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기로 태어나서

0.

[ ] 세상에는 위를 보는 사람이 있고, 아래를 보는 사람이 있다. 나보다 더 가진 사람들을 선망하여 무엇이든 밟고 올라가려는 이가 있고, 내 삶을 지탱하는 것이 어쩌면 많은 이들의 노동과 희생 위에 이뤄진 것이 아닐까 끝없이 고민하는 이가 있다. - 겉표지에서

[ 1 ] 오로지 자신의 취약함을 완전히 인식하고 있을 때 또렷하게 분별하는 법을 배울 수 있다. 시작하기 전전글

[ 2 ] 산악인들은 케이블카를 타고서는 제대로 산을 알 수 없다고 입을 모은다. 순식간에 정상에 오른 사람들은 기념사진을 몇 장 찍고 또 순식간에 내려오는데 그런 식으로는 산의 면면을 확인할 수도 없을뿐더러 산마다의 고유한 감흥을 발전시킬 경험도 하지 못하기 때문에 금세 산에 대한 인상도 사라지고 만다는 것이다. 9

[ ] 이런 숫자들은 우리를 바람처럼 스쳐 지나간다. 9

[ ] ˝클로즈업은 통계의 대척점˝이라고 존 버거는 사진에 관한 중요한 에세이에서 말한다. 9

[ ] 통계와 클로즈업이(그리고 그렇게 이름 붙일 수 있는 모든 활동이) 건축으로치면 설계와 감리 같은 관계를 맺을 필요가 있다. 10

[ ] 내가 이 책을 통해서 어떤 목표를 꿈꿔볼 수 있다면 그것은 사람들이 맛있는 먹을거리뿐 아니라 동물의 살점으로서의 고기 역시 있는 그대로 보게 되는 것이다. 11


볕뉘.

0. 삶의 조건은 끊임없이 추락과 동시에 상승한다. 시이소오의 맞은 편의 삶은 늘 들뜬다. 추락은 없을 듯 고요하다. 저자의 책을 도나 해러웨이의 유사저작으로 생각하다. 인간의 조건의 저자임을 반추해내기는 어렵지 않았다. 그 험로와 기억이 고스란히 클로즈업 되었기 때문이다. 이후의 저작이다.

1. 시작하기 전에 멈추었다. 시작하기 전의 글을 읽다가 이내 멈추어 서 버렸다. (0.1) 취약함을 온전히 인식할 때 분별하는 법을 배울 수 있다는 말. 앞과 미래만 보려는 노력이 난무하는 시대. 어쩌면 평범한 중류층의 건장한 가장의 시선은 스러지거나 사라지는 것들에게 아무 것도 해주지 못하고, 지금은 아무 것도 해결해주지 못하며, 나중이란 시선에 늘 팽개처진 채. 하루하루를 감당해내야 하는 것이 삶인 줄도 모르겠다. 그런 사람들은 자꾸만 늘어나는 황량해지는 것이 작금의 현실이겠다 싶다. 거꾸로 박박 기어가는 일.

2. 이 책을 온전히 읽어낼 지 의문이다. 아니 두렵다. 책장을 넘기기가 말이다. 하지만 그의 말처럼 또렷하게 분별해내는 일이라면, 보고 싶은대로 보려는 시대에 있는 그대로 보는 방법을 느끼려면 읽어야 한다.

3. 지금 여기 스러져가는 것들에 조금이라도 따뜻한 온기를 불어넣는, 아니 함께 따스해지는 방법이 있다면 그렇게 마음을 잠시 내려 놓고 가고 싶다. 아프더라도...상처를 입더라도.....숫자에만 민감해 건망인 시대에 말이다. 아픔을 짚어넣어 가슴에 새기는 것이 얼마나 많은 눈물을 낳는지, 삼키게 하는 우울이 우리를 덮을지라도....

4. 가 보아야 하는 길은 아닐까...어쩌면 그래서 우리는 한 걸음도 아니 반 걸음도 나아가지 못한 것은 아닐까.. 자꾸 세상 위를 보는 사람들만 생긴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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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 ] 텍스트주의 - 호지슨에 의하면, 서구문명 비판을 시작하기 전에 먼저 인식론적으로 짚고 넘어가야 하는 문제가 있다. 모든 저작은 문제의 현상에 대한 이해를 기본적으로 좌우하는, 저자의 기존 신념들의 산물이라는 것이다....호지슨과 사이드, 두 사람 모두에게 담론으로서의 서구 문명은 서유럽이 나머지 인류에 대해 문화적, 도덕적으로 우월하다는 뿌리깊은 관념에 입각한 것이다..이러한 본질은 그 문명들이 생산한 위대한 경전들에서 가장 잘 나타난다는 ‘텍스트주의‘적 관점에서 출발한다....우리는 서구의 역사를 자유와 이성의 이야기로 이해하게 되고, 동방의 역사를 전제주의와 문화적 정체의 이야기로 인식하게 되는 것이다. 17

[ ] 지역사회들과 이슬람교의 기본적 이상의 상호 작용은 무수히 많은 사회적.문화적 혼합체들을 만들어냈는데, 그들은 모두 명백히 이슬람적이면서 동시에 분명히 중국적이거나 아프리카적 혹은 투르크적이었다.....이슬람 문명은 동양과 서양, 전통과 근대 등의 이분법적 개념들이 관념적 토대를 형성하고 있는, 변하지 않는 문명의 본질론적 이야기로서의 세게사라는 주류의 개념을 뒤엎는다. 19

[ 1 ] 메르카르토 도법을 ‘인종차별적인 투영법‘이라고 불렀다. 비록 유럽의 면적은 아시아의 두 반도들, 즉 인도나 동남아시아의 면적과 대략 비슷하지만 유럽은 대륙이라고 불리고 인도는 아대륙, 동남아시아는 그것에도 못 미치는 지위를 갖고 있다...게다가 아프리카의 크기는 메르카토르 투영법으로 더욱 현저하게 축소 되었다. 20

[ ] 고대 그리스에서 르네상스를 거쳐 근대에 이르는 상승곡선이 직선으로 이어지는 듯한 묘사는 착시 현상이라고 본다. 또한 그는 역사 시대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기간 동안 유럽은 아시아의 중심지역으로부터 떨어져 있는 미미한 변방이었다고 본다. 24

2.

[ ] 세계사로서 이슬람사: [이슬람의 모험]

[ 1 ] 이 책은 ˝인류를 형제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 다른 나라들을 배제하고 한 나라만이 은혜를 입었다고 생각하는 것은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의 어리석음을 확실하게 보여주는 것이다.˝라는 울먼의 인용문과 함께 시작한다. 462

[ ] 그는 근대에 있어서 인류의 도덕적 일체성에 대한 그의 믿음을 설파하고, 이슬람의 종교적 유산이 근대의 인간 존재에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를 묻고 있다. 그는 여러 가지 대답을 제공한다. 그 중 하나는 근대 세계에서 모든 도덕적 유산이 흔들리게 됨에 따라 우리(서구를 포함하여) 모두는 한 배를 타고 있다는 것이다. 464

[ ] 일정 정도의 객관성을 가지려면 그것은 부단한 방법론적 자기 인식과 학자 자신의 ‘위대한 전통‘과 이슬람 전통 사이의 ㄱ니장을 받아들이는 노력에 의해 가능할 뿐이다. 468/ 세계사라고 불릴 가치가 있는 세계사 저작이라면 그것은 실제로 반구적 규모에서 상호의존적인 지역간적 발전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469/ 호지슨에게 전 세계에서의 문화적인 혹은 그 밖의 기술과 발견의 지속적인 습득은 모든 곳에서 향후 발전 가능성의 변화를 누적적으로 이끌어냈다는 매우 기본적인 개념이었다. 469

[ ] 농경시대와 기술주의: 호지슨은 전근대의 문명들은 궁극적으로 토지세를 거두어내는 능력에 기반하고 있었고 그 밖의 부의 원천은 확연하게 부차적인 기능을 했다고 본다. 471/서구의 대변동을 반구 전체의 도시문명의 역사 속에 위치지움으로써 서구의 대변동이 그 이전에 있었던 모든 것과 연관됨을 기정사실화 한다. ....그리스에서 르네상스를 거쳐 산업혁명으로 이어지는 한 줄기의 선은 착시현상이며, 대단히 선택적인 역사적 상상의 산물이다. 473/문화적 활동에서 중요하고 창의적인 부분들은 농경사회의 도시 엘리트의 문제들에 맞추어진 것이 아니라, 기술주의적인 세계의 기술화되지 않은 엘리트의 문제에 맞추어지게 되었다.˝ 제3세계, 아민의 저발전 개념과 유사 474/호지슨은 서구식 발전이 서구 외에서 일어난다는 가능성에 대해 전혀 환상을 갖고 있지 않았다...근대와 농경시대를 구분짓는 것은...˝계산적인 기술적 특화의 상태이며, 그 안에서는 여러 가지의 전문성이 사회 주요 부문들에서의 기대의 패턴을 결정할 만큼 충분히 큰 규모로 상호의존적이다.˝ 475/ 여섯 단계는 초창기(692년까지), 칼리프국의 융성기(945년까지), 국제적인 문명(1238년까지), 몽골 집권기 (1303년까지), 화약제국의 시기(1800년까지)와 근대다. 이슬람사의 시대구분은 표준적인 왕조별 연대표의 틀과는 현격한 대조를 보인다. 이 시대구분은 왕조의 구분을 넘어서 연속성을 강조하며 문명 진화의 주요 단계들에 맞춰져 있다. 485

볕뉘.

0. 아침 책장에 걸린 책이 눈길이 가 가져다 읽다. 서유럽중심주의와 자국 중심주의이 맥락을 다르게 확장하는 역사서와 근대 300-500년을 성찰하고 반성하는 책들이 많이 출간되고 있는 듯싶다. 그만큼 흥미있게 챙겨볼 책들이 기웃기웃거리고 있다 싶다.

1.(1.1) 세계지도를 사무실 벽에 붙여놓고 서툴게 들여다본다. 남반구와 북반구를 거꾸로 보기도 하면서 말이다. 쭉쭉 아프리카를 가로지르는 직선들의 횡포는 놀랍기만 하다. 하지만 세계시민이 아니라 그 날 벌어 그 날 써야 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는 현실들은 지금 여기도 신경쓰기에 벅차다. 그럴수록 여행지로서 나라들은 관광객들에게 역사의 시선을 주지 못한다.

2. (2.1) 세계시민으로 사고하는 일은 두려운 일이다. 그렇게 하는 순간, 어김없이 죽어가는 무수한 인류의 죽음과 아픔의 목도해야 하고, 그것을 일상으로 가져와야 하는 일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금융자본주의는 놀라울 정도로 세계를 동시에 살며 사고하지만, 아픔은 놀라울 정도로 우리의 시선과 마음에서 갇혀있다.

3. 저자는 47세로 유명을 달리했고, 저서를 마무리하지 못했다. 1960년대 이전의 논문들로 이루어진 책이지만 아래 책들의 세계사의 관점을 바꿔주기 훨씬 전 사유의 결과물이다. 관심들이 다양해지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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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셀의 성

[ ] 랭보 - 우리는 환상적으로 될 필요가 있다고, 다시 말해서 스스로를 환상적으로 만들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나는 말하고 싶다. 시인은 모든 감각들을 오랫동안 무한히 추론해가며 혼란시킴으로써 스스로 환상적이 된다. 그는 스스로 온갖 형태의 사랑, 고통, 광기를 추구하여 그것들의 본질만 남도록 모든 독소들을 소멸시킨다. 이루 말할 수 없는 고통 속에서 그는 온갖 초인적인 힘이 절박해지고, 온갖 가능성 중에서도 가장 심한 병자, 가장 중벌의 죄수, 커다란 저주를 받은 자, 최고의 학자 - 왜냐하면 그는 미지의 것에 도달했으니까 -가 된다.....시인은 진실로 불을 훔치는 자이다. 그는 인간성과 동물성을 아울러 지니고 있다. 그는 자기가 만든 것을 느껴지고 취급되고 듣게 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가 저 너머에서 가져온 것이 형태가 있으면 형태를 부여하고, 형태가 없으면 무형을 부여한다. 언어를 찾기 위해서. 270, 271

[ ] 조이스는 최근까지 늘 그의 등장인물들의 의식을 직접적으로 표현하지만 의식을 재현하는 그의 방법은 등장인물들끼리 말하는 것을 독자들에게 보여주는 방법이다. 조이스의 인물들은 오직 언어를 통해서 사고하고 느낀다. 조이스 자신이 언어로 사고하기 때문이다. 230 그는 자기의 서랍에서 어구 하나를 빼내어 그것을 혼자 조용히 읊어본다. 230 그것들은 빛깔이 아니었다. 그것은 그 시점 자체의 아슬아슬한 균형이었다. 그렇다면 그는 언어들의 전설과 빛깔의 결합보다 그것들의 리듬의 고저를 더 사랑했단 말인가? 아니 차라리 이렇게 말하는 게 옳으리라. 즉 그는 마음이 수줍은 만큼이나 시력이 약해서 빛깔이 다양하고 사연이 풍성한 언어의 프리즘을 통해 진하게 다가오는 세계의 영상보다는 차라리 명쾌하고 단순한 장문의 산문 속에 완벽하게 투영된 개인적인 정서들의 내적 세계에 대한 명상 속에서 더 많은 쾌감을 누렸다. 230 젊은 예술가의 초상에서

[ ] 프루스트 - 그의 현실의 궁극적인 단위들은 각각 독특하고 다시 발생할 수 없는 ‘사건들‘인데....그의 주변인물들도 그들을 변모시키는 과정의 논리와는 상관없이 늘 변모하고 있으며 결국은 병고나 노환으로 붕괴되어 사라져버릴 것과 마찬가지로, 우리가 그토록 갈망하는 사랑도 우리를 변모시키고 실망시키며, 처음에는 그토록 안정되어보이던 사교계도 그 그룹들을 재편성하고 그 계층들을 흡수하고 변모시킨 것이다.....사건들이 하나의 유기적인 구조를 이루어, 그 속에서 하나하나의 사건들이 서로 상대방과 전체를 내포하면서 상호의존.....주인공의 인생의 여러 시기에 합당하게 그의 서술의 분위기와 어조와 속도를 더욱 다양하게 변화시켰다. 168. 169

[ ] 폴 발레리 - 발레리는 관념과 결합된 정서를 드러내고 그것들이 발생한 장면에 파묻혀 있는 두 가지를 다 드러내는 데 있어서 예이츠의 시보다 더욱 완벽하다. 외부세계의 평온한 것들을 개인의 다양한 이해력에 따라 반응하게 하는 것이야말로 상징주의 시인의 목표이며 승리이다. 사실상 그것들을 두 가지 별개의 일들로 만들곤 하는 전통적인 이원론에 대해 우리로 하여금 의문을 제기하게 하는 것이 그의 의도는 아니더라도 그의 효과인 셈이다. 88

볕뉘.

0. 현란함과 작가에 대한 깊이에 깜짝깜짝 놀란 참이었는데, [핀란드 역으로]의 저자였다니...

1. 상징주의를 개관한다기보다는 문학사를 꿰뚫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저자와 시대, 뜨문뜨문 읽은 책들을 이어줄 징검다리가 필요하다 싶었는데 이렇게 친절하게 저자와 시대, 사상을 잘 엮어서 편안하고 싶게 제시해준다.

2. 제임스 조이스, 프루스트 곁은 다가서다 주춤주춤하고 있는데, 외려 이렇게 뜸 들이고 가는 편이 낫다 싶다. 문학비평 속의 책들을 간택해서 읽고 싶을 정도로 몽실몽실 욕심을 자극한다.

3. 안타깝게도 절판이고, 외서들은 번역이 된 책들이 희귀하다. 조금만 번역되어도 좋으련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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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유럽 근현대사

0.

[ ] 동유럽의 역사는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진‘ 역사라 할 수 있다. 26

[ ] 동유럽은 한반도의 ‘이란성 쌍둥이‘ 같은 곳이다. 동유럽을 공부하면 할수록 어렸을 때 헤어진 ‘이란성 쌍둥이‘ 형제를 어른이 돼서 다시 만나는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한 형제는 ‘유럽의 동쪽‘에서 살고, 다른 형제는 ‘아시아의 동쪽‘에서 살면서 비슷한 삶의 노정을 겪어온 쌍둥이. 26

1.

[ ] 1989년, 동유럽과 서유럽을 나누던 철의 장벽이 무너진 것은, 4세기 동로마.서로마 제국의 분리와 그 뒤에 이은 11세기 동.서 기독교의 분리로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31

[ ] 오리엔탈리즘 둥지틀기 nesting orientialism: 외제 요인으로 해석하는 이들은 16세기 이후 오스만 제국과 함께 동유럽에 군림했던 합스부르크 제국의 재에 대해서는 그리 날선 비판을 가하지 않는다....에드워드 사이드를 전유하자면, 오리엔탈리즘 피해자에 의한 오리엔탈리즘 재생산이 동유럽 역사해석에서도 나타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34-35

[ ] 동유럽 사회가 처한 정치, 경제, 사회적 맥락이 다른데도 불구하고, 서유럽과 같은 행로를 밟을 것이라는 예측 자체가 불합리한 판단이었다고 본다. 39 서발턴 개념을 적용하여 서구 주류 역사의 관점에서 ‘열등‘하거나 ‘비합리적‘인 것으로 간주되어온 ‘2등 유럽 동유럽의 역사를 재조명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44

[ ] 민족국가 민족화 추진 과정에서, 종족성은 최대의 난제로 떠올랐다...이 종족성은 생각만큼 쉽게 사라지거나 약화되지 않아, 민족통합을 이루어 민족 정체성을 형성하는 데 장애물이 되었다....신생 독립국가 건설은 모든 구성 민족을 포용하기보다는, ‘핵심 민족을 위한‘, ‘핵심 민족에 의한‘, 정체 만들기 과정으로 진행되었다. 46-47

[ ] 어떤 실제의 역사도 서구의 역사와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비정상적인 일탈로 간주되어서는 안 된다. 53 레비스트로를 응용해보자면, ‘미개인‘과 ‘문명인‘의 차이는 발전 단계의 차이가 아니라 애초부터 다른 삶의 결과이기 때문에, 둘을 비교해서 우열을 가리는 것 자체가 무의미하다. 55

2.

[ ] 1989년 이후 지난 27년에 대한 중간 평가는 불행히도 기대보다는 우려를 자아낸다. 1990년대 내내 자본주의 체제이행에 따른 다수의 빈곤화와 피폐화가 우려를 자아냈다면, 2000년대는 그에 대한 반동으로 거세지는 우파 포퓰리즘의 높은 파고가 우려를 자아낸다. 275

[ ] 민주주의를 건설하기 위해서는 ‘규제로부터의 자유‘뿐만 아니라 ‘빈곤으로부터의 자유‘가 필요함에도, 생존을 확보해줄 수 있는 최소한의 사회 복지와 물질적 재분배가 필요하다는 사실에 대한 인식은 없었다. 278

[ ] 동유럽에서 정치변혁이 유럽연합 가입을 위한 준비 작업으로 변질되는 사이, 서유럽 자본에 의한 동유럽 자본탈취는 민영화라는 이름으로 가속화되었다. 281 서유럽의 주요 산업 생산지 ‘블루바나나‘ 영국, 네덜란드, 벨기에, 서독, 스위스의 서유럽 벨트는 체제 이행후 ‘골든 축구공‘ 남부독일, 폴란드, 헝가리, 체코, 슬로바키아, 오스트리아, 루마니아를 잇는 형상으로 바뀌었다...독일회사가 독점하는 슬로바키아의 산업 생산의 40%를 차지하는 자동차 생산의 부가가치의 4%만이 여기에 남는다...동유럽 노동자는 동일 업종에 일해도 서유럽의 2분의 1에서 3분의 2 수준의 임금을 받고 있다. 282-283

[ ] 19세기 식민 지배가 군대나 관료 같은 국가기구를 동원했다면, 21세기 신식민 지배는 관련 법규와 제도만 바꾸면 얼마든지 동유럽의 자원과 자본을 서유럽 다국적기업이 채어갈 수 있는 구조라는 것이다. 거창하게 체제이행이라고 이름 붙여진 동유럽의 개혁은 결국 서유럽으로의 자본 이탈을 위한 법적.제도적 구조를 바꿔주는 작업이 된 셈이다. 체제이행을 통해 외세가 소련에서 유럽연합으로 바뀌고, 동유럽은 소련의 위성국에서 ‘유럽연합 최후이자 최신의 식민지‘로 뒤바뀌었다. 284-285

[ ] 2000년대 이후 급부상한 동유럽의 우파 포퓰리즘: 포퓰리즘 정당의 주요 공략 대상은 체제이행에서 아무 것도 얻지 못한 사람들의 실존적 가난과 심리적 공포다...헝기리 오르반 총리는 민족 존폐의 위기, 사회적 공포, 외세의 공세에 대한 공포에 직면했다고 주장하며 그동안 소외됐던 가난한 유권자들을 결집시켰다. 286-287 이 정치인들이 구축하고자 하는 국가는 국수주의, 기독교주의 등 퇴행적 보수주의 가치에 바탕을 두고 있다는 점에서 반동적이다. 288 오르반은 난민이나 이민자들을 잠재적 테러리스트로 간주하며, 이들이 국경을 넘어 헝가리 사회에 침입해 들어오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이들의 값싼 노동력이 헝가리 사람들의 일자리를 빼앗아가며, 헝가리 사회에 통합되려 하지 않고 헝가리의 고유한 문화를 파괴한다고 강조했다. 289 2015년 11월 11일 무슬림의 침략으로부터 폴란드를 지켜내자라고 외쳤다. 290 1989년 이후에도 약화되기는커녕 더욱 강화되는 것으로 나타나는 동유럽과 서유럽 간의 불평등한 관계에 대한 동유럽 사람들의 불만이 엉뚱하게도 아랍 난민들을 향해 폭발한 셈이다. 291

[ ] 경제적 여력뿐만 아니라 정신적 여유도 없는 상황에서, 밀려 들어오는 난민은 분명 버거운 사회적 짐일 것이다...종로(서유럽)에서 뺨 맞고 한강(아랍.아프리카 난민)에서 화 푸는 격이다. 291

[ ] 동유럽 국가의 운명은 이미 서유럽과 서로 얽히고설켜 있어, 동유럽 사람들의 손으로만 결정되지 않는다. 현실을 규정하는 힘들은 국경선을 넘어 작용하고 있음에도, 자민족 중심의 사고는 구체적인 현실을 보지 못하게 만든다. 293

[ ] DiEM25 - 유럽 민주화 운동 25 호흐밧의 결정적 기여로 촉발한 발칸 유럽의 저항운동은 2015년 그리스의 경제위기를 거치며 범유럽 시민 저항운동으로 확대되었다......2019년 유럽의회 선거 참여를 목표로, 유럽 최초의 범유럽적 정당 조직도 준비하고 있다... 이 운동이 주목하는 것은 유럽 전체의 민주화라는 테제가 가진 근원적 개혁성 때문이다. 이는 동유럽의 민주주의는 물론 서유럽과의 관게에 있어서의 민주주의, 유럽연합 집행부의 민주주의를 요구하는 것이고, 서유럽 중심의 역사주의에 대한 회의와 근본적 비판이 담겨있다. 297

[ 1 ] 이 ‘역사주의‘는 전 세계 모든 국가의 역사가 같은 경로를 따라 발전하며, 그 발전 도상에서 항상 ‘유럽은 먼저‘ ‘비유럽은 나중‘으로 규정하는 것이다. 298

[ ] 민주주의는 동유럽의 각국 차원에서 이루어져야 하는 일국의 국민 주권 실현 문제인 동시에, 동.서유럽 국가 간의 관계, 동유럽 국가와 유럽연합과의 관계 등에서도 다면적이고 복합적으로 이루어져야 하는 목표라 할 수 있다. 다시 말해 일국가적 차원, 지역적 차원, 유럽적 차원의 문제가 서로 교차하고 뒤엉킨 트랜스내셔널한 그리고 글로컬한 문제라 할 수 있다. 300

볕뉘.

0. 구입한 지 조금 되었는데, 역사서를 읽는 참에 같이 본다.

1. 읽다보니 오리엔탈리즘은 자중심을 요구하고, 자중심은 곁을 전혀 두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자꾸자꾸 이분법으로 나눠 반복 증식한다는 데 있다. 발칸반도와 중유럽을 칭하는 동유럽의 선입견을 간결하고 명쾌하게 인식하게 해주며, 관심의 깊이를 요구한다.

2. 발전주의 역시, 다른 나라의 모델을 따라가는 것을 전제하지 않는다. 분화와 다양성이 아니라 획일화를 전제로 한다. 김수영이 사랑의 변주곡에서 이야기했듯이 온갖 별 이상한 것들도 사랑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저 미친, 친미사대주의 망발을 보노라면 청나라의 현실을 보지 못하고 더 명나라스런 짓으로 스스로 명멸을 초래한 현상을 지금에서 다시 목도할 수밖에 없는 것이 이 나라다. 그래서 사랑할 수밖에 없는....

3. 서유럽의 그림자 속에 자본주의, 신자유주의 옵션에 동유럽이 고스란히 걸려들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역사가 그러하듯이 한 번은 희극으로 또 한번은 비극으로 반복한다는 사실이 동유럽의 우파 포퓰리즘으로 돌아온 것 같다. 하지만 그 그림자 역시 서유럽을 드리우고, 그 뇌관을 역으로 건드릴 수 있다.

4. 그래서 다양한 역사인식이 필요하다. 자중심이 아니라 경계에 있어야 좀더 풍부한 역사인식과 삶의 인식으로 이어질 수 있다. 자중심주의는 이것은 먼저, 저것은 나중에라는 무의식으로 팽배해있다. 그래서 문제다. 그런 것은 애초에 없는 것인지도 모른다.

5. 이런 것들이 어쩌면 엘리트주의, 내가 좀더 낫다는 착각과 자만, 그 일상의 반복과 시각이 가져오는 삶의 적폐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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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할망은 희망 - 새벽에 이 친구의 책을 읽으니, 그 삶이 턱 막혀 온다싶었다. 하지만 곧 지역학자인 그녀가 어떻게 자신의 전공을 살리게 되었는지 꼼꼼히 말한 다. 그래, 이런 친구들이 있구나. 더 더욱 미세하게 들어가 다르게 살아 숨쉬게 만드는 재주를 가진 이들이 한 둘이 아니구나 했다. 인터뷰에 제주어를 표준어로 설명을 단 참고서다. 제주어를 따로 가르치는 시스템도 있는 것을 보고 놀라기도 했다.

2. 방언의 발견 - 이 역시 한 소장 국어학자의 결실이다. 제목에서처럼 그는 방언의 사용이 인간의 ‘기본권‘이라고 까지 말하고 있어. 그치 이 정도 주장은 해야지라고 입속 말을 해버렸다. 말미 ˝방언의 가치를 발견하고 기억의 복구를 통해 전통 방언의 소멸 속도를 늦추는 작업은 결국 고향을 잃는 속도(나아가 문화적 다양성의 상실 정도)를 줄이는 일이 된다.˝라고 그는 말한다.

3. 함께읽는 동아시아 - 이 책의 관점 역시 지역사이다. 유럽을 본 뜬 동아시아, 중화를 본 뜬 소중화, 그림자를 모조리 지워 잘난 것만 살린 민족국가의 역사기술의 허구성을 드러내고자 한다. 17개 국가의 동아시아, 서아시아와 인도(남아시아)는 제외하였다.

볕뉘.

0. 어쩌면 이들은 과거와 현재를 통해 미래를 확장해나가는 이들일 것이다. 미래를 더욱 생생하게 다가서게 만드는 일. 우리의 일상과 실감을 풍요롭게 만드는 이들일 것이다.

1. 간학문이라는 학문의 경계를 허물어뜨릴 뿐만 아니라, 삶의 경계를 허물고 다시 짓는 일을 하며 멀지감치 가고 있는 이들일 것이다.

2. 잠깐 다녀온 제주는 이미 서울의 외양이상을 띠고 있어 안타까웠다. 제주토박이분들을 몇 분 만나 그나마 마음의 숨결을 가다듬을 수 있지 않았나 싶다. 조금 더 다른 결로 숨쉬며 사는 통로를 열어주는 이들이 많아졌으면 싶다.

3. 지역어를 가르치는 곳들이 늘어났으면 좋겠고, 배우고 싶다. 그 언어의 결들 속에서 그들의 감정과 상황을 잘 이해할 수 있다. 그 답답함이 일상의 배회한 듯싶다. 그 갈증에 이들의 노력이 시원하게 느껴졌다.

4. 유토피아와 이상적인 곳은 없다. 그러다가 제주 꼴이 날 수도 있다. 목포를 비롯해, 서울의 시선이 아니라 다른 지역의 삶의 안목으로 풍요로워지는 여러 가닥 삶의 새로운 길들이 뚫였으면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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