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의 모든 인생은 20대에 결정된다
남인숙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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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는 내내 느낀 것. 정신일도 하사불성이요.

간단히 말해 정신 똑바로 차리고 살자, 였다.

처세라는 말을 무슨 거세라도 되는 것처럼 금기시 했던 나의 지난날을 돌아보니 이 책의 저자가 딱한 동생 쯤으로 여기는 이십대 여자의 본보기가 바로 나였다.

그래도 학교 다니던 시절엔 나쁘지 않았다. 싫은 사람 안 보려면 안 볼 수도 있으니까.

그. 러. 나.

사회 생활을 시작하면서 찔끔 상처 받고 어느 날은 찔끔 울기도 하고 급기야 찔끔찔끔 쌓인 스트레스들이 모여 원한의 바다를 이룰 때 쯤이면 망가질대로 망가져 있는 것은 나 자신이요, 원한의 대상인 아무개는 오롯이 멀쩡한 모습으로 이미지 up해서 살고 있더라는 찔끔한 이야기.

제각기 역할에 걸맞는 이미지를 입고 출근을 하는 사람들 틈에서 언제까지 속을 다 내주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완벽히 감추지도 못하고 어정쩡하게 찔끔거리며 살 것이냐?

나 자신에게 종종 던지던 물음이다. 니 언제까지 찔끔댈낀데?

이 책이 인간사의 다양한 경우들, 각양각색인 사람과 상황들, 그 모든 것을 커버하고 있다고는 말할 수 없지만 나처럼 겉으로 똑똑하고 당당한 척 하면서 속으로는 찔끔찔끔 곪아터지고 있던 여우의 탈을 쓴 곰처녀들에게는 더없이 좋은 가이드가 되리라 생각한다.

아, 영악한 동료 처녀들에겐 이 책을 권하지 마시길.

그녀들은 이 책을 읽고 나서 말하리라,

"속물근성을 합리화 시키는 책이에요. 마음에 들지 않는군요."

 뼛속까지 영악한 사람들은 부러 이 책을 읽을 필요도 없고, 읽고 나서도 이 책을 돈 주고 산 우리를 도리어 이상하게 볼 것이다.  

아, 깜찍한 그녀들. 타고나지 못했다면 노력해서라도 똑똑한 여성이 되어랏.

정신일도 하사불성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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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알드 달 지음, 정영목 옮김 / 강 / 200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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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는 조잡했으나 내용은 실했다.

전적으로 내 개인적인 취향이겠으나 별 하나 뺀다.

<찰리와 초콜릿 공장>으로 먼저 알게 된 로알드 달, 진정 이야기의 고수였다.

순진한 동심에서 삐뚜름한 해학까지 그가 아우르는 범위는 실로 광대했다.

난 소설이 세속의 이야기, 딱 그만큼이라고 생각하고 딱 그만큼을 잘 보여주는 소설이 잘 쓴 소설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여기에 나오는 단편들은 잘 쓴 작품이다.

세속은 대개 평균적인 지성을 가지거나 혹은 그 이하인 어리석은 사람들로 가득하다.

사실 평균 이상의 지성을 가진 사람들도 먼 발치에서 감상하지 않고 가까이서 들이대면 역시나 어리석다.

작가 로알드 달은 온갖 시시껄렁한 어리석음들로 가득한 세상 이야기를 풀어놓으며 맛 좀 보시라, 고 대접한다.

이야기 끝에서 뒤통수를 맞거든 놀라지 말고 역시 인간이란~ 하면서 킬킬 웃어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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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멋대로 써라 - 글쓰기.읽기.혁명
데릭 젠슨 지음, 김정훈 옮김 / 삼인 / 200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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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으면서 내내 느낀 것은 성실한 번역에 대한 아쉬움이었다.

책 제목처럼 ' 네 멋대로 번역해라' 정도로 보여졌다.

문학작품도 아니고 말하고자 하는 내용이 분명한 글을 왜 이토록 조잡하게, 읽기 어렵게 옮겨 놓았는지 답답했다.

번역도 하나의 창작이고 자신의 이름을 걸고 세상에 내놓을 책이라면, 역자는 가장 적절하고 가장 자연스러운 말을 찾으려고 더 많이 노력했어야 하지 않을까.

저자가 네 멋대로 쓰라고 한 것은 의미만 통하도록 막 쓰라는 것은 아닐텐데, 일단 역자는 이 책을 옮기기 전에 책의 내용을 정확히 읽어내고 완벽히 이해했는지에 대해 묻고 싶다.

이제 도서도 리콜제도가 필요한 시점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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샐러리 2005-11-10 10: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은 문학작품입니다. 그리고 가벼운 책처럼 보이지만, 글쓰기를 통해본 '인간'과 '세상'에 대한 중요한 통찰들을 담고 있는 철학 책이기도 합니다. 한번 책을 읽어보시는게 어떨까요? 이 책을 아주 절절하고 가슴 뛰게 읽은 독자로서, 그리고 이런 것들을 뛰어나게 살려준 번역에 놀라면서 읽은 독자로서 님께서 하신 말씀에 좀 놀랐습니다. 이 책의 저자는 사람들이 '권위'에 너무나 짓눌려 있어서 글을 쓰지 못하고 책을 읽지 못하고 자유롭게 살지 못한다고 말합니다. 권위에 기대지 않은 진실된 작업들이 이런식으로 얘기되는 것이 참 가슴 아프네요.
 
오빠가 돌아왔다 김영하 컬렉션
김영하 지음, 이우일 그림 / 창비 / 200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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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을 읽다보면 작가 김영하는 촉촉한 감상보다는 나른한 엽기를 택하는 쪽인 것 같다.

위선, 자기기만, 집착, 중독, 비굴 등등 서로 얽히고 물리는 현실 속의 악덕들을 간결한 위트와 냉소로 치받곤 하지만 그것은 웃음을 유발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눈물을 유발하기 위한 것이다.

그의 소설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 나른하게 엽기적인 그 인간 군상은 그 동안 소설이란 형식을 빌려 잡아두지만 않았을 뿐, 이 시대를 사는 자신들의 모습이기도 하다.

쉽게 소설이려니, 남의 일처럼 웃고 넘어갈 수도 있으나 재미와 당돌함 때문에 계속 그의 작품 앞에서 멈칫거릴 수 밖에 없는 것은 작품 속에서 까발리는 구린 현실이 지금의 세태를 과장이나 폄하없이 그대로 반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작가는 더도 덜도 말고 보여주기에만 급급할 뿐, 이러한 현실에 대해서 어떠한 방향도 제시하고 있지 않다. 

그것을 원하지 않아서인지, 아니면 실제로 보여주기 이상의 것을 고민해보지 않아서인지, 앞으로의 작품을 기대해 보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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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남자네 집
박완서 지음 / 현대문학 / 200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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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의무봉의 글솜씨라 알려진 바와 같이 박완서는 연애 소설을 써도 어쩌면 이렇게 맛깔스럽고 애잔하게 쓸 수 있는지.

누구나 가슴 한 켠에 묻고 살지만 뱉어내고 나면 너무도 허전해질까, 꽁꽁 비밀처럼 숨겨두기보다는 간직하고 사는 첫사랑.

대개 평균치의 인간들이 함께 베토벤이나 멘델스존을 듣고 감동할 수 있는 사람보다 살림에 구멍내지 않을 생활력 탄탄한 사람을 최종 선택한다지만, 암묵리에 자타가 인정하듯 비루한 살림이 있기 훨씬 전부터 꿈꾸고 욕망하던 최초의 선택이 있었다.

작은 떨림 하나에도 온몸이 전율할만큼 예민하고 풍부한 청춘에는 상대가 누구인가가 중요하기 보다는, 혼란스럽고 누추하지만 넘치고 남아도는 젊음을 소진할 어떤 대상이 필요한지도 모른다.

그래서 어쩌면 첫사랑을 그리워한다는 건 첫사랑의 그대를 그리워하는 것이 아니라, 너무나 어설프고 너무나 어리석고 한편 순수하고 아름다웠던 그 때 그 시절에 대한 그리움인지도 모른다.

시간은 잘도 흘러 대상에 대해서는 물처럼 담담하게 완벽해질 수 있으나 그 시절에 대한 회상은 언제나 나를 달뜨게 하는 것 같다.

아무리 시대가 변해도 처음은 show처럼 안된다.

마냥 수줍고 마냥 설레고 마냥 어설프다.

하지만 16mm 카메라로 이리저리 흔들리며 촬영한 인디 영화처럼 뭔가 인상적이고 감동적인 것이 있다.

박완서, <그 남자네 집>에서 그 떨림을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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