대체하려 한다면 위험해진다. 66

[ ] 책에 대한 기호는 지성보다 조금 아래에서, 그러나 같은 줄기에서 지성과 함께 자라는 것 같고, 모든 열정이 그 대상을 둘러싸는 일에 대한 편애를 동반하듯이 책과 관계를 맺고 책이 없어도 여전히 책에 말을 건다. 따라서 가장 위대한 작가들은 생각과 직접 소통하지 않는 시간에도 책과의 교류를 즐긴다. 게다가 책들이 쓰인 건 무엇보다 그들 자신을 위해서가 아닌가? 책은 보통 사람들에게는 감춰진 수천 가지 아름다움을 그들에게 드러내지 않는가? 74

[ 3 ] 독서는 하나의 우정이다. 그러나 적어도 진지한 우정이다. 독서가 죽은 이를, 부재한 이를 상대한다는 사실이 독서에 사심 없는 무언가를, 거의 감동적인 무언가를 부여한다. 게다가 독서는 다른 우정들을 추하게 만드는 모든 것을 벗어버린 우정이다....우리가 그들 곁을 떠나고 나서도 우정을 망가뜨릴 이런 생각들은 전혀 들지 않는다. 그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했을까? 내가 요령이 부족했던 건 아닐까? 내가 마음에 들었을까? 다른 사람을 만나느라 나를 잊으면 어떡하지? 우정의 이 모든 흔들림은 독서라는 순수하고 고요한 우정의 문턱에서 소멸된다. 공손함도 필요 없다. 78-80

[ 4 ] 책에 대한 기호가 지성과 함께 커진다면, 우리가 보았듯이 그 위험은 지성과 함께 감소한다. 독창적인 정신은 독서를 자신의 개인적 활동에 종속시킬 줄 안다. 그에게 독서는 그저 가장 고결한, 무엇보다 가장 고상한 소일거리일 뿐이다. 독서와 지식이 정싱의 ‘우아한 예절‘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우리의 감성과 지성의 힘을 우리는 우리 자신 안에서만, 우리의 정신적 삶의 깊이에서만 기를 수 있다. 그러나 정신의 ‘태도‘ 교육이 이루어지는 건 다른 정신들과의 접촉 안에서, 다시 말해 독서 속에서다. 85

[ ] 사실은 수 세기 멀리 떨어져 있지만 일종의 환상이 겨우 몇 발짝 떨어진 것처럼 보게 하는 사물들의 조금은 비현실적인 색채를 띠고 현재 속에 친근하게 솟아오는 과거. 그것이 어쩌면 너무 직접적으로 고스란히 모습을 드러내며 말을 걸어와 우리의 정신은 땅에 묻혀버린 시간에서 살아 돌아온 사람을 보고 놀랄 때처럼 달뜬다. 그래도 과거는 우리 가운데, 스치고 만질 만큼 가까이서 햇살 아래 꼼작 않고 서 있다. 96 독서에 관하여. 프루스트


볕뉘

0. 이른 잠. 새벽인 줄 알았으나, 아직 자정을 넘기지 못한다. 다시 들 잠도 아니어서 책상 위에 펼쳐져 있던 나머지 쪽을 읽었다. 콩브레 마지막 쪽을 덮었다. 세시 반. 고프던 배는 신호를 보내지 않는다. 잠을 청했다.

1. 프루스트의 독서, 독서에 관하여는 스완네 집 쪽으로 1 권에 나오는 대목이 많이 겹쳤다. 가끔씩 책을 왜 읽느냐는 걱정어린 시선들에 앞서 이렇게 되물어야 겠다. 당신은 왜 책을 읽지 않느냐고... ...

2. ㅇ가 벗의 추모사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하여  ㄷ시에 갔다. ㅅ치킨은 장소를 맞은 편으로 옮겼고, 치킨과 닭내장탕에 소맥을 번갈아 마시며 오랜만에 이야기를 섞는다. 마음의 탈상을 한 지가 오래라 그렇게 추모사업이라 이름을 칭하고 정례적으로 하는 것은 의미가 있을까. 늘 죽음은 도처이고, 책을 본다는 것도 늘 죽은 이들의 말을 여기에 당도하게 하는 것이 아닌가. 표시날 필요도 없고 목적과 기한을 두는 것들이 그리 반갑지만은 않다. 오히려 혹시 과정의 결들을 살린다면, 그 시행에 앞서 준비하는 여러 결들을 나누고 어루만질 수 있다면 좋겠다. 고 이야기를 건넸다. 그러나 사실은 너무나 간만의 만남이고 오래의 일이라 전달하고 싶은 이야기들이 넘친 연유다.

 

3. 프루스트는 독서와 대화의 차이가 소통방법의 차이라고 한다. 하나는 고독과 맞서고 또 하나는 고독을 물리치고 줄곧 영감을 받는 자리라고 말한다. 독서를 왜하느냐는 질문에는 고독의 신발을 신어보라고 마음을 건넨다. 신고나면 어디든지, 책숲으로 난 길 어디든지 갈 수 있다고.....과거를 바로 곁에 세울 수 있는 힘이 생긴다고 말이다. 그러면에서 바흐친은 사건과 대화의 알맞은 주자이다.

 

4. ㅈ와 몇 달동안의 독서이력을 나누어본다.  우연히 겹치는 책들과 대화에 걸리는 작가들이 얻어 걸렸다. 진리는 찾을 수 없고, 책에서 진리를 찾지 말아야 한다. 모두 다르게 읽고 나누는 풍요로의 독서. 시각이 아니라 피부의 감각과 오감이 넘실거리는 풍요의 고독과 사건의로서 만남을 서로 나누어줄 시간을 잘 가꾸었으면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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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v] 이 시의 타이틀이 [남 신의주 유동 박시봉 방]이라는 좀 괴팍한 것이라든지 이 시의 작자가 누구인가 하는 것은 아무래도 좋을 일이다 다만 한 가지 명백한 것은 낙백한 영혼이 펼쳐 보이는 이 페시미즘의 절창이 한국 최고의 시라는 사실이다. 만약 누가 있어 이런 것을 감상적인 것이라고 한다면, 이만 저만 큰 망발이 아니다 한국의 페이소소가, 이 겨레의 인생관이 이렇게 높고 처절한 격조를 이루고 있는 것을 나는 달리 알지 못한다.....이 작품이야말로 한국인의 생활철학과 인생관이 집약된 대표적인 사상시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순수한 우리말로 구성된 이 작품은 한국 사람들만이 미득할 수 있는 한국의 노래이다

1.

나는 이런 저녁에는 화로를 더욱 다가끼며, 무릎을 꿇어 보며, 어니 먼 산 뒷옆에 바우 섶에 따로 외로이 서서, 어두어 오는데 하이야니 눈을 맞을, 그 마른 잎새에는, 쌀랑쌀랑 소리도 나며 눈을 맞을, 그 드물다는 굳고 정한 갈매나무라는 나무를 생각하는 것이었다. 71-72 백석우화 그리고 서른세 편의 시

2.

[ ] 수라-거미 새끼 하나 방바닥에 내린 것을 나는 아무 생각 없이 문밖으로 쓸어버린다/차디찬 밤이다//어느젠가 새끼 거미 쓸려나간 곳에 큰 거미가 왔다/나는 가슴이 짜릿한다/나는 또 큰 거미를 쓸어 문밖으로 버리며/찬 밖이라도 새끼 있는 데로 가라고 하며 서러워한다//이렇게 헤서 아린 가슴이 싹기도 전이다/어데서 좁쌀알만한 알에서 가제 깨인 듯한 발이 채 서지도 못한 무척 적은 새끼 거마가/이번엔 큰 거미 없어진 곳으로 와서 아물거린다/나는 가슴이 메이는 듯하다/내 손에 오르기라도 하라고 나는 손을 내어미나 분명히 울고불고 할 이 작은 것을 나를 무서우이 달아나버리며 나를 서럽게 한다//나는 이 작은 것을 고이 보드라운 종이에 받아 또 문밖으로 버리며/이것의 엄마와 누나나 형이 가까이 이것의 걱정을 하며 있다가 쉬이 만나기나 했으면 좋으련만 하고 슬퍼한다

[ ] 늙은 거미처럼이라고 적는다. /버려진 집에 뒹구는 이 빠진 종지처럼이라고/서리 덮인 새벽 둑방 길처럼/섣달 저녁의 까마귀처럼이라고 적는다./폐분교의 엉터리 충무공 동상처럼/ 변두리 차부의 헌 재떨이처럼이라고/찾는 이 없는 옛 우물과/ 오래전 버려진 그 곁의 수세미처럼/ 문을 닫고 힘없이 돌아서는 처용이처럼이라고 적는다/선득 종아리에 감기다 가는 개 울음소리처럼/혼자 깨어 누는 한밤중의 오줌처럼이라고 적는다./// 외롭다고 쓰지 않는다 한사코. 옛우물, 어린 당나귀곁에서

0.1
[ ] 이게뭐야 - 떠날 날 문득 닥치면/또 무섭고 서러워 눈물 흐르지/이곳 어디였는지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았으므로/쓰던 몸 놓고 어디로 가지는지 아무도 일러주지 않았으므로// 나도 두렵단다. 여기는 어딘지/나도 모른단다, 아아 아가들아/네가 누군지/나는 또 무엇인지

3.

[ ] 오월유사 - 팔공년 봄 광주에서 일 당한 사람 중에는, 쩌그 장흥 무안 구례 곡성 같은 디서 유학 와 자취하던 중고등학생 대학 초년생들이 많았는데, 어째 그런가 허먼........인제 생각허먼, 계엄입네 빨갱입네 을러대던 쪽은 말할 것도 읎고, 혁명입네 해방굽네, 물어보도 않고 아무한테나 열사다 뭐다 갖다 붙이던 짓도 다, 실은 겁도 나고 애삭해서 하던 좀 거석한 노릇 아니었을게라...삶과 죽음이 그렇게 밥 먹듯 물 마시듯 자연스레 흐르던 끝의 일이라는 것....삶이 꼭 죽음 앞에서 미안키만 하잘 일이랴....이것 이 순하고 자연스러운 것이 뜻박에 오월의 한 속살, 육이오의 한 비통한 속살, 갑오동학의 한 인간적 속살이라는 것은 얼마나 눈물겨운 일인가. 온갖 난리 아비규환 뒤에 그저 따신 밥 한술 먹자는, 웃음기 도는 사람의 마음이 있다는 것, 이것이 왜 이렇게 나는 안심이 되는지 모르겠다 섧은지 모르겠다. 안 그런가? 당신은 안 그런가?

[ ] 한국사 - 얼빠진 집구석에 태어나/허벅지 살만 불리다가 속절없이 저무는구나.....친구들 생각하면 눈물 난다.....눈도 감지 못한 채 우리는 모두 불쏘시개.....오냐 그 누구여 너는 누구냐. 보이지 않는 어디서 무심히도 풀무질을 해대는 거냐. 똑바로 좀 보자. 네 면상을 똑바로 보면서 울어도 울고 싶다. 죽어도 그렇게 죽고 싶다.

[ ] 거대한뿌리-나는 아직도 앉는 법을 모른다/어쩌다 셋이서 술을 마신다 둘은 한 발을 무릎 위에 얹고/도사리지 않는다 나는 어느새 남쪽식으로/도사리고 앉았다 그럴 때는 이 둘은 반드시/이북친구들이기 때문에 나는 나의 앉음새를 고친다/815후에 김병욱이란 시인은 두 발을 뒤로 꼬고/언제나 일본여자처럼 앉아서 변론을 일삼았지만/그는 일본대학에 다니면서 4년 동안을 제철회사에서 노동을 한 강자다//나는 이사벨 버드 비숍 여사와 연애를 하고 있다 그려는 1893년에 조선을 처음 방문한 영국왕립지학협회 회원이다/그녀는 인경전의 종소리가 울리면 장안의 /남자들이 사라지고 갑자기 부녀자의 세계로/화하는 극적인 서울을 보았다 이 아름다운 시간에는 남자로서 거리를 무단통행할 수 있는 것은 교군꾼, 내시, 외국인의 종놈, 관리들 뿐이다 그리고 심야에는 여자는 사라지고 남자가 다시 오입을 하려 활보하고 나선다고 이런 기이한 관습을 가진 나를 세계 다른곳에서는 본 일이 없다고 천하를 호령한 민비는 한번도 장안외출을 하지 못했다고...//전통은 아무리 더러운 전통이라도 좋다 나는 광화문 네거리에서 시구문 진창을 연상하고 인환네 처갓집 옆의 지금은 매립한 개울에서 아낙네들이 양잿물 솥에 불을 지피며 빨래하던 시절을 생각하고 이 우울한 시대를 파라다이스처럼 생각한다 버드 비숍 여사를 안 뒤부터는 썩어빠진 대한민국이 괴롭지 않다 오히려 황송하다 역사는 아무리 더러운 역사라도 좋다 진창은 아무리 더러운 진창이라도 좋다 나에게 놋주발보다도 더 쨍쨍 울리는 추억이 있는 한 인간은 영원하고 사랑도 그렇다//비숍 여사와 연애를 하고 있는 동안에는 진보주의자와 사회주의자는 네에미 씹이다 통일도 중립도 개좆이다 은밀도 심오도 학구도 체면도 인습도 치안국으로 가라 동양척식회사, 일본영사관,대한민국관리, 아이스크림은 미국놈 좆대강이나 빨아라 그러나 요강, 망건, 장죽, 종묘상, 장전, 구리개 약방, 신전, 피혁점, 곰보, 애꾸, 애 못 낳는 여자, 무식쟁이, 이 모든 무수한 반동이 좋다 이 땅에 발을 붙이기 위해서는 - 제3인도교의 물속에 박은 철근기둥도 내가 내 땅에 박는 거대한 뿌리에 비하면 좀벌레의 솜털 내가 내 땅에 박는 거대한 뿌리에 비하면// 괴기영화의 맘모스를 연상시키는 까치도 까마귀도 으접을 모하는 시꺼먼 가지를 가지를 가진 나도 감히 상상을 못하는 거대한 거대한 뿌리에 비하면

4.

[ ] 그림자가 없다 - ...다들 고향에는 윗대 산소와 큰집 작은집과 논둑길과 동구 앞 개울도 있던, 봄이면 우물가에 앵두꽃도 한 철이던, 할아버지는 사랑에서 에에퉤 위엄 있게 가래침도 뱉던 집 자손들이다.....어디서 또 만나겠는가/만난들 알아보겠는가 우리는/그림자가 없으니.

[ ] 하 ......그림자가 없다 - 우리들의 적은 늠름하지 않다우리들의 적은 커크 더글러스나 리처드 위드마크 모양으로 사나웁지도 않다/그들은 조금도 사나운 악한이 아니다/그들은 선량하기까지도 하다/그들은 민주주의자를 가장하고/자기들이 양민이라고도 하고/자기들이 선량이라고도 하고/자기들이 회사원이라고도 하고/전차를 타고 자동차를 타고/요릿집엘 들어가고/술을 마시고 웃고 잡담하고/동정하고 진지한 얼굴을 하고/바쁘다고 서두르면서 일도 하고/원고도 쓰고 치부도 하고/시골에도 있고 해변가에도 있고/서울에도 있고 산보도 하고/영화관에도 가고/애교도 있다/그들은 말하자면 우리들의 곁에 있다//우리들의 전선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그것이 우리들의 싸움을 이다지도 어려운 것으로 만든다/우리들의 전선은 당게르크도 노르망디도 연희고지도 아니다/우리들의 전선은 지도책 속에는 없다/그것은 우리들의 집안인 경우도 있고/우리들의 직장인 경우도 있고/우리들의 동리인 경우도 있지만....보이지 않는다// 우리들의 싸움의 모습은 초토작전이나/[건 힐의 혈투]모양으로 활발하지도 않고 보기좋은 것도 아니다/그러나 우리는 언제나 싸우고 있다/아침에도 낮에도 밤에도 밥을 먹을 때에도/거리를 걸을 때도 환담할 때도/장사를 할 때도 토목공사를 할 때도/여행을 할 때도 울 때도 웃을 때도/풋나물을 먹을 때도/시장에 가서 비린 생선냄새를 맡을 때도/배가 부를 때도 목이 마를 때도/연애를 할 때도 졸음이 올 때도 꿈속에서도/깨어나서도 또 깨어나서도 또 깨어나서도....../수업을 할 때에도 퇴근시에도/사이렌소리에 시계를 맞출 때도 구두를 닦을 때도..../우리들의 싸움은 쉬지 않는다//우리들의 싸움은 하늘과 땅 사이에 가득 차있다/민주주의의 싸움이니까 싸우는 방법도 민주주의식으로 싸워야 한다/하늘에 그림자가 없듯이 민주주의의 싸움에도 그림자가 없다 /하.....그림자가 없다/하.....그렇다...../하.......그렇지..../ 아암 그렇구 말구.....그렇지 그래....../응응......응....뭐?/아 그래.......그래 그래.

[ ] 그림자에 불타다 - 버스타고/근동지방을 구불구불 가다가/드넓은 밀밭을 검게 태운/구름 그림자를 보았다./구름 그림자에 타서!대지는/여기저기 검게 그을려 있었다//욕망-구름그림자/마음-구름그림자/몸-구름그림자에/일생을 그을려,/너-구름그림자/나-구름그림자/그-구름 그림자에/세계는 검게 그을려-//그 모든 너울을 걷어낸 뒤의/구름 자체를 나는 좋아하고/그리고/은유로서의 그림자에 불타는 바이오나-

5.

[ ] 꽃잎1 - 누구한테 머리를 숙일까/사람이 아닌 평범한 것에/많이는 아니고 조금/벼를 터는 마당에서 바람도 안 부는데/옥수수잎이 흔들리듯 그렇게 조금// 바람의 고개는 자기가 일어서는줄/모르고 자기가 가닿는 언덕을/모르고 거룩한 산에 가닿기/전에는 즐거움을 모르고 조금/안 즐거움이 꽃으로 되어도/그저 조금 꺼졌다 깨어나고//언뜻 보기엔 임종의 생명같고/바위를 뭉개고 떨어져내릴/한 잎의 꽃잎같고/혁명같고/먼저 떨어져내린 큰 바위같고/나중에 떨어진 작은 꽃잎같고// 나중에 떨어져내린 작은 꽃잎같고//

[ ] 사랑의 변주곡 - 욕망이여 입을 열어라 그 속에서/사랑을 발견하겠다 도시의 끝에/사그라져가는 라디오의 재잘거리는 소리가/사랑처럼 들리고 그 소리가 지워지는/강이 흐르고 그 강 건너에 사랑하는/암흑이 있고 3월을 바라보는 마른 나무들이/사랑의 봉오리를 준비하고 그 봉오리의/속삭임이 안개처럼 이는 저쪽에 쪽빛 산이//사랑의 기차가 지나갈 때마다 우리들의/슬픔처럼 자라나고 도야지우리의 밥찌끼/같은 서울의 등불을 무시한다/이제 가시밭, 넝쿨장미의 기나긴 가시가지/까지도 사랑이다//왜 이렇게 벅차게 사랑의 숲은 밀어닥치느니/사랑의 음식이 사랑이라는 것을 알 때까지//난로 위에 끓어오르는 주전자의 물이 아슬아슬하게 넘지 않는 것처럼 사랑의 절도는/열렬하다/간단도 사랑/이 방에서 저 방으로 할머니가 계신 방에서/심부름하는 놈이 있는 방까지 죽음같은/암흑 속을 고양이의 반짝거리는 푸른 눈망울처럼/사랑이 이어져가는 밤을 안다/그리고 이 사랑을 만드는 기술을 안다/눈을 떴다 감는 기술-불란서혁명의 기술/최근 우리들이 419에서 배운 기술/그러나 이제 우리들은 소리내어 외치지 않는다//복사씨와 살구씨와 곶감씨의 아름다운 단단함이여/고요함과 사랑이 이루어놓은 폭풍의 간악한/신념이여/봄베이도 뉴욕도 서울도 마찬가지다/신념보다도 더 큰/내가 묻혀 사는 사랑의 위대한 도시에 비하면/너는 개미이냐/아들아 너에게 광신을 가르치기 위한 것이 아니다/사랑을 알 때까지 자라라/인류의 종언의 날에/너의 술을 다 마시고 난 날에/미대륙에서 석유가 고갈되는 날에/그렇게 먼 날까지 가기 전에 너의 가슴에/새겨둘 말을 너는 도시의 피로에서 배울 거다/이 단단한 고요함을 배울 거다/복사씨가 사랑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닌가 하고/의심할 거다!/복사씨와 살구씨가/한번은 이렇게/사랑에 미쳐 날뛸 날이 올 거다!/그리고 그것은 아버지같은 잘못된 시간의 그릇된 명상이 아닐 거다

1.1

[ ] 통영 - 설거지를 마치고/어린 섬들을 안고 어둑하게 돌아앉습니다/어둠이 하나씩 젖을 물립니다//저녁비 호젓한 서호시장/김밥 좌판을 거두어 인 너우니댁이/도구통같이 튼실한 허리로 끙차, 일어서자//미륵산 비알 올망졸망 누워 계시던 먼촌 처가 할매 할배들께서도/억세고 정겨운 통영 말로 봄장마를 고시랑고시랑 나무라시며/흰 뼈들 다시 접어/끙, 돌아눕는 저녁입니다.//저로 말씀드리면, 이래 봬도/충청도 보은극장 앞에서 한때는 놀던 몸/허리에 걸리는 저기압대에 홀려서/앳된 보슬비 업고 걸려 민주지산 덕유산 지나 지리산 끼고 돌아 진양 산청 진주 남강 훌쩍 건너 단숨에 통영 충렬사까지 들이닥친 속없는 건달입네다만,//어진 막내처제가 있어/형부!하고 쫓아나올 것 같은 명정골 따뜻한 골목입니다./동백도 벚꽃도 이젠 지엽고/몸 안쪽 어디선가 씨릉씨릉/여치가 하나 자꾸만 우는 저녁 바다입니다//

볕뉘.

0. ‘김사인앓이‘를 시작할 것 같다고 했다. 한 벗이 김사인의 시시다방이라는 팥빵을 건네주었다. 참 행복한 주말이었다. 이어폰을 간절히 구매하고 싶을 정도로 오고가는 길 일분일초가 아까웠다.

1. 알바노조의 언더조직의 문제가 수면 위로 드러나 논쟁이 뜨겁다. 다른 일들처럼 번지고 퍼진다. 일들 사이 심미적인 균형이라는 것은 있을까. 그런 것들은 왜 배우려고 가르치려고도 하지 않는 것일까 신념의 과잉. 멋도 맛도 왜 다 말라 비틀어져 버렸을까. 왜 살지? 입버릇처럼 혼잣말이 나왔다. 아무 말도 뱉지 못하고 만다. 떨어지는 꽃잎 하나, 둘...사랑 하나 둘....사랑을 알 때까지 자라지도 못하는 삶은 얼마나 억울할까? 억울한 말들이 나다녀 섧다. 끊임없는 자맥질에 눈물이 고인다.

2. *전을 다녀오다. 낮술을 했고, 그제 낮술한 이들과 자리를 옮겼고, 또 커피 한잔을 더 하고 내려왔다. 대도시는 늘 뒷걸음질인게다. 사랑을 또 하나씩 잃어버리고 있는 건 아닐까...어디다 둔 줄도 모르고 있는 것은 아닐까

3. 백석-김수영-김사인.....계보를 뒤적거려본다.....떨어져 내리고 있는 작은 꽃잎같고...혁명같고...바위를 뭉개고 떨어져내릴 것 같고......

4. 지난 밤...악몽을 꾸었다 아니 춘몽을 꾸었고 생생한 고통이 몸의 구석구석을 뚫고 지나가는 것이었다...그런데 그 끝은 참으로 달콤한 시선이 남아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배밀이의 억장이 통과했다. 온몸을 찔렀다. 손끝에서 발끝까지. 사랑을 아주 조금 알 듯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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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당나귀 곁에서 창비시선 382
김사인 지음 / 창비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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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사인‘ *- 시를 서로 나누다. 그러다보니 백석이 둑둑 묻어나오다, 그만 루쉰 눈물이 비치는 것이었다. 맑은 아니 맑간 죽음을 되뇌이는 건 죽음때문이 아니다. 따순 밥 한 공기 더 먹이는 일. ‘이다‘와 ‘왔다‘ 는 모르는 고요한 길을 배밀이로 가는 길이었다. 들리지 않는 빛소리를 잡으려 더듬더듬 가는 달팽이ㆍㆍ ㆍ *어린 당나귀 곁에서

볕뉘. 김정환의 책뒤표지 말이 조금 의아스러웠으나, 거의 동의한다. 김수영과 백석을 연결시키는 무엇. 그것은 우리 고유의 사상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 같다. 우리만이 가질 수 있는ㆍ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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