볕뉘.

0. 우정, 용기, 절제, 지, 사랑 ....라는 주제들을 읽고 있다. 아니 읽어내고 있다는 것이 맞을 것이다. 그 앞에 서면 어떻게 살아왔고, 어떻게 살 것인지를 말하지 않을 수 없다고 한다. 혼 속으로 비집고 들어가 그 안에 다른 혼을 불어넣지 않으면 직성이 풀리지 않는 그를 대면하고 있다. 글은 한 면만을 보여준다. 하지만 말이라는 것은 오묘해서 각기 다른 혼 안으로 들어가는 문지기가 될 수 있다. 그 안으로 안으로... ...

1. 속이 뒤집히는 이야기를 거리낌없이 쏟아내면서 한쪽 절벽으로 밀어부친다. 그러다가 정반대편으로 어김없이 몰아부친다. 황당한 양극단을 오가게 만들어버리면서 서서히 다른 색깔들로 물들여간다.

2. 두렵다.

3. 잠결에 꿈결에 갈피를 잡으려고 해보았다. 그냥 말을 주고 받는 것이 아니라, 감정을 한 다발씩 건네주고받는 건 아닐까. 감성의 한가마니씩 건네고 받고 또 건네는 것이 대화는 아닐까 싶었다. 대사를 하는 것이 아니라 삶을 그렇게 주거니 받거니 하다가...그만 그 말의 무게에 눌려 죽을 수도 있다고 말이다.

4. 또 두려워....어떻게 하면 그 속으로 들어가볼 수 있을까. 플라톤의 초기 저작에 온전히 소크라테스의 숨결이 들어있다고 한다. 중기로 가면서는 플라톤의 이야기가 섞여있어 불편하다.

5. 변증의 수사를 온전히 느껴보고 싶다. 이러다가 꿈결에 주저앉을지도 몰라......봄이 진다. 봄비가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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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련 - 네가 날개를 펴기 전, 깊은 향기를 내린다는 걸 이제야 이제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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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 - 눈보라가 치는 바닷가 뻘밭. 가야한다. 꼭 간다. 가고있다. 타고, 타아고, 밟고, 밟아 페달은 눈꼽만큼 앞으로 간다. 두 번 산 적이 없으므로 달리 산 적이 없으므로 페달을 또 밟고 밟아 앞으로만 쳐나아간다. 눈보라는 심해지고 바람은 거세지고 손은 꽁꽁 얼어붙고 어디로 가는지는 모르겠어 . ...

발. <전환의 봄> 전시회. 이 장면에 자꾸 걸려 ‘너머진다‘. 붙잡아 줄까. 자전거는 버려도 된다고 말해줄까. 더 추운 밤이 오고 있다고... 대전시립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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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각사

[ ] 감정에도 말더듬이 증세가 있었던 것이다. 내 감정은 언제나 시기를 놓쳐버린다. 그 결과 아버지의 죽음이라는 사건과 슬픔이라는 감정이 각기 다른, 고립된, 서로 연결되지 않고 서로 침범하지 않는 것처럼 여겨진다 미미한 시간의 엇갈림, 미미한 지체가 언제나 내 감정과 사건을 전혀 다른, 마치 그것이 본질적으로 무관한 듯한 상태로 바꿔버린다. 60

[ ] 나는 이러한 얼굴에 직면한다. 중요한 비밀을 고백할 때에도, 미에 대한 격렬한 감동을 호소할 때에도, 자신의 내장을 꺼내어 보여주는 듯한 경우에도, 내가 직면하는 것은 이러한 얼굴이다. 그 얼굴은 더할 나위 없이 충실히 나의 우스꽝스러운 초조감을 그대로 흉내 내어, 마치 무시무시한 거울처럼 변해 있었다. 아무리 잘생긴 얼굴이라도, 그럴 때에는 나와 똑같이 추한 얼굴로 변모한다. 65

[ ] 그는 햇빛 아래에서 혼자 만족하고 있었다. 그러한 인상이 가슴에 와닿았다. 봄날의 햇빛과 꽃 속에서, 내가 느끼는 부끄러움과 어색함을 그는 지니고 있지 않다는 사실은 그 모습을 봐도 알 수 있었다. 그는 주장하고 있는 그림자, 아니, 존재하고 있는 그림자 그 자체였다. 햇빛은 그의 단단한 피부에 스며들지 못함에 틀림없었다. 136

[ ] 우리들과 세계를 대립 상태로 만드는 무서운 불안은, 세계건 우리들이건 어느 족인가가 변하면 해소되겠지만, 변화를 꿈꾸는 몽상을 나는 증오하니까 몽상을 아주 싫어하게 됐지. 하지만 세계가 변하면 나는 존재하지 않고, 내가 변하면 세계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논리적으로 밝혀낸 확신은 오히려 일종의 화해, 일종의 융화와도 비슷해. 있는 그대로의 내가 사랑 받지 못한다는 생각은 세상과 공존할 수 있기 때문이야. 그리고 불구자가 결국 빠져드는 함정은 대립 상태의 해소가 아니라 대립 상태의 전적인 시인이라는 형태로 나타나지. 그러니까 불구는 불치가 되는거야. 140

[ ] 거울을 보지 않으면 자신이 보이지 않는다고 사람들은 생각하겠지만, 불구라는 사실은 언제나 눈앞에 놓여 있는 거울이야. 그 거울에 종일 내 전신이 비치고 있지. 망각은 불가능해. 그러니까 나에게는 세상에서 말하는 불안 따위는 어린애 장난처럼 보일 뿐이지. 불안은 없어. 내가 이렇게 존재하고 있는 건, 태양이나 지구나 아름다운 새나 보기 흉한 악어가 존재하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확실한 거지. 세계는 비석처럼 움직이지 않아. 146

[ ] 내 생각이 이해하지 힘든 걸까? 설명을 필요로 할까 하지만 내가 그 이후로 안심하고 ‘사랑은 있을 수 없다‘고 믿게 됐다는 사실은 너도 알겠지? 불안도 없어. 사랑도 없고. 세계는 영원히 정지되어 있으면서 동시에 도달하고 있는 거야. 이 세계를 일부러 ‘우리들의 세계‘라고 해석할 필요가 있을까? 나는 이런 식으로, 세상의 ‘사랑‘에 관한 미몽을 한마디로 정의할 수 있어. 그것은 가상이 실상과 결합하려는 미몽이라고 - 이윽고 나는, 결코 사랑받지 못한다는 내 확신이 인간 존재의 근본적인 양태라는 걸 알게 됐지. 150

[ ] 가시와기가 암시하며 내 앞에서 즉흥적으로 연출해 보여줬던 인생에서는, 산다는 것과 파멸하는 것이 똑같은 의미밖에 지니지 못했다. 그 인생에는 자연스러움도 결여되어 있거니와 금각 같은 구조의 아름다움도 결여되어, 말하자면 끔찍한 경련의 일종에 지나지 않았다. 그것에 내가 크게 이끌리고 자신의 방향을 설정했던 것도 사실이지만, 우선 가시로 가득한 삶의 파편으로 손을 피투성이로 만들어야 하는 것은 두려웠다. 가시와기는 본능과 이지를 같은 정도로 경멸했다. 기괴한 모양의 공처럼 그의 존재 자체가 굴러다니며 현실의 벽을 부수려 하고 있었다. 그것은 하나의 행위조차 되지 못했다. 요컨대 그가 암시한 인생이란, 미지로 가장하여 우리들을 속이고 있는 현실을 무너뜨리고 다시는 조금이라도 미지를 포함하지 못하도록 세계를 청소하기 위한, 위험하고 천박한 연극이었던 것이다. 164

[ ] 가시와기는 뒷면에서 인생에 도달하는 어두운 샛길을 처음으로 가르쳐준 친구였다. 그것은 언뜻 보기에는 파멸로 돌진하는 듯 보이면서도, 의외의 술수에 능하기에 비열함을 그대로 용기로 바꿔 우리들이 악덕이라고 부르는 것을 다시금 순수한 에너지로 환원시키는 일종의 연금술이라고 해도 좋았다. 181

[ ] 가시와기를 깊이 알게 되면서 느낀 사실이지만, 그는 오랫동안 지속되는 미를 싫어했다. 곧바로 사라지는 음악이라든지 수일 후에 시드는 꽂꽂이라든지, 그의 취향은 그러한 것들에 한정되어 건축이나 문학을 싫어했다. 그가 금각에 온 것도 달이 비치는 동안의 금각을 찾아서 온 것임에 틀림없었다. 그렇다 하더라도 음악의 미는 얼마나 불가사의한 것이가 연주자가 성취하는 그 일순간의 미는 일정한 시간을 순수한 지속으로 바꾸어, 확실히 반복되는 것이 아니라 하루살이와 같은 단명의 생물처럼, 생명 그 자체의 완전한 추상이며 창조였다. 203

[ ] 미는 아무에게나 몸을 맡기지만 그 누구의 것도 아니니까. 미라는 것은 마치, 뭐라고 할까, 충치 같은 거야. 그건 혀에 닿아 신경 쓰이고 아프게 해서 자신의 존재를 주장하지. 더 이상 아픔을 견딜 수 없게 되면 치과 의사에게 뽑아달라고 하지. 피투성이의 자그만한 갈색의 더러운 이빨을 자신의 손바닥에 올려놓고 보며 사람들은 이렇게 말하겠지. ‘이건가? 고작 이런 거였나? 나에게 통증을 주고 나를 끊임없이 그 존재 때문에 고민하게 만들며....209

[ ] 미적인 것, 네가 좋아하는 미적인 것, 그건 인간의 정신 속에서 인식에 위탁된 나머지 부분, 잉여 부분의 환영이야. 네가 말하는 ‘삶을 견디는 다른 방법‘의 환영이야. 원래 그런 건 없다고도 할 수 있지. 할 수 있지만, 그 환영을 강력하게 만들고 최대한 현실성을 부여하는 건 역시 인식이야. 인식에 있어서 미는 결코 위안이 아니거든. 여자이고 아내이기도 하겠지만 위안은 아니야. 하지만 결코 위안이 아니면서 미적인 것과 인식과의 결혼에서는 무언가가 생겨나지. 덧없는, 물거품과도 같은, 아무 쓸모도 없는 거지만 무엇가가 생겨나지. 세상에서 예술이라고 부르는 게 그거야.˝ 313

볕뉘

1. 스무해 가까운 시절에 금각사를 가본 적이 있다. 이렇게 마주 앉아 숨가쁘게 보았다. 다니자키 준이치로의 그늘 안의 금빛, 어두움 속에 찬란이 겹치기도 했다. 미추의 이분구도가 약간 거슬리기도 했고, 광염소나타나 최근 박물관을 모티브로 한 단편도 겹쳤지만 그 자체로 좋았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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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연

[ ] 내가 말하건 남이 말하는 것을 듣건 철학적 담론은 내게 크나큰 즐거움이네. 자네들 돈 많은 사업가들의 담론은 짜증스럽기도 하거니와, 아무것도 이루지 못하면서 자기들이 대단한 일을 한다고 생각하는 자네들 같은 친구들이 불쌍하기도 해. 자네들 생각이 옳을 수도 있겠지. 하지만 나는 자네들이야말로 불쌍하다고 생각해. 아니 확신해. 20

[ ] 어떤 행위든지 행위 자체는 아름답지도, 추하지도 않네. 이를테면 술을 마시건 노래를 부르건 대화를 하건 지금 우리가 하고 있는 행위는 어느 것도 그 자체로는 아름답지 않네. 오히려 행위가 행해지는 방법에 따라 그 성격이 결정되네. 아름답고 올바르게 행해지면 아름다운 행위가 되고, 올바르게 행해지지 않으면 수치스러운 행위가 될 것이네. 41

[ ] 외모는 뛰어나지 못해도 가장 고귀하고 가장 훌륭한 연동을 사랑할 때는 몰래 사랑하는 것보다 공공연하게 사랑하는 것이 더 아름답다는 것. 45 연인에게는 신들도 인간들도 완전한 자유를 준 셈이네. 그렇게 볼 때 이 나라에서는 연동을 사랑하는 것도, 연인의 청을 들어주는 것도 아주 아름다운 일로 간주된다고 생각할 수 있을 걸세. 46 추하게 행한다 함은 나쁜 사람에게 나쁜 방법으로 청을 들어주는 것이고, 아름답게 행한다 함은 고상한 사람에게 아름답게 청을 들어주는 것이네. 나쁜 연인이란 혼보다 몸을 더 사랑하는 범속한 연인이네. 그래서 그런 연인은 한결같지 않은데, 한결같지 않은 것을 사랑하기 때문이지. 47 그래서 우리의 법은 연인은 연동을 뒤쫓고 연동은 달아나도록 격려하는데, 이런 시련과 시험을 통해 연인과 연동이 이 두 부류 가운데 어디에 속하는지 보여주려는 것이지. 또한 그런 이유에서 첫째, 연동이 빨리 잡히는 것은 추한 일로 간주되네. 만물의 시금석인 시간이 개입할 여지를 남겨두기 위해서지. 둘째 돈이나 정치권력에 잡히는 것도 추한 일로 간주되네... 그런 것들은 어느 것도 확고하지도 한결같지도 않은 것 같기 때문이지. 48 미덕에 관련된 종노릇. 48

[ ] 의술이란, 몸을 채우거나 비우는 것과 관련하여 에로스가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아는 학문이라네. 그리고 명의란 그 과정에서 좋은 에로스와 나쁜 에로스를 구분하여 몸이 나쁜 에로스보다는 좋은 에로스를 받아들이도록 변화를 유도할 줄 아는 사람이라네. 53 일자는 자신과 불화함으로써 자신과 화합한다. 활과 뤼라의 조화처럼. 그렇지만 조화에 불화가 내재한다든가, 조화가 불화하는 요소들로 구성된다고 말하는 매우 불합리하네. 그것은 아마도 높은 음조와 낮은 음조가 처음에 불화하던 상태를 나중에 이 두 음조가 화합하는 상태로 바꿈으로써 조화를 이끌어내는 것이야말로 음악이 할 일이라는 뜻인 것 같네. 54 누구에게든 그것을 적용할 때는 그것을 즐기다가 방종에 빠지지 않도록 각별히 조심해야 하네. 그것은 마치 의술에서 산해진미를 즐기되 병에 걸리지 않도록 식욕을 조절하는 것을 중요시하는 것과도 같다네. 56

[ ] 누구를 어떻게 찬미하든 올바로 찬미하는 방법은 하나밖에 없는데, 그것은 찬미의 대상이 어떤 성격의 소유자이며 어떤 혜택을 베풀 수 있는지 말로 설명하는 것이라네. 따라서 에로스의 경우에도 우리가 먼저 그분의 성격을 찬미하고, 그런 다음 그분께서 주시는 선물들을 찬미하는 것이 옳을 걸세. 73 에로스는 정의뿐 아니라 절제에도 누구보다 많이 관여한다네. 쾌락과 욕망을 통제하는 것이 절제인데, 그 어떤 쾌락도 에로스보다 강하지 않다고 누구나 동의하니 말일세. 76

[ ] 지혜와 무지 사이에 뭔가가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나요? 옳은 의견을 가졌지만 합리적으로 설명하지 못하는 것이지요. 그대로 알다시피, 그것은 아는 것도 아니고 무지도 아니라오- 합리적으로 설명하지 못하면 어찌 지식일 수 있겠어요? 진실에 관여하는 것을 어찌 무지라 할 수 있겠어요? 옳은 의견이야말로 그처럼 지혜와 무지 사이에 있는 것이라오. 그러니 아름답지 못한 것은 필연적으로 추하고, 좋지 못한 것은 필연적으로 나쁘다고 우기지 마세요. 마찬가지로 에로스가 아름답거나 좋지 못한다고 동의한다고 해서 그분이 추하고 나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할 것이 아니라, 그 사이에 있는 어떤 것이라고 생각하세요. 92

[ ] 그럼 에로스는 무엇이지요? 필멸의 존재인가요? 앞서 살펴본 경우처럼, 그분은 필멸과 불멸의 중간에 있습니다. 94 방편이 없던 페니아가 포로스의 아이를 갖기로 작정하고는 포로스 옆에 누워 에로스를 잉태했지요. 에로스가 아프로디테의 추종자이자 시종이 된 것은, 에로스가 아프로디테의 생일잔치 때 잉태된 데다 본성적으로 아름다운 것을 사랑하는 자인데, 아프로디테는 아름답기 때문이지요. 96

[ ] 에로스는 포로스의 아들이지만 페니아의 아들이기도 하여 다음과 같은 처지에 놓였어요. 첫째, 에로스는 언제나 가난하며,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듯 부드럽고 아름답기는커녕 늘 맨땅에서 자며, 대문 밖이나 길바닥에서 노숙합니다. 어머니의 본성을 타고나 그에게는 늘 결핍이 따라다니기 때문이지요. 그런가 하면 또 에로스는 아버지를 닮아 아름다운 것들과 좋은 것들을 얻을 방편을 마련해요. 용감하고, 대담하고, 활기차고, 영리한 사냥꾼이고, 언제나 새로운 계략을 꾸미고, 지식을 열망하고, 재간이 좋고, 평생 동안 지혜를 사랑하며, 영리한 마술사이고, 약초 다루기와 언변에도 능하지요. 96 그대는 에로스를 사랑하는 이가 아니라 사랑받는 이로 생각한 것 같으니 말예요. 그래서 그대에게는 에로스가 더없이 아름답게 보였던 것입니다. 사랑스러운 것은 실제로 아름답고 부드럽고 흠 없고 완벽하고 축복받은 자로 간주되지만, 사랑하는 이는 그와는 달리 필연적으로 지혜로운 자와 무지한 자의 중간에 있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지요. 97,98

[ ] 사랑은 반쪽도 전체도 찾지 않는다는 거예요. 반쪽이나 전체가 다행히 좋은 것인 경우를 제외하면 말예요. 사람들은 병들었다 싶으면 자기 발이나 손도 절단하려 하니까요.102 활동의 목적은 몸과 관련해서도 혼과 관련해서도, 아름다운 것 안에서 생식하는 것입니다...모든 인간은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잉태 중입니다. 그러다가 우리가 한창때의 나이가 되면 본능적으로 출산하기를 원하게 돼요. 그러나 추한 것 안에서는 출산할 수 없고, 아름다운 것 안에서만 출산이 가능해요. 남녀의 관계가 곧 출산히니까요. 이러한 잉태와 출산은 신적인 것입니다. 필멸의 존재 안에 내포된 불사의 요소니까요..이런 출산에서는 아름다움이 운명의 여신과 출산의 여신 역할을 합니다. 103 잉태하여 터질 듯이 부풀어오는 자가 아름다운 것을 보고 크게 달뜨는 까닭은, 아름다움을 가진 자가 잉태한 자를 격렬한 산고에서 해방시켜주기 때문이지요....사랑이 원하는 것은 아름다운 것 안에서 생식하고 출산하기를 원하지요. 104 새끼를 위해서라면 무슨 짓이든 하지요. 105

[ ] 필멸의 존재는 본성상 가능한 한 죽지 않고 영원히 살기를 바란다는 원칙은 인간에게도 동물에게도 적용되니까요. 영원한 삶은 생식에 의해서만 가능한데, 생식은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남겨 낡은 것을 대치하게 하죠. 106 우리가 학습이라고 부르는 것도 지식이 우리를 떠나기에 있는 것이지요. 망각은 지식이 떠나가는 것인데, 학습은 떠나가는 기억 대신 새로운 기억을 주입해 같은 지식으로 보이도록 우리의 지식을 보존하니까요. 모든 필멸의 존재는 이런 식으로 보존되지요...늙어서 소멸하는 것이 자기를 닮은 젊을 뒤에 남김으로서 보존된다는 말이에요...보편적인 열성과 사랑은 다 불사를 위한 것이니깡. 107

[ ] 젊어서 아름다운 몸에 초점을 맞추되, 길라잡이가 그를 제대로 인도할 경우, 먼저 한 사람의 몸을 사랑하여 그 안에 아름다운 담론을 낳아야 해요. 그러고 나서 그는 한 몸의 아름다움은 다른 몸의 아름다움과 대동소이하다는 것...이것을 깨닫고 나면 한 몸에 집착하는 것은 경멸스럽고 보잘것없는 일이라 여기고는 그런 집착을 버리고 세상의 모든 아름다운 몸을 사랑하는 사람이 되어야 해요....그 다음 단계는 그는 누군가 몸의 매력은 보잘것없어도 혼이 단정하다면 그것으로 만족하고는 그 사람을 사랑하고 보살펴주며 젊은이들을 더 훌륭한 사람으로 만들어줄 담론을 낳고 추구하게 될 거예요...여러가지 활동 다음으로 그는 여러 지식을 향해 나아가야 하는데, 그래야만 그가 그곳에서도 아름다움을 발견하고 이제는 수많은 아름다움을 보면서 어떤 젊은이나 사람 또는 특정 행위 같은 특정 사물의 아름다움에 더는 노예처럼 집착하지 않을 것이며.....그것은 언제나 그 자체로서 존재하고 형상이 하나랍니다. 다른 아름다운 것들은 모두 그것에 관여하되, 그것들은 생성되거나 소멸하지만 그것 자체는 조금도 늘어나거나 줄어들지 않고 아무 영향도 받지 않는 그런 방식으로 관여하지요. 111,112,113 아름다운 몸에서 두 아름다운 몸으로, 두 아름다운 몸에서 모든 아름다운 몸으로, 아름다운 몸들에서 아름다운 활동으로, 아름다운 활동에서 아름다운 지식으로, 끝으로 아름다운 지식에서 아름다운 것 자체만을 대상으로 하는 저 특별한 지식으로 나아감으로써 드디어 아름다운 것 자체가 무엇인지 알게 되는 것이라오. 114 신들의 사랑을 받고 불사의 존재가 되는 일에는 인간의 본성에 에로스보다 더 훌륭한 조력자를 찾기가 쉽지 않을 것 115


볕뉘

0. 미학 모임에서 읽는다하여 금각사와 함께 본다. 책갈피 워딩을 하다가 왠일인지 어제 다 날려버렸다. 다시 키보드를 두드렸다. 선명하게 밑줄이 그어졌다.

1. 읽으면서 알키비아데스가 등장하는 리오타르의 왜, 철학을 하는가와 가라타니 고진의 자연철학자를 탐구하는 모습이 겹친다. 사교와 수사의 모습, 그 구조에 대한 긴장감이 덜했는데, 이 책으로 비교적 자세하게 느끼게 된 것 같다.

2. 친구가 고인의 파일을 통째로 보내왔다. 그 가운데 몇 화일을 열어보았다. 소크라테스의 변명, 플라톤, 김수영....숙제화일들에 소설가인 고인의 진수같은 것이 느껴졌다.

3. 이런 얘기를 서평을 쓰고 있는 친구와 저녁 겸 정종 한잔하면서 나누었다. 플라톤 대단한 친구일세...스승의 업보를 디딤돌 삼아 이천년을 우려먹다니...이제 스승에게 우리를 돌려줘야지....자네가 간 길을 거슬러 올라가볼거야..

4. 읽을 책들이 늘었다. 천병희선생님의 번역에 흠잡을 길이 없다. 순탄하고 박진감있게 읽혔다. 밖은 비바람이 거세고, 눈도 내렸다고 한다. 춘분이라고 하는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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