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내리는 사랑


반짝이는 빛으로 가슴에 파고들어
서로의 삶 하얗게 밝혀주곤
눈보다 더한 순결함으로 스며
물보다 더한 투명함으로 바라보는

그대가 그대를 생각하는 마음으로
그대가 그대에게 다가서는 사랑으로
눈부신 오늘입니다

쨍한 차가움으로 생에 뛰어들어
서로의 마음 하얗게 비춰주곤
눈보다 더한 촉촉함으로 녹아
물보다 더한 부드러움으로 마주보는

그대가 그대를 부르는 눈짓으로
그대가 그대에게 닿으려는 몸짓으로
눈부신 오늘입니다

눈 내리는 사랑으로
물처럼 하나되는 약속으로
눈부신 오늘을 축복합니다 

 

Love

This is too easy to feel but hard to fill

This is the soul not to deal but to heal

 

1. 축시라고 써봤는데 영 맘에 안 든다. 개성이 없어. 개성이! 커플의 특징을 살려야 제맛인데. 남편분을 미리 한번 알현할 걸 그랬나 보이. 일단은 손가락 떨릴 정도로 무쟈게 낯간지럽구만. (수정 中이지만 다시 써야 할지도.-_-)

2. 지난 학기 영시 수업 중에 쓴 시다. 운율 맞추느라 힘들었던 기억. 구석쟁이에서 이것저것 찾다보니 그래도 안 버리고 모셔놨네. 명색이 자작시라고. (설마하니 멋지게 해석해서 올리시는 분은 깐따삐야가 정성스럽게 읽었던 해묵은 책을 보내드릴지도 모른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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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늘빵 2007-12-26 15: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오타... 근데 닭살은 아닌데. 닭살은 아직 부족해 더더더 간지럽게에.

깐따삐야 2007-12-26 15:25   좋아요 0 | URL
닭고기는 못 드신다면서 닭살은 좋아하시네요?
가슴은 사하라 사막인데 모래 파서 오아시스를 뿜어내려니 숨막힌다는.-_-

웽스북스 2007-12-26 16:07   좋아요 0 | URL
하하하 그 표현도 죽음인데요?

깐따삐야 2007-12-26 16:13   좋아요 0 | URL
난 역시 시보단 댓글에 강하다는.-_-

웽스북스 2007-12-26 16: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축시도 좋지만 저 짤막한 영시 좋아요- ^^ 한글로는 머리를 아무리 굴려봐도 운율을 살리기가 힘드네요- (머리가 나빠요 긁적)

깐따삐야 2007-12-26 16:19   좋아요 0 | URL
영시 가져가면 머릿고기, 잡채, 인절미 등등이 마구 날라올 것 같아서 죽으나 사나 우리말로 더 잘 써봐야죠. 에효-
짱구 옴팡지게 굴려봐도 영시를 우리말 운율에 맞춰 번역하기가 얼마나 힘든데요. 그냥 이 시를 쓸 당시의 나의 심중만 헤아려줘도 책선물은 자기야껀데.ㅋㅋ (알라딘의 웬디 수사관이 머리가 나쁘단 말은 깐따삐야가 붕어빵 싫어한단 말과 같은 맥락이라구욧)

비로그인 2007-12-26 18: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위에서 닭 이야기 하니까 생각이 났는데 말이죠,...
제 인디언 이름이.....'힘찬 닭고기' 입니다만. 으하하하하핫...;;; ( -_-)

그런데 LOVE 라는 시는 노래로 한번 불러보고 싶은 충동이 일어나네요.(웃음)

깐따삐야 2007-12-26 20:30   좋아요 0 | URL
힘찬 닭고기? ㅋㅋ 넘 재밌다. 근데 인디언 이름은 누가 지어줬어요? 언제 또 저 모르게 인디언 마을의 태양초고추장님은 알현하셨는지? (저도 멋진 이름 하나 갖고 싶어요!)
운율감이 느껴지시죠? 역시 형님은 감각이 있으시구나. 담에 노래로 불러주세욤. 기대기대.^^

비로그인 2007-12-27 01:27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 태양초고추장님....역시 내 동상, 유머가 럭셔리해~오~
노래 듣고 싶다면, 좀 더 길게 써줘 봐요. 막~ 음을 타려고 할 때 끝나네 ㅋ

깐따삐야 2007-12-27 01:34   좋아요 0 | URL
원래 추장-고추장-초고추장-태양초고추장 순으로 서열을 매긴다죠. 쿡쿡!
(어데 모임 가서 써먹으세욤)
그래요오? 알겠어요. 14행 소네트 형식으로 써드려야겠군아. 일단 친구 결혼부터 시키고나서 천천히 노력해보겠사와요.^^

비로그인 2007-12-27 01:47   좋아요 0 | URL
오케바리~★

2007-12-26 18: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12-26 20: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Mephistopheles 2007-12-26 19: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려울땐 벅벅벅 긁어줘야 합니다. 허물이 벗겨지고 속살이 나오도록..^^

깐따삐야 2007-12-26 20:35   좋아요 0 | URL
메피님은 정녕! 저토록 알흠다운(?) 시 두 편을 보시고도 고따구 말씀 밖엔 안 나오십니껴??
그리고 저 조만간 애인 만들 수 있거든요. 간장게장 사주세욧.

Mephistopheles 2007-12-26 22:52   좋아요 0 | URL
낯이 간지럽다고 하시길래....^^=3=3=3=3=3=3
간장게장은 일단 애인부터 만드신 후 이야기하도록 하세요...^^
혹시 간장게장 먹고 뻥 차는 건 아니신지요..ㅋㅋ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 백 석


가난한 내가
아름다운 나타샤를 사랑해서
오늘밤은 푹푹 눈이 나린다

나타샤를 사랑은 하고
눈은 푹푹 날리고
나는 혼자 쓸쓸히 앉아 소주를 마신다
소주를 마시며 생각한다
나타샤와 나는
눈이 푹푹 쌓이는 밤 흰 당나귀를 타고
산골로 가자 출출이 우는 깊은 산골로 가 마가리에 살자

눈은 푹푹 내리고
나는 나타샤를 생각하고
나타샤가 아니 올 리 없다
언제 벌써 내 속에 고조곤히 와 이야기한다
산골로 가는 것은 세상한테 지는 것이 아니다
세상 같은 건 더러워 버리는 것이다

눈은 푹푹 나리고
아름다운 나타샤는 나를 사랑하고
어데서 흰 당나귀도 오늘밤이 좋아서 응앙응앙 울을 것이다.

* 출출이=뱁새, 마가리=오막살이 


이 시를 읽을 때마다 항상 저 구절이 내 눈길을 끈다.
사랑은 하고.
사랑하고, 가 아니라 사랑은 하고.
묘하게 마음 아픈 구절이다.

겨울이 되면 백석이 생각난다.
白石, 하얀 돌이란 뜻인데 결국 눈을 가리키는 건가.
그래서 겨울이 오고 눈이 내리면 시인을 생각하게 되는 건가.
어쩌면 시에 기대어 포개놓았던 기억들을 반추하고 싶은 건지도.

낮게 읊조리는 듯한 근사한 목소리를 가졌던 동아리 선배라든가,
모닥불 주위에 모여 숨죽여가며 들었던 친구의 첫키스 이야기,
입대를 앞두고 눌러쓴 모자 아래로 빨갛게 얼어있던 동기의 얼굴...

세상한테 지는 것이 아니라,
세상 같은 건 더러워 버리는 것이라고 주저없이 말하던 시절도 있었지.

"너는 너를 너무 사랑하는구나."
오늘 누군가한테서 이런 말을 들었다. 
"사람은 누구나 이기적이야."
이런 말을 들었을 때는 아무렇지도 않았는데.
나는 마치 오지 않는 나타샤가 된 기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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웽스북스 2007-12-17 00: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깐따삐야님께는 내가 있기는 하고
어쩐지 그게 더 슬픈 것 같기도 하고
오늘 밤도 테트리스는 푹푹 나리고

깐따삐야 2007-12-17 00:10   좋아요 0 | URL
어데서 깐따삐야는 오늘밤이 외로워서 응앙응앙 울으려나. 훌쩍~

라로 2007-12-17 09: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긴 끼면 안될 분위기~^^+이러면서 막 껴~ㅍㅎ

깐따삐야 2007-12-17 12:40   좋아요 0 | URL
역시 전 어필하는 세대가 따로 있나봐요. 털썩~
 

  신입생들은 어쩜 그리 표가 날까. 거리에 쏟아져나온 아이들 중에서 신입생을 골라내라면 어렵지 않게 솎아낼 수 있겠어. 갓 빨아놓은 빨래라 해도 새 옷과는 엄연히 다른 것처럼. 어쩌면 다른 사람들도 나를 보며 저 여자는 신입생이구나, 짐작했을 거라고 생각하니 얼굴이 붉어지는군. 비록 어두운 색이었지만 사람들은 내 구두가 새 것이라는 걸 보았을거야. 비도 왔는데 낡은 것을 신고 갈 걸 그랬어.

  갑자기 주어진 여유가 아직은 낯설어. 오래 전, 당신에게 비슷한 말을 했던 기억이 나. 당신이 해주었던 실용적인 조언들도. 다시 그 때로 돌아간 기분이었어. 달라진 게 있다면, 이제는 누군가 도움말을 주지 않아도 스스로 토닥일 줄도 알게 되었다는 거. 불안한 거야 있지. 나는 소심증 환자라서 불안하지 않으면 더 불안해지곤 하니까. 하지만 이제는 그 불안의 정체마저도 알고 있다는 거. 당신이 재미없는 표정으로 상상했던 것처럼 나는 조금 어른이 되어버렸어.

  나에 대해 아쉬워했지만 나는 결국 교사가 되었어. 당신의 과대평가가 좋았지만 내 그릇의 크기는 내가 잘 아니까. 최선이라고 생각했는데 사실 여러모로 부적격했어. 아마 공부를 핑계로 잠시 숨어있고 싶었는지도 몰라. 그런데 있지. 오늘 근처 중학교 운동장에서 입학식이 있었는데 까만 교복 속에서 꼬물거리는 아이들을 보고 있자니, 외경심 비슷한 감정이 생기더라. 간사함이 물씬 배어있는 그 불건전한 마음을 오래오래 혐오하긴 했지만. 아직은 아이들이 그립거나 하진 않아. 나는 지난 몇 년 동안 오직 나로서의 내가 그리웠을 뿐야.

  당신을 생각할 때도 있었어. 지금도 어쩌다 간혹. 미안하지만, 몹시 한가할 때만 그런 것 같긴 해. 놓친 풍선이 높이높이 떠오르다 소리도 없이 사라졌다고 생각해봐. 그립고 자시고 할 게 있는가. 꼼꼼한 당신은 놓친 게 아니라 놓았다고 정정하겠지. 하지만 의외로 둔감한 당신은 내가 팡, 소리를 듣지 못했다는 걸 알아야만 해. 어디엔가 있다, 고 생각했고 그러는 편이 나았어. 그리움은 부재의 인정이니까.

  요즘 내가 기다리는 건 513번 버스와 세탁을 맡긴 옷, 알라딘에 주문한 책과 올리브유로 튀겼다는 치킨 정도. 오늘처럼 달이 뜨면 소원을 세 가지씩이나 빌고, 다시 싹싹 빌고나서 얼른 소원을 바꾸어 말하기도 했는데 그 연례행사를 사촌동생에게나 시켰어. 예전에 내가 소망하던 일들을 모두 이룬 것도 아닌데 무엇을 기다렸는지 도무지 기억이 나질 않아. 버스는 약간의 오차가 있을지언정 반드시 오고 내가 이용하는 세탁소는 저렴하면서도 정확해. 알라딘도 예전에 주문하지도 않은 초등학생용 문제집이 한 번 끼어 온 것 말고는 착오가 없었고, 치킨체인점은 서로 과다경쟁 속이라 늘상 신속배달이야. 나는 어느새 확연히 눈에 보이는 것만을 기다리게 되었나봐. 

  당신이 한 약속들을 잊는 사이, 나는 나 자신과의 약속들을 지키며 살아왔어. 항상 몇 퍼센트 쯤은 아쉽곤 했지만 그건 나의 결함이 아니라 인간적 결함일테니까. 누군가를 좋아한 적도 있어. 그러는 중에 당신이 해주었던 말을 반복하기도 하고 반박하기도 했지. 정답은 없었어. 가끔 절대치인 것처럼 말하던 당신을 떠올리며 코웃음을 치기도 했어. 긍정의 말을 얻기 위해 소년을 연기하던 능청스러움에 경악하기도 했고. 지금이라면 웃어제낄 타이밍에 묵묵히 슬퍼하고 있었다니. 나 자신이 안쓰럽다 못해 귀여웠지. 하지만 사랑이란 게 결국은 상대와 열라 놀아주는 일, 아니겠어.

  길에서 당신을 닮은 사람을 본 게 아니라 사실은 나를 닮은 사람을 보았어. 스무 살 무렵의 나. 그렇게 떠오른 게 당신이야. 그 아이는 하나도 예쁘지 않았어. 스무 살이란 나이만으로도 날아갈 듯 고와야 할텐데 말이지. 당신이 나를 예쁘다고 한 건 나를 홀리기 위해서였나봐. 정말로 중요한 건 마음으로 보아야 하는 거라는 둥의 말은 하지 말도록. 나 너무 많이 크지 않았어?

  좁힐 수 없는 거리 때문에 힘들었지만 지금은 오히려 다행이란 생각도 들어. 감정의 훼손 없이 기억 속에서 당신을 다시 불러낼 수 있는 것도 그 덕분이겠지. 당신은 좋은 인생 선배였고 선생님이었어. 비록 나의 신선한 아이디어들을 착취하고 고맙단 말을 남발한 사실을 보건데, 어쩌면 그 덕에 출세까지 했는지 모른다는 의심이 가시지는 않지만. 시작할 때부터 원래 염두해 두었던 분야가 있었는데 연이 닿을 지는 모르겠어. 사심없이 학업에 정진할 수 있도록 빌어줘. 컨셉은 정했어. 조용한 커피 같은 사람. 웃지 마.

  지금이라면 우리는 정말 좋은 친구가 될 수도 있겠지. 그래도 시간을 되돌린다면, 나는 당신을 만나지 않을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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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07-03-04 10: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Fly me to the moon And let me play among the stars~~♬

깐따삐야 2007-03-04 23: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메피스토님, 들어도 들어도 물리지 않는, 좋은 노래죠.^^

부리 2007-03-05 23: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기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며 살았다고 할 수 있는 분, 멋지시네요.

깐따삐야 2007-03-06 11: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부리님, 저는 약속을 그닥 많이 하는 타입이 아니라서... 쿨럭~
 

바람의 말

- 마 종 기

 

우리가 모두 떠난 뒤

내 영혼이 당신 옆을 스치면

설마라도 봄 나뭇가지 흔드는

바람이라고 생각지는 마.

 

나 오늘 그대 알았던

땅 그림자 한 모서리에

꽃나무 하나 심어놓으려니

그 나무 자라서 꽃피우면

우리가 알아서 얻은 모든 괴로움이

꽃잎 되어서 날아가버릴 거야.

 

꽃잎 되어서 날아가버린다.

참을 수 없게 아득하고 헛된 일이지만

어쩌면 세상의 모든 일을

지척의 자로만 재고 살 건가.

가끔 바람 부는 쪽으로 귀기울이면

착한 당신, 피곤해져도 잊지 마,

아득하게 멀리서 오는 바람의 말을.

 

- 마종기 시전집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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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3-08 14: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깐따삐야 2006-03-08 14: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이신 님, 제가 좋아하는 시가 님의 마음에 드신다니 저도 기쁩니다. 얼마든지 담아가시기 바랍니다.
 

오늘 아침 새소리

- 이 성 복

 

병이란 그리워할 줄

모르는 것

사람들은 그리워서

병이 나는 줄 알지 그러나

병은 참말로 어떻게

그리워할지를 모르는 것

 

오늘 아침 새소리

미닫이 문틈에 끼인 실밥 같고,

그대를 생각하는 내 이마는

여자들 풀섶에서 오줌 누고 떠난 자리 같다

 

 이성복 시집, << 아, 입이 없는 것들 >> 中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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