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독한 크리스마스 이브였다. 들이닥친 추위와 어떤 상황 때문에. 아슬아슬 재빠르게 내달리는 택시 안에서 혹 사고라도 날까봐 조마조마하는 나 자신이 참 우스웠다. 이미 벌어진 사고는 보이지 않는가. 몇 알의 신경안정제와 그 틈에도 챙겨들고 나온 곰돌이 새해 달력. 그리고 거스름돈으로 받은 동전 몇 개. 크리스마스 이브에 내손에 쥐어진 것들이었다.    

  그래도 세상에 나와 처음 맞는 크리스마스를 지나쳐 버릴 수는 없었다. 뽀로로 케익을 준비하고 촛불을 밝히고 북적이는 홀 한가운데 으리으리하게 서 있는 크리스마스 트리도 구경하고 남편과 나는 그야말로 하루 종일 있는 힘껏 놀아주었다. 너는 아직 모르지만 우리가 모르지 않기에 무슨 죄책감을 씻어내기 위한 처절한 몸부림처럼 온몸이 욱씬거려 팔다리가 들어올려지지 않을 때까지 열렬히 놀고 또 놀았다.  

  어느해 이브엔 나를 위해 노트북을 샀고 어느해 이브엔 남편이 사들고 온 트리와 눈사람을 세워놓았다. 잊지 못할 만큼 특별할 것도 없지만 잊혀지지 않을 만큼 비참하지도 않았다. 그런데 올해의 이브는 어떤 면에서 참 특별했고 어떤 면에서 썩 비참했다. 겪은 만큼 깨닫고 얻었지만 두번 다시 되풀이하고 싶지 않은 것만은 확실하다.  

  그리고 지나갔다. 다른 모든 날처럼. 세밑의 공기는 평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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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10-12-27 14: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뭔일이 있었기에....???

깐따삐야 2010-12-29 10:19   좋아요 0 | URL
뭔일이 있었는데 다행히 잘 지나갔어요.^^

kimji 2010-12-29 17: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행히 잘 지나갔다니 다행이에요.
영달양의 첫번째 크리스마스. 늦었지만, 축하합니다.
이 겨울도 건강히 잘!


깐따삐야 2010-12-30 09:01   좋아요 0 | URL
네. 눈이 왔고 모든 것을 덮어준 것 같습니다. 그런데 눈이 녹으면 어찌 될까요.
고마워요. kimji님. 건필과 건강을 기원할게요!
 

이상적 설교도 아니고 대중적 호소도 아닌, 조금 먼저 겪은 사람으로서의 통찰과 조언을 린저 특유의 부드러운 직설로 풀어낸 에세이집이다. 

어떤 책을 알기 전과 후가 달라진다면 내게는 이 책이 그랬다. 차갑지 않고 오히려 따듯한 편에 속하지만 그에 걸맞는 아량까지는 갖추지 못한 내게 이 책은 엄정한 멘토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올해 뿐만 아니라 두고두고 가까이 지내면 좋을 책.  

 

 

알라딘을 몰랐다면 그냥 지나쳤을 책. 그리고 한번 더 읽지 않았다면 그냥 갸웃거리고 말았을 소설. 처음의 낯설음 만큼 내가 참 멀리 왔다는 것을 깨닫게 해주었던 작품이다.  

사람이 사람을 가식과 편견 없이 어떻게 만나고 이해하고 사랑하는가에 관하여, 이 험상궂은 세계 안에서 과연 그것이 가능하기나 한 일인가에 관하여, 시종일관 투명하고 담담한 목소리로 묻고 일러준다. 

 

 

 

   

어려운 그와 눈을 마주치며 소근소근 이야기하고 난 느낌이다. 나는 그를 좋아해서 그가 어렵고 그는 쉬이 곁을 내어주지 않아 헤매곤 했는데 나 이런 사람이오, 빤히 응시하며 손을 내미는 그에게 약간의 실망을 동반하여 더욱 불어난 애정이 급쓰나미로 몰려오는 감정을 체험했다.  

윤대녕 그는 보아야 하는 사람이 아니라 느껴야 하는 사람이고 처음 만났던 그때부터 지금도, 앞으로도 영원히 그를 미련하게 사랑하는 독자로 남고 싶다.  

 

   

남녀노소 불문하고 권할 수 있는 서평집. 이 책을 권하고 이 책 속의 책들을 권하고 싶다. 그리고 그 책들과 어우러진 저자의 이력 또한 권할만 하다. 사람은 열 번 된다는 말. 하지만 거저 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다시금 일깨워준 책이다.  

더불어 현학적이지 않으면서도 저열하지 않은 성실하고 균형잡힌 서평의 모범을 보여주고 있기도 하다.         

 

 

   

작가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는 지금껏 유례없는 완벽히 인간적인 히로인을 구현해냈으니 그녀의 이름은 올리브 키터리지. 일견 호오와 시비가 분명해 보이지만 타고난 인정 탓에 기어이 동요할 수 밖에 없는 그녀를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  

이 작품을 통해 세상의 어머니들과 엄마로서의 나. 그리고 본래 여자로서의 어머니들과 여자로서의 나. 그들의 겉과 속, 안과 밖을 세밀하게 들여다 본 느낌이다. 외롭고 강하고 슬프고 따듯한 거의 모든 마음에 관한 소설. 

  

 

로망 롤랑은 장 크리스토프라는 한 위대한 인간의 영혼의 역사를 장중한 교향곡으로 그려냈다. 휘몰아칠듯 가쁘고 눈부신 문체를 따라가다 보면 세상에서 가장 고통스럽고 가장 독창적인 예술혼과 조우하게 된다.  

사춘기 시절에 한 권짜리 단행본으로 만났던 장 크리스토프는 압축과 생략에도 불구하고 긴 여운을 남겼는데 다섯 권의 대하소설로 재회하니 묵직한 감격이 새롭다. 내 인생 열 권의 책을 꼽으라면 반드시 포함되어야 할 작품이다.

다만 이 범우사판은 오역과 오타가 잦은 것이 흠. 말끔히 수정보완된 새로운 판본으로 다시 한번 만나고 싶은 바람이 있다.      

      

올해 나는 영달이라는 귀한 선물을 얻었고 영달이는 뽀로로라는 귀여운 친구를 사귀었다. 이 책은 뽀로로 그림책 시리즈 중에서도 영달이가 매일매일 집중해서 보고 있는 책. 아기 공룡 크롱이 원숭이 인형과 함께 꿈 속 인형나라를 구경한다는 이야기. 실제로 아기들도 어른들처럼 꿈을 꾼단다.

뽀로로 그림책 시리즈는 화질이 선명해서 눈에 잘 들어오고 전하려는 메시지 또한 분명하고 유익하다. 책도 보고 노래도 따라부르다 보면 엄마인 나도 뽀로로와 친구들의 다양한 개성과 즐거운 우정에 저절로 미소짓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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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0-12-22 17: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백의 그림자 좋았어요!

올해 나는 영달이라는 귀한 선물을 얻었고, 에서 저는 저의 조카가 떠올라서 슬쩍 웃었어요.
그런 해였어요, 올해는.
:)

깐따삐야 2010-12-23 10:10   좋아요 0 | URL
알라딘에 올라온 리뷰를 보고 고른 책인데 참 좋았어요. 얼마 전 다락방님 서재에서 <나의 미카엘>을 보았고 조만간 제대로 한번 읽어봐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올해 다락방님이 이모가 되셨죠. 아, 언니도 여동생도 없는 저는 결코 들을 수 없는 다정한 호칭이에요. 이모!

2010-12-25 00: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2-25 20: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주말에 근처 도시의 별천지스러운 백화점에 다녀왔고 상품권으로 사온 초밥이 맛없다고 툴툴거리며 약간의 상대적 박탈감을 느껴야만 했다. 자꾸 가면 홀라당 홀리지 싶어 발길을 끊어야겠다고 다짐했다. 점원이 말했던 거액의 장난감이 인터넷몰에서 거의 반값이라는 것을 발견하곤 바가지 안 쓴 것에 대해 깊은 안도. 좀더 머물렀으면 백화점의 휘황찬란한 위력에 나도 모르게 소비괴물로 둔갑했을 것 같다.   

  나의 첫 발령지이자 손바닥만한 동네에서 불미스런 사건이 발생했다. 언론에서는 싸이코 패스 운운했고 인정 어린 추억이 많았던 나는 놀라움과 안타까움에 말을 잃었다. 간만에 메신저에 접속해 그때 그 아이들이 무탈하게 잘 지내고 있나 둘러보았다. 사랑에 눈멀어 여자친구 사진으로 온통 도배를 해놓은 아이들의 미니홈피를 보며 그 또래 너희에게 그녀와의 이별이 아닌 다음에야 무서운 것이 어디 있겠는가 싶어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가슴 한켠이 서늘해왔다. 

  그리고 알라딘에서 물만두님의 소식을 들었다. 언젠가 물만두님의 백문백답을 읽고 마음 짠했던 기억이 있고 활발히 올라오는 추리소설 리뷰에 감탄한 적도 있지만 적극적으로 소통하거나 교류할 기회는 없었다. 그저 만두님이 꼬박꼬박 건네시는 새해인사만 반갑게 받아챙겼던 것 같다. 건강이 안 좋으시지만 언젠간 괜찮아지실 것이고 더 나중엔 한번쯤 직접 뵐 날도 오지 않을까. 알라딘이 알라디너들에게 그런 좋은 날 한번 안 만들어주겠어. 그처럼 막연하기 짝이 없고 할랑하기 그지없는 공상 속에 물만두님이 있었다. 그 점이 지금에 와서야 아쉽고 죄송하다. 오늘 접속해 보니 알라딘에서 반가운 움직임이 있는 것 같아 캄캄했던 마음에 반짝, 등이 켜진 느낌이다.   

  뽀로로 블록으로 알록달록 담을 쌓다가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백화점과 첫 발령지와 물만두님이 계신 이곳. 그리고 컴퓨터 앞에 앉은 나. 그 사이에도 알록달록 담이 있었나 보다. 나는 상이한 모든 곳에 머물렀지만 전혀 머무르지 않은 것일 수도 있다. 이 세계와 저 세계 사이의 보이지 않는 담을 몰랐던 것도 아니면서 오늘은 그 점이 무척이나 유감스럽다. 중요하고 중요하다고 생각했던 것. 잃어선 안 되고 잃고 싶지도 않았던 것을 나는 이제 바늘 같은 계기를 통해 되새겨야만 그나마 잠시잠깐 사람의 얼굴을 하게 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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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10-12-15 14: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뭐이가 속되다고...투덜투덜..

깐따삐야 2010-12-16 09:45   좋아요 0 | URL
제가 저 자신과 지인들에게 건넸던 '안녕'이라는 인사 속에 무엇이 들어 있었나를 생각하고 부끄러웠어요.
메피님, 건강하셔요. 여기서 오래오래 뵈어요.

비로그인 2010-12-15 15: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제가 더할 나위 없이 형이하학적이며 소비지향적이고 황금만능주의에 물질만능주의로 무장을 한 사람이라는 것을, 한두달 전에야 깨달았습니다. 그런데 그 여자 자신의 그림자가 너무 아슬해 보이더이다.
전 안녕히, 라는 인사도 못하겠어요. 그저 아무 말 없이 생각만 하는 게 나을 것 같아 아무런 조의를 표하지 않았습니다.

깐따삐야 2010-12-16 10:00   좋아요 0 | URL
여력이 안 되어서 항상 그렇지 못할 뿐 돈 쓰는 재미가 참 쏠쏠하죠. 그런데 백화점에 가면 백화점을 아주 그냥 통째로 갖고 싶다가도 주차장의 지하 터널을 빠져나오는 순간 '탈출'했다는 느낌이 들어요. 계속 머물다간 지갑은 물론 혼까지 털릴 것 같아 서둘러 빠져나오곤 한답니다.

아무 말도 하지 않는 Jude님의 마음도 알 것 같아요. 건강하세요. Jude님. 우리는 아마도 동갑인데 여기서 오래오래 만나요.
 

  이맘 때면 누가 시키지 않아도 자연히 지난 일년을 돌아보게 되는데 세상에... 일년 내내 영화관에 단 한 번도 가지 않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설마 싶어 어딘가 영화 보고 온 흔적이라도 있지 않을까 싶어 페이퍼를 뒤져보려다가 이 정도면 안 간 거나 다름없단 생각에 힘이 빠져버렸다. 가려면 갈 수도 있었을 테고 보고 싶은 영화도 있었는데 그냥 그렇게 되어버렸다.    

  영달이를 낳기 전에는 우리 부부가 별 충돌 없이 안이하게 공유할 수 있는 공동 취미가 영화 뿐이라서 특별한 날이 아니어도 자주 영화를 보러 다녔다. 다른 경우에는 갈등이나 마찰이 분분한 반면 영화에 대한 식견은 그럭저럭 조화로워 우리는 마치 단합대회라도 하듯 영화를 고르고, 예매하거나 표를 끊고, 카페라떼를 마시면서 공동의 유희를 즐겼다. 팝콘도 별로라 하고 영화관에 퍼져 있는 팝콘 냄새를 좋아하지 않는 것조차 아주 짝짜꿍이 잘 맞았더랬다. 하지만 이제 그런 호시절은 디 엔드.

  그다지 바지런하고 적극적인 육아를 하는 것도 아니면서 영달이에게 매달려 있는 내가 딱했던지 얼마 전 남편은 이벤트에서 받은 PMP에 최신 영화와 고전 영화 몇 편을 담아 주었다. 영달이 재우고 나서 심심하면 이어폰 끼고 보라고. 그러나 현실은 어찌나 야멸찬지 영달이가 잠들고 나서 두 시간을 넘기기 어려운 탓에 아직 한편도 제대로 못 보고야 말았다. 피곤이 엄습하여 두 눈이 막 감길라치면 내가 이 자유로운 황금 시간대에 쪼매난 화면이나 들여다보고 있느니 책을 몇 장 더 읽지 싶어 그냥 꺼버리고 자거나 책을 집어든다. 그리고는 비몽사몽한 의식으로 깨달음에 다다른다. 그래, 나는 영화를 안 보고도 살 수 있는 사람이고 생각보다 영화라는 취미에 별 애정도 없을 뿐더러 역시 책을 더 좋아하는 거였어. 영화는 끊어도 책은 못 끊잖아?   

  그러나 <시네포트>나 <영화가 좋다> 같은 프로그램에 시선이 가지 않는다면 거짓말일 터. 흥미진진해 보이는 신작영화나 좋아하는 배우들의 근황에 관심이 가지 않는다면 그것도 거짓말. 결국 프로그램 속 영상을 짤끔짤끔 간보며 몇 차례 멍때리거나 감탄하곤 하지만 분주한 일상 저편으로 휘리릭 증발하는 일이 다반사. 한때는 '영화읽기' 카테고리에 영화 리뷰를 올리는 것이 큰 낙의 하나이기도 했다. 활자로 이루어진 책보다 생생한 비주얼로 감상한 후 채 감흥이 식지 않은 영화에 대한 글을 쓰는 일이 그야말로 일필휘지로 더욱 즐겁게, 잘 써지기도 했다. 영화 평을 쓰며 한번 더 영화를 보고 있는 느낌이랄까. 어느 때는 쓰면서 깨닫기도 한다. 이 영화에 이런 면이 있었네, 하고.     

  남편은 조만간 고3 아이들과 '투어리스트'를 보러 간다는데 내게는 영화는 커녕 현실적인 고민을 잔뜩 싸안은 친구와의 약속만 예정되어 있다. 영상의 강력함 이면의 허무한 휘발성에 대해 종종 냉소를 보내면서도 기회가 왔을 때 넘기지 않았고 무료함과 무의미를 위안하기 위해 부러 기회를 만들며 영화 보기를 즐겨왔던 나는 영화를 안 보고도 잘 살 수 있다는 사실을 약간은 시큼털털한 기분으로 받아들인다.  

  어제 오후 잠든 영달이를 안고 드라이브를 하며 남편과 나는 동의했다. 영달이라는 고깟 영화와는 비교 자체가 불가한 공동의 낙이자 희망을 얻은 대신, 우리의 호기로웠던 시네필 다이어리는 이제 과거의 일이 되어버렸노라고. 그 순간 수많은 영화 포스터와 카페라떼와 CGV 가는 길이 엔딩 크레딧으로 펼쳐지는 아쉬운 회상이 모락모락. 하지만 언젠가 아장아장 영달이와 손잡고 라따뚜이스러운 귀여운 애니를 보러 가는 상상이 플러스 되어 나는 다시 미소짓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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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직 말은 못하지만 조금씩 말귀를 알아듣기 시작한 영달이. 제 이름을 부르면 돌아보며 씨익- 웃기도 하고 내가 거짓말로 우는 시늉을 하면 콧잔등을 씰룩거리며 얼굴을 쓰다듬어 주기도 한다. 엄마 아빠가 언성을 높이면 눈 딱 감고 자는 척 하는 것을 보면 의뭉스럽기 짝이 없다. 태어난 지 그새 아홉달째로 접어들었고 요즘은 헝겊책 보다는 진짜 책을 더 좋아한다. 책을 보여주면 영달이는 학학, 소리를 질러대며 강아지마냥 엉덩이를 씰룩쌜룩 좋아라 한다.   

  지금껏 내 책 고를 줄만 알았지 아기들 책에는 무지몽매 했는데 주워들은 정보와 미리보기 등을 참고해 몇 권 골라주었고 다행히 영달이는 이 책들을 참 좋아한다. 장난감도 싫증나고 외출하기엔 너무 춥고 그럴 때 책을 펴놓고 읽어주면 안성맞춤. 한번 아프고 난데다 겨울이 지나면 복직해야 한다는 아쉬움에 요즘은 함께 하는 순간순간이 애틋하다.  

맨 처음에 구입한 책 두 권. 모두 최숙희 작가의 그림책이다. 리뷰도 좋았지만 우선 선명하고 따듯해 뵈는 그림이 내 마음에 들었다.  

책 속의 주인공도 여자아이라서 영달이가 더 친근하고 재미있게 느끼는 것 같다. 갖가지 동물과 몸동작들이 생동감 있고 유머러스하게 표현되어 있다.

 

최근에 출간된 최숙희 작가의 신작. -누가 보면 작가랑 친분이라도 있는 줄 알겠네.- 그렇지도 않은데 아기 엄마라면 누구에게나 추천하고 싶을만큼 좋은 책. 일단 엄마가 먼저 감동해야 아기도 따라오는 듯. 

아이의 탄생부터 성장을 함께 해온 엄마만이 구상하고 그릴 수 있는 책. 영달이가 아플 때 책 속의 개, 곰, 킹콩과 함께 울었다.   

 

한 페이지엔 눈을 가린 동물, 다음 페이지엔 눈을 동그랗게 뜬 동물, 그렇듯 십이지에 해당되는 동물들과 까꿍놀이를 즐기는 책. 이 시기의 아기들은 대개 까꿍놀이를 재밌어 하나 보다. 내가 손이나 수건 등으로 얼굴을 가렸다가 까꿍~ 하면 울다가도 뚝!   

영달이는 백호랑이띠라 그런가. 아니면 상대적으로 호랑이 눈이 크고 뚜렷하게 그려져서? 호랑이의 까궁놀이를 가장 좋아한다. 이 책 역시 최숙희 작가의 그림이다. 정말 아이 마음, 엄마 마음, 아이의 눈, 엄마의 눈을 잘 아는 작가란 생각.  

  

아기와 함께 신나는 몸놀이를 할 수 있는 책. 영달이는 아직 기어다니는 정도지만 지금도 이 책을 재밌어 하고 나중에 커서도 활용이 가능할 듯.  

우선 책 속 아기가 토실토실 무척 귀엽다. 아기와 함께 뒹굴고 뛰노는 동물들 역시 오동통통 사랑스럽다. 위의 까꿍놀이 책처럼 이 책도 딱딱한 보드북이어서 잘 찢어질 염려도 없고 아기 혼자 책장을 넘길 수도 있고 크기도 적당하다. 함께 동작들을 따라하며 놀아줄 때 유용한 책. 

  

뽀로로는 우리나라에서 개발한 꼬마 펭귄 케릭터인데 보면 볼수록 참 훌륭하단 생각. 호기심 많은 개구쟁이 뽀로로와 다양한 성격을 지닌 동물 친구들의 모험담은 어른이 보아도 어느새 입꼬리가 올라간다.  

아장아장 뽀로로 인형을 좋아하던 영달이는 서점에서 이 책을 보고 열렬한 반응을 보였고 긴가민가 하는 마음에 구입했는데 다음 장면을 예상하고 흥분할 정도로 기억력이 발달했다. 어리다고 해서 너무 단편적인 사물만 있는 그림책 보다는 적당히 스토리가 있는 책이 좋은 것 같다. 아기를 우습게 보면 안 된다. 가끔 영달이를 가만 바라보고 있으면 소녀는 말이 없을 뿐. 모든 걸 알고 있다.  

  물려받은 외국 그림책은 영달이가 어쩐지 좋아하지를 않아서 주구장창 우리나라 그림책만 보여주고 있는데 아기들도 취향이 있는 건지, 아니면 그 책이 별로였던 것인지, 그것은 잘 모르겠다. 겨울이라 화단의 꽃도 져버리고 아쉬운 마음에 이번엔 예쁜 꽃이 그려진 그림책을 사주면 어떨까 생각 중이다. 돌 전 까지는 딱 열 권 정도만 구비해두고 반복해서 보여줄 예정. 눈과 마음을 끄는 좋은 책들이 많은데 그렇듯 너무 많아서 오히려 고르기가 참 힘들다. 영달이에게 물어볼 수도 없고 결국 내 취향대로 고르게 되려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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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anca 2010-12-04 18: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늘을 날고 싶어요, 저 책 시리즈는 정말 정말 아이가 너무 좋아할 거예요. 읽고 또 읽고 동네 애들이라고 올라치면 서로 읽겠다고 쌈 난답니다. 뽀로로의 위력을 실감했다니까요. 영달이가 벌써 그렇게 컸군요^^

깐따삐야 2010-12-05 15:45   좋아요 0 | URL
맞아요. 뽀로로는 힘이 세다는 것을 절감합니다. 오늘도 해리가 뽀로로와 크롱을 찾아낸 이야기책 한권을 더 샀어요. 영달이가 뽀로로 3기 오프닝 주제가를 좋아해서 어느새 외워졌어요. blanca님 마을의 아이들도 뽀로로 팬이었군요. 텔레토비처럼 우리의 뽀로로도 세계 전역으로 뻗어나가길 바래봅니다.^^

BRINY 2010-12-04 22: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엄마 닮아서 책을 좋아하나봐요~

깐따삐야 2010-12-05 15:46   좋아요 0 | URL
남편 말로는 엄마 닮아서 책을 집어던진다고...ㅋㅋ

hnine 2010-12-04 23: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이제 영달이를 위한 책 구입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가 봅니다. 많이 사주세요. 저는 되도록 도서관에서 빌려다 주고, 대여해주고 그랬었는데, 지금 생각하니 옆에 두고 보는 것만 못한 것 같아요. 아이가 어떤 책을 보고 유난히 더 좋아하는 반응을 보이는 것을 보면 참 신기하지요? ^^

깐따삐야 2010-12-05 15:51   좋아요 0 | URL
내년에 저희집 바로 옆에 새 도서관이 문을 열 예정이라 저는 자주 데리고 다니고 많이 빌려봐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hnine님 말씀 듣고보니 좋은 것은 소장해야겠어요. 주변에서 아이들 책을 나중에 고물로 내놓거나 버리는 풍경을 심심찮게 봐서 고민이 좀 있었거든요.
네! 정말 신기하고 우리 영달이가 한눈에 좋아하게끔 책을 만든 작가들이 존경스럽고 그래요.^^

레와 2010-12-06 16: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히힛~ 신난다.
저에게 꼭 필요한 책 정보를 알려주신 깐따삐야님 복 받으세요! ^^

깐따삐야 2010-12-08 13:51   좋아요 0 | URL
레와님이 책 선물 하실 데가 있었나 보다. 복은 감사히 잘 받을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