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미니즘을 퀴어링

1.

[ ] 캐나다 드라마 lost girl 2010-2016/shameless/뮤지컬 시트콤 glee/modern family/orange is the new black/rupaul‘s drag race/keeping up with the kardashians/ the ellen degenaeres show 13, 14

[ ] 적어도 어떤 사람들에게서는 여성이나 남성으로 정체화하는 대신 그 대안으로서 비이분법적인 nonbinary 정체성을 선택하는 경향이 점점 증가하고 있다. 14 젠더 표현과 젠더 정체성을 구별할 것을 요청한다. 어떤 이들은 대부분의 사람이 젠더베리언트라고 설명하는 방식대로 자신의 젠터를 표현하는 대신 자신이 생각하고 느끼는 바에 따라 스스로를 트랜스젠더로 정체화하는 등 새로운 방식으로 퀴어링하고 있다는 것이다. 15

[ ] 젠더 정체성과 성 정체성이 교차하는 지점을 다룬 입문서 19 어떤 지점을 ‘보다‘, 이유를 ‘듣다‘와 같은 시각적, 청각적 은유를 피하여 대체로 장애차별적 언어라고 불리는 것, 이원론적 언어 사용에 저항하고, 대립적인 언어에 저항하려고 하였다. 22

[ ] ˝쓸모없는 것의 복잡함 shit‘s complicated˝ : 퀴어링이란 무언가를 복잡하게 만드는 과정을 의미하며, 반드시 성적인 맥락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사실, 논증을 하지 않고 철학을 하는 것은 퀴어한 일이다. 또한 젠더, 섹스, 섹슈얼리티에 대한 뿌리 깊은 전제들에 도전하는 방식으로 살아가는 것도 마찬가지로 퀴어한 일이다. 그러므로 퀴어는 동성애자(또는 레즈비언, 게이, 양성애자 혹은 트랜스젠더)로 정체화하지 않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젠더, 섹스, 섹슈얼리티에 관한 우리의 문화적 규정이 할당된 좁은 공간을 차지하는 것의 불가능성을 깨달은 이들을 포함한다. 23

2.

[ ] 고대 그리스의 남색, 아메리카 원주민의 젠더 가로지르기와 같은 현상은 동성애가 역사적, 문화적으로 보편적이라는 점보다는 오히려 성정체성의 범주가 역사적, 문화적으로 특정하다는 점을 시사한다. 다시 말해서, 이러한 사례들은 성 정체성의 범주가 아마도 사회적 구성의 산물임을 드러낸다. 38

[ ] 양성애, 동성애, 이성애라는 정체성 범주는 여러 사례들에 나타난 사람들의 섹슈얼리티에 대해서 중요한 어떤 것을 간과한다. 사람들이 자신의 정체성을 고의로 속이는 모든 경우보다, 단지 더 적합한 범주를 사용할 수 없어서 자기 자신이나 다른 이들에게 동성애자, 양성애자, 이성애자로 정체화하는 경우가 아마도 훨씬 더 많을 것이다. 40

[ ] 푸코에게 동성애에 대한 동시대 서양의 관념은 모순적이게도 섹슈얼리티 억압과 관련된 시기에 섹슈얼리티 담론들, 특히 의학적 담론들이 정식화되고 확산되면서 출현한 것이었다. 49 데밀리오는 동성애자 정체성이 나타난 원인을 사회 구조의 변화로 보았고 푸코는 의학 담론의 부상으로 보았지만, 그럼에도 데밀리오가 제시한 동성애자 정체성의 등장 시기는 푸코의 제안과 일치한다. 51 레즈비언 정체성에 대한 기대가 게이 남성의 정체성에 대한 기대보다 더 혹은 덜 구속적이라는 것이 아니라 덜 일관적이고 덜 응집적인 점에 주목해야 한다. 이 점은 레즈비언 정체성과 아마도 다른 성 정체성들에 대해서 다양한 해석이 수용될 여지가 동시대 서양문화에 있음을 입증한다...그것은 레즈비언, 게이, 양성애자 그리고 이성애자로 정체화하는 사람들이 자신의 섹슈얼리티를 다른 용어로 정의하거나 아예 정의하지 않는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여성적이거나 남성적이거나 둘다이거나 둘 다 아닐지도 모르는 방식으로 자신의 특징을 드러내고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패러다임을 구성하도록 요청하는 것이다. 58-59

3.

[ ] 인터섹스인 사람들은 생물학이 그들을 어느 하나의 성별 범주로 명확하게 지정하지 못하므로 역시 그 구별을 문제 있는 것으로 만든다...무성애자 asexual로 정체화하는 사람들을 포함시키는 것도 관련 있어 보인다. 무성애자인 사람들은 성적 욕망이 없거나 거의 없다. 범성애자pansexual로 정체화하는 사람들을 포함시키는 것도 마찬가지다.; LGBTO나 LGBT+를 사용할 때 LGBTQI, LGBTQIA, LGBTQIAP 같은 축약형들이나 이와 비슷한 것들을 사용한다...이처럼 추가와 수정이 계속 필요하다는 사실은 확립된 패러다임을 더 이상 구해낼 수 없음을 암시한다. 69 퀴어이론은 여성과 남성, 여성적인 것과 남성적인 것, 동성애자와 이성애자 같은 이분법적 대조를 피하면서, 여성학뿐 아니라 레즈비언과 게이 연구도 붕괴시킨다. 그럼에도 퀴어 이론은 여성과 남성의 정체성, 부치와 펨의 정체성, 동성애자와 이성애자의 정체성, 트랜스젠더 정체성 그리고 이분법적 체계 안에 편안하거나 불편하게 있는 다른 다양한 정체성의 존재와 양립할 수 있다. 71 요점은 우리 중 훨씬 더 많은 사람이 퀴어한 편이라는 점을 인정함으로써, 적어도 상징적으로 권력의 균형을 이동시키자는 것이다. 그러나 퀴어 이론은 단지 더 많이 포함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 퀴어 이론은 누군가가 자신을 이해하고 타인들과 관계 맺는 데 범주가 유용하거나 심지어는 필수적일 수 있다 해도, 그 어떤 특정한 범주나 범주들의 집합도 그 자체로 필연적이지 않으면 심지어는 가장 깊게 자리 잡은 범주도 수정될 수밖에 없음을 인정해야 할 지속적인 필요성에 대한 것이다. 74

[ ] 머리 색이 짙거나 금발인 사람이 빨간 머리인 사람보다 전 세계적으로 훨씬 흔하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주류과학이 빨간 머리를 더 흔한 색의 머리를 만들려고 시도했던 자연의 실패로 간주하지 않는다. 86 포스토스털링은 생물학적 개념인 섹스를 두세 개가 아니라 최소한 다섯 개의 범주로 구조화해야 한다고 설득력 있게 주장한다. 86 나는 트랜스섹슈얼을 하나의 계급이나 문제적인 ‘제3의 젠더‘가 아니라 하나의 장르로 구성할 것을 제안한다. 이때 장르는 구조화된 섹슈얼리티와 욕망의 스펙트럼들을 생산적으로 붕괴시킬 가능성을 가졌으나, 그 가능성이 아직 탐색되지 못한 체현된 텍스트들의 집합이다. 109

[ ] 우체부 아저씨 소방관 아저씨를 우편배달부와 소방관 등으로 대체하는 경향과 같이 젠더 특정적 용어를 대체하는 새로운 용어가 도입되었다. 또한 여성임을 표시하는 용어를 제거하거나 완전히 새로운 용어를 도입하는 등, 노동자의 섹스 또는 젠더 언급을 피하기 위해 많은 직책명이 개정되었다. 남자 간호사나 여자 경찰 같은 표현을 사용하여 섹스와 젠더에 주의를 끄는 것은 이제 어렴풋이라도 모욕적인 것으로 보인다. 예측밖의 일이라는 표현을 함축하기 때문이다. 127

[ ] 젠더가 수행적이란 생각은 헤게모니적 이분법을 유지하는 것이 능동적 과정임을 상기시킨다. 헤게모니적 이분법을 유지하는 것은 적극적인 과정이기 때문에, 사람들은 개인으로서도 집단으로서도 헤게모니적 이분법을 의도적으로 방해하는 표현의 형식을 선택할 수 있는 힘을 갖느다. 이것은 기존 언어를 퀴어링하는 방법으로 특징지을 수 있다. 동사로 사용되는 퀴어는 헤게모니적 이분법과 관련된 생각, 기대 및 태도의 불일치에서 벗어나기보다는 그러한 불일치에 주의를 집중시키는 과정을 의미한다. 헤게모니적 이분법을 붕괴시키는 것은 비록 아주 조금일지라도, 패러다임을 퀴어화하는 데 기여한다. 136

4.

[ ] 루빈은 ˝사회는 생물학적 섹슈얼리티를 인간 활동의 산물로 변형한 것에 의한, 이러한 변이한 성적 욕구를 충족하는 것 내에 있는 배치들의 집합˝이라는 점을 설명하기 위해서 ˝섹스-젠더 체계˝를 처음으로 언급한 사람이었다. 이러한 에가 보여주는 것은 섹스, 젠더, 섹슈얼리티라는 내적으로 연결된 개념들 세 가지에 다 주의를 기울여야만, 그렇게 하지 않는다면 주목받지 못하고 도전받지 못할 편견의 형태가 드러난다는 것이다. 또한 이러한 예는 기존의 섹스 젠더,섹슈얼리티 체계의 가능한 대안을 모색한다. 162 (161도표 루빈의 이중 원 참조)

[ ] 퀴어 이론의 발상과 마찬가지로, 여성 또는 그 어떤 집단을 향한 현재 및 과거의 억압은 궁극적으로 이분법적 사고에서 기인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분법적 사고는 필연적으로 이와 관련된 이분법 안의 특권층에게 우선권을 부여한다. 174

[ ] 연대자의 위험성은 공범자의 위험성과 크게 다르다. 우리가 맞서 투쟁할 때, 해방을 향한 투쟁에 함께 연류될 때, 우리는 공범자들이다. 192 루빈의 원의 껍질은 일탈적이다. 가장자리는 퀴어하다. 이런 의미에서 모든 사람은 적어도 어떤 면에서는 성적으로 일탈적이다. 이런 의미에서 모든 사람은 적어도 약간은 퀴어하다. 193

볕뉘

잡으려고 하면 미끌어지는 것이 생명의 본질인지도 모르겠다. 유형화와 목록을 만들려고 하는 것은 허무한 욕심일 것이다. 주어진 것이 끊임없이 집착하는 관성의 목록화는 흘러가는 것들을 제대로 볼 수 없게 만드는 것일 것 같다. 이분법의 신화를 이렇게 조목조목 부수어 놓았다. 그 관행과 퇴행으로 거스르는 힘에 대해서도 거리낌없이 기술해놓았다. [LGBT+] 책의 다양성 만큼이나 그 다양함을 느낄 수 있는 접근법들이 제법 도식적으로 이해를 돕기위해 들어가 있다. 용어의 이력만 살펴도 개략적인 흐름들을 익힐 수 있겠다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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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의 교육학

[ ] 비코츠키가 유아 시기 ˝놀이˝의 의의를 특벼리 강조한 점, 본인이 장애아 교육에 종사한 점 등의 연유로 유아교육과 특수교육에서는 이미 이론적으로 큰 영향을 발휘했다. 5 ‘심리학의 모차르트, 또는 미래로부터 온 사람 6 비고츠키 교육학은 ‘인간 발달‘ 자체에 목적을 두고 논의를 집중한다. 교육학이 ‘인간 발달‘에 집중하는 것은 당연한 것 같지만 당연하지 않으며 기존 교육관을 뒤집는 힘을 준다. 9 근접발달영역 창출. 10

[ ] 나중에 아이가 성공하지 못한 움켜쥐기 동작을 전체적인 객관적 상황과 연관 지을 수 있게 됐을 때에야 비로소 아이는 이 동작을 가리킴으로 이해하기 시작한다. 이 시점에서 동작의 기능에 변화가 생겨난다. 이 동작은 대상 지향 동작에서 다른 사람을 목표로 하는 동작으로 변하며, ‘관계를 만드는 수단‘이 된다. 움켜쥐기 동작이 가리킴의 행동으로 변하게 된다. 34

[ ] 인간의 본질은 사회적 관계의 총체라는 말을 가장 잘 설명하는 것이 비고츠키의 발달론일 것이다. 프로이크가 ‘내 안에 나도 모르는 내가 있다‘라 하면 비고츠키는 ‘내 밖에 나를 만든 수 많은 내가 있다‘라고 표현된다. 35 ‘개념적 사교력에 입각한 주체적 인간 형성; 40

[ ] ‘민주시민 양성‘ 같은 목표도 사회적 의미는 제시하지만 각 개인으로 귀결되는 인간적 가치를 제시해주지는 못한다. 다시 말해 교육 목표에 대한 대부분의 논의가 사회적으로 필요한 소양에 집중할 뿐 개개인의 실존적 의미를 부여하지는 못한다. 41

[ ] 영유아기에 애착과 신뢰감 형성이 제대로 안 되면 이후 연령에서 분리불안과 의존적 성향이 나타나서 독립적, 자율적인 활동에 큰 어려움이 초래됩니다. 177 어린 아동은 그림을 그린 후 제목을 붙이는데 좀 더 나이를 먹은 아동은 이것이 뒤바뀌어서 제목을 먼저 붙이고 그림을 그린다. 178 놀이는 유아의 발달을 선도하고 발달의 다음 영역을 창출한다. 유아들은 놀이를 통해 자기 규제를 터득하고 대상으로부터 의미를 분리하기 시작한다. 놀이 과정에서 벌어지는 난관은 ‘자기중심적 말‘이 발달하는 기폭제 구실을 한다. 자기 규제가 제대로 형성되지 않으면 ‘지연능력‘, ‘자발적 주의집중‘이 생기지 않아서 학교의 학습 과정에서 매우 곤란을 겪을 수 있다. 178 사물과 낱말의 의미를 일대일의 대응관계로만 여기다가 사물로부터 낱말 의미를 분리시킬 수 있게 된다. 이것은 굉장이 어려운 일인데 바로 놀이를 통해 이런 분리가 일어나 새로운 발달적 전환을 제공해주게 된다. 179 아동에게 놀이는 자발성과 자유의 영역이다. 이런 놀이의 규칙들은 외적인 물리법칙에 복종하는 규칙이 아니라 자기 절제와 자기 규제의 규칙이다. 180 비고츠키는 우리는 가상 놀이를 이차적 상징체ㅔ인 문자언어의 발달에서 주요 공헌자로 본다. 이렇게 구체적 사물로부터 그 의미를 분리해내고 놀이규칙에 종속을 통해 최대한의 즐거움을 얻음으로서 자기 규제력을 획득하는 일련의 과정을 거치는 것은 직접적으로는 발달의 다음 시기인 학령기 학습을 위한 매우 중요한 토대가 된다. 181어른과 상호작용이 축소되며 장시간의 기관 탁아, 티브이, 컴퓨터, 스마트폰 등 비대면적 매체에 대한 과도한 노출, 발달 단계에 맞지 않는 선행 학습의 유행 등...이런 문제들은 안정적인 정서와 인지 발달을 가로 막는다. 181 부모의 돌봄 권리와 영유아 교육기관의 질 높은 돌봄의 조건을 사회적으로 보장해주지 않으면 더 큰 교육의 위기, 발달의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 182

[ ] 글말은 단지 소리를 종이 위에 옮기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아직 미성숙한 심리적 과정을 토대로 글말의 교수-학습이 시작되어 글말이 요구하는 심리과정의 특성에 의해 이러한 정신기능들이 글쓰기 교수-학습의 과정에서 형성되는 것이다. 184 입말 발달이 어느 정도 되어야 글말 발달이 가능하다...어린이일지다로 글말을 능숙하게 구사하기까지는, 즉 입말 발달 수준에 도달하기까지는 꽤 오랜 시간 6-8년 정도 걸린다. 186 유아기 후반은 기억이 지성의 중심이다. 즉 생각은 기억에 의존한다. 어린이에게 생각한 것을 말하라고 요구하면 흔히 ‘기억나는 것‘을 이야기한다. 187 구체적 시각적 사고가 강하기 때문에 농담이나 비유적 표현을 잘 이해하지 못한다. 188

[ ] 어린이 지성의 주된 토대가 주의를 기반으로 한 ‘기억‘이었다면 청소년기에 지성의 주된 토대는 사고다. 이는 엄청난 변화다. 이 시기 기억과 사고의 관계가 바뀌게 된다. 기억 의존적 생각에서 생각에 의한 기억으로 변화한다. 자연적 기억은 12세 정도가 최고조라고 한다. (어린이들은 어른에 비해 자기가 본 것, 들은 것을 생생히 재생할 수 있음.) 문화적 발달을 통해 기억 기능에서 질적인 변화가 초래된다. 190 청소년기 발달의 과정에 접어들면 기억과 지성의 관계가 뒤바뀌기 시작한다. 청소년의 기억은 사고에 의존한다. 어린이가 경험적으로 지각한 이미지를 기억하고 기억을 통해 사고를 하는 반면, 개념적 사고와 추상적 사고를 할 수 있는 청소년은 지각한 것을 논리적으로 종합하여 기억한다. 즉 지각한 이미지를 기억하는 것이 아니라 관념을 기억하게 된다. 195 비고츠키의 사례 관찰에 따르면, 정신적 병리 현상을 겪는 고등정신기능이 붕괴한 환자는 상상을 전혀 하지 못한다. 그들은 지각에 종속되어 철저히 구체에 속박된 사고를 함으로써 사고 기능에서 상상을 할 수 없다. 개념적 사고와 말이 붕괴된 환자는 직접적이고 구체적인 지각에 완벽히 의존하는 상태가 된 것이다. 197비고츠키에게 있어서 상상은 특별한 상황과 활동에서만 필요하고 발휘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정서적, 지적 활동 모두에서 보편적으로 필요한 것이며 누구나가 획들할 수 있는 능력으로 규정된다. 그에 따르면 청소년기의 상상 역시 기억, 주의, 지각, 의지와 마찬가지로 개념적 생각과 연결된다. 198

[ ] 우리의 지능 가운데 인간 친화 지능과 자기 성찰 지능이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된다. 199 비고츠키에게 진정한 저항에는 개념적 사고가 내재되어야 한다고 본다. 언더문화가 자본주의 지배체제를 극복하기 보다는 오히려 재생산하는 데 기역하는 구조적 제약 속에 있다고 볼 수 있다. 200 집단적 활동에 대한 청소년의 관심과 흥미는 개념적 사고, 공동의 실천의 과정을 경유하고 이 둘이 결합되어야 사회적 의식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비고츠키는 본다. 201

볕뉘

‘관계‘란 주제로 읽고 있는 책들 가운데 하나다. 세상과 사회에 대한 인식이 문제가 아니다. 그것이 고스란히 내 안을 휘감아 나간다. 그래서 대부분의 문제는 실존을 겪을 수밖에 없다. 그것은 뫼비우스 띠나 클라인 병처럼 안과 밖이 나를 감고 돌아 통증을 겪고 나가는 것이다. 대부분의 저작들이 그 양자를 동시에 검토하지 않는다. 그것이 문제다. 있다면 관심받지 못하는 변두리 저작들이 ‘마르크스-실존‘, 자기배려, 윤리라는 이름으로 옹알이를 하는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보이지 않는 저작들로 관심의 결이 움직여야 하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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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

[ ] 낡은 패턴에서 탈출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패턴 자체를 조금 더 의식하는 것이다. 6 누구나 알고 보면 깊숙한 문제가 있고 함께 살기가 힘든 사람들이다. 우리가 ‘정상‘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 사람은 오직 ‘아직 잘 모르는 사람‘뿐이다. 이것이 고전주의적 접근법의 하나이다. 7 나의 관심사는 저절로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끈기 있게 스스로를 분석하고 여러 가지 선택지를 시도해본 후에야 어떤 일이 나에게 ‘딱 맞는‘ 일인지 알 수 있다. 9

[ ] 본능을 따르면 반드시 나를 행복하게 해줄 사람을 만나게 된다는 생각에 문제를 제기하는 이론은 사랑에 빠지는 상대가 나를 이상적으로 보살펴주는 것이 아니라 나에게 익숙한 방식으로 보살펴주는 사람이라 주장한다. ..어른이 되어 맺는 관계 안에서, 어릴 적에 아주 익숙했던 그 느낌을 되살리고 싶어한다...따라서 우리가 어떤 사람이 나빠서가 아니라 너무 괜찮아서, 그러니까 왠지 매우 안정적이고 성숙하며 사려 깊고 믿음직해 보인다는 이유로 퇴짜를 놓는다는 것은 너무 당연한 일이다. 우리의 마음에는 그런 올바름이 낯설고 과분하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우리는 속을 태우는 사람을 좋아하는 이유는 그와 함께하는 삶이 더 행복할 것이라고 믿어서가 아니다. 무의식적으로 그렇게 해서 좌절감을 느끼는 편이 편하고 익숙할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35, 36

[ ] 우리를 폭발하게 만드는 근본적인 원인은 다름 아닌 상처 받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다. 57

[ ] 우리는 ‘사랑‘이 마치 하나로 이루어져 더는 분리될 수 없는 것인양 이야기한다. 하지만 사실 사랑은 ‘사랑받기‘와 ‘사랑하기‘라는 매우 다른 두 가지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관계에 능숙해진다는 것은 기꺼이 사랑할 마음이 더 커지고, 사랑을 받으려고만 하는 자신의 이상하고 위험한 태도를 더 많이 의식한다는 의미가 들어 있다. 69

[ ] ‘가정적인‘이란 말은 두 사람이 함께 생활할 때 주로 반복되는 실질적인 문제를 아우르는 표현이다. 장보기나 냉장고 청소부터 사촌을 저녁식사에 초대해야 하는지 여부나 휴가 때 작년과 같은 곳에 갈 것인지 등이 포함된다...하지만 예술을 대할 때 쉽게 인정하듯이 세세한 부분이 중요하다. 원대한 주제가 뚜렷해지는 작은 지점이 바로 세세한 부분이다. 시인이 단어 하나 선택하는 문제를 두고 고뇌하듯이 말이다. 74, 75 우리가 작은 것에 분개하는 이유는 그 다툼 자체가 힘들어서가 아니다. 다툴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데 다투는 것이 힘들기 때문이다. 그런 다품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으며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배운 적도 없다...다른 사람과 함께하는 삶이 어렵고도 중요하다는 사실을 솔직하게 인정하는 것이다....외교분쟁처럼 다루는 것이다. 76

[ ] 그리스식 애정관은 다른 무엇보다 상대방의 좋은 면과 뛰어난 능력을 흠모하라는 것이라고 말한다. 사랑은 다른 사람이 가진 강력함이나 현명함, 친절함, 정직함, 재치, 혹은 아량을 접할 때 느끼는 설렘이라는 이야기다. 그리스인은 사랑이 모호한 감정이 아니라는 견해를 받아들였다...반면에 낭만주의는 상대의 약점이나 문제점도 포용하고 심지어는 소중히 여기라고 말한다. 또한 이 이데올로기는 사랑하는 사람이 날 가르치려 든다는 구조 자체에 반감을 갖는다. 81, 82 하지만 우리는 어린아이나 동료에게 가르침을 줄 때는 부정적인 이야기를 한 번 할 때마다 칭찬을 열 번 하고, 충분히 기다려주기도 하는 방법을 사용할 줄 안다. 83

[ ] 우리의 괴로움과 불안을 잠재울 해결책은 특이하게도 비관에 있다. 사실 비관은 무척 매력 없게 들리는 개념이다. 비관은 실패와 관련이 있고, 더 좋아질 수도 있는 것을 방해하는 느낌도 있다. 하지만 부부관계에서 기대보다는 비관이 오히려 낫다. 89 서로가 실망스러운 존재가 되는 것은 어떤 개인의 특별한 실패가 아니다. 그것은 보편적인 현상이다. 한 명의 배우자는 그 사람만의 구체적인 문제가 있다. 하지만 어느 배우자든 똑같이 사람 미치게 하는 그만의 콤플렉스나 결정, 강박관념 같은 것이 있기 마련이다. 우리의 배우자에게 정말로 특별한 점은 우리가 그 사람의 가장 나쁜 면을 아주 잘 알게 되었다는 사실이다. 새로운 사람의 매력은 아직 그를 충분히 파악하지 못해서 그 또한 우리를 미치게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을 아직 모른다는 점에 있다. 93

[ ] 소통을 잘하는 사람은 자기가 사랑하는 사람에게 때맞춰, 든든하고 온화한 태도로, 극적이거나 격앙된 감정 없이, 자신의 성격 중 가장 까다로운 면을 알려주는 능력을 가졌다. 그러고는 마치 재난지역을 안내하는 여행 가이드처럼 문제가 될 수 있는 지점을 상대방이 겁먹지 않고, 이해심을 발휘하며, 적절히 대비하고, 어쩌면 용서하고 받아들이기까지 할 수 있도록 주의를 준다. 112

[ ] 결혼하시오. 후회할 테니. 결혼하지 마시오. 그래도 후회할 테니. 결혼을 하거나 안 하거나 어느 쪽이든 후회하게 될 것이오. 세상이 어리석다고 비웃으시오. 후회할 테니. 세상이 어리석다고 슬퍼하시오. 그 또한 후회할 테니.....목매달아 죽으시오, 후회할테니. 목매달지 마시오. 그 또한 후회할 테니. 목을 매거나 안 매거나 어느 쪽이든 후회할 것이오. 목을 매든 안 매든 둘 다 후회하게 될 것이오. 선생들, 이것이 모든 철학의 정수라오. 138

[ ] 혼자 살든 부부로 살든 모두 문제점이 있다. 혼자 살면 외롭고, 함께 살면 답답하고 화나고 불만스럽다. 우리의 관계가 어떤 상태이든 간에 아주 비참하다고 느낄 때가 있을 것이다. 결국 너무 급하게 부부관계로부터 도망치려고 하지 말아야 하되, 또 무슨 수를 써서라도 반드시 결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도 말아야 한다는 뜻이다. 144

볕뉘

안전. 상처받는 두려움. 한 칼럼에서 이런 글을 봤다. 일터문화가 비교적 잘 유지되는 곳에는 안전함이 깃들여 있다고 말이다. 두려움으로 밀어부치는 것이 아니라 무의식 중에 안전으로 열려있다는 말. 어쩌면 우리 몸은 아직 구석기시대여서 본능적으로 낚아채려는 것은 안전에 대한 욕구인지도 모르겠다. 식욕만 그러한 것이 아니라. 동물 역시 사람을 보면 느끼는 것은 두려움이다. 사람이 무서운 것이 아니라 동물이 더 무섭다는 말. 그래서 사람도 평생 그러한지도 모르겠다. 조직은 성과를 향해 밀어부치고 그 두려움을 은연중에 조장하지만 결코 잘된 방법이 아니란 걸 말이다. 어쩌면 늘 시작인지도 모르겠다. 남을 만나는 것은 끊임없이 자신을 만나는 일이기도 하며, 그 거리없음을 거리있음으로 시작해보는 것이다. 역시 비관이나 체념은 많은 것들을 도드라지고 보이게 한다. 관계도 그렇게 조심스러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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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질환을 어떻게 정의할 것인가

1.

[ ] 정상과 비정상의 경계: 현직 정신과 전문의들은 DSM 분류체계에 큰 관심은 없다 51

2.

[ ] 정신의학은 과학이 될 수 있을까: 행동이 복잡하면 복잡할수록, 그리고 행동을 일으키는 변인이 많아질수록 행동이 특정 변인과 정확한 상관관계를 가질 가능성이 낮아진다. 고려해야 할 요인이 너무 많으면 그중 대부분은 평가가 불가능해져 추측 또는 환자의 자기보고에 맡길 수밖에 없어진다....프로이트의 정신분석이론, 코헛의 자기심리학, 매슬로의 욕구단계이론은 같은 비판의 먹잇감이 된다. 72 일반적으로 정신의학은 자기보고, 추측, 문화적으로 결정된 병리학의 정의에 근거해 진단한 다음 그에 대한 생물학적 표지를 찾는다. 73 우리는 정신질환이 대유행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74 불편한 곳이 어디인지, 언제부터 그런 증상이 있었는지, 증상이 심해질 때와 완화될 때는 언제인지 묻는다. 의사는 질문을 마친 다음 환자를 검사해 질병의 객관적 징후를 찾고 감별진단을 내린다...누구든 가슴 통증을 호소하며 응급실을 찾아갈 수 있다. 그렇다고 모두가 심근경색을 진단받는 것은 아니다. 대부분의 정신과를 찾아가 우울함을 호소할 경우 대부분 우울증 진단을 받는 것이 현실이다...정신의학의 의료행위는 DSM 진단에 거의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으며, DSM 진단은 자기보고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셈이다. 75

[ ]감정은 진공 상태에서 일어나지 않는다. 감정은 세상에 대한 판단이며 궁극적으로는 우리가 세상과 교류하는 방식이다. 이는 그런 감정들이 불편하지 않다거나 특정 행동이 불편한 감정을 일으키므로 바뀌어야 한다는 의미를 함축하지는 않는다. 감정과 행동은 다양한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다. 77 의학계 곳곳에 노화방지 약물이나 장 해독제와 같은 엉터리 치료가 꾸준히 번성하고 있다. 이는 정신의학도 예외가 아니다. 77 정신의학의 의료행위는 여타 의학 분야와 마찬가지로 시장의 힘에 좌우된다. 정신의학계가 원하든 원치 않든 상담사에게 상담을 받고, 정신과 의사에게 약을 처방받는 것이 더 저렴하다. 약물은 이제 현대 정신의학의 초석이다. 78 이제 정신의학은 다른 모든 질병과 유사하게 주로 ‘뇌에 기초하고 있는 장애‘라는 좁은 모델 안에서 운영된다. 이 모델에서 뇌가 겪는 혼란은 약물의 기술적 조작으로 개선될 수 있다..근시안적 관점은 관리의료제도, 감정 문제에 인내심이 부족한 일반인, 제약회사, 신화를 영원히 이어가려는 정신의학자의 결탁으로 유지된다. 79 과학적 의학의 목표가 질병을 정확하게 정의하는 것이라면 결과를 예측하는 동시에 질병에 가장 적절한 치료를 제공할 수 있게 구체적이며 객관적인 검사를 마련해야 한다. 많은 부분에서 정신의학은 과학적 의학이라고 하기엔 충분치 않다. 81

3.

[ ] 우울증 치료의 다섯가지 쟁점: 많은 연구가 우울증 치료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믿음과 신뢰, 과학적 용어로는 기대감과 위약 효과라는 사실을 발견했다. 85 심리치료의 효과가 각 치료의 특별한 기법보다는 환자와 치료사 간의 연대감, 환자가 심리치료 효과와 치료사에 대해 가지는 믿음 등 소위 ‘비특이적‘ 요인에 따라 달라진다. 92 비판적 사고는 보통 사람에게는 잘 듣는 치료에 고집스럽게 저항하게 만든다는 점에서 우울증 치료에 문제를 불러일으킨다. 치료에 무조건적인 믿음을 가진 환자는 치료에 성공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치료에 회의적이라면, 치료에 대한 낮은 기대감이 그대로 자기충족적 예언이 될 가능성이 높다....윌리엄 제임스는 ˝사실에 기반을 둔 믿음은 사실을 창조할 수 있다˝는 점을 이해하게 되었고 ˝세상에 위대한 공헌을 할 수 있다.˝라는 믿음은 깊은 절망에 빠진 사람이 자살하는 것을 막고 세상에 이바지하도록 만든다. 94 그는 ˝삶은 행동과 고통, 창조로 만들어진다.˝라고 믿었다. 95

4.

[ ] ADHD, 질병과 마케팅 사이: 리탈린을 복용하는 아이가 미국인 중 300-500만에 이른다. 전 세계 리탈린 생산량 중 90퍼센트를 미국 아동이 복용한다. 99 ADHD는 가장 많은 연구가 이루어진 소아질환인지도 모르지만, 그것의 결정적인 신경병리학적 증거는 나오지 않았다...이를 도파민 부족을 판단할 생물학적 검사가 없다는 것이다... ADHD 자녀를 둔 일부 부모들은 이 약이 성장을 방해할 수 있다고 방학중에는 먹이지 않아 약쉬는 날로 부르기도 한다. 만약 당뇨병을 원하지 않는다고 인슐린 투약을 중단할 수는 없을 것이다. 당연히 약 쉬는 날이 없다. 100, 101 제약회사 마케팅 부서는 아동의 약물 복용 결정을 (1) 진단이 곧 질병이다. (2) ADHD는 환경이 아닌 생물학적 요인에 기인한다. (3) 질병은 약으로 치료할 수 있다라는 믿음을 바탕으로 한다. 106 ADHD를 일으키는 유전자가 있다는 발상은 유전자와 환경의 상호작용을 지나치게 단순화한 것이다. 이런 발상은 약물이 유전자 결함에 의한 신경전달물질 장애를 고치는 하나의 수단에 불과하다는 주장으로 이어질 수 있으므로, 아동에 대한 향전신성의약품 처방도 쉽게 정당화할 수 있다. 108 초파리 실험에서도 알 수 있듯이, 빛을 향해 나아가는 단순한 행동조차 수백 개의 유전자가 관여한다. 108 ‘부모와 교사가 수반성강화 기술들(가령, 점수제도, 타임아웃, 특권 제공 또는 박탈)을 갖추도록 교육하고 지원한다면, 아동들의 파괴적 행동에 상당히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난다. 109 딜레마: (1) 부모는 수년 동안 이러한 딜레마를 겪어왔고 (2) 리탈린은 반창고처럼 단기적인 조치에 불과하며 (3) 장기적으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가족상담사를 추천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지만 (4) 관리의료제도 하에서는 약 처방이 쉽고 저렴하며 (5) 이 병원에서 처방받지 못하면 부모는 결국 다른 곳에서 처방받을 것이다. 111

[ ]우리는 질병을 치료하고 있는가, 아니면 일종의 경기력 향상 효과를 지닌 임시방편의 패치로 다른 사회문제들을 감추고 있는가/...틱 발병, 약물복용량, 장기 치료의 영향에 관한 중요한 문제들에 대해서는 아직 답이 나오지 않았다고 주디스 래포포트 박사는 말한다. 111 학급당 학생 수를 줄이는 가장 확실한 방법 외에도 각 학교들이 숫자와 글자 교육에 치중하는 현재의 교육 방침에서 벗어나 더 많은 시간을 예술, 음악, 체육 교육에 할애해야 한다고 주장 한다. 111 어떤 아이들은 다른 아이들보다 에너지가 넘치고 활동적이라는 사실을 고려할 때, 그러한 아이들이 에너지를 해소하도록 더 많은 시간과 공간을 제공하는 것이 더 쉽고, 건강하고, 인간적인 방식은 아닐까? 112


볕뉘

0. 관심이 가는 잡지였는데 특집이 유난히 눈에 띠어 사서 본다. 생각했던 것보다 그 격차는 커 보이며 심각한 듯싶다. 질병을 확인할 수 있거나 대조군을 비교하는 툴조차 없다는 것이다.

1. 네 편의 논문은 주요한 사실들을 말한다. 기준 자체가 모호하며 재현성의 검사방법도 없는 병들이 과잉으로 진단 처분되는 것이 현실이라는 것이다. 그 해결방법 역시 논의나 토론 담론으로 이어지지 않고 있는 것이 현실인 것 같다. ADHD 한 친구의 딸은 지금 그림공부를 하고 있는 중학생이다. 유난히 활달하고 에너지가 넘치는 이 딸을 초등학교 ,2학년때 병원은 이런 진단을 해놓은 것이다. 위 논문들에서 지적한 주요한 몇가지 사실들이 염두에 두어졌으면 좋겠다. 국내 현실도 더 하면 더했지 덜하지는 않은 듯실다. 글에도 나오지만 윌리엄 제임스는 심한 우울증을 앓았고, 그 증상을 연구와 과학으로 한 단계 올려놓은 사람이다. 믿을 수 있는 것은 많지만 나누고 믿고 어울리고 여러 관계가 증상을 완화한다는 것만은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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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관계의 물리학

[ ] 관계의 우주에서 우리는 알게 된다. 사귄다는 것은 다른 존재를 내 안에 받아들이는 일이고, 친하다는 것은 서로의 다름을 닮아가는 일이며, 사랑한다는 것은 서로의 다름에 스며드는 일이다. 어떤 물리적 관계는 우아하게 도약해서 관계의 화학으로 나아간다. 24

[ ] 사람에게서 가장 가까운 곳이면서도 가장 잘 찾아가지 않는 곳, 그곳에 천국을 숨겨놓았을 거다. 그곳은 마음이다. 그러므로 사람과 천국과의 거리는 영이다. 35

[ ] 관계는 수제품이다. 수공의 가치를 인정하고 존중해지는 것, 그것이 관계를 대하는 안목이다...내가 아는 관계에는 공짜도 일시불도 없다. 오늘의 관계는 오늘의 성실을 요구한다. 44

[ ] 거리를 두지 않고 거리를 준다는 것은 진심으로 당신을 사랑하게 되었다는 고백이다. 서로에게 마음의 곡률반경과 자유로운 선택의 권한을 늘려준다는 것은 사랑의 본질을 이해했다는 의미다. 그러므로 거리를 주면 관계의 너비와 둘레가 확장된다. 당신이 원하는 만큼 생동하는 자유의 거리를 내준다. 당신의 원심력이 커질수록 나의 구심력도 커진다. 그리움의 힘은 믿음의 궤도를 벗어나지 않는다. 50

[ ] 우리는 동사의 시대에 태어났는데 어느새 명사의 시대가 삶을 접수해버렸다. 하지만 이것은 세상이 나아지고 있다는 의미가 아니다. 공부가 배움을 잃고, 만남이 사귐을 잃고, 노동이 땀을 잃고, 삶이 쓸모를 잃어가는 세상이 되어버렸다. 발효의 시간을 견디지 못한다. 54

[ ] 자기 자신과 사귀는 법을 모르고 사는 어른이 의외로 많다. 자신의 어떤 감정을 밖으로 내보내고 어떤 감정을 보살펴야 할지 몰라 온갖 감정을 다 끌어안고 살거나, 모든 감정을 내보내버리고 감정 없이 사는 사람도 있다. 감정이 시키는 대로 감정에 끌려다니며 사는 사람도 있다. .삶에서 일어나는 대부분의 문제는 감정, 건강, 관계, 돈, 섹스, 배움, 영성의 범주에 들어가 있다. 물론 이들은 서로 연결되어 있고 감정을 밑절미로 서로 영향을 미친다....감정은 애완견의 산책과 같다. 내가 어디로 갈지는 애완견이 아니라 목줄을 쥔 내가 정하는 것이다. 202, 203

[ ] 나와 놀아주는 일에 익숙해야 한다. 혼자 밥 먹고, 혼자 책 보고, 혼자 여행하고, 혼자 말하고, 혼자 사랑하고, 혼자 떠나는 일들을. 너무나 오랫동안 여럿이 하는 일에 길들여졌다. 이제는 혼자서도 나를 잘 돌봐야 한다. 잘하는 방법을 배워서 능숙해질때까지 혹독하게 연습해야 한다. 그래야 외로원도 덜 외롭다. 아름답지 않아도 당당할 수 있다. 237

2. 우리는 언젠가 만난다

[ ] 만남이란 놀라운 사건이다. 너와 나의 만남은 단순히 사람과 사람의 만남을 넘어선다. 그것은 차라리 세계와 세계의 충돌에 가깝다. 너를 안는다는 것은 나의 둥근 원 안으로 너의 원이 침투해 들어오는 것을 감내하는 것이며, 너의 세계의 파도가 내 세계의 해안을 잠식하는 것을 견뎌내야 하는 것이다. 34

[ ] 가정과 학교의 보호 속에서 제대로 된 실패를 해보지 않은 사람일수록 자신에 대한 환상을 갖는다. 자신이 실패를 피해갈 수 있을 것이라는 환상. 하지만 세상은 당신과 그런 방식으로 관계 맺으려 하지 않는다....당신이 제대로 된 선택으로 시작하지 못할 것임을. 따라서 다른 길과 다른 가능성을 마음에 품은 채 느슨하게 출발해야 한다....세상은 한 번도 당신에게 단 한 가지만을 골라 그것에만 매진하라고 요구한 적이 없다. 83, 84

[ ] 세상에는 끊임없이 새로운 존재가 태어나고 어쩔 수 없이 자기만의 시간을 고스란히 지내야만 한다. 그것은 가르쳐준다고, 알려준다고 어찌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오랜 시간 세상을 살아가며 얻게 된 소중한 경험과 이해는 오래 산 존재들과 함께 침묵 속으로 사라지고, 세상은 이 세상이 처음인 싱싱한 존재들이 장악한다. 90

[ ] 우리가 세계에 던져졌다고 할 때, 그 세계는 지구가 아니라 바로 나 자신이다. 우리는 나 자신에게 던져졌다. 당신은 당신에게, 나는 나에게, 그래서 그것은 신비한 일이다. 왜 나는 당신이 아니라 나에게 던져졌고, 당신은 내가 아니라 당신에게 던져졌는가? 93

[ ] 자아의 내면세계에서 시간은 우리의 상식처럼 하나의 방향으로 흘러가지 않는다. 다시 말해서 겉으로 드러나진 않지만 사람은 자기만의 시간 방식대로 살아가는 것이다. 어떤 이는 현재에 살지만 다른 이는 과거에 살고, 또 다른 이는 미래에 산다. 99

[ ] 겉보기에는 특별할 것 없는 평범한 모습이지만 자신의 삶을 순례하고 있는 사람들을 알아보게 된다. 현실과 일상의 고통을 인내하며 자기 안에 숨겨진 내면의 빛을 키워나가는 사람들. 그들이 현실을 걷는 건 한 발 한 발이 오체투지의 눈부신 절정이다. 112

[ ] 운명이라거나 의무라거나 책임이라거나, 그런 것들은 생각처럼 무겁거나 슬픈 것이 아닌지도 모른다. 128

[ ] 통증은 자아와 신체가 관계 맺고 있는 방식이고, 동시에 자아와 신체는 통증으로 서로의 존재를 확인하게 된다. 나는 통증을 통해 비로소 내 신체의 내면을 보고, 신체는 통증을 통해 내면을 보는 나를 본다...내가 타자과 관계 맺는 방식도 넓은 의미에서의 통증인 것이다. 나와 나의 신체가 그러하듯, 나와 타인도 통증을 통해 관계를 맺고 통증을 통해 서로의 존재를 확인한다. 나는 통증을 통해 비로소 신체의 껍질 안쪽으로 펼쳐진 타인의 내면을 보고, 타인은 통증을 통해 자신의 내면을 보는 나를 본다. 136,137 ‘이야기‘는 통증의 다른 이름이다. 139

[ ] A의 여집합: A가 진리이고 보편이면 전체이기 위해 A가 아닌 것들에 대한 제거가 필연적으로 요구되는 것이다. 본격적인 폭력이 가해진다. 폭력은 다양한 양상으로 드러난다. 회유, 유인, 강제, 억압. 이 와중에 A의 감정 상태는 흥미롭다. 분노와 연민, 우월감과 초조함. 이것은 스스로 진리 집단이 된 존재가 진리를 전파하는 과정에서 느끼기에 적합한 감정 상태이다. 156

[ ] 자본주의는 곁과 일상의 춤과 노래, 말과 대화, 사유와 지식을 빼앗아 가고 소비자로 지위만 갖게 만든다. 160-161 네 전문 분야가 아닌 곳에서는 입을 다물고 소비자로서의 역할에 충실하라. 우리는 결국 놀지도 관계도 맺지도 못하고 생각할 줄도 모르는 다만 소비해야 하는 존재로 밀려나 버렸다. 163

[ ] 당신이 충분히 나이 들었다는 것은, 서른을 넘기고, 마흔을 넘기고, 노동을 하고, 사람들을 만나고, 사회의 부조리와 대면하고, 사랑하는 사람을 돌보고, 이별하고, 삶의 누추함과 고통을 이해하게 되었다는 것. 그것은 당신이 이제야 비로소 인류가 오랜 시간에 걸쳐 남겨온 보석 같은 고전들을 읽을 준비가 끝났음을 뜻한다. 181

[ ] 허망함은 존재론적이고 본질적이다. 꿈은 매일 우리를 가르친다. 아무것도 없음을. 실체도, 기반도, 남는 것은 없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나쁜 것만은 아니다. 삶이라는 꿈에서 깨어나는 순간, 이곳과는 다른 곳에서 꿈은 또 다시 이어진다. 203

[ ] 나는 무엇인가: 내 앞에 펼쳐진 빛으로서의 세계가 곧 나 자신이라는 진실. 이 심오한 진리를 표현하기 위해 서구철학은 이를 ‘현상‘이라 부르고, 고대 인도에서는 이를 ‘마야‘라고 부르며, 불교에서는 이를 ‘색‘이라고 말한다. 240

볕뉘

1. ‘관계‘에 관한 책들을 살펴본다. 처세가 아닌 좀더 깊이 들여다보는 글들이면 좋겠는데 하다가 미덥지 못해 속는 셈치고 보자구 해본다. 보통씨와 비고츠키의 관계관련 책은 아직 도착하지 않았고, 도착한 두권을 물끄러미 보고 있다. 판단이나 사족은 당분간 미뤄보기로 한다.

2. 마저 읽다. 저자들의 사유가 책 보기 전과 크게 다르지 않아 낮은 별점을 준다. 관계의 물리학보다는 화학이나 생태학이었으면 더 좋겠다 싶다. 날씨나 중력, 우주에 대한 비유 역시 예상하는 수준이었음이 아쉽다. 채사장의 사유 역시 특별히 튀는 것도 없이 평이한 수준, 사유했던 비유도 겹쳤다. 여집합이나 팔라우에 대한 시도 써볼까 했지만.....그렇게 당연한 이야기들이 회자되면 좋겠다. 멀리 잔잔하게 시간에 굴곡을 갖지 않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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